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포메이션 - 인간과 우주에 담긴 정보의 빅히스토리
제임스 글릭 지음, 박래선.김태훈 옮김, 김상욱 감수 / 동아시아 / 2017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새해 들어 알라딘 북플러들의 리뷰가 무섭다. 새해라는 것이 주는 효과가 이런 것이다. 리뷰의 숫자도 늘어난 것 같고, 웬지 읽는 책들의 수준도 높아진 것 같다. 평소에 보지 않던 무거운 책을 새해라는 마음으로 잡은 것으로 지리짐작한다. 내가 잡은 이 책도 그렇다. 그리고 작년 하반기 부터 북플러간에 비밀글이 좀 많아 진 것 같다. 사적인 것일수도 있고, 뭔가 다툼을 막기위함도 있는 것 같은데, 개인적으로는 좀 아쉬운 느낌도 없지 않다.

 책 인포메이션은 글자그대로 정보라는 것을 인류가 다루고 발견해오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고 찾는 역사를 다룬 책이다. 뭔가 커다란 결론을 줄 것 같았는데 아쉽게도 정리에 그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인류의 발전과정을 다룬 좋은 책들이 많다.  어떤 책은 지리적 우연에 어떤 책은 사고의 도구를 발전 시키는 과정, 어떤 책은 과학의 발전으로 어떤 책은 경제적 발전과정을 중심내용으론 잡곤한다. 이 책 인포메이션에게 인류와 세계의 발전과정의 중심에는 바로 정보가 자리한다. 의외로 정보가 세상을 구성한다는 생각은 오래되었고, 책이나 영화등에서 적잖게 구현되었다. 영화라면 13층과 매트릭스가 떠오르며 책은 하라리의 호모데우스, 그리고 브라이언 그린의 멀티유니버스가 생각난다. 

 인간에게 정보의 시작은 바로 '말'이었다. 하지만 말에는 치명적 약점이 있으니 바로 기록이 되지 않고(물론 오늘날에는 기록이 가능하다.)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로 인해 말을 통해 어떤 정보가 제대로 표상화되기 힘들었으며 인간의 사고 방식 역시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 책에는 아직 구술문화 수준에 남아있는 사람들에게 대한 연구가 등장하는데 이들은 원이나 사각형 같은 기하학적 범주를 전혀 이해하지 못했고, 삼단 논법의 예를 들어도 이를 논리연역적으로 이해하지 못했다. 구어가 문어로 전환되어 문자인 기호가 논리적 사고에 많은 영향을 끼쳤음을 짐작할 수 있는 예이다. 

 이어 문어, 즉 문자가 등장한다. 말은 처음엔 상형문자로 그리고 표의문자에서 표어문자로 발전해나간다. 상형문자의 대표적 예가 한자이며, 표어 문자로는 알파벳과 한글이 있다. 기록이 가능한 문자가 등장하면서 사람들은 이에 기대어 사고를 발전시켰고, 논리가 가능해졌다. 묘하게도 구어일 경우에는 직접 경험에만 의존하여 지식을 구축해나가다가 말이 등장하고 나선 이로부터 해방되 글 자체에서 새로운 지식을 쌓아나가는 방법이 발견된다. 형식논리학이 그것이다.

 하지만 논리가 개발되지마자 글을 가진 문화권에서는 역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공손룡의 백마는 말이 아니다라는 역설과 삼단논법에 등장하는 크레타인의 거짓말 역설이 그런 것들이다. 이와 같은 역설이 등장하는 이유는 바로 글이 의미로부터 분리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었다. 실제로 위에 제시된 역설들을 의미가 없는 다른 기호로 바꾼 경우 문제는 사라지게 된다. 때문에 역설을 없애는 방법은 바로 매개체를 정화하는 것이고 이렇게 정화된 또다른 정보 표기 방법을 인류는 이미 가지고 있었으니 그것이 바로 숫자다. 

 숫자에 의한 정보논리가 본격화 되기 이전 정보의 발전은 중간단계를 거치는데 바로 사전의 발명과 인쇄술의 등장이다. 놀랍게도 사전이 등장하기 전 영어권에서는 사람들이 쓰는 철자가 제 각각이었다. 영어의 발음과 표기가 분명히 일치하지 않으니 생긴 문제인데 사람들은 저마다 비슷해 보이는 철자를 썼다. 오늘날 한 영어단어에 여러 표기법이 있는 것은 이때의 흔적일런지도 모른다. 어쨌든 사전의 등장은 이런 표기법을 일치시켜서 단어의 지속성을 보장하였고, 사전을 통해 다른 단어를 설명하는 방식은 한 단어의 의미가 다른 단어로부터 나온다는 즉, 모든 단어가 총체적으로 맞물린 구조를 형성한다는 닫힌 계의 사고방식을 보여주었다. 목록화의 사고방식도 사전에서 촉발되었는데 두 가지 목록방법이 있었다. 하나는 단어의 주제별 목록화로 이는 사고를 자극하고, 불완전하며, 창의적인 방식이었다. 다른 하나는 알파벳 목록화로 이는 기계적이지만, 효율적이고 자동적인 방식이었다. 승자는 당연히 오늘날 채택하는 방식이었다. 이는 정보에서 다룸에 있어 의미를 분리하는 것에 대한 초기 시도중 하나로 보인다.

