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시대 1
이문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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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시대 1


비극이다. 너무나도 비극적인 비극, 그것도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비극이라니!

그런 비극의 시대를 읽는다. 이문열의 『영웅시대』

『영웅시대』에 존재하는 시대는 영웅시대가 아니다. ‘영웅시대’라 쓰고 ‘비극의 시대’라 읽어야 한다.


 거기 등장하는 인물중 누구를 영웅이라 할 것인가? 그들은 영웅이 아니라 비극의 주인공이 되었다. 그래서 영웅의 시대가 아니라 비극의 시대인 것이다.


등장하는 인물들은 그 누구를 막론하고 비극을 연출하는 그 누구의 ‘손’에 놀아나는 연기자에 불과할 뿐이다. 해서 그들은 모두다 비극의 현장을 처절하게 장식하는 조연에 불과할 뿐이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그러나 그 비극의 시간이 다 지나간 다음에 역사는 증명하고 있다. 혹시라도 한때 자칭타칭 영웅이라고 불렸던 사람들은 실제 단지 비극의 주인공이었을 뿐이라고.


우리의 불행한 가족사우리 민족의 불행한 역사.


작가 이문열은 이 작품에 대하여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사람은 일생을 통해 꼭 하고 싶은 얘기가, 그러기에 평소에는 오히려 더 가슴 깊이 묻어두게 되는 하나의 얘기가 있게 마련이다. 어쩌면 누가 어떤 직업을 택하는 것도 바로 ‘그 얘기’를 나름대로 펼쳐보이기 위해서가 아닌지 모르겠다.> (4쪽)


<내게 있어서 ‘그 얘기’는 바로「영웅시대」, 아니 6·25를 전후한 우리의 불행한 가족사였다. 지금으로부터 십칠팔 년쯤 전에 어렴풋하게나마 내가 작가로 끝장을 보게 될지도 모른다는 예감이 문득 나를 사로잡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올린 소설거리가 그것이었기 때문이다.>(5쪽)


‘우리의 불행한 가족사’라 함은 작가 이문열의 가족사를 말하는 것이겠지만, 이를 단순히 어느 개인의 가족사로 읽어서는 안 될 것이다. 그가 쓰는 ‘그 얘기’를 거꾸로 읽어 북한에 있지만 남한 쪽에 서있는 사람의 얘기로 읽어보면, 그게 단순히 어느 개인의 얘기가 아니라, 우리 민족의 ‘얘기’임을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이 책의 주인공들은 우리 민족이 겪어야했던 비극을 오롯이 보여주는 명배우들이다.

이동영, 그의 어머니, 그의 부인 정인, 그리고 그의 아들딸들.

또한 그의 주변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 역시 비극을 보여주기 부족함없는 인물들이다.


어떤 비극인가? 단적인 예를 하나 들어보자. 이런 상황이다.

그래서 그런 비극적인 상황에 분노하는 동영의 가슴에 공감이 되는 것이다.


그들이 바로 지난번 후퇴 때애는 태극기와 성조기를 들고 국군과 유엔군을 맞은 사람들일 거라는 아무런 근거없는 단정이었다. 지난 6월 28일 인공기를 들고 남진해오는 북쪽 군대를 환영하는 그들을 처음 볼 때만 해도 얼마나 감격스러웠던가. 동영의 분노가 평범한 시대였으면 역시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었던 그들을 그토록 교활하게 만든 상황에 대한 것이었다. 서글픔은 지난날의 신선한 감격을 잃어버린 자신을 향한 것이었다. (403쪽)


분노와 서글픔. 그게 이 영웅시대를 읽고 그게 실상은 비극의 시대임을 깨닫게 되는 순간, 느끼는 마음일 것이다.

그래서 작품 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소리치는 발언들은 오히려 지금 이시대에 적합한 것이 아닐까?


특히 동영이 만난 박영규라는 인물(466-483쪽)의 발언.


“나를 이대로 버려두게. 적으로든 동지로든 나를 다시 너희들에게로 끌어들이지 말아줘. 이대로 있다가 ? 때가 올 때까지 살아남으면 소리 높이 인간의 노래를 부르게 해주게. 독한 이념의 발톱에 할퀴우고 찢긴 그들을 어루어 줄 순수하고 아름다운 노래를 부를 수 있도록.....” (483쪽)


이런 상황은 동영이 만난 통장이란 사람에게도 적용이 된다. (415- 425쪽)


그는 전날 밤 예상한 대로 몇 번씩이나 거듭 뒤바뀌는 세상에 어떻게 대처할지 몰라 허둥대는 그 수많은 인민들 가운데 하나일뿐이었다. (425쪽)


그러니 이런 동영의 질문은 얼마나 철모르는 소리인지 모른다.


