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에 버렸더라면 더 좋았을 것들 - 인생에서 정말 중요한 것만 남기는 내려놓음의 기술
고미야 노보루 지음, 김해용 옮김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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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흔이 되었다. 스물에도, 서른에도 그랬지만, 마흔이 들어간 책을 읽게 된다. 지금까지와 앞으로의 삶의 궤적은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나보다 한 발 먼저 디딘 그들의 경험이 도움이 될 것이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러고 보니 스물에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이라는 제목의 책을 읽었던 기억이 있는데, 이번에는 버렸더라면이라는 단어로 동사가 바뀌어 있다. 알다에서 버리다로 말이다.

스물과 서른을 지나 마흔을 살아가는 독자들을 위한 시작이 너무 달라서 당황스러웠다. 포기와 죽음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처음 보는 단어들이 아니었지만, 지나온 나이에서는 볼 수 없었던 단어였다. 한편으로는 그만큼 나이가 들었구나! 하는 생각을 단어를 통해서도 맛보게 된다.

포기라는 단어의 어감은 부정적이다. 그래서 포기는 배추를 세는 단위라는 우스갯소리도 있지 않은가. 저자는 포기와 비슷한 뜻을 가진 단어(저자는 일본인이다.)로 밝히다(분명히 하다)를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 단어를 사용한 체관이라는 단어를 이야기한다. 포기는 깨닫다, 명확히 하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말이다.

'포기한다'라는 것은 결코 인생의 좌절이 아니다.

자신에게 있어 진실과 본질을 명확히 하고, 불필요한 것을 내려놓는 것.

이것은 궤도를 수정하면서 후회 없이, 가치 있는 인생을 걸어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포기한다는 것은 더 이상 다른 길이 없다는 의미같이 느껴졌는데, 아니었다. 여기서의 포기는 다른 말로, 기회비용으로 이해하면 좋을 것 같다. 무언가를 포기했지만, 그것을 포기한 후 다른 것을 얻게 되었다는 말. 원래 사람은 누구나 안 가본 길이 더 멋있어 보인다. 헤어진 전 연인이, 중간에 포기한 학업이, 가지 않은 직장이 더 좋아 보인다. 그래서 그때 내가 그것을 선택했다면 더 좋은 삶을 살았을 텐데... 하는 안타까움을 넘어 분노가 일기도 한다. 그럴 때 저자는 조언한다. 내가 포기하지 않았다면 얻었을 것과 내가 포기함으로 대신 얻은 것을 꼼꼼하게 적어보라고 말이다. 내가 둘 중 하나를 선택한 이유는 그것이 주는 장점이 더 크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막상 적고 보니 그동안 잊고 있던 감사가 스멀스멀 피어난다.

죽음은 어떨까? 사람은 누구나 죽는다. 하지만 그때를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젊을수록 내게 시간이 많이 주어졌을 거라는 짐작만 할 뿐이다.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조언한다. 죽음을 인식하는 삶은 더 윤택하고, 더 깊이가 있어진다고 말이다. 이 역시 포기와 연관되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사물의 한 면만을 바라볼 때는 자신이 바라보는 것을 옳다고 믿고,

치우쳐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사물의 양면이 보였을 때 비로소 '지금까지 치우쳐 바라보고 있었구나!'하고 깨닫게 된다.

이 책은 직접 자신의 삶의 주요 키워드를 찾는 방법을 실제로 해볼 수 있는 디마티니 밸류 팩터가 담겨있다. 내 경우는 독서, 육아, 취업이었는데, 저자는 삶의 중요도는 시기마다 달라질 수 있으니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한 번씩 해보기를 권한다.

한정적인 시간과 한정적인 상황을 가진 우리의 삶을 들여다보자. 기왕이면 더 깊이 있고 중요한 것을 선택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리의 유한한 삶에서 죽음과 포기는 중요하지 않은 것을 내려놓는 작업을 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이제 내 삶을 들여다보자.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는가? 아니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과 실제 시간을 집중하는 것이 다른가? 선택은 당신의 몫이다. 단, 정답은 없다. 내 삶의 중요도는 내가 결정할 문제지, 타인이 대신해 줄 문제가 아니니 말이다.

 

하지만 사물의 한 면만을 바라볼 때는 자신이 바라보는 것을 옳다고 믿고,

치우쳐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다.

사물의 양면이 보였을 때 비로소 ‘지금까지 치우쳐 바라보고 있었구나!‘하고 깨닫게 된다.

