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문학 - 새로운 서사의 시대에 우리가 알아야 할
강영준 지음 / 두리반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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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문학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우리나라의 역사를 소설로 읽는다.

그게 가능할까? 물론 역사소설로 얼마든지 우리나라 역사를 읽을 수 있다,

그렇다면 역사소설 말고 다른 장르의 소설로 그게 가능할까?

 

이 책은 바로 그런 궁금증에 답하는 책이다.

저자는 이 책을 이렇게 정의한다.

 

이 책은 소설로 읽는 인문학이고 소설로 이해하는 한국사회다. (5)

 

한국 사회라는 말에는 물론 역사도 포함이 된다.

, 시대별로 소설을 통해 당시 사회를 읽어보는 것이다.

 

어떤 시대, 어떤 작품이 있을까?

 

저자는 우리나라가 일제에 국권을 빼앗긴 시대 이후를 5개의 시대로 구분한다.

식민지 조선, 전쟁과 이념의 굴레 시대, 성장 시대, 모순의 시대, 경계없는 시대.

이에 대해 굳이 별도의 설명 없이도 어떤 시대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각 시대별 작품에는 이런 것들이 있다.

이에 대하여는 목차를 참고하면 될 것이니 그중 하나만 소개한다.

 

성장 시대 - 성장의 그늘, 공존을 향해

 

이호철 닳아지는 살들, 서정인 후송, 김승옥 무진기행

이청준 소문의 벽, 황석영 삼포 가는 길, 현기영 순이삼촌

조세희 뫼비우스의 띠

이렇게 7 편이 소개되고 있다.

 

다른 4개의 시대 역시 각 6편 또는 7편씩 소개하여 이 책에는 모두 32편의 작품이 소개된다.

 

그 소설들 왜 쓴 것일까?

 

그렇다면 그 시대, 당대를 살아가던 작가들은 그 작품들을 왜 쓴 것일까?

단순히 그들이 작가라서, 글을 쓰는 게 직업이니 쓴 것은 아니다.

 

시대를 기록하고, 그 시대를 향하여 질문하기 위해 쓴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그래서 작품을 분석한 다음에 각 작품마다 품고 있는 질문을 꺼내 보여준다.

 

채만식의 치숙을 예로 들어 살펴보자.

 

채만식의 치숙은 단순히 한 인간의 무기력이나 도덕적 실패를 비판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 소설은 사회주의 이념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한 지식인의 자기기만을 고발하는 동시에, 식민지 자본주의 체제에 무비판적으로 순응하며 살아가는 또 다른 인간형인 조카의 내면까지도 예리하게 비판한다. 두 인물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타락한 사회적 존재이며, 결국 이념의 실천을 외면한 동일한 시대의 산물이다. (81)

 

그리고 이어서 그 작품 안에 지금 이 시대에도 유효한 질문이 있음을 알려준다.

 

이러한 문제의식은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하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연대, 노동의 존엄, 기후 정의, 교육의 평등 같은 가치를 누구나 말로는 지지한다. 그러나 정작 현실에서는, 개인의 안위와 이익을 지키는 데만 몰두하여 그 가치를 실천하지 않는 모습도 흔하다. 소셜 미디어를 통해 누구나 손쉽게 정의를 외칠 수 있는 시대지만, 그 발언이 실제 행동으로 이어지는 경우는 얼마나 될까? (81-82)

 

또 있다. 현기영의 순이삼촌에서다. 저자는 이 작품에서 국가의 모습과 국가가 국민에 대하여 가지는 의무를 찾아내 보여준다. 더하여 그 작품이 현재에도 유효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순이삼촌은 하나의 문학 작품을 넘어, 우리 사회에 던지는 윤리적 질문이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얼마나 쉽게 국가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를 죽게 내버려 두었는가. 그리고 그 죽음 이후에도, 얼마나 자주 고통을 외면하고 침묵을 강요해 왔는가. 순이 삼촌의 이야기는 과거의 서사로 남겨두어서는 안 된다. 그것은 우리가 오늘 이 자리에서 다른 누군가를 기억하고, 지지하며, 책임지는 존재로 살아가야 한다는 요청이기도 하다. (200)

 

그래서 작가는 시대의 증언자요, 질문하는 자다.

