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번째 대멸종 시그널, 식량 전쟁 - 기후 변화와 식량 위기로 포착하는 파국의 신호들 서가명강 시리즈 34
남재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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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후 위기에 대한 내용을 어디서나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그만큼 기후변화가 앞으로의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뜻일 것이다. 서가명강 34번째 주제는 기상학 중에서도 농림기상학에 대한 내용이다. 농림과 기상학의 만남이라니, 사실 처음 접하는 분야였다. 기상학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고, 농업 등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데 둘의 접점을 연구하는 학문이 있다니 신선했다.

1960~7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의 농업은 상당수의 국민이 종사할 정도로 나라의 핵심이었다. 1980년대 통일벼의 개발로 지긋한 보릿고개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고, 드디어 식량 자급화를 이루어낸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자 사람들의 관심사는 차츰 바뀌게 된다. 그때부터 농업은 조금씩 밀려나게 되었다. 1970년대 전체 인구의 반 이상이 농업에 종사했던데 비해, 2018년 기준 농업 종사자는 전체 인구의 5%밖에 되지 않는다. 그마저도 65세 이상의 노년층이 대부분이다. 농업이 뒤로 밀려난 이유는 농업보다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농산물 가격은 저렴하게 수입할 수 있다 보니 효율성 측면에서 보기에도 농업보다는 타 산업에 집중하는 게 좋아 보였다. 문제는, 식량 역시 안보와 직결된 문제라는 것이다.

사회가 안정되고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이라면 문제가 없을 테지만, 당장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세계 곡물가격은 급등하기 시작했고 특히 우크라이나에서 대부분 수입되던 해바라기씨는 품귀현상을 빚으며 가격이 마구 치솟기 시작했다. OECD 국가 중 식량자급률이 가장 낮은 우리나라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당장 전쟁을 비롯한 이상기후로 예상보다 적게 곡물이 생산되었을 때, 우리의 수입처인 나라들의 경우 우선 자국의 식량재고량을 먼저 채울 것이다. 당연히 가격은 폭등할 것이다. 물론 식량난이 대비되어도 모두가 굶지는 않겠지만, 당장 벌이의 대부분을 식사와 같은 식품 소비에 사용하는 서민층은 과연 굶고 있을까? 세계사를 들여다보면, 대규모의 폭동이 일어난 경우는 바로 이 식량난이 가장 큰 도화선이 되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기에 농업과 식량생산에 "안보"라는 단어가 붙는 것은 과한 게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경제적인 문제로 다룰 수 없는 것이 안보다. 따라서 우리는 식량문제를 단순한 경제적 논리로 값싸게 들어오면 된다는 인식에서, 이제는 안보적인 관점에서 식량 정책을 다루어야 한다는 이식이 마련되었다.

식량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서 식량 안보를 유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식량과 기후는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것일까? 지구의 온도가 급속도로 오르고 있다. 또한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과거에 비해 폭염을 기록하는 날짜가 길어지고 있고, 열대야 역시 과거에 비해 배 이상 증가하였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홍수와 가뭄, 산불 등 이상 현상이 감지된다. 이 모든 것은 바로 인간이 만들어낸 각종 이산화탄소와 메탄 때문이다. 이를 위해 세계는 조약을 맺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문제는 대책을 실제적으로 대입하는 게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 평균기온 상승보다 2배나 빠르게 기온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면 에너지 생산과 관련한 석탄화력발전소, 자동차 등 화석 연료 사용을 줄여야 하는데, 문제는 그러면 경제가 위축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온실가스 감축이 굉장히 어려운 '불편한 진실'이라고 한다.

기후변화의 속도를 줄이는 것만큼, 식량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도 함께 병행해야 하는 문제로 보인다. 아열대기후로 변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실정에 맞는 작물들을 개발하는 것과 함께, 과거의 농업방식에서 벗어나 스마트 팜과 같은 기술의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후 스마트 농업의 발전이 필요하다. 그에 대한 방법으로 제시된 해초를 이용한 소 사료 개발이 있었는데, 정말 획기적이고 실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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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늘도 떠나지 않습니다 - 코드블루 현장에 20대 청춘을 바친 중환자실 간호사의 진실한 고백
이라윤 지음 / 한빛비즈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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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다'라는 단어는 '일을 하느라고 힘을 들이고 애를 쓰다'라는 뜻이다.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느라 힘을 들이고 애를 썼다. 그 하루들이 쌓이다. 축적의 시간.

