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를 만지다 - 삶이 물리학을 만나는 순간들
권재술 지음 / 특별한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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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를 만지다

 

이 책은?

 

이 책 우주를 만지다<삶이 물리학을 만나는 순간들>이란 부제를 달고 있다.

 

저자는 권재술,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물리교육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학교에서 과학교육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한국교원대학교 물리교육과 교수, 한국교원대학교 총장으로 재임했으며, 한국과학교육학회 회장, 한국물리학회 물리교육분과 위원장 등을 역임하였다. 대학에서는 과학교육론과 상대론을 강의했으며, ·중등 과학 및 물리 교과서를 다수 집필하였다. 대표 저서로는 과학교육론(공저)우리가 보는 세상은 진실한가가 있다. >

 

이 책의 내용은?

 

배운다. 많이 배운다.

고등학교 때 배웠던 물리, 골치 아팠던 과목이어서 학교 졸업후 한 번도 가까이 한 적이 없는 과목 물리를 이렇게 다시 만난다. 만나 새롭게 많이 배운다.

 

물리의 기본은 길이. 길이 재기다.

저자는 말한다. <모든 과학적인 활동은 결국 길이 재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6)

 

무슨 말인지, 조금 더 자세히 들어보자. 그 앞에 나오는 말이다.

<과학은 자연을 측정하는 것이고, 측정을 한다는 것은 결국 길이를 재는 것이다.

시간도 알고 보면 시곗바늘이 돌아가는 정도(길이)를 재는 것이고,

무게를 측정하는 저울도 알고 보면 저울 눈금이 돌아간 길이를 재는 것이다.

박테리아와 같은 미생물을 연구할 때 현미경으로 들여다본다. 그것도 결국 크기를 재는 것이다.

원자 물리학도 알고 보면 원자의 크기를 재는 일이다.>

 

이렇게 얘기를 끌고 가는 저자는 그 말의 마무리를 이렇게 한다.

<천문학도 별까지 거리를 재는 학문이다. 모든 과학적안 활동은 결국 길이 재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렇게. ‘길이, 거리라는 개념을 기초에 놓으니, 갑자기 물리라는 학문이 한 눈에 들어오는 듯하다.

 

이 책, 그렇게 쉽게 시작하여, 설명하는 가운데 특히나 우리 삶 속에서 행해지는 상황으로 물리학 개념들을 설명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실로 크다, 특히 나같은 물리 포기자에게는 더더욱 그렇다.

다음과 같은 예를 들어본다.

 

슈뢰딩거의 고양이

 

이 책에서 슈뢰딩거의 고양이를 언급하기에, 기필코 이해하려고 작심하고 몇 번 읽으면서 새겨보았다. 그 결과 다음과 같이 나의 글로 정리를 해 볼 수 있었다.

 

문제가 나온다.

여기 상자 속에 고양이가 한 마리 있고, 상자에는 독가스통이 있는데, 독가스통이 1분 이내에 터질 확률이 2분의 1이라고 하자. 1분이 되었을 때 이 고양이는 살았을까, 죽었을까?(176)

 

이걸 내 말로 한번 답을 해보자. 이 책 내용을 몇 번 읽으면서 나름 정리해 본 것이다.

양자 중첩이란 개념을 먼저 이해해야 한다.

양자 중첩이란, 여러 물리적 상태가 서로 섞여있는 것이다. 자연현상은 관측하기 전에는 다양한 상태가 중첩되어 있다가 관측하는 순간, 그중 하나의 상태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그럼 이것을 슈뢰딩거의 고양이에 적용해보자.

1분이 지나 상자를 열기 전까지는 고양이는 죽었을 수도 있고 살았을 수도 있다. 이게 바로 양자 중첩의 경우다. 그런데 상자를 열면, 즉 관측의 시점에 이르면 고양이는 죽거나 살거나 둘 중의 하나로 나타난다. 그러니 슈뢰딩거의 고양이는 그 자체보다는 양자 중첩이라는 개념을 이해하는데 아주 적절한 케이스인 것이다.

 

저자는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간다. 이것을 우리 인생에 적용하는 것이다.

 

앞으로 성공할지 실패할지 현재는 아무도 모른다. 양자역학을 응용하여 설명하자면, 현재의 나는 성공과 실패가 중첩된 상태로 존재한다. 그러다가 미래의 어느 시점, 즉 관찰의 시점이 되어 상자를 여는 것처럼 판정을 내리는 시기에는 성공과 실패 둘 중의 하나로 결론이 난다. 따라서 우리들의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미래의 어느 순간까지는 양자 중첩의 시대다. (178)

 

나는 여기에서 양자(量子) 중첩양자(兩者) 중첩으로 생각해 보았다. 우리의 현재는 실패냐 성공이냐 양자(兩者)가 중첩되어 있다가 미래 언젠가는 실패냐 성공이냐 양자(兩者) 중 하나로 결론이 난다, 는 식으로.

 

불확정성의 원리

 

또 하나 불확정성의 원리라는 게 있다. 그간 여러 번 이해를 시도해보았으나, 읽을 때는 이해가 된 것 같은데 나중에 보면 항상 그 자리여서, 안타까웠던 개념이다.

