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Book] 시를 잊은 그대에게
정재찬 지음 / 휴머니스트 / 2016년 3월
평점 :
판매중지


 '시를 잊은 그대에게'라니...... 책 제목이 이리도 나를 직접 찌르는 경우는 좀처럼 없다. 내가 정말 관심갖고 봐온 책들은 이상하게도 나의 생활과 거의, 어쩌면 전혀 관련이 없는 것들이었다. 내 생활과 시간과 공간을 같이 하지 않는 책들에 더 많은 재미를 느끼고 관심을 갖다니 갑자기 그런게 이상스레 느껴졌다. 물론 그건 충분한 의미가 있는 것들이지만.

 시에 대한 나의 수준은(수준이라 하기도 민망하지만) 사실상 고교 시절이 마지막이다. 시는 해석이란게 잘 안되서 늘 어려웠고, 하다못해 고전시가라도 나오면 정말 환장할 지경이었다. 시에는 뭔가 해석이란게 있었는데 그것도 참 재미가 없었고, 어쩌다 시를 보며 흥분하는 국어선생님이라도 만나면 정말 이해가 안갔다. 시의 맛을 모르고 살아온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시 전공자로 나 같은 사람들을 위해 이 책을 썼다고 했다. 그런데 공대생이 주 타켓이다. 그래도 나름 문과출신이라 조금 더 찔렸다. 

 책에는 상당히 많은 수의 시가 등장한다. 나중에 찾아보니 46편의 시라는데 그래도 한국 주입식 교육과정이 한몫했는지 어디서 본듯한 느낌의 시가 절반을 된 듯하다. 작가는 나름 주제 12가지를 가지고 시를 엮어서 이야기를 자신의 경험, 영화, 심지어 광고와 유행가 가사까지 동원해나가며 재밌게 독자를 시의 세계로 이끌어 나간다. 12개의 주제도 시적이어서 사실 읽어보고서야 무슨 내용인지 알수 있다. 저자가 교수이고 나이가 있으신지라 인용하는 광고나 유행가 가사, 영화들이 좀 많이 올드하다. 나 정도 나이도 간신히 알듯말듯 한게 말았는데 비교적 최근 예로 든 유행가 가사가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이고 광고라고 등장하는 것 용각산 광고다. 강의시간에 이런 예를 요즘 학생들이 알아먹을진 미지수다.

 공감이 가는 주제도 있고, 아닌 주제도 있었지만 마음이 가는 부분이 두군데 있었다. '노래를 잊은 사람들'과 '아버지의 이름으로' 부분이다. 노래를 잊은 사람들 부분에서는 젊어서는 노래를 하던 사람들이 나이가 들고 속세와 자본에 찌들어 이젠 이야기를 하는 내용의 시가 등장한다. 노래는 순수한 열망과 개혁, 정의, 예술 이런 것들을 의미했을 것이다. 반면 이야기는 다커서 이루어진다. 그리고 사람은 실제로 나이가 들수록 노래보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이야기는 자식 이야기, 직장 이야기, 월급이야기 아마 이런 것들이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런 내용은 노래보단 이야기가 어울린다. 노래를 잊은 사람들에 등장한 시중 인상적인 것은 김광규 '희미한 옛사랑의 그림자'였다. 내가 작가였다면 이 부분에서는 유행가로 넥스트 4집의 hero를 썼을 것 같다. 둘은 내용이 많이 비슷하다.

 '아버지의 이름으로'는 아버지라는 숙명과 굴레에 관한 내용이다. 이 부분의 시 작가들은 모두 불우한 삶을 산 아버지를 뒀다. 그래서인지 그 반동으로 아버지와는 반대되는 삶을 살려고 노력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그런 반동 자체가 아버지의 그늘이자 그로부터 받은 숙명인 것이다.  그리고 등장하는 시에는 그렇게 아버지와 다르게 살아온 자신에게서 아버지를 발견하는 경우가 많이 등장했고, 저자의 개인적인 경험까지 나와 좀 찡하기도 했다. 

 전체적으로 여기 나온 시인들은 삶이 불우했다. 천수를 제대로 누리지 못한 경우가 태반이고, 가정형편이 좋지 못하거나, 결혼했음에도 다른 이를 사모하며 앓았거나, 건강이 나쁜 경우가 너무나도 많았다. 또한 집안의 기대나 과거 부모의 그림자로부터 벗어나고자 예술가적 삶이 아닌 속세적인 삶을 억지로 살려고 노력한 경우도 많았다. 이런 불행이 그런 시들을 낳을 것일까? 과거 한 방송에서 노래를 만들기 위해 억지로 이별했다는 가수 김범수의 사례가 생각났다.

 책에서 인상적인 시인은 개인적으로 신경림과 기형도, 김광규였다. 한번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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