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 2
네빌 슈트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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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 2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2권이다.

이 소설에 정신없이 빠져들었다. 여주인공 진 패짓을 응원하면서 빠져들었다.

 

그런데 1권 리뷰를 다시 읽어보니, 이게 아니다.

주인공 소개를 너무, 너무 조촐하게 했다. 그녀의 활동상을 거의 소개하지 못한 것이다.

그 험악한 시절, 일본군의 포로가 되어 이리저리로 끌려 다니면서 겪었던 고난, 일일이 소개하지 못한 것, 너무 아쉽다.

 

해서, 이것 하나는 확실히 해두고 싶다.

그녀는 고난 중에서도 인간의 모습을 온전히 간직했다는 것.

 

소설 줄거리 계속해보자.

포로 시절의 마지막 장면에서 그들을 호송하고 가던 일본군 병사가 열병으로 죽게 되자, 그 곳에서 특단의 결정을 내리게 된다. 바로 그곳에서 정착하고 지내자는 것. 그 곳 촌장의 협조를 얻어 논농사를 지으면서 버텨 나간다. 그러다가 종전, 그래서 그녀는 런던으로 돌아온다.

 

그리고 1권의 서두에서 소개한 것처럼, 그녀는 외삼촌으로부터 뜻밖의 유산을 받아 거액을 사용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그런 변화가 생기게 되자, 다니던 직장- 속기사 -을 그만두고 뭔가 다른 일을 하려고 하는데, 그건?

 

그녀는 포로기간 막바지에 논농사를 지으며 버티었던 그 마을에 다시 가기로 결정한다.

그곳에 우물을 파주기로 한다.

그곳에서 지낼 때, 물을 길러 1.5 킬로를 갔던 기억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하루에 두 번 물을 길러 갔다 오면 무려 6킬로미터, 양손에 물통을 들고 다녔던 그 고생을 지금도 그 마을 여자들이 하고 있을 거라는 생각에, 돌아가 보답하는 의미로 우물을 파주고 싶었던 것이다.

 

적선지가 필유여경 (積善之家 必有餘慶)

 

인생은 그렇게 돌아가는가 보다

 명심보감에 있는 말이 떠오르는 순간이다.

<적선지가 필유여경 (積善之家 必有餘慶)> 착한 일을 하면 필시 복을 받는다는 말이다.

 

그녀는 말레이의 마을로 가, 인부들을 불러 모으고 드디어 우물을 파기 시작한다.

이때, 우물을 파러 왔던 인부로부터 놀라운 사실을 듣게 된다.

그때 포로였던 그녀들을 도와주다가 일본군에게 발각되어 사형에 처해져 죽었다고 믿었던 오스트레일리아 군인 조 하먼이 살아있다는 것이다.

 

뜻밖의 소식을 들은 진은, 그녀 인생을 바꾸는 또다른 결정을 내린다.

자신들 때문에 고통을 겪은 그 군인, 조 하먼을 만나 보기로 한 것이다.

그런 결단을 내리고, 우물 작업이 끝난 후에 그를 만나러 오스트레일리아로 향한다.

 

A Town Like Alice- 앨리스 같은 도시 만들기

 

일단 그 이야기는 이정도.

오스트레일리아 윌스타운에 도착한 그녀는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그를 만난다.

이야기는 그게 끝이 아니다.

남녀가 만나고, 뭐 그런 이야기가 아니다.

 

이후부터의 이야기가 바로 이 소설의 제목이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가보니, 그 남자 사는 곳 윌스타운이 사람 살 데가 못된다.

금광이 있어 번성했다는 도시인데, 옛날이야기가 되어버렸고, 이제는 겨우 150명 정도 살아가는 벽촌에 가까운 도시다.

 

그런 도시에 도착한 진 페짓, 과연 그녀는 어떤 일로 독자들을 감동시킬까?

 

저자, 다 계획이 있었군요.

 

진 패짓의 인생행로를 보면, 그 앞에 펼쳐지는 길을 한 걸음, 한 걸음씩 걸어가는데, 그게 마치 처음부터 철저하게 짜놓은 계획에 따라 움직이는 느낌을 받는다.

 

그래서 그녀와 함께 일하는 마을의 아가씨 로즈는, 진의 계획을 듣고는 이렇게 말한다.

 

로즈가 진을 바라보았다.

다 계획이 있으시군요 진, 정말 수영장을 만들 생각이에요?” (240)

 

우리의 여주인공 진 패짓은 다 계획이 있었던 거다.

그래서 그녀는 구두를 만드는 공방을 필두로 하여, 아이스크림 가게, 미용실, 수영장, 영화관, 빨래방, 여성복 매장, 청과물 가게들을 차례로 열어나가면서, 그 마을을 사람 살만한 곳으로 만들어나간다.

 

<명랑소녀, Alice 같이 살만한 도시로 만들기 프로젝트>

한 편의 훈훈하고, 아름다운 사람이 만들어나가는 소설, 좋다.

읽고 나서 이렇게 기분 좋은 작품, 모처럼만에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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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 1
네빌 슈트 지음, 정유선 옮김 / 레인보우퍼블릭북스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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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

 

이 책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은 소설이다.

원제는 A Town Like Alice이니 <앨리스 같은 도시>라고 번역할 수 있겠다.