왜 남이든가 북 어느 한쪽을 택헤 그리로 피난을 가시지 않고 한군데 붙박혀 이쪽 저쪽 모두에게 고난을 당하고 계십니까? (420쪽)


그 질문이 얼마나 철모르는 그저 책상물림의 좁은 생각에서 나온 것인지? 여기 인용된 존 볼의 유명한 연구(連句)를 잠깐 뒤집어보면 저절로 알게 될 것이다.


아담이 밭 갈고 이브가 길쌈할 때

도대체 누가 지주였단 말인가? (480쪽)


굳이 이 소설에 등장하는 모든 상황을 구구하게 설명할 필요없을 것이다.


다시 이 책은?


혹시라도 그래도 영웅이라는 것에 목을 맨다면?

이런 것을 생각해보면 어떨까?


카뮈의 소설 『페스트』에서 영웅이 등장한다. 그 소설의 서술자는 이런 기록을 남긴다.

서술자가 생각하는 영웅이란 지극히 평범하고, 시청 일만 아니라 자신의 비밀스런 글쓰기에 꾸준히 몰두하면서도 보건대의 자질구레한 업무들 통계, 카드 정리 등에 묵묵히 자신의 몫을 해내는 그랑이다.

여기서 영웅으로 평가받는 그랑은, 조제프 그랑, 즉 시청의 말단 서기로 일하는 사람이다.

그런 그가 소설 『페스트』에서 영웅으로 평가받는다니?


그렇다. 사람들이 실제로도 소위 영웅이라 하는 본보기와 선례를 마음 속에 품고 싶어 한다면, 그리고 이 이야기 속에 그런 영웅들 하나가 반드시 있어야 한다면, 이 글을 쓰고 있는 서술자는 다름 아닌 바로 이 평범하고 앞에 잘 나서지도 않는 영웅, 가진 것이라고는 마음 속에 약간의 선량함과 겉보기에 그저 우스꽝스럽기만 한 이상밖에 없는 이 영웅을 추천한다.


페스트가 만연한 도시 오랑에서 전혀 흔들리지 않고 본인의 직무에 충실하면서, 가외로 봉사활동을, 그리고 또한 자신을 위하여 꾸준하게 글쓰기를 하는 그가 바로 영웅이 아닌가 싶다.

그러니 영웅이 별 게 아니다. 자리를 지키고 살아남는다는 것, 그런 사람이 바로 영웅인 것이다. 

그래서 『영웅시대』에서 찾아볼 수 없는 ‘영웅 시대’에 굳이 ‘영웅’을 찾아낸다면?

그런 비극의 시대를 견디고 살아남은 모든 사람이 바로 영웅인 것이다.

해서 우리 민족 모두가 영웅이다. 그런 비극의 시대를 겪고도 살아남는 자들, 그리고 앞으로는 그런 비극을 더하지 말아야 한다고 깨닫는 사람들이 영웅이다.

그래서 이 책 『영웅시대』에서 저자가 말하는 ‘우리의 불행한 가족사’라 함은 작가 이문열의 가족사를 말하는 게 아니라, 우리 민족 전체의 역사인 것이다. 이제는 그렇게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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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빛, 청자 1
정찬주 지음 / 불광출판사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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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의 빛, 청자 1-2

이 책의 구성은 1, 2 권 모두 두 권으로 이루어졌는데, 두 권을 아우르는 주인공은 물론 청자가. 청자가 우리나라에 등장하고, 그 빛을 발하는 과정을 소설로 형상화한 것이다.

그런데 청자의 역사를 다룬 이 소설에 뜻밖에 장보고가 등장한다.

장보고가 이 책 1권의 주인공이다.

장보고가 (우리가 아는 것처럼 궁복이란 이름으로) 등장하고 중국으로 건너가 힘을 가진 다음에 다시 신라로 돌아와 청해진을 만들고, 그리고 권력 다툼에 희생되는 전 과정을 다루고 있는데, 거기 청자가 들어있다.