‘포기한다‘라는 것은 결코 인생의 좌절이 아니다.

자신에게 있어 진실과 본질을 명확히 하고, 불필요한 것을 내려놓는 것.

이것은 궤도를 수정하면서 후회 없이, 가치 있는 인생을 걸어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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핫 밀크
데버라 리비 지음, 권경희 옮김 / 비채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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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 우리는 함께 절룩거린다.

스물다섯 살인 내가 어머니와 걸음을 맞추려 같이 절룩거리고 있다.

내 다리는 그녀의 다리다. 이게 우리가 찾아낸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명랑한 걸음이다.

걸음마를 막 시작한 어린아이와 어른이 함께 걷는 방법이고,

어른이 된 자식이 한쪽 팔을 부축받아야 하는

늙은 부모와 함께 걷는 방법이다.

엄마와 딸의 관계를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물론 요즘은 친구 같은 모녀도 많고, 나이가 들수록 친구가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하는데 또 다른 가족 중에는 애증의 관계도 상당하다. 이 책 속 모녀 로즈와 소피아의 경우도 후자가 아닐까 싶다.

25살의 인류학 전공자 소피아 파파스테르기아디스와 그녀의 어머니 로즈. 학업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고 석사학위까지 딴 소피아는 박사학위 문턱에서 학업을 포기한다. 어머니 로즈 때문이다. 엄마의 다리가 마비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그녀를 부축하고 도와야 할 사람이 필요했는데, 로즈에게 유일한 가족은 소피아밖에 없기 때문이다. 학업을 마치지 못한 소피아는 결국 동네 커피하우스에서 알바를 하게 된다. 겨우 그 돈으로 생활을 해나가는 모녀는 결국 집을 담보로 큰돈을 마련하여 스페인으로 떠난다. 저명한 전문의인 고메스를 만나 로즈의 다리를 치료하기 위해서다.

기대에 차 고메스를 만난 소피아 부녀는 어안이 벙벙하다. 로즈가 아픈 곳은 다리가 아니었나? 왜 고메스는 자꾸 엉뚱한 이야기를 꺼내는 걸까? 이 사람은 정형외과가 아니라 정신과나 심리치료를 하는 의사였던 걸까? 예상치 못한 치료법이 진행된다. 우선 소피아가 먹던 약 중 3개를 버린다. 치료를 하자고 하고 식당에서 만나기로 약속을 잡기도 한다. 유일한 보호자인 소피아에게 바다에 다녀오라고 하며 자리를 비켜주길 원한다. 해산물에 대해 알레르기 증상이 있다는 로즈 앞에서 문어를 시켜 먹기도 한다.

스페인의 바다를 찾은 소피아는 메두사라고 불리는 해파리에게 쏘인다. 치료를 위해 간이 의무실을 찾는다. 이름과 나이 직업과 국적을 쓰라고 준 종이에 직업을 무엇이라고 적어야 할지 난감하기만 하다.

소피아에겐 아버지가 있다. 소피아가 5살 되던 해, 모녀를 떠난 아버지 크리스토스는 소피아 보다 몇 살 많은 여자와 재혼을 했다. 모녀를 떠날 때부터 아버지는 이미 다른 사람이 있었다. 그리고 얼마 전, 소피아는 돌쟁이 동생이 생겼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아버지는 부유했다. 하지만 소피아와 로즈는 힘든 생활을 하고 있었다. 아버지를 찾아가 보는 건 어떨까? 소피아는 아버지를 찾는다. 과연 아버지는 그녀에게 도움을 줄까?

끊임없이 딸에게 의존하려는 어머니. 그런 어머니가 답답하고 싫지만 차마 두고 떠나지 못해 어머니 주변을 맴도는 딸. 스페인에서 만나게 된 동성의 잉글리트 바우어(잉게). 그리고 잉게의 애인 매튜.

