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마음을 위한 미술관 - 불완전한 삶을 품어주는 그림들
정희주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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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마음을 위한 미술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저자는 이 책의 성격을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 책은 미술이 어떻게 삶을 치유하는지에 대한 과정을 담고 있다. (7쪽)

 

해서 이 책은 그림 자체를 설명하는 책이 아니라 그림이 사람의 삶에 어떻게 들이와 바꿔가는지를 말해주고 있다.

 

나는 이 책을 두 단계로 읽었는데, 

첫 번째는 저자가 소개하는 화가를 먼저 살펴보았고

그 다음 단계로 각개 그림들이 삶에 어떻게 작동을 하는지 살펴보았다.

 

모르는 화가를 만나, 기쁘다.

 

여기에서 처음 만나는 화가들이 많다.

그들의 이름은 다음과 같다. (기억하기 위해 여기 적어둔다)

 

아뇰로 브론치노, 〈톨레도의 엘레오노라와 그녀의 아들 조반니의 초상〉

펠릭스 발로통, 〈안락의자에 앉은 여인〉

피에르 보나르, 〈열린 창문〉

페르디난드 호들러, 〈병든 발랑틴〉

호아킨 소로야, 〈바다의 소녀들〉

파울라 모더존 베커, 〈자화상〉

케테 콜비츠, 〈씨앗들이 짓이겨져서는 안 된다〉

 

해서 아는 화가들의 그림은 그림 속으로 깊이 들어갈 수 있었고, 모르는 화가, 즉 처음 만나는 화가들은 그들의 삶부터 차근차근 새겨가면서 그림 또한 같이 살펴볼 수 있었다.

 

이런 것, 확실하게 알아두자.

 

매너리즘 :

매너는 넓은 의미에서 양식 (스타일)을 의미한다.
르네상스가 완전하고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한 시대였다면, 매너리즘은 그 완벽함에 균열을 내며 인간의 불안과 긴장 그리고 불완전함까지 예술의 영역으로 끌어들인 전환점이다. (37쪽)

 

심리학에서는 불안은 제거해야할 대상이 아니라 이해하고 수용해야 할 감정으로 본다. (115쪽)

 

쉽게 이해되지 않는 그림 앞에서도 주의를 기울이고 작품을 이해하려고 노력할 때 깊은 공감이 이루어진다. (148쪽)

 

나의 눈을 사로잡은 화가, 그림들

 

프란시스코 고야 <곤봉 결투> (80쪽)

 

이 그림을 ‘얼핏’ 보았다. 자세하게 보지 않았다는 말이다.

그래서 저자의 이런 설명을 듣고, 다시 살펴보게 된다.



 

그런데 자세히 보면 두 사람의 다리가 땅에 깊이 박혀 있어 도망칠 수도, 승부를 낼 수도 없다. 얼핏 두 사람의 싸움처럼 보이지만, 이들은 한 사람 안에 존재하는 두 자아의 갈등으로 해석할 수 있다. (78쪽)

 

앙리 마티스 <이카로스> :


마티스는 신화 속 이카로스의 추락을 절망으로 표현하지 않았다. 이카로스는 자신의 날개가 밀랍이라는 한계를 알고 있었다. 태양 가까이 가게 되면 날개가 녹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끝내 나아갔다. 태양 가까이 가고 싶다는 그의 열망이 두려움을 잊게 했다. 이카로스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아간 것이다. (215쪽)

 

저자의 해석이 새롭다. 이카로스는 태양에 너무 가까이 가는 바람에 추락했는데, 그 사연을 대개는 부정적으로 해석하는데 저자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로 해석한다.

그런 저자의 해석을 읽고 그림을 보니, 무언가 새롭게 느껴진다. ​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미술 감상은 매우 능동적인 활동이다. (13쪽)

 

예술가는 작품을 창조하지만, 작품은 감상하는 사람의 삶과 경험을 통해 다시 태어난다. (13쪽)

 

예술가들은 끊임없이 자기 자신을 탐색하고, 자신만의 삶을 살아가기 위해 분투하는 사람들이다. (85쪽)

 

예술가는 자신이 그리고자 하는 것을 성실하고 진지하게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148쪽)

 

다시, 이 책은?

