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을 보듯 나를 돌본다 - 애쓰지 않고 편안하게
앨리스 빈센트 지음, 성세희 옮김 / 유노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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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을 보듯 나를 돌본다

 

이 책은?

 

이 책 ?식물을 보듯 나를 돌본다는 에세이집이다.

 

식물 이야기, 정원 이야기, 도시 이야기, 그리고 남자 이야기가 어우러진 에세이라고 하면 될까?

 

저자는 앨리스 빈센트 (Alice Vincent), <런던에서 저널리스트로 활동하며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던 저자는, 아파트의 작은 발코니에 자신만의 작은 정원을 가꾸며 바쁜 도시 생활 가운데 안식을 경험한다. 남자친구와의 갑작스러운 이별로 생긴 삶의 변화로 힘든 시간을 보내지만, 빛과 온기와 양분 그리고 수분만 있으면 자신만의 속도로 묵묵히 성장해나가는 식물들을 보고 인생의 영감과 통찰을 얻는다. 나아가 순환의 법칙을 따라 피고 지는 식물의 생명력과 에너지로부터 위로와 용기를 경험하며 자신을 돌보기 시작한다.>

 

이 책, 식물 이야기, 정원 이야기, 도시 이야기, 그리고 남자 이야기가 어우러진 에세이라고 하면 될까?

 

먼저 식물 이야기

 

식물에 대한 이야기가 저자의 아파트 발코니를 시작으로 공원으로, 그리고 도시로 넓혀지면서 펼쳐진다.

 

발코니는 우리 아파트에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공간이었다.

그 깜찍함이 좋았다. ... 일단 문을 열고 나가면 자유가 샘솟는 것 같았다. 하늘을 보고 하늘 속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제대로 호흡하는 자유. 폐가 커지는 기분이었다. 숨을 내쉴 더 큰 공간이 있었으니까. (25)

 

그런 베란다. 그녀에게는 자유의 공간이었다.

해서 그녀는 그 공간을 개척하고 휑하게 느껴지는 공간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민트와 타임, 세이지 같은 허브부터 시작하여 발코니를 풍성하게 만들기 시작한다.

 

발코니를 바라보며, 그녀만의 생각도 깊어지고 다양해진다.

 

나는 발코니에 나만의 고치를 짓기 시작했다. (30)

 

회색빛 발코니 바닥에 새로운 선물이 생겨난 것을 발견했다.

나는 숨을 훅 들이마셨다. 주변의 우울함에 맞서 도도하게 반짝거리는 모습이 너무나 놀라웠다. (42)

 

한 달만에 아파트로 돌아오니 기분이 이상했다.

( …)  

아파트로 돌아오는 것도 좋았지만, 발코니로 돌아온 것이 훨씬 더 좋았다. 나는 서둘러 식물들을 확인하며, 나의 손길 없이도 잘 자라고 있는 식물들 사이에서 큰 기쁨을 누렸다. (151)

  

정원과 공원 이야기

 

공원은 도시의 허파라는 표현은 18세기에 영국의 공원들과 함께 런던에서 생겨난 것이다. (186)

 

그렇게 도시에 공기를 불어넣는 허파 역할을 하는 공원은 저자에게도 생기를 불어넣는다.

 

나는 여름 방학 동안에는 복닥거리는 도시에 남지 않고 조용한 시간에 공원에 머물렀다. (184)

 

그리고 남자 이야기 - 조시와 매트

 

남자 이야기도, 프롤로그에서 묘사된 첫 장면은 얼마나 로맨틱한가?

 

나는 조시와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하는 언덕을 올라가다가 그 꽃들을 보려고 조시를 뒤로 끌었다. 가끔 이런 게 인생이라는 것이 색다르게 느껴졌다. (9)

 

그러다가 조시가 저자를 떠나면서, 이야기는 이상한 곳으로 흘러간다.

 

그 이후로 내 삶의 모든 것이 구멍 났고 바람이 너무 빠르게 빠져나가는 바람에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9)

 

조지가 그녀를 떠나가고 몇 달후다. 저자는 매트를 만난다.

