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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디츠 - 나치 포로수용소를 뒤흔든 집요한 탈출과 생존의 기록
벤 매킨타이어 지음, 김승욱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9월
평점 :
콜디츠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이 책을 열기 전, 들었던 생각
수용소라는 그 단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히틀러의 만행은 여러 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가장 극악무도한 곳이 바로 유대인 수용소가 아닐까?
그러나 그런 곳 말고도 전쟁 포로를 수용한 시설인 이곳도 더하면 더했지 덜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런 나의 생각을 여기 이 책에서 찾아볼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다시 한번 나치의 만행과 잔혹함, 새겨보고 싶었다.
그런데 이 책은 그런 차원의 이야기가 아니었다.
전쟁 중인데도 불구하고, 적의 수중에 잡혀서 수용소에 들어가 있으면서도, 이야기의 차원이 달랐다. 어떻게?
이 책은?
콜디츠, 지명이다. 독일의 어느 산 위에 우뚝 솟아 있는 성을 일컫는 말이다.
그 성은 무엇 하는 곳인가?
성이니까 성주와 그 가족이 살고, 그에 더하여 성주를 위해 일하는 하인들이 사는 곳일까?
아니다. 그곳은 포로수용소였다.‘
독일에 소재하고 있으니 독일인을 위한 포로수용소는 아니고, 바로 포로로 잡힌 사람들을 가둬 놓은 포로수용소였다, 2차 대전 때의 일이다.
이 책은 그곳을 무대로 하는데 과연 거기에서 어떤 일이 벌어진 것일까?
골디츠 성은 가장 다루기 어려운 포로들을 가두기 위해 감옥으로 활용된 곳이다. 그런데 그 곳에서는 탈출 시도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런 영웅담이 담겨있는 이야기인데, 그 기록의 양이 물경 450여쪽, 어마어마하다.
그런 방대한 양을 읽으려면 독자는 어떤 각오를 해야 한다.
제대로 읽을 각오! 그런데 그런 각오를 한다해도 필요한 게 있다.
바로 편집자의 도움이 필요하다. 그런 책을 읽을 수 있도록 장치를 마련해줘야 한다,
편집자는 이 책의 독자들이 책을 제대로 읽을 수 있도록 여러 가지 배려를 해 놓았다.
이 책은 그런 점에서 합격이다,
어떤 배려를 해놓았는지 알아보자.
먼저 표지를 살펴보자.
표지에 벌써 내용이 요약되어 있다. 그것도 아주 짧게.
<나치 포로수용소를 뒤흔든 집요한 탈출과 생존의 기록>
아주 짧게 한 문장으로 요약되어 있으니, 독자들은 그런 내용임을 염두에 두고 읽어가면 될 것이다.
그다음 배려는, 지도다. 독일의 지도와 콜디츠가 어디에 위치하는지 두 쪽에 걸친 큰 지도로 펼쳐 보이고 있다. 그다음은 다음 쪽에 콜디츠 성의 평면도가 그려져 있고, 그 다음 쪽에는 위에서 내려다 본 성의 입체도가 들어있다. <위에서 본 콜디츠 안마당>.
그러니 독자들은 수시로 지도와 성의 모습을 참고하면서 이야기를 읽어갈 수 있다.
또한 책의 뒤편에 지도가 한 장 있는데, 그건 프로미넨테가 움직인 경로를 표시하고 있는 지도다. 그 지도에는 프로미넨테, 로밀리, 헤이그와 호프툰의 귀환 경로도 같이 표시되고 있다.
그리고 또 있다. 책의 뒷부분에 가면 관련 사진이 들어있다.
실제 인물들이 모습을 보이고 있다.
탈출, 이모 저모
이 책은 콜디츠에 가두려는 자와 그 곳을 빠져나가려 하는 자들의 싸움이다.
그래서 쫓고 쫓기는 활극이 여기저기서 시도때도 없이 벌어진다.
그게 이 책의 주요 내용이다.
예컨대 사진 번호 57을 살펴보자. 머리에 모자까지 쓴 아름다운 여성이 있다.
사진 설명은 이렇다.
