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제작소 - 쇼트 쇼트 퓨처리스틱 노블
오타 다다시 외 지음, 홍성민 옮김 / 스피리투스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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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제작소

 

이 책은?

 

이 책 미래제작소는 소설이다. ‘쇼트 쇼트 퓨처리스틱 노블, 매우 짧은 미래 소설이다.

 

일본인 오타 다다시 등 다섯 명이 지은 짧은 소설 10편이 수록되어 있다.

 

책의 내용은?

 

세상이 참으로 빨리 변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의 미래는 많이 변하고 있다. 그 변화는 우리의 상상을 초월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또 변화를 추구한다.

그래서 이런 책이 등장한다. 내일은 분명히 달라질 거라는 믿음이 우리의 현실을 바꾸어나간다. 그런 기대로 이 책을 읽는다. 과연 내일은 또 무엇이 달라졌을까?

 

기술이 미래를 바꾼다.

 

우선 이런 모습, 얼마나 좋은가?

교통사고 날 염려없는 세상, 얼마나 좋을까?

교통 시스템을 완전히 바꾸어서, 모든 차량의 위치와 방향을 파악해 이후의 움직임을 예측하는 것으로 사고 발생을 예견해서 자동으로 차단하도록 한다.

<라플라스 남매>의 이야기다. (122)

 

휠체어의 도움을 받아 이동해야 하는 사람에게는 심지어 계단조차도 장벽이다.

그런 형편이니 등산은 언감생심 꿈도 꾸지 못하는 난공불락의 성이요, 거대한 철갑문 달린 성이다. 그런데 휠체어 없이, 산을 오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휠체어로는 전혀 불가능한 등산을 위해 기술은 스파이더 체어를 개발한다.(74)

<산으로 돌아가는 날>에 그게 등장한다. 여덟 개의 다리가 마치 살아있는 생물의 다리처럼 부드럽게 움직여 몸을 이동시킨다. 그렇게 산도 오를 수 있는 시대가 미래에 온다. 오기를!

 

이런 기대를 하게 만드는 기술 개발, 미래시대다.

 

<원 루머>

영어로 된 제목, '루머'rumor(rumour)가 아니고, roomer. 하나의 방에 사는 사람이라는 의미다.

 

원룸 카가 유행하기 시작한다.

이 차는 컨테이너 같은 외관인데 그 안에 비즈니스 호텔처럼 편의시설이 다 갖추어진 원룸 같은 이동수단이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생활한다. 장소의 이동도 편리하다. 완벽한 자율주행이 가능한 시대가 되어서, 그 안에서 생활하면서 저절로 이동이 되는 것이다.

 

그런 시대, 그런 세상이 미래 언젠가는 열리게 되는 것이다.

 

유토피아 VS. 디스토피아

 

이런 기대가 미래를 기다리게 하는 한편으로 염려가 되기도 한다.

기술의 발달이 단지 유토피아를 만들어가는 게 아니라는 것, 유포피아를 지향하지만 그 부수적인 효과로 디스토피아가 도래할지도 모른다. 그게 염려되는 것이다.

 

여기 작품 중에 <사막의 기계공>에 유토피아가 그려지는데, 과연 그게 유토피아일까?

 

<내가 사는 도시에서 자신의 다리로 걷는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135)

 

이게 첫 문장이다. 자신의 다리로 걷지 않는 도시.

그럼 이동은 어떻게 하나?

포트를 사용해 파이프 안을 오가는 방법으로 이동한다. 투명한 파이프 안에서 자동으로 제어되는 포트를 타고 목적지까지 이동한다. 그러니 발을 구태여 사용할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저 파이프 안에 있으면, 발을 움직이지 않고도 목적지까지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그건 어떤 이점이 있을까? 왜 유토피아가 되는 것일까?

교통사고가 일어나지 않는다. 차를 타고 다니면 불가피하게 차량 충돌로 인한 사고가 일어나는데, 이동을 다른 방법으로 하니 차를 타지 않고, 그 결과 사고로 인한 피해를 당하지 않게 된다. 그래서 유토피아다.

그런데, 그런데 그렇게 이동하면, 사용하지 않는 다리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당연히 퇴화된다. 퇴화된 다리는 이제 보행보조기 없이는 걷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유토피아는 부득이 다리를 희생해야만 되는 유토피아다.

 

<자신의 다리로 장거리를 이동하는 일이 없게 된 우리는 이 보행 보조기 없이는 바깥 세계를 여행할 수 없었다. 이 보조기도 지금은 거의 수요가 없어서 신제품은 생산이 중단된 것이다. > (136)

 

이런 도시, 이 도시에 사는 는 꿈을 꾼다.