 

책을 읽는 이유는 무엇일까? 왜 책을 읽는 것일까?

 

가장 큰 이유는 모르는 것을 알기 위함일 것이다.

해서 책을 읽다가 모르는 것을 만나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모르는 것, 알지 못했던 것을 처음 만나는 순간의 기쁨을 무슨 말로 표현할 수 있으랴.

그러므로 모르는 것을 많이 만날 수 있는 책은, 좋은 책이다.

 

이 책이 바로 그런 책이다

이 책에서 처음으로 만나는 화가들이 많다. 해서 기쁨으로 읽었다.

그들의 삶을, 그림을 통해, 다시 한번 그림의 힘을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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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케 호모 - 제16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오수완 지음 / 다산책방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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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케 호모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소설이다. 장편소설, 혼불문학상 수상작이다.

 

그동안 혼불문학상 수상작품을 주욱 읽어왔는데 이번 작품은 그 장르가 다른 것,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과연 어떤 점이 혼불 문학상의 마음에 맞았는지 궁금하다.

게다가 제목 또한 니체의 말을 상기시키니. 더욱 의미가 있다.

 

등장 인물

 

주인공, 여자아이다. 이름은 서브 (86쪽)

이름의 유래는 이렇다.

 

노먼이 말한다.

사람이 살지 않는 도시를 지나다 어떤 소리를 들었습니다. 소리를 따라가 보니 지하철 선로 안쪽에 이 애가 있었습니다. 옆에는 작은 뼈들이 흩어져 있었고요, 그래서 이름을 서브라고 지었습니다, (128쪽)

 

서브, 서브웨이 SUBWAY

지하철에서 만났으니, 서브다.

 

이곳에 아이는 나뿐이다, (32쪽)

여자다. 작다. 치마를 입었고 조금 큰 신발을 신었다. (22쪽) 

 

읽기 전에 <심사평>부터 읽으면 어떨까?

 

이렇게 읽어보자.

일단 본 책을 읽기 시작하자.

그런데 읽다보면 자꾸만 걸리는 게 있다. 이야기가 어디서 시작하는지, 어디로 가는지 약간 혼란이 온다. 그런 경우에는?

 

뒷부분에 실려있는 혼불문학상 <심사평>을 읽어보자.

그렇게 <심사평>을 읽어보면 이 책의 얼개가 손에 잡힌다.

그런 얼개를 파악한 다음에 다시 본 책으로 돌아와 읽어보면 좋을 듯하다.

 

이 책은 아포칼립스 장르에 속한다는 것. (189쪽)

소설 속 시간대가 다음과 같이 나뉜다는 것.

 

프라임이라는 초월적인 존재가 핵무기와 첨단기술이 지배하는 인간 세상을 파괴해버린다.

인간은 그 뒤 30년 동안 삶을 재건해가지만 야만과 디스토피아의 세계일뿐이다.

이에 실망한 노먼은 '그들은 변하지 않는다' 라며 또 다른 계획을 품고 엑스포가 열리는 도시를 향해 간다.

그리고 다시 30년이 지난 현재, 노먼의 여행에 동행했던 정체불명의 소녀는 과거의 숙제를 풀기 위해 떠난다. (190-191쪽)

 

이런 시간대와 줄거리 속에서, 등장하는 소녀는?

 

아포칼립스 장르는 인류 문명이 대규모 재앙으로 붕괴하거나 멸망하는 상황, 혹은 그 이후의 황폐해진 세계를 그리고 있으니, 이 소설의 배경은 인류 문명이 한번 붕괴된 시점이다.

그러니 모든 것이 황폐해진 시대인 것이다.

