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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뇌과학 - 이중언어자의 뇌로 보는 언어의 비밀 현대지성 테마 뇌과학
알베르트 코스타 지음, 김유경 옮김 / 현대지성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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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의 뇌과학

 

이 책은?

 

이 책 언어의 뇌과학<이중언어자의 뇌로 보는 언어의 비밀>라는 부제가 말하고 있는 것처럼, 이중언어자의 언어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알베르트 코스타,< 바르셀로나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를 마치고 하버드대학교와 MIT에서 연구원으로 일한 뒤 이탈리아의 국제고등연구소를 거쳐 바르셀로나대학교로 돌아와 교수로 일했다. 폼페우 파브라대학교(UPF)의 인지 및 뇌 센터에서 ICREA 연구 교수로 말의 생산성과 이중언어 사용이라는 연구 그룹을 이끌다가 201812, 48세의 이른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이 책의 내용은?

 

매스컴에서 몇 개 언어를 구사한다는 사람들의 프로필을 접할 수 있고, 또한 실제로 몇 개 나라 언어를 마치 모국어처럼 구사하는 사람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이 별세계에서 온 외계인이 아닌 것이 분명하니, 우리 사람의 뇌에 언어 구사능력을 관장하는 그 무언가가 있다 싶어, 이 책을 관심을 가지고 읽게 되었다.

 

저자의 관심은 이중언어 사용이 뇌 모양을 어떻게 바꾸는가이다.

그는 거의 평생 이 주제에 천착하여 그 결과 150편 이상의 글을 쓰고 또한 많은 저서를 남겼다. 이 책도 그런 연구 결과 탄생한 것이다.

 

독자로서는 두 개 언어를 구사하는 사람들에겐 어떻게 하나의 뇌에 두 언어가 공존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목차를 살펴보면, 그 호기심이 다만 호사가의 일시적인 관심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학문적으로도 이미 굳건하게 자리를 잡은 것으로 보인다.

 

1장 두 언어 환경에서 살아가는 아이들

2장 이중언어자의 뇌는 어떻게 작동하는가

3장 이중언어를 하면 뇌가 어떻게 변할까

4장 이중언어 사용은 노화를 늦추는가

5장 이중언어자의 의사 결정

 

이 책에는 위와 같은 주제에 관하여 수많은 연구 실험 결과가 제시되는데, 그런 실험 결과들을 하나씩 읽다보면, 결론적으로 이중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 인간의 두뇌 활동에 얼마나 큰 영향 - 긍정적인- 을 미치는지 깨닫게 된다.

 

예컨대, 이런 내용. 신경과 의사를 찾아온 사람들을 분석해 본 결과, 흥미를 넘어 유익한 정보가 도출된다.

환자들 중 이중언어자는 단일언어자보다 3년 늦게 처음으로 신경과 의사를 방문했다. 늦게 간 이유가 병원에 대한 거부감 같은 게 아니라, 실제로 초기 증상 발생이 단일언어자가 이중언어자보다 더 빨리 나타났기 때문이다. 단일언어자는 71, 이중언어자는 75세였다.

이 자료는 이중언어 사용이 인지 예비용량 확장을 돕고 뇌의 퇴화로 인한 부정적 영향을 감소시킨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171)

 

이런 것도 알게 된다.

 

뇌의 영역을 이해하기 위해 학자들은 다양한 개념을 동원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실제 우리의 뇌가 작동하는 것을 이해하는 데 필요한 여러가지를 알게 된다.

 

마음 이론과 상대방의 입장 이해

 

마음이론이란 게 있다. 마음 이론 (theory of mind)

마음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고 마음과 행동이 어떻게 연관되어 있는지에 대한 이해하는 이론 (130)

이중언어에 노출된 아이들이 일찍부터 마음이론을 발달시키게 된다.

이중 언어를 사용하는 일이 상대방의 입장을 생각하는 능력의 발달로 이어진다. (131)

 

저자는 이런 가설로 이를 설명한다.

아기 이중언어자는 엄마와 아빠가 하는 소리를 구별해야 하는 상황에서 자란다. 즉 어렸을 때부터 부모가 각각 다른 언어로 말하면 부모의 마음도 어느 정도는 다르다는 것으로 생각하게 되고, 그래서 결국 다른 언어를 사용하는 사람의 입장을 헤아려주는 능력이 생긴다는 것, 일리가 있어 보인다.