그 시간들은 짙은 농도를 만들어낸다.

우린 어제도 잘 살아냈고 오늘도 잘 살아내고 있고 지금까지 잘해냈듯이 내일도 잘해낼 것이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너무 무시하지 않기를.

미래를 너무 걱정하기 않기를 바란다. 오늘을 잘 살아낸 내가 그 증거이기에.

중환자실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십여 년 전, 중환자실에 들어가 본 적이 있다. 친한 언니를 보기 위해서였다. 여기저기 각종 기계음이 가득한 곳에서 머리에 붕대를 감고 누워서 미동조차 안 하던 언니의 모습을 보며 낯설고, 안타까웠고, 씁쓸했다. 얼마 전까지 같이 지내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언니는 하늘로 떠났다.

병원에 대한 공포증이 있다. 지금까지 입원이라고는 출산했을 때가 전부였음에도 병원은 내게 공포스러운 곳이다. 그렇기에 간호학과 진학을 단 한 번도 꿈꿔본 적 없다. 나는 할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일반 병동간호사도 쉽지 않은데,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은... 더 상상이 안 간다. 각종 피 튀기는 상황들이, 드라마에서 보는 코드블루가 수시로 뜨는 곳이 바로 그곳이 아닌가!

이 책의 저자는 외과계 중환자실 간호사다. 그것도 이젠 교육을 시킬 정도의 내공을 가진 베테랑 간호사다. 그녀의 글을 통해 만나는 간호사의 세계, 그곳도 중환자실은 역시 생각했던 것만큼 쉽지 않았다. 늘 9 to 6의 생활을 했던 내게, 3교대 근무는 먼 나라 이야기 같다. 지인 중에 대학병원 간호사를 오래 한 언니가 있었는데, 나이트 근무나 새벽 근무가 종종 있어서 피곤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책을 통해 실제로 볼 줄이야!

각종 환자들과의 이야기가 책의 내용인데, 역시 별의별 환자와 보호자들이 많구나! 싶다. 보호대를 하고 있으면서도 이로 링겔줄을 끊는 환자도 있고, 코로나 시국에는 격리실에서 환자에게 목졸림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소송까지 갔다고 하니 얼마나 힘들었을까?ㅠ) 아무리 인식이 달라졌어도, 여전히 간호사가 아닌 아가씨로 부르는 사람들도 있고, 막말을 내뱉는 보호자들도 있었다. 늘 사망과 닿아 있기에 그 어느 곳보다 조심스러운 중환자실임에도 그곳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은 환자를 돌보는 것 보다 더 한 감정노동이 있기도 했다. 그래서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참 많았지만 여기서 그만두면 그동안의 수고가 헛것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이를 물고 참아내기도 했단다. 이제는 후배간호사들을 다독이며, 그들을 이끌고 교육시키는 상황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워낙 인력난을 겪는 간호계인지라 매일이 힘들어 보였다. 특히 아픈 몸을 이끌고(해열제나 약을 털어넣거나, 너무 심하면 근처 병원에 가서 링겔을 맞기도 했다.) 출근하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 한 사람의 공백이 차지하는 상황들이 어떨거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묵묵히 한다고는 하지만...똑같이 돈을 버는 직업이라고 하지만, 그래서 사명감이 한 스푼 더해지는 직업이 간호사가 아닐까 싶다.

현장에서의 실제적인 목소리를 마주하니, 그들의 상황과 헌신이 더 눈에 보여서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이러니 "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40%만이 현장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니 또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는 바다.


‘수고하다‘라는 단어는 ‘일을 하느라고 힘을 들이고 애를 쓰다‘라는 뜻이다.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느라 힘을 들이고 애를 썼다. 그 하루들이 쌓이다. 축적의 시간.

그 시간들은 짙은 농도를 만들어낸다.

우린 어제도 잘 살아냈고 오늘도 잘 살아내고 있고 지금까지 잘해냈듯이 내일도 잘해낼 것이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너무 무시하지 않기를.

