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순례
헤르만 헤세 지음, 육혜원 옮김 / 이화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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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순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의 제목 동방 순례에서 동방은 어디일까?

 

이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먼저 제목의 이해가 필요하다.

동방 순례, 즉 '동방으로 가는 순례'라는 말인데, 동방은 어디를 말하는 것일까?

 

그곳이 어디인가는, 여기쯤 오니까 비로소 알게 되는데, 그때부터 읽기에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공간적으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시간을 거스르며 여행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여정은 동방으로 향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우리는 중세로도, 또 황금시대로도 행진을 했다. (43)

 

우리의 목표가 단지 동방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동방이라는 것은 단순히 어떤 나라나 지리적인 장소가 아니었다. 동방은 영혼의 고향이자 청춘이었고, 어디에나 있으면서도 아무데도 없는 모든 시간이 하나가 되어버린 그런 곳이었다. (44)

 

유럽의 절반과 중세의 한 부분을 가로질러 온 뒤, 이탈리아 국경에 이르러(.......) (61)

 

, 동방은 단지 지리적인 장소를 말하는 게 아니다. 그렇게 이해하고 나니, 그제서야 이 책의 전체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런데 저자는 왜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

 

저자는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어렵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왜 그럴까?

 

만약 독자들을 공동체의 비밀 속으로 이끌어 들이는 것이 허락되기만 한다면 우리가 행한 일들이 펼쳐졌던 그 차원, 그리고 그 행위들이 속하는 영혼의 체험들을 비교적 쉽게 전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허용되지 않기에, 많은 것들이 어쩌면 모든 것이 독자에게는 믿기 어렵고 결국은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14)

 

그리고 말이 지니고 있는 한계에 대하여 역설한다.

 

언젠가 동방에서 온 현명한 친구 싯다르타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말이란 숨겨진 깊은 뜻에는 이롭지 못하다. 모든 것이 언제나 조금씩 달라지고, 조금씩 왜곡되며, 조금씩 어리석어진다. 그렇지만 그것도 괜찮다. 나는 그것조차 기꺼이 받아들인다. 어떤 사람에게는 보물이자 지혜인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언제나 바보 같은 소리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 (15)

 

 

이렇게 여러 전제를 깔고 시작하는 글이기에, 읽을 때마다 다시 읽고 되새김질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레오의 실종, 아니 레오의 존재는 아주 중요한 사건이다,

 

레오의 실종,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다.

하인 레오의 실종을 둘러싸고 온갖 중요한 테마가 흘러나온다,

 

그 의문은 모르비오의 골짜기에서 레오를 찾던 때에 시작된 것이다, (72)

 

여기서 레오는 철학의 주제로 바뀐다.

또 있다.

다시 레오를 만났을 때, 레오는 화자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는 십 년이 지나도록 거의 변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나 참으로 슬프게도 나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되어 있었다. (101)

 

그리고 다시 레오는 이번에는 결맹의 사자가 되어 등장한다.

따라서 레오의 정체, 레오라는 존재는 이 책에서 아주 핵심적이고 근본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대체 레오는 누구인가? 누구이기에 화자는 나의 형상은 레오에게 자신을 내어주고 그에게 흘러 들어가 그를 먹이고 강하게 하려했다.(.........) 그는 자라나야 했고, 나는 소멸해야만 했다’(167)고 말하는가. 대체 레오는 누구이기에?

 

헤세의 심정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나는 그 책을 쓰던가, 아니면 절망 속으로 떨어지던가 해야 했지. (84)

 

루카스가 한 말, 이 말의 의미는?

실상 헤세는 루카스의 입을 빌려 헤세의 심정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작품 해설>에서 해설자는 그렇게 인정하고 있다,

 

이 작품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완성한 후 찾아온 창작의 우울을 극복하기 위해 집필되었다고 한다. (172)

 

비유와 상징, 그리고 은유가 가득하다.

 

이 책의 내용은 비유와 상징, 그리고 은유로 되어 있다.‘

따라서 그러한 것들을 이해해야만 이 책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이런 것이 그러한 예일 것이다.

 

(친구 루카스는) 우리가 거둔 성과, 티치노 지방의 몬타크 마을을 인도받은 일이 감명 깊었다고 했다. (79)

 

이 글 하단에 주석을 보면, 그 문장을 이렇게 풀어놓고 있다.

몬타크 마을은 스위스 몬타놀라를 의미한다, 한스 보드머가 몬타놀라에 있는 집을 헤세에게 선물한 것을 암시한다.

