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제리의 유령들 - 제23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황여정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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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당선, 합격, 계급'에서는 여러 문학상의 대상 수상작은 단행본으로 출간된다고 했다. 그리고 책의 판매량과 상관없이 상금을 주므로 이 수상작 출간에 대한 인세는 대개 없다고 했다. 책 알제리의 유령은 문학동네 대상작으로 아마 이렇게 출간되었을 것이다. 대상수상작이라 뒷편에 여러 소설가들의 평론이 짤막히 들어있고 그걸 보면서 작가 황여정이 황석영의 딸이란걸 알았다. 그리고 보니 닮은 것 같기도 하다.

 책엔 네명의 사람이 표지에 등장하는데 마치 마그리티 처럼 여러 겹을 짤라서 나온다. 뭔가 서로 얽히면서도 다른 층위에 있는 느낌이고 책을 읽으면 표지가 왜 이랬는지 감이온다. 총 4부로 구성되었는데 서로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다. 징과 율(두개다 본명이 아니었는듯.)이란 청년이 있는데 둘은 어려서도 알고 이성적 호감을 느끼며 항상 그리워하나 내색하지 않는 사이다. 마치 친한 남자친구 둘이 자주 서로를 그리워하고 오랫만에 만나도 어색하지 않으면서도 정작 연락은 10년만에 하는 그런 경우와 흡사하다.

 하여튼 둘은 그런 오묘한 관계인데 문제는 둘의 부모역시 서로 얽힌 사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연극이란 공통분모가 있었고, 80년대 학번으로 학생운동을 했었으며 책엔 마르크스가 지은 것으로 나오는 '알제리의 유령'이란 극본을 갖고 있었다. 그리고 그들과 같이 극단을 한 오수란 인물이 나오며 그를 흠모하며 연극과 인생에 대해 고민하는 철수란 인물도 나온다. 4개의 장 중 첫장은 율과 징의 이야기를 둘째 장은 철수가 오수를 찾아가는 이야기를 셋째 장에서는 철수와 오수의 만남, 그리고 마지막 장은 알제리의 유령 극본의 탄생과정과 이것이 어떻게 한국으로 넘어와 부모세대들이 공유하게 되었는지가 나온다.

 처음엔 연애소설처럼 읽히지만 부모들의 이야기가 나오며 이야기를 성격이 많이 바뀐다. 재밌는 구성이었는데 처음엔 관계들이 어떻게 얽히는 것인지 헛갈리기도 했다. 재밌는 구성과 시도였고 무딘 내가 보기에도 문장이 예뻤다. 볼만한 책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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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92년에 성립한 조선을 가장 크게 뒤흔든 사건은 1592년에 일어난 임진왜란이다. 많은 역사학자들은 조선을 임진왜란 이전과 이후로 나누곤 한다. 그리고 그 임진왜란의 한 가운데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 바로 이순신이다. 어려서 누구나 이순신 전기를 한번쯤 읽었을 것이고 그를 다룬 많은 드라마나 영화를 봤을 것이다. 하지만 이순신을 깊이 있게 다룬 책을 본 사람은 많지 않다. 워낙 유명해서 오히려 깊게 다가가지 않는 느낌이랄까. 

 

 이순신을 다룬 책 중 내가 처음 본 제대로 된 책은 바로 이 책이다. 지금은 어느새 나온지 거의 20년이 되어가는 고전이지만 군대에서 무척 재미나게 읽은 기억이 있다. 칼의 노래는 이순신의 백의종군 후 명량해전을 다룬 책이며, 오래된 기억이지만 음식을 먹는 장면과 음식의 묘사, 그리고 이순신의 인간미와 고뇌, 명량해전의 대단함을 느낄수 있는 책이었다. 교과서엔 고작 12척의 배로 적선 133척을 물리친 것으로 나오지만 이 건조한 문장만으론 그 싸움의 비장함과 대단함을 느끼긴 어렵기 때문이다.

다음으로 본 책은 징비록이다. 이순신을 천거하여 선조로 하여금 신의 한수를 두게 만든 서애 유성룡의 저작이다. 징비록은 사실상 국가기밀에 해당하는 문서였음에도 이후에 일본과 중국으로 넘어갔고, 그 덕에 임진왜란의 주인공이 일본과 중국이라고만 생각했던 양국에게 조선이 전란의 중심국 역할을 당연히 했음을 주지시키는 긍정적 역할을 한 책이다. 징비록을 보면 전란의 참혹함이 느껴지며 이순신의 제외한 거의 모든 장수와 대신들이 유성룡의 날카로운 비판을 받는다. 선조도 욕하고 싶지만 주상이므로 애써 참는 모습이 애처롭다.

