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팬케익 : 뒤집기 전에는 아무도 모른다
남선우 지음 / 뉘앙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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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팬케익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읽기 전에 든 생각

 

팬케익을 좋아하는데, 이런 방법으로 팬케익을 만나게 될 줄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작가의 상상력에 박수를 보내며, 작가가 만든 팬케익을 소설로 맛보기 원해서라고 생각했는데, 이건 틀렸다. 소설이 아니다.

 

읽어가면서

 

아니, 정말 대단한 책이다. 팬케익을 가지고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니!

양자역학을 거론하는 것은 애교 정도로 받아들인다 쳐도, 하나의 논문 형식의 글이 나올 줄 누가 알았겠는가.

 

46쪽에서 65쪽에 이르는 논문 <완벽한 팬케익을 만드는 방법>은 이 책의 하이라이트라 할 수 있다.

 

서론, 팬케익의 분류, 주방실험과 패턴 분류, 물리적 설명, 결론의 순으로 이어지는 논문은 정말 압권이다. 대체 누가 이런 발상을 할 수 있다는 말인가?

물론 그 논문을, 아무리 가볍게 썼다(47) 할지라도 독자들이 이해할 수 있는지는 별개의 문제이지만 말이다.

 

이 책은?

 

그러고 보니 이 책은 팬케익에 대한 저자의 사랑과 경의를 모두 담아놓은 것이다.

무릇 어떤 것을 애정하면 이런 일도 가능하구나, 하는 생각을 저절로 하게 된다.

팬케익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그 사랑을 글로 써서, 책으로 펴낸다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을 읽으면서 독자들은 또한 팬케익을 사랑하게 될 것이다.

 

물론 저자는 겸손하게도 전공 통달, 비법은커녕 가장 애호하는 대상도 사실 팬케익이라고는 할 수 없다’(6)고 하지만, 말로 하는 애호보다 글로 쓰는 애호가 더 진하다는 것을 독자들을 알고 있을 것이다.

 

팬케익에 관한 여러 가지 생각

 

책을 읽으면서 저자를 따라 팬케익을 생각하게 된다.

 

학교 다닐 때의 일이다.

대학원 수업에서 모 과목을 수강할 때, 담당 교수님은 항상 가방에 팬케익을 몇 개 담아오셨다.

그리고 학생들에게 돌발 질문을 몇 개 던지는데, 그 질문에 정답을 보낸 학생을 향해 팬케익을 마치 원반던지는 것처럼 던지셨다. 그런데 어쩌면 그게 그리 정확하게 그 학생이 있는 지점으로 날아가는지! 그 학생이 손을 들어 그걸 캐치하고, 그러면 나머지 학생들이 모두 박수를 보내고.

 

그런 추억이 하나 있다. 저자가 팬케익을 사랑하는 덕분에 이런 추억도 적어두게 된다.

그 때 교수님이 던진 팬케익은 아주 담백한 것이어서 이 책 66쪽에서 77쪽에 사진으로 등장하는 팬케익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도 첨언해둔다.

 

그런데 팬케익은 그냥 먹으면 너무 심심하다.

해서 책에 나온 것처럼 어떤 시럽이 됐든 시럽과 같이 섭취해야 한다. 그래야 팬케익이 입에서 살아난다. 그냥 팬케익만 먹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게 달라진 팬케익을 맛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해서 팬케익은 홀로 있는 것보다는 다른 것과 같이 있는 게 훨씬 낫다. 맛도 그렇거니와 모양도 더 그럴 듯하다. 나의 그런 생각이 과연 그런지 이 글을 읽는 독자들은 위에 적어둔 페이지를 펼쳐 사진을 꼭 확인하기 부탁한다.

 

그런 모습을 저자는 이렇게 표현하고 있다.

 

팬케익은 제철 딸기와 딸기 시럽에 잠기듯 놓여있었고, 시럽에는 겨자씨가 이따금 콕콕 박혀있었다. (83)

 

전국 팬케익 맛지도

 

안타깝게도 내가 살고 있는 동네에는 마땅하게 팬케익을 먹을 데가 없다.

물론 동네방네 다 뒤지다보면 어딘가 있긴 하겠지만, 나의 팬케익 애호 수준이 그정도는 또 아니라서 그냥 이 책을 보면서 그림의 떡만 먹고 있는 중이다.

 

저자는 그런 나를 위한 것인지 전국의 재밌는 팬케익도 소개하고 있다.

