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해 - 세상의 중심이 된 바다의 역사
찰스 킹 지음, 고광열 옮김 / 사계절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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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해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책을 읽기 전에 들었던 생각

 

역사를 읽고 공부하다보면 어떤 특정 지역에 관해 정리해보고 싶어지는 경우가 있다.

흑해가 바로 그런 곳인데, 요즈음에는 우크라이나 때문에 그런 지역이 되었고

예전에는 트로이 전쟁이 그런 요인이 아니었나 싶다.

지금 더더욱 중요해지는 지정학적 요인을 담뿍 품고있는 지역, 흑해를

이 책을 통해서 더 깊게 알아보고 싶었다.

 

저자의 철저한 개념 정리에 찬사를 보낸다.

 

이 책의 전반에 걸쳐 저자는 지금까지 우리가 별 의심 없이 대하던 용어들에 대하여 세심한 주의를 기울여, 그 개념을 재정리하고 있다. 그런 점을 여기 적어둘 필요가 있는데. 이는 우리가 무심히 지나쳤던 많은 개념, 용어들에 대하여 제대로 정리하지 않고는 새로운 사고방식을 가질 수 없기 때문이다.

 

저자는 32쪽 이하에 지역, 변경, 민족이라는 개념을 철저하게 다시 들여다본다.

 

바로 이 부분이 그간 내가 찾고자 했던 그 어떤 것이다.

이 책에서 바로 내가 생각하고 있던 지역’, ‘민족에 관한 개념 정리를 만난 것이다.

세계사를 공부하려면 여러 개념을 정리하는 게 필요한데, 저자는 그것을 해주고 있다.

감사한 일이다.

 

먼저, 톨스토이가 전쟁에

 

그런데 흑해를 생각하니, 먼저 톨스토이가 떠오른다,

바로 톨스토이의 회심(이충우 번역, 대경북스)을 읽다가 이런 대목을 만났기 때문이다.

 

나는 전쟁터에서 사람을 죽였고, 살인을 하려고 결투를 신청했으며, 카드 도박으로 돈을 탕진했고, 농민들의 노동을 착취하며 그들을 괴롭히고 기만하며 방탕한 생활을 했다. (위의 책, 20)


스물 여섯 살이 되던 해 전쟁이 끝난 후 나는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돌아와서 작가들과 어울리게 되었다. (위의 책, 21)

 

톨스토이가 전쟁터에서 사람을 죽였다니, 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

그는 스물여섯살 때 전쟁에서 참전했는데. 그 전쟁은 바로 러시아와 서방 유럽 사이에 벌어졌던 크림 전쟁이다.

그러니 톨스토이는 이 책에 등장하는 흑해가 무대가 되는 크림전쟁에 참전했던 것이다. 확인해보니 1854년으로 그의 나이 26세 때의 일이다.

 

그 전쟁에서 러시아는 사상자가 522,200명에 달했는데, 그 중에 톨스토이가 들지 않는 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만약 그때 그가 그 전쟁중에 전사했더라면 우리는 그의 위대한 작품들을 만나지 못했을 것이다.

 

그 전쟁을 톨스토이는 기록으로 남겼는데, 바로 세바스토폴 이야기이다.

 

그 도시와 톨스토이가 이 책 흑해에 등장한다.

 

연합군은 발라클라바에 상륙하여 천천히 북쪽으로 나아가 육로로 세바스토폴을 공격했다.

항구 포위 공격은 11개월 동안 계속됐다.

연합군의 포격이 쉴 새 없이 이어졌고, 러시아 수병은 이제 사실상 육군으로 변해 참호를 파고 장기전을 치르다가 막심한 피해를 보았다. (318)

 

당시 이 도시의 젊은 포병장교였던 톨스토이는 포위 공격 마지막 몇 달 동안 러시아 요새의 광경을 기록했다. (318-319)

 

결국 러시아는 세바스토폴에서 철수했고, 러시아는 패배했다.

 

이 도시는 근대 유럽에서 알려진 가장 피비린내 나는 전투의 현장이었다. 전쟁 초기 약 43,000명이었던 인구는 이제 6,000명도 되지 않았다. (325)

 

흑해의 역사가 바로 전쟁의 역사?