 

저자는 네빌 슈트, <1899년 런던 일링에서 태어났고, 옥스퍼드 대학 배일리얼 칼리지에서 공학을 공부했다. 어린 시절의 열정을 쫓아 항공업계에 엔지니어로 발을 들인 뒤 비행기 개발 일을 했다. 여가 시간에 소설을 쓰기 시작한 그는 엔지니어 경력을 보호하기 위해 네빌 슈트라는 필명으로 1926년 소설 마르잔Marazan을 출간했다. 2차 세계대전 때는 영국해군 지원 예비군에 합류해 비밀 무기 개발에 힘썼다. 전쟁 뒤에는 계속 글을 썼고, 호주에 정착해 1960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살았다.>

 

이 책의 내용은?

 

대개 소설은 이렇게 진행이 된다.

착한 주인공- 즉 우리 편 -이 등장하고 그 주인공을 위기에 빠트리는 적대적 인물 - 나쁜 놈 - 이 등장해서 주인공을 넘어뜨리고 함정에 집어 던지고 하면서, 주인공을 골탕 먹이면서 한 걸음 한걸음 나가는 게 소설의 일반적인 구도인데, 어찌된 일인지 이 소설은 그런 구도를 따르지 않는다.

 

소설의 등장인물들이 주인공들을 비롯하여 다 착하다. 주인공이 어려움을 겪기는 하지만, 그건 시대가 그런 것이지 나쁜 사람이 등장해서 그런 것은 아니다. 그런 상황에서도 이야기가 재미있게 흘러가니, 참 별일이다.

그런 소설이다.

 

그렇게 소설이 재미있고, 또한 흡인력이 있는 이유는 누가 뭐래도 여주인공인 진 패짓이 보여주는 매력 덕분일 것이다.

 

진 패짓을 그래서 먼저 소개한다.

아버지 아서 패짓, 어머니 진 패짓 사이에서 1921년에 태어났다. 오빠 도널드가 있다.

아버지 아서 패짓은 육군 대위로 말레이 반도에서 근무하다가 제대하고, 말레이 반도의 타이핑 근처 고무 농장에 직장을 얻어 근무하고 있다가, 자동차 사고로 사망했다.

그들 가족은 말레이 반도에서 살다가 아들과 딸은 영국으로 돌아가 지냈고, 어머니 진 패짓만 말레이로 돌아가서 지내다가 남편이 죽을 당시에는 그녀 역시 영국에 머무르고 있었다.

 

이 소설의 사건은 19481월에 시작된다.

변호사인 노엘 스트래천은 한 통의 편지를 받는다. 더글라스 맥파든이 사망했다는 내용의 편지였다. 그래서 유산 상속인을 찾아 상속 절차를 마무리해 달라는 편지.

 

노엘은 그의 상속인을 찾아 나서게 된다.

길게 이야기 할 필요없이, 바로 여주인공 진 패짓이 그의 상속인이다.

당시 어머니 진(어머니와 딸 이름이 같다)1942년에 사망했고, 오빠인 도널드 또한 말레이에서 전쟁포로로 잡혀 있다가 사망해서, 당시 런던에 살고 있는 딸 진 패짓이 상속인이 된 것이다. 더글라스 맥파든은 그녀의 외삼촌이다.

 

그렇게 해서 유산을 물려받게 된 진 패짓, 그녀의 행적이 서서히 드러나게 되는데....

 

이 소설은 어떤 실화에 기초를 해서 쓰여진 것인데. 저자가 <작가의 말>에서 밝힌 실화는 다음과 같은 이야기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은 1942년에 말레이 반도를 점령하고 수마트라를 침공했고, 이때 네델란드 여성과 어린이 80명 정도가 포로가 되어 파당이란 곳으로 끌려갔다.

그런데 일본군은 이들을 한 구역에 포로로 수용한 것이 아니라, 이리 저리 몰아대는 식으로 이들을 이동시키기만 했다. 어느 한 구역에 가면 그 지역의 책임자는 이들을 떠맡기 싫어 다른 구역으로 이동시켰고, 또 그 지역으로 가면 또 그 지역의 책임자는 다른 지역으로 몰아내는 식으로, 이들은 무려 2년 반 동안 수마트라 전역을 돌아다녔다. 그런 와중에 80명에 살아남은 사람은 겨우 30여명에 불과했다. (6-7쪽)

 

이중에 살아남은 사람, 게이젤 부인의 이야기를 토대로 하여 여주인공 진 패짓의 모험을 소설로 재탄생 시킨 것이다.

 

해서 소설 속에서 진 패짓은 2차 세계대전 중에 말레이에 있다가 일본군의 포로가 되어, 위에 밝힌 포로의 한사람으로 말레이 전역을 떠돌아다니게 된다.

 

그 길은 고난의 행군이었고, 죽음과의 직면이었다.

먹지 못하고, 쉬지 못하고, 매일 매일 걸어야 하는 이상한 포로 생활에 많은 사람이 병이 들어 죽고, 영양실조로 쓰러지게 된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누군가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아도 너무 지쳤기 때문에 살려고 버둥거리기도 힘들다는 듯 무기력했다. 그 무렵에는 모두 죽음에 무감각해져 있었다. 슬픔과 애도는 더 이상 그들을 괴롭히지 못했다. 죽음은 어떻게든 피하고 싸워야 하는 현실이었지만, 막상 죽음이 다가왔을 때는 흔한 죽음 중 하나일 뿐이었다. (117)

 

그런 상황에서도 살아남은 사람은 있었다. 실화에서도 살아남은 사람이 30여명이 있었고, 이 소설에서도 진 패짓은 의연하게 살아남는다. 포로 생활이 이어지는 가운데 어느덧 그가 리더의 역할을 하게 되고, 그 험난한 길을 추스르며 헤쳐 나간다.