그런데 아, 있다.

저자가 소개하는 곳, 전주 블랙팬다이너라는 곳이다. (89)

검색해보니, 우리집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이다, 그야말로 등잔밑이 어둡다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팬케익 가게를 두고서 동네방네 뒤지네마네 사설을 떨었다는 것 아닌가.

 

필리치즈스테이크 팬케익을 팔고 있다는데, 팬케익 위로 볶은 고기와 채소를 올리고 그 위에 치즈를 잔뜩 덮어주었다고 저자는 거기 가서 먹어본 후기를 남기고 있다. (89)

 

다시, 이 책은?

 

그래도 언젠가는 그럴듯한 팬케익 가게를 만날 것인데, 그럴 때를 위해 이 책에 등장하는 팬케익의 모습을 잘 담아놓고 싶다,고 바로 위의 글을 쓰기 전에 마음 먹었었는데. 저자가 전주로 팬케익을 먹으러 오셨다는데, 나는?


언젠가 먹어보겠다는 작정만 하고 있을 게 아니라. 반드시 가서 먹어볼 작정이다.

그때는 이 책을 들고가 사장님에게 보여줄 작정이다.

 

그러니 이 책의 용도를 하나 더 발견한 것이다. 들고 간다......그리고 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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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 All Loving - 한국인은 이렇게 사랑했다. Once there was a love in Korea.
이광수 지음, 김정호 편역 / K-Classics Press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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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정, All Loving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소설이다. 춘원이 이 소설로 장안의 지가를 올렸다는데, 과연 어떤 점이 당시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는지, 궁금했다.

 

여기서 그 비결을 알게 되었는데. 편저자의 이런 해설이 그걸 말해준다.

 

그는 기존의 가치관에 도전하는 방식으로 대중적 호기심을 끌고 그 도전을 극복의 대상으로 삼는다는 프레임을 만들어서 작가가 받을 수도 있는 도덕적 비난을 피해가는 방법을 썼다. (vi)

 

등장인물

 

최석 (학교 교사, 교장) : 친구의 딸 남정임을 집으로 데려와 키운다.


부인 : 남편인 최석과 남정임의 사이를 오해하고, 남편이 남정임에게 가지고 있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해 결국 불행을 가져오게 한다.


()순임 : 고아가 되어 집에 온 정임이와 함께 자란다. 자라면서 정임과 비교가 되어 질투하고 시기하였으나 나중에는 아버지와 남정임의 사이를 이해하게 된다.


남정임 : 최석의 친구 남백파의 딸이다. 아버지가 죽은 뒤 최석의 집에 와 자라게 되는데, 나이가 들어가면서 최석의 아내와 딸의 질투 대상이 된다.

 

그리고 화자가 있다. 주인공 최석의 친구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그가 최석과 남정임의 사랑 이야기를 전해주고 있다.

 

당시에 바이칼은?

 

지금이야 바이칼 하면 많은 사람들이 알고 있는 곳이지만, 당시 1933년 경에는 어떠했을까?

소설의 배경이 되는 바이칼 호수는 아마 많은 사람들이 금방 떠올리게 되는 곳은 아니었을 것이다, 해서 주인공인 최석이 그곳으로 피신하다시피 떠나게 되고, 거기에서 죽는다는 설정이 매우 신비롭게 여겨졌을 것이다.

사랑의 도피처로 바이칼 호수라니, 정말 낭만적인 설정이 아닐 수 없다.

 

게다가 작가 춘원이 자신이 겪었던 일본 유학 경험과 임시정부 하에서 독립운동을 하면서 지냈던 중국 거주 시절의 경험을 이 책의 배경으로 활용했기에 작품에 묘사된 배경은 매우 실제적이라 한다. (xii)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세상에 자신을 진실로 알아주는 벗이 몇 명이나 될까? (18)

 

사랑의 힘은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표출된다, (226)

 

좋은 것을 보면 사람의 마음에 사랑이 싹트는 이치를 어찌하겠습니까. (254)

 

이 책의 특징

 

우리말과 영어 번역본을 동시에 볼 수 있도록 해 놓았다.

저자가 영어로 번역한 것이다.

 

읽기 쉽고 영어와 대조하기 편하게, 문장에 번호를 매겨놓았다.

최석의 편지나 발언은 회색 배경으로 해 놓아서, 알아보기 쉽다.

 

다시, 이 책은?