 

불확정성의 원리란 전자나 원자와 같은 작은 입자의 상태(즉 위치나 속도, 운동량과 에너지 등)를 정확히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우리가 어떤 입자의 상태를 알기 위해서는 관찰을 해야 하는데, 관찰하는 행위가 관찰 대상의 상태를 교란하기 때문에 원래의 상태를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182)

 

대체 이게 무슨 말인가?

원자, 전자로 이해하려니, 눈에 보이지 않는 개념들이라 이해 자체가 안되는 것이다. 그런 원리를 저자는 이렇게 풀이한다.

 

어머니가 딸이 무엇을 먹고 싶은지 알기 위해 물었다. “무엇을 먹고 싶니?”

딸은 원래 다른 것을 먹고 싶었는데, 어머니로부터 혼날까 봐 그냥 우유라고 답한다.

그러면 어머니가 딸의 마음을 제대로 알아낸 것일까?

 

아니다. 관찰 행위 자체가 그 대상을 교란해서 실상과는 다른 것을 관찰한 것과 마찬가지로 딸의 마음을 관찰하려다가 다른 결과를 야기한 것이다. 그러니 딸의 원래 마음을 알기 위해선 다른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 그런데 그것조차 쉽지는 않은 일이다.

 

이처럼, 전자나 원자와 같은 작은 입자의 상태를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이게 불확정성의 원리다.

 

다른 책에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소립자 세계에서는 위치(s)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속도(v)가 불확실해지고, 반대로 속도(v)를 정확히 측정하려면 위치(s)가 불명확해진다. 예를 들어보자 (……) .

 

어려운 물리학 개념을 우리 삶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상황으로 대치하여 설명하니. 물리학 개념은 물론, 인간 심리를 알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기쁨을 맛볼 수 있었다.

 

다시, 이 책은? - 저자의 연륜이 돋보이는 서술

 

저자의 경력을 보니, 이 책이 왜 그리 쉽고 재미있게 읽히는지를 알 것 같다.

그 어려운 물리학을 설명하는데힘 안들이고, 어려운 말은 되도록 쓰지 않으면서도 보통 사람들 알아듣기 쉽고 편하게 서술을 하고 있어, 나 같은 물리 포기자도 책에 몰입할 수 있었고, 덕분에 그간 어려워 몇 번이나 시도하다 그만 둔 물리학의 주요 개념들도 드디어(!) 이해(의 근처, 그래도 가까이)를 할 수 있었다.

더하여 인간 삶의 여러 상황도 물리학 개념을 적용하여 풀어 볼 수 있다는 것, 이 얼마나 신선한지, 이젠 '물리'가 달라졌어요! 

 

해서 이 책의 제목처럼 우주를 손으로만진 듯하다. 그건 단지 기분 탓만은 분명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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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넘은 여자는 무슨 재미로 살까?
김영미 지음 / 치읓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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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 넘은 여자는 무슨 재미로 살까?

 

이 책은?

 

이 책 마흔 넘은 여자는 무슨 재미로 살까?는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김영미, <한 남자의 아내이자 세 딸의 엄마다. 언뜻 보기엔 평범해 보일지 모르지만, “사는 재미가 없으면 살아도 사는 게 아니다!”를 모토로 하루하루 뭐 하고 놀지?’를 외치는, .. 잘 노는 마흔 넘은 여자.>

 

저자 소개를 읽자마자 감이 온다. 마흔이 넘은 여자의 살아가는 이야기, 뭔가 진솔한 이야기가 담겨, 책장을 여는 순간 짠! 하고 튀어나올 것 같다.

 

이 책의 내용은?

 

아니나 다를까. 얘기 수준이 보통이 아니다.

이야기 내용도 이거, 장난이 아니다.

 

살아오면서 겪은 일, 느낀 것들이 가감 없이 막 튀어나온다.

결혼 전 있었던 일, 결혼 후 있었던 일 - 가만 있어보지, 그렇지! 남녀를 불문하고 결혼한 사람은 인생 구분이 그런 걸. 결혼 전과 결혼 후로 - 을 조곤조곤, 때로는 격정을 담아 독자들에게 풀어놓고 있다.

 

인생이란 이런 것이다.

 

이 책이 저자의 두 번째 책이라 한다.

첫 번째 책은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인데, 그 책에서 저자는 나는 작가가 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진짜 좋은 사람, 진정 행복한 사람이 되고자 글을 쓴다고 말했다.

 

그럼 이 책에서? 저자는 그 후 행복으로 가득 채워진 삶을 살았을까?

이 책은 그런 이야기로 가득한 걸까?

 

저자는 “20대 끝자락에 결혼해서 평범한 주부로 살게 되었다. 남편 사업은 잘되고,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라주었다.”(205)고 말한다.

 

이런 말이 계속 이어져, ‘나는 행복해, 나는 행복합니다.’라는 말로 인생이 채워진다면?

아마 그런 인생은 없겠지만, 우선 이 책은 나오지 않았을 것이다.

