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을 훔치는 자는
후카미도리 노와키 지음, 최고은 옮김 / 비채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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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그런 거창한 게 아니에요.

그냥 익고 재미있으면 그걸로 돼요.

재미없어도 그건 그것대로 좋은 경험이고요.

자기가 뭘 좋아하고 뭘 재미없다 느끼는지 알 수 있으니까요."

제목부터 범상치 않았다. 책도둑을 향한 강한 경고의 말일까? 제목만 봐도 무슨 일이 벌어질 것 같은 분위기가 물씬 풍긴다. 맞다. 이 책은 바로 그 책도둑을 향한 저주의 말이다. 장편소설이지만, 연작소설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이 책은 내용만큼이나 큰 매력을 가지고 있었다.

책의 마을로 유명한 요무나가 마을에 사는 미쿠라 미후유. 미쿠라관을 지켜야 할 4대손이기도 한 그녀는 미쿠라라는 성과는 달리 책을 무척 싫어한다. 미쿠라관은 무엇일까? 미후유의 증조할아버지였던 미쿠라 가이치는 책 수집가이자 평론가로 본인이 소장중인 책을 모아 미쿠라관이라는 이름의 큰 도서관을 만들었다. 책이 워낙 많았던지라, 미쿠라관은 동네의 자랑이자 그로 인해 결국 책의 마을이 탄생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가이치 사망 후, 미쿠라관을 맞게 된 미쿠라 다미키는 200권의 책을 도둑맞는 일이 벌어지자 미쿠라관을 폐쇄하기에 이른다. 미쿠라가문 사람이 아닌 한, 누구도 미쿠라관에 들어갈 수 없게 된 것이다. 미쿠라관의 책을 훔쳐 가게 되면 무시무시한 저주가 걸려있다는 소문이 퍼진다. 바로 북커스 말이다. 북커스는 중세 시대 서적의 도난을 방지하기 위해 사용된 저주의 말을 말하는데, 당시는 인쇄술이 발전했던 시기가 아니었던지라 책의 가치가 더 높았던 시기였기에 그런 일이 벌어졌다고 하는데, 미쿠라관에도 그런 저주가 내려온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할머니 다마키가 사망한 후, 미후유의 아버지인 아유무와 고모 히루네가 미쿠라관을 지키게 되었다. 아버지 아유무는 유도 관장이었는데, 얼마 전 사고를 당해 병원에 입원해 있다. 고모인 히루네는 이름처럼 하루 종일 잠만 잔다. 결국 미쿠라관을 관리할 사람은 미후유 밖에 없는 상황이다. 아버지 병원에 들렀다가 집으로 오늘 길에 마을 책 축제인 미나즈키 축제에 들렀다가 닭꼬치를 샀다. 사범 대리인 최지훈에게 가져다 주자, 지훈은 미쿠라관에서 경고음이 계속 울렸다는 이야기를 전한다. 도둑에 대비해 경고를 달았는데, 그 소리가 계속 들렸다는 것은 히루네가 계속 자고 있었다는 뜻이다. 결국 미후유는 닭꼬치를 들고 미쿠라관으로 간다. 역시 히루네는 자고 있었다. 근데, 히루네의 손에 뭔가 부적같이 보이는 것이 있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 이 책을 훔치는 자는 마술적 사실주의의 깃발에 쫓기리라'?는 말이 쓰여있었다. 갑자기 등장한 소녀를 보고 깜짝 놀란 미후유. 자신을 마시로라고 소개한 아이는 하얀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마을이 이상해진다. 마시로의 도움을 받은 미후유는 한모마을의 형제라는 책이 도난당했다는 사실을 듣게 된다. 책 속 이야기가 실제 요무나가 마을에 펼쳐져 있는데, 빨리 범인을 잡지 않으면 끔찍한 일이 벌어진다는 사실을 깨달은 미후유는 범인을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책 속에는 총 4권의 도난당한 책 이야기와 그동안 베일에 싸여있던 미쿠라관의 숨겨진 이야기가 펼쳐진다. 책 속에 또 다른 책이 담겨있어서 그런지 더 흥미로웠다. 책 속 이야기가 마을에서 펼쳐지기에, 마을 주민들이 책의 등장인물로 분한다. 가령 첫 번째 한모마을의 형제 이야기의 주인공인 베이젤은 지훈이, 베이젤과 결혼하게 되는 하우리는 지훈이 짝사랑하는 하라다다. 문제는 시간이 지날수록 마을 주민들이 점점 여우로 변하게 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시간이 없다. 빠르게 범인을 찾아서 책을 돌려받아야 한다.

