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 글이 책이 되기까지, 작가의 길로 안내하는 책 쓰기 수업
임승수 지음 / 북하우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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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무엇이 책이 되는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읽기 전에 든 생각

 

글쓰는 게 살아가는 데 얼마나 중요한지 요즘 깨닫고 있다.

글을 써서 마음을 표현하고, 사건을 표현하고 더 나아가 나를 돌아보는 그러한 경지까지

가고 싶은데, 글을 제대로 쓰는 방법을 잘 모르니 이 책의 도움을 받아보면 좋겠다.

글을 제대로 쓰고 거기에 더하여 책까지 펴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요즘 책 쓰는 것에 관한 책이 많이 쏟아져나온다.

 

그런 책 읽어본 적이 있다. 오로지 책을 내기 위한 방법만을 알려주는 책, 그야말로 쪽집게 과외하는 식으로 책쓰는 요령을 알려주는 책이다.

 

그런 책은 이렇게 말해준다.

일단 주제를 정했으면 그 주제를 다룬 책을 열 몇 권 사서, 읽어라.

읽고 읽은 다음에 그것을 종합해서, 녹여놓으면 책이 된다. 시종일관 그런 식이다.

 

그렇게 해서 나온 책이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공연히 나무만 죽이는 셈이다. 그 누구도 그걸 읽고서는 책을 쓸 수 없다. 써봐야 자기 책장에 쌓아놓기만 할 책이고, 책쓰는 책을 쓴 저자만 돈벌게 해줄 뿐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이 책도 그중의 하나다, 라고 말해서는 안 된다.

그런 류의 책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건 진짜 책이다. 진짜 책을 쓰게 하는 진짜 책이다.

 

그렇다면 이 책은?

 

단맛 쓴맛, 책 쓰기 노하우를 이 책에 아낌없이 담았다.”

 

이 책을 표현하는 말이다.

그런데 단맛 쓴맛이란 어떤 의미일까?

저자의 경험에서 우러나온 말이다. 저자는 전업작가로 살아오면서 책을 쓰고 출판하는 과정에서 단맛도 보고, 쓴맛도 봤다는 말이다.

책쓰는 책을 팔아먹기 위해 쓴 책들과는 그래서 차원이 다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어떤 주제를 다룬 책을 열 몇 권 읽고 종합하는 식으로, 책을 쓰라는 말은 약에 쓰려고 해도 없다. 왜냐고? 저자가 그런 식으로 책을 쓰지 않았기 때문이다.

 

저자는 어떤 책을 썼을까?

 

해서 저자가 쓴 책을 살펴보아야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일부러 저자가 쓴 책 몇 권을 살펴보았다. 어떤 식으로 책을 쓰나, 검증(?)하기 위해서다.

 

피아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

제목을 보자. 피아노에 관한 책이다. 피아노가 주제다. 그렇다면 피아노에 관한 책을 열 권, 아니 스무 권 읽었다고 해서 이런 책을 쓸 수 있을까?

아니. 그 전에 피아노에 관한 어떤 책을 열 몇 권이나 읽을 수 있을까?

체르니 교본, 바이엘? 아니면 손열음의 책?

그런 책 아무리 읽어봐도 허사다. 결코 저자처럼 이런 책은 쓸 수 없을 것이다.

 

저자의 경험 한토막 소개한다. 중학교 3학년 때의 일이라 한다.

작곡을 배우러, 피아노 치는 게 아니고 무려(?) 작곡을 배우러 간 선생님 댁에서 이런 대화를 나눈다.

 

올리비에 메시앙은 매우 뛰어난 작곡가인데, 색청(色聽)이라는 능력이 있었단다.

색청이요?

그래, 음악을 들으면 색깔이 보였다고 하더구나. (위의 책, 168)

 

이런 글을 다른 피아노 관련 책에서 베낄 수 없는 노릇 아닌가?

해서 그 책은 오롯이 저자의 책이다. 책은 그렇게 써야 하는 법이다.