비록 첫 번째 책에서 진정 행복한 사람이 되고자 글을 쓴다고 말했지만 그렇지 못했던 것이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일단 읽어보자. 이런 대목, 글 소제목부터 읽어보자.

 

- 얼마 전, 나는 결혼생활의 최대 위기를 맞았다

- 사랑을 드라마로만 배웠어

- 이혼을 결심했다

- 입간판 사랑합니다

- 나의 감추고 싶은 치부를 이곳에 밝히는 이유

- 그냥 이혼하지 않기로 했다

 

소제목만 읽어도 어떤 일이 저자에게 벌어졌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결혼 생활에 최대 위기를 맞았다. 말 그대로 맞은 것이다.

멀쩡한 사람이, 아무 잘못도 없는 사람이 인생에게 한 대 두들겨 맞은 것이다.

 

우리말 맞는다의 오묘한 중의(重意), 그 말보다 사실을 확실하게 표현하는 말이 있을까?

저자는 그렇게 위기에 두들겨 맞고한참을 헤맨다. 이혼을 결심한다. 그러면서 매일 매일 전쟁을 치른다. 자기 자신과도 전쟁이요, 남편과도 전쟁이다.

 

인생은 그리 쉬운 게 아니다.

 

저자의 두 번째 책, 첫 번째 책에서 다짐한 대로, 행복한 이야기만으로 채워졌다면, 그런 이야기를 누가 듣고 읽으려 할 것인가?

 

“20대 끝자락에 결혼해서 평범한 주부로 살게 되었다. 남편 사업은 잘되고, 아이들은 건강하게 자라주었다.”(205)고 말한 다음 저자의 말은 어떻게 진행이 되었을까?

 

우리말은 끝까지 들어봐야 한다고 하지 않는가?

그러니 더 들어보자.

이대로라면 내 삶은 영원히 행복할 것 같았다. 하지만 곧 위기가 찾아왔다. 위기는 언제나 이때 되었다고 안심할 때쯤, 달콤한 행복에 방심하고 있을 때쯤 찾아왔다.”    

 

해서 저자의 투쟁이 시작된다그런 저자의 투쟁이 있기에, 독자는 귀 기울인다.

이혼 작심 전말기가 펼쳐지고, 이혼 결심을 철회하기까지의 이야기가 한참이나 진행된다.

그런 다음에는?

그런 이야기 공연히 꺼낸 것 같아, 저자는 후회한다.

그런 후회에 대해, 동료작가의 발언 들어보자. 아주 명쾌하다.

 

작가님 글 읽고 그분들은 아마, ‘겉보기엔 걱정 하나 없을 것 같더니, 이런 힘든 일이 있었네라고 생각했을 거예요. 더러는 나한테만 이런 일이 있는 건 아닌가 봐하고 위로받은 아줌마들도 많을 테고요. 그런 일들은 다 말 못하고 가슴에만 묻고 사니까요!“

 

동료작가가 했다는 말, 맞다. 그저 입에 발린 소리가 아니다. 글은 그렇게 다가가 상처 입은 사람을 위로해준다. 상처받은 사람만이 상처 입은 사람을 위로해 줄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그래서 위로의 책이다. 40대 여자가 40대 상처받은 여자에게, 그리고 남자에게 위로를 건네는 책이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늘 우리는 벼랑에서 뛰어내려야 하는 순간을 맞는다. 무조건 뛰어라. 떨어지는 동안에 날개를 만들면 된다.” (72)

- 화성 연대기화씨 451로 유명한 레이 브래드버리가 한 말이다.

 

진짜 멋진 책은, 작가가 엄청 친한 친구처럼 느껴진다.” (146)

- 호밀밭의 파수꾼의 저자 J.D. 샐린저가 한 말이다.

 

감사할 줄 모르는 아이는 뱀의 혀보다 더 잔인하지 않은가?”(255)

-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말이다.

 

다시, 이 책은?

 

저자는 마음먹으면, 다 해낸다.

 

요가(160)도 마라톤(170)도 공인중개사 시험도 합격(134)한다.

또 마음먹고 노력해서 작가가 된다. 이번이 두 번째 책이니, 요행으로 책을 낸 게 아니라는 얘기다.

 

저자는 이번 책을 쓰면서, 얻은 것을 이렇게 정리한다.

<그러나 글을 써가면서 나는 배웠다. (……) 작가의 모든 내적 변화와 올바른 행동, 그리고 그로 인해 바뀌는 삶의 모양은 고스란히 책 속에 담긴다. 인생을 정리해 한 권의 책에 담으니 삶이 정돈되고 안정되기 시작했다.> (257-258)

 

정말로 이 두 번째 책 이후에도, 첫 번째 책에서 다짐했던 그 말 나는 작가가 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 아니라 진짜 좋은 사람, 진정 행복한 사람이 되고자 글을 쓴다는 말이 꼭 이루어지기를 소망해본다.

 

그렇게 진정 행복한 사람이 되기를, 그런 마흔 살을 살아가기를 응원해본다.

