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호메리카 - 『일리아스』 이후, 『오디세이아』 이전의 이야기
퀸투스 스미르나이우스 원작, ALTARI LAB 엮음 / 다산글방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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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호메리카 (POSTHOMERICA)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을 읽기 전에

 

호메로스의 책을 번역한 분들이 본인들의 책을 해설하면서, 말하기를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사이에 많은 이야기가 존재했었다고 한다.


아킬레우스의 죽음을 비롯하여 아가멤논의 귀향후 죽음, 그리고 다른 장수들의 파란만장한 사연들이 흥미진진하게 전개되는데 우리 손에는 안타깝게도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만 번역되어 들려지는 바람에 그런 이야기들은 자세하게 알지 못하고 있었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부분을 자세하게 알려주는 아주 가치있는 책이라 생각해서 펼쳐들었다.

 

이 책은?

 

바로 우리가 알고 있는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사이의 이야기, 그간 듣지 못했던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그 이야기를 이어주는 작품이 고대 후기의 시인 퀸투스 스미르나이우스의 『포스트호메리카(Posthomerica)』다.



 

이 책의 내용은?

 

1부 마지막 영웅들이 찾아오다

2부 가장 강한 자들이 사라지다

3부 아버지들의 전쟁을 물려받다

4부 아버지의 무덤에서 성벽까지

5부 성벽을 넘어 트로이로 들어가다

6부 트로이는 무너지고, 바다는 그들을 삼켰다.

 

이런 큰 타이틀 아래 우리가 궁금해하던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우스개 이야기가 있다.

그리스 신화를 열심히 읽고 있는 아이에게 아버지가 <일리아스>(물론 아동용이겠지만) 책을 사다 주었는데, 아이가 열심히 읽어보니 거기에는 트로이 목마 이야기가 나오지 않는 것이 아닌가?

해서 그 아이 아버지에게 묻기를 <일리아스>에 트로이 목마가 나오지 않느냐. 혹시 잘못된 책을 사온 것이 아닌가, 라고 아버지에게 말했다는 것.

 

그 <일리아스>에 보이지 않던 트로이 목마 이야기가 바로 여기 이 책에 등장하는 것이다.

 

이 책의 시작은?

 

맨먼저 이 책의 서두를 장식하는 인물은 바로 아마존의 여왕이다.

아마존이라니? 남아메리카에 있는 강이름이 아니라, 그리스에 존재했던 여인국을 말한다.

그런 여인국의 여왕인 펜테실레이아가 트로이를 돕기 위해 등장한다,

그리고 아킬레우스와 싸움을 벌였는데, 결과는 그녀의 죽음으로 나타난다.

그게 이 책 제1부 제3장에 등장하는 사건이다.

 

그 사건을 필두로 하여 그간 우리가 그리스 신화 언저리에서 들었던 이야기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멤논이 두 번째로 등장하는 인물이다. 새벽의 여신 에오스와 인간 티토노스 사이에서 태어난 그가 트로이를 구원하는 영웅으로 등장한다. (57쪽)

 

여기서 멤논이 그 다음날을 맞이하는 장면을 살펴보자.

위에 말한대로 멤논은 새벽의 여신 에오스의 아들이다. 그 새벽의 여신은 매일 아침 새벽을 인간에게 안겨주는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그 여신이 자기 아들인 멤논이 아킬레우스와 싸워야 하는 그날, 아침은 어땠을까?

 

에오스는 차마 새벽을 밝히고 싶지 않은 듯 천천히 하늘의 길을 올랐다. 아들이 전장으로 나가는 그날만큼은 새벽이 조금이라도 늦게 찾아오기를 바라는 듯했다. (60쪽)

 

아킬레우스의 최후

 

그렇게 써내려간 인간의 기록, 그렇다면 인간인 아킬레우스의 운명은 어떻게 움직이는가?


인간으로 태어난 자기 아들을 불멸의 존재로 만들기 위해 애썼던 어머니 테티스의 바람이 무색하게도, 그도 죽는다. 인간이기에 죽는다.

