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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 공부의 종말 - 우리가 공부라 믿는 것은 어떻게 아이를 망치는가
아나 로레나 파브레가 지음, 김진주 옮김 / 앵글북스 / 2026년 8월
평점 :
시기는 21세기이고 인공지능이 인간의 삶과 노동현장을 마구 휘젓고 있지만 놀랍게도 교육은 그대로다. 21세기의 학생이 19세기 탄생한 학교에서 20세기에 태어난 선생님에게 배우는 일은 여전하다. 학교는 꽤나 강직하고 뻣뻣한 조직이다. 그래서 변화와 개혁은 쉽지 않고 근본적으로 답이 정해져 있어 학생에게 자유를 주지 않는다. 학생은 학교에서 무슨 과목을 배울지, 어떤 속도로 배울지, 어떤 방식으로 수업을 들을지에 대해서 전혀 선택권이 없다.
학교 교육은 다음과 같은 문제를 갖는다.
1. 탈맥락화한 교과 학습
2. 모든 학생을 하나의 기준으로 분류, 번호나, 성적 등
3. 한 주제에 흥미나 관심을 갖고 지속적으로 깊게 탐구하지 못하고 시간표에 따라 짧게만 다룸.
4. 상벌 등으로 학생의 자유의지를 꺾고 지휘체계를 따르게 함.
5. 교사가 답을 알려주어 자신만의 생각이 자라지 못함.
6. 자신의 가치를 내면의 기준이 아닌 외부의 기준에 의존하게 함.
7. 학교에서 사생활이나 자기만의 공간이 전혀 없고, 혼자만의 시간이 없어 자율성이 없음
학교가 이런 특성을 갖는 이유는 그 탄생 목적에서 찾을 수 있다. 근대 교육이 국가수준으로 태동한 곳은 200년전 프로이센이다. 이들은 이전 나폴레옹 전쟁에서 패했기에 순종하며, 지시를 수행할 군대가 필요했다. 그래서 프로이센은 학교전용건물, 교사자격제도, 표준화된 교육과정, 긴 교육기간, 의무출석제도를 도입한다. 이는 모두 읽고 쓰기가 가능한 충성스런 군인 양성이 목적이다.
1950년대 각국 정부는 교육을 국가 건설의 핵심요소로 여긴다. 그래서 미국은 프로이센의 뒤를 이어 교육발전을 주도한다. 두 핵심가치는 표준화와 효율성이다. 학생을 연령별로 묶고, 같은 교육과정을 주입한다. 교실에서 교실로 이동하고, 대화와 놀이는 효율을 떨어뜨리는 낭비로 여긴다. 틀에 맞지 않는 학생은 불량품으로 취급했다. 이 교육은 장점이 거의 없다. 이 교육체제하에서 지난 50년간 표준화 시험점수는 매우 소폭향상했다. 그리고 오늘날 미국인의 거의 50%가 초등6년 수준의 문해력만 갖고 있다.
이처럼 19세기와 20세기 초반의 군인 및 노동자 양성에 초점을 둔 학교체계는 학습자로 하여금 유연하게 생각해볼 기회를 박탈하고, 배움의 동기와 흥미를 떨어뜨리며, 자존감을 낮춘다는 큰 문제를 갖고 있다.
그리고 언급한 표준화 시험도 문제다. 미국은 이런 시험으로 학교나 교육구를 평가하고는 하는데 이는 학습환경을 악화하고, 학생 정신건강을 해치며, 그 점수가 미래의 성공을 보장하지 않고, 교육기관 전체가 성적을 조작하거나 심지어 저성적 학생을 학교에서 퇴출하는 부정적 행동을 하도록 유도한다.
학교에서는 학교 자체 혹은 교사가 아이들을 학습시키기 위해 외재적 보상을 많이 이용한다. 하지만 외재적 보상은 단기적 효과는 있지만 결국 효과가 오래 지속되지 않고, 배움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격하하는 문제가 있다.
그래서 학습에서는 내재적 동기를 이끌어내야한다. 내재적 동기를 끌어내는 법은 아래와 같다.
1. 학생에게 선택권과 책임 부여
2. 아이들을 의사결정에 참여시킨다.
3. 구체적으로 칭찬하고, 구체적으로 질문한다.
4.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대화를 자주 나눈다.
5. 무엇보다 학습이 재밌어야 한다.