 

아기들은 먹고 자기만 하는가?

 

아기들을 보면 그저 먹고 자는 일이 전부인 것 같다. 그런가?

저자는 연구 결과를 통하여 <생후 몇 개월이 안 된 아기들도 언어에 관해 매우 정교한 지식을 얻고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특히 두 언어를 사용하는 가정에서 자라는 아이, 두 언어를 듣고 머릿속이 복잡해진 아기는 그 둘을 구분하기 위해 시각 및 청각 정보를 이용해 의사 소통 과정에서 가능한 한 많은 정보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40)

 

, 아이는 그저 먹고 자면서 누워있는 것처럼 보이나, 실상 그의 뇌에서는 다각도로 정보를 취합하려는 활발한 운동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심상 지도((mental map)에 대하여 (125)

 

저자는 길을 가가 길을 묻는 사례를 통하여 우리 뇌에 심상지도라는 것을 설명한다.

 

이런 대답  

이 첫 번째 거리를 건너서 우회전하면 두 번째 원형 교차로가 나오는데, 세 번째 출구로 나와 두 번째 거리에서 오른쪽으로 돌아가면 있습니다!”

 

길을 알고 있으며, 알려주는 사람의 뇌에는 지도가 그려져 있다. 심상지도다.

그런데 듣는 사람에게는 그게 없으므로 몇 번을 얘기해주어도 감이 잡히지 않는다.

 

머릿속에 지도를 그린다. 뇌의 신기한 작용중 하나다.

 

다시, 이 책은? - 인간의 가능성, 언어의 가능성

 

이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 앞부분에 있는 추천사들을 읽어보았다. 그중 작가 김겨울의 말 중 이런 게 눈에 뜨인다. 인간의 가능성과 언어의 가능성.

 

인간을 여러 가지로 정의할 수 있는데 그 중의 하나, 인간은 말을 하기 위해 태어났다. 즉 말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이 때 이중 언어는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이에 대하여 넬슨 만델라의 말, 의미심장하다.

상대방이 이해할 수 있는 언어로 말한다면 그 대화는 상대방의 머리로 간다.

상대방의 언어로 말한다면 그 대화는 상대방의 가슴으로 간다.” (183)

 

그말을 증명이라도 하듯이 만델라는 27년간 감옥 생활을 하면서도 상대방의 언어를 배웠다. 40년간 차별 정책으로 자기 민족을 괴롭힌 식민국 언어인 아프리칸스어를 배운 것이다.

 

여기에서 추천사에 언급된 인간의 가능성, 즉 소통으로 평화를 이루려는 인간의 가능성을 볼 수가 있는 것이다. 그건 또한 언어의 가능성이기도 하다. 아니, 책의 제목처럼 뇌의 가능성이라고 하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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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화 : 더 높은 차원의 삶을 위하여 배철현 인문에세이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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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화

 

이 책은?

 

이 책 승화는 부제인 <더 높은 차원의 삶을 위하여>처럼, 차원 다른 삶을 위해 읽고, 생각할 글들을 모아 놓은 저자, 배철현의 신작이다.

 

저자의 책 심연』 『수련』 『정적에 이은 4부작 완결판이다.

 

저자 배철현은 <하버드대학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여러 저서가 있다. 신의 위대한 질문인간의 위대한 질문, 호모 사피엔스 등장의 원인을 이타심에서 찾은 인간의 위대한 여정>

 

이 책의 내용은?

 

저자는 인류가 남긴 경전과 고전을 연구하며, 위대한 개인이 획득해야 할 가치들을 심연』 『수련』 『정적』 『승화네 권의 시리즈로 기획했다.

 

이 책의 제목이기도 한 '승화'란 무엇일까? 우선 그 것에 대한 개념정리를 확실하게 해 두어야 책을 읽다가 만나게 되는 '승화를 해야 되는 이유'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먼저 사전적 의미의 뜻을 살펴보자,

 

승화 (昇華)

1. 어떤 현상이 더 높은 상태로 발전하는 일.

2. [물리] 고체에 열을 가하면 액체가 되는 일이 없이 곧바로 기체로 변하는 현상. 얼음이 증발하는 경우나 드라이아이스 따위에서 볼 수 있다. 또는 그 반대의 변화 과정을 이르기도 한다.