 

호메로스의 <일리아스>에서 가장 용맹했던 장수로 활약한 그는 죽는다, 인간이기에 당연히 죽지만, 그 죽음의 과정은 그래서 안타깝다.

 

이 책 제2부에서 아킬레우스의 죽음과 그의 죽음을 둘러싼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그의 시신을 둘러싸고, 또한 그가 사용하던 무구들을 둘러싼 이야기들도 자세히 기록된다.

그리고 그의 아들 네옵톨레모스의 활약도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러면 트로이 전쟁의 원인이 된 헬레네는?

 

전쟁 중에 분노한 그리스 군사에 의해, 혹은 그녀 때문에 피해받았다고 생각한 트로이 군사에 의해 살해되었을까?

 

그게 트로이 전쟁의 시작부터 끝날 때까지 따라다니던 의문이었다.

과연 그녀는 어떻게 되었을까?

그리스의 비극작가들이 그녀에 관한 여러 이야기들을 각색하여 극을 썼는데, 그래서 다시 스파르타의 왕비로 돌아왔다는 것은 알겠는데, 그 과정은?

 

이 책에서 그녀의 남편 메넬라오스와의 해후가 자세하게 그려진다.

 

메넬라오스는 마침내 헬레네를 찾아낸다.

메넬라오스는 그녀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죽은 전우들과 고향에서 잃어버린 세월을 생각하자 메넬라오스의 가슴에 다시 분노가 치솟았다. 그래서 그는 칼을 들고 그녀에게 다가가려 했다. (372쪽)

 

그리고 그녀에게 다가가 칼을 ......

그때 아프로디테 여신이 개입한다. 여신은 메넬라오스의 손에서 검을 쳐내고 질투와 분노로 어두워진 마음을 걷어낸다. 그 결과?

 

다시, 이 책은?

 

여기서 그리스 신화가 갖는 매력 한 가지를 찾아낼 수 있다.


그리스 신화가 잔인하다고? 천만의 말씀이다. 그리스 신화는 물론 그런 점도 없지 않지만 무척 인간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예를 들면 아들의 시신을 찾기 위해 적군의 장수 아킬레우스를 찾아온 트로이의 왕 프리아모스를 살펴보자. 그날 밤 아킬레우스와 프리아모스 사이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가? 살벌한 기싸움, 물고물리는 술수가 그들 사이에 있었을까? 아니다. 거기에는 아들 죽음을 슬퍼하는 노인과 그 슬픔을 이해한 젊은이가 있었다. 그리스 신화는 그래서 인간을 철저하게 이해한 사람들이 써내려간 서사시인 것이다.

 

이 책으로 다시 한번 그리스 신화의 위대함을 확인할 수 있다.

죽고 죽이는 전쟁터에서, 또는 분노를 품고 도망간 아내를 만나는 그 현장에서도 인간적인 그들을 만난다. 무척 인간적인, 그래서 우리도 그런 인간이라는 것을 매 순간, 문장에서, 그 어떤 상황에서든 확인한다.

 

더하여 이 책으로 그간 <일리아스>와 <오디세이아> 사이 중간에 있었던 사건들을 문장으로 확인하지 못해, 긴가민가 했던 많은 이야기들을 확실히 알게 되었다는 점이 가장 의미있다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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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두대와 욕조
조나탕 베르베르 지음, 이상해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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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두대와 욕조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을 펼친 이유

 

프랑스 혁명사를 읽으면서 여러가지 사건들이 겹쳐 일어나는 바람에

당시 역사를 한 눈으로 꿰기가 참 어렵다는 생각을 했다.

1789년 혁명 이후, 프랑스에서는 그로부터 100년이 지난 후 벨에포크 시대까지 혼란의 연속이었는데, 그런 프랑스 역사를 스토리텔링으로 이해하고 싶었다.