 

그러니 루카스의 말은 비유인 것이다. 이런 비유를 알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면 헤세의 이 책은 다른 방향으로 읽히게 된다.

 

또한 레오를 다시 만났을 때, 레오가 화자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 또한 은유에 속한다,

 

그는 십 년이 지나도록 거의 변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나 참으로 슬프게도 나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되어 있었다. (101)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나는 하인 레오에게 물었다. 왜 예술가들은 때때로 반쪽짜리 인간처럼 보이는 반면 그들이 창조한 형상들은 이토록 반박할 수 없을 만큼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냐고 말이다. (54)

 

이에 대한 레오의 답변, 밑줄 굵게 그어야 한다.

 

어머니들도 그렇지 않습니까. 아이를 낳아 자신의 젖과 아름다움, 힘을 다 내어주고 나면 정작 그들 자신은 눈에 띄지 않게 되지요. 그리고 아무도 더는 그들을 찾지 않게 되지요. (55)

 

어떤 물건이 손에서 사라지게 되면 유독 더 소중해 보이고, 당장 손에 쥔 어떠한 것보다도 없어서는 안 될 것처럼 느껴지곤 한다. (64)

 

문학 작품 속에 서술된 인물들이 그들을 창조해 낸 작가의 모습보다 더 생생하고 사실적일 때가 많다. (168)

 

다시, 이 책은?

 

이 책의 내용은 비유와 상징, 그리고 은유로 되어 있다.‘

따라서 그러한 것들을 이해해야만 이 책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비유와 상징, 그리고 은유는 항상 그대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을 몇 번, 아니 단 두 번만 읽어도 그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처음 읽었을 때는 이렇게 이해되면 글이 두 번째로 읽으면 다르게 이해되는 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을 다시, 또다시 읽고 다시 리뷰를 쓰게 된다면 분명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

그처럼 이 책은 몇 번이고 읽어야 할 책이고, 그때마다 독자들은 헤세라는 샘에서 맑은, 더 맑고 시원한 물을 길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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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소설이 나에게 - 좋은 연애 소설, 어쩌면 그것은 작은 구원이다 나에게
오정호 지음 / 몽스북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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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 소설이 나에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연애와 사랑이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이 책은 연애를 다루고 있다. 그리고 더하여 사랑까지.

그런데 연애는 무엇이며 사랑은 무엇일까, 그 두 개가 서로 다른 것일까?

저자는 다르다고 한다. 이렇게!

 

육체적 행위나 관계를 의미하는 연애(affair)

감정 상태인 사랑(love)과는 엄연히 다른 개념이다. (83)

 

조금 더 설명이 필요한데, 저자는 이미 그 말 앞서 이런 말로 운을 뗀 적이 있다.

 

기본적으로 연애는 육체적 행위다. 그런데 연애가 길어지면, 연애는 육체적 행위라는 의미 위에 육체적 관계라는 뜻을 더하게 된다. 이 확장된 개념 때문에 연애는 사랑과 비슷해 보이고, 사랑만큼 복잡한 의미를 가지게 된다. (39)

 

이 책에는 이런 것들이

 

그러므로, 이 책 연애 소설이 나에게에는 육체적 행위에 관련된 다양한 것들이 들어있다.

예컨대 이런 것들이다.

, , 가죽, 그리고 방이 그런 것들이다.


먼저 생각해보자, 손은 어떻게 연애와 연관이 있는 것일까?

 

누군가의 손을 잡을 때 그 사람이 간직해온 내밀한 지도가 내 손 위에 펼쳐진다.

누군가의 손을 만질 때 예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따뜻한 해류가 내 삶 속으로 조용히 밀려 들어온다. (44)

 

음미할만한 대목이다. 그러니 손에 손잡고는 함부로 할 일이 아니라는 말씀(?)이다.

 

이런 장면, 이 책을 말해준다.

 

그 다음 은 어떤가?

방은 연애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이 책에서 단 하나의 장면을 꼽으라 하면, 단연코 이 대목이다.

 

연인들은 세상과 완벽한 차단을 원한다. (76)


그렇게 차단된 장소에서는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이런 것들이다.

그림으로 살펴보자. 에드워드 호퍼의 그림 <철학으로의 여행>이다.



 

두 남녀가 침대에 있다. 끝났다, 정사는, 기울어진 오후 햇살이 창으로 환하게 새어 들어온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우드 블라인드는 감미로운 어둠을 만들어냈을 것이다. (하략) (79)

 

여기 감미로운 어둠이라는 글자 밑에 굵게 밑줄 긋자.