<그와 나는 부엌 냉장고 옆에 서있었다. 우리 두 사람의 몸은 저녁이 시작된 이후로 가장 가깝게 엉켜 있었다.> (157)

 

이런 묘사가 정원에서 자라는 엉컹퀴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이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그 문장은 이렇게 이어진다.

<(…… ) .....그리고 또 (……)>

 

그렇게 원나잇으로 만난 그녀와 매트는 그 후로 같이 지내는 사이가 되고......

그런데 그렇게 매트를 만나면서도 그녀의 마음 한편엔 떠나간 조시가 자리잡고 있다.

 

바스락거리는 낙엽들이 배수로에서 질퍽한 곤죽으로 변해가듯 나는 우리가 함께 만들었던 것들이 가만히 썩어가고 있음을 느꼈다. 내가 여전히 조시를 사랑하는지, 사랑하지 않는지는 알 수 없었고 파악하기도 너무 아련한 마음이었지만, 나는 예전과 똑같이 그를 걱정했다. 내 마음을 그에게 보이는 일이 공평하지도, 옳지도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래서 그 마음을 삼키고, 나의 하루를 방해하는 그리움을 잠재워나갔다. (174)

 

다시, 이 책은?

 

식물이야기, 정원이야기, 도시 이야기, 정갈해서 좋다. 마치 산소를 들이 마시는 긋, 상쾌한 정원을 걷는 기분이 든다.

그러나 그런 이야기와 남자 이야기가 뒤섞이니, 갑자기 매연이 허파 속으로 들이닥친 듯, 혼탁해진다.

서양의 - 요즘은 우리나라도 그런가? - 성풍속을 여과없이 기록한다. 마치 정직하면 모든 것이 용납되는 것처럼. 그래서 아쉽다. 이 책이.

 

<에필로그>에서조차, 저자는 여전히 조시를 떠올리면서, 매트와의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한다  

그 관계마저도 <매트와 나를 붙잡고 있는 이 사랑이 지속될지 식어갈지 산산이 부서질지 알 수 없었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래서 이런 끝말도 그저 공허하게만 들린다.

 

<다시 봄이 오고 좋은 향기가 날 것을, 나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변화하는 계절들에 둘러싸여 회복되리라는 것을.>(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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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부패의 세계사
김정수 지음 / 도서출판 가지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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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부패의 세계사

 

이 책은?

 

이 책 반부패의 세계사는 인류 역사에서 부패와 반부패의 투쟁 역사를 다루고 있다.

 

저자는 김정수, < 2000, 한국에서 막 걸음을 뗀 반부패국민연대(현 국제투명성기구 한국본부인 한국투명성기구)에 합류해 정책실장으로 일하며 청소년 반부패 교육을 위한 연구와 강연, ‘국제 청소년 반부패 포럼조직, 그리고 부패방지법 제정을 위해 힘썼다. 2004년부터는 한국사회의 부패방지 및 투명성 제고를 위해 시민사회-기업-정부가 협력해 조직했던 투명사회협약실천협의회에서 사무처장으로 일하며 공공부문 개혁과 기업윤리 개선, 시민들의 자발적 반부패 활동을 지원했고, APEC 반부패 실무회의와 국제투명성기구 활동에도 참여하며 국제적인 반부패 연대활동을 전개했다. 그 활동들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7년 국가청렴위원회 위원장 표창장과 2008년 국민훈장 목련장을 수여받았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 부패에 대한 개념부터, 그 개념 정립이 어려운 이유를 비롯하여 세계사적으로 부패가 끼친 영향을 파고 들어간다.

해서 부패가 왜 문제가 되는지를 파헤치고 있다.

 

실제 우리는 부패가 나라 역사를 어떻게 바꿔나가는지를 현실에서 목도하고 있다. 그 부패에 대항하여 싸우는 반부패의 운동이 얼마나 힘든지도 알고 있다 부패의 어두운 그림자를 체감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 역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이 책은 현재의 역사를 살펴보는 중요한 도구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가치를 지닌다.

 

부패란 무엇인가?

 

먼저 부패가 무엇을 말하는지, 그 개념을 살펴보자.