이야기인즉 장보고는 신라의 강진에서 토기를 굽는 집안의 청년과 우연히 만나 인연을 이어가는데, 그 청년의 이름은 정년, 그의 아버지는 토기를 굽는 일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해서 인연을 맺게되는 정년과 그의 가업인 토기 굽는 일에 개입이 된다.

장보고가 신라에서 중국 당나라로, 그리고 다시 신라로 돌아오는 여정에 바로 청자가 들어있는 것이댜. 장보고가 당에서 데려온 당인 기술자와 당에서 풀려난 인물들이 주가 되어 이 땅에 청자 기술을 보급하게 되는 것이다.

탐진은 이미 토기를 생산하고 있었으므로 월주의 청자기술을 쉽게 받아들였다. (12쪽)

그런 소설인데. 몇 가지 생각하게 되는 지점들이 있다.

인물의 성장과정이 흥미롭다.

장보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통일신라 시대의 해상왕 장보고다.

그런 사람을 소설로 형상화할 때,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사실적일까?

어느날 문득 바람처럼 나타나 육지와 바다를 석권하는 힘을 가지는 것으로 할까?

아니면 차근차근 밑바닥부터 자리를 잡아가는 것으로 할까?

저자는 후자의 방법을 택하고 있다. 차근차근이다.

그래서 이런 소박한 꿈부터 가지고 시작하게 인물을 설정해놓고 있다. 그래서 이 소설, 실제 인간이 살아가는 모습이 ‘살아있는’ 작품이 되었다.

궁복의 꿈은 미산포에 온 뒤로 변했다. 당장의 목표는 탐진현 치소의 군사가 되는 것이었다. 그런 뒤에는 정년의 집에서 보았던 것처럼 장사를 잘해서 자신은 물론 여러 사람들을 굶주리지 않게 하는 것이 그의 꿈이었다. (1권, 47쪽)

그리고 또하나 생각해볼 게 있다.

리더는 어떤 데 신경을 써야 하는가, 하는 것이다

저자는 주인공인 장보고의 눈에 백성들의 어려움을 보게 만든다.

그래서 신라에, 신라 바다에 쳐들어와 백성을 괴롭히는 당구(당나라 해적들)들을 물리칠 방도를 생각하게 만든다.

장보고는 당구를 물리칠 생각으로 무술을 연마하고 연마한다.

그 결과 하늘도 그를 도와, 그로 하여금 리더의 자리에 앉게 하고, 백성들을 위해 일하게 하는 것이다.

그런 리더가 요즘 필요한 리더가 아닐까?

2권에 등장하는 인물 중 이와 대비되는 사람이 있다.

바로 송나라 휘종이다. 이 책에서 휘종을 이렇게 평가한다.

송나라 휘종은 통치에 있어서는 암군이었지만 시서화에 능한 정도가 아니라 군계일학의 경지에 오른 황제였다. 도자기에도 안목이 뛰어나 그가 관요인 여요에서 나오는 청자들을 품평하는 것도 그러한 예술적 취향에서 비롯했다. 실제로 휘종은 “궁중에서 사용하는 백자그릇들을 치우고 모두 청자그릇으로 바꾸라”라고 지시하기도 했다. (2권, 81쪽)

정치적으로는 암군이었지만, 문화적으로는 군계일학.

이런 인물이 서양의 역사에서도 있다, 바로 다빈치를 프랑스로 초빙하여 극진히 모시면서 프랑스에 르네상스 문화를 도입한 프랑스의 프랑수아 1세다.

어쨌든 리더라는 자리가 그래서 중요하다는 것을 이 책은 보여주고 있다.

또한 등장인물 중 너무 적게 활용한 듯해서 아쉬운 인물이 있다.

말 그대로 이 소설에서 등장하는 분량이 너무 적다.

내 마음 같으면 이 사람을 주인공 삼아 이야기를 끌고 가게 하고 싶을 정도다.

바로 당나라에 잡혀갔다가 겨우 풀려나 강진으로 돌아온 최녹천이란 인물이다.

그는 당나라에서 도자기 굽는 일에 노역을 하고 있다가 풀려나 강진에서 도자기 굽는 일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의 생각이 주인공답다.

“족장님, 근디 월주는 월주고 탐진은 탐진인 거 같습니다요.”

“무신 말인가?”