방은 그런 용도로 사용된다. 어둠을 만드는 방이다.

그런데 왜 호퍼는 그림의 제목에 철학이라는 말을 집어넣었을까?

 

침대 위에는 책 한 권이 생뚱맞게 펼쳐져 있다. 펼쳐진 모양이 여성의 엉덩이를 묘하게 닮았다. 육체와 정신, 엉덩이와 책, 세속과 철학의 데칼코마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철학으로의 여행>은 잘 지은 제목이다. (79)

 

그런 설명이 붙어있지만 그게 조금 아쉬워서 더 찾아보니, 그 책은 플라톤의 책이라는 정보가 있다. 철학자 플라톤 말이다.

 

그러니 이 책을 읽으면서 세속에만 관심을 가질 게 아니다. 물론 세속도 필요하지만, 저자는 거기에 철학을 가미한다. 해서 이 책은 한 단계 격을 달리하게 된다.

좋은 책은 이렇게 진행이 되는 법이다.

 

다시, 연애가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어디 그뿐인가. 저자는 연애의 격을 한층 더 높여 보여준다.


연애를 할 수 있는 자는 인생의 지도에서 지중해를 발견하는 사람이다. 모든 인간의 지도에는 지중해가 숨어 있다. 연애란 무엇일까. 낯선 섬을 꿈꾸며 거친 지중해를 항해하는 것. 우리는 기꺼이 오디세우스가 되어야 한다. (139)

 

오디세우스가 누구인가?

오로지 오매불망 고향에 있는 부인 페넬로페를 향하여 뱃머리를 돌린 사나이다.

그런 오디세우스를 소환한 저자, 연애의 개념을 잘 잡았다.


그래서 연애가 무어냐고 물으신다면?

그게 정말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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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영혼의 미술관 - 우리가 사랑한 화가들의 삶이 담긴 낯선 그림들
김원형 지음 / 지콜론북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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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영혼의 미술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에서는?

 

먼저 제목과 앞표지에 부제처럼 써있는 말에서 이런 말, 짙게 밑줄 긋자.

숨겨진 영혼의 미술관에서 숨겨진이란 말과,

<우리가 사랑한 화가들의 삶이 담긴 낯선 그림들>에서는 낯선 그림들에 밑줄 긋자.

 

그 말들이 이 책의 특징을 드러내고 있다.

 

숨겨진 것들은 무엇인가?

 

물론 여기 적어두는 것은 모두 주관적으로 나 개인적인 것들이다.

그동안 그림을 공부하면서 알고 있는 것들, 그것에 한정해서 하는 말들이다.

 

에드가 드가애 대해서는 어느 것을 알고 있었던가?

드가는 그저 발레리나를 열심히 그린 화가 정도로만 알고 있었다.

그런데 이 책에서 알게 된, 드가가 발레리나를 그리기 전에 경마와 말을 주제로 하여 그림을 그렸다는 사실은 나에게 숨겨진부분이었다.

 

프랑스의 나폴레옹 3세가 롱샹 경마장을 열고 본격적으로 경마가 대중화되었다, (59)

 

드가가 경마에 대하여 처음으로 그린 작품은 <행진>(1866에서 1868년 사이) 인데, 시작이 임박한 경마장에서 기수와 말들의 긴장된 움직임과 경마장의 분위기를 묘사하고 있다.

 

경마 장면을 마네 역시 그렸는데, 저자는 마네와 드가의 경주 그림을 비교하면서 같은 장면을 보면서도 서로 다른 시선으로 그림을 그렸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70쪽 이하)

 

또 있다. 윌리엄 터너.

내가 알고 있는 것은 터너의 영국 생활에 한정되어 있었다.

이 책에서 그가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 가서 베네치아의 화가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는 베네치아에 세 차례 방문한 적이 있다.

181998일에서 13.

183399일부터 일주일간

1940820일부터 93일까지.

 

베네치아 르네상스 거장들은 색채를 회화의 중심으로 끌어들였다, 피렌체와 로마의 소묘 중심 회화와 달리, 베네치아 화가들은 풍부한 색채와 빛의 효과를 통해 감각적이고 극적인 화면을 창조했다. 특히 물과 빛이 만들어내는 베네치아의 독특한 대기는 이들 거장들의 색채 감각을 더욱 예민하게 만들었다. (243)

 

이러한 베네치아의 대기를 잘 표현한 화가가 바로 영국의 윌리엄 터너다.