 

부패란 ‘함께파괴하다가 합쳐진 단어로 파괴, 타락, 오염, 탈선 등의 의미를 담고 있다. (58)

즉 하나의 행위 혹은 물건, 조직, 사회가 오염되고 더렵혀져서 정상적인 상태에서 벗어난 것이 부패다.

 

오늘날에는 부패란 위임된 공적 권력을 사적이익을 위해 남용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19)

 

그러나 그런 부패의 정의가 어느 시대나, 어느 나라나 다 통하는 것이 아니다.

다음과 같은 문제가 있기에, 부패 개념을 정립하기 어려운 것이다.

 

부패의 개념이 역사적으로 매우 다르게 이해되거나 사용되었기 때문이다. (22)

사회와 문화에 따라 부패에 대한 이해가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40)

부패가 권력 투쟁과 밀접한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47)

 

부패는 문화, 시대, 상황에 따라 다르게 이해되고 정의됨에도 공통의 현상을 보여준다.

공적인 이익과 공유된 가치를 훼손하고 약화시키는 현상, 그리고 도덕적 타락과 개인 또는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는 현상이 대표적이다. (59)

 

역사에서 찾아본 부패와 반부패의 투쟁

 

이 책은 2<자유, 민주주의, 법치 그리고 반부패>라는 항목에서 반부패를 위한 투쟁의 역사를 다룬다.

우루카기나, 솔론, 그리고 상앙(商?)이 그 주인공이다.

그들이 속한 나라도 다 다르다. 수메르 지역의 라가시, 아테네, 그리고 중국의 진나라다.

 

특히 우루카기나의 반부패 활동은 기록할만하다.

그의 반부패 활동이 인류 역사의 기록 중 부패와 관련된 첫 번째 기록이기 때문이다.

 

인간이 얼마나 오래전부터 부패를 저질러왔는지를 개탄하는 사람들에게 우루카기나의 점토판은 인간이 얼마나 오래 전부터 부패에 맞서왔는지를 이야기한다. 그러니 부패와 관련한 인류문명의 첫 기록은 부패를 저지른 것에 대한 기록이 아닌 부패와 맞서 싸운 것에 대한 기록인 것이다.(67)

 

아테네의 솔론이 이룬 반부패 개혁도 기록할 게 많다.

 

솔론의 개혁에서 제도적으로 가장 중요했던 것은 바로 사법개혁이다. 솔론은 최하층 계급인 테테스가 참여할 수 있는 시민법정 헬리아이아(Heliaia)를 창설했다. 플루타르크는 영웅전에서 이 시민법정이 처음에는 아무 것도 아닌 것처럼 보였으나 나중에 엄청난 특권을 가지고 있었던 것으로 증명되었다고 적었다. (95)

 

고대 아테네에서 가장 중대한 범죄는 뇌물과 횡령 그리고 배심원을 비롯한 재판부를 매수하는 것이었다. (98)

 

솔론의 개혁 중 현재 활용되고 있는 제도가 있으니 다음과 같은 것이다.

 

소득신고를 게을리 하거나 스스로 정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는 사람은 처벌한다. 공무원의 재산이 갑자기 증가했을 때 그것이 뇌물이 아니라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그 공무원은 증가된 재산을 몰수당하고 파면된다. (96)

 

진나라를 통일국가로 나아가는 발판을 마련한 사람으로 상앙을 꼽을 수 있다.

그의 개혁은 변법(變法)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는데, 변법은 법을 새롭게 바꾸는 것을 말한다. 즉 귀족의 권한을 약화시키도록 법을 바꾸고, 나라를 부강하게 만들도록 한 것이다.

 

상앙의 개혁 중 현재 활용되고 있는 제도는 내부 고발제도가 있다. (110)

 

반부패 투쟁은 지금도 진행중

 

그런 역사를 거쳐 부패에 대항하는 반부패 운동은 시간이 흐르면서, 제도화의 과정을 거친다.

이 책은 그러한 제도화 과정을 다음과 같이 살펴보고 있다.