미래를 너무 걱정하기 않기를 바란다. 오늘을 잘 살아낸 내가 그 증거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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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비 이야기
기시 유스케 지음, 이선희 옮김 / 비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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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원래 세계로 돌아가야 하는가.

원래 세계란 무엇인가.

애초에 나는 누구인가.

비가 내리고 날씨가 급 겨울이 되었다. 독특한 시각의 호러 작품을 마주하게 되었다. 날씨만큼이나 을씨년스러운 작품들이었던 것 같다. 기시 유스케의 단편소설 4편이 담겨있는 이 작품집 속 가을비 이야기라는 제목의 작품은 없다. 왜일까? 도대체 왜 가을비 이야기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마지막 장에 옮긴이의 말을 읽고 이해하게 되었다.

이해가 안 되는 작품도 더러 있었다. 문화적 배경을 토대로 해서 읽어야 하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바로 첫 번째 나온 아귀의 논이라는 작품이었는데, 책에 수록된 작품 중 가장 짧은 작품이었음에도 뭔가 개운하지 않았다. 전생의 업보가 이 작품의 키워드라 할 수 있다. 어린 시절 상처 때문에 짝짓기를 하는 모든 생물들에 대한 원한을 가진 한 남자의 이야기였는데, 안타까움이 컸던 것 같다. 또한 작품 속 두 주인공인 다나구치 미하루와 아오타 요시카즈의 이야기 속에서 썸의 기운(?)이 살짝 느껴졌는데, 아오타 요시카즈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면서 썸이 강제 종료(?) 되어서 더 아쉬웠던 것 같다.

비운의 음악가와 그가 남긴 목소리의 비밀이 담긴 백조의 노래라는 작품과, 실종된 작가를 찾아 나선 이야기가 담긴 푸가도 흥미로웠지만 마지막에 들어있던 고쿠리상이 가장 오래 기억에 남았던 것 같다. 우선 고쿠리상은 우리나라의 분신사바와 비슷한 것이라고 한다. 시작은 4명의 초등학교 6학년생이 죽음을 기도하는 장면에서 시작된다. 곤도 다쿠야와 니지마 하루토, 고토 신이치, 오가와 가에데는 모두 자신의 신변을 비관하는 마음으로 자살을 기도하고 있다. 하루토는 6개월 시한부 선고를 받은 뇌종양 환자이고, 신이치와 가에데는 둘 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집안 형편이 좋지 못했다. 그리고 다쿠야는 과거 자신이 벌인 일에 대한 죄책감이 크다. 하루토는 한 기사를 통해 고쿠리상의 어둠 버전이 존재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오컬트 연구가인 우시쿠보 히로키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고쿠리상 중 어둠 버전은 일명 러시안룰렛 버전으로 불리는데, 4명의 인물 중 다수는 해결책을 받게 되지만, 적어도 1명 이상은 죽음을 맞이한다고 알려져 있다. 결국 4명은 폐 병원인 바크티 초후에 모인다. 우시쿠보 히로키의 진행으로 고쿠리상을 하게 된 4명. 그들 중 죽음의 카드를 뽑게 되는 인물은 누구였을까?

1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어느 날, 변호사가 된 다쿠야를 찾아오는 사람이 있었다. 주간 추상 기자인 노구치 ??페이였다. 그는 과거의 고쿠리상 이야기를 꺼내며 다쿠야를 협박하기 시작한다. 과거의 사건과 함께 그가 벌인 과거의 일을 다시금 조명하겠다는 이유였다. 결국 다시금 살인을 하게 되는 다쿠야. 그리고 그로부터 들은 과거 고쿠리상 4인방 중 사망한 하루토를 제외한 친구들이 현재도 과거 못지않은 끔찍한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다시금 고쿠리상 게임을 제안하게 되는데...

각자가 받은 내용대로 자신이 가야 할 위치에 도착한 인물들은 서로 이야기를 나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다쿠야 앞에 펼쳐진 고쿠리상의 진실은 경악할 만한 내용이었다.