3. [심리] 자아(自我)의 방어 기제의 하나. 정신 분석에서, 사회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충동욕구를 예술 활동, 종교 활동 따위의 사회적정신적 가치가 있는 것으로 치환하여 충족하는 일이다

 

이런 의미의 승화, 저자는 어떻게 접근하고 있을까?

승화는 위대한 변화의 시작이다.

 

그런 승화에 이르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올라감이 필요하다.

각성- 모험 - 변모 - 지고 - 변화 - 미지 - 광휘

 

맨먼저 각성이 필요하다. 승화라는 단계에 이르기 위해 무언가 가슴에 느껴지는 게 있어야 한다. 그게 각성이다.

 

저자는 '나를 돌아보는 공부'와 '그 공부에 대한 묵상'을 제시한다. 이전까지 들어가본 적이 없는 미개척의 영역으로 입장하는 것이다. (241)

 

그런 공부 중에서 저자는 특히 죽음을 예로 든다. 죽음을 묵상하는 순간, 우리의 삶은 달라지고, 그 죽음에 대하여 우리는 자세를 달리해야 하기에 저절로 각성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닐까.

 

그 다음 단계는 모험이다.

각성이 이루어지면, 일상을 다르게 보게 된다. 일상을 초월하게 되어,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않은 새로운 영역으로 진입하는 특별한 경험을 하게 되는데, 그게 모험이다. (250)

 

모험의 단계에서 저자는 묻는다. 우리에게.

<나는 안주하는가, 모험하는가? 나는 지금 미래의 나를 연습하고 있는가, 어제의 나를 답습하고 있는가?>(255)

 

그다음 단계는 변모, 그리고 지고다.

지고란 지고(至高), 즉 더할 수 없이 높은 곳을 이르는 말이다.

그런 지고, 경험해 본 사람과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으로 저자는 나눈다.

마치 산에 오르되, 정상에 오른 사람과 산등성이만 밟고 온 사람이 다르듯이, 지고의 경험을 하면, 달라진다.

 

그리고 이런 말, 새겨야 한다.

지고는 더 심오한 지고를 발견하기 위한 과정일 뿐이다.(273)

 

그런 지고에 이른 후에, 다시 더 높은 지고를 지향하면 그때, 비로소 변화가 이루어지고 승화의 단계에 도달하게 된다. 그 후, 승화의 후에 갖게 되는 것이 바로, 미지와 광휘!

 

해서 승화는 인간을 추락하지 않도록 놓아두지 않고, 저 높은 하늘을 향하도록 독려한다. (306)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승화를 생각하게 만든다.

승화, 지금껏 승화에 대하여, 생각해 본 적이?

물리에서 물이 기화되고, 승화되고 하는 식으로 생각해 본 적은 있으나. 그걸 나 자신에 적용해본 적이 없다. 그게 이 책을 읽으면서 저절로 깨닫게 된 안타까움이다.

이제, 저자가 보여준, 제시한 과정을 따라 승화 생각해 볼 시간이다.

승화의 단계에서 반드시 새겨봐야 할 생각들, 글들.

읽다보면 그 것이 마중물이 되어 언젠가 나도 승화를 경험해 볼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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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거리고 소중한 것들 - 무례한 세상에서 자신을 지켜 낸 여성의 자전 에세이
게일 캘드웰 지음, 이윤정 옮김 / 유노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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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거리고 소중한 것들

 

이 책은?

 

이 책 반짝거리고 소중한 것들<무례한 세상에서 자신을 지켜 낸 여성의 자전 에세이>이다.

 

저자는 게일 캘드웰, 작가이자 문학평론가. 텍사스 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다, 1985년부터 2009년까지 <보스턴 글로브>의 북 리뷰 편집자로 <빌리지 보이스> <워싱턴 포스트> 등에 글을 기고했으며, 2001년 현대인의 삶과 문학에 대한 탁월한 통찰과 관찰을 인정받아 퓰리처상(비평 부문)을 수상했다.

 

이 책의 내용은?

 

먼저 이런 말 읽어보자.