 

3부에서는 감사, 옴부즈맨, 회계감사, 선거제도에 대하여

4부에서는 언론 자유와 내부고발제도를 살펴보고 있다.

 

시민들의 직접적 반부패 활동은?

 

5부에서 시민들의 직접적 반부패 활동을 다루고 있는데,

국제투명성기구의 발족, 그리고 우리나라로 관심을 돌려 우리나라 부패와 반부패의 투쟁 역사를 살펴보고 있다.

 

저자는 우리나라 부패를 크게 3단계로 구분한다.

낡은 부패의 시대 : 해방 이후로부터 1960419 혁명 이전까지

개발부패의 시대 : 1961년부터 1997년까지.

신자유주의적 부패의 시: 1997년부터 2017년까지.

 

그리고 박근혜 탄핵에 이르기까지, 우리나라 부패의 역사를 훑어보고 있다.

그런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반부패 운동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 그게 반부패의 역사다.

 

다시, 이 책은? - 히드라 VS. 히드라

 

히드라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괴물로 계속해서 목을 쳐도 다시 새로운 목이 자라나는 괴물이다.

 

부패는 매우 질긴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18세기 영국에서 부패는 때때로 히드라에 비유되었다. 계속해서 목을 쳐도 다시 새로운 목이 자라나는 고대 그리스신화의 괴물처럼 부패는 아무리 처벌해도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미국에서 정보 감시를 폭로했던 내부 고발자 에드워드 스노든 역시 히드라를 말한다. 이번에는 반대다. 반부패를 위한 노력이 히드라와 같다는 것이다. 진실을 말하는 한 명의 히드라를 처벌한다 해도, 진실을 말하는 또다른 사람이 마치 히드라의 목처럼 다시 생겨난다는 것이다.(61)

 

이처럼, 부패와 반부패의 투쟁 역사는 인류 역사에서 그치지 않고 이어져 왔고, 앞으로도 그런 투쟁은 계속될 것이 분명하다.

 

그래서 과연 어떤 히드라가 이길지. 부패의 히드라일지 반부패의 히드라일지, 관심을 갖고 지켜볼 일이다  

이책, 그러한 관심을 촉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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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무사히 - 연쇄사진사건
임요희 지음 / 앨리스북클럽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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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무사히

 

이 책은?

 

이 책 오늘도 무사히<연쇄사진사건>이라는 타이틀이 또 붙어있다.

저자는 임요희.

 

이 책, 마음에 드는 이유가 많다. 몇 가지 추려본다.

 

우선 책에 대한 개념이 남다르다.

 

책에 대한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저자, 그게 마음에 든다.

이 책, 보통의 책과 다르다.   

보통의 책, 특히 그게 소설이라면 우선 생각할 수 있는 게 글자다. 글자가 페이지를 잔뜩 메운 책, 그런 것을 연상하겠지만, 이 책은 다르다.

 

책을 펴서 보면, 한 쪽 면에 글자, 그 맞은 편 쪽에는 사진이 자리하고 있다.

왼쪽 면에 있는 게 문자로 된 소설인데, 소설도 길게 쓰여진 게 아니라 단 몇 줄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니 읽기 쉽고, 뜻도 뚜렷하게 전달이 된다. 그러면 되는 게 다 아닌가. 뜻이 정확하게 전해지면, 그러자고 글쓰는 것이다.  

 

억지를 부리지 않아서 더 좋다.

 

이야기 옆에 사진을 배치해 놓았는데, 이야기와 사진을 억지로 꿰맞추려고 하지 않은 점, 또한 마음에 든다.

사진을 옆에 실었으면,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스토리를 연결시켜보려고 할 것인데, 저자는 미리 그러지 않은 것임을 선언하고 들어간다.

 

<사용방법>에서 그걸 알려준다.

혹시 따로 시간 나면 사진 밑의 설명을 읽되 이때는 소설과 함께 읽지 마세요. 어거지거든요. (......) 목차는 없습니다. 한 편의 소설이고 각각의 사진은 이어지지 않아요.