 

그런 가운데, 저자는 그 다음 이야기를 위한 포석을 깔아두는데, 역시 일본군의 포로가 된 오스트레일리아 군인 조 하먼과의 만남이다.

그런데 이를 어쩌나!

조 하먼은 진 패짓 일행을 도와주다가 일본군에게 발각이 되어 그만 사형에 처해지게 되는데.......

 

다시, 이 책은?

 

소설은 누가 뭐래도 이야기가 중요하다.

이야기가 풍성하고 재미있어야 소설 읽는 맛이 난다.

이 소설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소설의 맛을 제대로 맛볼 수 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책 나의 도시를 앨리스처럼이란 소설에서 앨리스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원제 A Town Like Alice에서 말하는 바를 참작한다면, 도시 이름이다.

 

현재 1권에서 저자가 앨리스에 대해 언급하며 힌트를 준 것은 이 정도다.

사람은 누구나 마음에 품고 있는 자기만의 장소가 있어요.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곳은 앨리스 스프링스 주변 지역이에요. (1, 151)

 

조 해밋의 발언이다. 즉 앨리스는 오스트레일리아에 있는 도시 이름인 것이다.

 

과연 앨리스라는 도시와 주인공 진 패짓은 어떻게 연결이 되는 것일까?

2권에 더, , 흥미있고, 재밌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진 패짓, 정말 주인공이다. 주인공이 되려면 이정도는 되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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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가족은 안녕한가요
윤철 지음 / 지북(g-book)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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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가족은 안녕한가요?

 

이 책은?

 

이 책 당신 가족은 안녕한가요는 수필집이다.

저자는 윤철, <공무원으로 정년퇴직을 했다. 공직생활 중 전라북도 투자유치사무소장, 전라북도 국책사업단장, 전주시 2002 FIFA 월드컵추진단장, 전주시 기획조정국장, 진안군 부군수를 역임했고, 현재 전주강림교회 시무장로로 활동 중이다.>

 

저자의 다른 책, 수필집 칸트에게 보내는 편지를 읽은 적이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수필은 말 그대로 붓 가는대로 쓰는 글이다. 붓 가는 대로라는 말은 마음 가는대로 쓴다는 말이다. 그래서 수필을 읽으면 저자의 마음이 어디로 가고 있는지 그 길을 같이 따라 걷는 기쁨이 있다. 이 책은 더더욱 그랬다.

 

다 읽고 나니, 저자의 생각에, 그 마음에 어느덧 박수를 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왜 그럴까. 그 이유를 몇 가지로 생각해 보았다.

 

글은 일단 문장이 좋아야 한다.

 

그래야 읽힌다.

문장이 좋아, 글에 빠져들어야, 그다음 내용도 눈에 들어오게 된다.

 

저자는 문장을 잘 다룬다. 글을 쓰는 게 보통이 아니다.

글을 가지고 논다, 는 말이 그대로 들어맞는 경우다.

 

이런 문장 읽어보자.

이슬 같이 촉촉한 새벽바람을 흠씬 마신다. 새벽엔 바람끝에도 달착지근한 향내가 있다. 풋내 풀풀한 여명이 노쇠한 모습으로 서성이는 어둠을 밀어내며 사물의 분별을 돋운다. 토함산은 수천, 수만 년의 깊이와 사유로 새벽 명상에 빠져있다. 잔잔한 표정이 뿜어내는 무르익은 침묵에 나도 스르르 스며든다. (134)

 

석굴암 가는 길, 때는 새벽이다.

그 길을 묘사하는 데 사용된 감각은 어떤 게 있을까?

시각이 있고, 촉각이 있다. 후각도 나타나 새벽을 그리고 있다.

그래, 그렇다. 석굴암 가는 길은 이런 총체적 감각으로 다가가야 하는 법이다.

 

여기 놀라운 표현 몇 가지 있다.

바람끝에도 달착지근한 향내가 있다.”

 

바람끝이라니? 저자의 혜안이 그저 경탄스럽다.

바람의 도 저자의 눈에는 보이는구나, 저자는 그 바람의 끝에서 풍기는 향내를 맡을 수 있구나, 하는 감탄이 절로 일어난다.

 

또 있다. “무르익은 침묵”   

대체 저자가 알고 있는 침묵의 종류는 몇 가지나 될까?

무르익은 침묵이라니? 그렇다, 침묵에도 격이 있다. 저자의 삶에서 만난 침묵 - <고사포 겨울바다>의 침묵은 후술하기로 하자 - 은 한창 무르익어 온몸으로 스며들기좋은 침묵인 것이다.

 

해서 석굴암 가는 길, 저자는 그 길에 서정을 담뿍 담아 뿌리며 간다.

 

이제 고사포 겨울바다의 침묵을 이야기해보자.

고사포는 전북 변산반도에 있는 고사포 해수욕장을 말한다.

저자는 언젠가 심란한 마음을 달래고자 한적한 고사포 해수욕장을 찾았다, 한다. (158쪽 이하)

 

거기에서 만난 침묵, 또 다른 모습의 침묵이 있다.