다음은 이순신의 7년이다. 소설인데 이순신의 전공이외에도 의병장이나 다른 전투들도 다루어서 임진왜란을 총체적으로 느낄수 있다. 전체적으로 재밌지만 이순신을 다루지 않은 다른 부분들은 좀 지루한 면도 없지 않다. 통제사와 다른 휘하 장수들이 사투리를 쓰는게 재밌다.

 

 

 

그리고 이번에 읽은 것이 바로 이순신의 원전이라 할 수 있는 난중일기다. 난중일기를 읽기전 전쟁을 직접 지휘한 이순신의 생동감 넘치는 전쟁묘사를 기대했건만 큰 오산이었다. 이순신의 전과가 집중된 임진년의 전투는 전혀 등장하지 않는다. 이순신의 전과가 임진년에 집중되어 있기에 이는 몹시 안타까운 일이었는데 계속된 패전에 임진년 이후 왜군은 수군전력에 한하여 매우 수세적으로 돌아섰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순신의 3대첩중 오직 명량해전만이 난중일기에 수록되었는데 어찌보면 당연한 결과이다. 한창 전쟁을 치루느라 여러가지를 관리하고 전략에 골몰하고 있는 이순신이 일기까지 남긴다는 것은 무척 어려운 일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중일기에 수록되지 않았음에도 이순신의 전과나 전투장면은 매우 자세한 기록이 남아있는데 아무래도 이순신이 전투 후 올린 장계가 남아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서 난중일기엔 주로 이순신의 일과 생활이 등장한다. 그리고 무척이나 많은 관직과 인물들이 등장하며 의외로 이들의 교체는 전시임에도 무척이나 잦았다. 전시였으므로 전사나 질병으로 인함도 있었지만 이보다는 주로 중앙에서 내려온 어사나 선전관 등에 의해서 징계를 받거나 압송당해 교체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전시였음에도 중앙에서의 중상모략과 세력다툼이 계속되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순신 자체도 이 부분에 대해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부분이 많았는데 오랜 전우인 권준이나 신호등이 파직되었을땐 특히 그러했다.

 장수들은 통제사인 이순신을 무척이나 자주 방문했다. 그리고 이순신도 부하 장수들의 진영을 자주 방문했다. 지금이나 예전이나 인간관계는 중요한 법이니  그렇다. 선물을 주고 받는 경우도 무척이나 많은데 통제사는 많이 받기도 하였으며 그만큼 많이 주기도 하였다. 서로 술을 마시는 경우도 잦았고, 활쏘기로 내기를 하거나 종정도 놀이를 하는 장면도 자주 나온다.

 다소 의외인 부분은 이순신이 무척이나 많은 형벌과 처형을 명했다는 것이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이순신의 인간적인 부분을 많이 미화하다보니 이런 부분이 의외로 느껴지는 것인데 1만이 넘는 군사를 책임지는 자리다 보니 형벌도 많아짐은 사실 당연한 일이다. 전란 1-2년차에 목을 베는 장면이 많이 나오는데 초기 왜군의 우세로 도망병이 많이 발생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항복한 왜군들 중 순순히 투항하지 않거나 거짓을 일사는 경우에 목을 베는 일이 많았으며 부하장수들중 죄가 중하면 목을 베기도 하였다. 곤장을 치는 일도 많았는데 부하 장수가 죄를 짓거나 군기 관리가 헤이하면 군장을 치곤 했으며 재밌는 부분은 직급이 높은 장수가 잘못을 하면 그 부하는 곤장을 치는 일도 있었다는 것이다.

 이순신은 난중일기에 공무를 했다는 기록을 많이 남겼는데 이 공무를 쉬는 날도 의외로 적지 않았다. 이는 조선의 법도 때문이었는데 역대 왕들의 제삿날은 공무를 쉬는 날이었다. 또한 이순신 자신의 가족 제삿날에도 공무를 보지 않을 수 있었다. 그리고 매월 1일과 보름에는 망궐례를 하였는데 이는 중앙의 임금에 인사의 예를 올리는 것으로 법적으로 정해진 것 같았다.