 

저자로부터 배우자,

 

그래서 일단 저자는 자기 책을 자기가 쓴다는 것 확인되었다. 남의 것 가져다 적당하게 가공하는 게 아니다. 그러니 일단 믿을 수 있다. 이 책의 모든 부분, 믿을 수 있다.


그러니 독자들은 저자를 선생으로 모시고, 글공부부터 다시 한다 생각하고, 이 책 읽어보자.

선생이 좋으니, 독자들은 글쓰는 것부터 시작해서 책 펴내는 것까지 모두 배울 수 있다. 그것도 제대로 말이다. 이런 내용 들어있다.

 

1장 작가가 된다는 것

2장 책이 되는 글쓰기

3장 책이 세상에 나오려면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글을 쓸 때는 어떤 마음이어야 할까?

저자는 이에 대해 아주 귀한 말을 남기고 있다.

 

요즘은 책을 쓰려는 사람이 많다. 직장 생활의 경험을 정리해보고 싶은 사람, 인생의 전환점을 기록으로 남기려는 사람, 자신만의 전문 지식을 나누고 싶은 사람, 혹은 단순히 한 번쯤은 책을 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하는 사람. 동기는 제각각이지만 그들의 마음속에는 공통으로 내 안의 어떤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이 있다. (5)

 

내 안의 어떤 이야기가 누군가에게 닿기를 바라는 마음에 밑줄 굵게 긋자.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는 내 글로 독자의 감각 기관을 자극해야 한다. 좀 더 보여주고 좀 더 들려주고 좀 더 맛을 느끼게 해야 그나마 읽는 이의 마음이 움직이지 않겠는가. (99)

 

다시, 이 책은?

 

위에서 피아노에 몹시 진심입니다만,라는 저자의 책을 예로 들면서 저자가 글쓰는 것에 진심이라는 것을 확인한 바가 있다. 그런데 저자가 그 책에, 글에 진심인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저자가 ()에 대한 사랑을 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책 84쪽 이하에 실린 글 <글쓰기는 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한다.>에서 저자는 그것을 확실하게 보여주고 있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대상이 누구나 같은 이유는 없다. 임윤찬 피아니스트는 <골드베르크 변주곡>에서, 정지아 작가는 전라도 방언에서, 나는 사회주의에서 아름다움을 느낀다. 글쓰기는 그런 미에 대한 사랑에서 비롯된다. (91)

 

나는 이 책에서 글쓰기의 노하우, 뭐 이런 것도 좋지만, 그 무엇보다도 저자가 말한 미에 대한 사랑을 먼저 해야 한다는 것, 그것을 배웠다. 그게 우선이다. 그래야만 글을 쓸 수 있다.

그런 저자의 생각, 백번이고 동의한다. 이 책, 그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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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피플
차현진 지음 / 한끼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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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이브 피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읽기 전에 든 생각

 

운명, 우연, 필연?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과연 무엇일까?

사람들은 살면서 각양각색의 인간들을 만나게 되는데 그들이 서로 엮어져 가는 것은 과연 무엇인가, 우연인가 필연인가? 소설은 바로 그런 것들을 조합하여 사람들을 만나게 하는 사고실험의 장이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 차분하게 인간이 우연에 어떻게 반응하는 존재인가 생각해보고 싶었다.

 

앞부분 몇 페이지 읽고나서는

 

, 이런! 뻔한 이야기구나.

우연히 만난 남녀, 게다가 자전거(‘봄밤의 자전거’, 33)까지 등장하니 흔히 보던 주말 드라마에서 마주치는 장면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었다.

해서 책을 덮으려던 순간, 이런 대목이 눈에 들어온다.

 

그때 전화벨이 울렸다. 건영이다.

어머님...갑자기 폐렴이 심해져서 일단 중환자실로 옮겼어, 며칠 안 남으신 것 같아.”(46)

 

, 이건 자전거와는 별개의 이야기잖아.