책의 소제목은 책이 도난당했을 때 일어나는 상황인데, 흥미로운 것은 도둑맞은 책의 장르가가 다양하다는 것이다. 은빛 짐승, 리키 매클로이 등 판타지와 탐정물, 전래동화 등과 같이 말이다. (옮긴이의 말을 보니 책 속에 등장하는 작품들 역시 저자가 만들어낸 작품이라고 한다.) 마을 주민 누가 어떤 역할로 등장하는지를 마주하는 것도 흥미롭지만, 모든 사건의 시작이 되는 미쿠라관의 과거 이야기를 풀어가는 것 또한 또 다른 묘미가 있었던 것 같다. 그 과정에서 밝혀지는 미후유의 과거와 마시로의 존재, 그리고 잠만 자는 고모 히루네의 이야기가 풀어진다.

하지만 그것은 '미쿠라 집안의 미후유'이기 때문에 느낄 수 있는 기쁨이 아니다.

미쿠라 집안의 삶이 아니더라도 이야기를 즐길 수 있는데, 다마키는 '미쿠라'의 사람이라는 데 계속해서 집착했다.

누구든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었던 저택을 겅ㄹ어 잠그고, 미쿠라 집안사람만의 공간으로 마들면 미후유도, 어쩌면 그다음 세대의 아이들도, 책에게 사랑받는 아이가 될 거라고 믿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공기 없이 꽃을 키울 수는 없다.

도난당한 책 이야기도 흥미로웠지만, 아픈 사연을 가진 이들의 이야기 또한 또 하나의 큰 작품으로 마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책은 읽힐 때 비로소 그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다. 구슬도 꿰어야 보배가 되듯이, 책도 독자에 의해 읽혀야 비로소 책이 된다. 그런 면에서 미쿠라관의 존재는 모두가 자유롭게 드나들면서 책과 가까워지기를 바랐던 가이치의 마음이 담겨있는 장소였다. 하지만 다마키는 그저 책 자체를 소유하는 데 의의를 뒀고, 그는 모두에게 불행을 가져왔다. 다행이라면 가이치의 마음을 깨닫는 인물들이 있었다는 것이다. 모든 게 제자리로 돌아온 후, 미쿠라관은 어떻게 될까? 독자는 이 책을 통해 흥미와 감동 두 마리 토끼를 다잡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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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로 가는 예수님
김진국 지음 / 세상의아침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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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께서 말씀하시길 "현대의 우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또한 손에 잡히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제목이 너무 눈에 띄었다. 다른 곳도 아니고 스타벅스로 가는 예수님이라니... 과연 이 안에 담긴 의미는 무엇일까? 반신반의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었다. 2000년 전 예수님과 12제자가 대한민국에 왔다. 문화도, 시대도 다른 제자들은 낯선 환경에 나름 적응하느라 고군분투하지만, 과거의 습성은 버리지 못한 상태다. 예수님과 함께 제자들은 목욕탕부터, PC방, 찜질방, 지하상가, 교회, 서울역, 학교 그리고 카페까지 간다. 먹고 싶은 것도, 하고 싶은 것도 참 많지만 그놈의 주머니 사정이 여의치않다. 거기다 믿음도! 믿음이 있었다면 주머니 사정 즈음이야 문제가 되지 않았을 텐데, 여전히 예수님을 믿지 못하고 상황에 먼저 눈이 가는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2000년이 지났지만, 많은 것이 발전했지만 여전히 제자들은 헤매고 있다. 어딜 가나 서로 높은 자리에 앉기 위해 싸우기도 하고, 서로를 끌어내리려고 술수를 쓴다. 회계 담당 유다는 여전히 뒷주머니를 찰 궁리를 하고, 베드로는 설레발을 친다. 안드레는 매사에 울컥하고, 도마는 여기저기 의심투성이에, 빌립은 잠만 잔다. 여전히 변하지 않고 부족하기만 한 제자들을 바라보는 예수님 역시 여전히 답답한 마음으로 혼을 내기도 하고, 상황 속에서 교훈을 주기도 한다.

