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에케 호모 - 제1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9월
평점 :
에케 호모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소설이다. 장편소설,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다.
그동안 혼불문학상 수상작품을 주욱 읽어왔는데 이번 작품은 그 장르가 다른 것,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어떤 점이 혼불 문학상의 마음에 맞았는지 궁금하다.
게다가 제목 또한 니체의 말을 상기시키니. 더욱 의미가 있다.
등장 인물
주인공, 여자아이다. 이름은 서브 (86쪽)
이름의 유래는 이렇다.
노먼이 말한다.
사람이 살지 않는 도시를 지나다 어떤 소리를 들었습니다. 소리를 따라가 보니 지하철 선로 안쪽에 이 애가 있었습니다. 옆에는 작은 뼈들이 흩어져 있었고요, 그래서 이름을 서브라고 지었습니다, (128쪽)
서브, 서브웨이 SUBWAY
지하철에서 만났으니, 서브다.
이곳에 아이는 나뿐이다, (32쪽)
여자다. 작다. 치마를 입었고 조금 큰 신발을 신었다. (22쪽)
읽기 전에 <심사평>부터 읽으면 어떨까?
이렇게 읽어보자.
일단 본 책을 읽기 시작하자.
그런데 읽다보면 자꾸만 걸리는 게 있다. 이야기가 어디서 시작하는지, 어디로 가는지 약간 혼란이 온다. 그런 경우에는?
뒷부분에 실려있는 혼불문학상 <심사평>을 읽어보자.
그렇게 <심사평>을 읽어보면 이 책의 얼개가 손에 잡힌다.
그런 얼개를 파악한 다음에 다시 본 책으로 돌아와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이 책은 아포칼립스 장르에 속한다는 것. (189쪽)
소설 속 시간대가 다음과 같이 나뉜다는 것.
프라임이라는 초월적인 존재가 핵무기와 첨단기술이 지배하는 인간 세상을 파괴해버린다.
인간은 그 뒤 30년 동안 삶을 재건해가지만 야만과 디스토피아의 세계일뿐이다.
이에 실망한 노먼은 '그들은 변하지 않는다' 라며 또 다른 계획을 품고 엑스포가 열리는 도시를 향해 간다.
그리고 다시 30년이 지난 현재, 노먼의 여행에 동행했던 정체불명의 소녀는 과거의 숙제를 풀기 위해 떠난다. (190-191쪽)
이런 시간대와 줄거리 속에서, 등장하는 소녀는?
아포칼립스 장르는 인류 문명이 대규모 재앙으로 붕괴하거나 멸망하는 상황, 혹은 그 이후의 황폐해진 세계를 그리고 있으니, 이 소설의 배경은 인류 문명이 한번 붕괴된 시점이다.
그러니 모든 것이 황폐해진 시대인 것이다.
그런 시대를 살아가는 소녀, 그 소녀에게 부여된 미션이 있다.
소녀가 혼자 살고 있는 집에 찾아온 연방 도서관의 직원은 찾아온 목적을 말하는 중에 이런 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만들려는 세상은 이런 세상입니다.
모든 사람이 쉽게 지식과 정보에 접근하는 세상,
차별의 장벽이 사라진 세상,
지속 가능한 공존의 세상 (16쪽)
여기에서 눈여겨 볼 말이 ’지식과 정보‘다.
지식과 정보를 위해서는 책이 필요한데. 소녀의 집에 있는 책을 가져가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소녀는 책을 어디에서 구했을까.
소녀가 책을 손에 넣기까지의 과정이 이 책의 또다른 줄거리가 된다.
그런데 소녀는 책을 읽었을까? 아니 글자를 읽을 수는 있는가?
그런 것에 관한 부분을 눈여겨보면서 이 책을 읽어가면, 지식과 정보가 인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드러난다.
과거 노먼과 여행을 떠날 당시 소녀의 모습부터 차분하게 살펴보자.
그 여자아이는 글을 읽을 줄 모른다. 이렇게 그 사항을 말해준다.
나는 그것이 그저 그림이 아니라는 것과 선에는 규칙이 있다는 것과 그것이 글자라는 걸 차례로 깨닫는다. (31쪽)
그런데 그 아이는 점점 글자를 알게 되고 책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아무 책이나 집어 그림을 보고 글자들을 읽는다. 아는 글자도 모르는 글자도 있다. 읽을수록 아는 글자들이 많아진다. 나는 쌓아둔 책들을 차례로 읽는다. (110쪽)
나는 이제 포스터에 쓰인 글자를 읽을 수 있다.
만들어가는 미래, 살아있는 역사. (149쪽)
책은 어떻게 손에 넣게 되었을까
소녀는 집에 책을 가지고 있다. 모두 14,725권이다. (15쪽)‘
그 책을 어떻게 손에 넣을 수 있었을까?
이 책들은 인류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해서 도서관 직원이 다른 사람들이 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허락해주기를 간청하고 있다. (15쪽)
소녀는 이렇게 그 과정을 설명해주고 있다.
그러나 노먼이 이야기하는 동안 내가 생각하는 것은 지텍이다. 지텍에는 어떤 책이 있을까. 지텍에는 얼마나 많은 책이 있을까? (146쪽)
책을 한 권씩 꺼내 읽는다. 기술, 외국어, 문학, 어린이, 역사, 철학, 예술,,,,,책에는 노먼이 알려주지 않은 것들이 있다. 노먼이 모르는 것, 노먼이 채 말하지 못한 것. 세상의 모든 것. (154쪽)
그리고 서브는 자기 자신을 이렇게 설명할 수 있게 된다.
나에 대해 아는 것이라면 책을 좋아한다는 것뿐이야. 나는 글자와 언어와 지식과 정보를 좋아하고 무엇보다 책이라는 물건을 좋아해. 그래서 많은 책을 모았어. 그리고 그 내용을 모두 기억하지. (186쪽)
셰익스피어는 그 때에도 살아있구나.
청소가 끝난 뒤에는 책을 한 권 갖고 내려와 라디오를 켰다. 목요일은 낭독 극장이 방송되는 날이었다. (..........) 이번 낭독은 지난 주에 이어 <맥베스>였다. (11쪽)
여기에서 셰익스피어를 만난다, 아, 감탄이 절로 나온다.
셰익스피어는 저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살아있구나. 셰익스피어는 언제나 어디서나 고전의 지위에서 벗어나지 않는구나. 심지어 아포칼립스 시대에서도.
다시. 이 책은? - ’에케 호모‘는?
'에케 호모'는 니체가 쓴 책 제목이다.
그 의미는 ‘이 사람을 보라’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에서 보여주려고 하는 ‘이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소녀 서브가 글을 읽고, 책을 갖게 되는 과정에서 보았다는 책이 있다.
아무 책이나 집어 그림을 보고 글자들을 읽는다. 아는 글자도 모르는 글자도 있다. 읽을수록 아는 글자들이 많아진다. 나는 쌓아둔 책들을 차례로 읽는다. 그 중 한 권에 노먼이라는 아이가 나온다, (110쪽)
노먼이라는 아이가 나오는 책, 그 책은 다시 이렇게 연결이 된다.
여기 나오는 소년이 당신과 이름이 같은 데다가 어딘가 닮아서일까. 어쩌면 당신이 내게 이 책을 읽어줬으면 하고 바라서인지도 몰라. (188쪽)
그래서 ‘이 사람’은?
<에필로그>를 몇 번이고 읽어보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게 들려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