“월주청자 모냥은 배와야겄지만 때깔은 여그 탐진 때깔을 찾어봐야겄어라우.”

“월주청자는 청동으로 맹근 거맨치 모냥이 정교허지. 긍께 모냥을 닮을라고 허는 것은 당연허겄제. 근디 녹천이 말대로 여그 탐진 때깔을 찾는다믄 뭣이겄는가?”

“아직은 잘 모르겄습니다요.” (1권, 268쪽)

강진의 청자는 그로부터 시작되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렇게 시작되는 이 작품, 1권의 이야기는 장보고를 위시한 신라인들의 노력을 그려놓았고

그 다음권인 2권에서는 시대가 고려로 넘어간다. 바야흐로 고려 청자의 시대가 시작되는 것이다.

2권에서도 탐진(강진)의 자리는 변함이 없다.

다시, 이 책은?

요즈음 K- 컬쳐 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이제는 거의 식상할 정도로 많이 들린다.

여러 매체에서 K ? 컬쳐에 관한 해외의 반응을 상세하게 보도해주는 프로그램을 몇 번 보기는 했는데, 과연 그게 사실인지? 아니면 언론의 호들갑에 불과한 것이지?

그런 것 차치하고, 그런 들썩임에 부회뇌동하지 않고, 이 책처럼 K ? 컬쳐의 원류를 찾아가보는 것은? 전폭적으로 환영한다.

우리의 문화를 제대로 살펴서 마치 이 책의 주인공인 청자처럼 오롯이 빛을 발하는 우리 문화를 찾아내는 것, 그게 지금 우리가 할 일 아닌가 싶다. 그런 면에서 이 책의 의미를 찾고 싶다.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이 말은 사실이며, 또한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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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스페이스 실록 - 너의 뇌에 별을 넣어줄게 파랑새 영어덜트 4
곽재식 지음, 김듀오 그림 / 파랑새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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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스페이스 실록


『슈퍼 스페이스 실록』

이 책의 부제는 <너의 뇌에 별을 넣어줄게> 이다.


마치 하늘에서 별을 따다 주겠다는, 어린 시절에 많이 불렀던 노래가 떠오르는 타이틀이다.

그런 부제 덕분인가, 책 내용이 쏙쏙 들어오는 기분이 든다.

물론 이건 작가의 글솜씨가 뒷받침을 해주니까 그런 것이리라.


하늘에 있는 별들을 마치 손바닥에 놓고 보는 듯한, 기분이 들 정도로 잘 읽힌다.

그러니 책 페이지를 넘기면 넘길수록 아까운 마음이 드는 것이다. 조금 더 조금더.....


또한 읽다보니, 저자의 이런 생각이 옳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우리가 우주 천체에 대하여 읽어온 대부분의 책이 서양에서 온 것이라는 것, 그래서 천문과학은 마치 유럽에서 시작되고 발전되어 우리에게 전달된 것처럼 생각하고 있었던 것.

그게 우리가 가지고 있었던 우주에 관한 아주 기본적인 전제가 아니었을까?


그래서 저자는 이 책에 우리 한국의 이야기들을 우주 과학 지식과 결부시켜 전해주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그 정도 이야기, 그정도 지식은 벌써 있었던 것이라니까, 라고 외치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목성은 서양에서는 가장 큰 행성이기에 그리스 로마 신화에서 가장 큰 우두머리 신인 제우스 (쥬피터)의 이름을 따서 부른다.


저자는 조선왕조 실록의 한 부분을 전하고 있는데, 좀더 자세한 내용을 알아보기 위해 조선왕조실록 영조 34년 (1758년) 음력 5월 4일의 기록을 찾아보았다.


임금이 말하기를,

"종묘(宗廟) 앞에 놓아 둔 돌은 바로 일영대(日影臺)인데, 경 등은 이를 아는가?"

하니, 모두 말하기를,

"알지 못합니다."

하니, 임금이 말하기를,

"열성조(列聖朝)에서 미행(微行)할 때에 한 늙은 할멈을 만났는데, 그가 남편에게 이르기를, ‘세성(歲星)이 적성(賊星)에게 쫓긴 바가 되어 유성(柳星) 아래로 들어갔다.’고 하는 것을 보고는, 그때에 바로 그 할멈을 운관(雲觀)에 예속하게 하였는데, 일영대는 이 할멈을 위해 설치한 것이다.“

하였다.