마흔, 참으로 좋은 때 아닌가? 특히 여자 나이 마흔이면!

이 책으로 이 땅을 살아가는 모든 마흔 넘은들이 위로를 받고 힘을 얻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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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요슈 선집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사이토 모키치 지음, 김수희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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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요슈 선집

 

이 책은?

 

이 책 만요슈 선집은 일본의 시가집 <만요슈 (万葉集)>중에서 선별하여 선집으로 편집한 것이다.

 

저자는 사이토 모키치, <1882~1953. 1910년 도쿄제국대학 의과대학을 졸업하였다. 전공은 정신의학으로, 정신과 의사이자 가인으로 활동하였다.>

 

저자의 생몰 연대를 보니, 지금은 고인이 된 분이다.

이 책의 저술 연도는 서문에 1938년이라 되어 있으니, 실로 시대를 초월하여 읽히고 있는 책이라 생각이 든다.

 

이 책의 내용은?

 

일단 이 책의 원본이 되는 만요슈(万葉集)에 대하여 잘 알지 못하기에, 찾아보았다.

 

일본에 현존하는 고대 일본 와카집(和歌集)이다.

7세기 후반에서 8세기 후반에 걸쳐서 만들어진 책이며, 이 책의 성립은 759년으로 본다.

20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질로나 양적으로 보아 단연 일본 최고의 시가집이다.

형식은 조카(長歌), 단카(短歌), 세도카(旋頭歌)등으로 다양하며 천황에서 서민에 이르기까지 약 480여명에 가까운 가인(歌人)의 노래이다.

4,530[단카(短歌) 4,200, 조카(長歌) 260, 그 이외 60]가 실려 있다.

 

와카(和歌)에 대한 지식 역시 없어, 다시 찾아볼 수밖에 없었다.

와카(和歌)는 일본을 대표하는 노래로서, 고대의 가요에서 분화(分化)되어 문학장르로 독립된 이래, 오랫동안 일본인의 감성을 표현하는 주요한 양식이 되어 왔다.

초기에는 장가, 세도카, 가타우타 등 다양한 형식의 노래가 보이지만, 57577의 단가가 가장 대표적인 형식으로 자리잡게 되며, 와카를 미소히토모지[三十一文字- みそひともじ]라고 부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와카(和歌) 번역에 관하여

 

이에 대하여 역자는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정형시의 번역이라는 특성상 음수율은 시의 생명과도 직결된다고 파악되었다.

이에 따라 당초에는 최대한 일본 고전 운문의 틀인 57577 이라는 음수율에 맞춰 한국어역에 임하고자 했다.

그러나 번역 작업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일본어의 음절수와 우리말의 음절수를 일치시키려고 하는 것은 도저히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기계적으로 음절수를 맞추려고 하는 대신 말묶음’, ‘소리때림등의 이미지를 살려 최대한 리듬을 재현해보고자 하는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492).

 

위와 같은 번역자의 말을 듣고 나니, 우리말로 번역된 시를 읽을 때에 그저, 우리말 짧은 시정도로 생각하고 읽어 내려갈 수 있었다.

 

해서 각 시를 읽는 방법은, 저자가 해설하는 그대로, 순서를 따라 다음과 같이 하였다.

지은이, 지은이에 관련된 사연, 그리고 전체적인 내용을 해설하고, 세부적으로 구절을 분석.

 

그러니 시 자체에 대하여는 저자의 해설로 충분하게 이해가 되는데, 문제가 또 있다.

지명과 인명이 등장하는 시에 대해서다. 지명이 들어있는 시는 그 내용파악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 지명이 가지는 의미가 분명 있는데 그게 외국인으로서는 확실하게 그 의미가 다가오질 않아서, 부득이 제외하고 지명, 인명이 들어있지 않은 것을 위주로 읽었다.

 

특정 지명이 들어있는 시, 일단 읽어보자.

 

이나비 들판도 지나가기 힘들다 생각했더니

마음 속에 그리던 가코섬이 보이네. (249)    

 

위의 시에서 가코섬이란 말 대신에 제주도가 보이네로 썼더라면 이해가 빨리 될 것인데 가코섬이라 하니, 거기가 어딘지도 모르겠고, 설령 현재 그곳이 일본의 어디쯤 (이나미군의 동부, 즉 가코강이라 함) 이라는 해설을 읽어도, 역시 마찬가지로 시의 감흥은 맛보지 못하게 된다. 해서 부득이 그런 시는 넘겨버리고, 지명과 인명이 도드라지지 않는 시를 위주로 해서 읽었다.

 

가을 들녘에 이삭 위를 감도는 아침 안개여

내 사랑도 어딘가로 사라질 수 있으리오. (146)    

 

이걸 일본의 57577 운율에 맞춘다고 한국어 음절도 57577로 제한했더라면, 과연 그 의미가 재대로 전달될 수 있었을까?

 

과감하게 그 형식에서 벗어나게 번역하기로 한 역자의 결단이 빛나는 대목이다.

 

이 시는 닌도쿠 덴노의 부인 이와노히메 황후가 덴노를 그리워하며 읊었다는 시다.

