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eBook] 우리 음식의 언어 - 국어학자가 차려낸 밥상 인문학 ㅣ 음식의 언어
한성우 지음 / 어크로스 / 2016년 10월
평점 :

작년 여름에 식탁위의 한국사란 책을 읽었다. 그 책이 우리 음식의 변천과 역사에 대한 부분을 짚었다면 이 책 우리 음식의 언어는 우리 음식의 이름들에 대한 책이다. 당연하게 부르는 그것들의 언어적 기원과 변화, 그리고 의미에 대해서 언어적 문화적으로 살피는 것이다. 식탁위의 한국사와 다소중복되는 면도 있지만 두 책은 서로가 서로를 보완해준다는 느낌이다. 같이 보면 좋을 것이다. 부작용은 배가 매우매우 고파지거나 술이 땡길 거라는 점이다. '우리 음식의 언어'의 내용을 간단히 정리해보았다.
1. 곡식
+쌀
쌀의 앞에는 유독 'ㅂ'받침의 앞글자가 많다. 찹쌀, 멥쌀 등이 그것인데, 저자는 이유를 중세에 고려를 방문한 사신 손음에게서 찾는다. 고려말에 관심이 많던 손음은 고려말을 발음나는대로 한자로 기록했는데 다른것은 괜찮은데 유독 쌀만 '보살'이라 기록해 놓았다. 당시 쌀의 첫 자음이 'ㅆ'이 아니라 'ㅄ' 이었을 거라는 근거다. 그래서 ㅂ의 흔적이 남아 그렇다라는 것이다.
*밀
밀은 과거 한국에선 매우 찬밥이었는데 그럴만한 이유가 있다. 쌀이 밀보다 기후에 적합하고 생산량이 높기에 쌀과 재배 주기가 겹치는 밀은 선호작물이 아닐수 밖에 없던 것이다. 그래서 과거 한국에서는 쌀보단 보리가 훨씬 중요했다. 이는 중국도 마찬가지여서 중국은 아예 밀을 작은 보리인 소맥으로 표기한다. 그래서 과자나 국수 원재료에 소맥분이 항상 표기되어 있는 것이다. 소맥분은 당연히 밀가루다.
*메밀
그러다 보니 한국에서는 비교적 짧은 기간에 재배가 가능하면서도 어디서든 쉽게 재배할수 있는 메밀이 상대적으로 인기였다. 거기에 밀이 먹기위해선 가루를 내어 가공해야 하는 복잡한 과정을 거치는 반면 메밀은 껍질을 벗기는 것 없이 통으로 쉽게 가공하는 편이었다. 메밀로 만든 막국수는 글자그대로 거칠게 만들어서 그렇다는 이야기가 있다.
*그외
콩의 일종인 숙주를 기른 것이 숙주나물이다.(몰랐다.)
보통짜장은 재료에 물과 전분을 넣은 물짜장이나 물을 안넣고 볶은게 간짜장이다. 따라서 간짜장의 간은 마르다는 뜻이다.(이거 얼마전 런닝맨에 퀴즈로 나왔다.)
2. 과일과 채소
*참외
외는 본래 오이란 뜻이다. 참외는 진짜 외란 뜻으로 본래 있던 오이와 구분하기 위해 생겨난듯하다.
*총각김치가 총각김치인 이유
총각김치는 무의 모양이 남성의 성기와 비슷해서 그렇게 이름 붙였다는 야릇한 설이 있지만 실제론 위의 무청 때문이다. 위에 달린 무청의 모양이 과거 결혼안한 남자의 모리와 비슷하여 그렇게 이름붙여진 것이다.
*복숭아
복숭아는 과거 부터 인기였지만 여성의 성적인 신체부분을 연상시켜서인지 꽃과 과일이 성적인 비유에 다소 사용되었다. 대표적인 것으로 도화살이 있는데 도화는 복숭아 꽃으로 도화살은 여자가 한 남자의 아내로 살지 못하고 사별하거나 뭇남자와 상관지어지는 살이란 뜻이다. 그리고 복숭아의 색은 도색은 남여 사이의 색정적인 일을 의미한다. 도색잡지란 표현이 그 뜻이다.