마침 이 책이 바로 혁명 이후에 일어난 사건을 모티브로 하고 있어, 프랑스 역사를 이해하는 아주 좋은 작품이라 생각해, 책장을 펼쳤다,

 

관련되는 프랑스 역사

 

프랑스 혁명에 뒤이은 공포 정치 시기, 프랑스 역사상 가장 참혹한 사건이 벌어졌다.

이른바 방데 전쟁,

다른 역사책에서는 전혀 듣지도 보지도 못한 사건이다.

 

이 책의 해설에 의하면 방데 전쟁은 1793년부터 1800년까지 진행되었는데, 희생자가 무려 17만명이라 한다, 그 지역 인구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사람들이 희생된 것이다.

이때 일어난 낭트 수장 사건의 희생자는 무려 1천명에서 1만명을 헤아린다.

 

방데 전쟁이 일어난 배경으로, 역자는 다음의 두 가지를 들고 있다. (656, 657쪽)


첫째는 혁명 직후 1789년 11월 교회 재산을 국고에 환수하고. 이듬해인 1790년 7월 12일에는 기존 교회를 해체해 제1신분인 성직자를 일종의 공무원으로 재편하는 성직자 기본법을 의결한다.

두 번째는 1793년 2월 국민 공회가 표결한 국민 개병제로 군인을 모집한다.

 

이 같은 역사적 사실은 소설의 초입 부분에서 간략하게 설명되고 있다. (17~19쪽)

 

이 책은?

 

소설이다. 프랑스 혁명 이후 혼란기에 벌어진 방데 전쟁을 배경으로 하여, 방데 전쟁을 상기시키기 위하여 쓰여진 소설이다.

 

이 소설의 저자는 조나탕 베르베르는 우리에게 잘 알려진 프랑스의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아들이다.

 

등장인물과 줄거리

 

등장인물에는 소설인지라 가공의 인물과 실존했던 인물이 섞여 있다.

 

먼저 실존했던 인물은,

낭트 지역의 총독인 장바티스트 카리에르

낭트 혁명재판소 소장 펠립스 트롱졸리

램버티 부대의 기욤 램버티.

 

가공의 인물이며, 소설의 진행을 이끌어가는 인물들

주인공 격인 시몽 델모트와 부모.

창녀이면서 시몽을 도와 일을 해결하는 샤롤로트.

시몽과 같은 부대원인 블레즈.

 

줄거리는 시몽이 방데 원정을 마치고 난 다음에 고향인 낭트로 돌아오면서 이야기는 시작된다.

고향이 돌아와 보니, 아버지는 공화정부에 의해 살해되고, 어머니는 감옥에 갇혀 있다.

그런 상황에 마주친 시몽은 그 사건의 배후에 총독인 카리에르가 있다는 것을 알고, 그를 죽이러 총독의 집으로 향한다.

거기에서 그는 샤롤로트를 만나게 되는데 그녀는 시몽에게 뜻밖의 제안을 한다.

 

만약 지금 시몽이 카리에르를 죽이면, 그는 순교자가 된다면서 그의 죄악상을 만인 앞에 드러나게 해야 한다는 것, 해서 그를 재판정에 세우기 위해 같이 힘을 합하자는 것이다.

 

생각해보니. 샤롤로트의 말이 백번 맞는 말이다.

만약 시몽이 총독의 저택에서 그를 죽인다면, 그는 순교자가 되고 그의 죄악은 밝혀지지 않은 채 그는 공화국의 성인이 되는 영광을 안게 되는 것이다.

 

그후 둘은 협력하면서 일을 해나가는데, 그게 이 소설의 주요 얼개가 된다.

 

다시. 이 책은?

 

1789년에 프랑스 혁명이 일어난 후에 프랑스 국민들은 그 혁명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가졌을까. 혁명 후에 들어선 정부, 국민 공회에 대하여 프랑스의 모든 국민들은 쌍수를 들어 환영하고 그들이 시행한 정책에 호의적이었을까?