<버지니아 울프의 글을 접하기 한참 전부터, 나는 자기만의 방이 얼마나 소중한 건지 알고 있었다.> (18)

 

책을 펼치고 읽는 순간, 어떤 말, 가슴에 푹 꽂히는 말이 눈에 들어오면 갑자기 책이 좋아진다. 그런 글 몇 마디만 읽어도, , 이 책은 읽을 만하구나 하는 생각이 섬광처럼 들어, 책 속으로 푸욱 빠지게 되는데, 이 책이 바로 그렇다.

 

먼저 저자의 인생을 정리해 본다. 이런 식으로.

 

대학에 들어가자마자 미적분 교수의 편견을 마주했고, 직장 내 성희롱을 당했다. 사람들이 데이트 강간이라 부르는 것에 이용당했고, 한때 사귀었던 철없는 놈에게 맞았다.(90)

 

지리적으로는 텍사스에서 벗어났고, 내면적으로는 소명을 향해 나아갔다 그 길은 위험천만한 영토에서 내가 걸었던 다른 많은 길과는 달리 위험했지만 위험을 무릅쓸만한 가치가 있었다. (181)

 

네 이야기를 하자면, 넌 보스톤으로 이사했어. 술을 끊었고, <보스톤 글로브>에 취직했지. 심리치료를 받고...(196)

 

이런 아픔을 간직한 저자가 쓴 책 제목이 반짝거리고 소중한 것들이라니, 뭔가 있지 않겠는가?

 

제목처럼 반짝거리고 소중한 것, 두 가지를 저자는 처음 문장, 처음 문단에 담아 내놓는다.

<밖이 훤히 내다보이는 현관에서 내 반려견 튤라가 귀를 뒤로 눞히는 것을 보니 반가운 손님이 오는 모양이다.>(9)

 

그렇게 해서 반려견 튤라가 등장하고, 이어 나타난 반가운 손님 타일러가 소개된다.

그 둘, 정말 반짝거리고 소중한 것, 거기에 해당한다.

 

반려견 튤라와 다섯 살 여자아이 타일러는 책 내내 주인공 역할을 톡톡히 해내다.

아니 책 속에서뿐만 아니라, 저자의 삶에서 아주 반짝이는 역할을 해낸다.

 

책의 말미에 타일러는 이제 여덟 살이 되고, 반려견 튤라는 죽는다.

그런 둘을 필두로, 저자가 만났던 사람들, 일들, 사건들을 현재 시점에서 돌아보는 눈으로 차분히 서술해 나가는, 해서 마음이 차분해지는 책이다.

 

<무례한 세상에서 자신을 지켜 낸 여성의 자전 에세이>라는 이 책의 부제에서 무례한 세상에서 자신을 '켜낸이라 말에 이 책의 방점 역시 찍혀있다는 점, 확실히 해둔다.

 

무례한 건 특히 남자들이다. 시도 때도 없이 친밀함을 과잉으로 베푸는 척, 다가오는 사람들 태반이 남자들인데, 그런 무례한(無禮漢) - 또한 무뢰한이기도 한 - 들에게 대처하는 법, 저자가 경험으로 알게 된 방법, 알려준다.

 

인사를 한다고 다가와 달갑지 않은 포옹을 하려는 동네 남자에게!

 

팔을 들어 그 수작을 제지하고, 정면으로 응시한다.

내 눈빛에서 뭔가를 읽은 그의 얼굴이 서늘하게 굳었다.

그는 으르릉거리는 소리를 알아듣고, 기가 죽은 개의 얼굴을 하고 있었다.

모든 분노를 수치심과 절망으로 내면화 하는 대신, 바깥으로 표출하는 기분, 칼은 휘두르라고 있는 것이지 삼키는 게 아니었다. (52)

 

나이가 들면 후회도 하고 과거를 자주 회상한다. 하지만 나 자신을 위해 길을 찾으려 애썼다는 사실에 안도한다. (123)

 

여성운동은 두 가지 운명에서 나를 건져줬다.

분별력과 자존감을 기르게 해줬을 뿐 아니라, 삶에서 두려워하던 모든 걸 이해하도록 해줬다. (14)

 

살아가면서 두려워하게 만드는 것, 그게 옆집 남자의 무례함(52)일 수도 있고, 정중하게 추근대는 유명작가’(163쪽)일 수도 있다는 것, 그래서 이런 책은 읽을 필요가 있다.