 

그래서 왼쪽 면의 이야기와 오른쪽 면의 사진을 연결시키려고, 읽을 때, 갸우뚱 갸우뚱 머리를 육적으로, 심적으로 애쓰지 않으니, 좋다.

 

아포리즘, 밑줄 그으며 읽는다.

 

이 책은 글이 짧은 대신, 거의 모든 글이 아포리즘이라 해도 될 정도로 울림이 있다.

 

누군가의 정체성은 곁에 있는 사람들이 만들어준다. (28)

 

인간은 나약해서 부서지기 쉬워요. (54)

 

마음은 턱없이 약하기 때문에 잘 간수해야 해요. (56)

 

그곳이 아무리 아름답다 하여도 안주하지 않아요. (120)

 

모든 문장들이 아포리즘이라는 말, 빈말이 아니다.

엄마 말씀이 다 맞아요.” (52)

이 말, 다 새겨들어야 할 말 아닌가? 그래서 아포리즘이다.

 

다시, 이 책은? - 이 책은 두 번은 읽어야 한다.

 

책 앞머리에 있는 저자의 말이다.

그래서 이 사진집은 두 번 보아야 한다. 한번은 가까이서 보았을 때의 서글픈 인생, 그리고 한 번은 멀리서 보았을 때의 즐거운 인생. 하나의 사진 속에서 비극과 희극을 함께 발견할 수 있다면, 타인의 모습과 내 모습을 함께 발견할 수 있다면 연쇄사진사건 오늘도 무사히는 자신의 목적에 거의 도달한 것이다.

 

그처럼 이 책을 두 번 정도는 읽어야 한다.

인생은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다.”라는 찰리 채플린의 말을, “한번은 희극으로, 한번은 비극으로 역사는 반복된다.”는 헤겔과 마르크스의 말을 떠올리면서 이 책을 읽는 재미, 게다가 인생을 바라보는 즐거움도 더하니, 좋다. 

 

! , 저자는 이야기와 사진이 연결된 것이 아니라고, 어거지라고 말하지만, 두 번 읽다보니, 묘하게 글과 옆의 사진이 연결되는 게 느껴진다. 느껴지자 더 읽게 되고, 두 개의 연결고리를 찾느라 몇 번 더 읽게 된다. 그게 더 재미있다. 이 책, 의외로 신선하고 재미있다. 참 별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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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사색하는 시간
이창익 지음 / 인간사랑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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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사색하는 시간

 

이 책은?

 

이 책 죽음을 사색하는 시간은 제목 그대로 죽음을 사색 - '깊이 생각하고 이치를 따져 보는 것'- 하게 만드는 책이다.

 

저자는 이창익, <서울대학교 인문대학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이며, 한신대 학술원 연구교수와 원광대 마음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를 거쳐, 현재는 한림대 생사학연구단 HK연구교수로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자유로운 사람은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지혜는 죽음이 아니라 삶의 숙고에 있다고 스피노자는 말했다. 물론 그의 말 뜻은 죽음을 생각하고 두려워할 게 아니라, 오늘 어떻게 살 것인가를 생각하라는 의미이리라. 그래서 그는 내일 지구의 종말이 온다 할지라고 오늘 사과나무를 심겠다고 했겠지.

 

그래도 그는 아무래도 삶을 너무 좁은 의미로 생각한 것 같다. 삶속에는 이 땅에서 살아가는 것도 있고, 또 죽음도 있는데, 그 삶 속에는 이 책처럼 죽음을 사색하는 것도 포함된다는 것이, 이 책의 요점이다.

 

죽음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는가?

 

죽음은 삶의 끝이지만 동시에 삶의 일부분이다. 우리는 우리의 삶이 끝나야만 죽음을 알 수 있으며, 결과적으로 죽음에 대해 아무 것도 말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죽음을 잘 알고 있으며 죽음에 대해 잘 이야기할 수 있다.(133)

 

판 데르 레이우의 말이다.

어째서 인간은 죽음에 대해 잘 모르면서도, 잘 알고 있다 말할 수 있으며, 또한 잘 이야기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건 죽음은 미래이자, 현재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이 땅에 태어나면서부터 죽음을 안고 살아간다. 그러니 결국 산다는 것은 죽는다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먼저 에피쿠로스의 이런 말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에피쿠로스의 이런 말은?