 또한 이순신은 무척이나 자주 아팠다. 생각보다 몸이 건강하지 않은듯 한데 적어도 2-3달에 한번은 몸이 아팠으며 일단 아프면 1주일 이상을 앓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아무래도 나이가 50대로 당시론 고령이었고, 전쟁 초기에 어깨에 총을 맞았기 때문일수도 있다. 또한 난중일기에 보면 남해안은 무척이나 비가 자주 내리고 바람이 거센 날이 많았는데 이 역시 이순신의 건강에 좋지 못한 작용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순신은 난중일기에서 여러 사람에 대한 평을 남겼는데 가장 많은 평을 받은 사람은 당연히 원균이었다. 원균에 대한 이순신의 감정은 매우 좋지 못한데 원균과 함께 전쟁을 치루거나 통제사로 근무하면서 같이 있었던 몇년간은 거의 2-3일에 한번 꼴로 원균에 대한 비난이 수록되었을 정도다. 원균에 대한 이순신의 평은 대개 '가소롭다' '우습다' '흉악하다' '괴이하다' 등이다. 초기엔 원수사나 원공으로 불러주기도 했지만 부정적 감정이 극에 달했을 땐 '원흉'이란  표현도 서슴지 않았다. 오래 함께한 전우인 권준이나 신호, 이영남에 대한 평가는 우호적이지만 이들 역시 잘못을 저지르면 비판하는 공정한 모습도 보인다. 부하들 중에는 원균의 수하였던 남해현련 기효근을 무척 싫어한듯 하다.

 이순신의 일기이니 난중일기에선 그의 인간적인 면도 느낄수 있었는데 비교적 냉정하고 차분한 그의 글에서도 감정이 복받쳐 오른 부분은 1597년 정유년이었다. 그 해는 이순신에겐 최악의 해라 말할 수 있는 해로 파직당해 백의중군을 당했고 원균의 미숙함으로 7년간 육성한 군의 대부분을 잃었기 때문이다. 거기에 개인적으로는 이순신의 어머니가 죽고, 왜군에 의해 아들 면이 전사하기도 했다. 어머니와 아들 면의 죽음에서 이순신은 슬픈 감정을 숨기지 않고 토로한다.

 책 난중일기는 사실 재미난 책이라곤 말하기 어렵다. 매일 반복되는 일상과 날씨에 대한 묘사 많은 등장인물과 이해하기 어려운 관직등이 열거되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전쟁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하지만 그렇기에 인간 이순신을 가장 잘 느낄 수 있지 않았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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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0호
움베르토 에코 지음, 이세욱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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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0호가 대체 뭘까? 궁금증을 안고 책을 봤다. 0호는 다름 아닌 신문인데 애초에 출간할 생각도 없이 기획만 하고 있으니 0호다. 1호가 나올수 없으니 말이다. 이런 기가 막힌 계획을 한 사람은 시메이다. 그리고 그는 이 책의 주인공 콜론나를 이 계획에 끌어들인다. 콜론나는 대학을 졸업하지 못하고 독일어를 어려서 배워 번역일을 시작해 각종 지방의 일간지 작업이나 대필을 주로 해온 사람이었다. 그는 한때 작가가 되려고도 노력해왔지만 대필작가로서의 능력을 탁월했으나 왜인지 자신이 스스로 작가는 되기 어려운 사람이었다.

 웬일인지 이런 별볼일 없는 경력에 나이가 50이 다된 콜론나지만 시메이는 만들생각이 없는 신문의 데스크로 그가 적격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이유를 궁금해하는 그에게 이 신문은 자신에게 돈을 대는 한 사람을 위한 작업이라고 설명한다. 그의 적을 공격하거나 정치적 입지를 유리하게 다지기 위함이다. 콜론나에게 지불할 거부할수 없는 거액도 그런 과정에서 마련할 것이라고 시메이는 말한다.