(* 덴노라는 용어, 천황[天皇]이라는 말이다. 이 책의 저자가 일본인인만큼, 그걸 감안해서 리뷰에서도 덴노'라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하고 있다는 점, 양해하시라.)

 

전체적인 의미를 저자는 다음과 같이 풀어내고 있다.

 

가을 밭 벼이삭 위에 낀 아침 안개가

언제 어디로랄 것도 없이 사라져버리는 것처럼

이리도 애절한 내 사랑도 어딘가로 사라져갈 수 있을까요.

그리 되지 못해 너무나 괴롭기만 하옵니다.

 

일본 새연호 레이와(令和)’와의 관계

 

이 책의 발간 연도는 1938년인데, 일본의 새연호 레이와(令和)’만요슈에서 유래된 것이라 해서 다시 만요슈가 관심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라 생각된다. 그래서 편집자는 이 책의 말미에 이와나미 서점 홈페이지에 게재된 레이와 Q&A'를 첨부하였다. 이웃나라 일본의 독특한 제도인 연호에 얽힌 이야기인만큼, 일본을 한 걸음 더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다.

 

다시, 이 책은? - 아쉬웠던 점

 

리뷰의 서두에서 밝힌 바와 같이 만요슈(万葉集)와 와카(和歌)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었던 관계로, 이 책을 읽는데 애를 먹었다는 것, 고백한다. 그동안 만엽집(万葉集 - ‘만요슈보다는 만엽집이 더 입에 편하다 ) 이라는 시가집에 대하여 많이 들었고, 그래서 궁금증이 많았던지라, 그걸 풀기 위해 이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들어가는 문 앞에서 많은 시간, 노력을 들일 수밖에 없었다.

 

해서 이 책에 역자 후기 또는 별도의 항목으로 만요슈(万葉集)와 와카(和歌)에 대한 개괄적인 해설을 해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또하나, 위에 인용한 시 같은 경우, 닌도쿠 덴노의 부인 이와노히메 황후가 덴노를 그리워하며 읊었다는 시인데, 거기 또하나의 여인이 개재되어 있다고 저자는 해설에 덧붙이고 있다.

이런 해설에 역자가 조금더 살을 붙여주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기대는 너무 과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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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 나쁜남자 편
최문정 지음 / 창해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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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 나쁜 남자 편

 

이 책은?

 

이 책 소설로 읽는 조선왕조실록 : 나쁜남자 편은 조선왕조 시대를 배경으로 '나쁜 남자'를 주제로 하여 소설로 형상화한 작품이다.

 

저자는 최문정, <(본명 유경愈景경남 진해에서 태어나 이화여자대학교 사범대학 과학교육과를 조기 졸업했으며,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경기도의 한 중학교에서 과학교사로 재직 중이다.>

 

과학교사가 역사 소설을 쓴다는 것, 특이하다.

 

일인칭 서술의 효과

 

이 책 첫 장은 대뜸 고려말, 나의 어머니 원경왕후는.....’이라는 말로 시작한다.

물론 그 위에 첫 장 타이틀 - 왕위를 버린 남자, 양녕대군 - 이 있으니, ‘가 누구인지 알기는 하지만, 이렇게 대뜸 일인칭으로 시작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았던 것이다.

 

역사를 다룬 글에서 라는 일인칭으로 글을 끌어나간다는 것은 그 글의 성격을 아주 편향적으로 잡겠다는 것이다. ‘라는 사람의 시각으로 볼테니, 아주 한쪽으로 치우친 주관적인 글이라는 것이다. 그런 글이 역사를 다루는데 적절한 것일까?

 

저자는 그렇게 일인칭을 사용함으로써, 말하는 사람인 역사적 인물의 실체를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왜냐? 지금껏 우리는 역사책을 부지런히 읽어왔기 때문에 셋째인 충녕을 후계자로 삼은 태종도 알고, 그렇게 해서 왕이 된 충녕(세종)도 알기에, 이제 양녕의 속도 들여다보고 싶은 것이다. 그런 독자들의 심리를 파악한 저자가 일인칭으로 양녕을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이 책에 수록된 다른 글들에서 양녕을 비롯한 다른 인물 - 소헌왕후, 문종, 연산군, 중종의 왕비인 단경왕후 - 들 모두 그렇다. 저자는 실존인물들의 속 깊은 곳까지 파고 들어가, 그들의 심정을 잘 드러내며, 일인칭을 성공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영화 스크린에 주인공의 눈에 잡힌 영상이 상영되는 것처럼, 일인칭 카메라가 그 앞에서 펼쳐지는 사건들, 등장하는 주변의 인물들을 잘 잡아내고 있는 것이다.

 

나쁜 남자란 어떤 사람?

 

왕위를 버린 남자, 양녕대군

 

양녕대군 속을 언제 들여다 본적이 있던가?

아마 없는 듯하다. 세종이 된 충녕의 속은 그랬던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양녕 측의 얘기는 들어본 적이 없다.