 

그런 시대를 살아가는 소녀, 그 소녀에게 부여된 미션이 있다.

 

소녀가 혼자 살고 있는 집에 찾아온 연방 도서관의 직원은 찾아온 목적을 말하는 중에 이런 이야기를 한다.

 

우리가 만들려는 세상은 이런 세상입니다.

모든 사람이 쉽게 지식과 정보에 접근하는 세상,

차별의 장벽이 사라진 세상,

지속 가능한 공존의 세상 (16쪽)

 

여기에서 눈여겨 볼 말이 ’지식과 정보‘다.

지식과 정보를 위해서는 책이 필요한데. 소녀의 집에 있는 책을 가져가려고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소녀는 책을 어디에서 구했을까.

소녀가 책을 손에 넣기까지의 과정이 이 책의 또다른 줄거리가 된다.

 

그런데 소녀는 책을 읽었을까? 아니 글자를 읽을 수는 있는가?

그런 것에 관한 부분을 눈여겨보면서 이 책을 읽어가면, 지식과 정보가 인류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 드러난다.

 

과거 노먼과 여행을 떠날 당시 소녀의 모습부터 차분하게 살펴보자.

 

그 여자아이는 글을 읽을 줄 모른다. 이렇게 그 사항을 말해준다.


나는 그것이 그저 그림이 아니라는 것과 선에는 규칙이 있다는 것과 그것이 글자라는 걸 차례로 깨닫는다. (31쪽)

 

그런데 그 아이는 점점 글자를 알게 되고 책을 읽을 수 있게 된다.


아무 책이나 집어 그림을 보고 글자들을 읽는다. 아는 글자도 모르는 글자도 있다. 읽을수록 아는 글자들이 많아진다. 나는 쌓아둔 책들을 차례로 읽는다. (110쪽)

 

나는 이제 포스터에 쓰인 글자를 읽을 수 있다.

만들어가는 미래, 살아있는 역사. (149쪽)

 

책은 어떻게 손에 넣게 되었을까

 

소녀는 집에 책을 가지고 있다. 모두 14,725권이다. (15쪽)‘

그 책을 어떻게 손에 넣을 수 있었을까?

이 책들은 인류에게 꼭 필요한 책이다. 해서 도서관 직원이 다른 사람들이 이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허락해주기를 간청하고 있다. (15쪽)

 

소녀는 이렇게 그 과정을 설명해주고 있다.

 

그러나 노먼이 이야기하는 동안 내가 생각하는 것은 지텍이다. 지텍에는 어떤 책이 있을까. 지텍에는 얼마나 많은 책이 있을까? (146쪽)

 

책을 한 권씩 꺼내 읽는다. 기술, 외국어, 문학, 어린이, 역사, 철학, 예술,,,,,책에는 노먼이 알려주지 않은 것들이 있다. 노먼이 모르는 것, 노먼이 채 말하지 못한 것. 세상의 모든 것. (154쪽)

 

그리고 서브는 자기 자신을 이렇게 설명할 수 있게 된다.

 

나에 대해 아는 것이라면 책을 좋아한다는 것뿐이야. 나는 글자와 언어와 지식과 정보를 좋아하고 무엇보다 책이라는 물건을 좋아해. 그래서 많은 책을 모았어. 그리고 그 내용을 모두 기억하지. (186쪽)

 

셰익스피어는 그 때에도 살아있구나.

 

청소가 끝난 뒤에는 책을 한 권 갖고 내려와 라디오를 켰다. 목요일은 낭독 극장이 방송되는 날이었다. (..........) 이번 낭독은 지난 주에 이어 <맥베스>였다. (11쪽)

 

여기에서 셰익스피어를 만난다, 아, 감탄이 절로 나온다.

셰익스피어는 저런 상황에서도 여전히 살아있구나. 셰익스피어는 언제나 어디서나 고전의 지위에서 벗어나지 않는구나. 심지어 아포칼립스 시대에서도.