 

그런 것들이 프랑스 역사를 읽으면서 무척 궁금했었다.

그러나 교과서적인 역사서로서는 그 내막을 알 도리가 없었다.

그런 역사책에서는 일반적인 정부 형태의 변화를 중심으로 역사를 써내려갔기에 문장 너머에 있을 진짜 역사는 알 수 없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 소설을 통해 비로소 프랑스의 국민중 혁명정부에 반기를 들었던 사건이 있었음을 알게 된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희생자가 발생한 사건, 게다가 그 사건은 역사에서 거의 묻히다시피 해서 전혀 그런 사실을 몰랐던 것이다.

 

해서 이 책은 살아있는 역사책이라 해도 무방하다.

마치 우리가 제주도에서 일어났던 4,3 사건의 진상을 현기영의 <순이 삼촌>을 통해 어렴풋이 알아가듯이 말이다.

 

이제 나에게 프랑스의 낭트는 앙리 4세가 종교의 자유를 선포했던 낭트 칙령의 반포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프랑스 혁명에 숨겨진 역사 방데 전쟁의 흔적을 간직한 장소이기도 하다.

 

그러한 어두운 역사를 알게 되어 '역사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새삼 깨닫게 해준 책이 바로 이 책 <단두대와 욕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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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다이어리
정수현 지음 / 자음과모음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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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담동 다이어리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소설이다. 장편소설이다.

저자는 정수현, 저자는 이미 압구정을 무대로 한 <압구정 다이어리>를 발표한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청담동을 무대로 하는 소설을 발표했다. 압구정과 청담동의 대비, 그게 흥미를 자아낸다. 그리고 청담동에는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이 책의 입구에 이런 말로, 이 책을 소개하고 있다.

21세기 대한민국의 현대적 럭셔리와 욕망의 정의를 이토록 리얼하고 자극적으로 들여다보는 이야기는 흔치 않다.

 

등장인물은?

 

‘강남구 청담동, 그곳은 서울에서 내노라 하는 부촌이다. 부촌(富村)의 촌(村)이라는 말이 전혀 어울리지 않는, 그래서 부촌이라기보다는 욕망의 거리요, 인간의 본능이 여실히 드러나는 곳이다.

 

그곳을 무대로 살아가는 주인공들,

정유하. 직업은 A&R이다. .

A&R이 무엇하는 직업인가 알아보니, A&R(Artists and Repertoire)은 레코드 레이블이나 엔터테인먼트 회사에서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그에 맞는 음악과 앨범의 전체적인 방향성을 기획·제작하는 직업이다. 그런 직업인데 본인의 설명에 의하면, 드라마나 영화, 웹툰에 깔릴 노래를 찾아오고, 만들어내고, 끝까지 책임지는 사람을 말한단다. (28쪽)

 

정유하는 강남구 압구정에 주소를 두고 살아간다.

하지만 그녀는 ’오늘도 본업에 부업까지 쌔빠지게 뛰며 허세와 현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중‘인 청춘이다. (15쪽)

 

부업이라니?

그 부업에 대한 설명은 후에 등장한다.

나는 낮에는 OST 전문회사 파사드 사운즈에 영혼을 갈아 넣고, 밤에는 19금 인스타툰으로 통장잔고를 방어하는 생계형 압구정 주민이다. (28쪽)

밤에는 19금 인스타툰을 그리는 것이다.

 

그녀의 인생관은 어떤가?

그녀들, 즉 에르메스의 후예들과 동등한 관계를 유지하고 싶다는 허세와 욕망은 아직 그녀 안에 멀쩡하게 살아있다 그건 알량한 자존심이자, 이 동네에서 살아남는 그녀만의 방식이다. (16쪽)

 

그렇게 살아가야만 하는, 주인공 앞에 과연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

 

이야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압구정과 로마는 닮았다. 한 시대를 찬란하게 풍미했고 모두의 선망이었으며, 그만큼이나 화려하게 무너졌다. (9쪽)

 

그렇게 시작한 이 책, 바로 반전이 예고된다.