그렇다면 자전거와 부딪힌 사건은 어디로 간거지?

 

그래서 계속 읽기 시작했다.

은근히 자전거 이야기가 이어지기를 바라면서,,,,,,,

그러니 사람은 참으로 알다가도 모를 존재다. 언제는 자전거로 부딪히는 사건을 보고 뻔할 뻔 자라더니. 이제 그 이야기에서 벗어나는 듯하니 궁금해지는 것이다.

 

중간쯤 읽고나서는?

 

대체 소설가는 어디까지 알아야 소설을 쓸 수 있나?

이런 것도 알아야 하나, 하여튼 별별 것들을 다 알고 있는 저자, 다시 보게 된다.

 

나폴레옹이 바그람전투에선 왜 이겼게요? (65)

 

이 문장을 읽고, 바그람 전투을 알아보았다.

이런 기록이 나온다.

[바그람 전투는 나폴레옹의 전성기를 상징하지만, 대규모 사상자와 함께 유럽의 세력 균형에 큰 변화를 가져온 역사적 전환점이었다.]

 

이런 대화가 가능한 만남이라니, 점점 둘의 관계가 기대된다.

이런 대화를 만들어가는 작가의 소설적 작법도 보통이 아니라는 것, 알게 된다.

 

롱샹 성당

유네스코 세계문화 유산으로 (105)

 

양들은 새끼를 위해서라면 절대 물러서지 않고 차라리 죽음을 선택한다고 한다. (116)

 

디즈니랜드 알바생처럼, 손님이 먼저 포옹을 풀기 전까진 절대 풀지 않도록 훈련받은 그들처럼(.......) (138)

 

분명 캐논인데, 서태지와 아이들의 <마지막 축제>가 스며들어 있었다. (181)


여기까지는 좋았다. 그런데 이런 문장을 만났다.

 

하와이에는 일 년에 딱 사흘간 눈이 내린다. (244)

 

과연 그럴까, 이게 사실일까?

찾아보았으나, 이건 사실이 아닌지 관련 자료가 보이지 않는다.

해서 일단 이부분은 소설을 위한 가공의 사실로,저자가 만들어낸 것이라 생각된다.

 

기다려지는 결말, 지연되는 ....

 

소설을 읽다보면 어디쯤 해서 이제 결말이 오는구나, 하는 시점이 있다.

그런데 이 소설은?

, 분명 이쯤 가면, 둘 사이는 끝나거나 해피 엔딩이거나 결말이 나야 하는데, 왜 그런지 계속 미룬다. 헤어지고 또 다시 만나고 또 헤어지고,.....

 

지연된 정의는 정의가 아니라는 말은 들어봤는데, 소설에서는?

지연되는 결말은 독자를 힘들게 한다. 애타게 한다.

 

대체 어떤 큼지막한 결말을 준비하고 있기에, 자꾸만 결말을 미루는 것일까?

해서 이 책은 독자들을 점점 더 다른 곳으로 데리고 간다.

결국 인생은 그 누구도 어디로 가는 것인지 모르는 것 아닐까?

 

그래도 어디로 가는지 작가는 힌트를 던진다.

이런 말.

 

불꽃이 터질 때마다 심장이 요란한 굉음을 내며 내 가슴속에도 새로운 불꽃이 번졌다. 그 순간 알았다. 이건 사랑이 아니라 생존이고, 동시에 내 안의 모든 것을 깨우는 심장의 발작이었다. (308)

 

그 순간, 독자들은 알게 된다. 이 소설의 결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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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2025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스즈키 유이 지음, 이지수 옮김 / 리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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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읽기 전에 든 생각

 

독일 사람은 말이야.” 요한이 말했다. “명언을 인용할 때 그게 누구의 말인지 모르거나 실은 본인이 생각해 낸 말일 때도 일단 괴테가 말하기를이라고 덧붙여 둬. 왜냐하면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거든.” (23)

 

"괴테가 말하길이라는 말이 권위를 가질만도 하다. 괴테가 누구인가.