 

다시. 이 책은? - ’에케 호모‘는?

 

'에케 호모'는 니체가 쓴 책 제목이다.

그 의미는 ‘이 사람을 보라’이다.

 

그렇다면 이 소설에서 보여주려고 하는 ‘이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

 

소녀 서브가 글을 읽고, 책을 갖게 되는 과정에서 보았다는 책이 있다.

 

아무 책이나 집어 그림을 보고 글자들을 읽는다. 아는 글자도 모르는 글자도 있다. 읽을수록 아는 글자들이 많아진다. 나는 쌓아둔 책들을 차례로 읽는다. 그 중 한 권에 노먼이라는 아이가 나온다, (110쪽)

 

노먼이라는 아이가 나오는 책, 그 책은 다시 이렇게 연결이 된다.

 

여기 나오는 소년이 당신과 이름이 같은 데다가 어딘가 닮아서일까. 어쩌면 당신이 내게 이 책을 읽어줬으면 하고 바라서인지도 몰라. (188쪽)

 

그래서 ‘이 사람’은?

<에필로그>를 몇 번이고 읽어보면,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게 들려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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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호메리카 - 『일리아스』 이후, 『오디세이아』 이전의 이야기
퀸투스 스미르나이우스 원작, ALTARI LAB 엮음 / 다산글방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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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호메리카 (POSTHOMERICA)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호메로스의 책을 번역한 분들이 본인들의 책을 해설하면서, 말하기를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사이에 많은 이야기가 존재했었다고 한다.


아킬레우스의 죽음을 비롯하여 아가멤논의 귀향후 죽음, 그리고 다른 장수들의 파란만장한 사연들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데 우리 손에는 안타깝게도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만 번역되어 들려지는 바람에 그런 이야기들은 자세하게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부분을 자세하게 알려주는 아주 가치있는 책이라 생각해서 펼쳐들었다.

 

이 책은?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사이의 이야기, 그간 듣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 이야기를 이어주는 작품이 고대 후기의 시인 퀸투스 스미르나이우스의 『포스트호메리카(Posthomerica)』다.



 

이 책의 내용은?

 

1부 마지막 영웅들이 찾아오다

2부 가장 강한 자들이 사라지다

3부 아버지들의 전쟁을 물려받다

4부 아버지의 무덤에서 성벽까지

5부 성벽을 넘어 트로이로 들어가다

6부 트로이는 무너지고, 바다는 그들을 삼켰다.

 

이런 큰 타이틀 아래 우리가 궁금해하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우스개 이야기가 있다.

그리스 신화를 열심히 읽고 있는 아이에게 아버지가 <일리아스>(물론 아동용이겠지만) 책을 사다 주었는데, 아이가 열심히 읽어보니 거기에는 트로이 목마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해서 그 아이 아버지에게 묻기를 <일리아스>에 트로이 목마가 나오지 않느냐. 혹시 잘못된 책을 사온 것이 아닌가, 라고 아버지에게 말했다는 것.

 

그 <일리아스>에 보이지 않던 트로이 목마 이야기가 바로 여기 이 책에 등장하는 것이다.

 

이 책의 시작은?

 

맨먼저 이 책의 서두를 장식하는 인물은 바로 아마존의 여왕이다.

아마존이라니? 남아메리카에 있는 강이름이 아니라, 그리스에 존재했던 여인국을 말한다.

그런 여인국의 여왕인 펜테실레이아가 트로이를 돕기 위해 등장한다,

그리고 아킬레우스와 싸움을 벌였는데, 결과는 그녀의 죽음으로 나타난다.

그게 이 책 제1부 제3장에 등장하는 사건이다.

 

그 사건을 필두로 하여 그간 우리가 그리스 신화 언저리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멤논이 두 번째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새벽의 여신 에오스와 인간 티토노스 사이에서 태어난 그가 트로이를 구원하는 영웅으로 등장한다. (57쪽)

 

여기서 멤논이 그 다음날을 맞이하는 장면을 살펴보자.