내 다리로 세계를 여행하는 꿈을 꾼다. 사람의 발길이 미치지 않은 세계에 대한 열망, 이동욕구가 있다. 그런 의 꿈은 과연 제대로 이루어질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 유토피아가 누군가에게는 디스토피아가 되기도 한다. 

   

다시, 이 책은?

 

쇼트 쇼트 퓨처리스틱 노블  

이 책을 소개하는 말이다. 이런 말이 새롭다. 그 의미가 또한 크다.

쇼트가 두 번 반복되니, 짧다는 말이겠다. 그것도 매우 많이 짧다는 것.

그리고 퓨처리스틱은 futuristic 미래를 상상하는이라는 의미이니. <a futuristic novel>미래(의 모습을 그린) 소설이다.

 

미래의 모습을 그린 소설, 이 책에 매우 짧은 소설 10편이 실려있다.

우선 짧으니 읽기 쉬운데, 짧은 시간에 내용을 다 말하려니 내용의 전개가 거의 5G 급이다. 해서 한 편 한 편을 읽을 때마다 미래의 어느 곳으로 훅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 든다.

 

그런 미래, 오기를 바란다. 인류의 역사를 살펴보면 인류의 그런 상상 항상 실현되어 왔으니, 그런 과거의 사례에 기대어 앞으로 그런 미래가 오기를 기대해본다.

다만 <우리가 만든 기술들이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 항상 고민하는 자세를 잃지> (7) 않고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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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화염
변정욱 지음 / 마음서재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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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의 화염

 

이 책은?

 

이 책 8월의 화염은 소설이다.

1974815일에 광복절 기념식장에서 일어난 육영수 여사 시해 사건을 다루고 있다.

 

저자는 변정욱, <서울예고 미술과를 나와 미국 훔볼트주립대학(HSU) 영화과를 졸업했다. 문예영화의 대가이자 부친인 변장호 감독의 영향을 받아 일찌감치 영화인의 길로 들어섰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소설의 시작은 197389일에 일어난 한 사건부터다.

그 날,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일본 체류중 납치되어, 바다에 수장될 운명에 처해진다. 그러나 미국의 개입으로 구사일생, 목숨을 부지한다.

그 사건이 드러난 후, 한국과 일본의 외교는 그 누구도 감당하지 못할 격량에 휩쓸리게 된다.

그런 와중에, 하나의 사건이 벌어지게 되는데.....

 

이 소설의 주인공은 변호사, 신민규.

그는 서울대를 졸업하고 사법시험에 합격하나 학창시절에 반정부 시위를 모의한 전력 때문에 판검사 임용을 받지 못하고 변호사 생활을 시작한다.

시대와의 불화 덕분에 잘 나가는 변호사가 아니라, 국선 변호를 주로 맡게 되며, 그것조차도 패소를 계속하여 패소전문가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그러던 그가 국선 변호 한 건을 의뢰받게 되는데, 그게 바로 1974년 여름을 뜨겁게 달군 역사적 사건, 육영수 여사 저격범 문세광의 변호를 맡게 되는 것이다.

 

또 다른 등장인물은 경찰 영진과 덕배.

그리고 문세광을 기소한 검찰측 인물로 김검사가 있다. 나중에 밝혀지는 그의 이름은? 332쪽을 참고하시라. 법무장관을 거쳐 나중에......

 

변호, 문세광도 변호해주나?

 

육영수 시해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1974815, 광복절 기념식장인 국립극장 안에서 7발의 총성이 울렸다.

그로 인해 피살된 사람은 두 명, 육영수 여사와 그곳에 합창단의 일원으로 와있던 학생 장봉화였다.

 

사건 발생 후 발표된 바로는 문세광의 총탄에 두 명 모두 살해된 것으로 되어있었지만 그 후 발표 내용이 수정된다.

장봉화 양은 문세광의 총에 죽은 것이 아니라, 경호원의 오발에 의한 총격으로 사망했다는 것. (233)

 

신변호사에게 변호를 주선한 로펌의 대표변호사는 문세광을 변호하되 적절한 시점에서 물러나기를 원하는데, 그는 사건을 맡아 무언가 냄새가 나는 것을 느꼈고 그것을 파들어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국민의 공분의 대상이 된 문세광을 변호해줄 필요가 있느냐는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주인공 신민규 변호사는 시달린다. 심지어 가족조차도 그를 이해해주지 않는다.

 

그래도 변호를 준비하는 중, 이상한 점을 발견하게 된 신변호사는 그런 어려움에 굴복하지 않고, 사건의 실체를 파헤치기 위해 동분서주, 힘을 다한다.

 

과연 누가 육영수 여사를 쏘았나?

 

그런 상황에 의문을 품게 된 사람이 더 있다.

