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 - 명왕성을 처음으로 탐사한 사람들의 이야기
앨런 스턴.데이비드 그린스푼 지음, 김승욱 옮김, 황정아 해제 / 푸른숲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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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

 

이 책은?

 

이 책 뉴호라이즌스, 새로운 지평을 향한 여정<명왕성을 처음으로 탐사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원제는 Chasing New Horizons: Inside the Epic First Mission to Pluto

Pluto는 명왕성의 영어이름이다.

 

저자는 앨런 스턴, 데이비드 그린스푼, 공저다.

앨런 스턴 (1957~ )NASA의 명왕성과 카론과 카이퍼대 탐사 프로젝트를 이끈 뉴호라이즌스 호 탐사 미션의 수석 조사관으로, 명왕성 탐사 프로젝트를 처음부터 발의하고 이를 성공시킨 사람이기도 하다.

데이비드 그린스푼은 우주생물학자. 여러 수상 전력이 있는 과학커뮤니케이터 겸 작가이고, 행성과학연구소 수석과학자다.

 

현재 명왕성은?

 

이 책에 등장하는 별, 명왕성은 이제 행성이 아니다.

명왕성의 크기가 지나치게 작고 또한 궤도도 심하게 일그러져 있기 때문에 정상적인 행성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하여, 2006년 국제천문연맹에서 결정하기를 왜소 행성으로 격하시켰다.

현재 이름은 134340 플루토(Pluto)라고 부른다.

 

명왕성은 태양계 행성 중 태양에서 가장 멀리 있고, 크기, 위성 개수, 표면 구성 등 그 무엇도 알려진 게 없었다. 그래서 이런 우표가 발행되기도 했다는 것이다.

아직 탐사되지 않은 명왕성이라는 우표(478)

 

그런데 이 행성은 이제 많이 알려진 별이 되었다. 왜 그런 변화가 일어났을까? 명왕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가 입수되는 계기가 있었다.

바로 이 책에서 기록하고 있는 뉴호라이즌스 호의 탐사여행을 통해서이다.

물론 탐사선이 달에 착륙한 아폴로처럼 명왕성 표면에 착륙한 것은 아니다.

플라이바이, 즉 날아서 옆을 지나간 것이다. 지나가면서 자료를 수집한 것이다.

 

뉴호라이즌스 호

 

1989년에 명왕성 탐사를 위한 시도가 처음 시도된 뒤로 무려 14년에 가까운 세월이 흐른 뒤에야 명왕성 탐사선의 제작에 승인이 떨어지고, 비로소 안정적인 자금지원을 확보하게 됐다. 수많은 연구, 자금을 지원받기 위한 투쟁, 정치적 싸움으로 점철된 한없는 세월이 이제야 과거지사가 되었다. (226)

 

명왕성 탐사 계획은 1989년 명왕성 탐사 제안서로부터 시작된다. 결국 2015년 명왕성을 탐사할 때까지 무려 25년간의 시간이 걸렸다.

25년이란 시간이 걸렸다는 것은 그 일이 쉽지 않았다는 것을 말해준다.

예산의 문제, 명왕성에 대한 관심의 문제, 등등 명왕성 탐사를 어렵게 하는 것들은 많고 많았다. 그러나 마지막에 웃는 자가 이기는 것이라는 말처럼, 결국 성공했다.

 

20157, 뉴호라이즌스 호는 명왕성 가장 가까운 데를 스쳐 지나가면서,‘도서관 하나를 채울 만큼 무시무시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해서 전송했다. (478)

 

2015716일 아침, <뉴욕 타임즈> 1면에는 뉴호라이즌스 호가 보내온 사진이 크게 실렸다. 타임즈 스퀘어 전광판에도 거대한 명왕성 사진들이 떴다.

그렇게 명왕성은 우리에게 가장 먼 행성이면서 가깝게 다가온 것이다.

 

명왕성과 관련된 사실, 새롭게 알게 된다.

 

명왕성과 아주 가까운 거리에 위치한 이 행성에 카론(charon)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그리스 신화에서 죽은 사람들을 풀루토의 저승으로 데려다주는 뱃사공의 이름을 딴 것이다. (81)

 

다른 위성들은 행성을 중심으로 원에 가까운 모양으로 행성 주위를 도는데, 카론과 명왕성은 서로의 주위를 돌고 있다. 그래서 한때는 카론을 위성이 아닌 또 다른 행성으로 보고, 카론과 명왕성을 '이중 행성'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바다가 있다는 것은?

 

사실 태양계 외곽의 천체들 중 목성의 위성인 유로파가 이미 새로운 스타로 자리 잡고 있었다. 목성 궤도선 갈릴레이 호가 유로파에 바다가 존재할 가능성이 크다는 사실을 밝혀낸 덕분이었다. 지구가 아닌 곳에서 바다가 발견되는 경우는 당시 전례가 없는 일이었다. (138    

 

그런데 명왕성 내부에 바다가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523-524)

내부에 바다가 있는지를 결정적으로 밝혀낼 실험은 장차 명왕성에 궤도선을 보낼 때까지 기다리는 수밖에 없지만 지금도 의문을 품을 수 있다. 혹시 바다에 생물이 살고 있다면?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 생물학의 틀 안에서 생각해보면, 액체 상태의 물이 생명체에게 반드시 필요한 요소이기 때문에, 명왕성에 바다가 있다면, 이건 우주 과학에 획기적인 사건이 될 것이 분명하다.