 

저자는 이 책의 제목에서 구도의 축을 나쁜 남자로 잡고, 양녕도 나쁜 남자측에 들게 하려는 모양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나쁘고 나쁜, 악한으로 또는 천하의 인간 말종으로는 하지 않을 것이니, 본인의 입으로 나쁜게 뭔지 들어보기로 하자.

 

나도 아버지와 똑같이 굴면 어떻게 될까? 만취한 머릿속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들은 아버지를 닮기 마련이었다. 아버지가 나쁜 남자라면 나도 나쁜 남자가 되어야 했다. ...그렇게 나는 비뚤어지기로 결심했다. (31)

 

한마디로 나는 목숨을 걸고 폐세자가 되려 발악하는 것이다.(35)

 

나는 마침내 왕위를 버리기로 결심을 했다. 미치는 것은 쉬웠다.(37)

 

비록 내가 원해서 폐세자가 되었다고는 하지만 무능하고 여색을 탐한 인물로 역사에 남을 것이 안타깝기도 했다. (46)

 

요지는, 양녕은 그의 아버지 태종 이방원의 권력 추구 과정에서 환멸을 느꼈다는 것이다. 이방원을 아버지로 둔 죄로, 권력을 얻기 위해서 어떤 일이 일어났는가를 아주 가까운 거리에서 보고 듣고 철저하게 느낀 바 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런 자리 앉기 싫어서 나쁜 남자가 되었다는 것, 충분히 공감이 간다.

 

나만 몰랐던 사랑 이야기, 문종

 

문종 역시 나쁜 남자다. 그의 부인에게는 사정없이 나쁜 남자다.

그의 고백을 들어보자.

 

여자에게는 혼례복을 입고 연지, 곤지를 찍는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하는데 난 그 순간을 빼앗고도 아무런 죄책감이 없었다. (122)

 

떠오르는 기억은 모두 순임의 상처뿐이었다.

후회는 아무 소용없었다.

순임은 돌아오지 않았다.

나는 세상 누구보다 나쁜 남자였다. 순임은 그런 나를 진정으로 사랑했다. (126)

 

회임으로 힘들어한다는 소식을 듣고도 한 달이나 찾아보지 않다 처소에 들른 날이었다. 원망스런 기색 하나 없이 그저 좋아서 나를 힐끔거리는 모양이 한심스럽기도 신기하기도 했다. 자존감 따윈 없는 아이라 비웃으며 물었다.

넌 내가 한 달 만에 왔는데도 원망하는 기색 하나 없구나. 내가 그리도 좋으냐? 도대체 왜 내가 좋은 게냐

모르겠습니다.”

순간 심통이 났다. (126)

 

연산군

 

연산군은 두말할 필요없이 나쁜 남자다. 나쁜 왕이다.

그의 고백을 들어보자.

 

내 광기는 점점 나 자신을 갉아먹고 있었다 하지만 나 자신을 제어할 수 없었다. (181)

 

그러나 저자의 평가를 들어보면, 상황이 달라진다.

 

무오사회 이전의 연산군은 정치적 감각도 뛰어났고 개혁적인 정책도 추진하는 뛰어난 왕이었다. .....또한 무오사회 이전에는 후궁도 많이 두지 않았고, 왕비였던 거창군부인 신씨와의 관계도 돈독했다. (186)

 

연산군이 폐위된 후 등극한 중종의 왕비, 단경왕후는 이렇게 평가한다.

 

자신의 어머니가 억울하게 폐비되어 사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연산군은 점점 더 포악하게 변해갔다. (202)

 

그러니, 아무리 좋게 봐준다 해도 나쁜 남자 타이틀을 벗기는 어렵다.

 

중종의 왕비, 단경왕후가 중종에 대해 전한다.

 

중종의 왕비, 단경왕후 신씨 이야기다. 그녀는 중종이 된 진성대군과 대군 시절 결혼을 한 후에 연산군이 쫓겨나고 그 뒤를 이어 남편 진성대군이 임금 중종이 되는 바람에 왕비가 되었다.

 

그러나 그 왕비 자리에서 아버지 신수근이 반정에 가담하지 않았다는 이유 때문에 쫓겨나게 된다. 그래서 우리 역사에서 인왕산 치마바위로 알려지고 있는 인물이다.

 

그녀는 중종에 대한 조정대신들의 발언을 이렇게 전한다.

조금도 가엾고 불쌍히 여기는 마음이 없으니 전일 도타이 사랑하던 일에 비하면 마치 두 임금에게서 나온 일 같다. (220)

 

중종은 나쁜 남자, 그리고 나쁜 왕이었다. 이를 조선왕조실록이 말해주고 있다.

 

사신은 논한다. 상은 인자하고 유순한 면은 남음이 있었으나 결단성이 부족하여 비록 일을 할 뜻은 있었으나 일을 한 실상이 없었다. 좋아하고 싫어함이 분명하지 않고 어진 사람과 간사한 무리를 뒤섞어 등용했기 때문에 재위 40년 동안에 다스려진 때는 적었고 혼란한 때가 많아 끝내 소강(小康)의 효과도 보지 못했으니 슬프다.

