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
도노 하루카 지음, 김지영 옮김 / 시월이일 / 2020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파국

 

이 책은?

 

이 책 파국은 소설이다.

저자는 도노 하루카, <1991년 가나가와현에서 태어나 게이오기주쿠대학교 법학부를 졸업했다. 2019개량 (改良)으로 제56회 문예상을 수상하며 데뷔했고 2020년 이 작품 파국 (破局)으로 제163회 아쿠타가와상을 수상했다.>

 

이 책의 내용은?

 

소설 제목을 파국이라고 지은 이유는 무엇일까?

파국이란 말이 가지고 있는 의미 알고 있을 것이니, 그 파국이 언제 나올지 기대(?)를 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다. 소설을 읽으며 이게 혹시, 아니면 다음 장면에서 파국? 이런 식으로 말이다.

 

등장인물은

 

요스케 : 대학생으로 공무원 시험을 준비중이다. 학교 럭비부의 코치를 맡고 있다

사사키 : 학교 럭비부 고문

히자 : 요스케의 친구.

마이코 : 요스케의 여자 친구

아카리 :요스케의 후배, 여자 친구

 

등장인물은 단출하다. 그만큼 이야기 줄거리도 단순하다.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는 주인공 요스케가 여자 친구인 마이코와 육체적 사랑을 나누고, 헤어지고, 다시 후배인 아카리와 육체적 사랑을 나누는 사이가 되었다가 파국을 맞는다는 것.

 

문제는 요스케라는 주인공의 성격이다.

그는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인 평범한 대학교 4학년이다. 럭비부에서 코치를 맡고 있으며 근육 트레이닝을 열심히 하며 공부도 열심히 하는 학구파이기도 하다.

 

그의 행동과 감정 다스림이 재미있게 설정이 되어 있다.

 

행동은 기준이 공무원이라는 데 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나는 그 여자에게 일부러 다가가 다리를 갖다 대려했다. 그렇지만 내가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곤 그만두었다. 공무원을 목표로 하는 사람이 그런 비열한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대신 의자의 위치를 신중하게 조절하는 체하며 그녀의 다리를 훔쳐보았다. (33)

 

또한 감정조차도 명확한 근거와 논리를 찾으려고 하는 인물이다. 나름대로의 규칙에 충실하려고 노력한다.

이 책에서 가장 재밌는 장면이 바로, 그가 자기 감정을 냉철하게 바라보는 모습, 즉 눈물의 원인을 분석하는 대목이다.

 

나는 아카리에게 음료를 사주지 못하는 것이 무척 아쉬웠다. 그러자 갑자기 눈물이 흘러나와 멈추지 않았다.

어쩐지 슬퍼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러나 여자 친구에게 음료를 사주지 못한다는 이유로 성인남자가 울음을 터뜨리는 건 이상하다. 나는 자판기 앞에서 영문도 모른 채 계속 눈물을 흘리다, 이윽고 하나의 가설에 도달했다. 그건 어쩌면 내가, 언제부턴지는 모르겠지만, 한참 전부터 슬펐던 건 아닐까 하는 가설이다. 그러나 그것도 정답이 아닌 것 같았다. 내게는 아카리가 있었다. (……) 게다가 나는 내가 벌지도 않은 돈으로 좋은 사립대학에 다녔고, 근육 갑옷으로 둘러싸인 건강한 육체를 지니고 있다. 슬퍼할 이유가 없었다. 슬퍼할 이유가 없다는 건 즉, 나는 슬픈 게 아니라는 뜻이다. (152-153)

 

얼마나 냉철한 분석인가?

그러나 이런 설정 - 주인공의 행동과 감정이 그렇게 반듯하게 정렬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 - 이 바로 뒤에 따라올 파국을 향한 포석이라는 것, 독자들은 이미 짐작하고 있을 것이다.

 

파국의 의미 - 우리 내면의 불안

 

그렇게 냉철한 주인공, 파국은 어떤 모습으로 맞이할까?

일차 원인은 섹스 상대인 아카리가 결별을 선언한 것이다.

결별을 선언하고 주인공의 팔을 뿌리치며 가는 아카리를 잡으려고 달리다가.......그는 파국을 맞는다.

 

그렇게 너무 쉽게 파국을 맞게 되는 현실, 그것을 그린 것이 이 작품이다.

속으로는 어떤지 모르나, 겉으로는 모든 면에서 완벽한 주인공 요스케, 그는 이제 취업의 문을 통과하고 어엿한 사회인으로서 출발하려는 시점에 서 있다.

몸도 건실하고, 좋은 사립대학을 나왔으니 소위 스펙도 겉보기에는 부족하지 않다.

그런 그가 한 순간에 무너지는 모습, 그게 저자가 그리려고 한 인간상이 아닐까?

 

해서 이 소설은 현대 사회 -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마찬가지이다 -의 단면을 예리하게 포착해 놓은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그의 내면에 숨어있는 파국을 예감하는 불안, 그런 불안을 안고 사는 게 주인공뿐만 아닐 것이다. 이 이야기 누구 한두 명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전체의 불안이라 한다면, 너무 과한 해석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