그만큼 괴테가 존경받는 사람이라는 것을 드러내는 말이기도 하다

마치 공자 말씀하시길,,,,,,이라는 말처럼 말이다.

그런데 과연 괴테가 어떤 말을 했는지, 괴테의 책을 전부 읽지 못했기에

저자가 언급하고 있는 괴테의 말, 다른 말보다도 더 강조해서 읽어야 할 말이 과연 무엇인지

이 책을 통해 알고 싶었다.

 

이 책은 무슨 장르인가?

 

읽기 시작하자, 문득 이런 의문이 들기 시작한다.

이 책은 어떤 장르에 해당하는가?

 

소설? 에세이?

결론은 소설이다. 그런데 소설이 아닌 것처럼 써내려간 저자의 내공 덕분에 마치 에세이, 또는 한 학자의 연구 과정을 기록한 것처럼 읽혀진다.

해서 읽는 도중, 다시 이 책의 장르를 확인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읽기 시작했다.

책의 앞날개에 이런 말이 있다는 것을 뒤늦게 확인한 탓이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작가의 두 번째 작품이자 첫 장편소설이다.

 

소설이라면, 줄거리가 있을 것 아닌가?

 

줄거리? 있다.

실제로 저자의 부모님 결혼기념일 식사중 홍차 티백에 적힌 명언에서 영감을 받아 집필했다,는 책 앞날개의 소개를 참고하자.

 

줄거리는 매우 간단하다.

저명한 괴테 연구가 도이치는 홍차 티백에서 출처 불명의 괴테 명언을 발견한다.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

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 - Goethe (19)

 

그 문장의 출처를 찾는 작업이 시작된다. 평생 괴테를 연구한 그에게 선뜻 바로 떠오르지 않는 그 말, 그 말을 찾아 수소문하고, 책을 펼쳐가면서 찾아가는 과정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괴테의 말을 찾아가는 여정을 기록한 이 소설, 등장인물을 살펴보자. 소설이니까 등장인물들이 얽히고설켜서 이야기가 진행이 된다.

 

먼저 화자가 있다. ‘’ : 괴테 전문가인 히로바 도이치 교수의 사위다.

장인 : 히로바 도이치 (대학 교수)

장모 : 히로바 아키코

아내 : 히로바 노리카 (이야기 당시에는 학생)

 

이 책은 두 가지로 읽을 수 있다.

 

첫째, 음악

 

괴테 전문가인 주인공 도이치 교수의 행적에 음악이 많이 등장한다.

해서 클래식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에서 많은 클래식 곡을 만날 수 있다.

 

글렌 굴드의 <골드베르크 변주곡> (46)

거실에서는 굴드가 13번 변주곡을 끝내려는 참이었다. (47)

 

디즈니의 <판타지아> (99)

내용은 한마디로 말해 클래식 대백과다. 총 여덟 개의 명곡을 애니메이션의 다양한 표현 방식으로 수놓은 최고급 주크박스 뮤지컬. (99)

 

바흐의 <크리스마스 오라트리오> (105)

장려한 바흐의 음악에 귀를 기울이면서(........) (107)

 

차안의 배경 음악은 바흐의 <평균율 클라비어 곡집>이었다. (220)

 

이런 용어도 클래식에서 등장하는 말이다.

 

돌이켜 보면 그 문장이 내 인생의 시도동기였네. (8)

 

시도동기?

[주요동기(Leitmotiv)는 비예술적인 컨텐츠와 결합되어 작품 전반에 걸쳐 반복적으로 찾아볼 수 있는 예술적 수단이다. 음악, 회화, 건축 또는 문학같은 예술에서 다양한 동기를 도입하고 구현하는 방법이다. 따라서 색상, 분위기, 상징, 사람, 음열, 문장 및 기타 많은 것을 주요동기로 사용할 수 있다. 그들은 그 작품 내에서 오직 그 의미를 가지고만 사용된다. 그 단어는 또한 영어로도 사용되었으며, 대개 "Leitmotif"라고 쓰여진다.] (인터넷에서)


둘째, 괴테

 

이건 당연하다. 소설은 괴테의 그 말을 찾아가는 여정에 많은 괴테 저작을 인용하기도 하고, 괴테를 둘러싼 서양 고전들을 예로 들어가면서 지적 탐험을 펼치고 있다.

