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투갈의 높은 산
얀 마텔 지음, 공경희 옮김 / 작가정신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포르투갈은 사실 낯선 나라다. 유럽국가지만 남유럽 특유의 낮은 소득, 그리고 스페인에 가려져있다. 난 매번 지도를 볼때 마다 이 나라가 마땅한 지형적 경계선도 없이 이웃의 거대한 스페인에 먹히지 않은게 오래도록 이상했다. 스페인으로 여행가는 사람은 많지만 포르투갈로 향하는 사람은 매우 드물다. 과연 유럽 여행을 하는 사람들 중 포르투갈은 하나의 방문지로 삼는 사람이 얼마나 될지.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정도가 많이 생각난다.

 어쨌든 이 책은 그런 포르투갈을 배경으로 한다. 난 소설을 좀처럼 읽지 않는 편인데, 그래서인지 소설을 읽고 느낌이나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거나 문장의 아름다움을 음미하는 능력 역시 몹시 떨어진다. 그렇다 보니 이 책은 좀 읽기가 솔직히 많이 힘들었다. 직설적인 소설이 아니어서인지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이었을까, 그리고 싶은게 무엇이었을까를 잘 모르겠다.

 책은 3장으로 구성됬고, 그 3장의 주인공과 시간적 배경이 다르다는게 모두 특이하다. 하지만 하나의 거대한 서사시처럼 이 3장을 묶는 요소가 있는데 바로 제목 포르투갈의 높은 산과, 주인공이 모두 남자라는 것이며 이들이 사실 몇가지로 연결되었다는 점이다. 연결점은 이베리아 반도에 살던 코뿔소, 그리고 침팬지, 기독교, 예수, 그리고 부인을 잃음 등이다.

 1장에서는 토마스란 남자가 등장한다. 시간은 대충 20세기 초입. 부유한 숙부를 두고 사업이 실패한 아버지를 둔 그는 숙부집에서 일하던 하녀와 눈이 맞아 사생아를 낳는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지 않아 전염병으로 사랑하는 아내와 귀여운 아들을 한번에 잃는다. 거기에 아버지까지 이들을 뒤따른다. 충격에 토마스는 뒤로 걷기 시작한다. 세상의 부조리와 맞부딪히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며. 그리고 미술관에서 일한던 그는 오래전 잊고 있던 대충 300년 전 한 포르투갈의 신부가 당시 식민지였던 상투메섬에서 남긴 이야기를 상기한다. 그는 노예제에 분개했고, 당시 노예의 중개지나 다름없던 상투메섬에서 이런 사람은 허용되지 않았다. 신부는 주교에 의해 파문되었고, 묘한 유적을 남겼다. 

 토마스는 이를 상기해내고 추적끝에 이 유물이 포르투갈의 한 높은 산의 성당에 있음을 알아내고 여정을 떠난다. 이유는 한 가지인에 그는 자신에게 이 모든 불행을 선사하는 신을 비웃고 싶었던것 같다. 그런 그에게 부유한 숙부는 당시 막 등장한 자동차를 준다. 영 내키지 않지만 자동차의 작동법을 날로 배운 토마스를 그럭저럭 포르투갈의 높은 산으로 향한다. 사람들은 자동차를 매우 신기해했고, 이로 인해 사람들에게 이나 벼록이 옮기도 하고, 자동차에 적대적인 마부들에 의해 차가 크게 훼손되기도 한다. 가장 큰 사건은 잠에서 깨어나 차를 몰다 자신이 한 소년을 차로 치어 죽였다는 것이다. 소년은 포르투갈스럽지 않게 금발이었다.

 어쩔수 없다고만 생각한 그는 마침내 유물을 발견한다. 그것은 십자가에 매달린 평범한 예수상이었는데 문제는 그 예수가 침팬지였다는 것이다.

 2장은 2차대전은 눈앞에 둔 시점이다. 의사인 에우제비우는 애거서 크리스티의 소설을 사랑하고 거기서 종교의 의미를 찾는 아내를 잃었다. 처음 상당부분은 아내와 이야기하는 부분이 나오는데 뒷 부분에 아내가 갑자기 사고로 죽는 부분이 안와 영이상하다. 하여튼 아내가 가고 막 문을 닫으려는 병원에 한 여인이 찾아와 남편의 부검을 의뢰한다.

 부검에서는 남편의 시신안에서 갖가지 물건이 나온다. 토사물에 동전에, 침팬지에 새끼곰까지. 의문스런 부검이 끝나자 그 여인은 자신을 남편의 몸을 집처럼 생각하고 들어가고 에우제비우는 그 채로 남편의 몸을 꿰멘다. 그리고 그 죽은 남편과 아내는 오래전어렵게 얻은 아들을 잃고 실의에 빠졌는데 공교롭게 그 아이가 1장에서 토마스가 죽인 아이다.

 3장은 비교적 현대다. 포르투갈을 떠나 캐나다라 신선했는데 주인공은 상원의원 피터다. 아내 클레라를 잃고 한 기관에서 우연히 침팬지를 발견한 후, 본능적으로 끌려 무려 1만 5천달러에 그 녀석을 구매한다. 그리고 이상하게도 포르투갈로 향한다. 캐나다는 침팬지가 살기에 너무 추웠다. 포르투갈까지가서 그가 향한 곳은 포르투갈의 높은 산이다. 1장에 토마스가 찾은 그곳. 그곳은 피터에게 의미가 있다. 오래전 포르투갈에서 캐나다로 간 부모님의 고향으로 피터 일가의 고향인 곳이다.

 거기서 피터는 한 빈 허름한 집을 얻는다. 그리고 침팬지 오도와 살아간다. 캐나다에서 하던 상원의원도 그만 두고, 누이 동생과 아들과는 연락만 한다. 가족은 그립지만 그는 오도와의 포르투갈에서의 삶이 좋은 듯 하다. 못견디었는지 2년만에 피터의 아들 벤이 찾는다. 벤이 오고나서 한 문서가 발견되고 피터는 이 집이 과거 조상들의 집이었음을 깨닫는다. 그리고 침팬지 오도와 함께 바깥을 나서서 무려 3미터가 되는 이미 1장의 토마스 시절에도 멸종한 것으로 알려진 이베리아 반도의 코뿔소를 발견한다. 그리고 좋지 않던 심장이 서서히 멎으며 오도의 품에서 죽음을 맞는다.

 소설의 내용은 대충 이러한데, 하고자 하는 말을 알기가 상당히 어려웠다. 종교에 대해서 말을 하고 싶은 것 같기도 하고, 그것에 비판을 하는 것 같지도 않고 신비스런 느낌을 좀 주는 것 같기는 하다. 침팬지나 코뿔소를 통해서 근원적 자연에 대한 감정을 불러오기도 하며, 연결된 공간 속에서 시간을 초월한 인연이나 운명같은게 느껴지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말하고자 하는 게 무언지는 잘 모르겠다. 네겐 낯설고 기묘한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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