 

겨울바다는 유난히 깊은 적막에 빠져 지낸다. 솔밭에서 새어나온 침묵은 모래사장을 가로지르고 바다를 건너 멀리 하섬까지 이어진다. (159)

 

세상에! 독자들은 지금 침묵이 이동하는 현상을 보고 있는 것이다.

저자의 글에서 침묵은 살아 움직이며 그 범위를, 그 세력을 바다를 건너 하섬까지넓혀간다.

그래서 그 침묵을 아는 자의 마음에 와 닿는 것이다.

그런 감성, 그런 감성을 뽑아내는 저자의 눈, , 부럽기만 하다.

 

그렇게 침묵을 살아 움직이게 만든, 저자는 <새벽 산행>에서 또 몇 가지를 살려, 살아가게 한다.

 

새벽 산에는 바람이 산다. (……)

새벽 산에는 이슬도 산다. (……) 길가 풀 섶 제집을 스치는 내 다리를 내치지 않고 받아들인다. 제 몸을 던져 바짓가랑이를 붙잡는다. 쉬어가기를 권하는 것이리라. (156)

(……)

새벽 산에는 편안함도 산다. (……)

 

또 있다.

 

오늘은 몰래 달아나버렸던 생각까지 되돌아와 나를 재촉한다. (157)

 

놀라운 솜씨다. 바람을 살리고, 이슬도, 편안함도 그를 만나면 살아 움직이는 생물이 된다. 마치 창조주처럼, 저자는 글로 그것들을 살아 움직이게 한다.

 

그 다음 저자의 마음을 따라가 보자.

이런 문장에 저자의 마음 담겨있다. 읽어보자.

 

<석불의 미소가 조금 더 깊어진 듯하다.> (137)

 

보통의 경우 미소와 연결되는 형용사는 어떤 것일까?

나 같은 경우, 아무리 묘안을 짜낸다 하더라도 미소깊다를 연결시킬 생각은 꿈에도 하지 못했을 것이다.

 

깊은 미소

저자는 석불의 얼굴에서 미소가 깊어지는 것을 본다.

이는 저자의 마음이 석불의 미소에 머물렀다는 얘기다.

그건 저자의 이런 생각과 연결되어 나온 말일게다.

 

천년 명상의 깨달음을 담아 석불이 미소를 짓는다. 세속의 욕망을 말끔히 씻어낸 희미한 목소리가 내게 순리를 거스르지 않는 자연의 섭리를 들려준다. 내 삶은 얼마나 깊고 넓었는지 잠시 되돌아본다. 겨우 백년도 살지 못하는 일회성 삶에 연연하며 버리지 못한 것들에 짓눌린 작은 내가 거기 있었다. 삶의 곳곳에 스몄던 얼룩들이 하나둘 들춰지며 회개의 마음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석불의 미소가 조금 더 깊어진 듯하다.

 

돌로 만들어진 부처가 미소를 짓는다고 해서 그 얼굴에 움직임이 있을 수 있겠는가. 그러니, 그 깊어보이는 미소는 순전히 저자의 느낌이리라. 바로 삶의 깊이를 성찰하는 그 마음으로 본즉, 석불의 미소가 깊어진 것이다.

그 유명한 말 있지 않은가? 돼지 눈에는 돼지만 보이고, 부처 눈에는 부처만 보인다고. 해서 삶의 깊이를 성찰하는 저자에게 돌로 된 부처지만, 그 미소가 깊어 보이는 것이다.

혹시 저자의 얼굴에 그런 미소가, 석불의 깊은 미소가 어려있지 않을까?

 

왜 이 책이 그리 잘 읽혔나?

 

이 책을 읽으면서, 한번 잡고는 내리 읽었다. 마침 식사 때가 아니어서 그렇지 밥이 나와도 잠시 물리고 읽었을 것이다. 그만큼 몰입도 만점인 책이다.

 

왜 그런가를 생각하니 어느새 저자의 매력에 푹 빠져들었다는 것을 발견했다.

그의 생각에 공감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자칭 평범한 사람이다. 그러나 그 평범은 표준이 되는 평범이다.

 

그러나 내 삶이 평범하다는 건 객관적인 의견일 뿐이다.

아무리 평범하기 그지없는 삶이라고 해서 어찌 애환이 없었겠는가. 밋밋한 삶에도 무수히 많은 사연이 존재한다. (145)

 

그러니 저자가 살아온 삶은 평범하지만 그 평범은 누구나 겪었을 표준적인 삶이다. 해서 그의 생각과 그의 글이 잘 읽힐 수밖에 없는 것이다.

저자의 글은 바로 이 책을 읽을 수많은 의 이야기이니, 그 속으로 저절로 빨려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저자의 우리말 사랑

 

수필가는 물론 글쓰는 사람은 모두 다 우리말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 이론의 여지가 없다.

저자의 우리말 사랑, 이 책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저자는 우리말을 잘 골라내어 보여주는데, 우리말 맛이, 이거 맛있다.

또한 정겨운 지방 방언도 잘 살려내고 있다. 몇 가지 예를 적어둔다.

 

<동네를 가로지르는 깔끄막진 골목길을 한 사내가 걸어가고 있다.> (15)

깔끄막지다

방언 (군산, 임실) 땅바닥이 가파르게 비탈져 있다.

 

<단대목이다> (31)

단대목 (대목)

명절이나 큰일이 바싹 다가온 때.