 

그런 전쟁, 수많은 전쟁이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데, 이 책의 주인공인 흑해를 둘러싼 전쟁 역시 많았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인가? 여기 기록된 수많은 전쟁을 읽으면 인류의 역사가 그대로 보인다.

 

지명의 변천사

 

흑해는 언제부터 흑해라 불렸을까?

이에 대한 기록은 다음과 같다.

흑해가 다른 이름으로 불리던 시기와 그 시기별로 관련된 역사를 살펴보고 있다.

 

폰투스 에욱시누스 기원전 700~기원후 500

마레 마조레 500~1500

카라 데니즈 1500~1700

초르노예 모레 1700~1860

흑해 1860~1990

 

흑해 관련 역사의 기록

 

흑해와 관련된 역사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흑해의 탄생부터, 이 부분 기록할 필요가 있는데 바로 그리스 신화에서 흑해가 등장한다.

그리스인들은 세계의 모든 외곽 경계를 규정하던 특징들을 이 흑해 바다에 부여했다. (61)

 

해서 그리스 신화의 많은 영웅들과 이야기들에 흑해가 등장한다.

 

이밖에도 길가메시 서사시와, 성경 창세기에 얽힌 대홍수신화,

오스만제국·러시아제국·소련으로 이어지는 열강들의 각축과 두 차례의 세계대전,

그리고 냉전을 거쳐 오늘에 이르는 인류 역사의 한 축이 흑해와 관련되어 진행이 되고 있다

 

다시, 이 책은?

 

저자는 이 책의 서두에 이런 문제의식을 드러내 보인다. 저자의 발언 들어보자.

 

역사와 사회 연구에는 육지 중심의 편견이 깊이 뿌리박혀 있다. 우리는 역사와 사회생활이 땅 위에서만 일어난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물 위에서 일어나는 일들, 예컨대 바다를 항해하거나 강을 타고 내려가는 여정은 단지 배우들이 목적지에 도착해서 펼칠 진짜 연기를 위한 무대 장치에 불과하다고 여기는 것이다. (25)

 

그렇게 우리 인류의 역사는 땅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기록되어 왔다. 이런 오랜 전통(?)에 저자는 이의를 제기한다.

 

그러나 대양과 바다, 강들은 단순히 통로나 경계가 아니라 인간의 상호작용과 교류라는 독특한 이야기들의 핵심 주역으로서 자기만의 역사가 있다. (25)

 

그렇다면, 우리가 바다를 중심으로 한 역사를 살펴보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두 가지로 살펴볼 수 있다.

 

첫째는, 우리의 지리적 시선을 토지에서 수역으로 옮기면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지역이나 민족같은 명칭과, 우리가 세상을 분할하는 방식에서 이런 안이한 범주가 지닌 특권적 역할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둘째는, 장소의 의미 자체에 관해, 그 의미가 시간이 흐르면서 어떻게 달라지는지, 그리고 우리가 여러 민족과 문명 사이에 그어놓은 지적 경계선들이 생각보다 얼마나 훨씬 더 자의적인지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25)

 

그런 문제 의식을 가지고 저자는 바다의 하나인 흑해를 들여다본다. 흑해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역사의 변천을 흥미진진하게 기록하고 있다.

인류 역사의 한 부분이 흑해를 무대로 하여 진행되고 있다는 것, 그런 기록을 만난다.


육지에만 머물던 나의 시선이 이제 바다에, 흑해까지 넓어지는 기쁨 맛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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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 숨은 경제학 - 서양 고전 24편으로 읽는 경제 이야기
박정희 지음 / 더로드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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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 속 숨은 경제학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책을 읽기 전에 했던 생각들

 

이 책 소개글을 읽으면서 놀랐던 대목이 있다.

<생산자의 열정과 한계 — 『로미오와 줄리엣이란 항목을 읽고는 깜짝 놀랐다.

로미오와 줄리엣을 분명 읽었는데, 거기에서 경제학이란 렌즈를 들이댈 것이 있었던가, 하는 놀라움이었다.

이 책은 그렇게 나에게 새로운 안목을 줄 것이라, 아주 의미있는 책이라 생각하며 책을 펼쳤다.