 

여기 이 책에 실린 32편의 작품, 읽지 않은 것이 없지만, 이 책에서 소개되는 작품을 다시 읽어보니 그전에 읽었던 그 때의 작품이 아닌 것이다. 완전히 다르게 읽혀지는 것이다.

 

예를 들면, 정세랑의 보건교사 안은영

소설로도 읽었고, 넷플릭스를 통해 영상으로도 본 적이 있는 작품이다.

그때는 어떻게 읽고, 보았던가?

 

낯선 소재이지만 그저 재미로만 읽고 본 듯하다.

'어, 이런 소재가 뜻밖에 재미있는데,' 그래서 정세랑 작가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고, 그 뒤로도 몇 편의 작품을 읽기도 했었다.

 

그런데 이 책의 저자는 이런 분석을 하고 있다.

 

이 작품은 현실과 판타지를 흥미롭게 결합한 경쾌하고 밝은 소설이다. (315)

 

이 말은 나도 작품을 읽으면서 느꼈던 것이다, 그러나 나의 느낌은 여기까지였고 다음과 같은 분석은 나로 하여금 이 작품을 다시 바라보게 만들었다.

 

문턱이 낮아지자 오래 숨죽였던 이야기가 쏟아졌다.


경쾌하다고 해서 깊이를 포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과도한 관념의 외피를 걷어내자 숨겨진 균열이 더 선명해졌다.


판타지, 코믹, 학원물이라는 가벼운 외양 안에 돌봄 노동, 성장통, 권력의 그늘을 담아낸다. (312)

 

소설 속 젤리는 억압된 자아라는 개념을 시각화한 장치로, 감정과 욕망의 찌꺼기들이 자율적으로 형상화 되어 떠도는 존재다. (316)

 

그리고 이런 결론,


이 소설은 영웅을 새롭게 상상한다. 대단한 능력이나 출신, 지위가 아닌 보는 감각곁에 있는 자세가 진짜 힘이라는 사실, 그것은 독자에게 질문을 던진다. 지금 당신은 어떤 방식으로 누군가의 젤리를 보고 있는가? (320)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나로 하여금 소설을 단순한 소설로만 읽는다는 것은 일차원적 읽기라는 것을 깨닫게 해주었다. 단순하게 줄거리 정도 파악하고, 그 시대를 문장으로 재현했다는 정도로 소설을 알고 있었던 무지를 반성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독서가 단순히 교양의 축적 정도가 아니라는 것, 절실하게 깨닫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가 각 작품마다 그 깊은 심연의 세계로 들어가 건져내어 보여주는 핵심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는 안목 또한 가져야 됨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르네 마그리트가 자신의 작품에 붙인 파이프는 파이프가 아니다라는 그림 제목처럼, 이제 나에게 소설은 소설이 아니다’. 작가는 소설 너머 그 무엇인가를 보여주려 한다는 것, 이제야 알게 된다. 이런 깨달음, 이 책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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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률 완역 삼국지 1
나관중 지음, 백남원 그림, 박상률 옮김 / 북플레저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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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률 완역 삼국지 1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다시 읽는다. 삼국지를 다시 읽는다.

 

어떤 책을 몇 번이나 읽어본 적이 있을까?

아마 많은 책들은 그저 한 번 보고 말 것이다. 물론 다시 읽어도 감동을 주는 책도 있으니, 이 말은 모두다 그렇다는 것은 아니다.

어떤 책은 읽고 또 읽어도 물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또 그 경우 번역을 달리해서 다른 번역본을 읽어보고 싶어지는 책이 있다.

 

그게 바로 이 책 <삼국지>.

어릴 적부터 계산한다면, 또 만화니 영화니 하는 것을 합한다면 적어도 수십 번을 읽었을 것이다. 수십 번, 말이 수십 번이니 같은 책을 그렇게 많이 읽어도 좋은 것인가?

 

그렇다, 좋다, 읽을 때마다 다른 느낌, 다른 것들을 얻을 수 있기에 이 책 <삼국지>는 몇 번이고 마음을 다해 읽어가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이 책은 박상률이 옮기고 백남원이 그림을 그려 펴낸 <삼국지>이다.

번역은 이미 20년 전에 펴낸 바 있고, 이번에 손을 보아 다시 펴낸 것이다.

 

역자는 이에 대하여 <옮긴 이의 말>중 다시 펴낸 이유를 다음과 같이 밝히고 있다.