부모의 희생을 바탕으로 자라난 자녀는, 성인이 되고 다시 나이 든 부모는 부양을 해야 할 사람이 된다. 자신의 미래를 접어두고 엄마의 보호자가 되어버린 소피아. 엄마에 대한 애증에 대한 불편함과 갈급함을 또 다른 사람 잉게에게서 풀어내는 소피아의 모습을 보며 두 여인 사이에 껴 있는 소피아의 모습이 쉽지 않아 보였다. 엄마를 위한 삶, 엄마를 돕는 삶은 소피아에게 과연 어떤 의미였을까? 아직은 엄마의 입장보다는 딸의 입장에 가깝기에 로즈보다는 소피아에게 자꾸 눈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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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경쌤의 사자성어 속담 일력 365 (스프링) - 초중고 필수 한자 완전정복!
이은경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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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초등학교 입학을 앞둔 아이의 어린이집에서 10월부터 학교 갈 준비를 한다고 한다. 그림일기 쓰기, 외워서 쓰기(받아쓰기) 그리고 속담과 사자성어. 매주 금요일마다 선생님이 아이들에게 한 개의 속담 혹은 사자성어를 알려준다. 그리고 집에 가서 부모님께 전달을 하면, 부모님이 듣고 언어전달자에 속담과 사자성어를 적어서 보내는 형태로 연습 중이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레 나도 아이도 속담과 사자성어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되었다.

아주 오래된 기억이지만, 지금도 선명하게 떠오르는 기억이 있다. 초등학교 3학년 때였다. 학교에서 숙제로 사자성어의 뜻을 알아오라는 숙제를 칠판 가득 내주셨다. 유치원 때 한자를 배우긴 했지만, 사자성어라는 걸 알게 된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던 것 같다. 당시는 지금처럼 인터넷이 활발했던 때가 아닌지라, 집에 있는 국어사전과 부모님에 의지해야 했다. 하지만 숙제 중 반은 해결하지 못한 채로 학교에 갔던 기억이 있다. 못 채운 칸에 대해 혼이 나진 않았지만, 사자성어에 대한 강렬한 기억을 남기기에는 충분했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보는 순간 옛 기억이 떠올랐다. 한편으로는 사자성어와 속담에 대한 제대로 된 책이 있었다면 인터넷이 없더라도 충분히 해결할 만한 일이었는데... 하는 아쉬움도 생겼다.

부모님 세대에 비해 우리 세대는 한자에 대한 교육이 덜했다. 지금은 어떨까? 적어도 우리 때는 정규 교과 수업에 한문이 있었던 터라(우린 고3 때까지 한문을 배웠다.), 그래도 대학에 입학해서 전공서적을 읽어나가는데 완전 까막눈은 아니었던 것 같다. 물론 한자를 많이 아시는 아버지 도움을 받긴 했지만...

 

 

 

 

영어 교육은 조기교육을 하지만, 한자는 글쎄...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고민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기왕이면 책상에 앉아서 외우고 쓰고 무한 반복하는 주입식 교육보다는 조금 더 흥미롭게 배울 수 있는 방법이 더 좋지 않을까? 그런 면에서 매일 하나의 사자성어 혹은 속담을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방법으로 하루 한 페이지 공부는 충분히 도움이 될 것 같다. 매일 그날 분량의 내용이 딱 한 페이지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부담이 덜하다. 속담의 경우는 그림으로 뜻이 설명되기에 미취학 아동들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고, 사자성어의 경우도 뜻과 음, 그에 대한 활용 어휘도 함께 담겨있기 때문에 일석이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 같다. 꼭 암기하지 않더라도, 써보지 않더라도 눈으로라도 뜻과 음을 익히고 기회가 된다면 부수 공부까지 병행해도 좋을 것 같다. 

 

 

 

 

 

얼마 전 아이가 "가재는 게 편"이라는 속담을 그 주의 언어전달로 이야기한 적이 있었다. 그때 아이에게 가재는 게 편과 비슷한 의미의 속담과 유유상종이라는 사자성어를 알려주었는데, 이 책을 넘겨보다 보니 정말 가재는 게 편이라는 속담이 나왔고, 비슷한 표현으로 유유상종이 나오자 아이가 엄마랑 이야기했던 게 나왔다고 신기해하며 한 번 더 읽어봤었는데 공부가 아니라 놀이나 대화로 풀어나갈 수 있어서 여러모로 도움이 되었던 것 같다.

아이들뿐 아니라 어른도 함께 배울 수 있고, 어느 정도 공부가 된 후에는 퀴즈나 몸으로 표현해요 등의 놀이로 확장시키면 더 도움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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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더랜드 - 5억 5,000만 년 전 지구에서 온 편지
토머스 할리데이 지음, 김보영 옮김, 박진영 감수 / 쌤앤파커스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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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에 영원한 것이란 없으며, 플라이스토세 최대 생물군계도 진흙 속에 가라앉았다.

특정 시공간을 채우고 있는 종들의 군집을 보면 안정 상태라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생태계에서 안정이란 그것이 만들어진 환경이 유지되는 한에서만 지속될 수 있다.