 

책 속으로, 책 속으로 들어가게 된다.

 

침묵, 망명, 교활함.’ 이 세가지는 제임스 조이스가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 곤란에 빠진 예술가 스티븐 디덜러스에게 무기로 쥐어준 단어들이었다. (21)

 

로마의 시인 오비디우스의 대표작 변신 이야기에 나온 라틴어 명구 ‘Et ignotas animum dimittit in artes'를 번역해서 적어 둔 것도 있다. 순진무구한 글씨로 날려 쓴 흔적이 그대로 남아있었다. ‘그리고 그는 자신의 마음을 미지의 예술로 향했다.’ (21)

 

이 말을 어디서 봤더라? 그 앞에 언급된 제임스 조이스의 책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다.

해서 그 책을 열었다.

글이 시작되기도 전인 제사(題詞)에 그 말이 등장한다.

 

‘Et ignotas animum dimittit in artes'

번역은? 이 책과 다르다.

<그리고 그는 미지의 기술에 마음을 쓰고자 한다.> (민음사,)

 

그 아래, 말의 출처를 밝혀놓고 있었다. -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 VIII 188

 

해서 다시 오비디우스 변신 이야기에서 해당 구절을 찾아보았다.

 

<이 말과 함께 다이달로스는, 그때까지 한 번도 만들어진 적이 없는 것을 만들 궁리를 했다. 그는 이로써 자연의 법칙을 거슬러 보기로 마음먹은 것이다.> (변신이야기. 민음사,1, 343)

 

<이렇게 말하고 그는 그때까지 알려지지 않은 기술에 마음을 쏟으며 자연법칙을 바꾸었다.> (, 341)

 

이런 식으로 책에서 만난 책을 찾아 읽으며 머리 훈련을 하게 만드는 책, 그래서 호감이 갈 수밖에 없다.

제임스 조이스의 책 젊은 예술가의 초상을 제사부터 다시 새롭게 새겨볼 수 있었으니.

 

이렇게 독자를 책의 세계로, 생각의 세계로 인도하는 책이 좋은 책이다.

 

다시. 이 책은?

 

커다란 의자와 개들이 있는 집을 원했고, 누구든 들어올 수 있지만 적어도 지금까지는 온종일 머무는 사람은 없어야 하는 집을 원한’(103) 저자는 이 책을 '여성'에게 바친다고 한다 .(24)

 

먼저 가르시아- 강간당한 뒤, 총으로 강간범을 쏘아 죽인 그녀는 살인 혐의로 감옥에서 복역하지만 2년 후 평결이 뒤집혀 무죄 - 를 비롯하여 남자에게 희생당한 여성들 이름을 열거하며 그들에게 바친다는 헌사의 글이 한참 나온다.

그리고, 버지니아 울프가 상상했던 셰익스피어의 누이에게도 바친다.(25)

또한 소년들에게도!  좋은 남자로 자라가는 법을 배우라는!

 

그러니 소년들이여, 야망을 품는 것도 좋지만, 먼저 좋은 남자로 자라가는 법을 배우자! 이 책으로.  아 참, 나이 칠순이든 팔순이든, 철 안들면, 얘다. 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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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이 구린 건 맞춤법 때문이 아니다 - 밋밋한 글을 근사하게 만드는 100가지 글쓰기 방법
개리 프로보스트 지음, 장한라 옮김 / 행복한북클럽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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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이 구린 건 맞춤법 때문이 아니다

 

이 책은?

 

이 책 내 글이 구린 건 맞춤법 때문이 아니다<밋밋한 글을 근사하게 만드는 100가지 글쓰기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개리 프로보스트, 저자 소개글에서 다른 것은 다 빼도 이것만은 적어두고 싶다.

<한창 활동하던 1995, 갑작스러운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비록 그의 활약은 더 이상 볼 수 없지만 책들만큼은 우리 곁에 남아 사랑받고 있다. 특히 이 책 내 글이 구린 건 맞춤법 때문이 아니다를 비롯해 그가 쓴 글쓰기 책들은 수십 년이 지난 지금까지 단 한 권도 절판되지 않고 잘 팔리고 있다.>

 

그런 명성을 뒷받침하는 책이 바로 이 책이라는 점, 먼저 알고 읽으면 좋을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 비유로 말하자면, 통째로 씹어 먹어야 한다.