 

읽으면서, 역시나!

 

그랬던 나의 생각이 역시 맞았다. 이 책의 어느 대목 하나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나를 각성시키고, 책에 대한 내 생각을 새롭게 만드는 계기가 되었다.

 

이런 부분들이다.

위에서 언급한 로미오와 줄리엣에서 새롭게 본 것이 어떤 것인가?


바로 로미오가 죽기 위해 독약을 사는 과정에서 경제학이 등장한다.

사실 그 작품 읽을 때애 독약에 대한 부분, 그냥 읽었지. 거기에서 경제학을 떠올릴 수 있었던가? 몇 번을 읽었지만 그 독약, 그저 안타깝기만 했지 거기에서 경제학을?

 

그런데 이 책은 다르다.

저자는 냉철하게 독약에서 경제의 법칙을 찾아낸다.

 

독약은 법으로 금지된 희소한 물건이다. 약사가 감수해야 할 한계 비용은 단순한 재료비가 아니라, 발각되었을 때의 처벌이라는 막대한 위험비용이었다. 일반적으로 한계 비용이 높으면 공급은 줄어들지만, 로미오가 제시한 높은 가격은 그 위험을 덮고도 남을 만큼의 보상이 되었다. (93)

 

이런 대목들이다. 그저 줄거리만 따라가며 읽었던 나의 독서 행태에 따끔한 일침이라고나 할까.

 

저자의 말을 더 들어보자.

 

이 장면은 단순한 비극이 아니다. 시장 규제와 욕망이 충돌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93)

 

그런 상징적인 장면에서 나는 그저 독약 그 자체만 보고말았으니, 같은 것을 보면서도 나는 헛것을 본 것이나 진배없다. 이러니 이런 책 읽어서 독서의 행태를 점검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독서도 방법이 중요한데, 그 방법 새롭게 더한다.

 

이 책은?

 

우선, 이 책에서 읽어주는 책들을 살펴보자.

모두 24권이다. 거기에서 읽은 책과 아직 읽지 못한 책으로 구분이 된다.

다행스럽게도 읽은 책이 있긴 하지만 아직 접해보지 못한 책도 있다.

 

에밀 졸라의 목로 주점제르미날, 그리고 역시 에밀 졸라의 , 이렇게 세 권이다.


그러고보니 공교롭게도 읽지 못한 책 세 권 모두가 에밀 졸라가 쓴 책이다.

그말은 에밀 졸라가 좀더 당시 현실에 밀착된 이야기를 소설의 소재로 삼았다는 의미일 것이다. 당시 벨 에포크 시대 어느 계층에서는 문화와 예술의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경제에 관련된 안목으로 따져야 할 게 많았다는 말이 아닐까?

 

예컨대 을 살펴보자.

 

19세기 후반, 산업화의 불길이 타오르던 프랑스 파리는 자본과 욕망이 폭발하던 거대한 실험장이었다. 에밀 졸라는 그 한가운데에서 인간의 탐욕, 금융의 광기, 그리고 신뢰가 무너질 때 경제가 어떻게 붕괴하는지를 냉철하게 보여준다. (147)

 

주인공 사카르는 끝없는 야망의 화신이다. 그는 가상의 은행을 세우며 신앙과 애국심을 내세워 투자자들의 감정을 조작한다. 주가는 폭등하고 파리 증시는 광기의 축제가 된다. 그러나 우리는 안다, 이런 상황에서 그 끝엔 반드시 무언가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난다는 것을!

 

결국 소설 이 말하는 핵심은 놀랍도록 단순하다. 돈은 신뢰 위애 존재한다는 것이다.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금융은 재앙이 되고 인간 사회는 무너지는 것이다.


그러니 지금 우리 시대, 현실에서 여기저기 일어나는 일들을 마치 본 것처럼 예언하는 글을 쓴 작가 에밀 졸라의 통찰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다.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경제학은 숫자를 계산하는 기술이 아니라, 인간의 삶을 이해하는 지혜의 기술이다. (23)

 

경제 체제를 이해한다는 것은 단순한 교과서의 분류를 외우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정부정책을 평가할 수 있는 기준을 갖는 것이다. (77)

 

돈은 흐름이다. 그러나 그 흐름의 방향은 언제나 인간의 도덕이 정한다. (249)

 

다시, 이 책은?