앨빈토플러는 21세기의 문맹은 3R을 못하는 사람이 아닌 탈학습과 재학습을 못하는 사람이라 정의했다. 여기서 탈학습은 자신이 깊이 믿어온 신념을 알아차리고 그 신념이 틀릴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능력이다. 이 탈학습이 되어야 재학습으로 이어진다.
학교는 강압적이고 일방적이기에 학생은 여러가지 습성이 생긴다. 실수가 두렵다는 생각, 틀에 맞춰 살아야 한다는 생각, 지시를 기다리는 습성, 혹시 모르느 배워둬야 한다는 생각, 권위에 무조건 순종한다는 생각이다.
학교는 일과 놀이를 분리한다. 하지만 둘을 사실 하나로 묶여야 하며 이 때 놀이는 생산적 놀이로 변모한다. 학습과 놀이가 일치되면 그 자체가 재미있기에 학생은 자발적으로 나서고 몰입이 일어난다. 오직 생각하고, 배우고, 실행하는 것에 집중하며, 힘든 과정이더라도 스스로 원해서 선택한 일이기에 기꺼이 감내한다.
이처럼 학교는 교육과정이나 필수과목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학생이 스스로 선택한 활동을 중심으로 운영되는 모습을 상상할 필요가 있다. 학생들에게 자발적 활동에 빠져들 자유를 줄 때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생성되고 , 뷔자데라는 순간이 찾아온다. 뷔자데는 데자뷔의 반대다. 데자뷔는 새로운 것을 보면 어디선가 본듯한 느낌이 드는 것이다. 반면 뷔자데는 익숙한 것을 새롭게 바라보는 것이다. 즉, 창의성이다. 뷔자데를 키우는 방법은 아래와 같다.
1. 회의적인 태도
2. 사물을 한 발짝 멀리서 관찰
3. 기존 안을 거부하는 습관
4. 학생이 주목하는 대상에 더 깊이 있는 질문을 던지기.
지금은 인터넷은 넘어 인공지능의 시대다. 그래서 인간에게 필요한 것은 탄탄한 상식의 토대와 언제든지 꺼내쓸 수 있는 생각도구 상자다. 그리고 사람들에게는 세상을 인지하는 멘탈 모델과 인지적 기술이 필요하다. 멘탈 모델은 사람이 자기자신과 타인, 환경 및 사물에 대해 갖는 모형이다. 인지적 기술은 과제해결을 위해 신속하게 비교하고 관련 정보를 기억하며 관련성을 발견하는 고차원적 기술이다.
단순 암기는 무언가를 배운 것처럼 보이게 한다. 대답을 말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사실 학습의 흉내에 불과하다. 진정한 학습은 원리를 도출하고 이해할 때 성립한다. 이 과정을 거쳐야 단순한 사실과 수치뿐만 아니라 그 정답을 도출하는데 필요한 본질적 추론 과정까지 기억하게 된다.
혼란은 매우 강력한 인지적 감정이다. 사람은 누구나 기존에 알고 있던 세계관과 새로운 사실이 충돌하면 뇌가 불균형 해소를 위해 본능적으로 질문을 던진다. 이 때 올바른 방향으로 길을 터주면 혼란은 단순한 빡빡한 감정에 그치지 않고 지적 호기심을 지피는 거대한 불씨가 된다.
진정한 학습은 서로 다른 분야의 상관관계와 상호작용을 이해하는 과정에서 비롯한다. 수학은 단순한 계산이 아니라 사물과 현상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학문으로 소개하고 아이들이 그 안에서 일정한 패턴을 스스로 발견하도록 이끌어간다면 수학은 그 자체로 창의적인 영역이 된다.
스페이스X는 캠프내에 애드 아스트라라는 학교를 설립했다. 이 학교는 혁신적인 교육을 실시하는데 가장 인기 수업이 신서시스과목이다. 통합이라는 뜻의 이 과목은 복잡한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은 복잡한 문제를 직접 해결해보는 과정에서 길러진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 신서시스의 성공요인은 학생이 혼란을 느끼는 태도를 바꾸었기 때문이다. 혼란과 학생을 친숙하게 했는데 아이들을 혼란에 의도적으로 노출시켰고, 혼란을 대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뒤집고, 아이들이 혼란스러워할 때 섣불리 돕지 않는다.