전설 속의 할머니가 말한 세성(歲星), 임금님을 나타내는 별은 바로 목성의 옛말이다.

(...........)

오히려 목성이 임금님을 나타낸다고 생각한 조선의 전설이 단순하지만 잘 맞아 떨어진다. 목성은 보통 별이 아니라 행성이지만, 그래도 깊은 밤에 별처럼 보이는 물체 중에서는 가장 밝고 굵게 빛나기 때문이다. (147쪽)


또한 여기서 밤중에 목성을 찾아본 일이 없던 나에게는 천금같은 정보가 적혀있다.


한밤중에는 금성이 없다. 깊은 밤, 수많은 별들이 제 모습을 드러내는 시간이 되었을 때 밤하늘에서 가장 밝게 빛나는 물체는 보통 목성이다. (147쪽)


목성을 한밤중에 찿아볼 수 있다니, 아, 그래서 갈릴레오가 배율이 형편없던 그런 망원경으로도 목성의 위성을 발견할 수 있었구나, 하는 깨달음이 맞춰진다.


그다음에는 목성에 관한 일반 정보가 제공된다.


목성이 이렇게나 밝은 이유는 굉장히 크기 때문이다. 목성의 무게는 지구의 300배보다도 더 무겁다. 목성을 제외한 나머지 일곱 행성들의 무개를 모두 다 합쳐도 목성보다 적다. (147쪽)


이런 내용은 정말 몰랐다, 서양의 천문학 책에서 이런 내용을 읽었던 기억이 떠오르지 않는다. 8개의 행성 중에서 목성이 가장 크다는 것은 알았는데, 그 무게가 나머지 7개 행성을 합친 무게보다 더 무겁다니. 정말 ‘이건 몰랐지?’다.


이 책의 제목을 다시 음미해본다.


『슈퍼 스페이스 실록

실록(實錄)이란 말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적은 기록’이란 뜻을 비롯하여 다른 몇 가지 의미를 가지는데, 그 중에 하나가 조선 왕조 실록 등 나라의 역사를 기록한 것이다.

저자는 조선왕조 실록에서 많은 자료를 찾아내 전해주고 있으니, 이 책은 우리 왕조실록에서 찾아낸 슈퍼 스페이스라 할 것이다.


도대체 얼마나 공부를 해야?


저자의 단상을 잠깐 인용해본다.

양자 이론을 응용하는 세미나에 참석한 적이 있다 한다.


양자 이론을 이용해서 더 성능이 뛰어난 OLED 물질의 조건을 찾기 위한 방법에 대한 긴 계산 방법이 소개되고 있었는데, 그때 저자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는 것이다.

나는 도대체 얼마나 공부를 하면 저런 걸 다 이해할 수 있을까? 라면서 한참 공상에 빠져있었던 기억이 난다, (325쪽)


바로 그런 생각이 이 책을 읽으면서 드는 생각이다.


그런만큼 이 책은 우리의 생각의 지평을 넓혀주고, 깊게 해준다.

지금껏 보아오던, 생각해오던 하늘이 점점 다르게 보이는 것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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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바꾼 전쟁의 역사 - 미국 독립 전쟁부터 걸프전까지, 전쟁의 승패를 가른 과학적 사건들
박영욱 지음 / 교보문고(단행본) / 2024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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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이 바꾼 전쟁의 역사


인류 역사를 살펴보면, 어느 시대나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건이 있다.

바로 전쟁이다.

나라와 나라 사이에, 민족과 민족 간에, 또 같은 민족에서도 무슨 이유인가를 명목으로 싸움은 있어왔다. 과연 인류 역사에 단 한순간이라도 전쟁이 멈춘 시기가 있었을까?

그런데 아이러니한 것은 그 전쟁이 인류 역사를 발전시켜왔다는 사실이다.

전쟁을 통해 가장 크게 바뀐 것은 바로 과학이다.

그리고 또 발전된 과학은 또 전쟁을 일으키기도 하고.....

그런 순환의 역사가 바로 인류 역사다.

악순환이긴 하지만, 그런 순환을 부정할 수 없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은 과학과 전쟁의 그런 관계를 살펴보면서,

이 책은 과학으로 인해 전쟁의 모습이 어떻게 바뀌어왔는지 보여주고 있다.