왜 스타벅스가 등장할까? 개인적으로 가장 와닿는 이야기가 담겨있어서나 역시 스타벅스로 가는 예수님이 기억에 남는다. 왕따를 당하는 한 아이가 있다. 같은 반 친구 5명으로부터 갑자기 따를 당하는 아이는 돈을 뺏기기도 하고, 맞기도 한다. 방학이 끝나고 학교에 가는 것이 너무 두렵고 고통스럽다. 그 상황에서 아이는 예수님을 만난다. 예수님은 아이와 함께 스타벅스에 들어가 핫초코와 케이크를 사주신다. 그리고 아이를 위해 기도해 주신다. 따뜻함 속에서 깜박 잠이 든 아이는 꿈을 꾸게 된다. 천국에서 열린 파티에 초대받은 것이다. 일명 왕따들의 잔치다. 그곳에는 삭개오도 있고, 예수님도 계셨다. 이 세상 누구보다 가장 끔찍한 왕따를 당하신 분은 바로 예수님이셨다. 고문과 박해 끝에 죄 없이 십자가에 죽으셨기 때문이다. 살며시 꿈에서 깬 아이에게 예수님이 하신 말씀은 정말 언제 읽어도 가슴이 뭉클하다.

"내가 기도했으니까 이제 개학하면 자신 있게 학교에 가라. 하지만 너의 주변 환경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을 거다. 그렇지만 제일 중요한 게 하나 변했다. 그건 바로 너 자신이야. 자신 있지?"

자연스레 책을 읽다 보면 피식 웃음이 난다. 현대에 맞게 각색된 상황들 때문이다. 하지만 그냥 웃기만 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레 등장하는 성경 말씀에 눈이 간다. 저자는 바로 이것을 목적으로 책을 썼다고 한다. 웃다가 말씀을 읽게 되는 상황을 바라고 말이다.

성탄절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았다. 성탄절을 맞아 교회에 가신 예수님은 과연 축하를 받으셨을까? 오히려 교회에서 부처님을 만났다는데, 이건 또 무슨 이야기일까?

"베드로야, 봉사를 하려거든 봉사하는 자세가 먼저 되어 있어야 하지 않겠니? 앞으로는 하나님이 공급해 주시는 힘으로 하거라."(벧전 4:11)

이 말씀은 어떤 상황에서 나온 말씀일까? 베드로 전서 4장 11절에는 어떤 말씀이 나와있을까? 궁금하다면 성경책과 책을 한번 펼쳐보자.


"내가 기도했으니까 이제 개학하면 자신 있게 학교에 가라. 하지만 너의 주변 환경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을 거다. 그렇지만 제일 중요한 게 하나 변했다. 그건 바로 너 자신이야. 자신 있지?"



​"내가 기도했으니까 이제 개학하면 자신 있게 학교에 가라. 하지만 너의 주변 환경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을 거다. 그렇지만 제일 중요한 게 하나 변했다. 그건 바로 너 자신이야. 자신 있지?"

예수님께서 말씀하시길 "현대의 우상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또한 손에 잡히지도 않는다. 왜냐하면 사람들의 생각과 마음속에 있기 때문이다."

"베드로야, 봉사를 하려거든 봉사하는 자세가 먼저 되어 있어야 하지 않겠니? 앞으로는 하나님이 공급해 주시는 힘으로 하거라."(벧전 4: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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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마터면 육아만 열심히 할 뻔했다 - 멈추지 않고 끝없이 성장하고 싶은 어른들을 위한
김지선 지음 / 두드림미디어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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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까지 워킹맘으로 살다가 잠깐 쉬어가는 시간을 가지고 있다. 두 아이를 키우며 회사일과 집안일을 병행하는 것은 정말 쉽지 않았다. 매일 하루하루 근근이 살다 보니 왠지 모르게 나에 대한 자신감이 떨어지고, 하루하루가 행복하지 않았다. 그저 수많은 숙제들을 그때그때 겨우 처리하는 듯한 기분이었다. 이 제목을 읽는 순간, 궁금해졌다. 나는 육아도 열심히 하지 못하고, 그렇다고 자기 계발이나 사회생활도 열심히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사실 제목과 내용은 조금 결이 달랐던 것 같다. 워킹맘으로 실제적인 삶의 내용보다는 자신의 자기계발과 시간관리에 대한 이야기가 상당했기 때문이다. 솔직히 부럽긴 했는데 실제로 적용하기 쉽지 않은 내용도 없진 않았다. 아이가 좀 자란 상황이라면 다르겠지만, 나처럼 아직도 스스로 뭔가를 하기 쉽지 않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의 입장에서는 좀 버겁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당장 분리 수면조차 아직 못하고 있는 내 입장에서, 아이들을 씻기고 재우고 나면 거의 밤 10시가 훌쩍 넘는다. 그렇게 재우고 나서 거실을 정리하고, 어린이집에 보낼 물건들을 정리하고 설거지를 하고 나면 11시는 빠른 시간이다. 자다가도 깨서 울거나, 이불을 차내는 아이를 돌아보면서 새벽 5시 기상은 글쎄... 조삼모사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물론 나와 같이 새벽 기상이 쉽지 않은 엄마들을 위해 짬짬이 남는 시간을 활용하는 방법도 설명해 주고 있다. 무엇이든 중요한 것은 하루 1시간이라도 나를 위한 시간을 갖는 것이다. 저자는 새벽 5시에 일어나서 운동을 하고, 책을 읽고 하루 계획을 세운다고 한다. 그렇게 갖는 잠깐의 여유는 삶의 원동력이 된다고 한다.