 

춘원의 <유정>, 꼭 읽어보고 싶었던 작품이다.

물론 예전에 한 번 읽은 적은 있다. 남아있는 기억이라고는 바이칼 호수와 작품 중 인물인 남정임이란 이름이다. 이 작품이 영화화 되었는데, 그때 남정임 역할을 한 여배우가 예명을 남정임으로 했다는 것 정도다.

그렇게 읽고 싶었던 작품인데 이 책은 한글과 영문이 같이 있으니 금상첨화라 할 수 있겠다.

 

춘원의 이 책은 발표된 게 1933년이니 거의 90년 전이다.

그러니 세월이 많이 흐른만큼 세태도 많이 바뀌었는데. 이 작품에서 만나보는 최석의 사랑이 현시점에서 어떤 평가를 받을지 궁금해진다.

 

사랑은 언제나 사람을 움직이는 동인이고, 힘이 되는 것인데. 춘원이 만들어 놓은 사랑의 모습이 가슴에 오랫동안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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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라인
이채윤 지음 / 창해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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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프라인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읽기 전에 든 생각

 

언젠가 007 제임스 본드가 등장하는 영화에서 제임스 본드가 파이프라인을 타고 탈출하는 장면을 본 기억이 있다. 그 파이프라인은 시베리아를 지나는 것으로 기억이 되는데, 그런 파이프가 기억에 남아있어 이 책을 읽고 싶었다.

책 내용을 보니, 정말로 세계를 움직이고 있는 게 바로 파이프라인이라고 할 정도로 파이프의 위력이 대단하다. 이 책으로 세계 역사가 파이프라인을 타고 어떻게 움직이는가 생각하고 싶었다.

 

이 책은?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파이프라인에 관한 항목을 살펴보자.

 

PART 01. 파이프라인의 기초부터 완전정복

PART 02. 파이프라인 건설의 세계

PART 03. 파이프라인의 역사와 사건들

PART 04. 주요 국가별 파이프라인 프로젝트

PART 05. 파이프라인과 전쟁, 외교, 안보

PART 06. 파이프라인의 경제와 비즈니스

PART 07. 파이프라인과 기술의 미래

PART 08. 파이프라인이 바꾼 세계사

PART 09. 논쟁과 딜레마, 그리고 선택

PART 10. 파이프라인의 미래 지도

에필로그 : 파이프라인은 도로다, 아니 혈관이다

 

정말이지. 파이프라인의 기초부터 모든 것을 망라하고 있다.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까지. 파이프라인의 건설부터 시작해서 파이프라인이 세계 역사를 어떻게 움직여왔는지를 알 수 있다.

 

특별히 전쟁이라는 관점에서 파이프라인이 차지하고 있는 역할도 가늠해볼 수 있다.

이 경우 문제되고 있는 지역이 유럽과 러시아다.

그러니 이 책으로 현재 목하진행중인 러시아와 유럽 국가들간의 갈등을 살펴볼 수 있는 것이다.

 

용어 정리

 

이 책은 전문가가 아닌 일반 독자를 위한 책이기 때문에 먼저 용어 정리가 필요하다.

예컨대 이런 것부터 알아두어야 읽어가는 데 불편이 없다.

 

사우스스트림 (south sream)

노르드스트림 (Nord Stream)

노르드스트림 (Nord Stream) 은 발트해를 가로지르는 러시아 독일 간 해저 파이프라인이다. (91)

 

그밖에도 많은 전문적 용어가 등장하기에, 정리가 필요한데. 편집자가 주요 용어 정리를 해주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정리해보자,

 

파이프라인이 설치되고, 운영되는 과정을 정리해보자.

 

노르드스트림 (Nord Stream)은 발트해를 가로지르는 러시아 독일 간 해저 파이프라인이다. 수심이 200m 내외로 안정적이기 때문에 대부분 S-lay 방식으로 시공되었다. (91)

 

튀르크스트림은 러시아에서 튀르키에까지 흑해를 가로지르며, 최대 수심이 2,200m에 달한다. 이 경우 J lay 방식으로 시공한다. (91)

 

이 책에서 J-lay 방식을 이렇게 설명한다.

 

J-lay 방식은 파이프를 거의 수직으로 새운 채 해저로 천천히 내려보내는 방식이다. (90)

 

그런데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이 없다. 수직으로 내려보낸 다음에 어떻게 하는지?