위에 말한대로 멤논은 새벽의 여신 에오스의 아들이다. 그 새벽의 여신은 매일 아침 새벽을 인간에게 안겨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그 여신이 자기 아들인 멤논이 아킬레우스와 싸워야 하는 그날, 아침은 어땠을까?

 

에오스는 차마 새벽을 밝히고 싶지 않은 듯 천천히 하늘의 길을 올랐다. 아들이 전장으로 나가는 그날만큼은 새벽이 조금이라도 늦게 찾아오기를 바라는 듯했다. (60쪽)

 

아킬레우스의 최후

 

그렇게 써내려간 인간의 기록, 그렇다면 인간인 아킬레우스의 운명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인간으로 태어난 자기 아들을 불멸의 존재로 만들기 위해 애썼던 어머니 테티스의 바람이 무색하게도, 그도 죽는다. 인간이기에 죽는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 가장 용맹했던 장수로 활약한 그는 죽는다, 인간이기에 당연히 죽지만, 그 죽음의 과정은 그래서 안타깝다.

 

이 책 제2부에서 아킬레우스의 죽음과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의 시신을 둘러싸고, 또한 그가 사용하던 무구들을 둘러싼 이야기들도 자세히 기록된다.

그리고 그의 아들 네옵톨레모스의 활약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된 헬레네는?

 

전쟁 중에 분노한 그리스 군사에 의해, 혹은 그녀 때문에 피해받았다고 생각한 트로이 군사에 의해 살해되었을까?

 

그게 트로이 전쟁의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따라다니던 의문이었다.

과연 그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스의 비극작가들이 그녀에 관한 여러 이야기들을 각색하여 극을 썼는데, 그래서 다시 스파르타의 왕비로 돌아왔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 과정은?

 

이 책에서 그녀의 남편 메넬라오스와의 해후가 자세하게 그려진다.

 

메넬라오스는 마침내 헬레네를 찾아낸다.

메넬라오스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죽은 전우들과 고향에서 잃어버린 세월을 생각하자 메넬라오스의 가슴에 다시 분노가 치솟았다. 그래서 그는 칼을 들고 그녀에게 다가가려 했다. (372쪽)

 

그리고 그녀에게 다가가 칼을 ......

그때 아프로디테 여신이 개입한다. 여신은 메넬라오스의 손에서 검을 쳐내고 질투와 분노로 어두워진 마음을 걷어낸다. 그 결과?

 

다시, 이 책은?

 

여기서 그리스 신화가 갖는 매력 한 가지를 찾아낼 수 있다.


그리스 신화가 잔인하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그리스 신화는 물론 그런 점도 없지 않지만 무척 인간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아들의 시신을 찾기 위해 적군의 장수 아킬레우스를 찾아온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를 살펴보자. 그날 밤 아킬레우스와 프리아모스 사이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살벌한 기싸움, 물고물리는 술수가 그들 사이에 있었을까? 아니다. 거기에는 아들 죽음을 슬퍼하는 노인과 그 슬픔을 이해한 젊은이가 있었다. 그리스 신화는 그래서 인간을 철저하게 이해한 사람들이 써내려간 서사시인 것이다.

 

이 책으로 다시 한번 그리스 신화의 위대함을 확인할 수 있다.

죽고 죽이는 전쟁터에서, 또는 분노를 품고 도망간 아내를 만나는 그 현장에서도 인간적인 그들을 만난다. 무척 인간적인, 그래서 우리도 그런 인간이라는 것을 매 순간, 문장에서, 그 어떤 상황에서든 확인한다.

 

더하여 이 책으로 그간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사이 중간에 있었던 사건들을 문장으로 확인하지 못해, 긴가민가 했던 많은 이야기들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의미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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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두대와 욕조
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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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두대와 욕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을 펼친 이유

 

프랑스 혁명사를 읽으면서 여러가지 사건들이 겹쳐 일어나는 바람에

당시 역사를 한 눈으로 꿰기가 참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1789년 혁명 이후, 프랑스에서는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후 벨에포크 시대까지 혼란의 연속이었는데, 그런 프랑스 역사를 스토리텔링으로 이해하고 싶었다.