미국의 LA 타임스의 사무엘 제임슨 기자와 CBS 특파원 브루스 더닝(29)이다.

 

신변호사와 그들이 맞닥뜨린 의문점은 다음과 같다. (290)  

 

탄흔에 기초해 제1탄은 오발, 2탄은 연단, 3탄은 태극기, 4탄은 천장에 맞았다고 발표된다. 

 

이런 상황에서 국립극장을 크게 울렸던 7번의 총성 중 문세광에 의한 것이 아닌 나머지 3발을 과연 누가 어디에서 쐈느냐가 완전 규명되지 않았다.

 

육 여사는 관객석에서 바라봤을 때 연단의 우측에 앉아 있었다.

문세광이 좌측에서 앞으로 뛰어가며 총탄을 발사했기 때문에 머리에 총탄을 맞은 육 여사의 머리는 오른쪽으로 기울어 있어야 정상이다.

그런데 저격 뒤 육 여사의 머리는 왼쪽으로 넘어와 있었다. (171)

 

광복절 경축사를 하는 대통령 행사장에 출입비표도 없이 들어갈 수 있을까.

문세광은 당일 포드20M이라는 고급 리무진을 타고 도착했다. 당초 행사장에는 수많은 경찰이 배치됐고, 비표가 없는 차량은 통과할 수 없었다. 그러나 어찌된 영문인지 행사장으로 향하는 차량을 검문하지 말라는 지시가 내려져 문세광은 무사히 통과할 수 있었고 또한 행사장 안으로 들어갈 때 역시 검문이 없었다. (194)

 

청와대 경호과장이 검문완화 지시를 전날 내렸고 문세광이 청와대 경호계장과 이야기를 나누었다는 것도 밝혀진다. (231)

 

권총까지 소지하고 있던 그가 비표도 없이 행사장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는 사실은 많은 의혹을 남기기에 충분하다.

 

그런 의혹을 제기하면서, 그들은 육영수 여사 피격사건 뒤에 문세광이 아닌 그 누구가 있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 사건으로 가장 이득을 보는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다.(325)

 

다시, 이 책은?

 

저자는 <미국 유학 시절, 불의의 사고를 당한 것을 계기로 영부인 육영수 저격사건의 영화화를 처음 결심했다. 이후 영화 제작자의 제안으로 시나리오 작업에 돌입해 관련 자료를 조사하고 목격자 등을 인터뷰했다. 또 현장을 취재했던 외신기자들로부터 결정적 증거를 입수해 마지막 퍼즐을 맞추고 장장 7년 만에 시나리오를 완성했다. 그러나 정치적 외압으로 영화 제작이 중단됐고, 15년여 만에 비로소 직접 감독을 맡아 제작을 준비하고 있다.>고 한다.

 

지금도 속시원하게 밝혀지지 않고 있는 사건, 소설로나마 그 내용을 접할 수 있어서 다행이다. 우리 역사의 어두운 한 페이지를 장식하고 있는 사건, 저자가 직접 감독을 맡아 영화화 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하니, 빨리 제작이 마무리되어 공개되기를 기대한다.

알아서 안되는 진실은 없는 것이다. (3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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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 - 편지 왔습니다, 조선에서!
박영서 지음 / 들녘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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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

 

이 책은?

 

이 책 시시콜콜한 조선의 편지들은 조선 시대 우리 조상들이 쓴 편지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박영서. < 다시, 이 책은? > 참조.  

 

이 책의 내용은?

 

우리말 시시콜콜하다는 뜻이 두 가지인데, 다음과 같다.

1. 형용사 -  마음씨나 하는 짓이 좀스럽고 인색하다.

2. 형용사 - 자질구레한 것까지 낱낱이 따지거나 다루는 데가 있다.

 

그런 의미를 지닌 시시콜콜한 편지라는 제목을 붙인 이 책, 당연히 시시콜콜한 사연들이 들어있다. 그런 편지들이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 시시콜콜하다고만 할 수 없다. 아니 그들에게는 시시콜콜할지 모르겠지만 후세에 읽어보는 우리로서는 결코 그게 아니다.

 

자식을 향한, 부인을 향한 애틋한 마음들을 당사자들은 시시콜콜하게 여길지 몰라도, 읽는 우리에게는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은 읽을 가치가 있고, 의미가 있다.

 

이런 글을 과연 시시콜콜하다고만 할 수 있을까?

 

요즘 나랏일 하느라 죽겠습니다.

고을 수령이 되어서 좋아했는데, 부임하고 보니 제가 맡은 동네는

입에 풀칠할 거리는 적은데 일은 많아서 최악이에요.

세금 납부와 군인 모집은 당연하고, 봉수대 점검하랴,

뱃사공 색출하랴, 노젓는 군인들 만들랴, 조세 보내랴,

불시에 진상품 점검이나 군대 시찰이 내려오니

잠깐이라도 깜박했다간 위에서 불호령이 떨어집니다.