 

<삼국지>의 기본 줄거리는 변하지 않았지만, 그동안 언어의 풍경은 많이 변했다. 그래서 미묘한 언어의 변화를 반영하여 문장을 다듬어서 지금의 독자들이 더 친밀감을 느끼게 했다. (19)

 

다른 번역본과 무엇이 다른가?

 

몇 가지 이 책의 특색을 다른 번역본과 비교해 살펴보았다.

 

첫째, 다른 번역본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시나 노래가 들어있다.

 

그간 읽었던 번역본에서는 시나 노래를 볼 수 없었다.

그래서 이 책을 들고 읽어가는 중에 무언가 다른 것이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시가 들어있다는 점이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훗날 어떤 사람이 이때의 사정을 한탄하는 시를 지었다.

 

한나라 기운이 다해 망할 때가 되니

아무 지혜도 없는 하진이 삼공이라네

때마다 충신의 말을 듣지 않았으니

궁중에서 칼 맞는 일을 어찌 피하리! (97)

 

하태후의 동생인 하진이 정권을 좌지우지하다가 결국은 칼 맞아 죽은 상황을 훗날 어떤 사람이 지었다는 시로, 평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시에 대하여 역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삼국지>에 들어있는 시나 노래는 사건의 알갱이를 딱 몇 줄로 압축해서 보여주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숨 가쁘게 이어진 사건 뒤의 분위기를 모아놓은 경우가 많다. (13)

 

또하나 있다. 바로 완역본이라는 점이다.

 

전에 읽었던 이문열의 <삼국지>를 지금 다시 살펴보니, ‘평역으로 되어 있다.

 

평역이란 어떤 것일까? 번역은 번역이지만, 번역자가 자신의 해석과 평을 곁들여 재구성하여 번역하는 방식을 말한다. 따라서 원문에 없는 내용을 추가하거나 줄이고 작가의 관점을 반영하여, 대중이 읽기 쉽게 가공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이문열의 번역과 이 책을 비교해보니, 우선 양적인 면에서 차이가 난다.

 

유비와 관우, 장비가 황건적과 전투를 벌이는 장면을 예로 들어보자.


유비의 군사 수가 적어 불가피 물러날 수밖에 없어, ‘적은 많고 우리는 적어서 수로는 당할 수가 없다. 꾀를 내서 적을 혼란에 빠뜨리는 기이한 방법을 써야 이길 수 있겠다라고 말하는 장면이 있다. 이 책의 47쪽에서다

 

그런데 이문열의 평역본에서는 같은 장면이 164쪽에 등장한다.

게다가 이문열본은 판형이 이 책보다 더 크다. 그러니 이문열이 원본에 얼마나 많은 살을 붙였는지 짐작이 될 것이다.

 

그러니 이 책은 원래 삼국지를 그대로 번역해 놓은 순살같은 책이라 할 수 있다.

 

<삼국지>를 다시 읽어야 할 가장 큰 이유

 

<삼국지>를 읽는 것에 대하여 많은 사람들이 참으로 멋진 말을 하고 있다. , <삼국지>는 젊어서 읽어야 하고 늙어서는 읽지말라는 말부터 시작해서 <삼국지>를 몇 번 읽은 사람과는 상대를 하지 말라는 둥 하여간 말들이 많지만, 분명한 것은 <삼국지>는 수시로 다시 읽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이런 것 읽어보자.

 

황건적이 항복하겠다는 것을 내치는 것에 대하여 유비와 주준의 대화다. (62-63)

 

옛날에 우리 고조가 천하를 얻을 수 있었던 것은 될 수 있으면 항복하도록 하고, 또 항복하는 자는 내치지 않았는데 왜 한충이 항복하겠다는 것을 내치는가요?

 

이에 대한 조준의 대답에 무릎을 치게 만들었다.

 

그때는 그때고 이때는 이때이지요.

옛날 진나라 말에는 세상이 어지러워 백성이 누구를 따라야 할지 갈팡질팡했지요. 그래서 항복을 하도록 설득하고, 제발로 걸어 들어오는 자에겐 상까지 주면서 내 편을 만들려고 했지요. 그러나 지금은 천하가 하나로 통일되어 있는데 오로지 황건적만이 대들고 있소.