사신은 논한다. 인자하고 공검한 것은 천성에서 나왔으나 우유부단하여 아랫사람들에게 이끌리어 진성군(甄城君)을 죽여 형제간의 우애가 이지러졌고, 신비(愼妃)를 내치고 박빈(朴嬪)을 죽여 부부의 정이 없어졌으며, 복성군(福城君)과 당성위(唐城尉)를 죽여 부자간의 은의(恩義)가 어그러졌고431) , 대신을 많이 죽이고 주륙(誅戮)이 잇달아 군신의 은의가 야박해졌으니 애석하다.

(중종실록 105, 중종 391115일 경술 12번째기사 1544년 명 가정(嘉靖) 23)

(이 책, 235)

 

기구한 사연, 세 여인의 정처(定處)

 

연산군과 중종에 얽힌 세 여인이 있다.

중종의 왕비 단경왕후 신씨, 그녀는 이조판서 신수근의 딸이다.

연산군의 정비 역시 신씨다. 신씨라는 것이 문제가 된다. 바로 신수근의 누이다. 그러니 단경왕후 신씨의 고모가 된다.

또 한명의 여인이 있다. 연산군의 장녀 휘경공주다.

 

먼저 왕비의 자리에서 쫓겨난 단경왕후 신씨, 그녀는 궁전에서 나와 거처를 전전하다가 오라비 집으로 옮겨간다. 거기에는 이미 연산군의 왕비였던 고모(신수근의 누이) 신씨가 친정이라고 와있었다. 연산군과 중종 때문에 피해를 본, 두 명의 여자가 한 집에 기거하게 된 것이다.

여기에 또 한 여인이 들어온다. 바로 연산군의 장녀 휘경공주.

그녀는 연산군이 폐위된 후 이혼당한다. 세상 인심의 야박함이여! 아버지가 임금 자리에 있을 때는 부마 자리를 그리 자랑하더니, 연산군이 그리 되니 단박에 부인을 쫒아낸 것.

 

그렇게 해서 세 명의 여인이 한 집에 살게 된다.

이 모든 게 나쁜 남자들 탓이다. 나쁜 남자에 나쁜 임금, 그런 역사가 우리 역사다.

 

다시, 이 책은? - 이 책의 압권, <장옥정전>

 

"똑같은 이야기가 어떤 입장이냐에 따라 이렇게 달라질 수도 있다는 것을 나는 몰랐다."(165)

 

연산군의 발언이다.

연산군이 왕으로 즉위한 후에 외할머니로부터 어머니 폐비 윤씨에 대해 듣게 된다.

외할머니가 전해준 이야기는 그동안 신하로부터 들어온 사연과는 달랐다.

똑같은 이야기가 어떤 입장인가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이런 것, 인현왕후와 장희빈의 경우 또한 마찬가지다.

누구 입장에 서서 듣느냐에 따라 장희빈은 천하에 몹쓸 악녀가 되기도 하고, 그 반대로 현숙한 여인으로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궁녀 김원미를 필자로 내세워, 장옥정, 장희빈의 한을 풀어준다.

그동안 인현왕후의 편에 서서 그쪽 얘기만 실컷 들었던 독자에게

저자가 김원미에 빙의되어 풀어쓴 <장옥정전>은 역사의 기록이 어떠해야 하는가를 새삼 생각하게 하며 또한 역사소설이 어떤 것인가를 놀랍도록 깨닫게 해 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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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은 아물지 않는다 - "어느 생이든 내 마음은 늘 먼저 베인다"
이산하 지음 / 마음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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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은 아물지 않는다

 

이 책은?

 

이 책 생은 아물지 않는다는 에세이집이다.

저자는 이산하, 시인이다.

 

이 책을 보다 더 의미있게 읽으려면 저자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난 후에 책을 읽어야 한다.

그가 1987제주 4·3항쟁의 학살과 그 진실을 폭로하는 장편서사시 한라산을 발표해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되었다는 사실과 석방 이후 10년의 절필 기간에 전민련과 참여연대 국제인권센터 실행위원, 국제민주연대 인권잡지 사람이 사람에게초대 편집위원장을 역임하는 등 인권단체에서 활발하게 활동했다는 것 역시 알아야 한다.

 

그의 시는 책상에서 나온 시가 아니다.

그의 시는 망각에서 우리를 일깨워준.

 

이 책의 내용은?

 

시집 한라산의 저자인 시인 이산하가 쓴 아포리즘.

여기 모두 111편의 글이 소개되고 있다.

 

아포리즘이란?

<깊은 체험적 진리를 간결하고 압축된 형식으로 나타낸 짧은 글로 금언 ·격언 ·경구 ·잠언 따위를 가리킨다.>

 

이 책에 실려 있는 111개의 글들은 그 글 하나 하나가 모두 아포리즘이라 할 정도로 간결하지만 깊은 의미를 담고 있다.

 

해서 소개하고 싶은 것이 많은데, 그 중에는 나를 일깨워주는 것, 새롭게 알게 되는 것,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또 시도 있다.

 

먼저 이런 글 읽어보자.