종이 한 장 한 장을, 문장 한 줄 한 줄을 쪽쪽 빨아가면서 씹어 먹어야 한다. 먹고 열심히 소화시켜서심장에 모두 간직해야 한다. 그래서 글을 쓸 때마다 그것이 핏줄을 타고, 머리에, 손가락에 그리고 가슴에 고이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글이 펄펄 살아 움직이게 된다.

 

이 책, 그렇게 글을 쓰도록 가르치는 선생님 한 분이 들어와 계신다. 훌륭한 선생님이시다.

 

이런 가르침 들어봤나?

 

짧은 문장은 괜찮다. 하지만 비슷한 길이의 문장이 계속 이어지면 글을 읽을 때 단조롭다.

점점 지루해진다. 단조로운 음을 내며 웅얼거릴 뿐이다. 귀는 다채로운 소리를 듣고자 한다. 그러니 짧은 문장, 보통 문장, 긴 문장을 조합해서 글을 써라. (112)

 

문장 구조가 똑같으면 독자는 금방 지루해진다. 명확하게 쓰는 것도 중요하지만 문장의 기본 요소들이 춤을 추면서 고유한 음악을 만들도록 해야 한다. (114)

 

유명한 소설가 누구의 글을 구체적인 예로 들어 가라사대, 문장을 짧게 쓰라고 하는 글쓰기 교실, 거기에서는 이런 말 못 들어본다. 글을 단조롭게 만들지 말라. 글이 단조로워지면 독자가 읽다가 지루해지고, 지루해지면, 책을 덮기밖에 더하겠는가? 영화도 시작한지 3분 안에 승부를 본다는데, 그래서 사람이 빨려 들어가도록 한다는데, 그렇지 못한 글이, 책이 넘쳐나니 다른 매체에 독자들을 빼앗길 수밖에 없지 않는가.

 

구체적인 사례가 5<문체를 다듬는 방법>에 등장한다. 소항목만 읽어봐도, 감이 온다.

뼈아프게 새겨야 하는 것들이다.

 

형식 측면인 문체를 생각하라 / 작성한 글을 소리로 들어라

인간적인 구어체를 흉내 내라 / 다양한 길이의 문장을 활용하라

다양한 구조의 문장을 활용하라 / 완전한 문장으로 써라

말하지 말고 보여주어라 / 관련 있는 단어는 함께 묶어라

평행 구조를 활용하라 / 고유한 문체를 억지로 고치지 마라

 

이런 것, 전혀 생각하지 않고 글을 쓰다니! 내가 그렇다는 말이다.

이 책을 읽고 나서, 그간 쓴 글을 살펴보니, 오마이갓! 서너번 외쳐도 모자란다,

그저 펜 가는 대로, 자판 두드리는 손가락 따라간 글, 전혀 그런 것 전혀 몰라라 했던, 슬픈 나의 기억이 마구 떠오른다.

 

정말이지. 이 책은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글쓰기 교과서다.

이 책, 100가지의 가르침을 담고 있는데, 그 줄기만 살펴보자.

 

1장 쓰지 않고도 글쓰기 실력을 기르는 방법

2장 작가의 벽을 넘는 방법

3장 강렬하게 글을 시작하는 방법

4장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하는 방법

5장 문체를 다듬는 방법

6장 말에 힘을 싣는 방법

7장 독자의 호감을 얻는 방법

8장 문법 오류를 막는 방법

9장 문장 부호 실수를 막는 방법

10장 비호감을 사지 않는 방법

11장 스스로 글을 고치는 방법

 

문체를 다듬는 방법, 말에 힘을 싣는 방법, 그런 거 전혀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다.

거기에 더해 또 좋은 점이 있는데, 이 책 외국 책을 그대로 번역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않고, 필요한 데마다 우리나라 사람에게 필요한 것을 보완해 놓고 있다는 점이다. 편집자의 생각이 거기까지 미쳤다는 것, 감사한 일이다.

 

이런 식으로, 책을 가치 있게 만들어 놓았다.