 

<깨복쟁이 친구인 K에게는 손주가 없다.> (65)

방언 발가벗은 사람 (전남)

벌거숭이, 옷을 다 벗은 사람을 뜻하는 전라도 방언. 주로 '깨복쟁이 친구'로 쓰이는데, 옷을 다 벗고도 부끄러운 줄 모르고 함께 자란 허물없는 친구라는 뜻이다.

 

<몇 미터 가지 않아 뒤를 돌아보며 느실거리기 일쑤다.> (77)

느실거리다

1. 느릿느릿 걷거나 움직이다.

2. 축 늘어져 너울너울 움직이다.

 

<길고양이로 인해 생기는 피해와 귀찮은 일도 솔찬하다.>(77)

솔찬하다.

형용사 방언 꽤 많다. 전남 지방의 방언이다.

 

<초다짐하기에는 국수가 제격이다 싶어 국숫집 문을 열었다.> (81)

초다짐하다 (다짐하다)

정식으로 식사를 하기 전에 요기나 입가심으로 음식을 조금 먹다.

(예문) 주인어른이 일 보러 가시면서 늦거든 초다짐으로 손님에게 술 한 상 먼저 들이라고 했소.

 

이런 것 알게 되다니!

 

꽹과리를 타격하는 꽹과리채의 동그란 끝부분을 이라 하는데, 뽕을 만드는 재료로 탱자나무를 최상으로 친다.(131)    

 

탱자나무로 만든 뽕은 단단하면서도 질겨서 수명이 길고 꽹과리를 칠 때의 타격감도 부드러워 으뜸으로 친다.

이런 탱자나무의 쓸모가 이렇게 대단하다는 것을 이제 알게 되니, 탱자나무 이제 다르게 보인다.

 

<35천원의 체면 유지비> (152쪽 이하)

 

이런 것, 필히 기억해두자.

요즘 요상한 자리를 잠시 지나간 것만으로 호사가들의 입초시, 입길에 오르내려 본의 아닌 봉변을 당하는 경우가 얼마나 많은지? 그렇다고 일일이 다니면서 변명하기도 그렇고, 그런 자리, 그렇다고 내버려두면 발 없는 말은 저 혼자 몇 천리를 다니니, 참 난감한 일이다.

저자도 그런 경우를 당했다.

 

초저녁에 모텔에 갈 일이 있었다. 외지에서 친구들이 와서 묵고 있는 모텔에 잠시 들렀다 나오는 길인데, 그만 딱 아는 사람과 만나고 말았다. 그 모텔 주인 - 이 역시 알고 있는 사람 -과 마주친 것이다. ‘초저녁에 이런 모텔에 출입하는 내가 저사람 눈에는 어떻게 보였을까?’ 하는 생각이 순간 스친다.

더군다나 당시 저자는 공직의 책임 있는 자리에 있었기에, 분명 이런저런 말이 돌 게 분명했다.

 

, 이 경우 저자의 행동에서 우리는 배워야 한다.

저자는 다시 그 사장을 찾아갔다.

그리고 구질구질하게 그 모텔에 왔다가는 이유를 설명하는 대신, 맥주 다섯 병, 오징어 한 마리를 그 방으로 보내달라고 주문을 한다. 정말 솔로몬을 방불케 하는 지혜다.

이런 지혜를 알게 된 것만으로도 이 책의 가치는 충분하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을 읽고, 수필에도 격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품격있는 수필이 이런 것이구나, 하는 깨달음. 이 수필집은 그런 격을 모두 갖추고 있다.

 

지금까지 읽었던 수필집과는 맛이 다르다.

수필로서 담아야할 요소들을 골고루 갖추고 있으니, 이 책 수필의 모범을 보여준다. 더하여 자기만족에 빠지지 않고, 그 자리에서 잠시 멈춰 서서 성찰을 보여주는 인생론또한 이 책을 깊이 있게 만들어준다.

 

그래서 저자의 이런 글로 이 리뷰를 마무리하고 싶은데, 어떨까?

<오늘 저녁엔 당당하게, 신나게, 멋지게, 그러면서도 져주는 넉넉한 삶을 살고 싶은 마음을 담아서 내가 나를 위해 건배를 제의해 봐야겠다. “당신, 멋져!”> (117)

 

이 말을 약간 바꿔, 이렇게 말이다.

당당하게, 신나게, 멋지게, 그러면서도 져주는 넉넉한 삶을 살고 있는 저자를 위해 건배를 제의해 봐야겠다. “당신, 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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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왜 죽는가 - 사람이 죽어야 할 16가지 이유
이효범 지음 / 렛츠북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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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왜 죽는가

 

이 책은?

 

이 책 사람은 왜 죽는가<사람이 죽어야 할 16가지 이유>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데, 그게 이 책의 내용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저자는 이효범, <서강대학교 철학과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고 공주대학교 사범대학 윤리교육과에서 38년간 봉직했으며, 현재 공주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죽음과 사랑과 인간과 윤리에 대해 폭넓게 연구하고 있으며, 문학과 역사와 철학의 통합을 시도하고 있다. >

 

이 책의 내용은?

 

죽음의 의미를 정리해 보는 책이다.

죽음은 인간의 영역이 아니다. 인간이 어찌 해 볼 영역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우리 인간의 삶에 커다란 의미를 지니고 있다. 해서 인간은 죽음의 문제를 풀지 않을 수 없다.