 인쇄술을 통해서 인간은 언어를 세밀하게 검토할 기회를 갖게 되었다. 이를 통해서 언어를 독립적인 검토의 대상으로 여기게 되었고, 단어의 의미가 상호의존적이고 심지어 순환적이란 인식을 하게 되었다. 즉, 단어가 사물에서 분리되어 다른 단어를 표상하는 단계로 갔던 것이다. 문자언어를 통해 시작된 단어와 의미의 분리가 본격화 된 것이며 결국 사전과 인쇄술은 이러한 성향을 더욱 강화한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등장하는 것은 영국 찰스 베비지의 차분기관과 해석기계이다. 차분기관은 로그를 이용해 큰수의 곱셈을 덧셈으로 변환해주는 기계였고, 해석기계는 정보를 처리하는는 기계였다. 당시 둘다 기술적 한계로 현실화되지는 못했지만 베비지의 기계는 기호를 다른 기호로 표기하는 인코딩에 관한 화두를 던진 것이었다. 또한 구체적 물질세계와 추상적인 기호의 세계를 연결시키는 최초의 것이었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었다.

 이어 전기통신의 발달로 전신이 등장한다. 전신은 회로를 열고 닫는 즉 0과 1의 상태로 인간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기계였다. 전신은 통신의 속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것으로 평가받지만 정보의 측면에서 본다면  인간의 언어나 세계의 모습을 숫자라는 기호로 표현하려고 한 시도였다는 점에서 더욱 높이 평가할 수 있다. 이러한 분위기에서 철학자들은 논리학과 수학을 결합함으로써 일종의 완성된 체계에 도달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괴델의 불완전성의 정리는 이러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는다. 괴델에 의하면 수학에서는 연산불가능한 수가 있으며 이때문에 수학이라는 체계는 불완전하다. 이러한 불완전성의 정리는 기호를 통한 온갖 방법으로 역설을 피하던 철학자, 논리학자들에게 절망을 안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보통신은 그 한계안에서 계속 발전해나간다. 

 기술적 한계와 시대적 한계로 의미를 찾지 못했떤 베비지의 기계는 튜링의 사고안에서 튜링기계로 창안되어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안긴다. 튜링기계는 긴 직사각형으로 기호를 표기하기 위한 테이프를 갖고 있으며 그 테이프에 0과 1로 기호를 표기하는 것이다. 이 기계는 논리연산자와 전기회로를 대수함수의 관계지시서처럼 엮었으며 최초로 자기 자신을 숫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었다. 

 기호, 즉 정보의 표현방법으로써 인간 언어에 대한 연구도 계속되었다. 섀넌은 언어에서 본질적인 것은 단순한 말소리가 아니라 범주화와 형식적 패턴화라 보았다. 언어에는 패턴에 따른 잉여성이 따른다고 보았는데 잉여성이란 굳이 없어도 의미 파악, 즉 정보전달에 문제가 없는 것을 말한다. 가령 영어의 q뒤에는 거의 u가 따라오며 t의 뒤에는 상당한 확률로 h가 붙는다. 실제 언어의 잉여성은 무려 75%정도에 달한다. 

 섀년은 이런 잉여성에서 정보량의 측정 개념으로 엔트로피를 도입한다. 엔트로피는 열역학법칙에서 사용하는 것으로 우주의 엔트로피는 질서정연한 매우 작은 상태에서 가장 무질서한 큰 상태로 나아간다. 이는 거스를수 없는 것으로 결국 우주의 끝이 존재한다는 의미를 낳기도 했다. 섀넌에게는 무작위적 정보는 엔트로피가 큰 정보량의 큰 것으로 불확실 한 것이며 언어처럼 의미가 있는 패턴화된 정보는 잉여적인 것으로 엔트로피가 작은 정보량이 작고 비교적 확실한 것이다. 