 

우리가 존재하는 한 죽음은 우리와 함께 있지 않으며, 죽음이 오면 우리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악 중 가장 끔찍한 것인 죽음은 우리에게 아무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죽음이란 산 자에게도 죽은 자에게도 관여하지 않는데, 이는 산 자에게는 죽음이란 존재하지 않으며, 죽은 자는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110)

 

에피쿠로스의 이 말을, 어디에선가 읽고 죽음에 대한 바람직한 자세라고 여겨왔었다.

그런데 저자는 이 말에 대해, 다른 각도로 살펴보고 있다.

 

이 말은 일종의 재담이다. 왜냐면 죽음은 죽음의 순간에 신체적으로 겪는 감각의 고통에 불과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살아가는 내내 인간을 괴롭히는 심리적 문제이며 또한 나의 세계의 완전한 소멸 가능성에 대한 수용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111)

 

그러니, 죽음의 문제가 내가 지금 당하는 문제가 아니라서, 또한 내가 죽으면 그냥 끝이 나니까 생각할 필요가 없는 게 아니라, 지금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이니 생각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일생, 즉 단 한 번을 살아가는 인생이기에 죽음이 문제가 된다.

 

인간은 죽음이라는 의미심장한 한계선에 대한 의식을 통해서만 일생(一生)’이라는 관념을 지닐 수 있다. (112)    

 

일생(一生)’이란 사람이 이 땅에서 한번만 살아가는 것을 의미한다. 그런데 인간에게 죽음이 없었더라면 일생이라는 관념도 없었을 것이다. 죽으면 인생이 끝이 나기에, 일생(一生)을 생각해보게 되는 것이다. 죽음의 또 다른 의미가 바로 인생의 일생을 돌아보게 만드는 것이다.

 

다시 말하면, 레비나스의 말처럼, 죽음은 인간 일생에 시간성을 부여하는 절대 타자이며, 죽음을 통해서만 일생은 통시적 시간 구조를 획득할 수 있다. (130)

 

이렇게 정의할 수 있는 죽음을 안고 사는 인간이기에 죽음을 사색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이 책, 그런 사색을 통해 죽음을 대하는 태도를 살펴보고 있다.

 

사후 세계는 의 누가 경험하게 되는 것일까?

 

죽음이 오면, 다가오면, 사람은 죽게 된다. 이 땅에서 활동을 멈추고 사후 세계로 가는 것이다.

, 이럴 때, 죽음으로 사후 세계를 경험하는 존재는 누구일까?

 

시간이 흐르면 죽은 사람의 몸은 시체로 분류되어 장례라는 절차를 거쳐 땅에 묻히거나 한 줌의 재로 변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죽어 사라지는 몸에서 무언가 빠져나와 죽음을 경험하는 것일까? 그 몸에서 빠져나온 - 흔히들 영혼이라 부르는 - 것이 일까?

 

대체 나의 죽음을 겪는 주체가 되는 존재는 누구인가?

인가, ‘나의 몸인가, 아니면 나의 영혼일까?

라는 존재는 무엇인가? ‘나의 몸인가, 아니면 나의 영혼일까?

 

이런 의문에서 불멸과 필멸이란 논제가 나오게 된다.

필멸이라 함은 영혼과 육체 모두다 언젠가는 반드시 죽어 소멸한다는 것이고, 불멸이라 함은 육체의 소멸과는 별도로 영혼은 지속한다는 제한적인 죽음 이해를 전제로 한다. (145)

 

다시, 이 책은? - 이런 글들을 통해 죽음을 사색해 보자.