책 속 이야기의 주인공들은 자의든, 타이든 자신이 계획하지도, 원하지도 않은 상황에 노출되게 된다. 그 상황을 벗어나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또 원치 않는 다른 상황을 마주한다. 그래서 그곳에 매몰되기도 하고, 탈출하기도 하지만 쉽지 않다. 벗어날 수 없는 괴담 속 주인공들과 우리의 삶은 과연 다를까? 우리 역시 원하지 않는 상황 속에 지속적으로 노출되고, 그 상황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 치고 있진 않은가? 코로나19를 지내오며 그런 생각이 더 깊어진 상황에서 가을비 이야기를 접해서 그런지 어둡고 침침한 작품 속 이야기가 낯설지만, 또 낯설지 않다는 두 가지 마음을 동시에 느끼게 되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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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려치는 안녕
전우진 지음 / 북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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뺨을 맞으면 자신의 잘못을 뉘우친다? 이 한 줄이 내 뇌리에 꽂혔다. 도대체 무슨 이야기가 펼쳐질지 너무 궁금했기 때문이다.

한마음교회 버스 운전사 손병삼은 손집사로 불리지만, 예배에는 참석하지 않는다. 그리고 그는 골초다. 그런 그에게는 아주 특별한 능력이 하나 있다. 바로 그에게 뺨을 맞는 사람은 누구든지, 자신의 잘못을 고백하며 뉘우치게 된다는 것이다. 병삼의 어머니는 병삼을 낳고 오래지 않아 죽는다. 그날 이후로 아버지는 아내를 잃은 속상함을 아들 병삼에게 푼다. 늘 술 심부름을 시키고, 아들을 때린다. 아무 말 없이 얻어맞는 병삼을 보고 동네 이장이 아버지를 나무라기도 하고, 동네 할머니가 불쌍한 병삼을 챙겨주기도 했지만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날. 폭행을 하는 아버지를 피해 저수지에 홀로 앉아 있던 병삼은 저수지에서 튜브를 타다 물에 빠진 정숙을 발견하지만, 그녀를 구할 수 없었다. 물에 빠진 정숙을 향해 헤엄을 치다가 정신을 잃었던 병삼 옆에 외국인같이 보이는 한 남자(예수?)가 서 있었다. 인자한 미소를 짓는 그는 병삼과 정숙을 살렸던 것이다. 그리고 그는 병삼에게 한마디를 남긴다. 정숙의 몸은 구했는데, 정신이 없으니 정신을 돌아오게 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려면 그녀를 세게 때려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게 병삼은 정숙을 살렸고, 그날 이후 그 능력을 갖게 된다.

일심은 추운 겨울날 정운사에서 발견된다. 다 죽어가는 일심을 구한 사람은 주지 우행 스님이다. 그리고 또 한사람 동암 스님. 동암 스님이 큰 화분에 길렀던 지네를 잡아 그것을 먹여 일심을 살린다. 그날 이후로 일심은 정운사에서 살게 된다. 우행은 동암에게 일심을 맡긴다. 일심과 오래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싫었던 동암은 일심을 단련시킨다. 그가 배웠던 소림사 무술을 일심에게 전수한다. 그리고 학교에 입학한 일심은 그동안 배운 무술로 학교짱이 된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짱이 된 일심은 빼앗은 도시락을 먹으며 또 행패를 부리고 있었다. 결국 참다못한 병삼은 일심의 뺨을 때린다. 지켜보든 모두가 일심이 병삼을 때릴 거라 생각했지만, 기우였다. 결국 일심은 학교를 자신의 과오를 깨닫고 학교를 그만두고 서울로 향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하은을 만난다. 하은은 김정석 목사의 딸이었는데, 크리스마스를 계기로 일심과 가까워진다. 태어나서 지금까지 배운 것은 절에서 살면서 배운 불경과 소림무술이 전부인 일심. 결국 일심은 하은을 성추행한 과외 선생을 손 봐준 것 때문에 감옥에 가게 된다. 2년을 복역하고 돌아온 일심에게 미안한 마음을 전하는 하은. 그리고 둘 사이에는 아들 한길이 생긴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데보라서(서보라)는 큰 트라우마가 있었다. 그녀의 겨드랑이 땀샘새를 맡은 남자들이 갑자기 그녀를 폭행하려고 하는 것이었다. 이는 아빠도 다르지 않았다. 그녀는 병원에서 트리메탈아민뇨증(생선냄새 증후군)의 변성이라는 진단을 받는다. 학교를 졸업하고 한국에 온 보라. 여성들만 가르치는 피트니스클럽 크로스핏 강사가 된다.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가지고 여자들을 괴롭히는 남자들을 응징하고 합의금을 받아낸다. 그리고 그날, 호텔에서 강남 메디케어 건강검진센터의 최원장과 강남의 대형교회 재일교회 담임목사인 전재일을 만나게 된다. 전재일이 최원장에게 하는 행동에 이상을 느낀 보라는 그동안의 방법으로 재일에게 접근한다. 하지만 일이 꼬여 그 자리에서 만나게 된 병삼에게 뺨을 맞고 졸지에 꽃뱀이 되고 만다. 한편, 그 일을 통해 병삼의 능력을 보게 된 재일은 그에게 자신의 교회 운전사로 오라며 현재 받는 금액에 2배를 제시한다.