과학이 발전해온 몇몇 역사적 장면들을 살펴보면서, 어느 시대에 어떠한 시대적 맥락과 상황에서 과학이 군대와 전쟁의 영역에 본격적으로 등장하고, 불가분의 관계를 맺어왔는지 살펴보고 있다. (8쪽)


아울러, 저자는 이 책의 목적을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독자들이 현대 과학 기술을 조금 더 이해하고 군대와 전쟁의 역사를 조금이라도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8쪽)


그래서기억해둘만한 내용들이 많다몇 가지 적어둔다


1차 세계 대전 당시 가장 많이 병사들의 목숨을 빼앗은 무기는 무엇일까?


그건 기관총이었다. 기관총은 가성비 좋은 인류 최초의 대량 살상무기였다.

그런데 그런 기관총을 발명하게 되는 동기가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113-114쪽)


미국의 의사이자 발명가인 리처드 개틀링이 기관총을 발명했는데, 수많은 병사들이 재래식 총격전의 부상으로 죽어 가는 모습을 참담하게 지켜보던 그는 대규모 군대가 동원될 필요 없이 소수의 병사로도 압도적 우위를 점해 초전에 적의 전쟁 의지를 꺾을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하던 중 씨앗파종기에서 힌트를 얻어 첫 수동식 기관총을 개발하고 특허를 출원했다.

그러니까 기관총을 발명하게 된 동기가 병사들을 적게 죽게 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대규모 군대가 동원될 필요없이 소수의 인원만 참가해서 싸우도록 하겠다는 것인데, 결과는?

개틀링이 생각했던 것과는 반대로 더 많은 사람들을 쉽게 죽일 수 있게 되었으니,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생각해보면 전쟁에 사용되는 모든 무기들이 그런 식으로 발명되고,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제 전쟁은, 과학이 발전하는만큼 전쟁도 규모에서나 내용에서나 발전(?)하고 있는 것이다. 산업화가 진행되면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자. 전쟁의 양상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1차 세계대전은 군용차와 기동 무기체계뿐 아니라 전투기나 함선 등 해양 무기체계들까지 본격적으로 대량 생산 가능한 산업화 시기에 맞춰 발발했다. 이를 우연이라고 보는 학자들은 거의 없다. 즉, 대량 생산 시스템으로 생산되는 대규모 무기들을 대규모로 소비할 수 있는 방식이 전쟁이었고, 이 현대 산업화의 산물이 세계대전 발발의 보이지 않는 압력과 요인이 됐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130쪽)


여기서 체홉의 그 유명한 말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작품에 권총이 등장한다면 그 권총은 반드시 한 번은 발사되어야 한다.“


역사에 무기가 등장하면, 그 무기는 반드시 한번은 사용되어야 한다.

그래서 이제 핵무기, 원자폭탄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더 나아가서 우주는 어떨까?

현재 우주과학의 발전은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인데. 이또한 전쟁의 결과다.


인류 역사에 길이 남을만한 우주 진입은 평화적 출발이 아닌 치열한 군사적 경쟁의 결과였다. 이는 이제 전장의 영역이 땅과 바다와 하늘을 넘어 우주로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253쪽)


그러니 이제 지구상 어느 한군데 전쟁터가 아닌 곳이 없게 되었다.

땅, 바다, 하늘 그리고 이제는 우주까지. 온통 전쟁터가 되어버렸다.


이런 사실도 알게 된다


(지구의 모습이 어떤지를 알기 위해), 왕립 과학 아카데미는 해외 여러 곳에 지구 모양과 둘레를 재는 측량대를 파견했다. 1735년 수학자 라 콩다민이 페루 원정대를, 1740년 천문학자 피에르 모페르튀가 스웨덴 라플란드 조사대를 이끌었다. 최종 측량 결과, 지구는 럭비공처럼 옆으로 길쭉한 타원형으로 밝혀졌다. ‘뉴턴의 법칙’이 명실상부하게 ‘참’으로 판명된 순간이었다. (34쪽)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암모니아 합성의 공로로 1918년 노벨 화학상을 받은 하버는 이런 말을 했다.