 

조선 후기의 관료, 이주정(1750-1818)이 보낸 편지다. (151)

 

정말 시시콜콜하다. 그러나 그게 바로 우리 역사의 한 단면이다.

군인 모집은 어땠을까? 봉수대도 점검했구나, 뱃사공은 또 어디로 갔기에?

 

그런 역사 자료로 이 편지 훌륭한 가치가 있다. 우리 역사를 더 자세하게 알기 위해선 이런 편지, 더 시시콜콜해야 한다.

 

편지는 사연을 싣고

 

그런 편지들 참으로 다양한 사연들이 담겨있다.

남편이 아내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아버지가 아들에게, 삼촌이 조카에게, 등등.

 

저자는 그런 내용을 다음과 같이 요약한다.

저자가 요약한 편지의 내용, 그 타이틀로 먼저 음미해보자.

 

-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 다 사랑하니까 하는 소리야

- 우리가 남이가!

- 기축이 이놈아 내 돈 내놔라

- 나랏일 하기 더럽게 힘드네!

- 우쭈쭈, 내 새끼들

- 사랑한다는 말은 다 거짓이었나요?

- 죽지 못한 아비는 눈물을 씻고 쓴다

- 오늘도 평화로운 우리 집구석.

 

각 장의 타이틀인데, 이것만 읽어도 무슨 사연들이 오갔을지 감이 오지 않는가?

 

조상들의 감정 표현법을 배운다.

 

우리 조상들은 상대방을 향한 감정을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다스렸을까?

저자는 조선 시대 편지들을 소개하면서, 그 안에 들어있는 감정들을 현대식으로 재가공하여 보여준다.

 

미암 유희춘이 아내에게 보낸 편지가 있다. 그 편지 내용이 어떤지, 그 내용을 그의 부인이 보낸 답장을 읽어보면서 유추해보자.

 

당신, 편지에 뭐 날 위해 여색(女色)을 참았다라면서

엄청 생색내더라?

아니, 군자(君子)가 행실 거지를 다스리는 건 당연히

해야 하는 건데 어떻게 아녀자를 위해 그랬다고 할 수 있겠어?

당신이 똑바로 배웠다면 당연히 욕심이 나지 않을 텐데,

뭘 했다고 내가 은혜 갚기를 바라?

고작 3, 4개월 동안 홀아비 노릇 좀 했다고

온갖 고결한 척하면서 생색을 낸다면 결코 담담하거나 무심한 사람이 아니지.

오히려 잡생각이 있다는 방증 아니겠어?

그런다고 내가 아이고, 잘하셨습니다라고 할 줄 알았어? 어이구

당신 곁에 친구도 있고 부하직원들도 있어서,

당신이 행실을 곧게 한다면 자연스레 소문이 날 텐데, 굳이 편지까지 보낼 건 또 뭐래.

아무래도 당신은 겉으로 성인군자인 척은 다 하면서,

남이 알아주기를 바라는 병폐가 있어. 당신이 그러니까 괜히 의심되는걸?

당신은 몇 달 동안 홀아비 노릇 했다고 글자마다 생색을 냈지만,

솔직히 나이 60에 홀아비 노릇 하면 오히려 건강에 득이 되는 거지,

나한테 득 될 건 하나도 없어. 뭐 당신은 높은 자리에 있는

공무원이니 수개월 동안의 홀아비 노릇이 쉬운 일이 아니란 건 모르지 않지만.

그리니까 헛소리 그만하고 하던 홀아비 노릇, 생색이나 내지 말고 열심히 하세요.

1570, 아내가, 미암일기[] (58)

 

이 편지를 읽고, 이 글을 읽고 웃음짓지 않을 독자는 없을 것이다.

부부간에 오고간 내용이 떠오르니, 그 정겨움이 미소를 유발하는 까닭이다.

 

저자는 이 답장 편지를 쓰게 한 유희춘의 편지 내용을 다음과 같이 전해준다.

<유희춘은 서울에서 관직 생활을 하며 외간 여자들을 가까이하지 않았으니 나 좀 괜찮은 듯하며 은근한 자랑을 담아 편지를 보냅니다.>

 

그렇다면, 두 부부 사이는 어땠을까?

좋다, 나쁘다, 로 나눈다면, ‘좋다에 모두 O 표를 던질 것이다.

물론 이 편지는 저자가 과감하게 현대어로 재가공한 것이기 때문에 조선 시대의 표현 그대로라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 속에 들어있을 감정은 잘 드러냈다고 생각이 든다.

이런 편지글이 소개된 이 책 여기저기서 우리 조상들은 그렇게 살았구나, 하는 끄덕임이 일어난다.