마흔 다섯 살의 대머리 프랑스 장교 에밀 불레(중위)가 가발과 치마로 독일 여자처럼 차려입고 탈출을 시도했다.
이에 관련된 기록을 살펴보면, 한편의 소극이 펼쳐지고 있다.
미안한 일이다. 그로서는 생사를 건 탈출 시도를 소극이라 표현해서. 그래도 읽을 때에 웃음이 나오는 것 어쩔 수가 없었다.
77쪽을 보면, 하루 일과를 마치고 돌아오던 영국군 포로들이 길에서 어떤 여인과 마추쳤다.
포로생활을 하면서 언제 여인을 만날 기회가 있었을까. 해서 그들은 그 여인을 향해 휘파람을 불어댔다. 여자는 단호하게 그것을 무시하고 길을 갔는데, 그만 그녀의 팔에서 손목시계가 떨어졌다.
영국 장교가 그것을 주워서 시계를 돌려주려고 소리쳤다. 그러나 그녀는 듣지 못한 채 계속 길을 가고 있었다. 그래서 영국 장교는 경비병에게 전해주면서 저 여자가 떨어뜨린 것이라고 그 여자를 가리켰는데.......
경비병이 시계를 들고 그 여자를 따라가 전해주려고 하는 순간! 그 정체가 드러나고 말았다.
바로 프랑스의 에밀 불레(중위)가 가발과 치마로 독일 여자처럼 차려입고 탈출하고 있던 중이었던 것이다.
아, 그 영국 장교 오지랖이라니, 모른 척 했더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런 탈출 시도가 한 건 한 건 기록이 되어 있는데, 읽어가면서 어느덧 그런 사건 속으로 빠져들어간다. 이 책을 읽는 재미이기도 하다.
탈주를 시도하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우리가 알고 있는 수용소 장면은 이렇다.
엄격한 관리 체계에서 가두려는 자의 모습이 딱딱한 독일 장교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해서 탈주를 시도하다가 잡히면, 그 자리에서 즉결처분이다.
권총으로 탈주자의 머리에 바로 총을 쏴버리는 ,,,,그런 것 영화에서 많이 보지 않았던가?
그런데 그런 모습이 여기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굴을 파고 탈출을 시도하려던 사건에서, 탈출 정보를 미리 알고 있었던 독일측은 그 탈출구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 구멍에서 나오는 사람들을 차례 차례 검거한다. 그에 대한 처벌은?
<굴을 파던 사람들은 슬픈 얼굴로 독방에 끌려갔다> 그게 처벌의 전부다. (75쪽)
다시, 이 책은?
이 책의 저자는 완벽한 스토리텔러다.
이미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이야기를 재미있게 끌어간다.
분명 살벌한 수용소를 무대로 하면서도, 내용 전개는 마치 게임을 하는 양측의 머리 싸움을 보는 것 같다.
그 이유가 뭔가하니, 바로 저자의 노련한 글솜씨와 이야기를 끌어가는 힘이다.
<들어가기 전에 : 프란츠 요제프>를 읽어보면 안다. 이 책의 작가가 얼마나 스토리텔링에 능한지를.
굳이 이야기할 필요조차 없지만 그래도 말해보자.
<들어가기 전에 : 프란츠 요제프>의 마지막 구절 읽어보자.
콜디츠를 탈출하려고 하는 영국군 중위 마이클 싱클레어는 거의 완벽하게 독일군으로 변장하고 경비병 앞을 통과하려고 한다.
경비병은 그것을 잠시 빤히 보다가 <프란츠 요제프> 로덴베르거를 다시 보았다. 그러고는 천천히 소총을 들어올렸다. (23쪽)
<프란츠 요제프> 로덴베르거로 변장한 영국군 마이클 싱클레어, 과연 그는 어떤 운명을 맞이하게 되는가, 가 문제다. 이렇게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그 누가 그 다음 페이지를 읽으려하지 않겠는가? 그게 스토리텔링 기법중 독자를 끌어당기는 기법이다.
참, 아까 편집자의 배려를 말하는 중에 하나 빠진 것이 있다.
<찾아보기>까지 만들어 놓았으니, 읽어가는 데 더할 나위 없이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