학생은 자신과 관련이 없다고 생각하면 흥미를 거의 갖지 않는다. 미래학자이자 게임개발자인 제인 맥고니걸은 게임이 지루한 상태와 버거운 상태으로 기분좋은 상태에 머물게 한다고 한다. 이런 상태에서 몰입이 잘 일어난다. 몰입은 3가지 조건이 있는데 명확한 목표, 분명한 피드백, 적당한 수준의 도전이다. 문제는 학교의 수업이 몰입의 3조건이 모두 없다는 점이다. 학교 수업에서는 명확한 목표 제시가 대개 없고, 피드백이 모호하며, 수업이 누군가에게는 너무 쉽고, 누군가에게는 너무나도 어렵다.
학교교육을 게임화하면 학생은 몰입이 일어난다. 다만 게임화와 포인트화는 구분해야 한다. 포인트화는 자유시간, 맛있는 간식, 자랑거리처럼 외재적 동기와 연결된다. 뉴욕의 한 공립도서관은 젊은 층을 끌어들이기 위해 대출때마다 포인트를 지급하고, 각 지점에 방문시 배지를 부여했다. 전형적인 포인트화로 효과가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들은 게임화 전략을 썼다. 우선 욕구를 파악했다. 30대 이하의 미국인들은 92%가 언젠가 책을 출판하는 경험을 하고 싶어한다. 그래서 그들은 하루 일과가 끝난 밤에 참가자들을 한 층에 가두고, 그 밤안에 자료를 동원하여 책을 한권 무조건 펴내는 이벤트를 실시했다. 사람들은 무서운 기세로 몰입했고 효과도 대단했다.
이처럼 진정한 게임의 설계는 간단하다. 상대가 무엇에 반응하는지 무엇을 갈망하는지 파악하고, 그것을 제대로 자극하는 도전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다. 잘 만든 게임은 관심과 참여, 그 과정에서 배움의 경험이 일어난다.
그리고 게임에서는 실패가 허용되어야 한다. 한 실험에서 한 그룹은 실패를 할 때마다 감점이 일어났고, 다른 그룹은 감점이 일어나지 않았다. 감점을 받은 그룹은 과제를 끝까지 완성하는 확률이 52%였지만 감점이 없는 그룹은 68%나 되었다. 즉, 실패에 두려움이 있어야 도전이 지속된다는 것이다. 이처럼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지속 도전하여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수퍼마리오 효과다.
게임은 장점이 많다. 우선 복잡하고, 상호작용이 있으며, 위험 부담이 적고, 실패 비용이 낮다.
요즘 세상은 무척 복잡하여 사람들은 전문화의 시대를 살고 있다. 모든 것을 익히는게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세상은 실제 연결되고 복잡하여 한 가지 기술에만 정통해서는 복잡한 문제 해결이 어렵다. 오히려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사고의 폭을 넓힌 사람이 문제 해결을 잘 한다. 많은 사람들이 일반화와 전문화를 반대 개념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올바른 전문화는 일반화의 토대위에서만 가능하다. 먼저 넓게 경험하고, 그 토대 위에 깊게 파고들어야 한다. 너무 일찍 전문 분야로 파고들면 사물을 한 가지 방식으로만 보게 되어 편협한 기능 고착에 빠지기 쉽상이다.
그리고 다양한 경험은 서로 관련이 없어 보이는 아이디어를 연결하고 남들이 보지 못하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한다. 이를 위해서는 학생들에게 탐색의 시간을 허락하고, 자유놀이 시간을 충분히 부여하고, 경험을 돌아보게 하며, 다양한 학습 자극에 노출하는게 필요하다.
이처럼 학생이 다양한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강점인 특화지식을 얻게 된다. 특화지식은 노력으로 누구나 배우는 지식이 아니다. 나라는 사람의 고유한 특성과 다양한 경험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것이다. 예로 드라마 닥터 하우스의 하우스는 특화지식이 있다. 그는 인간 행동을 잘 이해하여 누구나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점을 파악해, 환자의 모든 진술을 믿지 않고 의심한다. 그리고 수수께끼를 풀어내는 집요함이 있으며, 기꺼이 위험도 감수한다. 하우스는 이를 바탕으로 최고 수준의 의료를 해낸다.
마지막으로 사고에는 3가지 유형이 있다. 자동적 사고, 분석적 사고, 유연한 사고다. 자동적 사고는 상황에 대한 즉각적이고 자동적 발현으로 동물의 본능이다. 분석적 사고는 논리와 근거에 기반한 신중한 사고다. 유연한 사고는 새로운 연결과 가능성을 만들어내는 창의적 사고다. 문제는 학교가 분석적 사고 수준에만 집중한다는 것이다. 학교는 유연한 사고에 집중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