 

한마디로 상황이 바뀌었다는 말이다, 그 전과 지금은 다른 상황이니 다른 논리로 대한다는 말이다. 더 들어보자.

 

만약에 도적들의 항복을 쉽게 받아주면 바른 일을 권할 명분이 사라지고 맙니다힘 있으면 도적질하다가 힘이 약해지면 항복하면 그만이다, 하고 생각할 것 아니오.

 

, 이제 그 말의 결론이다. 현재 우리나라의 상황에 어찌 그리 들어맞는 논리인지!

 

지금 항복을 받아주는 것은 결국 도적질을 권하고 도적들 힘을 길러주는 꼴이 되니 좋은 방법이 아니지요.

 

다시. 이책은?

 

예전에 조선시대에서는 관리들을 위해 사가독서라는 제도를 시행했다.

일에만 몰두할 게 아니라, 일부러 휴가를 주어 시간을 만들어 주어 책을 읽도록 했다.

지금 다시 생각해보니 그런 제도가 지금 다시 시행되었으면 좋을 것이다.


업무에 치우쳐 책 한권 읽지 않고 지내면서 기계적인, 그리고 천편일률적인 판단을 내리는 관리들에게 이런 글을 읽도록 해서, 시대와 상황의 변화를 감지하도록, 그래서 국민들 보기에 황당한 판결, 정책들이 나오지 않도록 말이다.

 

이 책 박상률 번역 <삼국지>는 우리에게 그렇게 새로운 통찰을 준다는 것으로 훌륭하다. 완역이 완벽하다는 말은 아니겠지만, 이 책 완역이어서 내용이 제법 완벽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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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심 - 톨스토이의 《참회록》 러시아어 완역판
레프 니콜라예비치 톨스토이 지음, 이충우 옮김 / 대경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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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심(回心)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의 제목 왜 회심인가?

 

이 책의 제목을 왜 다른 출판사처럼 <참회록>이니 <고백록>으로 하지 않고 <회심>이라 했을까? 역자의 말 들어보자.

 

<톨스토이의 『Исповедь』참회록, 고백록으로 제목이 번역되어 널리 알려져 있으나, 본서의 제목을 회심(回心)이라고 한 이유는 과거의 생활을 뉘우쳐 고치고 신앙에 눈을 뜸이라는 회심의 정의가 러시아어 단어 Исповедь의 여러 가지 한국어 의미 중에 톨스토이가 의도했던 제목의 의미에 가장 충실하게 부합한다고 생각하여 회심을 선택하였다.> (인터넷 서점의 해설 중에서)

 

해서, 음미할 부분이 많았다.

 

톨스토이가 인생을 정리하면서 과거를 뉘우치고, 신앙에 경도되는 과정이 잘 드러나 있을 것이기에, 이 책은 구절구절마다 음미할 대목이 무척 많았다.

해서 여러 군데 밑줄 그으며, 특히 그의 인생에 관련된 여러 자료를 찾아가며 읽었다.

 

먼저 이런 구절 읽어보자.

 

나는 전쟁터에서 사람을 죽였고, 살인을 하려고 결투를 신청했으며, 카드 도박으로 돈을 탕진했고, 농민들의 노동을 착취하며 그들을 괴롭히고 기만하며 방탕한 생활을 했다. (20)

 

사람을 죽였다.

사람을 죽이려고 결투를 신청했다.

카드 도박으로 돈을 탕진했다.

농민들을 착취했다.

농민을 괴롭히고, 기만했다.

방탕한 생활을 했다.

 

톨스토이에 대하여 그간 알지 못했던 모습들이 그의 입술로 줄줄 고백하고 있다.

 

톨스토이가 전쟁에 참전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놀란 부분은, 깜짝 놀란 부분은 바로 톨스토이가 사람을 죽였다는 것이다.

 

나는 전쟁터에서 사람을 죽였고, 살인을 하려고 결투를 신청했으며, 카드 도박으로 돈을 탕진했고, 농민들의 노동을 착취하며 그들을 괴롭히고 기만하며 방탕한 생활을 했다. (20)

 

톨스토이가 전쟁터에서 사람을 죽였다니,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관련되는 사항이 뒤에 나온다.

 

스물 여섯 살이 되던 해 전쟁이 끝난 후 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와서 작가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21)

 

그가 스물여섯살 때 전쟁터에서 돌아왔다니, 그의 인생에서 전쟁에 참여한 적이 있는지 찾아보니, 있었다. 바로 그 전쟁은 러시아와 서방 유럽과 싸웠던 크림 전쟁이다.