 

저자는 이 책을 학생들이 경제를 외우는 대신, 살아 있는 이야기처럼 느낄 수는 없을까,하는 마음에서 썼다한다. 이야기, 즉 문학에서 경제가 살아 움직이는 것을 포착해 그것을 쉽게 풀이하고 있다.

 

문학에서 경제가 살아움직이는 모습을 포착하며 그것을 통해 우리 사회가 어떻게 움직이는가을 알아가는 안목이 생긴다. 경제를 읽는 방법, 그리고 문학에서도 경제를 읽어내는 안목이 생긴다. 인식의 지평이 넓어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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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애나 일러스트 리커버)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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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먼저, 이것부터

 

폴 오스틴, 잠깐이라도 다시 살아나 이 책의 마지막을 다시 덧붙여 마무리하면 안될까?

이 책의 마지막 문장을 그런 식으로 끝내다니, 아무래도 폴 오스틴을 다시 소생시켜야 될 듯 하다.

 

그렇게 해서 우리의 주인공은 이마의 상처에서 계속 피가 흐르는 채로 얼굴에 바람을 맞으며 도움을 찾아 길을 떠나고, 첫 번째 집에 이르러 문을 두드릴 때 S. T. 바움가트너 모험담의 마지막 장()이 시작된다. (245)

 

이렇게 끝? !

혹시 이 책의 출판사 편집자가 그 뒤에 있던 소설의 나머지 부분을 감춘 것이 아닐까.

지금 그렇게 걸어가는 바움가트너의 상황을 몰라서 그렇게 끝을 내면, 어쩌란 말인가?

 

지금 저쪽에서는 비어트릭스 코언이 앤아버에서 프린스턴까지 차를 몰고 오겠다는데, 그래서 이제 바움가트너와 코언은 곧 만나게 될 것인데, 그 이야기를 해주고 어디든 가야지. 그걸 몰라라 하고 끝을 내다니. 그야말로 아이들 말로, ‘이건 반칙이다!’

 

이 책은?

 

이 책은 소설이다.

폴 오스틴의 마지막 소설, 그래서 더 애틋하다.

위에서 밝힌 바와 같이 소설의 마지막이 독자들의 마음을 그런 식으로 헤집어 놓아, 더 애틋하다.

 

먼저 저자에 대해 여기저기 수소문해 보았다. 과연 어떤 작가인지?

 

[미국 문학에서의 사실주의적인 경향과 신비주의적인 전통이 혼합되고, 동시에 멜로드라마적 요소와 명상적 요소가 한데 뒤섞여 있어, 문학 장르의 모든 특징적 요소들이 혼성된 "아름답게 디자인된 예술품"이라는 극찬을 받은 바 있다. 그의 작품은 미국뿐만 아니라 유럽 문단, 특히 프랑스에서 주목 받고 있으며, 현재 20여 개국에서 번역 출간되고 있다.]

 

그래서 그의 작품 중 아주 매력적인 것이 많은데, 이제 더는 그의 작품을 읽을 수 없다니 아쉽고, 이 책이 그의 마지막 소설이라는 데 더욱 애틋한 마음이 들 수밖에 없다.

 

소설, 등장인물부터 살펴보자.

 

이 소설을 읽기 위해서 먼저 등장인물을 살펴보자.

일단 소설의 제목이기도 한 바움가트너가 있다. 그는 대학교 교수다.

퇴직하려는 중이다. (82)

 

소설의 시작 부분에서 그는 자신의 2층 방 책상에 앉아있다.

그는 지금 글을 쓰고 있다.

글을 쓰고 있다가 인용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것을 생각해내고, 인용할 내용이 있는 책을 가지러 아래층으로 내려간다.

가다가 ... 사건들이 벌어진다.

 

끝은 이미 위에 밝힌 바와 같다.

 

처음과 끝, 주인공 바움가트너의 위치는 결코 집을 벗어나지 않는다,

마지막 장면에서야 차를 타고 집을 나서는 장면에서 허무하게 끝이 난다.