 

이 책, 저자는 무려 16개의 주제를 가지고 죽음을 상대하고 있다.

저자는 죽음을 대상으로, 철학에서부터 과학, 의학, 종교에 이르기까지 인간이 생각할 수 있는 모든 관점을 총동원하여 사람이 왜 죽어야 하는지를 낱낱이 분석하고 있다.

 

죽음이 인간에게 필요하다는 것이 납득이 된다.

 

이 책의 가치 그 첫번째는 죽음이 인간에게 꼭 필요한 것임을 납득하게 되었다는 점이다.

죽음을 맞이할 때 아무런 이유도 모른 채, 그냥 죽어가면 너무 안타깝지 않을까. 해서 이 책을 읽으면서 죽음에 대한 자세를 바로 할 수 있게 되었으니, 그게 이 책의 가장 큰 가치라 할 것이다.

 

먼저 그리스 신화에서 배우는 죽음이다.

새벽의 여신 에오스가 인간인 티타노스와 사랑에 빠졌다. 그녀는 제우스에게 티타노스를 불멸의 존재로 만들어주기를 간청한다. 그러나 그녀는 아주 중요한 것을 잊었다. 티타노스가 살아가는 동안 그의 육체 또한 노쇠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건을 빠뜨린 것이다. (13)

 

, 티타노스에게 어떤 일이 일어났을까?

불멸의 존재가 되어서 죽음만은 피할 수 있었지만, 육신은 점점 노쇠해지고 결국 귀뚜라미나 매미만큼 줄어들었다. 그런 상황이라면, 영생이 무슨 필요가 있을까? 오히려 죽음이 필요해지는 순간인 것이다.

 

또 다른 이유, 생각해 보자.

태어난 자가 죽지 않고 살려면 이 세상에는 더 이상 아무도 태어나지 말아야 한다. 아니면 적어도 태어난 자는 어느 순간에 자기 나이에서 모두 정지되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더 이상 성장과 변화가 없는 정지된 인간이 과연 살려고 할까? 시간적 지속과 권태만 있는 삶을 욕망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17)

 

매일 매일 같은 일이 반복되고, 아무런 의미 없는 시간이 계속 된다면, 그건 지옥이 아닐까?

 

저자가 제시하는 사람이 죽어야 할 이유 또 있다.

하나의 축구팀이 있다고 하자.

그 축구팀의 골키퍼가 신의 손을 가져 월드컵에 우승했다. 그런데 그 선수가 나이가 들어 눈이 침침해져도 예전의 영광 때문에 그 팀에 계속 남아있어야 하는가?

그 골키퍼가 팀에 남아있으면 그건 그 축구팀이 망하는 지름길이다. (115)

 

그렇게 수많은 이유를 제시하고 있는데, 그게 납득이 되고 오히려 죽음이 축복인 것처럼 여겨지는 것이다. (물론 이건 리뷰를 쓰는 시점에서의 생각이다. 막상 죽음이 나에게 닥쳐온다면? 그건 또 다른 문제가 되겠지만.)

 

인간에게 죽음의 의미, 또는 죽음과의 관계는?

 

그런데 그렇게 죽을 수밖에 없는 존재이니 그런 이유 알았으니 죽으라면 인간은 뭔가 섭섭하다고 아우성일 것이 분명하다. 해서 무언가 죽음과의 관계를 생각해 보게 되는 것이다철학, 과학, 의학, 그리고 종교까지 인간이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하여 죽음의 의미와 죽음과의 관계를 성찰하게 되는 것이다.

 

우리가 존재하는 한 죽음은 우리와 함께 있지 않으며, 죽음이 오면 우리는 이미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119)

 

이런 말 들으면, 조금이라도 위로가 될까?

또 이런 말은 어떨까?

 

프란츠 카프카는, 삶이 귀한 이유는 언젠가 끝이 나기 때문이라고 한다.

죽음은 우리에게 유한함을 일깨워줌으로 우리가 살아있다는 것의 소중함과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감사함을 배우게 해준다고 한다. (177)

 

이번에는 죽음에 대하여 조금 더 구체적인 이야기 들어보자.

퀴블러 로스는 죽음의 순간에는 3단계가 있다고 한다.

1단계는 육체를 갖고 유지하고 있는 단계.

2단계는 육체 이탈의 단계.

3단계는 의식이 사라지고 장엄한 빛의 출현 속에서 이승의 삶 전체를 돌아보는 단계. (280)

  

이런 죽음의 단계가 사실이라면, 죽음도 한 번 해볼만 하지 않을까?

이런 연구, 수많은 사람들이 해오고 있다는 것을 이 책에서 알게 된다. 그러니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는 것이다. 나만 죽는 게 아니라, 그게 우리 모두의 문제가 되어서 많은 사람들이 연구를 하고 있으니 조만간(?) 더 좋은 생각이 나오지 않을까 하는 위로를 얻게 되니 안심이 되는 것이다.

 

뜻밖의 수확

 

이 책을 읽는 중에 뜻밖의 가외 수확을 얻기도 했는데, 그건 저자가 철학, 의학, 종교적 지식을 총동원하여 죽음을 상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의학적 지식으로 활성 산소와 항산화 효소 (38) 등을 알게 되기도 했다.

 

또한 저자가 죽음의 이론을 소개하기 위하여 여러 책을 거론하고 있는데.