 

하지만 둘 사이에는 결정적인 차이가 하나 있다. 로마는 끝났고 압구정은 돌아왔다. (9쪽)

 

맞다. 로마는 끝났다는 말은 맞다. 하지만 압구정은 돌아왔다는 말은?

거기에 청담은 다르게 대비가 된다.


압구정은 끝났다가 다시 돌아왔지만, 청담은 압구정이 어둠을 지나던 그 모든 순간에도 한번도 빛을 잃지 않았다는 것이다. (10쪽)

 

사건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렇게 허세와 현실을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고 있는 그녀, 소설의 초두에 이런 걸 고백한다.


그 대가로 난 지금도 빡센 상황위에 놓여있다. (16쪽)

 

지금’도‘에 주목하자. 그녀의 삶이 결코 녹록치 않다는 말이다.

 

해서 그녀는 가지고 있는 그라프 스파이럴 파베 다이야몬드 링을 팔아야 할 골목에 와 있다.

이게 뭔가 알아보니, 이런 물품이다.

<우아하면서도 스타일리시한 연출이 가능한 그라프의 파베 다이아몬드 주얼리는 단독으로 착용해도 아름다우며.......>,

하여간 대단한 것이다. 그런 것을 이제 떠나보내야 한다.

 

그래서 그걸 지니고 구매자와 접선에 나서는데......사겠다고 나온 사람은?

바로 얼마전에 헤어진, 그리고 그 링을 건네준 사람 채인서.

 

이렇게 해서 등장인물 한 명이 추가된다. 여자 등장인물에 이어 이번에는 남자, 그러니 그 둘은 이제 남주와 여주가 되는 것일까?

 

그녀의 다이어리, 청담동 다이어리 한 토막

 

그녀가 써내려갈 다이어리, 한토막 맛을 보자.

 

참, 그녀가 그리는 인스타툰은 어떤 내용일까?

친절하게 그녀는 이런 설명을 남기고 있다.

 

단 한 번의 손길만으로도 밤을 작품으로 만드는 남자와의 긴 연애가 남긴 부작용 때문에, 이제는 다른 남자와의 섹스가 불가능해져 버린 서른 초반 여자의 서글프면서도 이상하게 아름다운 처절한 기록, (29쪽)

 

무슨 말인지, 이해불가인데, 어쨌든 그녀는 그런 인스타툰을 그려 생계에 도움을 받는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런 인스타툰의 이야기가 단지 픽션만이 아닌 것이 그녀에게도 이런 실제 상황이 있었기에 그렇다.

 

사랑이란 인간이 인간에게 줄 수 있는 가장 고통스럽고, 가장 자학적인 감정이란 걸 채인서를 통해 뼈에 새기듯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처절하고도 찌질한 감정 탓인지, 혹은 그와 나눈 감각을 잊지 못하는 내 비참한 무의식의 저항 탓인지, 아이러니하게도 그와 완벽한(?) 이별을 한 순간부터 내 몸은 다른 남자를 받아들이지 못했다. 한마디로 섹스가 불가능해진 것이다. ‘개새끼…….’ (50-51쪽)

 

이게 바로 다이어리다. 일기가 무어 별건가?

 

또하나 읽어보자.

 

심지어 지금껏 채인서의 XXXXX로만 묘사됐던 내 실명이 까발려짐과 동시에 ‘상간녀’라는 끔찍한 누명을 썼다는 끔찍한 사실조차 잠시 뒤로 빠질 만큼, 머릿속에서 거대한 스파크가 튀어 올랐다. 

남미영이 누벨러스 앱에 후기를 올리자마자, 단 1분의 시차도 없이 청담 아이가 울렸다. 그리고 이제야 깨닫게 된 소름 끼치는 사실 하나 더. 청담 아이의 첫 가십을 동시에 받았던 나, 미우, 인경. 우리 모두의 공통점은 누벨러스의 회원이라는 것이었다. (386- 387쪽)

 

그리고 다이어리, 하나 더 추가요!