 

그러니까 소설의 대부분이 집에 있는 바움가트너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생각과 회상 등으로 짜여있다. 그것을 통해 바움가트너의 조상부터, 죽은 부인의 이야기, 그리고 앞으로 만나게 될 사람, 즉 비어트릭스 코언에 관한 이야기까지 듣게 된다.

 

바로 그 점이 폴 오스틴의 매력이다. 독자들은 소설 속 주인공 바움가트너의 머릿속으로 빨려들어가 그의 인생을 함께 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하는 가운데 저절로 감정이입이 되고, 그래서 마지막 장면에서는 아쉬움을 토로하게 될 수밖에 없다.

 

이런 진행을 역자는 이 소설이 작지만 마치 나뭇가지처럼 다양한 각도로 가지를 잘 뻗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249) 라고 설명해주고 있다.


그렇다. 폴 오스틴은 바움가트너라는 나무를 한 그루, 아주 커다란 나무를 심고 키워 독자들에게 보여주고 있는데, 그 나무에는 많은 가지들이 달려있고, 그 가지들을 살펴보는 재미 또한 쏠쏠한 것이다.

 

그 덕분에 우리는 주인공의 안내를 따라 아주 오래전에 생긴 가지부터 최근에 생긴 가지까지 하나하나 찾아가 오래 머물 수 있다. (249)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그의 소설이 좋다는 것은, 읽으며 음미할 대목이 많은 것도 한 몫을 한다.

줄거리도 줄거리지만 이런 글 읽으면 저절로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없다, 해서 좋은 것이다.


산다는 건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고통을 두려워하며 사는 것은 살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68)

 

외로움은 사람을 죽여요, 주디스. 그건 사람의 모든 부분을 한 덩어리씩 먹어 치우다 마침내 온몸을 삼켜 버려요. 다른 사람들과 연결되지 않은 사람에게는 삶이 없는 것과 같죠. 운이 좋아 다른 사람과 깊이 연결되면, 그 다른 사람이 자신만큼 중요해질 정도로 가까워지면, 삶은 단지 가능해질 뿐 아니라 좋은 것이 돼요. (123)

 

그 순간 그는 자신이 얼마나 작은지 깨닫는다. 우주를 구성하는 다른 수많은 작은 것들과 연결된 작은 것. 잠시 자기 자신을 떠나 삶이라는 둥둥 떠다니는 거대한 수수께끼의 일부가 된 느낌이 얼마나 좋은지. (151)

 

다시, 이 책은?

 

이 책은 소설이다.

소설 속 주인공 바움가트너는 자신을 이렇게 정의한다.

 

7교도소 3층의 유일하게 비지 않은 방에서 아직도 복역하고 있는 늙은 무기수. (202)

 

이에 대해서는 128쪽 이하의 <종신형>에 자세히 나와있다.

이주 이런 대목이 있다.

 

문장들로 이루어징 작품을 구축하려면 하나의 문장에 반드시 다음 문장이 따라와야만 하기 때문에 하루종일 큰 집중이 요구되는데 (.......) (130)

 

무기수가 되어 글을 쓰는 작가를 묘사하는 대목인데, 그게 어찌 작가에게만 해당되는 것일까. 글을 읽는 독자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독자들도 문장들로 이루어진 작품을 읽어가려면 큰 집중이 요구되는데, 물론 그건 작가에 따라 또한 작품에 따라 그 정도가 다를 것이다.

그러면, 폴 오스틴의 경우는 그 정도가 어떨까

나로서는 큰 집중, 대단히 큰 집중이 요구된다고 본다, 왜냐고? 다른 이유 없다. 그가 폴 오스틴이기 때문이다. 폴 오스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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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심리학
이기동 지음 / 모티브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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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의 심리학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은?

 

매스컴뿐만 아니다. 주변에서도 심심치않게, 당했다는 소리가 들려온다.

당한 사람들 말들이 똑같다. 어찌 그리 같은지.

감쪽같이 속았다. 어찌 그럴 줄 알았겠냐

그런 소리 해봐야 아무 소용없다이미 돈은 날아간 다음이다.

땅을 치고 후회한다는 말이 여기 해당한다.