나 역시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기에, 매일 출퇴근 시간에 가방에 책 한 권을 넣고 다녔다. 출퇴근하는 시간에 짬짬이 책을 읽고 생각을 하는 시간으로 활용했다. 그래서인지 출퇴근 시간은 내가 제일 아끼는 시간이었고, 삶의 원동력이 되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 밖에도 무언가를 생각만 하지 말로 실행하기를 조언한다. 머릿속으로 떠올리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종이에 글로 쓰거나 그림으로 그려서 수시로 들여다보면서 미래를 떠올리는 것. 그것이 바로 행동의 시작이 된다. 마음에 와닿는 내용도 여럿이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이 내용이었다.

우리 삶에서 내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시간은 '오늘' 뿐이라는 것.

그런 오늘 하루가 내게 의미 있는 삶이 되도록 힘껏 노력하면 되는 것이었다.

저자는 미국에서 일하는 것이 꿈이었는데, 결국 토플 공부와 여러 노력으로 미국에 갈 수 있었다. 하지만 미국에서 일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일하던 중 큰 교통사고를 당하기도 했다. 교통사고 후 치료를 받으며 저자가 할 수 있는 것은 책을 읽고 생각하는 게 전부였다고 한다. 그리고 그 시간은 저자를 변화시켰다. 바로 생각의 변화를 이루어 낸 것이다.

또 몇 년 전 국제영어교사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었는데, 그때 함께 수업을 듣던 분들 중에는 영어학과 교수를 비롯하여 현직에서 20년 이상 영어를 가르치고 있는 교사들이 대부분이었다고 한다. 학생 중 젊은 층에 속했던 저자에게 수업 때마다 3시간 가까운 시간을 들여오셨던 20년 차 영어교수님의 말도 기억에 남는다.

"지금처럼 멈추지 말고 계속 공부를 해봐요.

50살 넘어서까지 공부를 지속하는 사람은 많이 없으니 50살까지 공부하면 엄청나게 앞서 있을 거예요."

무언가 큰 것을 계획하고 시도하기 전에 작은 것을 실행해 보자. 얼마 안 돼 보이는 작은 시간이 쌓이고 쌓이면 결국 큰 결과로 다가올 수 있다. 저자는 이야기한다. 엄마로서의 삶도 중요하지만, 내 삶에도 시간을 내어주라고 말이다. 하루 한 시간이지만, 그럼에도 그 시간은 결코 나를 배신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이다.


"지금처럼 멈추지 말고 계속 공부를 해봐요.

50살 넘어서까지 공부를 지속하는 사람은 많이 없으니 50살까지 공부하면 엄청나게 앞서 있을 거예요."

우리 삶에서 내가 어떻게 해볼 수 있는 시간은 ‘오늘‘ 뿐이라는 것.

그런 오늘 하루가 내게 의미 있는 삶이 되도록 힘껏 노력하면 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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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번째 대멸종 시그널, 식량 전쟁 - 기후 변화와 식량 위기로 포착하는 파국의 신호들 서가명강 시리즈 34
남재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2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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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기후 위기에 대한 내용을 어디서나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다. 그만큼 기후변화가 앞으로의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치고, 위험수위에 다다랐다는 뜻일 것이다. 서가명강 34번째 주제는 기상학 중에서도 농림기상학에 대한 내용이다. 농림과 기상학의 만남이라니, 사실 처음 접하는 분야였다. 기상학에 대해서는 알고 있었고, 농업 등에 대해서도 알고 있는데 둘의 접점을 연구하는 학문이 있다니 신선했다.