 

사실 지난 6개월간 내 일상은 단순 명료했다. 일, 섹스, 일, 섹스, 일, 섹스, 물론 그 행위의 유일한 파트너는 강도현이었다. (455쪽)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어디까지나 소설이다. 소설인만큼 허구를 전제로 한다.

그러나 허구치고 현실을 아예 도외시하는 묘사가 가능할까?

심지어 공상과학소설도 어느 정도 현실적인 과학에 기반을 두고 진행되는 판이니. 이 책이라고 해서 순도 100% 허구일 리 없다.


해서 이 책은 소설이자 넌픽션이다. 여주인공의 삶이 허세와 현실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듯이 이 소설도 현실과 허구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 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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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스리는 감정 동화
에스티브 푸졸 이 폰스 지음, 정지현 옮김 / 가람어린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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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다스리는 감정 동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어른이 되어, 동화책을 읽으니...

 

이런 생각이 든다.

어린아이였던 나, 분명히 이런 동화를 읽었는데, 그때는 어떤 생각을 하면서 읽었을까?

책을 꽤나 읽었던 나인데. 그 때 동화책을 읽으면서 어떤 모습이었을까. 어떤 것을 느꼈을까?

그런 생각을 기록해놓았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책을 들고 새삼스럽게 그런 (부질없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이 책은?

 

이 책의 제목은 <마음을 다스리는 감정동화>이다.

그러니 동화책은 분명한데, 그 내용이 ‘마음을 다스리는’ 용도의 동화다.

어떤 게 있을까? 무려 20편이다.

그중에는 내가 분명 어렸을 적에 읽었을 동화도 있고, 성장하는 동안에 또는 어른이 되어서 읽었던 책도 있다. 그런데 이게 웬일? 처음 만나는 책도 있다.


전체 목록을 책을 참고하시라.

여기에는 내가 처음 만나게 된 책만 적어둔다,

 

4. 내 친구 블렌카 / 5. 돈 로드리고의 개

6. 코끼리와 비의 신 / 7. 말로만 용감한 재단사들

8. 슬픈 화가 놋사/ 11. 세 마리의 물고기

12. 파소 씨 이야기/ 13. 호아오의 점프

14. 포도 한 송이/ 17. 저마다 다른 모습

18. 하를렘의 영웅, 한스/ 20. 창문

 

처음 만나는 것이 이 정도이니, 내가 대체 어떤 책을 읽으면서 자랐는가. 하는 자괴감마져 들게 된다. 무려 12편, 여기 실린 책 20편에서 반이 넘는다.


해서 그때 읽지 못했던 동화들을 어린 시절로, 동심으로 돌아가 읽었다. 재미나게 읽었다.

학교에서 돌아와 가방에서 동화책을 꺼내 읽는 소년의 심정을 상상해가며 읽었다.

 

<슬픈 화가 놋사>

 

중국 전설에 나오는 이야기다. 

 

화가들은 머리가 좋아서 좋은 생각을 많이 떠올리잖아. 게다가 넌 다른 화가들보다 훨씬 뛰어나니까. (62쪽)

 

이 말에 눈길이 간다. 맞는 말이니까.

지금껏 그림을 많이 보아왔는데, 그림들을 공부하면서 느낀 게 바로 그것이다.

화가들의 안목은 남다르다는 것, 일반인과는 보는 눈이 다르다. 그게 바로 머리가 좋다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이야기를 되짚어보자.

중국의 어느 산골에 그림 잘 그리는 아이가 있었다. 이름은 놋사.

그림을 잘 그린다는 소문이 궁궐에까지 퍼지는 바람에 놋사는 궁궐로 불려가 그 안에서, 황제만을 위해 그림을 그리게 된다.

그러나 궁궐에 갇히다시피 된 놋사는 마치 화려한 새장에 갇힌 새가 된 기분이어서 슬프기만 했다. 그래서 그림을 그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마침 그 궁궐에 미스카라는 궁녀가 도움을 준다.