 

조상들의 지혜를 배운다.

 

이 책에서, 그 어느 하나라도 버릴 것이 없다.

아들 꾸짖는 방법도 나오고, 아내와 정을 나누는 은근한 방법도 나온다.

살림살이 지혜도, 나라일 하는 것도 어떻게 하는 것인지 배울 수 있다.

 

또한 편지깨나 쓰는 사람들이니, 당연히 독서하는 얘기도 나온다.

초록을 만든다. 초록 한 권을 만들었다. (65) 이런 식으로, 진지하게 시시콜콜하게 편지 쓰고 있다.

이런 얘기 하려면 한이 없다. 그래서 줄인다.

 

이런 최신식 말을 조선 편지글에서 배운다.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것을 새삼 다시 느낀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요령부득의 단어들을 많이 만난다모르는 단어가 나오면 문장의 앞 뒤를 살펴보면 대충 무슨 말인가 짐작이 가는데, 이 책에서는 그런 대충때려잡기로는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최신식 말이 등장한다.

 

오랜 세월 곰신으로 지낸 아내 신창 맹씨는 이 편지를 소중히 간직했던 갓 같습니다. (52)

곰신?

<인터넷상에서 유행하는 말 중 하나로써, 고무신을 줄여 이르는 말이다.

군대 간 남자 친구나 애인을 기다리는 여자들을 일컫는 말로 쓰인다.>

 

<결혼 풀코스는 현대의 스드메 준비만큼이나 비용과 시간이 상당했습니다.> (55)

 

내가 시대에 뒤떨어진 것인지 몰라도 스드메가 무슨 말인지 알 수 없었다.

사전을 찾아보니,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을 줄여 이르는 말>이라 나온다.

 

힙스터 (hipster) (67)는 또 무엇?

<1940년대 미국에서 사용하기 시작한 용어로서, 유행 같은 대중의 큰 흐름을 따르지 않고 자신들만의 고유한 패션과 음악 문화를 좇는 부류를 이르는 말. 규범 표기는 미확정이다.>

 

, 세상 참 많이 변했다. 변하고 있다.

 

다시, 이 책은?

 

어디 그뿐인가? 저자 소개부터 그렇다.

저자는 박영서, <어릴 때부터 절에서 자라 뭣도 모르고 출가(出家)하여 승려가 되기를 꿈꿨습니다. 하지만 속세에는 참 재미있는 것들이 많더군요. 먹고살기 위한 소박한 삶을 살면서, 동시에 그 모든 재미있는 것들을 소소하게 파고드는 덕질을 이어갔습니다. ‘덕질을 밑천으로 삼아 <딴지일보>에 역사, 사회, 정치, 문화, 종교 등 조잡한 글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덕질에 밑천이 바닥나자 나이 서른에 금강대학교 불교인문학부에 입학했습니다. 열 살이나 차이가 나는 동기들 덕분에 또 다른 재미를 느끼는 중입니다. 역사, 철학, 종교, 문학. 어떠한 장르든 제가 찾은 재미있는 것모두가 재미있어 하는 것으로 바꿔놓는 것이 제 관심사입니다. 그렇게 쭉, 지속 가능한 덕질을 이어가고 싶을 따름입니다. >

 

저자 소개에 자꾸만 덕질, 덕질 하길래 무슨 말인가 알아보았다.

덕질이 무엇인지?

<어떤 분야를 열성적으로 좋아하여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을 말한다.

 

, 그게 덕질이구나! 책 쓰는 사람이면 다 하는 일이 자료를 수집하고, 검토하고 비교하고들 하는데, 그게 바로 덕질이구나.

 

나는 또 하나 배운다. 이 책 참으로 배울 것이 많은 책이다

그래서 저자의 지속가능한 덕질, 계속 되기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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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보관소의 외계행성 이야기
지식보관소 지음 / 처음북스(구 빅슨북스) / 202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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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식보관소의 외계행성 이야기

 

이 책은?

 

이 책 지식보관소의 외계행성 이야기는 우주에 대한 인식을 달리하게 만드는, 지식 체계에 새로운 지평을 열게 해주는 책이다.

 

저자는 지식보관소, <21만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브 크리에이터로, 우주와 물리학과 관련된 내용을 쉽게 설명해주는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다.>

 

이 책의 내용은?

 

제임스 조이스의 젊은 예술가의 초상에서, 주인공 디덜러스는 자기 자신을 이렇게 자리매김한다.

 

스티븐 디덜러스

기초반

클롱고우스 우드 학교

샐린스 마을

칼데이 군

아일랜드

유럽

세계

우주 

(젊은 예술가의 초상, 민음사, 25)

 

그가 생각한 그의 자리, 그는 우주 안에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가 생각한 우주는 어디를 말하는 것일까? 어디까지가 그의 우주였을까?