Tip. 글쓰기 실력을 키워주는 유용한 팁

· 우리말 온라인 유의어 사전

· 한국인이 인터넷에서 가장 많이 검색한 한글 맞춤법과 표기법 10

· 어떤 목적으로 어떤 글을 써야 할까?

· 우리말 접속 부사의 쓰임

· 우리말의 형용사와 부사, 영어와 무엇이 다른가?

· 우리나라에서 많이 사용하는 출처 표기법

· 우리말에서는 줄표를 어떻게 사용할까?

· 우리말에서는 세미콜론과 콜론을 어떻게 사용할까?

· 우리말에서는 책, 매체, 기사, 소설 제목을 어떻게 표기할까?

· 낭독 전문가는 어떻게 소리 내어 읽을까?

 

다시, 이 책은?

 

이 책, 글 쓰는 사람이면 꼭 읽어야 한다.

아니 읽을뿐만 아니라, 곁에 두고 매일 매일 글 쓸 때마다글 쓰기 전에 적어도 한꼭지씩 읽어서 손과 머리를 정비한 다음에 쓰는 게 좋겠다.

 

이런 책, 왜 진즉에 만나지 못했을까.

다시 말한다. 말하고 싶다. 굵고, 세게 외치고 싶다.

이 책, 통째로 씹어 먹어야 한다.

 

또한, 이 글 꼭 읽어보시라.

글을 왜 쓰는지 알기 전까지는 글을 쓰지 마라. (65)

도저히 뺄 수 없는 문장이 나올 때까지 모두 지워라. 거기가 글의 시작이다.(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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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쓰고 있네 스토리인 시리즈 5
황서미 지음 / 씽크스마트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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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리오 쓰고 있네

 

이 책은?

 

이 책 시나리오 쓰고 있네는 에세이집이다.

저자 황서미가 삶의 궤적을 생생하게 적어내려간 실전 다큐멘터리 같은 에세이가 실려 있다.

 

저자 황서미는 <1999, 조그마한 광고 대행사 카피라이터로 처음 회사 생활을 시작했다. 그 뒤 강산이 대충 두 번이 바뀌는 동안 직업이 수없이 바뀌었고 현재는 이름 없는 고스트 라이터로 작업 활동을 하다 드디어 앞에다가 떡 하니 이름을 걸고 낸 첫 에세이가 나오기를 오매불망 기다리고 있다. 이제는 작품 활동을 하고 싶은 것이 바람이며, 건강하게 오랫동안 세상에 돈 되는 글은 다 쓰며 살기를 소망한다.>

 

독자들은 먼저 책의 앞날개에서 위애 소개한 저자 소개문을 비롯한 저자의 발언을 읽어보는 것으로 이 책을 시작하시기를!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을 홍보하는 카피에 자극적인 문구 - 숨 쉰채 발견 등 등 - 가 보이지만, 산다는 게 이런 거다. 빼고 더하고 할 것도 없다. 그냥 이거, 이게 인생이다. 저자는 그런 인생을 보여준다.

 

프롤로그에 저자는 '인생의 현재 스코어에서, 나는 남편이 다섯이다. 다섯 번째 남편이랑 지금 8년째 살고 있다. 이 정도면 아주 오래 살았다'고 말하고 있다.

, 여기서 말하고 있다는 말 대신에 밝히고 있다라고 쓸 뻔 했다. 자판에 올려진 내 손가락이 순간 그쪽 길로 가려는 것을 내가 말렸다. 방향 급선회!

 

사실 그게 사는 모습 아닌가? 글이 그래야지, 은근 슬쩍 감추고 눙치고 해서는 제대로 된 글이 나오질 않는 것이다. 그래서 말인데, 내 손가락을 말리면서, 저자는 결혼을 다섯 번 했다 한다. 남들은 한 번도 못해보는 사람이 많은 요즘 세상인데, 재주도 좋다는 생각도 잠깐했다. '재주가 좋다는 말', 정말이지 좋은 뜻으로 쓴 거, 알아주시라.

 

저자가 살아온 궤적, 이 책에 등장하는 것만으로도 이야기가 나오게 되어 있다.

결혼 이야기는 물론이고, 수녀원 생활, 보험업, ‘치킨 대학에서 일했던 이야기, 면세점, 그리고 광고회사에서 카피를 쓰던 이야기까지.

 

그런 저자, 인생에서 하고 싶은 말이 어디 이 책 한권으로 가당키나 할까?