파이프는 수평으로 깔려있어야 내용물이 움직일 것 아닌가? 설마 파이프라인을 수직으로 꽂아 놓는다는 말인가?

 

그게 아쉬워서 인터넷을 찾아보았다. 이런 기록이 보인다.

 

[J-lay 방식은 해저 파이프라인을 수직으로 설치하는 방식으로, 배의 중앙에 있는 '문풀'(moon pool)을 통해 파이프를 수직으로 내리고 수평으로 해저에 연결합니다.]

 

수직으로 내린 다음에 수평으로 해저에 연결한다.’

이것 역시 수평으로 어떻게 해저에 연결하는지 설명이 없다. 그래도 이 책의 설명보다는 한마디 더 언급하고 있으니 낫기는 하다.

 

이런 차이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노르드스트림(Nord Stream)은 발트해를 가로지르는 러시아 독일 간 해저 파이프라인이다. 수심이 200m 내외로 안정적이기 때문에 대부분 S-lay 방식으로 시공되었다. (91)

 

그런데 다른 곳에서는 다른 수치가 나온다.

 

노르드스트림 가스관은 발트해 해저 80m에서 100m 사이에 설치되어 있으며, 관 직경은 1,220mm, 벽 두께는 41mm에 이른다. (27)

 

발트해의 수심이 200m 내외라면서 가스관이 80~ 100m 사이에 설치되었다니, 그 차이가 왜 발생하는지 궁금하다.

 

이 책의 특징, 너무 많은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저자는 파이프라인에 관한 모든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파이프라인에 관하여 건설부터 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점, 그리고 그에 얽힌 사건들, 그리고 역사적 영향까지, 모든 것을 망라하고 있다.

그런데 저자의 의욕이 과하다는 것을 여기저기서 볼 수 있다.

 

<사우디 이란 경쟁과 수송 경로 전쟁>(249쪽 이하)를 살펴보자.

 

이 항목에서 먼저 사우디와 이란의 관계에 대한 사전 정보가 필요하다. 그런 정보를 알고 있어야 이 책에서 언급하고 있는 두 나라 사이의 경쟁이 어떤 양상으로 흘러가고 있는지 이해가 될 것이다. 군데 군데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한 장면이 많았다.

 

게다가 후술하겠지만 두 나라 관계를 알려면 지리와 지형을 알아야 할 것인데 그것을 이해할 수 있도록 지도를 보여주면서 설명해주었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아쉬운 점

 

지도가 없다. 또한 파이프라인에 관한 사진, 그림 한 장이 없다.

그러한 것들이 혹시 대외비라 그런 것일까?

인터넷을 살펴보니, 이런 그림들이 보이는 것을 보니 그런 것도 아닌데 왜 지도가 한 장도 없는 것일까.



 

사우스스트림 (south sream), 노르드스트림 (Nord Stream) 이란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그것을 단지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지도를 그려 보여주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저자가 제시하려고 했던 수많은 정보들, 지도 한 장쯤 곁들였으면 훨씬 더 좋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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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 글이 책이 되기까지, 작가의 길로 안내하는 책 쓰기 수업
임승수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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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읽기 전에 든 생각

 

글쓰는 게 살아가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요즘 깨닫고 있다.

글을 써서 마음을 표현하고, 사건을 표현하고 더 나아가 나를 돌아보는 그러한 경지까지

가고 싶은데, 글을 제대로 쓰는 방법을 잘 모르니 이 책의 도움을 받아보면 좋겠다.

글을 제대로 쓰고 거기에 더하여 책까지 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요즘 책 쓰는 것에 관한 책이 많이 쏟아져나온다.

 

그런 책 읽어본 적이 있다. 오로지 책을 내기 위한 방법만을 알려주는 책, 그야말로 쪽집게 과외하는 식으로 책쓰는 요령을 알려주는 책이다.

 

그런 책은 이렇게 말해준다.

일단 주제를 정했으면 그 주제를 다룬 책을 열 몇 권 사서, 읽어라.

읽고 읽은 다음에 그것을 종합해서, 녹여놓으면 책이 된다. 시종일관 그런 식이다.

 

그렇게 해서 나온 책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공연히 나무만 죽이는 셈이다. 그 누구도 그걸 읽고서는 책을 쓸 수 없다. 써봐야 자기 책장에 쌓아놓기만 할 책이고, 책쓰는 책을 쓴 저자만 돈벌게 해줄 뿐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이 책도 그중의 하나다, 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런 류의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건 진짜 책이다. 진짜 책을 쓰게 하는 진짜 책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단맛 쓴맛, 책 쓰기 노하우를 이 책에 아낌없이 담았다.”