태양계, 은하계? 또 다른 어떤 곳?

그가 만일 외계 행성의 존재를 알았더라면, ‘우주라는 말은 어떻게 바뀌었을까?

 

<1980년대까지만 해도 외계 행성에 관한 이야기는 과학계에서 금기사항이었다. 외계행성을 발견하는 건 공상과학소설에서나 가능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었다.>(9)

그러니 영화나 공상 과학 소설에서만, 외계행성이 등장하곤 했다.

 

우리가 공상 과학 영화에서 보았던 외계 행성은 <스타워즈>의 타투인 행성, <아바타>의 판도라 행성, <인터스텔라>의 밀러 행성인데, 그런 외계행성은 과연 실재하는 것일까? 아니면 그저 영화 속의 상상에 불과한 것인가?

 

이제 시대가 바뀌었다. 사람들의 우주관이 바뀐 것이다외계 행성의 발견으로.

1995년 미셀 마요르와 디디에 쿠엘로 연구팀이 천재적인 아이디어로 세계 최초로 외계행성이 존재한다는 증거를 찾아낸 것이다.(11)

그들은 그 공로를 인정받아 2019년 노벨 물리학상을 수상했다.

 

노벨상도 인정할 정도니, 이제 외계행성의 존재는 확실해진 것이다.

 

외계 행성이란 무엇인가?

 

우주에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은하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예컨대 안드로메다은하라는 다른 은하도 존재한다. 이렇게 태양계를 벗어난, 다른 항성계에 존재하는 행성을 외계 행성이라 말한다. (26)

 

외계행성은 외계항성을 전제로 하는 개념이다. 외계 항성을 일정한 주기로 하여 공전하고 있는 게 외계행성이다.

 

외계 행성은 어떤 게 있을까?

 

저자가 소개하고 있는 외계항성과 그것을 공전하고 있는 외계행성은 다음과 같다.

 

페가수스 51 / 페가수스 자리 51b

게자리 55 / 게자리 55b

HD 209458 / HD 209458 b

HR 5183 / HR 5183b

백조자리 16 / 백조자리 16 B/ 백조자리 16 Bb

 

외계 행성 이름을 붙이는 법 :

 

위에 소개된 외계항성과 외계행성의 이름을 들으면서, 뭔가 감을 잡았을 것이다.

외계행성의 이름은 중심별의 이름 바로 뒤에, 발견된 순서에 따라 영어 소문자로 알파벳 b부터 차례대로 붙이는데, 이때 a는 사용하지 않고 b부터 쓴다,(112)

이 알파벳 순서는 발견된 순서일뿐 모항성까지의 거리와는 무관하다.(112)

다만 HD 10180은 모항성에 가까운 순서대로 번호를 붙였다 (114)

 

어떻게 발견했을까, 방법은?

 

외계행성을 발견할 수 있는 방법 중 중요한 것으로 시선속도법과 통과관측법이 있다.

 

시선속도법은 도플러 효과를 이용하는 것이다.

빛의 스펙트럼은 파장이 짧아질수록 자색(보라색)에 가까워지고 길어질수록 적색(빨간색)에 가까워진다. 이것을 도플러 효과라고 부른다. 우리가 살고 있는 우주는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로부터 멀리 떨어진 은하들은 계속 멀어지고 있고, 우리가 관측하기엔 멀리 떨어진 은하들이 모두 적색인 것처럼 보인다. 이것을 적색편이라고 부른다.

미셸 마요르와 디디에 쿠엘로 연구팀은 페가수스 51이라는 별에서 이런 스펙트럼의 변화를 찾아낸 것이다.(33)

 

이렇게 기본적으로 외계행성의 영향으로 모항성이 흔들리는 현상을 통해서 외계행성의 존재를밝혀내는 것이다.

 

또 다른 방법으로 통과관측법이 있다.

외계행성이 외계항성을 도는 동안, 외계행성과 외계항성이 일직선상에 놓이게 될 때 모항성의 별빛이 어두워질 수 있다. 낮에 태양이 달에 의해 가려지는 월식 같은 일이 외계행성의 경우에도 일어나는 것이다. 즉 외계행성이 통과하는 동안 항성의 밝기가 달라지는 현상을 이용하여 외계행성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것이다. 이게 통과관측법이다.(57,81)

 

이렇게 해서 외계행성은 발견되기 시작했다.