*사과
사과는 중앙아시아가 원산지임에도 의외로 19세기나 되어서야 국내로 들어왔다. 그래서인지 과거 차례상엔 이상하게도 사과에 대한 배치가 좀처럼 없다. 물론 사과가 없던 것은 아니었다. 우리에게 있던 것은 사과의 야생종이라 할 수 있는 능금으로 능금은 흔히 아는 것처럼 사과의 개량종이 아니라 토종 야생종에 가깝다. 포도 대신 머루, 키위 대신 다래가 있던 것 처럼 말이다.
*참과 개, 돌
우리 말에 참과 개는 진짜와 가짜, 좋은 것과 나쁜 것에 대한 표현이다. 참외나 참나물, 참새, 참나무, 개나리, 개살구 등이 그 예이다. 그리고 앞에 돌이 붙는 경우가 있는데 돌은 맛이 다소 떨어지거나 야생종을 의미한다. 돌배와 돌미나리가 그렇다. 그리고 어른들이 아이를 쥐어박으며 꿀밤을 준다는 표현이 있는데 이게 왜 꿀밤인지 도통이상했다. 꿀밤은 도토리의 사투리로 모양이 뾰족하니 달지도 않다. 이러니 주먹질이 꿀밤이 되는 것이다.
3. 물고기
사냥과 짐승은 고유어 같지만 한자어에서 변화한 것이다. 사냥은 산행, 짐승은 놀랍게도 중생이다. 이처럼 육고기는 생명체인 중생이라 표현하면서 물에 사는 것들은 철저히 음식을 의미하는 물고기이다.
*치
물고기 이름엔 뒤자에 주로 어와 치가 붙는다. 어는 한자어로 어가 붙는 녀석들은 보다 진귀하게 취급하는데 비해 치가 붙는 녀석들은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 실제로 치로 끝나는 생선은 제사상엔 잘 올리지 않는다고 하며 심지어 치는 사람을 얕잡아 보거나 비방하는데도 쓰인다. 장시치나 양아치가 그 예다.
*젓갈과 과메기
젓갈의 이름은 발효시킨 생선에 따라 결정된다. 그런데 어리굴젓의 이름이 좀 이상하다. 어리는 소금을 살짝 뿌리다란 뜻의 얼간에서 유래한 것으로 보인다. 액젓은 곰삭은 젓갈에서 물만 따라 추출해서 쓰는 것이다. 그리고 과메기는 지금은 꽁치가 주로 쓰이나 과거 청어가 주 재료였다. 먹고 남은 청어를 부엌의 막대기에 눈을 꿴채로 말린 관목청어란 말이 조금씩 과메기로 변한 것으로 추정한다.
4. 술
* 소주
소주의 소자는 소각하다의 소자로 불태우다는 뜻이다. 곡식으로 빚어낸 술은 맛과 향이 좋으나 알코올 도수를 높일 수 없고 잡성분이 많다는 단점이 있었다. 이를 가열하고 증류하여 알코올 도수를 높이고 잡성분과 잡내를 제거한 술이 소주다.
지금과는 다르게 소주는 과거에 대단한 사치품이었다. 그도 그럴것이 기본적으로 술의 재료는 곡식이었고, 거기에 맛을 내기 위해 곡식을 상당부분 깎아내기 까지 했다. 소주는 거기에 증류과정에서 버리는 술이 많아지다 보니 더욱 사치품이 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최근엔 과학 기술의 발달로 증류법이 발달하여 순수 알콜인 주정이 오히려 화학적으로 먼저 만들어지고 여기에 물과 맛과 향을 가미하는 화학적 방법으로 소주가 만들어진다. 과거와는 의미도 만들어지는 방법도 역순인 것이다.
*폭탄주
폭탄주는 기본적으로 높은 도수의 술과 낮은 도수의 술을 섞는 것이다. 기원은 제정러시아 시절 추운 시베리아 벌목공들이 보드카와 맥주를 섞어 먹은 것이라고 한다. 영어로도 번역에 충실하게 bomb shot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