“과학자는 평화로울 때는 세계에 속하지만, 전시에는 국가에 속한다.” (110쪽)


과학의 중요성을 아주 잘 표현한 말이다. 그러니 과학을 어떻게 인식하고 과학자들을 어떻게 처우하고 있는지를 보면 그 나라의 상황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우리는 무엇이 불가능한지 확실히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똑똑하지 않다.” (248쪽)


미국의 물리학자 로버트 고더드가 어느 고교 졸업식에서 졸업식 대표로 연설한 말인데, 이 말은 우리 인류가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는 말이다. 그러나 전쟁으로 야기될지도 모를 암울한 미래를 생각하면, 그 말은 과학이 우리 인류의 미래에 불행한 결과를 가져올지 모른다는 측면도 말해주고 있지나 않은지?


다시이 책은


이 책을 통해 과학이 어떻게 발전되어 왔는가 알 수 있다.

그 다음에는 발전된 과학이 어떻게 전쟁을 일으키고, 또한 결과적으로 과학이 전쟁의 모습을 바꾸어 놓았고, 또한 전쟁은 과학의 발달을 촉발시켰으니, 이게 인류 역사의 딜레마가 아닌가?


그래서 이런 말은 특히 새겨둘 필요가 있다.


1차 세계대전은 군용차와 기동 무기체제뿐 아니라 전투기나 함선 등 해양 무기체제들까지 본격적으로 대량 생산 가능한 산업화 시기에 맞춰 발발했다. 이를 우연이라고 보는 학자는 거의 없다. 즉 대량 생산 시스템으로 생산되는 대규모 무기들을 대규모로 소비할 수 있는 방식이 전쟁이었고, 이 현대 산업화의 산물이 세계대전 발발의 보이지 않는 압력과 요인이 되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130쪽)


2차 대전은? 그리고 앞으로의 인류 역사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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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인사이트 - 세계의 판도가 바뀐다
이세형 지음 / 들녘 / 2024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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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 인사이트


책 앞날개에 있는 저자 소개에 이런 내용이 있다.


다양한 국제 이슈의 중심지인 중동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글로벌한 마인드’를 키우고 국제 정세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맞다, 백번 맞는 말이다.

국제 정세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는 항목이 바로 중동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나의 시야에는 항상 다른 각도에서 심겨진 것들만 잔뜩 들어있었다.


그러니 그런 부분을 삭제하고 이 책으로 진짜 중동의 모습을 살펴보기 위해, 이 책을 펼쳤다.


이 책에는 어떤 것들이 들어있을까, 목차를 요약해본다.

1장 중동과 어색함 풀기

1. ‘중동’과 ‘아랍’이 다르다고?

2. 알고 보면 재미있는 중동 지리와 명칭

3. 수니파와 시아파는 어떻게 다를까

4. 오늘의 중동을 만든 중요한 약속들

5. 알고 보면 재미있는 중동 상식

2장 변화하는 중동

3장 아직은 세계의 ‘화약고’

4장 더 가까이 중동

5장 중동의 ‘스트롱 이슈 메이커’들

6장 중동에서 본 한국


다른 장과는 달리 1장의 세부 내용을 밝힌 것은, 혹시 리뷰만 보고 책을 읽지 않는 분들을 위한 것이다, 적어도 중동에 대해서 이런 정도는 알고 있어야한다는 의미다. 또 중동에 관한 그릇된 인식을 그렇게라도 풀어보기 시작하자는 취지다.


중동과 아랍이 다르다고


간단히 말하자면 이런 차이가 있다,

중동은 지역적 개념, 아랍은 민족적 개념, 그러니까 바라보는 각도가 다른 것이다.

아랍은 아랍어를 쓰는 문화권의 나라들, 아랍연맹 22개국가를 아랍국가, 또는 아랍권이라 부른다.


그런데 아랍연맹이라는 단어를 처음 듣는다. 어떤 나라들이 아랍 연맹에 속할까?

기억을 하자는 의미로 여기에 옮겨본다.


사우디 아라비아. 이집트, 요르단, 아리크, 시리아,

레바논, 예멘, 리비아, 수단, 모로코

튀니지, 쿠웨이트, 알제리, 아랍에미리트, 바레인,

카타르, 오만, 모리타니, 소말리아, 팔레스타인,

지부티, 코모로.


22개 나라 이름을 살펴보면, 우리가 알고 있는 ‘중동’에 있지 않은 나라들이 보인다.

아프리카에 있는 나라들이다. 예컨대 수단, 모로코, 알제리...

