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오늘도 떠나지 않습니다 - 코드블루 현장에 20대 청춘을 바친 중환자실 간호사의 진실한 고백
이라윤 지음 / 한빛비즈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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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고하다'라는 단어는 '일을 하느라고 힘을 들이고 애를 쓰다'라는 뜻이다.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느라 힘을 들이고 애를 썼다. 그 하루들이 쌓이다. 축적의 시간.

그 시간들은 짙은 농도를 만들어낸다.

우린 어제도 잘 살아냈고 오늘도 잘 살아내고 있고 지금까지 잘해냈듯이 내일도 잘해낼 것이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너무 무시하지 않기를.

미래를 너무 걱정하기 않기를 바란다. 오늘을 잘 살아낸 내가 그 증거이기에.

중환자실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십여 년 전, 중환자실에 들어가 본 적이 있다. 친한 언니를 보기 위해서였다. 여기저기 각종 기계음이 가득한 곳에서 머리에 붕대를 감고 누워서 미동조차 안 하던 언니의 모습을 보며 낯설고, 안타까웠고, 씁쓸했다. 얼마 전까지 같이 지내던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래지 않아 언니는 하늘로 떠났다.

병원에 대한 공포증이 있다. 지금까지 입원이라고는 출산했을 때가 전부였음에도 병원은 내게 공포스러운 곳이다. 그렇기에 간호학과 진학을 단 한 번도 꿈꿔본 적 없다. 나는 할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이다. 일반 병동간호사도 쉽지 않은데,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은... 더 상상이 안 간다. 각종 피 튀기는 상황들이, 드라마에서 보는 코드블루가 수시로 뜨는 곳이 바로 그곳이 아닌가!

이 책의 저자는 외과계 중환자실 간호사다. 그것도 이젠 교육을 시킬 정도의 내공을 가진 베테랑 간호사다. 그녀의 글을 통해 만나는 간호사의 세계, 그곳도 중환자실은 역시 생각했던 것만큼 쉽지 않았다. 늘 9 to 6의 생활을 했던 내게, 3교대 근무는 먼 나라 이야기 같다. 지인 중에 대학병원 간호사를 오래 한 언니가 있었는데, 나이트 근무나 새벽 근무가 종종 있어서 피곤하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책을 통해 실제로 볼 줄이야!

각종 환자들과의 이야기가 책의 내용인데, 역시 별의별 환자와 보호자들이 많구나! 싶다. 보호대를 하고 있으면서도 이로 링겔줄을 끊는 환자도 있고, 코로나 시국에는 격리실에서 환자에게 목졸림 폭행을 당하기도 했다고 한다. (소송까지 갔다고 하니 얼마나 힘들었을까?ㅠ) 아무리 인식이 달라졌어도, 여전히 간호사가 아닌 아가씨로 부르는 사람들도 있고, 막말을 내뱉는 보호자들도 있었다. 늘 사망과 닿아 있기에 그 어느 곳보다 조심스러운 중환자실임에도 그곳에서 일어나는 상황들은 환자를 돌보는 것 보다 더 한 감정노동이 있기도 했다. 그래서 그만두고 싶었던 적이 참 많았지만 여기서 그만두면 그동안의 수고가 헛것이 될 것이라는 생각에 이를 물고 참아내기도 했단다. 이제는 후배간호사들을 다독이며, 그들을 이끌고 교육시키는 상황이 되었지만 그럼에도 워낙 인력난을 겪는 간호계인지라 매일이 힘들어 보였다. 특히 아픈 몸을 이끌고(해열제나 약을 털어넣거나, 너무 심하면 근처 병원에 가서 링겔을 맞기도 했다.) 출근하는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 한 사람의 공백이 차지하는 상황들이 어떨거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기에 묵묵히 한다고는 하지만...똑같이 돈을 버는 직업이라고 하지만, 그래서 사명감이 한 스푼 더해지는 직업이 간호사가 아닐까 싶다.

현장에서의 실제적인 목소리를 마주하니, 그들의 상황과 헌신이 더 눈에 보여서 여러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이러니 "증"을 가지고 있는 사람의 40%만이 현장에서 간호사로 일하고 있다니 또 한편으로는 이해가 되는 바다.


‘수고하다‘라는 단어는 ‘일을 하느라고 힘을 들이고 애를 쓰다‘라는 뜻이다.

오늘 하루를 잘 살아내느라 힘을 들이고 애를 썼다. 그 하루들이 쌓이다. 축적의 시간.

그 시간들은 짙은 농도를 만들어낸다.

우린 어제도 잘 살아냈고 오늘도 잘 살아내고 있고 지금까지 잘해냈듯이 내일도 잘해낼 것이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너무 무시하지 않기를.

미래를 너무 걱정하기 않기를 바란다. 오늘을 잘 살아낸 내가 그 증거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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