병삼은 사실 다시 만난 일심(정바울로 개명함)이 목사로 있는 개척교회에 운전사로 일하고 있었는데, 정바울 목사는 과거 전재일 목사와 과거에 얽힌 사연이 있었다. 재일교회로 옮기게 된 병삼은, 보라의 일로 찾아온 바울에게 사이비 누명을 씌우려는 상황을 마주하게 된다. 과연 병삼은 친구인 바울의 누명을 벗겨줄 수 있을까?

작품 속에는 저자의 이름과 동명의 등장인물이 나온다. 헷갈릴 정도다. (작가이고, 교보문고 대상을 받은 전작을 가지고 있고, 현재의 내용으로 작품을 준비하는?) 그래서 더 흥미로웠다. 진짜 목사 정바울과 오히려 사이비 목사인 전재일. 종교도 부익부 빈익빈이 있는 걸까? 그럼에도 끝까지 씁쓸한 것은 어쩔 수 없나 보다.

병삼과 같은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다면, 정말 여기저기 도움이 필요한 곳이 많을 텐데... 하는 생각을 또 해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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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의 사람들 - 말씀이 삶이 되다 EBS CLASS ⓔ
지형은 지음 / EBS BOOKS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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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씀을 들어 깨닫고 삶까지 이어지는 모든 과정,

곧 성경 본문에서 삶의 상황까지 이르는 길을 말씀묵상이라고 한다.

이 길에서 하나님을 알고 믿는다.

안다는 것과 믿는다는 것은 같은 뜻인데 언제나 삶의 헌신과 변화까지를 포함한다.

성경은 예수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구약은 앞으로 올 메시아 예수에, 신약은 예언대로 온 메시아 예수와 그의 공생애, 죽음과 부활 그리고 다시 오실 예수에 대해 이야기한다. 저자는 성경을 두 개의 단어로 요약하면 창조와 구원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사이에는 타락이라는 단어가 껴있다. 하나님의 창조- 인간의 타락- 인간을 향한 구원이 바로 성경이다. 그리고 예수는 창조 이전부터 창조자인 하나님과 함께 하셨다. 요한복음 1장에 기록된 "말씀"이 바로 예수를 가리킨다.

신약의 사람들에는 구약의 사람들과 달리 등장인물들이 많지 않다. 신약의 초점은 지극히 "예수" 즉, 말씀이다. 예수를 중심으로, 그의 말씀과 그의 행적과, 그의 모든 것을 중심으로 그와 함께 했던 인물들이 등장한다. 4복음서(마태, 마가, 누가, 요한복음) 중 첫 기록이라 할 수 있는 마가복음의 저자이자 바나바의 조카, 바울과 전도여행에서 중도 포기한 그 마가가 첫 인물로 등장한다. 그리고 세례요한과 마리아, 요셉도 등장한다. 예수의 제자들, 예수를 반대했던 바리새파와 사두개파, 예수의 부활을 믿었던 막달라 마리아를 비롯한 여인들, 바울과 베드로 등 예수를 중심에 두고 그의 행적에 따라 타인들로 곁가지가 뻗어나간다.