 

명왕성에 대한 자료들 - 뉴호라이즌스 호의 대장정에서 밝혀진 과학적 사실 10 (518- 527)

 

이부분을 자세히 읽어보면, 뉴호라이즌스 호가 한 일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알 수 있다.

명왕성이 그저 단순히 별, 행성이 아니라, 앞으로 인류에게 새로운 그 무엇인가를 제시해 줄 수 있는 많은 보물을 품고 있음을 알게 된다.

 

명왕성이 지닌 복잡성

명왕성 표면에서 지금까지 오랫동안 이어지는 놀라운 활동

1000킬로미터의 광대한 스푸트니크 평원 질소 빙하

광범위하고 잘 정돈된 대기 중 안개 발견

예상보다 크게 낮은 대기 이탈 속도

대기압의 급격한 변화와 과거 명왕성 표면에 휘발성 액체가 흐르거니 머물렀음을 보여주는 증거.

명왕성 내부에 바다가 있을 가능성

먼 옛날 내부에 바다가 있었음을 암시하는 카론의 거대한 적도 지질 구조대.

독특하고 어두운 붉은 색을 띤 카론의 극관(極冠)

위성의 수수께끼 - 닉스, 히드라, 스틱스, 케르베로스.

 

다시, 이 책은?

 

이 책의 가치는 명왕성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를 접할 수 있다는 것이지만 더해서 뉴호라이즌스 호를 우주로 보내기까지 그 고난도의 작업을 수행한 저자를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를 새겨볼 수 있다는 것이다.

굳이 인간승리라는 말을 하지 않더라도, 꿈을 간직하고 그걸 이루기 위해 애쓰는 모습이 생생한 기록을 통하여 전달되고 있다는 것이 이 책의 또다른 가치이다.

 

또하나, <나오는 말>에 기록된 것인데, 10대 아들의 변화를 말해준 중년 여성의 이야기다.

그녀는 자신의 10대 아들이 말썽 많은 학생이었으나, 뉴호라이즌스 호의 명왕성 플라이바이와 탐사를 본 뒤 들떠서 커서 나도 저런 일을 하고 싶어요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녀는 눈물을 닦으며 말했다고,  아들이 이제 올 A를 받는 학생으로 변했다는 것이다. (517)

 

그래서, 명왕성은 왜소 행성이지만, 명왕성을 탐사하기 위해 우주로 올라간 뉴호라이즌스 호는 큰 별이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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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학과 양명학 이와나미 시리즈(이와나미문고)
시마다 겐지 지음, 김석근 옮김 / AK(에이케이)커뮤니케이션즈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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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자학과 양명학

 

이 책은?

 

이 책 주자학과 양명학은 이 책 표지에 적힌 소개글 시대의 요청과 새로운 질서, 같으면서도 달랐던 두 가지 시선!’이라는 말로 알 수 있는 것처럼, 중국의 두 사조인 주자학과 양명학을 살펴보고 있는 책이다.

 

저자는 일본인 시마다 겐지, <1917년 히로시마에서 태어났다. 전공은 중국사상이며, 동양사학자, 교토대학 인문과학연구소와 사학과 교수, 교토대학 명예교수를 지냈다. 일본 학사원 회원이기도 했다. 1940년대 중국 근세 · 근대사상사 연구를 시작한 이후 일본의 중국 근세 · 근대사상사 분야를 이끌어왔다. 2000년에 별세하였다.>

 

이 책의 내용은?

 

중국 송나라 이후 중국은 사대부들의 천하가 되었다. 사대부들의 철학과 사상 이데올로기를 넓은 의미의 송학이라 할 수 있는데, 송학은 크게 다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274)

 

첫째는 장재(張載, 張橫渠)가 세운 유물론, 즉 기의 철학이다.

둘째는 정이가 시작해서 주희가 완성한 객관유심론 즉 성즉리의 철학이다. 이를 주자학이라 부른다.

셋째는 육구연에서 시작하여 왕양명이 계승한 주관유심론, 즉 심즉리의 철학이다. 이를 양명학이라 부른다.

 

이 책은 위의 세 가지 중에서 두 번째와 세 번째, 즉 주자학과 양명학을 다루고 있다.

 

그럼 주자학(朱子學)은 무엇인가?

 

주자학은 송나라의 유학자로, 그 이름을 떨친 주희(朱熹, 朱子, 1130-1200)가 수립한 학문 체계를 일컫는 말이다. 이 책에서는 주자가 말하는 존재론부터 윤리학을 거쳐 고전 주석학에 이르기까지 주자학의 모든 것을 살펴보고 있다.