 

이 책을 표현하는 말이다.

그런데 단맛 쓴맛이란 어떤 의미일까?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다. 저자는 전업작가로 살아오면서 책을 쓰고 출판하는 과정에서 단맛도 보고, 쓴맛도 봤다는 말이다.

책쓰는 책을 팔아먹기 위해 쓴 책들과는 그래서 차원이 다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떤 주제를 다룬 책을 열 몇 권 읽고 종합하는 식으로, 책을 쓰라는 말은 약에 쓰려고 해도 없다. 왜냐고? 저자가 그런 식으로 책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어떤 책을 썼을까?

 

해서 저자가 쓴 책을 살펴보아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부러 저자가 쓴 책 몇 권을 살펴보았다. 어떤 식으로 책을 쓰나, 검증(?)하기 위해서다.

 

피아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제목을 보자. 피아노에 관한 책이다. 피아노가 주제다. 그렇다면 피아노에 관한 책을 열 권, 아니 스무 권 읽었다고 해서 이런 책을 쓸 수 있을까?

아니. 그 전에 피아노에 관한 어떤 책을 열 몇 권이나 읽을 수 있을까?

체르니 교본, 바이엘? 아니면 손열음의 책?

그런 책 아무리 읽어봐도 허사다. 결코 저자처럼 이런 책은 쓸 수 없을 것이다.

 

저자의 경험 한토막 소개한다. 중학교 3학년 때의 일이라 한다.

작곡을 배우러, 피아노 치는 게 아니고 무려(?) 작곡을 배우러 간 선생님 댁에서 이런 대화를 나눈다.

 

올리비에 메시앙은 매우 뛰어난 작곡가인데, 색청(色聽)이라는 능력이 있었단다.

색청이요?

그래, 음악을 들으면 색깔이 보였다고 하더구나. (위의 책, 168)

 

이런 글을 다른 피아노 관련 책에서 베낄 수 없는 노릇 아닌가?

해서 그 책은 오롯이 저자의 책이다. 책은 그렇게 써야 하는 법이다.

 

저자로부터 배우자,

 

그래서 일단 저자는 자기 책을 자기가 쓴다는 것 확인되었다. 남의 것 가져다 적당하게 가공하는 게 아니다. 그러니 일단 믿을 수 있다. 이 책의 모든 부분, 믿을 수 있다.


그러니 독자들은 저자를 선생으로 모시고, 글공부부터 다시 한다 생각하고, 이 책 읽어보자.

선생이 좋으니, 독자들은 글쓰는 것부터 시작해서 책 펴내는 것까지 모두 배울 수 있다. 그것도 제대로 말이다. 이런 내용 들어있다.

 

1장 작가가 된다는 것

2장 책이 되는 글쓰기

3장 책이 세상에 나오려면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글을 쓸 때는 어떤 마음이어야 할까?

저자는 이에 대해 아주 귀한 말을 남기고 있다.

 

요즘은 책을 쓰려는 사람이 많다. 직장 생활의 경험을 정리해보고 싶은 사람, 인생의 전환점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사람, 자신만의 전문 지식을 나누고 싶은 사람, 혹은 단순히 한 번쯤은 책을 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사람. 동기는 제각각이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공통으로 내 안의 어떤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5)

 

내 안의 어떤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에 밑줄 굵게 긋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내 글로 독자의 감각 기관을 자극해야 한다. 좀 더 보여주고 좀 더 들려주고 좀 더 맛을 느끼게 해야 그나마 읽는 이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겠는가. (99)

 

다시, 이 책은?

 

위에서 피아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라는 저자의 책을 예로 들면서 저자가 글쓰는 것에 진심이라는 것을 확인한 바가 있다. 그런데 저자가 그 책에, 글에 진심인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저자가 ()에 대한 사랑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 84쪽 이하에 실린 글 <글쓰기는 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한다.>에서 저자는 그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대상이 누구나 같은 이유는 없다. 임윤찬 피아니스트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에서, 정지아 작가는 전라도 방언에서, 나는 사회주의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글쓰기는 그런 미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다. (91)

 

나는 이 책에서 글쓰기의 노하우, 뭐 이런 것도 좋지만, 그 무엇보다도 저자가 말한 미에 대한 사랑을 먼저 해야 한다는 것, 그것을 배웠다. 그게 우선이다. 그래야만 글을 쓸 수 있다.