 섀넌은 또한 게놈이 비트로 측정할 수 있는 정보저장소를 사상 처음으로 제시하여 정보의 개념을 생물학에도 적용하기도 하였다. 실제로 사람의 유전자는 유전 정보가 AGCT네가지의 염기로 인코딩 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생물의 기원이나 형성방식을 정보로 표현하는 것이 가능한 것이다.  또한, 후성 유전학에 의하면 생물체는 발생과정에서 유전자를 켜고 끄는등의 단계적 연산을 실행한다. 이에 브렌레너는 새로운 분자생물학은 고도의 논리적 컴퓨터, 프로그램, 알고리즘을 연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정보는 밈에도 영향을 미쳤다. 도킨스에 의해 주창된 밈에게 인간은 조력자이자 운반자이다. 밈은 인류 역사 대부분 동안 입을 통해서만 전달되었기에 아주 잠시만 존재했었으나 글이 등장하고, 이를 기록하는 매체가 등장하면서 그 생명력을 달리 하게 된다. 정보의 발전과 밈은 매우 밀접한 것이다. 그리고 사실 밈은 정보이다. 물론 앞서 말한 것처럼 밈은 언어(정보의 표기방법)의 등장이전에도 있었다. 정보는 태초에 존재한 것이다. 하지만 밈의 경우처럼 인간이라는 즉, 생존과 종족 보존을 위해 우주에 널린 이 정보를 선택적으로 활용할 줄 아는 유기체가 발생하면서 전환이 일어난 것이다.   

 마지막은 정보의 복잡성이다. 메시지의 규칙성이 클수록, 예측가능성이 높아지면, 예측가능성이 높을 수록, 잉여성이 커지며, 그럴 수록 정보는 줄어든다. 무작위적인 영어단어 한 글자와 완전 무작위적인 영어단어 하나를 생각해보면 알 수 있다. 체이틴은 이러한 패턴과 질서를 갖춘 것 자체가 연산가능성이라고 보았다. 그리고 이 연산가능성이 무작위성의 기준이라고 했다. 콜모고로프는 복잡성은 그 대상을 생성하는데 필요한 가장 짧은 알고리즘의 비트단위 크기로 보았다. 

 또한 에너지와 마찬가지로 우주 전체의 정보는 보존된다. 이는 양자역학에 의한 것으로 호킹이 블랙홀에 의해 정보가 소실된다고 보았으나 현재 이는 그 자신에 의해 철회된 상태다. 책 인포메이션이 갈수록 결론이 확실해지지 못하고 두루뭉실 서술 된 것도 바로 이 양자역학과 카오스 이론이 아직 완전히 정립되지 못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어거지로 정리한다고 하긴 했지만 책은 사실 많이 어려웠다. 반 정도 이해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약간 감을 잡을 듯 말듯한 정도로 밖에 소화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몇가지 생각은 든다.


1. 세계는 정말 정보로 구성되었을까?

 책 인포메이션은 인간이라는 유기체가 생겨나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고 의미하는 정보를 발견하고 역설적이게도 이 정보에서 의미를 제거해나가면서 정보이론을 더욱 발전시켜나가는 과정을 서술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책을 읽으며 과연 세계가 정보로 구성되었다는 의문을 어느 정도 하게 되었다. 이미 인간은 과학의 발전을 통해 우주를 구성하는 원리중 강한 핵력, 전자기력, 중력, 약한 핵력 등에 대해 알아가고 있는 상태다. 또한 생명에 있어서도 유전자와 진화론을 통해 그 근원을 알아가고 있는 상태다. 아직 멀었지만 언젠가 우주를 구성하는 원리, 즉 알고리즘을 알게 될지도 모르겠다. 


2. 정보에 있어서 의미란?

 인포메이션에서 정보의 발전과정은 의미를 표현하기 위한 언어에서 시작했지만 결국 그 발전과정에서 의미는 버려졌다. 하지만 의미는 책에서 언급한 것처럼 잉여성과 패턴성을 갖춘 것으로 정보량을 크게 줄일 수 있다. 이것이 압축에 사용되기도 하는데 결국 의미를 가진 정보는 서로 채널을 통해 정보를 주고 받는데 있어 큰 경제성을 갖는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우리가 언어로 의사소통을 할수 있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런 의미는 결국 정보수신 쌍방간에 정보의 의미에 대한 이해를 전제로 하고 있는 것이기도 하다. 인간에게 있어 의미 있는 정보라는 것이 다른 외계 생명체에겐 아무것도 아닌 정보량만 많은 것이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패턴과 잉여성이 있으니 결국 알수 있을 것같기도 하다. 

 한편으론 의미는 세계를 구성하는 알고리즘과 정보에 대한 이해를 갖고 있는 것이란 생각도 든다. 이런 의미있는 정보를 인간이 구성하고 사용하는 것은 인간 자체가 이미 상당히 잉여적이고 패턴화된 정보로 구성된 존재라 그런것이 아닐런지.


3. 정보는 물질적인 것인가?

아인슈타인에 의해 물질과 에너지는 근원적으로 하나임이 밝혀졌다. 그렇다면 정보는? 책은 아직 확실치는 않지만 정보 역시 물질적인 것으로 보는 뉘앙스가 다분하다. 에너지와 물질처럼 그것의 구성원리이자 표현 방법인 정보역시 보존된다면 역시 깊은 관련이 있는것일까?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