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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음악 - 양차 대전과 냉전, 그리고 할리우드
존 마우체리 지음, 이석호 옮김 / 에포크 / 2025년 7월
평점 :
전쟁과 음악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요즘 클래식을 배우고 있다. 공부하고 있다는 말이 오히려 적절할 듯 하다.
그래서 이 책, 한 글자 한 문자, 다 체크하면서 읽어본다.
그러다가 이런 말도 만나게 된다.
래그타임. (125쪽)
래그 타임이 뭐지? 영어로 분명 ragtime일 것인데, 뭐지?
해서 검색해 보았다.
[19세기 후반에서 20세기 초반까지 미국 남부의 흑인 혹은 크리올 사회에서 대유행한 춤과 춤곡. 흔히 줄여서 래그(Rag)라고도 한다.
음악으로서는 클래식 음악과 뉴올리언스와 세인트루이스를 기반으로 하여 발전한 흑인 음악에 각각 기반을 두고 있으며, 존 필립 수자 등의 행진곡 작곡가들로부터도 영향을 많이 받았다. 래그타임 음악들은 흑인 음악가들과 서양의 악기가 본격적으로 만나는 계기가 된 장르였다. 재즈라면 빼놓을 수 없는 요소인 강력한 백 비트와 당김음이 강조되는 등, 이러한 요소들이 재즈에 많은 영향을 주어 실질적인 '재즈의 조상', '재즈의 뿌리' 격으로 평가된다.] (나무위키)
조금 더 살펴보자.
[유명한 래그타임 작곡가로는 영화 스팅에 나와 대히트했던 '디 엔터테이너(The Entertainer)' 와 '단풍잎 래그(Maple Leaf Rag)' 를 쓴 스콧 조플린이 있고, 이외에도 조지프 램, 제임스 스콧 등이 있다. 1차대전 후 재즈와 블루스가 치고 올라오면서 급속히 인기를 잃고 흘러간 장르 취급을 받기도 했지만, 래그타임이 저 두 장르에 끼친 영향도 꽤 컸다.]
이 책에서는 이렇게 등장한다.
미국의 음악 문화는 래그타임과 재즈라는 형태로 도처에서 관찰되었다.(.......) 19세기 흑인들이 해방되면서 1890년대 스콧 조플린의 래그타임을 시작으로 음악의 창조성이 폭발한 현상도 비슷한 관점으로 파악 가능하다. (......) 1918년 즈음이 되면 미국 흑인의 음악은 백인 대중문화까지 진입하여 곧 세계를 정복하게 된다.
클래식 작곡가들도 처음에는 이 새로운 대중음악과 흔쾌히 어울렸다. 드뷔시, 라벨, 스트라빈스키, 힌데미트, 그리고 나중의 쇼스타코비치 등이 래그타임에 영감을 받아 쓴 작품들이 바로 그랬다. (125-126쪽)
그 다음도 읽어보자,
(그러나) 대부분의 클래식 작곡가들은 대중음악에 등을 돌렸다. 남은 건 조지 거슈윈 정도로 그나마 그가 있었기에 래그타임과 재즈의 잠재력이 피아노 협주곡과 교향시, 오페라의 땔감이 되던 시절이 있었음을 기억한다.(126쪽)
그렇게 알고 나니까 조지 거슈윈의 피아노 협주곡과 교향시, 오페라가 이해가 되는 것이다.
조지 거슈윈의 피아노 협주곡은 <랩소디 인 블루> <랩소디 인 리벳> <협주곡 F 장조>가 있고, 교향시는 <파리의 미국인>, 오페라는 <포기와 배스>가 있는데, 그 곡들의 정체(?)가 분명하게 인식이 되는 것이다, 그렇게 공부를 하게 만드는 책이 바로 이 책이다.
조지 거슈윈에 대하여는 이런 기록도 읽어볼만하다.
19세기 후반 제정 러시아의 학살을 피해 집단 거주지인 게토를 떠나 미국에 정착한 유대인 가운데 조지 거슈윈, 에런 코플런드, 레너드 번스타인의 부모가 있었다. 만일 이들이 러시아에서 태어났다면 러시아와 유럽의 음악은 지금 어떤 모습을 하고 있을까? 1차 대전 종전후 미국 클래식 음악을 미국적이요 클래식하게 만든 것이 바로 이들 자식 세대들의 업적이었다. (323쪽)
미국 클래식의 역사를 본격적으로 생각하게 하는 구절이 아닐 수 없다.
그 문장이 들어있는 장은 <11장 문화전쟁과 상실에 대하여>이다.
11장에서는 독일과 러시아에서 파시스트와 나치 정권과 소비에트 정권하에서 내쫓긴 사람들의 행적을 이어나간다. 물론 그들이 쫓겨난 다음에 그 자리를 채워간 이들의 모습도 보여준다.
자, 이제 이 책의 전체를 개관해보자.
목차가 이렇다.