 

그러니 무엇보다도 사기를 당하는 과정을 알아두고 예방하는 수밖에 없다.

당하지 않으려면, 범죄에 당한 사람들의 사례를 철저히 알아 어야 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사기 범죄 예방 방법을 자세하게 알려준다.

 

저자가 누구이기에?

 

저자는 한때 범죄를 행하던 사람이었다. 일명 범죄자.

저자는 과거 조직폭력배의 대포통장 모집책이자 총책으로 활동했다. 그결과 소년원과 교도소를 거쳤다. 그래서 누구보다 범죄의 구조를 잘 아는 사람이다. 해서 이런 책을 아주 실감나게 쓰게 된 것이다.

 

신문 기사에 보니, 저자가 등장한다.

 

[협박하던 사채업자 "팬입니다"'어둠의 세계'서 온 해결사 정체

불법 사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던 데에는 그의 젊은 시절 경험이 한몫했다. 그는 청춘을 어둠의 세계에서 보냈다. 20대 시절 8년간 보이스피싱 조직의 대포통장 모집 총책으로 활동했다. 범죄의 대가로 26개월간 감옥생활도 했다. 10대 땐 폭력 사건 등으로 소년원을 두 번 다녀오기도 했다.]

[출처:중앙일보] https://www.joongang.co.kr/article/25057728

 

이제는 범죄를 예방하는 편에 서서 활동중이다. 해서 이 책은 더욱 신뢰할만하다.

 

이 책의 내용은?

 

당한 사람들이 바보라서 당한 것이 아니다. 누구든지 당할 수 있다.

 

저자는 말한다.

금융범죄는 특정 누구만을 노리는 범죄가 아니다. 전세계 모든 사람이 잠재적 피해자다. (11)


그러니 범죄의 각종 형태를 알아두는 게 좋다. 알아두어서 손해날 것 하나 없다.

 

그런 범죄사례들만이 아니라, 범죄자들이 평범한 사람의 심리를 어떻게 조종하는지에 대한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사례 또한 알아볼 수 있다.

 

이런 사례들 알아두자.

 

금융 범죄 조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아두자.

 

중국, 필리핀, 베트남, 캄보디아, 미얀마, 라오스 등지에 거점을 두고 활동한다,

그런 곳에서 대개는 한국인과 공모해 조직을 갖춘 일당들이 암약하는데, 해외에 거점을 두고있기에 특정하기가 어렵고, 검거 또한 어렵다.

 

그런 조직은 이런 모습을 하고 있다.

 

총책, 해커 연구팀, 콜센터 조직, 변작 중계기. 대포통장 등 공급조직, 인출(자금세탁).

 

이중에서 변작 중계기는 이렇게 운용이 된다.

 

전화번호를 임의로 변조하는 장치로, 보이스피싱 등 계획적인 금융 범죄에 사용된다.

국제 전화나 인터넷 전화를 국내 일반 전화처럼 보이게 변환해 중계하는 장비다. (15)

 

이러니 당하는 사람들은 국제전화인데도 불구하고 일반 국내전화로 받게 되는 것이다. 참으로 놀랍고 무서운 일이다. 국내 전화로 걸려오니, 아무런 의심없이 받게 되는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22쪽에서부터 더 자세한 내용을 알려주는데, 이런 것들을 우리가 꼭 알아두면 좋겠다. 범죄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를 알아야, 대처를 잘 하게 되니까 말이다.

 

이런 사례들도 알아두자.

 

스마트폰을 좀비폰으로 만드는 8단계.

 

피해자의 핸드폰에 악성코드를 심은 다음에 그것을 토대로 범죄를 저지른다.

그 과정에 이런 일들이 일어난다.

 

유포단계 설치 단계 활성 단계 금융 피해단계

악성 코드 감염여부 확인방법

유심 계좌 추가 피해구조

 

여기서 유포단계에서 피해자는 속아 넘어가서 그런 사기를 당하게 된다.

그러니 감염 예방 방법과 감염 의심시 즉시 조치사항도 알아두자. (32)


다시, 이 책은?

 

그런 것들 여기 일일이 소개할 수 없어 아쉽다.