“너무 슬퍼서 그림을 그리지 못하는구나, 하지만 힘을 내서 단 하나라도 그려야 해. 힘을 내렴.”

 

이 말에 힘을 얻는 놋사는 그림을 한 점 그린다.

그림이 너무 예뻐서 황제는 그 그림을 손님을 대접하는 방에 걸어두었는데, 거기는 고귀한 사람들만 드나들 수 있어, 그림을 그린 놋사는 들어갈 수 없었고 해서 자기 그림을 볼 수조차 없었다,

 

그런저런 곡절을 겪은 놋사는 궁밖으로 도망치려고 하는데, 그게 가능할까?

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화가는 머리가 좋다는 것을.


궁리 끝에 묘안을 짜낸다. 그리고 놋사는 미스카와 함께 보기좋게 궁궐을 탈출한다.

어떤 방법으로?

궁금하시면, 이 책 63쪽을 읽어보시라.

(아, 참 힌트는 제공한다. 그림을 참고하시라)



 

여기에서 그와는 별개로, 감정사용법이 등장한다. 이 동화을 읽으면서 꼭 얻어야 할 필수 지혜이기도 하다. 필요한 일이다. ‘다른 사람의 슬픔을 이해하는 법’

 

다시, 이 책은?

 

자, 이 동화를 어릴 적 읽었더라면?

어느 정도 이해했을까? 과연 이 동화 속에서 놋사의 감정, 슬픔을 느낄 수 있었을까?

아마도 아니었을 것이다. 타인의 감정을 헤아리는 데 미숙했을 것이다. 지금도 그러한데 하물여 어릴 적에는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생각하게 된다. 동화는 세상물정을 어느정도 알게 된 다음에 다시 읽어야 한다는 것을.

 

여기에는 그리스 신화에서 가져온 이야기도 있다.

10. 아이네아스와 트로이의 몰락

16. 아킬레우스의 복수

 

또 셰익스피어에게서 가져온 이야기도 있다.

19. 로미오와 줄리엣

 

과연 그런 이야기들을 어린 내가 읽었다면?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었을까? 지금이니까 그나마 이해하는 정도인데 그때라면?

 

이 책은 그런 차원에서, 어른이 되어서도 이런 동화를 읽어야함을 절실하게 깨우쳐준다.

이 책을 읽고, 그런 깨달음 얻게 되어 다행이다.


다른 독자들도 각기 어떤 깨달음을 얻을 게 분명한데, 나는 동화책을 가능한 열심히 읽어야겠다는 각오를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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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나의 사랑
지연리 지음 / 창해 / 202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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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왕자 나의 사랑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저자는 <어린 왕자>를 붙들고 매 장마다 씨름을 한다.

어떤 때는 과거를, 어떤 때는 미래를 생각하면서, 깊은 우물에서 맑은 물을 길어올린다.

독자들은 그런 물에서 철학도, 심리학도, 종교도 맛볼 수 있다.

 

저자의 이력을 살펴보니, 이런 말이 보인다.

종종 허공에서 건져낸 짧은 문장을 기록하고, 그 문장에서 글과 그림, 삶을 지속할 영감을 얻는다.

 

그런 저자이니 <어린 왕자>에서 물을 길어올리는 것쯤이야, 누워서 떡먹기 아닐까?

그런 물은 목마른 독자들에게 꿀 같은 맛일 것이니. 이 책 차분하게 읽어볼 일이다.

 

저자는 저자의 글 뒤에 <어린 왕자> 번역본을 실어놓았는데, 이는 저자가 직접 번역한 것이라 한다. 그러니 독자들은 저자의 글과 동시에 신선하게 번역된 생텍쥐베리의 글도 읽어가면서 <어린 왕자>를 만날 수 있다.

 

저자의 첫 번째 글

 

저자가 <어린 왕자>를 읽으며 처음 문을 연 글이 <모자 그림이 무서운 이유>다.