그런 저자의 생각, 백번이고 동의한다. 이 책, 그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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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피플
차현진 지음 / 한끼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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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피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읽기 전에 든 생각

 

운명, 우연, 필연?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사람들은 살면서 각양각색의 인간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이 서로 엮어져 가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우연인가 필연인가? 소설은 바로 그런 것들을 조합하여 사람들을 만나게 하는 사고실험의 장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차분하게 인간이 우연에 어떻게 반응하는 존재인가 생각해보고 싶었다.

 

앞부분 몇 페이지 읽고나서는

 

, 이런! 뻔한 이야기구나.

우연히 만난 남녀, 게다가 자전거(‘봄밤의 자전거’, 33)까지 등장하니 흔히 보던 주말 드라마에서 마주치는 장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해서 책을 덮으려던 순간, 이런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건영이다.

어머님...갑자기 폐렴이 심해져서 일단 중환자실로 옮겼어, 며칠 안 남으신 것 같아.”(46)

 

, 이건 자전거와는 별개의 이야기잖아.

그렇다면 자전거와 부딪힌 사건은 어디로 간거지?

 

그래서 계속 읽기 시작했다.

은근히 자전거 이야기가 이어지기를 바라면서,,,,,,,

그러니 사람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존재다. 언제는 자전거로 부딪히는 사건을 보고 뻔할 뻔 자라더니. 이제 그 이야기에서 벗어나는 듯하니 궁금해지는 것이다.

 

중간쯤 읽고나서는?

 

대체 소설가는 어디까지 알아야 소설을 쓸 수 있나?

이런 것도 알아야 하나, 하여튼 별별 것들을 다 알고 있는 저자, 다시 보게 된다.

 

나폴레옹이 바그람전투에선 왜 이겼게요? (65)

 

이 문장을 읽고, 바그람 전투을 알아보았다.

이런 기록이 나온다.

[바그람 전투는 나폴레옹의 전성기를 상징하지만, 대규모 사상자와 함께 유럽의 세력 균형에 큰 변화를 가져온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이런 대화가 가능한 만남이라니, 점점 둘의 관계가 기대된다.

이런 대화를 만들어가는 작가의 소설적 작법도 보통이 아니라는 것, 알게 된다.

 

롱샹 성당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105)

 

양들은 새끼를 위해서라면 절대 물러서지 않고 차라리 죽음을 선택한다고 한다. (116)

 

디즈니랜드 알바생처럼, 손님이 먼저 포옹을 풀기 전까진 절대 풀지 않도록 훈련받은 그들처럼(.......) (138)

 

분명 캐논인데, 서태지와 아이들의 <마지막 축제>가 스며들어 있었다. (181)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이런 문장을 만났다.

 

하와이에는 일 년에 딱 사흘간 눈이 내린다. (244)

 

과연 그럴까, 이게 사실일까?

찾아보았으나, 이건 사실이 아닌지 관련 자료가 보이지 않는다.

해서 일단 이부분은 소설을 위한 가공의 사실로,저자가 만들어낸 것이라 생각된다.

 

기다려지는 결말, 지연되는 ....

 

소설을 읽다보면 어디쯤 해서 이제 결말이 오는구나, 하는 시점이 있다.

그런데 이 소설은?

, 분명 이쯤 가면, 둘 사이는 끝나거나 해피 엔딩이거나 결말이 나야 하는데, 왜 그런지 계속 미룬다. 헤어지고 또 다시 만나고 또 헤어지고,.....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은 들어봤는데, 소설에서는?

지연되는 결말은 독자를 힘들게 한다. 애타게 한다.

 

대체 어떤 큼지막한 결말을 준비하고 있기에, 자꾸만 결말을 미루는 것일까?

해서 이 책은 독자들을 점점 더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간다.

결국 인생은 그 누구도 어디로 가는 것인지 모르는 것 아닐까?

 

그래도 어디로 가는지 작가는 힌트를 던진다.

이런 말.

 

불꽃이 터질 때마다 심장이 요란한 굉음을 내며 내 가슴속에도 새로운 불꽃이 번졌다. 그 순간 알았다. 이건 사랑이 아니라 생존이고, 동시에 내 안의 모든 것을 깨우는 심장의 발작이었다. (308)

 

그 순간, 독자들은 알게 된다. 이 소설의 결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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