피해를 당하지 않는 방법은 오로지 조심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데 무엇을 조심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것이 알고 싶다!

 

범죄의 잠재적 피해자인 우리들 일반인은 무엇을 조심해야 하는지조차 모른다.

여기 이 책에 보면, 그런 범죄의 수법은 참으로 다양하며, 범죄자들을 또 새로운 수법을 연구 개발하여, 피해자를 노리고 만들어낸다.

 

우선 일차적인 방법은 이 책을 읽어, 무장하는 것이다.

지피지기 백전백승, 이라는 전법의 기초는 범죄 예방에도 적용되는 것이다.

범죄자들의 행동 행태, 알아두면 속지 않는다, 당하지 않는다.

그러기 위해 이 책, 꼭 읽고 알아두자, 새겨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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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순례
헤르만 헤세 지음, 육혜원 옮김 / 이화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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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방순례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의 제목 동방 순례에서 동방은 어디일까?

 

이 책을 제대로 읽기 위해서는 먼저 제목의 이해가 필요하다.

동방 순례, 즉 '동방으로 가는 순례'라는 말인데, 동방은 어디를 말하는 것일까?

 

그곳이 어디인가는, 여기쯤 오니까 비로소 알게 되는데, 그때부터 읽기에 속도가 붙기 시작한다.

 

공간적으로 이동한 것이 아니라 시간을 거스르며 여행했기 때문이다.

우리의 여정은 동방으로 향하고 있었지만 동시에 우리는 중세로도, 또 황금시대로도 행진을 했다. (43)

 

우리의 목표가 단지 동방만은 아니었기 때문이다. 아니, 더 정확히 말하면 동방이라는 것은 단순히 어떤 나라나 지리적인 장소가 아니었다. 동방은 영혼의 고향이자 청춘이었고, 어디에나 있으면서도 아무데도 없는 모든 시간이 하나가 되어버린 그런 곳이었다. (44)

 

유럽의 절반과 중세의 한 부분을 가로질러 온 뒤, 이탈리아 국경에 이르러(.......) (61)

 

, 동방은 단지 지리적인 장소를 말하는 게 아니다. 그렇게 이해하고 나니, 그제서야 이 책의 전체 모습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그런데 저자는 왜 이런 말을 하는 것일까?

 

저자는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어렵다는 말을, 되풀이하고 있다. 왜 그럴까?

 

만약 독자들을 공동체의 비밀 속으로 이끌어 들이는 것이 허락되기만 한다면 우리가 행한 일들이 펼쳐졌던 그 차원, 그리고 그 행위들이 속하는 영혼의 체험들을 비교적 쉽게 전달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허용되지 않기에, 많은 것들이 어쩌면 모든 것이 독자에게는 믿기 어렵고 결국은 이해할 수 없는 것으로 남을지도 모른다. (14)

 

그리고 말이 지니고 있는 한계에 대하여 역설한다.

 

언젠가 동방에서 온 현명한 친구 싯다르타는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말이란 숨겨진 깊은 뜻에는 이롭지 못하다. 모든 것이 언제나 조금씩 달라지고, 조금씩 왜곡되며, 조금씩 어리석어진다. 그렇지만 그것도 괜찮다. 나는 그것조차 기꺼이 받아들인다. 어떤 사람에게는 보물이자 지혜인 것이, 다른 사람에게는 언제나 바보 같은 소리로 들릴 수 있기 때문이다 .” (15)

 

 

이렇게 여러 전제를 깔고 시작하는 글이기에, 읽을 때마다 다시 읽고 되새김질을 하지 않을 수 없다.

 

레오의 실종, 아니 레오의 존재는 아주 중요한 사건이다,

 

레오의 실종, 이 책에서 가장 중요한 테마다.

하인 레오의 실종을 둘러싸고 온갖 중요한 테마가 흘러나온다,

 

그 의문은 모르비오의 골짜기에서 레오를 찾던 때에 시작된 것이다, (72)

 

여기서 레오는 철학의 주제로 바뀐다.

또 있다.

다시 레오를 만났을 때, 레오는 화자를 알아보지 못한다.