해서 서양 문화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꼭 읽어야 할 책이라 생각된다.

 

이런 것도 만나게 된다.

 

마그리트의 <헤겔의 휴일> (42)

 

얼마전 그림 공부를 하다가 마그리트의 이 그림을 만났다.

<헤겔의 휴일>이란 특이한 제목을 가진 그림. 이런 그림이 대체 헤겔과 어떤 관련이 있을까 의아해 했던 기억이 있는 그림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만나니 반갑다.



 

이 책은 발표 당시 단순한 학술서를 뛰어넘어 현대적 세계에 대한 이해의 관점을 제시하는 획기적인 인문서로 상당한 화제를 모았다. (.........) 표지로 선택한 마그리트의 <헤겔의 휴일>이라는 그림도 그 인기에 한몫했을 터다. (42)

 

나는 헤겔이 두 가지 상반되는 작용을 하는 이 물건들에 아주 민감했으리라고 생각했다. 그것은 물을 허용하지 않는(물리치는) 동시에 물을 허용한다(품는다). 나는 그가 (휴가 때처럼) 즐거워하거나 재미있어 했으리라는 생각에서 이 그림을 헤겔의 휴일이라고 부른다.”

마그리트의 말이다.


참고로, 우리나라에서 나온 책 중 이 그림을 사용한 책도 있다.

밀란 쿤데라 전집 중 <웃음과 망각의 책>




이 책에서는 도이치의 잼적 세계샐러드적 세계를 두 가지 상반되는 물건으로 생각하면 될 듯하다.

 

그림에 대한 또다른 구절도 등장한다.

 

신이 빛이 있으라하고 명령 한마디를 했더니, 거기서부터 빨강, 파랑, 노랑 등 색깔이 하나하나 불려 나왔다. 그리하여 화가는 비로소 자신의 그림을 그릴 수 있게 된 거야. (140)

 

도이치 교수의 장인인 마나부 교수의 발언이다.

 

그림에 관하여 더 적어둘 게 있다.

 

방송용 원고로 만든 책은 꽤 잘 팔리는 모양이었다. 들라크루아의 석판화를 콜라주한 표지는 서점 진열대에서도 돋보였다. (231)

 

다시, 이 책은?

 

도이치 교수의 딸 노리카의 남자친구 쓰즈키가 등장한다.

이 사람이 바로 소설 속의 가 되는 사람인데. 그가 노리카와 사귀게 된 계기도 무척 이채롭다.

 

노리카가 학교 독서 모임에서 발표를 마치고 난 후, 그가 다가와서 이렇게 말했다한다.

그렇게 인용만 하지 말고 자신의 언어로 말하는 게 어때?’

노리카는 열을 받아, 언어 시스템 자체가 인용이라고 쏘아주었다는 것, 그래서 둘은 사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꽤 재미있는 만남이다.

어쨌든 이 소설 재미있다. 지적이면서도 어렵지 않고, 잰체 하지 않는 도이치 교수의 명언 찾기 노력이 무척 인상적이다.

 

이 책에는 수많은 명언이 등장한다. 명언은 이렇게 세가지 유형으로 분류된다고 한다.

요약형, 전승형, 위작형.

 

유형이 어느 것인지 모르겠으나, 가장 멋진 명언은 이게 아닐까.

말해야 할 것은 이미 말해졌다. 그러나 아무도 듣지 않았기 때문에 다시 한번 말해야 한다.”

앙드레 지드의 말이라 한다. (195)

 

거기에 더하여, 이런 것 덧붙이지 않을 수 없다.