5억 5,000만 년 전이라는 숫자가 감히 짐작이 가지 않는다. 100세 시대가 도래했다고, 과거에 비해 수명이 길어졌다고 이야기하는 인간의 나이는 이 숫자에 비하면 점의 점도 되지 않는 먼지 같은 존재이다. 45억 년 전 지구의 역사가 시작되었고, 생명체는 약 40억 년 전부터 생겨난 걸로 연구되고 있다. 45억 년의 지구 역사 중 인류가 등장하기 시작한 것은 과연 언제일까? 상상도 하지 못할 오랜 옛날이라 일컫는 공룡의 시대조차 24시간으로 따졌을 때, 24시간에서 21초 전에 일어났다고 한다. 그렇다면 인류는 마지막 1/2,000초에서야 시작되었단다. 그리고 거기서 또 반을 나눈 1/1,000초가 시작될 무렵에서야 이집트문명이 등장했다고 하니 어마어마한 지구의 역사에서 인류는 정말 티끌 같은 시간을 차지한 존재일 수밖에 없겠다.

낯선 이름들이 자꾸 등장한다. 다행이라면, 첫 장에 지질연대표가 등장한다는 것이다. 신생대, 중생대, 고생대, 신원생대라는 이름 중 그나마 공룡에 관심이 있었기에 중생대의 시기들(백악기, 쥐라기, 트라이아스기)는 낯이 조금은 있는데, 오히려 신생대의 플라이스토세, 플라이오세, 올리고세, 팔레오세 등의 시대는 초면같이 느껴진다.

이 책은 그나마 현재에 가까운 시기인 신생대의 플라이스토세 부터 시작하여 가장 먼 원생누대의 에디아카라기까지의 지구의 역사가 담겨있다. 다행이라면, 지구의 거대한 역사 속에서 벌어진 시대의 이야기인지라, 현재 우리가 알고 있는 나라들이 각 장에 등장한다.(미국, 중국, 키르시스스탄 등) 그리고 당시 그 지역에서 벌어진 지구의 이야기와 생물들의 이야기도 만나볼 수 있다.

신기하고 신비로웠다. 우연한 상황이 삶과 죽음으로 반영된다. 물이 어느 쪽으로 흐르느냐에 따라 어떤 생물을 살아남아 큰 무리를 이루고, 어떤 생물은 도태된다. 물론 살아남았다고 좋은 것은 아니다. 환경이 바뀌면 또 멸종하니 말이다. 그렇다고 아예 사라진 것일까? 멸종은 완벽한 사라짐일까? 글쎄...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후 다시 등장하기도 하고, 아주 먼 곳으로 이주해서 살아가기도 하니 어느 것 하나 마음을 놓을 수는 없다는 사실을 이 장대한 지구의 역사를 통해 다시 마주하게 된다.

지구 온난화와 기후변화의 문제로 지구는 고통을 받고 있다. 점점 기온이 오른다는 뉴스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온다. 근데, 과연 지구 온난화는 처음 등장한 사실이었을까? 놀랍게도 에오세 시기에 전례 없는 속도로 온난화가 지속되었고 결국 그 일을 통해 전 세계 생태계가 반응하며 환경이 변화되었다. 화산 폭발과 홍수, 온난화와 빙하기 등 지구의 역사 속에는 다이내믹한 변화들이 일어났고, 번성하던 동물들은 하루아침에 멸종되기도, 겨우 살아남기도 한다.

생태계라는 복잡한 게임에서 모든 플레이어는 다른 일부 플레이어들에게 연결되어 있다.

그러한 연결은 먹이 그물망뿐만 아니라 경쟁 그물망도 형성한다.

양지와 음지에서 벌이는 서식지 다툼에서부터 종들은 온갖 분쟁들을 일으킨다.

멸종이라는 사건은 그물망을 뚫고 들어와 연결을 끊어놓고 생태계의 온전성을 위협한다.

인류가 많은 발전을 거듭했다고 하지만, 자연의 위력 앞에서는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듯이 지구에서 살아갔던 많은 종들 역시 자신의 힘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다는 사실을 느낄 수밖에 없다. 책을 읽을수록 어찌할 수 없는 인간의 무력감과 거대한 자연의 경이로움에 빠져들게 되었던 시간이었다.


자연에 영원한 것이란 없으며, 플라이스토세 최대 생물군계도 진흙 속에 가라앉았다.

특정 시공간을 채우고 있는 종들의 군집을 보면 안정 상태라고 착각하기 쉽다.