그 뒤로도 외계행성을 발견하기 위한 노력은 꾸준히 진행되어, 케플러 우주 망원경이 이용되었다. 본래는 2012년에 임무가 종료되어야 할 케플러 우주망언경은 2018년까지 지속되고, 그 뒤로 2018년에 발사된 테스 망원경이 임무를 지속하고 있다. (172)

또한 과학자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다음 세대를 위한 하벡스라는 것도 계획하고 있다.(173)

 

다시, 이 책은? - 외계행성 발견의 의의

 

외계행성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찾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왜 그런 것일까?

 

발견한 외계 행성에 실제 생명체가 살 수 있는가를 알아내고자 하는 것이다.

마치 태양계에 있는 화성이 생명체가 살 수 있는 행성인가를 알아내려고 노력하는 것과 같다.

외계 행성에 대기가 존재하는지, 존재한다면 어떤 성분이 있는지, 산소나 물, 이산화탄소, 질소 같은 화합물이 있는지를 확인하는 것이다.

 

우리가 알고 있는 우주, 단순히 태양계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태양계 외에도 수많은 외계가 있다는 것, 외계행성의 발견으로 더 확실하게 되었다.

이제 그런 존재로 인해, 우리의 우주인식 달라져야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 후손들은, 지금 우리가 공상 과학 영화에서 보았던 외계 행성들, <스타워즈>의 타투인 행성, <아바타>의 판도라 행성, <인터스텔라>의 밀러 행성 같은 곳에서 살아가는 날이 올지도 모른다.

 

그러한 외계행성의 존재를 알았다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우주를 달리 생각하게 된다. 안드로메다은하 같은 것들이 더 있다는 것, 그게 우리 위 하늘에 있다니, 이 책은 그런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덕분에 우주관, 세계관이 달라지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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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튀기는 인문학
곽경훈 지음 / 그여자가웃는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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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 튀기는 인문학

 

이 책은?

 

이 책 침 튀기는 인문학은 인문학의 진수를 보여주는 책이다. 이 책은 인문학이 왜 필요한지를 증명하고 있는, 가치 있는 책이다.

 

저자는 곽경훈, [모험과 여행을 동경해서 종군기자, 인류학자, 연극배우, 소설가를 꿈꾸었지만 현실과 타협해 의과대학에 입학했다. 독서광답게 의사학(medical history)에 관심이 컸는데 군복무 후에 임상의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응급의학을 전문 분야로 선택했다. 그러고도 글쓰기에 대한 꿈만은 포기할 수 없어서 의사가 뭐라고응급의학과 곽경훈입니다라는 두 편의 의학 에세이, 그리고 아동용 소설 의사 노빈손과 위기일발 응급의료센터를 적었다.]

 

이 책의 내용은?

 

이 책 침 튀기는 인문학<기존 집필 분야에서 벗어나 침이란 주제로 역사, 의학, 신화, 전설, 민담을 약간의 문학적 상상력을 동원하여 엮은 책>이라는 소개글처럼, 저자의 인문학적 성찰이 빛나는 글로 가득 채워져 있다.

 

저자는 이야기꾼이다.

역사에서, 의학에서, 신화에서 그리고 전설과 민담에서 이야기거리를 꺼집어내, 잘 조제하여 내놓는다.

 

각 이야기의 성분을 분석해 보자.

 

이집트인들이 마셨던 음료 맥주에 들어갔던 인간의 침, - 역사

광견병, 황열병, - 의학

도쿄 지하철 테러에 사용되었던 사린가스, - 의학

침과 피(좀비와 드라큘라), - 민담과 전설

재증걸루와 개로왕 이야기에서 따온 침 뱉기, - 역사

볼거리와 MMR 백신, - 의학사

파블로브의 개 실험, - 역사와 의학

HIV 바이러스와 에이즈, - 의학

신화 속 침으로 태어난 인물, - 신화 (북유럽 신화)

루 게릭병, - 의학, 스포츠

클레오파트라와 코브라 침, - 역사, 의학

인플루엔자와 비말 감염, - 의학

연쇄살인범 테드 번디와 물린 자국의 법적 증거 능력, - 범죄학, 의학

마르코 폴로가 경험한 동방의 나라의 침 뱉기 예절 - 역사

 

침으로만, 침으로는

 

이 책 제목이 침 튀기는 인문학인만큼 침 이야기가 주로 나온다. 저자가 의사이니 당연히 침과 병이 연결되는 것이 소재가 된다.

먼저 이런 것 짚고 가자. 침으로만 전염되는 병이 있고, 침으로는 전염되지 않는 병이 있다. 광견병과 에이즈 얘기다.

그중 먼저 침으로만 전염이 되는 광견병 바이러스는 침으로만 감염되기 때문에 바이러스가 새로운 개체로 건너가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감염된 개체가 감염되지 않은 개체를 무는 것이다. (25)

 

에이즈는 혈액을 통해 전염되고 침이나 소변으로는 전염될 가능성이 희박해서 성행위와 같은 아주 밀접한 접촉이 아니라면 결코 위험하지 않다. (158)

 

클레오파트라의 죽음

 

이 책에는 13개의 이야기 꼭지가 있는데, 그중 압권은 아무래도 클레오파트라의 죽음을 얘기하는 꼭지가 아닌가 한다.