마침 이 책이 바로 혁명 이후에 일어난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어, 프랑스 역사를 이해하는 아주 좋은 작품이라 생각해, 책장을 펼쳤다,

 

관련되는 프랑스 역사

 

프랑스 혁명에 뒤이은 공포 정치 시기, 프랑스 역사상 가장 참혹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른바 방데 전쟁,

다른 역사책에서는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사건이다.

 

이 책의 해설에 의하면 방데 전쟁은 1793년부터 1800년까지 진행되었는데, 희생자가 무려 17만명이라 한다, 그 지역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희생된 것이다.

이때 일어난 낭트 수장 사건의 희생자는 무려 1천명에서 1만명을 헤아린다.

 

방데 전쟁이 일어난 배경으로, 역자는 다음의 두 가지를 들고 있다. (656, 657쪽)


첫째는 혁명 직후 1789년 11월 교회 재산을 국고에 환수하고. 이듬해인 1790년 7월 12일에는 기존 교회를 해체해 제1신분인 성직자를 일종의 공무원으로 재편하는 성직자 기본법을 의결한다.

두 번째는 1793년 2월 국민 공회가 표결한 국민 개병제로 군인을 모집한다.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은 소설의 초입 부분에서 간략하게 설명되고 있다. (17~19쪽)

 

이 책은?

 

소설이다. 프랑스 혁명 이후 혼란기에 벌어진 방데 전쟁을 배경으로 하여, 방데 전쟁을 상기시키기 위하여 쓰여진 소설이다.

 

이 소설의 저자는 조나탕 베르베르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아들이다.

 

등장인물과 줄거리

 

등장인물에는 소설인지라 가공의 인물과 실존했던 인물이 섞여 있다.

 

먼저 실존했던 인물은,

낭트 지역의 총독인 장바티스트 카리에르

낭트 혁명재판소 소장 펠립스 트롱졸리

램버티 부대의 기욤 램버티.

 

가공의 인물이며, 소설의 진행을 이끌어가는 인물들

주인공 격인 시몽 델모트와 부모.

창녀이면서 시몽을 도와 일을 해결하는 샤롤로트.

시몽과 같은 부대원인 블레즈.

 

줄거리는 시몽이 방데 원정을 마치고 난 다음에 고향인 낭트로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고향이 돌아와 보니, 아버지는 공화정부에 의해 살해되고, 어머니는 감옥에 갇혀 있다.

그런 상황에 마주친 시몽은 그 사건의 배후에 총독인 카리에르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를 죽이러 총독의 집으로 향한다.

거기에서 그는 샤롤로트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는 시몽에게 뜻밖의 제안을 한다.

 

만약 지금 시몽이 카리에르를 죽이면, 그는 순교자가 된다면서 그의 죄악상을 만인 앞에 드러나게 해야 한다는 것, 해서 그를 재판정에 세우기 위해 같이 힘을 합하자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샤롤로트의 말이 백번 맞는 말이다.

만약 시몽이 총독의 저택에서 그를 죽인다면, 그는 순교자가 되고 그의 죄악은 밝혀지지 않은 채 그는 공화국의 성인이 되는 영광을 안게 되는 것이다.

 

그후 둘은 협력하면서 일을 해나가는데, 그게 이 소설의 주요 얼개가 된다.

 

다시. 이 책은?

 

1789년에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후에 프랑스 국민들은 그 혁명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졌을까. 혁명 후에 들어선 정부, 국민 공회에 대하여 프랑스의 모든 국민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그들이 시행한 정책에 호의적이었을까?

 

그런 것들이 프랑스 역사를 읽으면서 무척 궁금했었다.