하지만 생태계에서 안정이란 그것이 만들어진 환경이 유지되는 한에서만 지속될 수 있다.

생태계라는 복잡한 게임에서 모든 플레이어는 다른 일부 플레이어들에게 연결되어 있다.

그러한 연결은 먹이 그물망뿐만 아니라 경쟁 그물망도 형성한다.

양지와 음지에서 벌이는 서식지 다툼에서부터 종들은 온갖 분쟁들을 일으킨다.

멸종이라는 사건은 그물망을 뚫고 들어와 연결을 끊어놓고 생태계의 온전성을 위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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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 구경하는 사회 - 우리는 왜 불행과 재난에서 눈을 떼지 못하는가
김인정 지음 / 웨일북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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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일단 본 건 잘 잊지 않는다.

자신이 이미 본 것보다 약한 걸 보고 싶어 하는 방향으로 감각이 움직이는 법은 거의 없다.

일부 유튜버는 그래서 공중파 뉴스에서 본 것보다 더 자극적인, 더욱 위험한 상황에 뛰어드는 모습을 연출한다.

인간이 지구상에 존재한 이래로 인간은 고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부단히 애를 썼다. 고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방편으로 철학. 의학. 과학. 종교 등 다양한 학문이 발전하기 시작했지만, AI와 드론 등 다양한 기술의 발전을 이룬 현재에도, 아니 미래에도 고통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인간의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고통이 사라지거나, 인류가 사라지지 않는 한 말이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라는 제목은 참 아프고 슬프다. 그 뜻이 짐작이 가기 때문이다. 이태원 할로윈 참사가 일어난 지 1년이 되었다. 세월호 참사는 내년이면 10년이 되고, 궁평 2지하차도 사건이 일어난 지 4개월이 지났다. 각종 재해는 지금도 끊임없이 일어난다. 당시에는 끔찍한 재해의 소식 앞에서 가슴을 졸이고, 안타까워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도 그 의미와 고통이 퇴색되기도 한다. 물론 사고와 관련성이 적은 타인의 입장에서다.

이 책의 저자는 현직 기자다. 그래서인지 각종 사고가 펼쳐질 때마다 상황을 보도해야 하는 기자의 입장에서의 민망함과 고민의 시선도 마주할 수 있다. 단독 특종을 놓치는 것과, 가족을 잃고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 가족들을 취재해야 하는 상황 속에서 고민을 한다. 신입 기자 시절에는, 차마 피눈물을 흘리고 있는 그들에게 차마 카메라를 들이댈 수 없어서 장례식장 앞에서 주저주저하다 낙종을 하기도 했다고 한다. 과연 알 권리는 어디까지 일까? 이런 이런 위험과 어려움을 시청자에게 알려주는 행위가 먼저일까? 아님 취재를 포기하고 당장 앞에 놓인 사람을 구하는 게 먼저일까? 좀 더 자극적으로 이야기하자면 앞에서 사람이 죽어가고 있는데도, 카메라를 들이대야 하는 상황이 과연 옳은 것일까?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일까?

책 속에는 비단 큰 사고뿐 아니라 SPC 끼임 사고처럼 산업현장에서 일어나는 사고, 한파와 폭설, 폭염 등의 재해로 인해 벌어지는 사고에 대한 이야기도 다룬다. 매년 반복되는 폭염과 한파의 뉴스 속에는 쪽방촌에서 여름 나기, 빙판길 사고, 반지하 방 폭우 등 늘 반복되는 고통의 소식들 앞에서 과연 똑같은 일을 반복하는 자신들을 향해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참 아이러니한 것은 우리는 더 자극적인 것을 원한다는 것이다. 타인의 고통을 바라보며 안타까워하지만 한편으로는 구경을 하는 입장이 되기도 한다. 자신이 그 입장이 되지 않았기에 큰 재난과 고통과 불행의 뉴스를 계속 검색하고 또 검색한다. 과연 그 안에는 안타까움만 담겨있을까? 책을 읽으며 마냥 비판할 수만은 없었던 것이 나 역시 그러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도 한 유명 연예인의 마약수사 관련 뉴스와 메달리스트였던 한 선수의 사생활에 관한 뉴스가 계속 이슈가 되고 있는데, 먼저 본 뉴스보다 더 속 사정이 담긴 뉴스를 또 찾고 찾고 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이렇게 고통을 구경하는 우리 모두의 시선을 사라지게 하기 위해서 더 이상의 뉴스를 막아야 할까?

상실의 과정에서 인간은 기억을 재료로 애도를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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