1960~70년대만 해도 우리나라의 농업은 상당수의 국민이 종사할 정도로 나라의 핵심이었다. 1980년대 통일벼의 개발로 지긋한 보릿고개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고, 드디어 식량 자급화를 이루어낸다. 먹고사는 문제가 해결되자 사람들의 관심사는 차츰 바뀌게 된다. 그때부터 농업은 조금씩 밀려나게 되었다. 1970년대 전체 인구의 반 이상이 농업에 종사했던데 비해, 2018년 기준 농업 종사자는 전체 인구의 5%밖에 되지 않는다. 그마저도 65세 이상의 노년층이 대부분이다. 농업이 뒤로 밀려난 이유는 농업보다 더 큰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산업이 발전했기 때문이다. 그에 비해 농산물 가격은 저렴하게 수입할 수 있다 보니 효율성 측면에서 보기에도 농업보다는 타 산업에 집중하는 게 좋아 보였다. 문제는, 식량 역시 안보와 직결된 문제라는 것이다.

사회가 안정되고 모두가 잘 사는 세상이라면 문제가 없을 테지만, 당장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이 시작되자마자 세계 곡물가격은 급등하기 시작했고 특히 우크라이나에서 대부분 수입되던 해바라기씨는 품귀현상을 빚으며 가격이 마구 치솟기 시작했다. OECD 국가 중 식량자급률이 가장 낮은 우리나라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당장 전쟁을 비롯한 이상기후로 예상보다 적게 곡물이 생산되었을 때, 우리의 수입처인 나라들의 경우 우선 자국의 식량재고량을 먼저 채울 것이다. 당연히 가격은 폭등할 것이다. 물론 식량난이 대비되어도 모두가 굶지는 않겠지만, 당장 벌이의 대부분을 식사와 같은 식품 소비에 사용하는 서민층은 과연 굶고 있을까? 세계사를 들여다보면, 대규모의 폭동이 일어난 경우는 바로 이 식량난이 가장 큰 도화선이 되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렇기에 농업과 식량생산에 "안보"라는 단어가 붙는 것은 과한 게 아니라고 볼 수 있다.

경제적인 문제로 다룰 수 없는 것이 안보다. 따라서 우리는 식량문제를 단순한 경제적 논리로 값싸게 들어오면 된다는 인식에서, 이제는 안보적인 관점에서 식량 정책을 다루어야 한다는 이식이 마련되었다.

식량 위기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서 식량 안보를 유념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식량과 기후는 무슨 관련이 있다는 것일까? 지구의 온도가 급속도로 오르고 있다. 또한 세계 곳곳에서 이상기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우리나라만 하더라도 과거에 비해 폭염을 기록하는 날짜가 길어지고 있고, 열대야 역시 과거에 비해 배 이상 증가하였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홍수와 가뭄, 산불 등 이상 현상이 감지된다. 이 모든 것은 바로 인간이 만들어낸 각종 이산화탄소와 메탄 때문이다. 이를 위해 세계는 조약을 맺고 대책을 마련하고 있고, 우리나라 역시 예외는 아니다. 문제는 대책을 실제적으로 대입하는 게 쉽지 않다는 데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세계 평균기온 상승보다 2배나 빠르게 기온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이다.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면 에너지 생산과 관련한 석탄화력발전소, 자동차 등 화석 연료 사용을 줄여야 하는데, 문제는 그러면 경제가 위축된다는 점이다. 그래서 온실가스 감축이 굉장히 어려운 '불편한 진실'이라고 한다.

기후변화의 속도를 줄이는 것만큼, 식량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도 함께 병행해야 하는 문제로 보인다. 아열대기후로 변하고 있는 대한민국의 실정에 맞는 작물들을 개발하는 것과 함께, 과거의 농업방식에서 벗어나 스마트 팜과 같은 기술의 경쟁력을 높일 필요가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후 스마트 농업의 발전이 필요하다. 그에 대한 방법으로 제시된 해초를 이용한 소 사료 개발이 있었는데, 정말 획기적이고 실제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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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오늘도 떠나지 않습니다 - 코드블루 현장에 20대 청춘을 바친 중환자실 간호사의 진실한 고백
이라윤 지음 / 한빛비즈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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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다'라는 단어는 '일을 하느라고 힘을 들이고 애를 쓰다'라는 뜻이다.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느라 힘을 들이고 애를 썼다. 그 하루들이 쌓이다. 축적의 시간.