 

주자학(朱子學)은 그 영향을 미친 곳이 단순히 중국에만 머물지 않고 동아시아 전체를 아우르고 있으며, 우리나라 조선도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주자가 죽은 것은 1200, 그때까지만 해도 주자학은 지배적인 위치에 있지 못했다.

송나라를 거쳐 원나라가 중국의 지배자가 된 후, 1314년 원나라가 오랫동안 중단했던 과거를 다시 시행했을 때, 사서(四書)를 채택하고 또한 그 주()를 주자의 사서집주(四書集註)를 사용하도록 했으며, 그 밖의 오경(五經)에 대하여도 종래의 학설이었던 한나라와 당나라의 주석 대신 주자와 그의 제자들이 만든 새로운 주()를 지정 사용하도록 하였다.(203)

 

사서 오경을 해석함에 있어, 그 때부터 주자의 해석을 통설로 하였다는 말이다.

주자의 해석을 제일 권위있는 학설로 받아들이게 된 것이다.

그러니 당시 선비들이 과거 시험을 보는데 주자의 학설을 위주로 공부하게 되었고, 이 말은 주자학이 과거의 시험이 됨으로써 압도적인 권위를 가진 학문이 되었다는 것이다.

 

그런 주자학, 그 정체를 알고 싶었다.

 

그런 주자학이 대체 무엇이기에, 조선 시대 선비들은 거기에 목숨을 걸었을까?

왜 송시열은 주자의 견해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윤휴를 사문난적이라 해서 죽였을까?

 

조선왕조실록에 주자와 관련된 기록이 보인다.

윤휴는 주자(朱子)에 대해서 반대하고 거슬려서 장구(章句)를 마구 뜯어 고쳤으며, 중용(中庸)에 이르러서는 주()를 고친 것이 더욱 많았다. 그리고 항상 스스로 말하기를, ‘자사(子思)의 뜻을 주자가 혼자 알았는데, 내가 혼자 모르겠는가?’ 하였으니, 이는 진실로 사문(斯文)의 반적(叛賊)이며 (……) (숙종실록 31017, 조선왕조실록)

 

결국 주자의 견해와 다른 생각을 했다고, 윤휴는 사문난적으로 몰린 것이다.

 

유학에 대한 주자의 견해인 주자학이 대체 무엇이기에?

나의 의문은 거기에 있었다.

공자의 말씀을 나름 자기 식으로 해석한 것이 주자학이라면, 주자가 신이 아닐진대 주자의 의견과 달리 해석할 수도 있는 것이 아닌가?

그래서 자연 주자학과는 다른 편에 선 양명학에 관심이 가게 되고, 그의 생각을 짚어보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주자학과 양명학의 차이점은 무엇일까?

조선시대, 학설이 다르다고 사람 목숨를 뺏을 정도로 다른 것이었나?

 

주자학과 양명학의 차이는 성즉리와 심즉리로 그 차이점을 말할 수 있겠다.

 

주자학에서 말하는 성즉리(性卽理)란 다음과 같다.

 

()는 개인의 내적인 리()인 동시에 외적인 여러 사물의 리()이기도 하다. 사물을 지극히 궁구함으로써 앎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단순히 내적인 리()만으로 가능하지 않으며 외적인 리()도 궁구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한다. (213)

 

여기서 외적인 리()’라는 것은 사물에 대한 리()’를 말한다.

그래서 역시 주자학에서 출발한 왕양명 역시 천하의 사물을 격물(格物)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격물(格物)이란 사물의 이치를 연구하여 끝까지 따지고 파고들어 궁극에 도달함을 이르는 말이다.]

그래서 우선 정원에 있는 대나무를 격물한 것인데, 그는 그렇게 격물한지 7일만에 병이 나고 말았다. (213)

 

주자는 격물을 해석하기를 천하의 모든 사물을 궁구한다, 즉 격한다고 했는데 도대체 천하의 모든 사물을 하나하나씩 따지고 파고들 수 있겠는가? (215)

왕양명이 정원에 있는 대나무를 따지고 파고 들다가 병이 난 것, 충분히 이해가 되는 일이다.

 

그러므로 결국 주자의 학설은 으로 을 보충하는 것이 불과한 것이다.

결국 왕양명은 그러한 주자의 격물에 대하여, ‘심즉리(心卽理)’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218)

 

그래서 저자의 견해에 따르면, 주자학과 양명학은 목숨을 걸고 다툴만한 차이점은 없는 것이다.

저자는 양명학을 주자학과는 극단적으로 대립되는 형이상학을으로 보는 입장을 단호하게 거부한다. 오히려 주자학이 전개되는 연장선 위에서 양명학이 등장했다고 보는 것이다. (343)

 

이런 저장의 주장에 의하면, 우리나라 선비들은 본질을 보지 않고 말단 지엽에 불과한 것을 가지고 싸운 것은 아니었을까, 생각되는 것이다. 안타까운 일이다.

 

다시, 이 책은?

 

나의 관심은 주자학, 양명학 그 자체에 있지 않다.