 

이 부분을 다른 책에서 찾아보았다.

자세한 내용이 최근에 읽었던 책 흑해(찰스 킹, 사계절)에 등장한다.

 

연합군은 발라클라바에 상륙하여 천천히 북쪽으로 나아가 육로로 세바스토폴을 공격했다.

항구 포위 공격은 11개월 동안 계속됐다.

연합군의 포격이 쉴 새 없이 이어졌고, 러시아 수병은 이제 사실상 육군으로 변해 참호를

파고 장기전을 치르다가 막심한 피해를 보았다. (318)

 

당시 이 도시의 젊은 포병장교였던 톨스토이는 포위 공격 마지막 몇 달 동안 러시아 요새의 광경을 기록했다. (318-319)

 

결국 러시아는 세바스토폴에서 철수했고, 러시아는 패배했다.

이 도시는 근대 유럽에서 알려진 가장 피비린내 나는 전투의 현장이었다. 전쟁 초기 약 43,000명이었던 인구는 이제 6,000명도 되지 않았다. (325)

 

크림 전쟁에서 러시아는 사상자가 522,200명에 달했는데, 그 중에 톨스토이가 들지 않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만약 그때 그가 그 전쟁중 전사했더라면 우리는 그의 위대한 작품들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톨스토이는 포병 장교로 군복무를 하면서 사람을 죽이기도 했다는 것이다.


그 전쟁을 톨스토이는 기록으로 남겼는데, 바로 세바스토폴 이야기이다.

 

단테의 신곡이 보인다.

 

톨스토이는 자신의 상황을 이렇게도 표현한다,

 

삶의 질문에 대한 해답들을 찾아다니는 여정 속에서, 나는 숲에서 길을 잃은 사람이 경험하는 것과 완전히 똑같은 심정을 경험했다. (60)

 

그런 대목 속에서 문득 예전에 읽었던 단테의 신곡 한 구절이 떠올랐다,

숲에서 길을 잃은 사람이 경험하는 것과 완전히 똑같은 심정이 바로 그 대목이다.

 

그래서 찾아보았다.

 

우리 인생길의 한중간에서

나는 어두운 숲 속에 있었으니

올바른 길을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신곡, <지옥편> 1, 첫부분)

 

, 이렇게도 연결이 되는구나.

몇 백년 전에 이탈리아에서 기록된 한 인간의 진솔한 자기 성찰의 글이 몇 백년 후 이번에는 러시아에서 다시 재현되는 것을 보니, 확실히 고전은 고전의 값어치를 가진다는 것을 알게 된다.

 

해서, 단테의 <신곡>도, 톨스토이의 <회심>도 읽을 가치가 있다. 

읽고, 그들의 인생 속으로 들어가 성찰한다면, 우리의 심정과 상황을 제대로 들여다 볼 수있지 않을까?

 

다시, 이 책은?

 

제목 <회심>만 보고는 그냥 스처지나갈 뻔 했었다.

이 책이 <톨스토이의 회심>이라면 결코 그냥 가지는 않았을 것이니

앞으로는 제목만 보고 갈 게 아니라, 그 내용을 반드시 확인해야겠다.

그렇게 만난 톨스토이의 <회심>, 과연 그의 인생에서 어떤 면을 회심한다고 했을까,

 

이 책은 역자가 자신하기를, 다른 책과는 달리 독일어나 영어판을 토대로 이중번역을 한 것이 아니라, 러시아어 원문을 토대로 번역환 것이라, 훨씬 톨스토이의 마음을 제대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해서 이 책의 모든 구절은 어느 한 구절 소홀히 넘길 게 아니라, 모두가 음미의 대상으로 삼아, 톨스토이의 마음 저 깊은 속으로 들어가고 싶었다. 해서 모든 것이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이다.

 

톨스토이의 <회심> 맨 마지막 문장은 이렇다.