그러나 교과서적인 역사서로서는 그 내막을 알 도리가 없었다.

그런 역사책에서는 일반적인 정부 형태의 변화를 중심으로 역사를 써내려갔기에 문장 너머에 있을 진짜 역사는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을 통해 비로소 프랑스의 국민중 혁명정부에 반기를 들었던 사건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희생자가 발생한 사건, 게다가 그 사건은 역사에서 거의 묻히다시피 해서 전혀 그런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해서 이 책은 살아있는 역사책이라 해도 무방하다.

마치 우리가 제주도에서 일어났던 4,3 사건의 진상을 현기영의 <순이 삼촌>을 통해 어렴풋이 알아가듯이 말이다.

 

이제 나에게 프랑스의 낭트는 앙리 4세가 종교의 자유를 선포했던 낭트 칙령의 반포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 혁명에 숨겨진 역사 방데 전쟁의 흔적을 간직한 장소이기도 하다.

 

그러한 어두운 역사를 알게 되어 '역사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새삼 깨닫게 해준 책이 바로 이 책 <단두대와 욕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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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다이어리
정수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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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다이어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소설이다. 장편소설이다.

저자는 정수현, 저자는 이미 압구정을 무대로 한 <압구정 다이어리>를 발표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청담동을 무대로 하는 소설을 발표했다. 압구정과 청담동의 대비, 그게 흥미를 자아낸다. 그리고 청담동에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이 책의 입구에 이런 말로, 이 책을 소개하고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현대적 럭셔리와 욕망의 정의를 이토록 리얼하고 자극적으로 들여다보는 이야기는 흔치 않다.

 

등장인물은?

 

‘강남구 청담동, 그곳은 서울에서 내노라 하는 부촌이다. 부촌(富村)의 촌(村)이라는 말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래서 부촌이라기보다는 욕망의 거리요, 인간의 본능이 여실히 드러나는 곳이다.

 

그곳을 무대로 살아가는 주인공들,

정유하. 직업은 A&R이다. .

A&R이 무엇하는 직업인가 알아보니, A&R(Artists and Repertoire)은 레코드 레이블이나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그에 맞는 음악과 앨범의 전체적인 방향성을 기획·제작하는 직업이다. 그런 직업인데 본인의 설명에 의하면, 드라마나 영화, 웹툰에 깔릴 노래를 찾아오고, 만들어내고,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을 말한단다. (28쪽)

 

정유하는 강남구 압구정에 주소를 두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녀는 ’오늘도 본업에 부업까지 쌔빠지게 뛰며 허세와 현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중‘인 청춘이다. (15쪽)

 

부업이라니?

그 부업에 대한 설명은 후에 등장한다.

나는 낮에는 OST 전문회사 파사드 사운즈에 영혼을 갈아 넣고, 밤에는 19금 인스타툰으로 통장잔고를 방어하는 생계형 압구정 주민이다. (28쪽)

밤에는 19금 인스타툰을 그리는 것이다.

 

그녀의 인생관은 어떤가?

그녀들, 즉 에르메스의 후예들과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허세와 욕망은 아직 그녀 안에 멀쩡하게 살아있다 그건 알량한 자존심이자, 이 동네에서 살아남는 그녀만의 방식이다. (16쪽)

 

그렇게 살아가야만 하는, 주인공 앞에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압구정과 로마는 닮았다. 한 시대를 찬란하게 풍미했고 모두의 선망이었으며, 그만큼이나 화려하게 무너졌다. (9쪽)

 

그렇게 시작한 이 책, 바로 반전이 예고된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다. 로마는 끝났고 압구정은 돌아왔다. (9쪽)

 

맞다. 로마는 끝났다는 말은 맞다. 하지만 압구정은 돌아왔다는 말은?

거기에 청담은 다르게 대비가 된다.


압구정은 끝났다가 다시 돌아왔지만, 청담은 압구정이 어둠을 지나던 그 모든 순간에도 한번도 빛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10쪽)

 

사건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렇게 허세와 현실을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고 있는 그녀, 소설의 초두에 이런 걸 고백한다.