 

그는 십 년이 지나도록 거의 변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나 참으로 슬프게도 나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되어 있었다. (101)

 

그리고 다시 레오는 이번에는 결맹의 사자가 되어 등장한다.

따라서 레오의 정체, 레오라는 존재는 이 책에서 아주 핵심적이고 근본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대체 레오는 누구인가? 누구이기에 화자는 나의 형상은 레오에게 자신을 내어주고 그에게 흘러 들어가 그를 먹이고 강하게 하려했다.(.........) 그는 자라나야 했고, 나는 소멸해야만 했다’(167)고 말하는가. 대체 레오는 누구이기에?

 

헤세의 심정을 이렇게 전하고 있다.

 

나는 그 책을 쓰던가, 아니면 절망 속으로 떨어지던가 해야 했지. (84)

 

루카스가 한 말, 이 말의 의미는?

실상 헤세는 루카스의 입을 빌려 헤세의 심정을 전하고 있는 것이다.

<작품 해설>에서 해설자는 그렇게 인정하고 있다,

 

이 작품은 나르치스와 골드문트를 완성한 후 찾아온 창작의 우울을 극복하기 위해 집필되었다고 한다. (172)

 

비유와 상징, 그리고 은유가 가득하다.

 

이 책의 내용은 비유와 상징, 그리고 은유로 되어 있다.‘

따라서 그러한 것들을 이해해야만 이 책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이런 것이 그러한 예일 것이다.

 

(친구 루카스는) 우리가 거둔 성과, 티치노 지방의 몬타크 마을을 인도받은 일이 감명 깊었다고 했다. (79)

 

이 글 하단에 주석을 보면, 그 문장을 이렇게 풀어놓고 있다.

몬타크 마을은 스위스 몬타놀라를 의미한다, 한스 보드머가 몬타놀라에 있는 집을 헤세에게 선물한 것을 암시한다.

 

그러니 루카스의 말은 비유인 것이다. 이런 비유를 알지 못하거나, 이해하지 못하면 헤세의 이 책은 다른 방향으로 읽히게 된다.

 

또한 레오를 다시 만났을 때, 레오가 화자를 알아보지 못한다는 것 또한 은유에 속한다,

 

그는 십 년이 지나도록 거의 변하지 않은 것 같았다. 그러나 참으로 슬프게도 나는 전혀 다른 모습이 되어 있었다. (101)

 

밑줄 긋고 새겨볼 말들

 

나는 하인 레오에게 물었다. 왜 예술가들은 때때로 반쪽짜리 인간처럼 보이는 반면 그들이 창조한 형상들은 이토록 반박할 수 없을 만큼 생생하게, 살아 있는 것처럼 느껴지냐고 말이다. (54)

 

이에 대한 레오의 답변, 밑줄 굵게 그어야 한다.

 

어머니들도 그렇지 않습니까. 아이를 낳아 자신의 젖과 아름다움, 힘을 다 내어주고 나면 정작 그들 자신은 눈에 띄지 않게 되지요. 그리고 아무도 더는 그들을 찾지 않게 되지요. (55)

 

어떤 물건이 손에서 사라지게 되면 유독 더 소중해 보이고, 당장 손에 쥔 어떠한 것보다도 없어서는 안 될 것처럼 느껴지곤 한다. (64)

 

문학 작품 속에 서술된 인물들이 그들을 창조해 낸 작가의 모습보다 더 생생하고 사실적일 때가 많다. (168)

 

다시, 이 책은?

 

이 책의 내용은 비유와 상징, 그리고 은유로 되어 있다.‘

따라서 그러한 것들을 이해해야만 이 책을 비로소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이 비유와 상징, 그리고 은유는 항상 그대로 고정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이 책을 몇 번, 아니 단 두 번만 읽어도 그것을 느끼게 될 것이다.

처음 읽었을 때는 이렇게 이해되면 글이 두 번째로 읽으면 다르게 이해되는 식으로 말이다

 

그래서 이 책을 다시, 또다시 읽고 다시 리뷰를 쓰게 된다면 분명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될 것이다.

그처럼 이 책은 몇 번이고 읽어야 할 책이고, 그때마다 독자들은 헤세라는 샘에서 맑은, 더 맑고 시원한 물을 길어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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