예컨대 플라톤의 파디온(103, 124)을 통하여 소크라테스의 생사관을 정리해 볼 수 있었고, 빅터 프랭클의 죽음의 수용소에서(148)를 통해서 삶의 의미를 정리할 수 있었다

 

이밖에도 인간의 가장 큰 문제인 죽음을 알아보기 위한 모든 방법을 동원하고있으니, 얼마나 많은 정보가 들어있겠는가? 모두다 거론할 수 없다는 게 아쉽기만 하다.  

 

새롭게 알게 된 것들

 

에릭슨은 개인의 심리 사회적 발달단계를 8단계로 나누었었는데, 노령초월 이라는 단계를 추가하여 인생주기를 9단계로 다시 정리했다. (50)

 

노령 초월 단계는 물질주의적 합리적 세계관으로부터 좀 더 우주적이고 초월적인 세계관으로 시각을 바꿈으로써 삶의 만족도를 증진시킬 수 있다. 이와 같은 우주적 관점은 지혜, 영성, 내적 세계로 표현할 수 있으며, 활동, 물질주의, 합리성, 피상적 사회 접촉, 신체적 몰두로부터의 탈피를 의미한다.

 

타이타닉 호 사건에서 살아남은 자들의 기록이 있다는 것, 알게 된다.

당시 사고에서 살아남은 부선장 찰스 래히틀러 회고록 (159쪽 이하)을 별도의 글로 기록해 둔다. 

 

<타이타닉호의 생존자 찰스 래히틀러 부선장의 회고록>

http://blog.yes24.com/document/13191831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수천의 쾌락이라도 단 하나의 고통을 상쇄하지 못한다. - 프란체스코 페트라르카 (132)

 

니체는 죽음이 삶의 완성이라고 한다. 그러므로 죽음은 고통이 아니고 축제이다. 그래서 니체는 천천히 죽고, 이 땅에서 모든 것을 참고 견디라는 설교를 거부하라고 주문한다. 그 대신 삶을 누리는 법과 대지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고 거기에다 웃음까지 배우라고 요청한다. (180)

 

다시, 이 책은?

 

이 책의 결론은 무엇일까?

죽음에 대하여, 죽음은 무엇인가, 죽음 자체에 대한 결론은 보이지 않는다.

어차피 인간에게 죽음이란 아무도 가보지 못한 미지의 영역이기에 그런 결론은 애초부터 무리일지로 모른다.

해서 그 결론은 이 책의 마지막 장인 <죽음은 알 수 없다>가 최선일지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의 제목인 사람은 왜 죽는가에 대한 해답은 훌륭하게 내렸다고 볼 수 있다.

사람은 왜 죽어야 하는가? 저자는 16가지의 이유를 들고 있는데,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그중 어느 하나엔가 분명 고개를 끄덕이게 될 것이다. 해서 죽음에 대한 자세, 즉 삶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질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게 이 책의 가치이고, 이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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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인터넷에서 시작되었다 - 디지털 리터러시를 위한 여섯 가지 이야기
김경화 지음 / 다른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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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인터넷에서 시작되었다   

 

이 책은?

 

이 책 모든 것은 인터넷에서 시작되었다는 책 제목 그대로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세상을 잘 보여준다. 진짜 옛것은 가고 인터넷으로 돌아가는 세 세상이 왔는데, 그 모든 것이 인터넷에서 시작한 것, 새삼 느끼게 된다.

 

저자는 김경화, <서울대학교 인류학과를 졸업하고 한국일보 기자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2000년대 초반 벤처 시절의 포털 사이트 네이버와 다음에서 일했고, 오마이뉴스 재팬 프로젝트에서 COO 이사를 지냈다. 이후 일본 도쿄대학교에서 학제정보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일본 칸다외국어대학교에서 준교수(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인터넷과 디지털 미디어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빠르게 변하는 세상사에 대해 연구하고 글을 쓰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그런 인터넷 시대 살아가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디지털 리터러시다.

글자를 모르면 문맹이라 하고 또한 글자를 안다하더라도 문장과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면 미디어 리터러시 문제가 발생하듯이, 이제 인터넷 시대에도 디지털 리터러시가 문제가 되고, 필요로 한다.

 

이 책은 디지털 리터러시를 위한 여섯 가지 이야기가 담겨있다.

 

첫 번째 이야기 - 모든 것은 인터넷에서 시작되었다

두 번째 이야기 - 디지털 미디어와 표현자들

세 번째 이야기 - 가상공간과 온라인커뮤니티

네 번째 이야기 - 소셜네트워크와 소멸하는 몸

다섯 번째 이야기 - 빅데이터와 멋진 신세계

나가는 이야기 - 미래 도시의 구성원은 누구일까

 

독자들은 이상의 여섯 개 이야기를 읽으면서, 딴 세상의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 주변에서 인터넷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를 알게 될 것이다.

    

인터넷 세상을 살아가기 위한 개념 장착

 

그러한 세상을 잘 이해하면서 살아가려면 먼저 인터넷 세상에서 필요한 용어, 개념에 대하여는 실시간으로 체크하면서 알아두어야 할 것이다.  