본디 인문학에서 오리지널이란 무엇인가라는 공부 모임도 있다는 것(233)

소설 속에서 존재하는 모임일지라도 한번 실제로 만들어보고 싶은 모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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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역에서 기다리는 너에게
이누준 지음, 이은혜 옮김 / 알토북스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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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착역에서 기다리는 너에게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들었던 생각

 

<그림 뒤라는 말이 되죠. 그림 뒤를 봤더니 다음 문제가 적힌 봉투가 있었어요.>

우와~~ 이런 추리도 들어있는 정감있는 소설이라니!

그래서 일단 읽고 싶었다.

게다가 기차 종착역, 무언가 아우라가 느껴지기까지 하다.

이 소설에는 풍성한 이야기와 더불어 감성을 이끌어내는 그 무엇인가 있을 듯 하다.

이런 가을에 읽으면, 좋은 책이 아닐까.

 

이 책은?

 

소설이다. 단편이 연이어 옴니버스 식으로 이어진다.

앞에 등장한 배경을 그대로 이어받아, 다른 인물이 등장한다.

모두 네 편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

 

첫 번째 이야기 | 이번 역은 종착역인 가케가와역입니다

두 번째 이야기 | 이별 선언

세 번째 이야기 | 종착역의 전설

네 번째 이야기 | 명탐정에게 보내는 도전장

 

그러면 종착역은?

가케가와역이다. 거기에 가면 신비한 일이 일어난다. 이른바 추억 여행.


그 역에 가기 전에 거기에 이르는 역이름을 알아두자.

덴류하마나코 철도, 노선도가 맨 앞에 자리잡고 있다.

해서 각 편의 이야기를 읽을 때, 그 철도의 노선을 따라 참고하면서 읽으면 된다.

그 철도의 종착역은 가케가와 역이다. (철도 노선도의 오른쪽 끝에 위치한 역이다.)

 

그 역에는 이런 전설이 있다.

간절히 만나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며 개표구를 나서면, 다시는 만날 수 없을 줄 알았던 그 사람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다.”

 

, 문제는 있다.

두 사람 모두다 서로를 보고 싶어해야만 만날 수 있다. ( 116)

또한 만날 수 있는 사람은 죽음을 앞둔 사람이어야 한다. (126,129)

 

그러면 이런 법칙(?)은 깰 수 없는 것일까?

깰 수 없다면, 그래서 모든 사람이 죽음을 앞두고서만 만날 수 있다면, 얼마나 안타까운 일일까?

 

그런 법칙은 바로 깨진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다. 두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은 호사키 마모루 (33)이다.

그의 연인 미치히 사호는 죽음을 앞두고 있었지만, 마모루의 사랑이 그 죽음을 이겨내게 한다.

그게 이 소설이 갖는 또다른 의미가 아닐까.

 

등장인물 및 만나야 할 사람

 

시노다 미쿠 (14) - 할머니

요양원에 계신 할머니를 끝내 찾아가지 못해 죄책감에 시달리는 손녀, 중학생이다. ,

 

호사키 마모루 (33) - 미치히 사호

아무런 이유 없이 사라져 버린 약혼자를 찾아나선 남자, 

 

이와노 아키 (21) - 자기를 버린 어머니

어린 시절 자신을 버린 어머니를 과연 만나야 하는 것인가.,

 

후지사와 가즈미 (49) - 병상에 누운 남편

사랑하는 남편과 마지막 만남을 시도하는 아내

 

각 편은 어떻게 연결이 되는가?

 

예컨대 이런 식이다.

두 번째 소설인 <이별 선언>에서는 주인공인 호사키 마모루(33)와 같이 일하는 직원인 마사키가 그 전설을 언급한다.