1 클래식 음악의 두 갈래 평행 우주
2 브람스와 바그너
3 스트라빈스키와 쇤베르크
4 12음 음악의 탄생
5 히틀러, 그리고 내부로부터 생겨난 맹독
6 스탈린과 무솔리니가 음악을 만들다
7 영화음악, 20세기 클래식 음악의 새로운 출구
8 새로운 전쟁, 낡은 아방가르드
9 냉전이 현대음악을 정의하다
10 역사 창조하기, 역사 지우기
11 문화 전쟁과 상실에 관하여
12 우리에게 다시 돌아올 미지의 음악을 위하여
처음부터 차근차근 정리해 나갈 게 참으로 많다,
그중 몇 개 기록해 본다.
바그너와 브람스는 지상 전투가 있은 지 한 세기가 지난 오늘, 우리는 이 두 사람이 실은 서로 비슷한 구석이 많았음을 본다. (67쪽)
그게 어떤 점인가?
두 사람 모두 각자가 지은 새로운 음악을 정당화하고 영감을 찾기 위해 과거를 탐구했다.
바그너는 고대 신화를 뒤적이며 주제를 길어왔고 (.........)
브람스는 과거 독일의 음악 형식쪽으로 시선을 두었다.
두 작가가 모두 하늘 아래 정녕 새로운 것은 없으며 어떤 것도 완벽하게 되풀이되지 못한다는 진리를 깨닫고 있었다. 신과 구는 같은 실제의 양면이다. (67쪽)
그렇게 바그너와 브람스는 정리가 된다.
그럼 스트라빈스키와 쇤베르크는 어떨까? 이 문장으로 정리가 될 수 있을까?
의미심장하게도 <불의 제전>과 <달에 홀린 피에로>는 (시각적이고 언어적인) 이미지를 통해 이성의 통제를 벗어난 원시성을 재창조하려 시도한 작품이었다. (113쪽)
<불의 제전>은 스트라빈스키, <달에 홀린 피에로>는 쇤베르크의 작품이다.
그리고 <5 히틀러, 그리고 내부로부터 생겨난 맹독>을 읽기 전에, 바그너에 대해 선입견을 가지기 전에 이런 글은 읽어보고 5장을 읽어야 한다,
그러나 이야기를 성급하게 밀고 나가기에 앞서 먼저 히틀러, 무솔리니, 스탈린이 음악을 통제하기 위해 실제로 어떤 일을 했고, 그 과정에서 승자와 패자는 누구였는지 짚는 게 좋겠다. (138쪽)
이 책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이런 글쓰기이다. 독자로 하여금 차분하게 읽어갈 수 있도록, ‘한 템포 쉬고’ 라며 마음을 다독이는듯한 저자의 음성이 들리는 것이다.
쇼스타코비치에 대하여..
그의 <세컨드 월츠>를 즐겨 듣는다. 그런 음악을 만든 쇼스타코비치, 그가 소련에서 어떤 고난을 받았는가.
그가 받은 고난을 알게 된다면 그가 작곡한 <세컨드 왈츠>는 새롭게 들을 수밖에 없다.
그냥 흘려듣고 지나갈 음악이 아닌 것이다.
쇼스타코비치는 소련에서 목숨을 붙이고 살려면 다시는 <무첸스크의 맥베스 부인> 같은 작품을 써서는 안된다는 교훈을 분명히 깨달았다. 그는 발표를 준비중이던 신작 <교향곡 4번>을 즉시 철회했다. (164쪽)
위에 언급한 3인, 무솔리니, 히틀러, 스탈린 치하에서 일어난 사례중 하나가 바로 쇼스타코비치의 일이다.
다시, 이 책은?
클래식에 대하여 지금껏 공부(?)하면서 현대 이전의 음악에 대하여는 그 가닥을 잘 잡을 수 있었는데, 그만 현대에 들어와서 길을 잃어버린 느낌이다.
현대 이전까지는 분명하게, (바로크 - 고전 – 낭만 –국민)주의 하는 식으로 제법 그 줄기를 잡을 수 있었는데, 현대는 대체 어떻게 돌아가는지 헤매게 된다.
그럴 때에 이 책은 많은 가르침을 준다. 대체 왜 헤매게 되는지를 알려주는 것이다.
저자가 이 책을 쓰게 되고, 우리에게 알려준 것이 바로 그런 점이다.
‘우리가 사랑하는 클래식 음악 플레이 리스트는 왜 20세기 초에 멈춰있을까.’
그런 문제의식을 가지고 저자는 현대 음악의 가닥을 잡아주고 있는 것이다.
사족, 아니 꼭 기억해두고 싶은 말!
음악은 존재하기 위해 반복되지 않을 수 없으므로 항상 변화의 상태 속에 놓여있다.
설령 그 반복이 음반에 의한 정확한 반복이라손 칠지라도 그에 대한 인식만큼은 같지 않을 것이다. 그걸 듣는 사람이 끊임없이 변화 발전하기에 해석이 전과 달라지기 때문이다. (16쪽)
클래식을 듣는 사람이라면, 이 말에 공감, 동감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