 

나는 꺠어났다. (159)

 

물론 이 말은 그 전에 한 내용으로 미루어보면, 꿈을 기록한 것이니 꿈에서 깨어났다는 말로도 이해할 수 있으나, 나는 그 말을 단순히 꿈에서 깨어났다는 의미가 아니라, 삶의 미몽에서 깨어났다는 말로 해석하고 싶다. 그게 톨스토이가 <회심>이라고 이름 붙인 이 책의 진짜 의미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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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형사 : chapter 4. 브로커 강남 형사
알레스 K 지음 / 더스토리정글 / 2025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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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형사 chapter 4. 브로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 <강남 형사 chapter 4. 브로커>는?

 

강남 형사의 활약이 더욱 돋보인다.

소설로 본다면 지난 번 세 권보다 더 치밀한 구성이 재미를 이끌어간다.

그리고 박진감이 넘친다. 강남 형사를 한시도 내버려두지 않고, 고생시킨다.

주인공인 강남 형사가 고생을 하면 할수록, 독자들은 기립해서 응원을 하게 되는 법인데, 바로 그런 광경이 여기 저기 보인다.

 

예컨대 강남형사 박동금이 모략에 휘말려 구속되는 장면 말이다.

물론 구속 심사에서 기각되어 구속은 면했지만 마음에 두고 있던 여인 이세인은 구속되고 만다. 그럴 때 독자들은 화가 나고, 안타깝고, 어떻게 해야 저 함정에서 빠져나올 수 있나, 하며 발을 동동 구르게 되는 것이다.

 

사건의 진행을 살펴보자.

 

일단 살인사건이 발생한다.

이번에 살해된 피해자는 전 대법관인 이정명 변호사.

그가 대낮에 길거리에서 괴한 두명의 습격을 받아 살해된다.

 

그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의 주인공 박동금 경위를 비롯한 강남 경찰서 강력 3팀이 투입된다.

 

범인을 잡긴 잡았는데, 그것은 꼬리일뿐 몸통은 꽁꽁 숨어 나타나지 않는다.

그렇게 미궁에 빠진 사건을 과연 우리의 주인공은 해결할 수 있을까?


그렇게 사건 해결을 위해 동분서주하는 가운데 또 하나의 살인이 벌어진다.


드러나는 사회의 치부들

 

이 소설에서 저자는 우리 사회의 이면을 들여다본다. 겉으로는 정의로운 척하지만, 실상은 그 어느 것보다도 추악한 어두움이 여기저기 암약하고 있음을 드려내 보여준다.

 

종교, 만복 교회라는 교회를 통해 교회의 어두운 실상을 보여준다.

목사와 장로라는 직책이 과연 이름값을 하고 있는지도 중요한 관심거리가 된다.

경제, 사회에 만연되고 있는 부정 부패.

경찰과 검찰, 그리고 정치계에 숨어있는 거짓된 모습들.

 

저자는 이 소설에서 강남 형사가 맞닥뜨리는 어둠의 세력이 얼마나 견고하게 얽혀있는지를 빌런들을 통해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그런 빌런들이 자기들의 기득권을 놓치지 않기 위해 오히려 정의를 위해 싸우는 자들을 모함하는 장면이 여기저기 펼쳐진다.

 

강남 형사 박동금의 사생활에 대하여

 

박동금을 결혼한 기혼자다, 그런데 그 부인이 죽었다.

해서 지금을 싱글이다. 그런데 그 사실을 밝히지 않아, 그의 동료들이나 주변 인물들은 모두가 그를 기혼자, 부인이 살아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그의 곁에 여인이 나타난다.

배우인 이세인, 우연인지 몰라도 죽은 부인과 너무나도 닮은 모습이다.

해서 가끔은 박동금의 마음이 설레기도 한다.

이세인 역시 박동금에게 마음이 끌린다.

 

독자들은, 언젠가 그 사실 부인의 사망 사실- 이 밝혀지고 공개리에 두 사람이 마음을 주고 받는 시간이 오기를 은근히 기대하고 있는데, 1권부터 3권까지 그럴 기회가 없어 안타까운 마음이었다.

 

저자가 강남 형사 곁에 계속해서 이세인을 머무르게 하는 것을 보니, 끝에 가서 두 사람을 맺어줄 마음이 있구나, 하고 확신하면서도 혹시나 하는 기우가 또한 없어지지 않았다. 이 번 책이 종결편이라는데 저자 혹시 그런 방면에는 눈을 감아버릴지도 모른다는 안타까운 마음, 그게 대부분의 독자 심정이었으리라.

 

그런데 그런 기우, 이번 책에서 깔끔하게 정리해버린다.