 

사촌중에 미쿠라는 여고생이 있는데, 올봄에 할머니 장례식에서 만났다. 그 때 그 아이가 그 전설을 진지한 얼굴로 말해주었다. (109)

 

네 번째 이야기에서는 부부가 기차로 여행을 가는데 마침 그 앞자리에 세 번째 이야기의 주인공 자매가 타고 있었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남편에게 그 전설을 말해준다. (208)

 

그러니, 각 편마다 서로 어떤 식으로 연결이 되는지 살펴가면서 읽어가는 것도, 이 책을 읽는 재미가 될 것이다.

 

우리도 그런 여행 떠나보자.

 

추억 열차를 타고 떠나보자.

설령 그런 전설이 없는 이 시대라 할지라도, 호사키 마모루가 치료받기 위해 갔던 치과의 원장이 말한 것처럼, 가끔은 열차를 타고 느긋하게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갖는 것도 좋지 않을까. (116) 

 

다시, 이 책은?

 

이 책의 저자 이누준은 아예 작정을 했다.

독자들을 울리기로 작정하고 글을 쓴 게 분명하다.

각 편마다 끝에쯤 가면 어김없이 눈물샘을 자극하는 대목이 등장한다.


그럴 때, 울지 말아야지, 하고 마음 먹지만 어디 그게 맘대로 되나? 안된다.

해서 눈물을 흘리고, 또 다음 편으로 넘어간다.

이번에는 절대로 울지 말아야지, 작정하지만, 역시 또다시 눈물 흘리게 되는.....

 

가을이다. 가을이니 그간 메말랐던 마음을 눈물로 좀 적셔도 좋지 않을까.

그렇다고 책장마다 눈물 방울이 남아서는 안 되니, 조심 조심 읽어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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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신, 우리 괴물 1 - 신과 인간의 이야기, 신화 우리 신, 우리 괴물 1
김혜정 지음 / 페이퍼타이거 / 2025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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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신, 우리 괴물 1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읽기 전에 들었던 생각

 

그리스 신화, 북구 신화, 인도 신화에는 관심이 많이 가졌지만 정작 우리 신화에는 관심없었던 나의 시야를 넓힐 아주 좋은 기회라 생각한다.

우리 신화는 다른 신화와 어떤 차원에서 같으며 다른지 공부할 아주 좋은 책이라 생각된다.

 

먼저 이 부분부터 읽고 시작하자.

 

우리 신화도 분명 있는데도 불구하고 그저 단군 신화 정도만 알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면 우리 신화는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가?


저자는 이에 대해 네 단계의 접근법을 마련해 놓았다.

이 책의 뒷부분에 실린 <칼럼 5 한국 신화, 어디서부터 공부해야 할까요?>이다.

 

첫째, 개념부터 잡고 시작하자.

둘째, 용어를 알아야 서사가 보인다.

셋째, 디테일은 원전에서 나온다.

넷째, 해석은 하나가 아니다.

 

그런 4단계를 숙지하면서 이 책을 읽어가면, 막연하기만 한 우리 신화의 얼개를 잡아볼 수 있다.

 

우리 신화, 비단 단군 이야기만 있는 게 아니다.

 

창조신, 건국신, 시조신, 자연신, 가신, 마을신

 

일단 이렇게 신들은 분류할 수 있다.

이 책은 서술하는 순서를 천지신명과 자연신부터 시작하고 있지만, 서양 신화 체계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위의 순서로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예컨대 창조신은 세상을 빚고 질서를 세우는 신인데, 마고할미, 설문대할망이 있다.

그러고 보면 단군은 창조신과는 거리가 있다.


또 건국신과 시조신도 한 나라의 권력과 혈통의 뿌리가 되는 신이다. 주몽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리스 신화와 몇 가지 닮은 이야기들

 

그리스 신화를 먼저 알고 있는 탓인지, 우리 신화를 읽으면서도 그리스 신화가 연상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이 책을 통해 우리 신화를 공부하는 가운데 몇 가지 그리스 신화에서 등장하는 것들이 등장하는 것이 있다.

 

외눈박이 거인이 등장한다. (51)

외눈박이는 그리스 신화의 <오디세이아>에 등장하는 괴물이다.