 

인포데믹 (9)

정보를 뜻하는 인포메이션(information)과 전염병을 뜻하는 에피데믹(epidemic)을 합성한 말로, 인테넷에서 가짜 뉴스와 왜곡된 정보가 넘치는 현상을 말한다. (9)

 

UCC - User Created Contents    

방송국 등에서 근무하는 전문 인력이 아니라 아마추어 이용자가 제작하여 공유하는 콘텐츠를 말한다. ‘이용자가 만드는 콘텐츠라는 의미다. (69)

 

UDC - User Distributed Contents

용자가 배급하는 콘텐츠라는 뜻으로 SNS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선택이 결과적으로 콘텐츠의 영향력을 넓히고 가치를 높인다는 점에 주목한 개념이다. (75)

 

관심 경제(Attention economy)

인터넷에서는 조회수, 클릭, 리트윗, 좋아요 횟수 등으로 환산되는 이용자들의 관심이 희소가치이며, 최소한의 노력을 기울여 최대한의 관심을 얻는 것이 경제적 효용이다. 이 점을 설명한 개념이 바로 관심경제'다. (79)

 

디지털 네이티브 - 디지털 원어민 혹은 디지털 원주민

어렸을 때부터 PC나 인터넷을 일상적으로 접해서 디지털 미디어에 익숙한 인구층을 말한다(117)

 

디지털 이민자

다른 한편으로, 어른이 된 뒤에 디지털 미디어를 처음 접하고 활용법을 배운 당시의 기성세대를 말한다. (117)

 

필터 버블 (filter bubble)

요즘의 온라인 서비스는 단순히 콘텐츠를 보여주지 않고 이용자의 취향에 따라 콘텐츠를 걸러서 보여준다. 개개인의 취향에 맞게 좋아할만한 맞춤 콘텐츠를 제공하는 개인화 기술의 정밀도는 이미 상당한 수준에 다달았다. 사용자 입장에서는 별 노력없이 선호하는 정보를 손에 넣을 수 있으니 편리한 측면이 있으나 다른 한편으로는 좁고 단조로운 취향 안에 갇히는 결과가 발생한다. 이를 인터넷 이용자들이 개인 취향에 따라 만들어진 작고 편한 공기 방울 속에 갇혔다는 뜻에서 필터 버블이라고 한다. (150)

 

일렉트로닉 페르소나

온라인 공간에서 그 나름의 인격을 갖추고 살아가는 존재를 말한다. (155)

SNS 에 기록된 근황과 사진, 커뮤니티 게시판에 꾸준히 올린 맛집 리뷰, 좋아요를 클릭한 발자취 등 온라인 공간에 차곡차곡 남긴 흔적이 쌓여서 엘렉트로닉 페르소나가 된다.

 

던바의 수

인류학자 던바는 인간이 안정적으로 사회생활을 유지하는 사회 집단은 150명 정도의 규모로 추정된다고 하는데, 이를 던바의 수라 한다.(146)

 

나쁜 세상 증후군

잔인한 장면이 등장하는 TV프로그램이나 영화를 자주 보는 사람은 실제보다도 더 나쁜 일이 많이 일어난다고 간주하는 성향이 있다. 이를 '나쁜 세상 증후군'이라 한다. (151)

 

우호적 세계 증후군

SNS에는 내 생각과 유사한 의견이 대다수다. 친한 친구라면 비슷한 정치적 성향을 갖기 쉽다. 또한 유사한 의견을 피력했을 수 있다. 이런 식으로 개인화 필터를 통해 걸러진 의견을 우선적으로 접하다 보면, 나와 같은 편에 선 사람들의 정치적 의견이 훨씬 더 우세하게 느껴진다. 이를 '우호적 세계 증후군'이라 한다. (153)

 

인터넷 세상에서 나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가?

 

이 책으로 내가 현재 인터넷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나의 모습을 객관적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디지털 네이티브가 아닌 디지털 이민자로서 날마다 저만큼씩 달아나는 인터넷 기술, 용어를 배우느라 허겁지겁하는 모습이 그렇고, 새로운 인터넷 환경에 적응하지 못해서 무언가 하나 항상 빠트리고 다니는 모습도 그렇고, 그야말로 허둥지둥하는 게 내 모습인 것이다. 그러한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나마 인터넷 활용을 잘 하고 있다고 내심 자부하고 있었던 것도 실상은 필터 버블 (filter bubble)’에 의해 제한되고 있었고, 소셜 네트워크에서는 맺은 친구가 실상은 우호적 세계 증후군으로 나의 생각을 편향적으로 만들었다는 것이니, 인터넷 세상에서의 나의 좌표가 어디에 있는 것인지 깨닫게 해 주고 있는 것이다. 열심히 인터넷 세상에서 뒤떨어지지 않으려고 발버둥쳤던 것도 실상은 내가 인터넷에 갇혀 있다는 것, 알게 된다.

 

다시,이 책은?

 

이 책 딱딱한 이론 책이 아니다.

저자가 몸소 디지털 이민자로서 살아온 경험도 충분히 녹여 놓아, 같은 이민자로서 동질감을 느낄 수 있어, 저자가 말하는 것에 대해감하며 읽을 수 있다는 것이 이 책의 장점이다.

 

저자의 체험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어가는 동안, 인터넷으로 인해 바뀐 세상의 모습을 조금은 더 확실하게 이해한 것 같은 안도감도 드는 게, 또한 장점이다.

 

저자가 말하는 것들이 모두가 피부에 와 닿는 이야기며 그만큼 실제적이고 구제척인 이야기로 받아들일 수 있으니 이 또한 장점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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