단지 그런 사상이 당시에 어떤 역할을 했으며, 더하여 그 두 사상의 차이점은 무엇이었나, 하는 점이다. 조선 시대에 윤휴를 둘러싸고 벌어진 사문난적 사건에 대하여 궁금증을 풀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 나의 의문에 이 책은 훌륭하게 답을 주고 있다.

그것으로 이 책은 가치가 있다.

 

또한 주자학과 양명학에 대하여 깊은 논의 또한 전개하고 있으니. 관심있는 독자들의 궁금증도 충분히 풀어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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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 시대를 앞서간 SF가 만든 과학 이야기
조엘 레비 지음, 엄성수 옮김 / 행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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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

 

이 책은?

 

상상이 현실이 되는 순간이라는 다소 애매모호한 제목을 가진 이책은 <시대를 앞서간 SF가 만든 과학 이야기>라는 부제를 읽는 순간, 어떤 책인지 알 수 있게 된다.

상상으로 지은 SF 소설 속에 등장한 것들이 책 밖으로 걸어나와 그 형체를 갖추고, 현실로 드러나고 있는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저자는 조엘 레비, <뉴턴의 노트(Newton's Notebook)』 『침대 맡에 두고 보는 화학(The Bedside Book of Chemistry)』 『성당 안의 한 마리 벌(A Bee in a Cathedral)등 과학과 역사에 관한 책 10여 권을 썼다.>

 

이 책의 내용은?

 

서문 타이틀 <모든 것은 SF, 모든 SF는 과학으로 통한다>는 말이 의미심장하다.

이 책의 내용을 한 문장으로 압축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는 SF와 과학이 서로 서로 영향을 미치고, 그 결과 궁극적으로 과학 발전에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 사례들을 구체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어떤 분야에서 그렇게 현실화된 것을 확인할 수 있을까?

 

우주 & 교통, 군사 & 무기, 생활 방식 & 소비자, 의학 & 생체공학, 커뮤니케이션

 

우리 생활의 모든 방면에서, 그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구체적으로 각 분야별로 어떤 것들이 SF와 교감을 이루면서 발전되었나 살펴보자.

 

우주 & 교통 - 인공지능 자동차, 잠수함, 달을 향한 꿈, 화성으로의 여행.

군사 & 무기 - 원자폭탄, 탱크, 에너지 무기, 드론과 킬러 로봇.

생활 방식 & 소비자 - 신용카드, 감시 사회, 복제 기술.

의학 & 생체공학 - 마법의 광선, 뢴트겐의 X선 발견, 생체공학, 신경정신약물, 인조인간.

커뮤니케이션 - 화상통화, 휴대용 단말기, 사이버 공간.

 

우리가 살아가는 실생활 분야로부터 시작하여 우주 여행까지 SF 의 영향이 미치지 않은 곳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 라는 말처럼

<모든 것은 SF, 모든 SF는 과학으로 통한다>

 

SF 소설이란 Science Fiction의 줄인 말로, 그대로 번역하면 과학소설인데, 왜 우리나라에서는 그 앞에 공상이란 말이 붙었을까?

 

일본에서 판타지와 SF를 함께 싣는 잡지가 판타지 즉 공상소설과 SF 즉 과학소설을 두 장르를 함께 드러내는 제목으로 공상과학소설이라는 제호를 붙였는데, 이 잡지가 우리나라에 소개되면서 SF를 공상과학소설이라 지칭하는 오해가 생겼다는 것이다.

(스토리 오브 스토리박상준, 32)

 

지금은 SF과학소설로 번역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니 SF에 등장하는 과학들은 단순한 공상이 아니라, 과학인 것이다.

이렇게 말을 하니 예전에 사람들 이목을 사로잡았던 광고 문구가 떠오른다.

침대는 가구가 아닙니다. 침대는 과학입니다!’

 

이것처럼 ‘SF도 공상이 아니라, 과학이다.'

해서 SF에 등장한 것들은 시간의 차이만 있을 뿐이지, 언젠가는 현실로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렇게 연결이 되는구나.

 

얼마 전에 존 제이콥 에스터 4세에 관한 얘기를 읽은 적이 있다. 1912년 타이타닉호가 침몰라는 사고로 희생된 사람 중 한 명인데, 여기에 등장한다. 그 책을 읽을 때에는 그가 어떤 사람인지 잘 몰랐는데 이 책에 등장할 정도의 인물이라는 것. 먼저 그가 사고를 당했을 때의 모습을 살펴보자.

 

* 애스터 IV (당시 세계 최고 부자) 씨는 임신 5개월 된 아내를 구명보트에 태워 보내며

갑판 위에 앉아, 한 손에는 강아지를 안고 다른 한 손에는 시가 한 대를 피우면서 멀리 가는 보트를 향해 외쳤다.

사랑해요 여보!’

승객들을 대피시키던 선원 한 명이 애스터 씨에게 보트에 타라고 하자,

애스터 씨는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사람이 최소한 양심은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고 나서 마지막으로 남은 한 자리를 곁에 있던 한 아일랜드 여성에게 양보했다.