성경이 익숙한 기독교인 입장에서 읽기에도 좋지만, 성경 속 구절에 대한 설명과 함께 구체적인 구절이 같이 등장하기에, 성경이 낯선 일반인들이 읽어도 어려움이 없다. 물론 이 책의 저자는 목사다. 그렇기에 다분히 복음(예수는 하나님의 아들이자 세상을 구원할 구세주다.)에 방점을 둔 상태로 이야기가 진행된다.

신약의 사람들을 한 줄로 요약하면 무엇일까? 각 장이 진행됨에 따라 더 선명한 요점은 바로 그리스도인들을 향한 강한 권면이자 명령이라 할 수 있다. 예수를 닮아 말씀이 체화된 삶을 살라는 것이다. 그래서 책을 읽는 내내 아프고 찔린다. 세 종교(개신교, 천주교, 불교)를 놓고 볼 때, 어려운 사람을 돕는 일을 가장 많이 하는 종교는 개신교라고 한다. 그럼에도 개신교는 개독교라는 악명을 받고 있다. 왜일까? 기독교인 한사람 한 사람이 예수의 삶이 자신의 모습 가운데 펼쳐지지 않기 때문이다. 저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같은 논조를 제시한다.

예수의 지상명령이 이뤄지려면, 그리스도인 개개인이 말씀묵상을 하면서

그의 인격과 일상에서 말씀이 삶이 되어야 한다.

개인과 가정이 변하고 그 힘이 사회와 역사를 변혁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 일이 세상 끝 날까지 이어져야 한다.

성경이 말하는 회개에는 세 가지가 포함된다. 먼저 하나님의 말씀에 비추어 정직하게 살피고 자백해야 한다. 둘째, 내가 저지른 죄 때문에 피해를 보거나 상처 입은 사람에게 용서를 빌고 피해를 구체적으로 갚아야 한다. 마지막으로 새로운 방향으로 돌이켜 살아야 한다. 매주 예배시간에 기독교인은 내가 죄인임을 하나님 앞에서 고백한다. 하지만, 그 이후 두 번째와 세 번째 회개는 하지 않는다. 그러니 늘 똑같은 죄의 구덩이 속에서 몸을 굴리게 된다.

교회가 자신의 왕국을 세우면 안 된다. 왕국은 하나님 나라 하나뿐이며 왕은 오직 하나님이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며 걸어가는 순례 공동체다...

교회 공동체든 목회자를 비롯한 교회의 어떤 지도자든 자신을 절대화하면 안 된다.

가장 많은 돌팔매를 맞는 것 중에 하나가 세습과 교만이 아닐까 싶다. 성경 속 사두개파와 바리새파뿐 아니라 제자들을 향해서도 예수가 쓴소리를 내뱉은 것 역시 그와 관련이 있다. 남들보다 자신이 우쭐하고 싶어 하는 바로 그 마음이 악의 시작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살아야 할까? 이에 대한 답은 마치 수능 만점자의 반복되는 대답과 비슷하다. 말씀 되신 예수의 삶을 내 삶 가운데 그대로 옮겨야 한다. 말씀묵상(말씀과 기도)를 통해 내 삶을 비춰보고 타락의 모습(죄)을 깨닫고 진정한 회개를 통해 내 삶은 다시금 바로잡아 예수에게 초점을 맞추어 사는 것. 그것이 바로 그것이 세상의 소금이며 빛의 역할이다.


교회가 자신의 왕국을 세우면 안 된다. 왕국은 하나님 나라 하나뿐이며 왕은 오직 하나님이다.

교회는 하나님 나라를 바라보며 걸어가는 순례 공동체다...

교회 공동체든 목회자를 비롯한 교회의 어떤 지도자든 자신을 절대화하면 안 된다.

예수의 지상명령이 이뤄지려면, 그리스도인 개개인이 말씀묵상을 하면서

그의 인격과 일상에서 말씀이 삶이 되어야 한다.

개인과 가정이 변하고 그 힘이 사회와 역사를 변혁으로 이어져야 한다.

이 일이 세상 끝 날까지 이어져야 한다.

말씀을 들어 깨닫고 삶까지 이어지는 모든 과정,

곧 성경 본문에서 삶의 상황까지 이르는 길을 말씀묵상이라고 한다.

이 길에서 하나님을 알고 믿는다.

안다는 것과 믿는다는 것은 같은 뜻인데 언제나 삶의 헌신과 변화까지를 포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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