 

어부들은 방심한 순간 배가 외눈박이섬으로 빨려 들어간다. 영등할망이 탈출을 도운 덕분에 어부들을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신들의 흥망성쇠 부분도 유사하다,

제우스가 신중의 왕으로 올라가기 전에 치열한 전투가 벌어진다.

그런 그리스 신들의 흥망을 이 책의 다음 부분을 읽어보면, 확실하게 이해가 된다. 

 

영원한 권력은 없다는 말은 신에게도 적용됩니다. 사람들의 생활환경이 바뀌고 원하는 바가 달라지면 자연스레 다른 신을 찾게 되죠. 숭고하게 여겼던 옛 신은 어느새 관심 밖의 존재, 심하게는 퇴출해야 할 대상으로 치부되기도 합니다. 이는 새로운 신과 그를 따르는 사람들이 영역을 차지하며 벌어지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하늘에 두 개의 태양이 동시에 뜰 수는 없기 때문이지요. (55)

 

다나에도 등장한다. (95)

동해용왕따님애기가 나오는데, 그녀는 불효를 일삼다가 결국은 쫓겨나게 된다.

그녀는 무쇠 석갑에 갇혀 바다에 던져진다.

그런데 자식이 없던 임박사가 그녀가 들어있는 석갑을 발견해 구해준다. 

이 부분이 그리스 신화의 다나에와 유사하다.


이 지역에서 만나는 마고

 

창조신으로 분류되는 마고할미는 전국에 이야기가 퍼져있다. 이런 것을 보면 마고할미가 어느 한 지역에 국한된 게 아니라, 전국적인 인물이라는 점이 분명하다.

 

사실 마고(麻姑)라는 이름에는 그녀의 능력을 유추할 수 있는 힌트가 담겨 있습니다. ()는 삼베를 뜻하는 글자이지만 여러 문헌에서 홍역이라는 뜻으로 혼용되기도 했는데요. 정약용(1762-1836)이 편찬한 마과회통에서는 홍역을 마진(痲疹)으로, 이 질병을 앓고 난 후 얼굴이 얽은 사람을 마자(麻子)로 지칭합니다. (130)

 

그 사례로, 인근에 있는 전주 모악산에 가보면 마고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은 모르겠지만. 전주 모악산 도립 미술관 뒤편에 마고암이 있다.

명칭의 유래를 살펴보니 원래는 마고암이 아니었는데 후에 이름을 바꿔 마고암이 되었다

 

1950년대 복호사 창건(현 마고암) , 복호사를 문수사로 개칭(조광레 스님)

2010년 문수암을 마고암으로 개칭(이승헌 대선사)

 

더 자세한 내용은 나와 있지 않지만, 아마도 마고할미의 전설이 절이름을 바꾸는데 일조하지 않았을까.

 

다시, 이 책은?

 

우리나라 신화는 과연 어떤 것들이 있을까, 생각해보니 떠오르는 것은 단군신화만 생각난다.

호랑이와 곰이 마늘 먹고, 하는 이야기말이다.

 

그런 신화가 북방에서 내려온 외래 민족이 그 지역에 살고 있던 토착민들과 융합하는 과정에서 호랑이와 곰을 토템으로 삼고 있는 민족과의 충돌 내지 융화를 상징하는 것이라 알고 있었다.

 

그럼, 과연 다른 신화는 없는 것일까?

이 책은 그런 의문에 답하여. 우리 신화를 종합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창조신, 건국신, 시조신, 자연신, 가신, 마을신.

 

그리스 신화에서 만났던 것들을 우리 신화에서도 만날 수 있었으니. 정말 이 세상 모든 나라와 민족들이 원래 하나가 아니었을까.


이제 이 책을 읽고나니, 신화라는 개념 자체가 달리 보인다.

그런 신화가 언젠가 역사를 다르게 기록한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올지도?

마치 우리 단군신화가 역사를 상징을 통해 전승한 것이라는 견해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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