그리고 며칠 후, 배의 파편들에 의해 찢어진 애스터 씨의 시신을 생존자 수색 중이던 승무원이 발견했다.

그는 타이타닉호 10대도 만들 수 있는 자산을 가진 부호였지만, 살아남을 수 있는 모든 기회를 거절했다. 자신의 목숨으로 양심을 지킨 위대한 사나이의 유일한 선택이었다.

<타이타닉호의 생존자 찰스 래히틀러 부선장의 회고록 중에서

 

그렇게 당당한 죽음을 택했던 사람의 행적, 이 책에 등장한다.

 

<미국 재계의 거물로 타이타닉 호 침몰 사고의 희생자이기도 했던 존 제이콥 에스터 4세는 1894년에 낸 책 다른 세계에서의 여행에서 2000년대의 삶을 상상했다. 그는 전기 자동차에 대해 특히 많은 관심을 보였고, 그가 즉석 코닥이라고 부른 미래의 속도 감시 카메라가 어떻게 작동되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162)

 

요즘 말로 스피드 체크하는 기계인 스피드 건을 의미하는 즉석 코닥’, 그는 이렇게 상상한다.

 

근무중인 경찰들은 늘 삼각대 위에 즉석 코닥을 올려놓고 있었는데, 그걸로 보면 몇 초 간격으로 차량의 위치가 파악돼 자동차의 정확한 속도를 쉽게 알 수 있었다. (162)

 

새롭게 알게 된다.

 

올더스 헉슬리는 1932년에 소설 멋진 신세계를 발표했다.

 

헉슬리의 이 소설 제목은 셰익스피어의 희곡 템페스트의 한 구절에서 따왔는데 흥미로운 사실은 템페스트는 웰스의 모로 박사의 섬에 많은 영감을 준 작품들 중 하나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템페스트에서는 난파당한 선원들이 어떤 섬에서 한 사람을 발견하는데, 그는 본국으로부터 추방당한 후 외딴 섬에서 연구를 하고 있는 지식인 변절자였다.

우리가 흔히 본성이 중요한가, 양육이 중요한가 하는 문제를 논할 때 쓰는 본성 대 양육이라는 말도 바로 템페스트에서 나온 말로, 여기에서 주인공 프로스페로는 자신의 짐승과도 같은 하인 캘리밴을 가리키며 이런 말을 한다.

악마, 타고난 악마. 본성부터가 악마, 양육을 해도 전혀 소용없어.” (212)

 

글에 사실과 다른 부분이 보이긴 하지만,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와 웰스의 모로 박사의 섬과 연관이 있다는 것, 새롭게 알게 된다.

 

다시, 이 책은?

 

 모든 것은 SF로 통한다. 거의 보이지 않는 문학의 가장자리에서 20세기의 온전한 현실이 생겨났다. 현대의 SF 작가들이 오늘 발명하는 것들을 당신과 나는 내일 실현할 것이다.”

 

영화 <태양의 제국>의 원작자이자 SF 역사가인 J. G. 발라드가 한 말이다.

그러고 보면, 옛날에 읽었던 웰즈의 해저 2만리에서 보았던 바다 밑으로 다니는 배가 잠수함이라는 것, 즐겨 보던 만화영화에서 보던 로봇을 현실에서 만날 수 있으니, 이제 SF와 과학의 경계가 점점 불분명해지고 있다는 것, 그게 시대의 흐름이다.

 

이 책, 그러한 시대의 흐름을 알게 해준다. 과연 인간의 상상은 어디까지이며, 또한 과학은 어디까지 발전할 것인가? 그런 관심을 더욱 붇돋아주는 책이기에 읽어, 상상을 키워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인류는 언제까지나 지구에만 머물지는 않을 것이다. 빛과 우주를 탐험하다 결국 대기권의 한계를 뚫고 나갈 것이며, 처음에는 조심스럽게 한 발자국씩 나아가겠지만 결국에는 태양계 전체를 정복할 것이다.” (49)

 

SF 소설가 치올콥스키의 추모비에 새겨진 문장이다.

우리 인간의 상상력은 이미 태양계 전체를 정복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앞으로 언제 그게 현실화될까, 그게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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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종에 대하여 외 - 수상록 선집 고전의세계 리커버
미셸 에켐 드 몽테뉴 지음, 고봉만 옮김 / 책세상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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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인종에 대하여 외 - 수상록 선집

 

이 책은?

 

이 책은 몽테뉴 수상록중에서 그중의 몇 편을 선별하여 수록한 책이다.

이 책에는 <식인종에 대하여>를 비롯하여 모두 6편의 글이 들어있다.

