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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 속담이 말한다 - 사랑은 수고를 아끼지 않는다
정종진 지음 / 군자출판사(교재) / 2025년 8월
평점 :
사랑, 속담이 말한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의 특징
이 책은 술술 읽힌다.
밥은 바뻐서 못먹고 술은 술술 잘 넘어간다. 는 말이 속담이던가 재담이던가?
어쨌든 그 말처럼 술술 잘 읽힌다. 왜 그럴까?
저자는 속담을 문장 속에 적절하게 배치해놓아, 술술 읽히게 글을 쓴다.
생각해보라, 우리 속담치고 운율이 맞지 않는 게 없다.
그렇게 운율이 잘 맞아떨어지니 문장이 그 운율을 타고 잘 넘어가는 것이다.
이런 글 읽어보자.
입이 하는 일은 참으로 많다. 몸에 있는 모든 기관이 다 중요한 것은 물론이다. 그런데 ‘몸뚱이가 만 냥이면 눈이 구천 냥이라’고 한 말은 지나치다 하겠다. (114쪽)
속담이 인용된 문장, 여기 세 번째 문장 덕분에 앞에 있는 말이 좀 딱딱하지만 전체적으로는 잘 읽히지 않는가? 그래서 이 책의 모든 글이 잘 읽히는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은?
이 책은 사랑에 관한 속담을 다음과 같이 분류해 놓았다.
01장 ‘사람에게는 저마다 짝이 있다’
02장 ‘물을 쏟으면 줄고, 정은 쏟으면 붇는다’
03장 ‘성격이 팔자다’
04장 ‘개도 사랑할 땐 운율에 맞춰 짖는다’
05장 ‘돈으로 비단은 살 수 있어도 사랑은 살 수 없다
06장 ‘몸이 천하라’
07장 ‘남녀 음양에는 임자가 따로 있다’
08장 ‘총각 처녀 중매는 개 빼놓고는 다 된다’
09장 ‘혼사는 일 중의 일이라’
10장 ‘살대고 살면 정이 생긴다’
11장 ‘정든 부부는 도토리 한 알만 먹어도 산다’
12장 ‘정떨어진 부부는 원수만도 못하다’
13장 ‘반짝 사랑 영 이별’
14장 ‘홀아비 사정은 과부가 알아준다’
15장 ‘주색에는 선생이 없다’
16장 ‘남녀 간의 정분이란 하늘도 모른다’
17장 ‘음양에는 천벌이 없다’
18장 ‘샛밥은 한번 먹으면 못 끊는다’
19장 ‘화류계의 정은 삼 년, 본딧 정은 백 년’
20장 ‘주색은 사람을 함정에 빠지게 한다’
21장 ‘거시기에는 염치도 없고 체면도 없다’
22장 ‘정이 원수요, 정이 병이다’
23장 ‘젊어서는 색으로 살고, 늙어서는 정으로 산다’
24장 ‘늦게 든 정이 더 뜨겁다’
다소 길다 싶지만, 인용해 놓은 것은 타이틀 자체가 속담이니. 속담 공부도 할 겸해서 옮겨 놓은 것이다.
사랑에 관한 속담이 이렇게까지 분류할 정도로 많다는 게 놀랍기 짝이 없다.
그정도로 사랑은 말이 많은지도 모른다. 인간 살아가는 모든 곳에 사랑이 빠질 수 없는 일이니, 그럴만도 하다.
‘개도 사랑할 땐 운율에 맞춰 짖는다’ 는 속담도 처음 듣는다.
그런데 듣고 보니, 제법 그럴싸하다. 개도 짝을 찾아 다닐 때, 알맞은 짝을 만나게 되면 상대방을 배려해야하니 사납게 짖어댈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러니 개도 사랑할 때면 짖는 것조차도 예쁘게 해야 한다는 것, 그래서 운율에 맞게 짖는다는 말, 맞는 말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친동물적 속담을 만들어내는 우리 민족, 대단하다 싶다.
이런 속담도 있는가, 감탄할 정도다.
우리말 속담을 제법 알고 가끔은 속담을 인용하며 말도 글도 하지만, 이 책에 나오는 수많은 속담들을 대하니, 정말 이런 속담도 있구나, 하며 감탄할 지경이다.
그래서 이 책은 속담집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상은 요지경, 이란 말도 속담이렀다.
그리고 이런 속담 처음 듣게 된다.
소에게 한 말은 안 나도, 아내에게 한 말은 난다. (253쪽)
씨도둑은 못한다. 사랑 씨는 훔치지 말랬다, 는 정도는 알겠는데 이런 속담도 있단다!
주전부리에 난 자식이 닮는다. (270쪽)
재미난 속담, 우스운 속담도 배우고 가자.
여자는 첫차를 타야 팔자가 피고, 남자는 막차를 타야 신수가 핀다. (147쪽)
이 속담은 아무래도 우리나라에 차가 들어온 다음에 만들어진 것 같다.
돌은 내가 들어놨는데, 가재는 엉뚱한 놈이 잡는다. (271쪽)
부부싸움에 대해 ‘부부싸움은 칼로 물베기’란 속담은 알고 있는데 이런 것은 또 처음 듣는다.
부부 싸움은 개도 못 말린다. 부부 싸움은 개싸움이다.
아, 요즘은 개가 상전이니까 부부싸움하다가도 개가 와서 안기며 아양을 떨면 부부싸움 그치는 게 아닐까. 해서 그 속담 이렇게 바꿀 수 있겠다.
부부싸움에는 개가 최고!
마땅히 경계로 삼아야 할 속담들
그런데 속담의 제일가는 기능은 경계에 있지 않을까?
우리가 잘 아는 속담, ‘바늘 허리 매어 못쓴다’가 바로 그런 속담이다.
그래서 이 책에서 말하는 사랑에 관한 속담 중, 그런 기능을 하는 속담을 따로 챙겨보았다.
혓바닥 묶어 놓은 장사 없다.
입이 원수다.
세치 혀가 다섯자 몸을 망친다.
몸이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
이 속담은 만국 공통인 듯하다. 영어에도 이런 속담이 있으니 말이다.
Out of sight, out of mind.
이런 말, 얼마나 사려깊은 속담인지 모른다.
샛서방 정은 삼년이고, 본서방 정은 백년이다.
또 있다. 화류계의 정은 삼년, 본딧 정은 백년.
이 책은?
이 책을 읽어보니, 정말 우리 민족은 슬기롭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이런 지혜를 품고 있는 속담들이 얼마나 많은지. 그런 것들은 우리 선조들이 살아가면서 실제 겪은 바를 모아 속담으로 갈무리해 놓은 것이리라.
이런 속담들, 특히 사랑에 관한 속담들을 잘 익혀 실제 사랑에 적용할 수 있다면, 우리 인간관계가 아름답게 진행되지 않을까.
이 책, 그런 속담들을 잘 모아놓았다. 그러니 이 책 독자들이 살아가면서 잘 사용하기만 한다면, 자다가도 떡을 얻어먹는 복을 받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