 그렇게 시작한 지저분한 일에 6명의 기자가 모여든다. 게중엔 제법 진지하게 기자생활의 전기를 마련하고 싶어하는 사람도 늘 그렇듯 밥벌이를 하려는 사람도 있다. 그들이 모여 사무실에서 하는 일이라곤 제대로  된 사회기사를 쓰기보단 평범할수도 혹은 하급잡지나 다룰만한 가십성 기사라도 그럴듯하게 보이게 만드는 일이었다. 그들은 그런 회의를 하며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중 콜론나에게 이탈리아 파시스트 무솔리니와 교황바오로 1세에 대한 음모를 매일 같이 이야기하던 기자 브라가도초가 갑작스레 살해된다. 경찰이 사무실을 들이닥치고 시메이는 브라가도초가 제기한 음모가 상류층의 누군가를 건드렸음을 직감한다. 그리고 시메이의 윗선도 이미 더 이상의 신문제작중지를 지시한 상황. 콜론나는 위기를 느끼며 사태 수습에 고심한다.

 책은 이런 줄거리를 갖고 있으며 대부분의 장면이 언급한 회의 장면이다. 회의에서 서로가 하는 말은 상당히 긴편인데 이걸 다 읽기가 좀 힘들었다. 거기에 친숙하지 않은 이탈리아의 배경과 용어들은 더 힘든 부분이었다. 오래전 에코의 가재 걸음을 본적이 있는데 그 책 역시 무척 읽기가 힘들었던 생각이 난다. 에코와는 잘 안맞는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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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은까페 2018-11-22 22: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움베르토 에코 괜찮은데^^

닷슈 2018-11-22 22:01   좋아요 0 | URL
그런가요?ㅋㅋ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 - 스스로 ‘정상, 평균, 보통’이라 여기는 대한민국 부모에게 던지는 불편한 메시지
오찬호 지음 / 휴머니스트 / 201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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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확한 명칭은 모르지만 매년 말이면 한 교수집단에서 올해를 지칭하는 사자성어를 발표하곤 했다. 박근혜때였는지 이명박때였는지는 정확하지는 않으나 어떤 해에 한국사회를 지칭하는 사자성어로 그들은 '각자도생'을 택했다. 당시 매우 시의적절해서 무릎을 쳤던 기억이 있다. 알아서 잘 살아남아야 한단 뜻인데 공공성과 복지가 매우 취약한 한국엔 정말 잘 어울리는 표현이며 이는 지금도 꽤 유용한 표현이다.

 책 '결혼과 육아의 사회학'에도 각자도생의 시대가 밑바탕에 깔려있다. 결혼과 육아는 개인의 인생에 있어서 매우 중대한 결정이고 과거엔 의무나 아름다운 것으로 여겨졌지만 각자도생의 시대엔 그야말로 치열한 전쟁이 된다.

 우선 시작인 결혼부터 쉽지 않다. 이미 한국에서는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결혼연령층의 응답이 사상 최초로 50%를 밑돌았다. 여기엔 결혼을 하는데 들어가는 엄청난 비용과 가부장적 질서가 자리한다. 책은 여성의 관점을 주로 보는데 여성입장에선 결혼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부담이다. 양성평등적 사고방식을 갖고 자라났지만 결혼 후 육아는 대개 여자의 몫이 되며 사회복지의 미약으로 이는 경력단절로 이어진다. 거기에 주거부담으로 신혼부부는 남자쪽 집안에 경제적으로 의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과정에서 남자집에서의 간섭이 시작된다. 이 경제적 도움으로 시부모는 신혼부부의 삶에 간섭할 권한이 생기기 때문이다. 직장을 그만두고 전념할 것을 요구하는가 하면 툭하면 이미 성인인 자식의 집에 허락도 없이 시부모가 들어온다. 집 비밀번호를 공유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지나친 것이 사실이지만 그들도 그럴만하다. 노인빈곤율이 경제선진국 집단중 가장 심각한 한국사회에서 자신들을 부양하지도 않을 자신들에게 무려 1억이상의 거액을 선뜻 건낸 것이기 때문이다.

 거기에 남편의 부족한 양성평등적 사고도 한몫하기 시작한다. 결혼전에는 지극히 양성평등적 사고를 보이는듯 하던 이 사람이 결혼 후 돌변한다. 시부모님에게 효도할 것을 강요하고 맞벌이임에도 살림이나 아침밥상이 여자의 몫이 되는게 당연한 것처럼 행동한다. 더 기가막히는건 친정부모의 반응이다. 자신을 양성평등적인 사람으로 교육하고 자신처럼 살지 말라고 신신당부하던 어머니가 상견레자리부터 굽신거리며 가부장적인 사람으로 돌변한다. 결혼후에도 이런 엄마의 반응은 마찬가지. 여자는 기댈때가 없다. 이 거대한 문화적 장벽앞에 대부분 이를 받아들인다.