몇 권의 책도 모자랄 것이니, 이 책 후속편도 기대가 된다.

 

이 책에 들어있는 이야기를 읽다보면 저자의 입담에 우선 놀란다. 저자의 입담 수준 어느 정도인지 이런 이야기 먼저 읽어보자.

 

<불행의 쓰리 쿠션을 다 처맞던 2011. 나는 소주와 맥주를 가지고 차에 들어갔다. 이쯤 되면 자식이고 부모고 뭐고 하나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냥 이 세상에서 없어지고 싶다.

그러나 일본 소설 금각사의 작가 미시마 유키오가 일본 자위대 선동에 실패한 후 할복자살을 하면서, 소설에서 그렇게도 할복에 대해 묘사하며 경외감마저 보였던 데 반해 그것이 얼마나 고통스러운 것인지 미처 계산하지 못했듯, 나도 차 안에서 소주와 맥주를 마시고 나서 자살 시도를 할 때 방광이 그렇게 빨리 찬다는 것을 예측하지 못했다. 이번 한 번만 오줌 싸고 죽어야지, 한 번만 더 싸고 죽어야지 하다가 엄마 아빠한테 차 안에서 숨 쉰 채로 발견되었다.> (180)

 

죽음을 말하면서도, 미시마 유키오를 떠올리는 여유, 단순히 입담이 좋네 어쩌네 하는 것을 넘어선, 그게 삶의 내공이 아닌가?

 

하기야 그런 내공이 쌓이기까지 저자가 겪었을 삶의 무게 또한 장난이 아니다, 그야말로 필설로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그저 이 정도밖에.

 

<“저 눈도 이상해요. 맞아서 이런 건지 아니면 우연히 오늘 잘못된 건지 모르겠는데요.”

안과 연결해드릴게요.”

내 오른쪽 눈은 그날 이후 평생 맑은 하늘을 보지 못하게 되었다. 갈비뼈는 두 대가 부러졌는데 깁스도 못 하고, 손 쓸 방도도 없다는 이야기만 듣고 돌아왔다.

어두컴컴한 집에 혼자 앉아 있으려니 별 느낌 없이 움직이던 내 소유의 몸이 그날따라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생소했다. 내 몸은 내 것이다. 다른 이가 훼손할 수 없다. 다른 사람이 와서 때린다고 해서 얼른 때리고 가라고 등 대주는 일은 내 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67)

 

<이리 부딪치고 저리 부딪치며 몸에 안 맞는 옷을 입고서 꾸역꾸역 다니는 것 같던 회사를 그만두고 > (232)

 

독자들은 이 책에서 저자가 보여주는 삶의 모습에서, 삶의 희망을 건질 수 있을 것이다.

추천의 글에서, 우석훈 박사가 누구에게나 비극은 있지만,그 비극을 뒤틀어서 희극으로 승화시키는 것은 아무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라고 한게 빈말이 아니다.

 

그러니 살면서 힘들다고 어쭙잖게 죽을 생각하지 마라. 죽은 후 오줌저린 모습으로 발견될지도 모르니!

 

다시, 이 책은?

 

글은 경험에서 나온다.

경험은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이 있으나, 그중에서도 직접 경험이 백번 낫다. 남이 한 것을 자신의 것인양 껍데기만 바꿔 쓴 글보다, 직접 당해보고, 겪어보고, 저자처럼 죽어도 본 그런 날것 같은 생생한 경험에서 우러난 글이 훨씬 낫다.

 

저자의 글은 그래서 잘 읽힌다. 술술, 입에서 나온 입말이 활자화 된 것이니. 이게 바로 진정한 에세이다.

 

거기에다가 이런 자세, 참 좋다. 글에 품격을 더해준다.

내가 나인 것을 다른 사람을 설득할 필요는 없다. 괜찮다.”

 

저자가 인용한 말, 드라마 <이태원 클라스>의 마지막 대사란다.

 

그 말 읽으니, 읽는 나도 당당해지는 느낌이다. 그래, 나는 나인걸, 누가 뭐래?

저자의 글 모두가 그렇다.

당당하게 살아가는 저자의 모습, 누가 뭐래? 그런 저자에게서 나온 이런 글, 이런 책, 그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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