그래서 사건도 해결하고, 강남 형사의 사생활도 아무 해피하게 마무리된다. 고맙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완벽한 범죄는 없다. 그러나 완벽한 누명은 있다. (8)

 

이 말이 서문 첫머리에 나온다.

그래서 기억하고 있었는데, 작품 중간쯤 해서 박동금이 누명을 쓰고 구속 위기에 처하는 대목에서 이 말이 새삼 떠오르는 게 아닌가. 혹시 그 누명을 영원히 벗지 못하는 것 아닐까. 하는 조바심에 독자들은 떨어야 했다.

 

브로커 수사는 돈을 준 브로커의 진술에 의존하는 경향이 높다. (274)

 

실제 재판에서도 그런 적이 있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브로커 수사는 공정한 사람이 수사해야 한다. (347)

 

돈을 받지 않았어도 검사가 원하는 사람이나 자신을 서운하게 한 사람, 더는 쓸모가 없어진 사람은 무자비한 거짓말로 인생을 파탄냈다. (347)

 

충만 같은 악마의 입장에서 이성민처럼 갈급한 사람은 잘 차려진 한 끼 식사와 같았다. (354)


강남 형사, 계속 활약을 기대하면서

 

저자 알렉스 K<강남 형사> 시리즈

<강남 형사 : Chapter 2. 마트료시카><강남 형사 : chapter 3. 꿀벌의 춤>에 이어 강남 형사 시리즈의 마지막이라고 하는 <강남 형사 chapter 4. 브로커>를 읽었다. 그러니 chapter 1만 빼고 다 읽은 셈이다.

 

그런데 그렇게 읽다보니 어느새 정이 들었나보다. 강남 형사 박동금의 활약을 더 이상 보지 못한다니. 섭섭함이 앞선다.

해서 부탁드린다. 아직도 강남 형사 나이도 젊고, 점점 경험을 쌓아가고 있으니, 계속해서 활동하게 해주시라. 무엇보다도 우리 사회에는 강남 형사가 파헤쳐야 할 어둠의 세력이 아직도 남아있지 않은가? 그러니 소설에서라도  강남 형사 박동금이 그런 빌런을 통쾌하게 무찌르는 속시원함을 맛보게 해주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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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와인 이야기 - 개정판 세계사를 바꾼 시리즈
나이토 히로후미 지음, 서수지 옮김 / 사람과나무사이 / 202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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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사를 바꾼 와인 이야기(개정판)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세계사를 바꾼 와인,

와인이 세계사를 바꿨다니, 과연 그럴까?

 

이 책을 추천하시는 분들이 와인을 어떻게 정의하는가 살펴보니, 이렇다.

 

와인은 단순한 술이 아니라, 유럽의 역사 그 자체다.

신의 음료인 와인을 따라가다보면, 와인의 무게를 실감하게 된다.

와인을 알게 되니, 와인 한 잔이 달리 보인다.

 

그리고 또 하나, ‘와인은 세계로 가는 여권이다

? 그럼 나는? 술을 하지 않는 나는 여권 없이 세계를 종횡했다는 말인가?

과연? 와인은 그런 음료인가?

 

와인이 바꾼 역사, 다섯 줄기

 

먼저 정리해두자.

이 책에 등장하는 가장 큰 줄기, 와인이 바꾼 역사의 다섯 가닥 살펴보자.

 

첫째, 와인과 그리스 민주정

둘째, 카롤루스 대제. 그는 불안정한 정국을 안정시키기 위해 와인을 전략적으로 이용했다.

셋째, 보르도 와인을 둘러싼 사건들

넷쩨, 30년 전쟁으로 뒤바뀐 독일과 프랑스의 와인 생산지

다섯째, ‘파리 심판으로 다시 뒤바뀐 와인 명성.

 

파리 심판 Vs. 파리스의 심판

 

와인을 공부하면서 가장 흥미있게 읽은 부분이 바로 '파리 심판'이란 대목이다.

<부르고뉴 절대 신화를 무너뜨린 역사적인 사건 파리 심판’> (242쪽 이하)

 

그리스 신화를 공부하면서 파리스의 심판을 알게 되었는데. ‘파리스와 파리’, 이 둘은 우리말로 읽으면 다르지만 원어는 실상 같은 것이다.