 

저자는 미셸 몽테뉴 (1533~ 1592), 프랑스 인문학자인데 이 책과 관련된 그의 경력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프랑스의 광신적인 종교 시민전쟁 와중에 종교에 대한 관용을 지지했고 인간 중심의 도덕을 제창했으며 그러한 견해를 알리기 위해 엣세essai’라는 독특한 문학 형식을 만들어냈다. 1580년 그간 써둔 수필을 간추려 인생 에세이(2)를 보르도에서 간행했고, 신장결석 치료를 겸해 유럽 관광길에 올라 1년 넘게 외국에서 보냈다. 이 여행의 경험을 바탕으로 1774여행기를 집필했다. 1586년 몽테뉴 성으로 돌아가 수상록에 증보와 수정을 가하고 그 뒤에도 집필을 계속해 15883107장에 이르는 수상록신판을 간행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에 실린 몽테뉴의 글 여섯 편 제목은 다음과 같다.

 

130장 식인종에 대하여

36장 마차들에 대하여

136장 소카토에 대하여

150장 데모크리토스와 헤라클레이토스에 대하여

219장 신앙의 자유에 대하여

311장 절름발이에 대하여

    

이 목록 중에서 권, 장 표시는 원래 책의 분류에 의한 것이다.

 

몽테뉴의 수상록<동서문화사>에서 출판한 책으로 제 1권을 읽은 적이 있다.

해서 이 책에서 세 편 - <식인종에 대하여>, <소카토에 대하여>, <데모크리토스와 헤라클레이토스에 대하여 >- 은 다시 읽는 것이고 다른 글들은 처음 접하는 것들이다.

이미 읽은 세 편은 그래서 번역을 비교하는 차원에서 다시 새겨볼 수 있었다.

 

참고로 이 책에서 <136장 소카토에 대하여>라고 번역해 놓았는데, 그건 () 카토’- Cato the Younger- 라는 것, 미리 알고 읽으면 좋을 것이다.

 

이 책의 성격은?

 

요즘 우리가 말하는 에세이라는 말의 원조인 이 책은 수필 문학의 고전이자, 프랑스 모럴리스트 문학의 기초를 쌓아올렸다고 평가받는 몽테뉴의 수상록이다.

 

글의 형식이 수필인만큼 글의 형식이 자유로워 읽기 쉽다.

또한 글에는 그가 살아있을 때를 기준으로 하여 전시대에 살았던 인물들의 저작물에서 다수 인용하고 있어, 이해하는데 다소 어려움이 있을 수 있으나, 미주를 통해 자세한 설명을 하고 있어, 오히려 지식의 폭을 넓힐 수 있을 것이다.

 

흥미로운 것은 그가 많은 저작물들을 인용했는데, 성경에서 인용한 것은 보이지 않는다. 해서 그런 것 때문에 무신론자라고 오해를 받아 그의 수상록이 오랫동안 (1676~1854) 금서로 묶여 있었다는 것, 또한 이 책을 읽으면서 새겨봐야 할 아이러니가 아닐까 생각한다.

 

이 책, 새겨볼 부분이 많다.

 

타인에 대한 생각의 자세를 특히 새겨볼 게 많다.

이기적인 자세에서 벗어나, 다른 사람에 대한 우리의 자세가 어떠해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다.

타인을 바라보는 시선으로 먼저 자신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 그게 몽테뉴의 생각을 한 마디로 정리한 게 아닐까?

 

이런 글이 바로 그런 예가 된다.

물론 그들은 야생sauvages’이다. 자연이 저절로 자연스레 발전하면서 이룩한 성과를 야생이라고 부르는 것과 같은 의미에서의 야생이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야생이라고 불러야 할 대상은 오히려 우리가 우리의 기교로 사물의 보편적인 질서에서 멀어지게 한 것들이다. (25)

 

<식인종에 대하여>라는 글 중 일부다.

당시 발견된 신대륙의 원주민에 관한 이야기인데, 사람들이 그들을 야만이라 부르는 것에 대한 몽테뉴의 반론격인 글이다.

 

몽테뉴는 야만과 문명의 구분은 인정하되, 그 구분하는 방식을 다시 검토해보고 있는 것이다.

해서 그들을 야만인이라고 부르기 전에 우리를 돌아봐야 하는데 따지고 보면 우리가 더 야만인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이성의 법칙에 비추어서 그들을 야만인이라고 부를 수 있지만, 우리와 비교해서 그렇게 부를 수는 없다. 우리야말로 모든 야만스러움에서 그들을 능가한다. (34)

 

그가 우리가 더 야만이라고 하는 여러 근거가 차분하게 제시되고 있는데, 그런 것을 읽어보는 것도 책 읽는 기쁨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또 이런 글 읽어보자.

재판권은 재판하는 자를 위해서가 아니라 재판받는 자를 위해 있는 것이다. 높은 직위는 결코 그 자리에 앉을 사람을 위해서가 아니라 아랫사람을 위해서 만든 것이다. 의사가 있는 것은 환자를 위해서지 그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다. 모든 관직은 기술과 마찬가지로, 실현하고자 하는 목적이 자기 바깥에 위치해야 한다. “어떤 기술도 그 자체를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 (54)

 

몽테뉴는 <16세부터 툴루즈 대학교에서 법학을 전공해 1557년에 보르도 고등법원 심사관이 되었고 1570년 법관생활에서 은퇴했는데>, 법원 판사였던 그가 한 말이니 더욱 의미심장하다.