 

인간은 자연으로부터 자신을 분리시켜 객체화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죽음 이전의 죽음’, 나아가 죽음의 공포를 겪는다. (136)

 

죽음의 의미는 살아있는 주체가 지금 현재의 자리에 선 채 일생에서 사후로 상상적 이동을 감행함으로써 발견하는 의미라고 할 수 있다. (149)

 

삶을 이끌어 가야 한다는 특권을 지닌 인간은 자신의 유한성과 직면한다. 그는 죽음으로부터 죽음을 향해 살아간다. 다시 말해서, 그는 사물의 질서 안에 있는 어떤 자리를 죽음에게 내준다. (345)

 

이 책에서 얻은 많은 통찰 중에서 특히 일생(一生) 개념은 독자들의 생사관, 인생관에 많은 변화를 가져다 주리라 믿는다.

인생은 누구나 한 번 왔다가 한 번은 가는 것이라는 것, 알고 있었지만, 그 일생이라는 말을 죽음과 연결시켜 생각해 보면, 의미가 달라진다.

 

우리는 삶이 마치 거대한 심연 위에 가냘프게 떠 있는 작은 구름다리 같은 것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미지의 저편에서 출생을 거쳐 다리 위에 올라선 것처럼, 이제 우리는 다리를 다 건너고 나면 죽음을 거쳐 반대편에 도착할 것이다. (377)

 

죽음을 거쳐 저 반대편에 이르기 전에 우리에게 죽음을 사색하는 시간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게 우리 삶의 일부분이기도 하다는 것, 이 책으로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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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우주를 알아야 할 시간
이광식 지음 / 메이트북스 / 202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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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 우주를 알아야 할 시간

 

이 책은?

 

이 책 50, 우주를 알아야 할 시간<나는 우주에서 인생을 배웠다>라는 부제가 붙어있는데, 우리 인생을 우주와 연결시켜 생각하게 해주는 우주과학 책이요, 또한 철학책이다.

 

저자는 이광식, <‘별과 우주를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들려주는 국내 대표적인 천문학 작가. 젊은 시절 우주에 대한 호기심에서 헌책방을 순례하고, 성균관대학교 영문학과 졸업 후, 출판사를 차려 한국 최초의 천문 잡지 [월간 하늘]과 교양 천문학 책 등을 펴냈다. 일에 파묻혀 살다가 사라지기 전에 우주를 더 알고 사색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일찌감치 강화도 퇴모산으로 들어가 낮에는 텃밭 일을 하는 한편, 밤에는 망원경으로 별 보고 천문학 책 읽는 생활을 계속했다. 현재 '원두막 천문대'라는 개인관측소를 운영하면서 과학칼럼니스트로도 활동하고 있다.>

 

이 책으로 저자 이광식을 알게 된 것, 우주에 관한 새로운 지평을 넓힐 수 있어서, 행운이다.

 

이 책의 내용은?

 

책 제목 앞에 붙은 50이란 숫자를 그냥 무심하게 지나쳤다.

그리고 <지은이의 말>에서 논어의 지천명(知天命)을 언급하는 것도, 그냥 논어 한마디 하는가 보다 싶었다.

본문을 읽고자 하는 성급한 나의 마음이, 그걸 건너뛰게 한 것이다. 

제목부터, 자세하게 살폈어야 했다. 왜 제목에 50이란 숫자가 붙지? 왜 지천명을?

 

저자는 다 계획이 있었던 게다.

50, 지천명의 나이에는 우주를 제대로 알아야 한다는 것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50, 지천명(知天命)에서 천명이란, 저자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천명이란 인생을 뜻하기도 하지만, 넓게는 삼라만상을 지배하는 우주의 섭리나 원리 또는 보편적인 가치를 말하는 것이다. (6)

 

해서, 저자는 삼라만상을 지배하는 우주를 알아보자며 독자들을 초대하고 있다.

우주, 언뜻 들으면 다 아는 것처럼 생각되는 단어 '우주', 그 우주를 저자는 새롭게 보여주고 있다.

 

우주는 지구로부터 시작하여 태양계, 그리고 태양계를 품고 있는 우리은하를 말한다. 거기에 또 우리은하는 국부은하군에 소속되어 있고, 또 그 국부은하군은 처녀자리 은하단에 속해있고.....

이런 식으로 광활하게, 끝이 없이 펼쳐지는 게 이 책에서 말하고 있는 우주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은하는? 우리은하.

 

먼저 확실하게 알아두어야 할 게 있다.