베네치아에서 터너가 집중한 것은 빛과 물의 상호작용이었다.

베네치아의 운하는 천연 거울 역할을 하며, 건물들과 하늘의 색채를 반사하고 굴절시킨다. 터너는 이러한 현상을 관찰하면서 기존의 회화적 관습을 과감히 벗어났다. 특히 그는 물의 표면에 나타나는 색채가 실제 사물의 색채보다 때로는 더욱 생생하고 진실하다는 것을 발견했다. (248)

 

이런 것을 반영한 작품이 여럿 있는데, 그중 한 점 소개한다.

<The Dogana & San Giorgio Maggiore> (1834)



터너가 베네치아에서 얻은 것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터너의 베네치아는 사실적 재현에서 낭만적 해석으로, 다시 거의 추상적 표현으로 나아가는 예술사의 중요한 전환점을 보여준다. (257)

 

낯선 그림들은 어떤 것이 있나?

 

이 책에서 대상의 재현과 표현이라는 주제를 생각해보게 되었다.

이런 말들이 그런 생각의 단초를 열어주었다.

 

에곤 실레를 읽다가 만난 글들이다.

 

풍경을 재현하기보다 불안정하게 뒤틀어 놓음으로써, 실레는 도시의 외형보다 자신이 체험한 감정을 화폭에 새겼다. (82)‘

 

물리적 공간의 재현보다는 심리적 공간의 표현을 우선시한 결과다, (83)

 

실레는 이미 그 다음 단계를 내다보고 있었다. 그는 외부 세계의 객관적 재현이라는 전통적 회화의 목표를 포기하고, 대신 주관적 감정의 표현이라는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했다. (90)

 

여기에서 화가의 1차 작업은 보여지는 대상을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라는 아주 기초적인 사실을 알게 되었다. 물론 나의 주관적인 이야기다.

 

그런데 그 재현 단계에서 멈추면 안된다.

벨라스케스를 읽다가 만난 글이다.

 

회화가 단순한 재현이 아니라 현실과 인식의 관계를 탐구하는 지적 행위임을 선언한다. (222)

 

그제서야, 그림이 재현의 단계를 거처 그 다음 단계로 나아간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그곳에 다다르기 위해 화가들이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된다. 즉 나는 지금까지 그런 사항을 모르고 있었기에 그림을 아주 1차원적으로만 보고,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다시. 이 책은?

 

이제 그러한 것들을 알게 되니, 그들의 그림이 새롭게 다가온다. 낯설게 다가오는 것이다. 그림은 같은 그림이로되, 낯설게 보이는, 화가들이 진정으로 담으려고 했던 바로 그 부분이 보이기 시작하는 것이다 ,

 

앞서 말한 바와 같이 그동안 나에게숨겨져 있던 그림들을 새롭게 보게 되니, 그것들이 이제는 비록 낯설게 보이지만, 실상은 그게 화가들이 원래 의도했던 바로 그 그림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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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 전 시집 - 목마와 숙녀, 세월이 가면, 탄생 100주년 · 서거 70주년 기념 시집
박인환 지음 / 스타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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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환 전 시집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시집이다. 시를 모아놓은 책이 시집이다.

박인환의 시다. 박인환 전 시집이니 박인환이 쓴 모든 시를 모아놓은 책이라는 말이다.

 

<목마와 숙녀>라는 시, 그리고 또 <세월이 가면> 정도만 알고 있던 박인환, 그를 본격적으로 만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것이다.

 

특히 박인환의 시 <세월이 가면>은 노래로도 잘 알려져 있으니. 그 노래 들어가면서 이 책을 읽어도 좋을 것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Emm4VV08C5A (박인희, 길병민)

https://www.youtube.com/watch?v=zBxVFQ6ZVKQ (이미배)

 

이 책의 내용은?

 

그 시, 그 시를 포함해서 박인환의 시가 전부 수록된 시집이다.

편자는 박인환의 시를 다음과 같이 분류하여 수록해 놓았다.

 

1. 사회 참여의 적극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시

2. 6.25를 겪은 가족과 사회를 보여주는 시

3. 미국 여행의 체험을 통한 외국에 대한 시

4. 6.25를 겪으면서 변모해 가는 모습의 시

5. 자연을 노래한 서정시와 추가 발굴한 시

 

이부분에서 특기할 것은 편자가 박인환의 시를 분류하면서, 시대별로 해 놓은 점이다.