그렇게 따져보니 중동이란 개념과 아랍이라는 개념이 다르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또 흥미로운 게 있는데,

중동 관련 뉴스에 자주 등장하는 나라인 이란튀르키예이스라엘은 아랍 국가가 아니라는 것. (34쪽)


물론 이스라엘이야 아랍 국가가 아닌 것은 분명한데, 뜻밖에 이란이 아랍 국가가 아니라는 것이다. 위 34쪽의 문장을 읽고, 위의 아랍 국가 22개국을 다시 살펴보니, 거기에 이란이 쏙 빠진 것을 알게 된다. 어라, 이게 웬일?


이란과 튀르키예는 국민 다수가 이슬람을 믿지만 아랍어를 쓰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란은 이란어, 튀르키예는 튀르키예어를 쓴다. 어라, 그러면 이란어 따로 있고, 아랍어 따로 있다는 말인가? 그런 정도로 한심한 나의 중동 관련 지식, 첫장에서부터 본색이 드러난다.


바로 이 책의 효용가치가 여기에 있다.

내가 얼마나 중동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지. 무지몽매한지 그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시작된 중동 여행

중동의 역사와 지리, 그리고 요즘의 정세까지. 저자는 그동안 취재 활동을 하면서 갈무리해 놓은 ‘중동’을 이 책에 모두 담아 놓았다.


현재 진행형인 중동 정세


2023년 10월, 팔레스타인의 무장 정파 하마스가 이스라엘을 공격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방공망과 정보망을 갖춘 이스라엘이 하마스의 기습 공격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다음에 그리고?


연이어서 전쟁이 이어지고 있다.

중동은 화약고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게, 그 전쟁은 지금도 현재형이다.

일개 소시민인 나로서는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는 정세가 지금 펼쳐지고, 진행중이다.


미국이, 이스라엘이, 또 팔레스타인이.......


일본 기자들이 중동을 바라보는 시각은


이 리뷰를 읽는 분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꼭지가 있다.

저자는 중동에서 취재기자로 일하면서 일본에 대한 시각이 바뀌었다고 고백한다.


왜?

일본 기자들의 모습을 보고 그랬다는 것인데, 일본 기자들이 어땠길래?


중동 이슈가 있을 때에 우리 나라 신문 기자는 적은데. 일본 기자들은 많이 와서 취재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모습을 본 저자, 일본 기자와의 문답 중 이런 것을 전하고 있다. 읽어보자.


문) 일본 사람들은 중동 이슈에 대해 관심이 많은가 봐요?

답) 우리 신문을 보는 독자라면 중동 이슈에 대해 알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기회가 될 때마다 국제 이슈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중동 이슈를 적극적으로 알려야죠.

우리도 기사를 쓰는 과정에서 영미권 매체를 참고하고 인용하지만, 그런데 현장에는 최대한 적극적으로 가는 게 원칙입니다. 현장에 자주 가야 독자들에게 조금이라도 더 생생한 정보를 전달할 수 있고, 큰 이슈가 있을 때 분석도 깊이 있게 할 수 있으니까요. (438쪽)


그 중에 하나, 실제 사례.


2019년 9월, 사우디 아라비아에서 열린 관광 개방을 기념하는 이벤트 행사장.

일본 기자들은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행사장을 돌아다니며 현장을 살피고 기록했다. 다양한 국적의 사람들을 접촉해서 대화하고, 네트워크를 형성하기 위해 애를 쓰는 것이 저자의 눈에 보였다는 것. 그런데 우리 나라측은?


우리나라 대사관 관계자들은 본 행사가 임박해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440쪽)

과연 그 행사장에서 우리나라 기자들과 대사관 관계자는 무엇을 하고 갔을까?

사진 몇 방.......?

기껏해야?


다시이 책은


우물안 개구리, 바로 그짝이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의 내 모습이 바로 그 개구리, 정저지와(井底之蛙)다.

그러면서도 미국이 어떻다느니, 한미일 동맹이 어쩌구 하는 얄팍한 지식놀음만 하고 있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요즘의 세계정세, 중동을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는 것 삼척동자도 다 아는 사실인데, 중동에 관한 지식이 그 모양이었으니 한심한 노릇인데. 이제라도 그걸 깨닫게 되었으니 다행이다.


이 책은 그래서 훌륭한 각성제요, 눈 하나만으로 세상을 보는 사람에게 두 눈을 바로 뜨고 보라는, 충고이기도 하다.

이 책에게, 이 책의 저자에게 감사한 마음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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