바로 '은하'와 '은하수'는 다르다는 것, 그리고 은하에도 많은 은하가 있다는 것을 알아두어야 한다.

 

은하는 일반명사다. 영어로는 갤럭시(galaxy)라 한다.

은하수는 지구의 밤하늘에 구름 띠 모양으로 길게 뻗어있는 수많은 천체의 무리를 가리키는 고유명사다.

저자는 이 둘의 구분을 확실하게 하기 위해 서울의 한강과 강을 예로 든다. (100)

서울을 가로질러 흐르는 강을 한강이라 하고, 한강을 포함한 모든 강을 통칭하여 강이라 하는 것과 같다.

은하가 있고 그 수많은 은하 가운데 하나가 은하수인 것이다.

영어로 구분해 보자면, 은하는 galaxy, 은하수는 milky way 이다. 확실히 구분된다.

 

그리고 은하에는 수많은 은하가 있다.

지구와 태양이 속해있는 우리은하가 있고 수많은 은하 부락이 있다. 은하부락에는 안드로메다 은하, 마젤란은하, M33 은하 등 40여개의 작은 은하들이 포함되어 있다, 그 부락의 이름은 국부은하군이다.

국부은하군은 주위의 여러 은하군들과 함께 처녀자리 은하단에 속해있다. (110)

 

그럼 태양은 우리은하의 중심에 있을까?

 

그렇지 않다. 이태껏 잘못 알고 있었던 게 바로 이거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리은하의 중심이 태양인줄 알고 있었다.

그런데 그게 아니라 태양은 은하의 중심에서 은하 반지름의 3분의 2 쯤 되는 거리에 있다.

또한 태양은 은하 중심을 돌고 있다. 결코 태양이 우리은하의 중심이 아닌 것이다.

 

, 행성, 소행성들이 공처럼 둥글게 되어있는 까닭은?

 

바로 중력 때문이다.

중력은 물체의 중심에서 작용하기 때문에 천체의 높은 부분을 아래로 끌어당겨 이윽고 자기 몸을 둥그런 공처럼 만든다. , 지름이 700km 는 넘어야 중력이 그렇게 할 수 있다. (200)

 

그런 식으로 우주를 새롭게 볼 수 있는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들어 있는 이 책의 목차를 훑어보자. 어떤 내용이 들어 있을까.

 

프롤로그_어느 날 문득 우주가 나를 찾아왔다

1강 세상은 어떻게 시작되었나?

2강 만물의 근원인 수소가 맨 처음 한 일

3강 우주는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나?

4강 우주는 얼마나 클까?

5강 우주는 끝이 있을까?

6강 우주에서 가장 기괴한 존재, 블랙홀

7강 알수록 신기한 태양계동네

8강 다정한 형제, 지구와 달 이야기

에필로그 우주는 어떤 종말을 맞을까?

 

그렇게 지구, 아니 우주의 시작부터 우주의 종말까지 그러니 우주를 공간적으로, 시간적으로 살펴보고 있는 것이 바로 이 책이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땅만 내려다보지 말고 고개를 들어 하늘의 별을 보라.” - 스티븐 호킹 (7)

 

다음 세대에 물려줄 과학지식을 단 한 문장으로 줄인다면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이다.” - 리처드 파인만 (60)

 

자유로운 사람은 죽음을 생각하지 않는다. 그의 지혜는 죽음이 아니라 삶의 숙고에 있다. - 스피노자. (76)

 

다시, 이 책은?

 

제임스 조이스는 그의 작품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 주인공 스티븐 디덜러스가 지리책에 다음과 같이 자기 자신의 위치를 자리매김하고 있다고, 설정해 놓았다.

 

기초반

클롱고우스 우드학교

샐린스 마을

킬데어 군

아일랜드

유럽

세계

우주

 

그 소년 스티븐이 우주라는 이름하에 알고 있는 우주는 어디까지였을까?

스티븐의 우주가 어디까지를 말하는지 모르겠으나, 내가 생각하는 우주는

책을 읽기 전과 읽고 난 후, 우주는 분명 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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