 

Paris : 프랑스 수도인 파리를 일컫는 말이다.

Judgment of Paris1976년에 열린 와인 블라인드 테스트를 말한다.

 

Paris : 그리스 신화에서 트로이 전쟁의 단초가 되는 트로이 왕자 파리스의 이름이다.

파리스의 심판’(Judgement of Paris)은 트로이의 왕자 파리스가 헤라, 아프로디테, 아테네 중 가장 아름다운 여신을 고르게 되었는데 아프로디테를 고른다.

 

그러니 똑 같은 말인데, 그 내용은 다르다.

해서 그 말은 나에게 매우 흥미있게 다가온다.

 

세기의 대결인 파리 심판은 프랑스가 자랑하는 명품 와인과 미국 캘리포니아산 와인을 놓고 블라인드 테스트로 맛과 향기, 품질을 겨룬 뒤 평가자들의 채점을 통해 어느 쪽이 나은지 결정하는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참고로, 파리(Paris)를 뜻하는 영어 단어와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트로이 전쟁의 영웅 파리스(Paris)’의 이름 철자가 같아서 말장난처럼 파리스의 심판이라는 별칭으로 사람들 입에 오르내렸다. (243)

 

보르도 신화

 

보르도 신화를 만든 세 주역이 있다.

 

사자심왕 리처드를 비롯한 여러 명의 영국왕.

16세기의 네델란드인

19세기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3

 

여기에서 흥미있게 다가온 인물은 프랑스의 나폴레옹 3세다.

나폴레옹 3세 이야기 전에 먼저 와인 입시세를 말해둔다.

 

입시세 (入市稅), 파리로 들어오는 물품에 세금을 부과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여기에서는 와인이 대상이 된다.

 

프랑스 혁명에 참여한 민중은 여러 지역의 입시세를 징수하는 성문을 습격대상으로 삼았다. 당시 민중은 입시세 징수소가 설치된 성문 세관을 공격하며 때려 부수었다. 파리 시내로 들어오는 와인에 높은 세금을 부과한 입시세의 과도한 세율이 파리 시민이 지닌 분노의 불길에 기름을 끼얹었다. 1789년에 일어난 입시세 징수소 습격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대되었고, 일주일 동안 계속되었다. (181)

 

프랑스 혁명사를 읽은 적이 있는데, 와인에 관한 이야기는 기억에 없다. 아마 다른 책에서는 와인이 가진 혁명사적 의미를 과소평가했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와인 입시세를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작가 빅토르 위고가 제안한 와인 입시세 폐지안이 의회에서 통과되었다. (199)

 

나폴레옹 3세에 대한 이 책의 평가는 어떤가?

 

나폴래옹 3세는 두 얼굴을 가졌다.

하나는 무능한 독재자의 얼굴이다.

다른 하나는 프랑스 와인, 그중에서도 보르도 와인을 세계 최고 반열에 올려놓은 탁월한 마케팅 전문가라는 얼굴이다. (13)

 

그 자세한 내용이 201쪽 이하에 나온다.

 

오늘날 나폴레옹 3세는 프랑스에서 무능한 독재자로 인식된다. 훗날 나폴레옹 3세는 프로이센 프랑스 전쟁에서 패배했고, 프로이센 군에게 잡혀 포로가 되었다는 오점이 불명예스럽고 수치스러운 이미지를 덧씌웠다. (201)

 

그런데 와인에 대하여는 그런 면모와는 다르게 평가를 받는다.

 

다시, 이 책은?

.

<오디세이아>에서 오디세우스가 외눈박이 거인으로부터 탈출하기 위해 만들었던 와인을

알게 된 후 와인의 정체가 무척 궁금해졌다.

와인이 오디세우스를 탈출하게 만든 것처럼 다른 곳에서도 분명 그런 일이 일어났을 것인데

과연 또 어떤 일이 있을까,

바로 이 책에서 그런 나의 궁금증을 풀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그런 생각은 맞았다.

와인은 여러 모습으로 세계사에 등장한다.

그리스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와인은 여러 사람을 바꾸고, 여러 사건을 통해 세계사를 바꿔놓았다

그러니 이 책 제목 <세계사를 바꾼 와인 이야기>는 놀랍도록 와인의 모습을 제대로 보여주는 말이다. 와인이 그럴 줄이야, 라는 감탄이 절로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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