저자는 일단 과거로 돌아간다.

표현도 재미있지. 내가 사과 세 알만큼 작았을 때, 꿈을 꾸었단다. (16쪽)


세알만큼 작았을 때 꿈에서 코끼리를 그린 기억이 있는데 그후 까마득히 잊었다가 다시 코끼리를 보게 되었는데, 그게 바로 <어린 왕자>에 등장하는 코끼리였다는 것이니. 기억은 그렇게 소환되는가 보다.

 

그렇게 시작한 <어린 왕자>와의 만남.

<어린 왕자> 속의 코끼리는 어느새 불교 설화집에 등장하는 코끼리가 된다.

그런 이야기 끝에 내린 결론은?

 

세계는 단순히 ‘보는 행위’로만 포착되지 않는다.

그리고 이런 말로, 그 첫 번째 장을 마무리한다.

 

눈먼 자들의 나라를 빠져나오니 어느덧 저녁.

다시 찾아온 3월의 창밖은 연초록 잎으로 푸른 물을 입을 준비중이다.(21쪽)

 

이런! 3월을 보며 쓴 글을 가을을 맞이하는 9월에 읽다니. 시간차가 조금 크게 있다.

해서 이 책을 다시 읽되, 이번에는 3월에 읽어야겠다는 생각 하나를 메모해서 적어둔다.

 

두 번째 글은?

 

<조그만 집과 코끼리, 그리고 뱀과 양>이다.


양 이야기가 나오니, 먼저 <어린 왕자>에 나오는 그림 살펴보자.

양이다. 양이 아니라니, 상자 속에 양을 넣어준다.



두 번째 글, 여기에는 어떤 생각이 들어있을까?

저자가 여행 중에 만난 아이의 이야기다.

 

그날 아이와 나는 별다른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 공통으로 아는 단어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곧 말을 대신할 표현이 세상에는 많음을 배우게 되었으니. 진심을 담은 작은 선물이 그것이다. (26쪽)

 

그렇게 진행되는 이야기는 <어린 왕자>를 거쳐 게슈탈트 심리학으로 넘어간다.

‘전체는 부분의 단순한 합이 아니다.’

그리고 나서, 저자가 두 번째 장에서 마무리로 한 말은?

 

새로운 바다를 발견하려면 오래 붙잡고 있던 해안을 떠나야 함을 경험해 안다. (32쪽)

 

세 번째, 네 번째.......그리고

 

그런 식으로 <어린 왕자>를 읽고 길어올린 생각을 모아 놓은 글을 읽어간다.

하나 둘, 어느새 나의 생각도 저자를 따라가며 쌓여간다.

이 모두다 <어린 왕자>에게서 비롯한 것들이다.

 

그런 것들을 글로 옮기려면, 저자가 한 것처럼 나도 또 한권의 책이 나와야 할 듯하다.

그럴 정도로, 이 책 생각에 차곡차곡 쌓아놓게 한다.

 

다시, 이 책은?

 

<어린 왕자>를 읽으며 항상 이런 생각을 했었다.

이건 단순하게 후루룩 읽어버리고 말 책이 아니다.

줄거리나 그 속에 들어있는 에피소드 몇 개 기억하는 것으로 끝낼 책이 아니라는 생각을 매번 했었다.

 

해서 어떤 때는 낱말 하나를 가지고, 혹은 문장 하나를 붙들고 씨름도 한 적이 있었다.

<어린 왕자>는 분명 그렇게 읽어야 하는 책이기 때문이다.

어른을 위한 동화이니 조금은 다르게, 더 깊게 들어가 그야말로 물을 길어올려야 할 게 아닐까.

 

그런 나의 바람을 충족시켜 주는 책이다.

<어린 왕자>을 읽으며 미처 챙기지 못했던 생각들을, 비로소 이 책 <어린 왕자, 나의 사랑>을 읽으면서 챙길 수 있었다.

<어린 왕자>는 이렇게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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