그 시간들은 짙은 농도를 만들어낸다.

우린 어제도 잘 살아냈고 오늘도 잘 살아내고 있고 지금까지 잘해냈듯이 내일도 잘해낼 것이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너무 무시하지 않기를.

미래를 너무 걱정하기 않기를 바란다. 오늘을 잘 살아낸 내가 그 증거이기에.

중환자실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십여 년 전, 중환자실에 들어가 본 적이 있다. 친한 언니를 보기 위해서였다. 여기저기 각종 기계음이 가득한 곳에서 머리에 붕대를 감고 누워서 미동조차 안 하던 언니의 모습을 보며 낯설고, 안타까웠고, 씁쓸했다. 얼마 전까지 같이 지내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언니는 하늘로 떠났다.

병원에 대한 공포증이 있다. 지금까지 입원이라고는 출산했을 때가 전부였음에도 병원은 내게 공포스러운 곳이다. 그렇기에 간호학과 진학을 단 한 번도 꿈꿔본 적 없다. 나는 할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일반 병동간호사도 쉽지 않은데,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은... 더 상상이 안 간다. 각종 피 튀기는 상황들이, 드라마에서 보는 코드블루가 수시로 뜨는 곳이 바로 그곳이 아닌가!

이 책의 저자는 외과계 중환자실 간호사다. 그것도 이젠 교육을 시킬 정도의 내공을 가진 베테랑 간호사다. 그녀의 글을 통해 만나는 간호사의 세계, 그곳도 중환자실은 역시 생각했던 것만큼 쉽지 않았다. 늘 9 to 6의 생활을 했던 내게, 3교대 근무는 먼 나라 이야기 같다. 지인 중에 대학병원 간호사를 오래 한 언니가 있었는데, 나이트 근무나 새벽 근무가 종종 있어서 피곤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책을 통해 실제로 볼 줄이야!

각종 환자들과의 이야기가 책의 내용인데, 역시 별의별 환자와 보호자들이 많구나! 싶다. 보호대를 하고 있으면서도 이로 링겔줄을 끊는 환자도 있고, 코로나 시국에는 격리실에서 환자에게 목졸림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소송까지 갔다고 하니 얼마나 힘들었을까?ㅠ) 아무리 인식이 달라졌어도, 여전히 간호사가 아닌 아가씨로 부르는 사람들도 있고, 막말을 내뱉는 보호자들도 있었다. 늘 사망과 닿아 있기에 그 어느 곳보다 조심스러운 중환자실임에도 그곳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은 환자를 돌보는 것 보다 더 한 감정노동이 있기도 했다. 그래서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참 많았지만 여기서 그만두면 그동안의 수고가 헛것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이를 물고 참아내기도 했단다. 이제는 후배간호사들을 다독이며, 그들을 이끌고 교육시키는 상황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워낙 인력난을 겪는 간호계인지라 매일이 힘들어 보였다. 특히 아픈 몸을 이끌고(해열제나 약을 털어넣거나, 너무 심하면 근처 병원에 가서 링겔을 맞기도 했다.) 출근하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 한 사람의 공백이 차지하는 상황들이 어떨거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묵묵히 한다고는 하지만...똑같이 돈을 버는 직업이라고 하지만, 그래서 사명감이 한 스푼 더해지는 직업이 간호사가 아닐까 싶다.

현장에서의 실제적인 목소리를 마주하니, 그들의 상황과 헌신이 더 눈에 보여서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이러니 "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40%만이 현장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니 또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는 바다.


‘수고하다‘라는 단어는 ‘일을 하느라고 힘을 들이고 애를 쓰다‘라는 뜻이다.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느라 힘을 들이고 애를 썼다. 그 하루들이 쌓이다. 축적의 시간.

그 시간들은 짙은 농도를 만들어낸다.

우린 어제도 잘 살아냈고 오늘도 잘 살아내고 있고 지금까지 잘해냈듯이 내일도 잘해낼 것이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너무 무시하지 않기를.

미래를 너무 걱정하기 않기를 바란다. 오늘을 잘 살아낸 내가 그 증거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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