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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 글이 책이 되기까지, 작가의 길로 안내하는 책 쓰기 수업
임승수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11월
평점 :
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읽기 전에 든 생각
글쓰는 게 살아가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요즘 깨닫고 있다.
글을 써서 마음을 표현하고, 사건을 표현하고 더 나아가 나를 돌아보는 그러한 경지까지
가고 싶은데, 글을 제대로 쓰는 방법을 잘 모르니 이 책의 도움을 받아보면 좋겠다.
글을 제대로 쓰고 거기에 더하여 책까지 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요즘 책 쓰는 것에 관한 책이 많이 쏟아져나온다.
그런 책 읽어본 적이 있다. 오로지 책을 내기 위한 방법만을 알려주는 책, 그야말로 쪽집게 과외하는 식으로 책쓰는 요령을 알려주는 책이다.
그런 책은 이렇게 말해준다.
일단 주제를 정했으면 그 주제를 다룬 책을 열 몇 권 사서, 읽어라.
읽고 읽은 다음에 그것을 종합해서, 녹여놓으면 책이 된다. 시종일관 그런 식이다.
그렇게 해서 나온 책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공연히 나무만 죽이는 셈이다. 그 누구도 그걸 읽고서는 책을 쓸 수 없다. 써봐야 자기 책장에 쌓아놓기만 할 책이고, 책쓰는 책을 쓴 저자만 돈벌게 해줄 뿐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이 책도 그중의 하나다, 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런 류의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건 진짜 책이다. 진짜 책을 쓰게 하는 진짜 책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단맛 쓴맛, 책 쓰기 노하우를 이 책에 아낌없이 담았다.”
이 책을 표현하는 말이다.
그런데 단맛 쓴맛이란 어떤 의미일까?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다. 저자는 전업작가로 살아오면서 책을 쓰고 출판하는 과정에서 단맛도 보고, 쓴맛도 봤다는 말이다.
책쓰는 책을 팔아먹기 위해 쓴 책들과는 그래서 차원이 다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떤 주제를 다룬 책을 열 몇 권 읽고 종합하는 식으로, 책을 쓰라는 말은 약에 쓰려고 해도 없다. 왜냐고? 저자가 그런 식으로 책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어떤 책을 썼을까?
해서 저자가 쓴 책을 살펴보아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부러 저자가 쓴 책 몇 권을 살펴보았다. 어떤 식으로 책을 쓰나, 검증(?)하기 위해서다.
『피아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제목을 보자. 피아노에 관한 책이다. 피아노가 주제다. 그렇다면 피아노에 관한 책을 열 권, 아니 스무 권 읽었다고 해서 이런 책을 쓸 수 있을까?
아니. 그 전에 피아노에 관한 어떤 책을 열 몇 권이나 읽을 수 있을까?
체르니 교본, 바이엘? 아니면 손열음의 책?
그런 책 아무리 읽어봐도 허사다. 결코 저자처럼 이런 책은 쓸 수 없을 것이다.
저자의 경험 한토막 소개한다. 중학교 3학년 때의 일이라 한다.
작곡을 배우러, 피아노 치는 게 아니고 무려(?) 작곡을 배우러 간 선생님 댁에서 이런 대화를 나눈다.
올리비에 메시앙은 매우 뛰어난 작곡가인데, 색청(色聽)이라는 능력이 있었단다.
색청이요?
그래, 음악을 들으면 색깔이 보였다고 하더구나. (위의 책, 168쪽)
이런 글을 다른 피아노 관련 책에서 베낄 수 없는 노릇 아닌가?
해서 그 책은 오롯이 저자의 책이다. 책은 그렇게 써야 하는 법이다.
저자로부터 배우자,
그래서 일단 저자는 자기 책을 자기가 쓴다는 것 확인되었다. 남의 것 가져다 적당하게 가공하는 게 아니다. 그러니 일단 믿을 수 있다. 이 책의 모든 부분, 믿을 수 있다.
그러니 독자들은 저자를 선생으로 모시고, 글공부부터 다시 한다 생각하고, 이 책 읽어보자.
선생이 좋으니, 독자들은 글쓰는 것부터 시작해서 책 펴내는 것까지 모두 배울 수 있다. 그것도 제대로 말이다. 이런 내용 들어있다.
1장 작가가 된다는 것
2장 책이 되는 글쓰기
3장 책이 세상에 나오려면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글을 쓸 때는 어떤 마음이어야 할까?
저자는 이에 대해 아주 귀한 말을 남기고 있다.
요즘은 책을 쓰려는 사람이 많다. 직장 생활의 경험을 정리해보고 싶은 사람, 인생의 전환점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사람, 자신만의 전문 지식을 나누고 싶은 사람, 혹은 단순히 한 번쯤은 책을 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사람. 동기는 제각각이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공통으로 ‘내 안의 어떤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5쪽)
‘내 안의 어떤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에 밑줄 굵게 긋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내 글로 독자의 감각 기관을 자극해야 한다. 좀 더 보여주고 좀 더 들려주고 좀 더 맛을 느끼게 해야 그나마 읽는 이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겠는가. (99쪽)
다시, 이 책은?
위에서 『피아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라는 저자의 책을 예로 들면서 저자가 글쓰는 것에 진심이라는 것을 확인한 바가 있다. 그런데 저자가 그 책에, 글에 진심인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저자가 ‘미(美)에 대한 사랑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 84쪽 이하에 실린 글 <글쓰기는 美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한다.>에서 저자는 그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대상이 누구나 같은 이유는 없다. 임윤찬 피아니스트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에서, 정지아 작가는 전라도 방언에서, 나는 사회주의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글쓰기는 그런 미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다. (91쪽)
나는 이 책에서 글쓰기의 노하우, 뭐 이런 것도 좋지만, 그 무엇보다도 저자가 말한 미에 대한 사랑을 먼저 해야 한다는 것, 그것을 배웠다. 그게 우선이다. 그래야만 글을 쓸 수 있다.
그런 저자의 생각, 백번이고 동의한다. 이 책, 그래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