박인환의 생몰 연대가 (1926년 출생1956년 사망>이니 우리나라 역사의 전환기를 모두 겪은 세대다. 해서 그의 시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고 있다.

 

<6.25를 겪은 가족과 사회를 보여주는 시>를 살펴보자.

<침울한 바다>를 비롯해 모두 24편이 들어있다.

 

그 중 한 편, <잠을 이루지 못하는 밤>을 읽어보자. (62-63)

 

넓고 개체 많은 토지에서

나는 더욱 고독하였다.

힘없이 집에 돌아오면 세 사람의 가족이

나를 쳐다보았다. 그러나

나는 차디찬 벽에 붙어 회상에 잠긴다.

 

전쟁 때문에 나의 재산과 친우가 떠났다.

인간의 이지를 위한 서적 그것은 잿더미가 되고

지난날의 영광도 날아가 버렸다.

(중략)

 

나의 재산 ,,,,,이것은 부스러기

나의 생명 ...... 이것은 부스러기

이 파멸한다는 것이 얼마나 위대한 일이냐

(하략)

 

한 구절, 한 구절, 한 연 한 연을 읽어가면

말들이 시가 되고, 이윽고 우리의 역사가 되어, 들려온다.

차디찬 벽에 기대어 회상에 잠겨있는 시인의 모습이

우리 역사에 겹쳐 보인다.

 

<6.25를 겪으면서 변모해 가는 모습의 시>에는 더더욱 역사가 들려온다.

 

진눈깨비처럼 아니

이지러진 사랑의 환영처럼

빛나면서도

암흑처럼 다가오는

오늘의 공포

거기 나의 기묘한 청춘은 자고

세월은 간다. (<눈을 뜨고도> 부분) (134)

 

암흑처럼, 오늘의 공포가 다가온다.

그런 세월을 시인은 살아간 것이다.

물론 우리 백성들, 또한 그런 세월을 살아냈을 것이고...

 

그렇게 시는 증명한다. 한 시대를, 그 시대의 오늘을 채워갔던 암흑같은 공포를.

 

박인환이 영화에 대해 쓴 글

 

그다음에 특별한 글들이 있다. 바로 박인환이 영화에 대해 쓴 글을 모아놓았다.‘

 

6. 영화를 좋아한 시인의 영화 평론과 수필

버지니아 울프의 인물과 작품세계의 여류작가 군상

| 크리스마스와 여자

| 회상/우리의 약혼시절 - 환경에의 유혹

| 아메리카 영화 시론

 

여기에서 독자는 다시 버지니아 울프를 만나게 된다.

<목마와 숙녀>에서 만난 버지니아 울프를 또 만난다.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하략) (58)

 

그런 버지니아 울프에 대해 시인은 이야기한다.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다.

그러니 시인이 누군가와 대화하면서 말했던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에 대해

독자들은 이제 그의 육성으로 들을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다.

하여, 이 부분을 읽고, 다시 그 시를 읽으면 어떨까?

시인의 시가 육성이 되어 들려오지 않을까.

 

다시. 이 책은?

 

박인환에 대해서는 그저 몇 편의 시로만 알고 있었는데

이 책에서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에 대해 읽고 들은 것처럼

그의 생애도 읽어, 알게 된다.

물론 그가 세상에 남긴 시들 또한 음미할 수 있었고,


해서 우리 문단에 박인환 시인이 평가절하 되고 있다는데

나에게는 이제 이 책으로 제대로 알게 되었으니, 조명 자체가 이루어진 것이다.

평가, 그것과는 별개로 시 자체가 마음에 들어온다.

하여 이 책으로 나에게는 박인환도, 그의 시도 이제 의미가 있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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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로 보는 세계사
최희성 엮음 / 아이템하우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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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화로 보는 세계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이 책은 세계의 거의 모든 신화를 망라해 놓았다.

그리스 로마 신화와 북구 신화를 비롯하여 많은 신화가 들어있다.

해서 지금까지 그리스 로마 신화에 편향되어 있던 신화의 개념을 넓혀갈 수 있다.

 

이 책의 내용은?

 

그럼 어떤 신화가 들어있는지, 목차를 통해 살펴보자.

 

메소포타미아 문명의 신화, 이집트 문명의 신화, 페르시아 문명의 신화

인도 문명의 신화, 중국 문명의 신화, 헤브라이 문명의 신화

북유럽 문명의 신화, 동유럽·슬라브 문명의 신화, 아메리카 문명의 신화,

폴로네시아 문명의 신화, 아시아 문명의 신화, 아프리카 문명의 신화

켈트 문명의 신화, 그리스-로마 문명의 신화

 

그렇게 모두 14개 지역의 신화를 모아놓았다,

그러니 이제 그리스 로마에만 신화가 있다는 생각은 떨쳐내 버리도록 하자.