 

재판권을 행사했던 그가 말한다.

재판권은 재판하는 판사를 위해서 존재하는 게 아니라 재판받는 자를 위해 있는 것이다. 그게 판사의 진정한 자세가 아닌가?

요즘 리더십에 대하여 강조하는 사람들, 특히 높은 자리에 앉아 목에 힘을 주고 있는 사람들이 이 글을 읽고, 자세를 가다듬으면 좋을 것이다

 

이 책의 사용법

 

그래서 이 책은 한 글자, 한 글자 글들을 붙잡고 자기 성찰의 방편으로 읽어가면 좋을 듯하다.

 

판단력은 모든 문제에 적용되는 도구이며, 어디에나 관여한다. 그래서 나는 판단력의 시험essais에 온갖 기회를 이용한다.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문제라 해도 나는 그것에 대해 나 자신의 판단력을 시험해essaye본다. 강을 건널 때처럼, 우선 멀리서 조심스럽게 깊이를 재본 다음, 강물이 내 키에 비해 너무 깊은 걸 알면 나는 강가에 머문다. 더 나아갈 수 없다는 사실을 아는 것도 판단력이 주는 이점 가운데 하나다.  (91)

 

이 글을 읽고 강에 가서 강물 깊이를 재어보는, 그대로 따라하자는 건 아니다. 몽테뉴가 어떤 판단을 내릴 때 얼마나 신중하게 했는지를 생각하면 섣부른 결정을 내려, 나중에 후회하는 일은 없게 될 것이다.

 

그래서 이런 글, 저절로 고개가 끄덕거려진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어쩌면 각자 자기가 가본 지방에 대해 정확히 말해주는 지리학자일지 모른다. 하지만 지리학자는 우리는 보지 못한 팔레스타인 성지에 가보았다는 우월감 때문에 세계의 모든 곳을 아는 척하는 특권을 누리려고 한다. 나는 사람들이 자신이 잘 아는 주제에 대해서든 잘 모르는 주제에 대해서든 아는 만큼만 써주었으면 한다. (24)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가장 위대하고 아름다운 것은 자연이나 우연이 만들고 가장 못나고 불완전한 것은 인간의 기술이 만든다. (26)

 

한 인간의 품위나 가치는 마음과 의지 속에 존재한다. 바로 거기에 인간의 참된 명예가 깃드는 것이다. 용기란 팔과 다리의 굳셈이 아니라 마음과 정신의 굳셈이다. (36)

 

따져보면 왕에게는 자기 것이라고는 없다. 왕이라는 존재도 다른 사람들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다. (54)

 

다시, 이 책은?

 

이런 글 읽어보자. 소름이  돋는다. 

신대륙에 상륙한 백인들이 원주민들을 대상으로 분탕질을 할 때 원주민 그들이 한 말, 우리 인류 역사에 새겨두어야 할 것이다. 

   

당신들은 스스로가 평화로운 사람이라고 말하는데, 진짜 그렇더라도 지금은 그렇게 보이지 않는다. 당신들의 왕에 대해 말하자면, 남에게 뭔가를 요구하는 것으로 보아 상당히 곤궁한 것 같다.

(…… )

당신들의 위협에 대해서 말하자면, 상대가 어떤 기질이나 방편이 있는 줄도 모르면서 위협을 가한다는 것은 판단력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70)

 

이 책의 가치를 증명해 주는 글, 몽테뉴의 가치를 다시 새겨볼 수 있는 글을 꼽으라면 단연 이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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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 세계명작산책 2 - 죽음의 미학, 개정판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2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외 지음, 이문열 엮음, 김석희 외 옮김 / 무블출판사 / 2020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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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문열의 세계명작산책 2 _ 죽음의 미학

 

이 책은?

 

이 책 이문열 세계명작산책 2 죽음의 미학은 소설가 이문열이 '죽음의 미학'이라는 주제하에 선별한 세계명작들이다.

 

이 책에서 톨스토이, 스티븐 크레인, 잭 런던, 마르셀 프루스트, 셔우드 앤더슨 등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다.

 

이 책의 내용은?

 

편저자인 소설가 이문열은 이런 시리즈의 효용성을 다음과 같이 피력하고 있다.

 

이 선집을 엮은 의도는 소설을 공부하는 사람들을 위해서였지만, 어쩌면 실제적인 효용은 교양으로 접근하는 쪽에 더 높게 나타날지도 모르겠다. 우리 삶의 다양한 주제들이 세계 각국의 거장들에 의해 어떻게 소설로 표현되고 있는지를 비교하여 읽을 수 있다는 점도 (……) 활용도 높은 문학 교재가 될 수 있으리라. (14)

 

이 책에서 읽을 수 있는 작품들

 

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스티븐 크레인 구명정』/

잭 런던 불 지피기/ 마르셀 프루스트 발다사르 실방드의 죽음』/

셔우드 앤더슨 숲속의 죽음/ 헤르만 헤세 크눌프』/

어니스트 헤밍웨이 킬리만자로의 눈/샤를 루이 필리프 앨리스』/

바이올렛 헌트 마차

 

죽음에 대하여,

 

<사람들은 누군가가 죽음을 생각하거나 죽음을 예견하는 말을 하면 대부분 그 사람이 죽음을 겁낸다고 생각한다.>

 

몽테뉴가 그의 글 <마차들에 대하여>라는 글에서 한 말이다.