 

클레오파트라는 독으로 죽었다.

어떤 기록에 의하면 독사를 이용해서, 물려 독에 죽었다고 한다. (214-215)

그러면 어떤 뱀의 독을 이용했을까?

 

독이 있는 뱀은 두 가지이다. 코브라와 살무사.

그런데 그것들에 물린 증상은 각각 다르다.

코브라는 상대의 근육 깊이 독을 주입하지 못하기 때문에 독의 성분이 주로 신경독과 심장근육에 손상을 주는 물질이다. 물린 부위의 극소 증상은 심하지 않아 무섭게 부어오르거나 조직이 급속히 괴사하는 일은 거의 일어나지 않는다. 신경가스 같은 독가스를 흡입했을 때처럼 호흡 근육이 마비되거나 갑작스레 일어난 심장마비로 사망하게 된다.

 

반면 살무사는 다르다.

살무사는 상대방의 근육 깊숙이 독을 주입할 수 있어서 독의 성분이 주로 조직 괴사와 혈액 응고 장애를 일으키는 물질이다. 물린 부위가 심하게 부어오르고 괴사도 급속히 진행되며 형액 응고 장애로 뇌출혈이나 심각한 복부 장기 출혈을 일으켜 사망하게 된다.

 

살무사의 독으로 죽는다면, 독에 물린 자리가 심하게 부어오르고 괴사가 급속히 진행되어 시커멓게 변하고 혈액 응고 장애와 복부 장기 출혈로 바닥에 피를 잔뜩 토했을 것이다. 반면 코브라 독에 죽는다면, 깊은 잠에 빠지듯 차분한 모습으로 죽음을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 그렇다면, 클레오파트라가 선택할만한 죽음은 어떤 것일까? 코브라, 살무사?

만일 당신이 클레오파트라라면, 어떤 독으로 죽을 것인가?

 

집단면역 (119, 120, 124)

이 책으로 집단 면역이라는 개념을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전염병이 유행하려면, 많은 수의 면역 없는 사람이 필요하다.

특정 집단에서 면역 있는 사람의 비율이 높아지면 전염병은 유행하기 어렵다. 설사 한 두 사람이 걸려도 그들이 만나는 사람들 대부분이 면역력 있는 사람일 가능성이 커서 유행을 오래 이어갈 연결고리가 좀처럼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집단 면역은 특정 개인이 아니라, 집단 전체가 지니는 면역으로 실질적으로 전염병의 유행을 좌우한다.

 

다시. 이 책은?

 

또한 드라큘라와 좀비를 비교하는 꼭지도 아주 흥미있는 내용이다.

상상속의 존재오직 영화에서만 볼 수 있는 드라큘라와 좀비는 각각 피와 침으로 구별된다.

피를 빨아먹는 드라큘라는 사악하지만 이성적이고 아름답기까지 하다. 반면 좀비는 외모부터 다르다. 입에서 침을 질질 흘리고, 뇌는 전혀 작동되지 않는 존재로 묘사되고 있다. 피와 침의 차이는 그렇게 명확하게 구분된다.

 

그러나 침, 없어서는 안 되는 것이 바로 사람이다.

침이 없다면 사람은 살지 못한다. 그 정도로 침의 역할이 대단하다.

 

먼저 침은 섭취한 음식물을 씹을 때 치아의 마모를 막아주는 윤활 작용을 한다.

물리적으로는 음식을 부드럽게 만들고, 화학적으로는 아밀라아 제 같은 소화 효소의 작용으로 기본적인 소화를 돕는다.

입안이 건조해지는 것을 막고, 유해 미생물의 번식도 막아준다.

이런 기능을 감당하려면, 항상 입안이 촉촉해야 해서, 침이 끊임없이 만들어져야 한다.(196)

 

이런 침, 보통 사람은 하루에 1,5 리터가 만들어진다. 우리가 스스로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침은 하루 내내 만들어지고 자연스레 삼키곤 한다.

 

이렇게 우리 몸을 지탱하고 어느새 삼켜지는 침, 그 침이 대단하지 않은가?

이 책으로 침을 제대로 알게 되니, 그동안 무심했던 침에 대해 새롭게 대하게 된다.

 

입술에 침 한번 바르지 않고 하는 얘긴데, 이 책, 침을 소재로 한, 인문학의 정수를 보여주는 책이다. 의미와 재미, 그리고 흥미를 가득 담은, 인문학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보여주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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