 

신화 속에 역사가 있다.

 

신화를 공부하면서 느낀 점 하나를 들라면, 이것이다.

신화가 결코 허황된 전설따라 삼천리식 이야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현재까지 밝혀지지 않아서 그러지, 신화 중 어떤 신화는 역사에 기반을 두고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트로이 전쟁이 바로 그런 것이다,

 

트로이 전쟁,

이 책에서는 트로이 전쟁에 대해 자세한 서술은 보이지 않고, 단지 아이네이아스 신화를 설명하는 중에 나온다.

 

아이네이아스는 트로이 왕족인 안키세스와 여신 비너스의 아들이었다. (428)

그리스 군이 트로이로 쳐들어와 트로이 전쟁이 발발하자 아이네이아스는 사촌 헥토르를 도와 혁혁한 공을 세웠다. (428)

 

그러니 트로이 전쟁에서 트로이 성이 함락되자 왕족인 아이네이아스는 유민을 데리고 트로이 성을 탈출해, 이탈리아 지방으로 가는 행적을 기록한 것이 <아이네이스>.

 

거기에 등장하는 트로이 전쟁의 흔적을 19세기에 독일인 슐리만이 발굴하고 나서 트로이의 존재가 역사 속으로 들어온 것이다, 그 전까지는 단지 이야기에 불과한 것으로 여겨졌던 것이다,

 

그런 것을 토대로 살펴보면, 어떤 지역에서 있었던 역사적사건들이 전해져 오는 과정에서 정사 대신 신화의 옷을 입고 전해내려온 것은 아닐까. 해서 앞으로 더욱 연구가 이루어진다면 여기 담긴 신화중에서 상당수는 역사편으로 옮겨갈지도 모른다.

 

세계에 공통적인 신화가 많다.

 

여기 저기 신화를 둘러보면 공통적인 사건이 보이기도 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홍수다, 대홍수,

 

가장 잘 알려진 대홍수는 헤브라이 신화에 등장하는 노아의 대홍수 사건이다.

 

세월이 흘러 하나님이 만든 인간들이 타락하자 하나님은 세상을 물로 심판할 생각을 하고 므두셀라의 손자 노아를 불러 방주를 만들게 한다, 40일에 걸친 대홍수가 끝나고 다시 노아의 세 아들 셈, , 야벳이 새로운 인류의 조상이 된다. (166)

 

이런 홍수 사건은 다른 지역의 신화에서도 볼 수 있다.

메소포타미아의 신화에서는 아예 하나의 챕터를 차지할만큼 비중있게 다뤄지고 있다.

 

엔릴은 지상에 대홍수를 일으켜 인간을 멸종시키고자 자신들은 우주선을 타고 지구 밖으로 나갈 계획을 세웠다. (20)

 

여기 메소포타미아 신화에서도 성경의 대홍수처럼 인간 한 명이 그 홍수를 피해 살아남는 것으로 되어있다.

또 있다. 이 책에서는 설명이 생략되어 있지만, 그리스 신화에서도 똑같은 구조의 홍수 신화가 전해지고 있다.

 

그렇게 여러 지역에서 똑같은 구조의 이야기가 홍수 신화로 전해지고 있는 것을 보면, 인류 역사의 초기에 분명 역사적인 홍수가 있었고, 그 이후 인류가 여러 지역으로 흩어지면서 그 홍수 이야기를 각자 나름대로 간직하고 후손들에게 신화의 형태로 그 사건을 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다시. 이 책은?

 

그렇게 여러 지역에 있는 신화를 읽다보면, 그 안에 공통적인 것들이 의외로 많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각지역 별로 그 지역 특유의 지형적, 문화적 사건들이 그 신화에 더하여져서 지금의 신화가 만들어진 것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책의 제목이 <신화로 보는 세계사>인 것은 일리가 있다.

 

신화가 곧 역사는 아니고, 그 일부가 역사라 할 수 있겠다.

백보 양보한다 할지라도 이런 신화에 대한 이해없이는 그 지역의 역사와 문화를 이해할 수 없는 것이니, 그 나라 역사와 결부시킨 신화의 이해는 필수적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그간 일부 지역의 신화에 치우쳤던 우리 인식에 새로운 지평을 열어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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