 이런 결혼에서 비정상적인 육아가 탄생한다. 양성평등적으로 자라난 자신의 모든 것을 결혼앞에서 잃어버린 여자는 비정상적인 엄마로 돌변한다. 자신이 결혼으로 이루지 못한 여러가지 것들을 자식에게 투사하는 것이다.  만들어진 모성도 이를 부채질 한다. 여성에게 모성을 아름답고 귀한 것으로 강요함으로써 모성의 당사자인 여성 자신을 희생시키는 것이다.

 육아는 마치 전쟁터다. 얼마 쓰지도 않는 유모차가 500만원 가량이나 하며 각종 육아서나 장난감 학습도구들은 넘쳐난다. 이들은 엄마를 압박하며 이상스레 주변엔 이런 것들을 잘 알고 한발 앞서나가는 엄마들이 자리한다. 이런 상황에서 매년 출생아수가 크게 감소함에도 이런 육아시장의 규모는 끝을 모르고 성장한다. 여기엔 정도란 것이 없다. 이런 것들을 해나가야 간신히 평균이 될 뿐이며 TV나 주변엔 더 대단한 사람 투성이다.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자신이 자식에게 미안할 따름이다.

 교육에도 비슷한 공식이 그대로 적용된다. 한국의 교육은 치열한 경쟁을 바탕으로 사람을 서열화한다. 모두가 이 서열화 논리에 매몰되어 있어 이 공식의 신봉자가 된다. 그래서 비정규직을 함부로 정규직화하는 논의나 노동조건이 좋지 못한 사람이 좋은 대우를 받는 꼴을 보지 못한다. 그들은 학창시절 열심히 하지 않아 서열화에서 탈락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이런 무시무시한 논리로 교육은 움직인다. 그리고 이에 발맞추어 사교육을 한다. 사교육은 효과가 없다고 언론에서 눈가리고 아웅하지만 책은 단연코 사교육은 매우 효과적이라고 말한다. 오늘날 명문대학과 고교에 진학하는 학생이 대부분 사교육을 많이 받고 있으며 사교육 효과가 보이지 않는 것은 모두가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 때문에 사교육의 효과는 많은 사람에게 있어 뒤쳐지지 않는 정도로만 보인다. 결국 안하면 서열화 교육시장에서 탈락하게 된다는 것이다.

 책에는 자녀 소유과 자녀 보호의 개념이 나온다. 자녀 소유는 흔히 우리 한국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자녀를 자신의 소유물로 보고 교육하는 것을 말한다. 내가 자식을 폭력을 사용해서 교육하든 내 맘대로 동성애는 나쁜 것이고 특정신앙등을 자식에게 강요하는게 아무 문제가 없다는 식으로 반응하는게 자녀 소유다. 이런 사람들은 공적인 부분이나 다른 사람이 자기 자녀 교육에 참견하는 것을 꺼린다. 여긴엔 공공성이 없다. 반면 자녀 보호는 공공의 개념이다. 국가와 사회가 자녀교육에 참견하며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다. 아이를 학대하는 부모에게서 자녀를 분리하거나 교육을 시키지 않는 부모에게서 친권을 박탈하는 개념들이 자녀 보호다.

 책은 결혼에서 육아 그리고 교육으로 이어지는 이 일련의 문제에는 결국 각자도생이 있음을 말한다. 모두가 모든 것을 경쟁할 수 밖에 없기에 죽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쟁이 싫어서 다른 길을 선택한 사람들도 마찬가지란다. 그들 역시 결국 그들처럼 과감한 선택을 하지 못하는 평범한 사람들과 자신들이 다름을 강조하여 경쟁에서 다른 방식으로 승리했음을 우회적으로 드러내는데 불과하기 때문이다. 이게 타파되려면 결국 나만 다른 방식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사회가 다른 방식으로 가야한다.

 책을 인상적인 말로 마무리를 한다. 삶이 전투가 된 세상에서 우리는 전쟁이 없는 사회를 희망하지 않고 더 강력한 무기로 무장했다. 그 결과 모두가 피투성이가 되어 서로가 서로를 밀어내는 비열한 경쟁을 요람에서 무덤까지 하고 있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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