(몽테뉴 수상록 선집 식인종에 대하여 외, 몽테뉴, 책세상, 48)

 

죽음을 겁을 내면 그 사람은 어떻게 되는 것일까?

겁을 낸다는 말은 겁이 드는 대상이 두렵고 무서워서 어떻게 해서든지 피하려고 하는 마음이 그 안에 들어있다는 말이다. 그럼, 죽음이 피한다고 되는 것일까?

아니다, 죽음은 겁을 내는 대상이 아니라, 알아야 할 대상인 것이다.

그래서 이런 책이 필요한 것이다. 죽음에 관한 연구!

 

죽음에 대한 반응은 어떤가?

 

여기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죽음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지, 살펴보았다.

아마 죽는 순간의 나 자신도 이런 모습 중 어느 하나일게 분명할 것이니. 나 자신의 모습을 미리 살펴보는 심정으로 그들의 죽음을 살펴보았다.

 

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이반 일리치

 

이건 맹장이나 신장의 문제가 아니야. 이건 사느냐 죽으냐의 문제야. 그래. 나는 떠나는 삶의 발목을 붙잡을 수가 없어. 그래, 나 자신을 속여봤자 무슨 소용이야. 내가 죽어가고 있다는 건 모두 알고 있잖아. 나만 빼고는 누구한테나 명백한 사실이야. (84)

 

죽음은 명백하다. 누구에게나 찾아온다는 것, 그런데 사람들은 자기 자신에게 죽음이 찾아온다는 것은 한사코 인정하여들지 않는다. 그런데 어느 순간 그 죽음을 인정하게 된다. 이반 일리치에게도 그런 순간이 찾아온다. 자기 자신의 죽음을 냉정하게 바라보기 시작하는 것이다.

 

헤르만 헤세 크눌프- 크눌프

 

신과 크눌프, 둘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삶의 무의미에 대해, 그리고 왜 이 사람 저 사람의 삶이 한결같이 같은 길을 가야하는지에 대하여. (402)    

 

죽음을 앞에 둔 사람, 어떤 생각을 먼저 하게 될까?

신을 찾게 되는 것일까?

죽음을 목전에 두고 크눌프는 신과 대화를 하게 된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왜 모두들 같은 길, 즉 죽음의 길로 나서야 하는지를.

 

어니스트 헤밍웨이 킬리만자로의 눈- 해리

 

죽음이 임박해오면, 사람을 그걸 알아차리게 되는 것일까?

 

바로 그때 죽음이 다가와서 침대의 발치에 자신의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그는 죽음의 입김을 느낄 수 있었다. (459)

 

이제 죽음은 그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하지만 죽음은 더 이상 어떤 형상을 띠고 있지 않았다. 다만 공간을 차지하고 있을 뿐이었다.  (459)

 

죽음은 과연 어떤 모습으로 오는 것일까? 우리 민담에 나오는 것처럼 도포 자락 휘날리며 갓 쓰고 나타나는 저승사자가 나타나면 죽음이 오는 것일까?

 

살아있는 사람에게 죽음은?

 

어니스트 헤밍웨이 킬리만자로의 눈

 

이어서 여자가 그를 불렀다.

해리, 해리!”

그녀의 음성이 높아졌다. “여보! 제발, , 여보!”

대답이 없었고, 숨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465)

 

숨을 쉬던 사람이 숨을 쉬지 않게 되는 것, 그것이 다른 사람들이 느끼는 죽음의 실체일까?

 

아니면 살아 생전에 차지하고 있던 사회적 자리를 대신 차지할 수 있다는 생각일까?

 

레프 톨스토이 이반 일리치의 죽음

그래서 이반 일리치가 죽었다는 소식을 접하자마자 그 방에 모여있던 이들의 머릿속에 맨 먼저 떠오른 것은,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그들 자신이나 친지들에게 전근이나 승진의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었다.(26)    

 

다시, 이 책은?

 

문학에서 다루고 있는 죽음을 살펴보는 것은 삶의 본질적인 순간을 미리 당겨 경험해 보는 일이다. 죽음을 미리 겪어보는 일은 불가능하므로 이건 대리경험밖에 방법이 없다. 해서 이런 문학 작품을 통해, ‘죽음을 연구해보는 것도, 삶의 모습을 살펴보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을 읽고 내린 중간 결론은, 죽음을 앞에 두고 아마 이런 반응을 나도 하지 않을까?

 

내가 없어지면 무엇이 남을까? 아무 것도 남지 않을 거야. 내가 죽으면 어디로 가게 될까? 이게 정말로 죽음일까? 아니야, 난 죽고 싶지 않아. (84)

 

이반 일리치의 독백이다. 누구도 들어주지 않을 독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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