그 대가로 난 지금도 빡센 상황위에 놓여있다. (16쪽)

 

지금’도‘에 주목하자. 그녀의 삶이 결코 녹록치 않다는 말이다.

 

해서 그녀는 가지고 있는 그라프 스파이럴 파베 다이야몬드 링을 팔아야 할 골목에 와 있다.

이게 뭔가 알아보니, 이런 물품이다.

<우아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연출이 가능한 그라프의 파베 다이아몬드 주얼리는 단독으로 착용해도 아름다우며.......>,

하여간 대단한 것이다. 그런 것을 이제 떠나보내야 한다.

 

그래서 그걸 지니고 구매자와 접선에 나서는데......사겠다고 나온 사람은?

바로 얼마전에 헤어진, 그리고 그 링을 건네준 사람 채인서.

 

이렇게 해서 등장인물 한 명이 추가된다. 여자 등장인물에 이어 이번에는 남자, 그러니 그 둘은 이제 남주와 여주가 되는 것일까?

 

그녀의 다이어리, 청담동 다이어리 한 토막

 

그녀가 써내려갈 다이어리, 한토막 맛을 보자.

 

참, 그녀가 그리는 인스타툰은 어떤 내용일까?

친절하게 그녀는 이런 설명을 남기고 있다.

 

단 한 번의 손길만으로도 밤을 작품으로 만드는 남자와의 긴 연애가 남긴 부작용 때문에, 이제는 다른 남자와의 섹스가 불가능해져 버린 서른 초반 여자의 서글프면서도 이상하게 아름다운 처절한 기록, (29쪽)

 

무슨 말인지, 이해불가인데, 어쨌든 그녀는 그런 인스타툰을 그려 생계에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인스타툰의 이야기가 단지 픽션만이 아닌 것이 그녀에게도 이런 실제 상황이 있었기에 그렇다.

 

사랑이란 인간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고통스럽고, 가장 자학적인 감정이란 걸 채인서를 통해 뼈에 새기듯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처절하고도 찌질한 감정 탓인지, 혹은 그와 나눈 감각을 잊지 못하는 내 비참한 무의식의 저항 탓인지, 아이러니하게도 그와 완벽한(?) 이별을 한 순간부터 내 몸은 다른 남자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한마디로 섹스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개새끼…….’ (50-51쪽)

 

이게 바로 다이어리다. 일기가 무어 별건가?

 

또하나 읽어보자.

 

심지어 지금껏 채인서의 XXXXX로만 묘사됐던 내 실명이 까발려짐과 동시에 ‘상간녀’라는 끔찍한 누명을 썼다는 끔찍한 사실조차 잠시 뒤로 빠질 만큼, 머릿속에서 거대한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남미영이 누벨러스 앱에 후기를 올리자마자, 단 1분의 시차도 없이 청담 아이가 울렸다. 그리고 이제야 깨닫게 된 소름 끼치는 사실 하나 더. 청담 아이의 첫 가십을 동시에 받았던 나, 미우, 인경. 우리 모두의 공통점은 누벨러스의 회원이라는 것이었다. (386- 387쪽)

 

그리고 다이어리, 하나 더 추가요!

 

사실 지난 6개월간 내 일상은 단순 명료했다. 일, 섹스, 일, 섹스, 일, 섹스, 물론 그 행위의 유일한 파트너는 강도현이었다. (455쪽)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어디까지나 소설이다. 소설인만큼 허구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허구치고 현실을 아예 도외시하는 묘사가 가능할까?

심지어 공상과학소설도 어느 정도 현실적인 과학에 기반을 두고 진행되는 판이니. 이 책이라고 해서 순도 100% 허구일 리 없다.


해서 이 책은 소설이자 넌픽션이다. 여주인공의 삶이 허세와 현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듯이 이 소설도 현실과 허구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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