<모든 나무들은 서로가 서로에게 소중한 자산이다. 잘리고 병든 이웃 나무들에게 영양분을 공급해 최대한 오래 버티게 하는 것이 자신에게도 유리하다. 그 애정과 결합의 정도가 강한 숲일수록 더 오래 유지된다. 참나무나 전나무, 가문비나무, 더글러스소나무 등 거의 모든 나무도 마찬가지다. 숲이나 산을 걷다가 발견하는 살아남은 밑동은 그런 우정과 상호 연결의 결과이다.> (25)

 

그래서 글의 앞부분, 이런 글을 새겨야 한다.

나무들도 서로 영양분을 나누지 않으면 더 빨리 죽고 죽은 나무도 금방 썩어 숲에 구멍들이 뚫린다. 그럴 때 태풍이 오면 옆이 나무들도 쉽게 쓰러져 죽는다.

 

옆의 나무가 쓰러지는데, 저라고 별 수 있을까?

 

코스타리카라는 나라는 군대가 없다. 사실일까?

저자는 그 나라를 이렇게 소개한다.

<코스타리카는 1948년 과감하게 군대를 해체해 버렸다. 대통령은 군대가 없는 것이 최대의 방위력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군대가 없으니 당연히 무기도 필요 없을 것이다.> (43)

 

이런 사실, 정말일까?

정말이다. 사실이다.

인터넷 검색을 통해서 확인한 바는, <1949년 헌법 개정을 통해 군대를 철폐한 이후 경찰이 치안유지와 국토방위의 임무를 담당하고 있다. >

  

사람이 죽으면 꽃을 같이 묻었다. 예부터. 

지금의 이라크 북부, 한 동굴에서 6만년전의 화석이 발견되었다.

그런데 그 유골 근처에 빙 둘러 꽃가루들이 나왔다. 그 꽃가루들을 분석하니 놀랍게도 지금도 볼 수 있는 꽃들이었다. 아킬레아, 엉겅퀴, 접시꽃, 히아신스 등.

그때도 네안데르탈인들은 사람이 죽으면 꽃을 같이 묻었던 것이다. (68)

 

현각스님은 요즘 뭐하시나요?

예전에 엄청난 인기를 몰고 다녔던 화제의 스님이 있다. 현각 스님.

베스트셀러의 저자이기도 하다. 만행 : 하버드에서 화계사까지

그랬던 스님이 안 보인다. 매스컴에 나오질 않는다. 어디에 계시는지?

 

한국을 떠나셨다. 이유 중 하나는, 소위 인기라는 것이다. (248)

유명해지는 것은 전혀 내 뜻이 아니었는데... 결국 명성은 또 다른 짐이자 고통이란 걸 깨달았다. 난 외로워지기 위해 유럽으로 떠난다. 거기서 또다시 유명해진다면 난 또 다른 곳으로 떠날 것이다.”

 

진정한 구도자, 수도자는 인기에 연연해하지 않는 것이다, 아니 인기 근처에도 가면 안 된다는 게 덧붙인 나의 생각이다.

 

아포리즘중 아포리즘 - 이런 시는 어디 벽에라도 굵게 새겨두자.

 

불혹

 

백조는 일생에

두 번 다리를 꺾는다.

부화할 때와 죽을 때

비로소 무릎을 꺾는다.

 

나는 너무 자주

무릎 꿇지는 않았는가.

(172)

 

이 시는, 이 책의 아포리즘중 아포리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우리는 자신의 생각을 자르는 데는 너무 인색하고 타인의 생각을 자르는 데는 너무 익숙하다.> (63)

 

정명훈 지휘자가 줄리어드 음대에서 공부를 할 때, 어느날 교수에게 물었다. 교수의 답은 이랬다.

지휘를 잘하고 싶지만 잘 안되는데 어떻게 하면......”

“It takes time.(시간이 걸려)” (126)

 

<오늘, 어느 석좌교수가 쓴 과학책을 읽다가 혈압이 올라 곤욕을 치렀다. 조악한 비문의 장례행렬이 이어졌고 나는 조용히 책을 쓰레기통으로 운구했다.>(143)

 

공감이 가는 글이어서, 옮겨 놓는다. 크게 공감이 가는 글이다.

 

다시, 이 책은?

 

이 책을 읽으면서, 이 시도 꼭 읽어야 한다.

이 시가 맨 앞에 수록되어 있어 그냥 지나치기 쉬워, 여기 옮겨 놓는다.

그냥 지나치지 말고 꼭 읽어보라는 의미다.

책 제목이 마침 시의 제목이기도 하니까, 이 시를 읽어야 책을 읽는 셈이 된다.

 

생은 아물지 않는다.

 

평지의 꽃

느긋하게 피고

벼랑의 꽃

쫓기듯

늘 먼저 핀다

 

어느 생이든

내 마음은

늘 먼저 베인다

베인 자리

아물면, 내가 다시 벤다

 

다시 말하지만, 그의 시는 책상에서 나온 시가 아니다. 그냥 읽고 허공으로 사라지는 시가 아니라, 망각에서 우리를 일깨워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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