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자의 조건 - 군림할 것인가 매혹할 것인가
이주희 지음 / Mid(엠아이디) / 2014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난 시드마이어의 문명5 게임을 좋아한다.(이미 6탄이 나왔는데도 거의 5년째 5탄만 하고 있다.)

거의 중독수준인데 이 게임의 중독성은 코에이사의 삼국지에 비할바가 아니다. 게임 문명에는 참으로 다양한 문명이 등장하는데 다 내노라하는 문명들이다.(안타깝게도 한국문명은 기본판에는 항상 없고 확장판에서나 간신히 등장하곤 한다) 때문에 게임 문명과 관련해서 이 책을 참 재밌게 읽었다. 문명 게임에서 등장하는 몇몇 유닛과 지도자의 명성과 지역의 명칭들에 대해서도 좀더 잘 알게 되었다. 

 본론으로 들어가면 이번에 본 책 강자의 조건에서 선정한 강자들은 게임 문명에 모두 등장하지만 그 중에서도 로마, 몽골, 영국, 네덜란드, 미국이 강자들이다. 그리고 작가는 이들의 공통 분모로 다양한 종교와 인종, 사고에 대한 관용과 그로 인해 얻게 되는 사회의 다원성을 강자의 조건으로 꼽았다. 

 우선 시대순으로 로마부터 시작한다. 주지하다시피 로마의 시조는 늑대젖을 먹고자란 로물루스 형제다. 이 형제들은 거의 초기엔 산적이나 다름이 없었는데 여자가 부족했는지 인근 사비니 부족을 초대하여 거짓연회를 베푼후, 남자들을 공격한 후 여자들을 취한다. 이 지저분한 전술에 격분한 사비니 남자들은 술에서 깨어난후 로마인을 공격하나 패한다. 하지만 본의 아니게 양편에 남편을 두게된 사비니 여인들의 중재, 그리고 로마인들의 혜안으로 그들은 하나로 융합하고 심지어 왕들도 서로의 지도자가 공동으로 하게 된다.

 이런 로마의 확장 방식은 역사적으로 계속 이어져 삼니움을 비롯한 주변 라틴소국들과도 이런 식의 통합을 하게 된다. 즉 로마의 영토로 편입되면 노예가 되는 것이 아니라 당당히 로마제국의 동등한 일원이 되는 것이다. 이런 관용은 노예에게도 이어져 가정에서 일하는 노예의 경우 수십년을 일한 후 독립하여 자유민이 될수 있었고 자유민의 다음 후손은 로마시민권을 가질수 있었다. 대대손손 노예가 아니라 나 하나 고생하면 자손은 당당한 로마시민으 되는 것이었다. 조선시대 노비가 알면 경천동지할 노릇이다. 

 로마에 위기가 찾아오니 카르타고와의 전쟁이다. 1차 포에니 전쟁에서 패한 한니발의 아버지 바르카는 본국에 실망한 나머지 일가를 이끌고 스페인으로 바르셀로나 지역으로 이주한다. (바르카의 이름을 따서 바르셀로나가 된 것이다.) 이 일대를 평정한 후, 그 아들 한니발은 로마를 침공한다. 그것도 5만대군을 이끌고 알프스를 넘어서. 한니발의 작전은 이러했다. 알프스를 넘어서 로마 정예를 깨부순 후, 로마동맹을 흔드는 것. 실제로 본국과 동맹간의 차별이 심했던 과거 아테나와 스파르타, 페르시아는 정예병이 깨어지자 동맹이 배신하며 전체가 뿌리부터 흔들리며 자멸했다. 이런 역사의 교훈을 한니발은 이용하고자 한 것이다. 전투의 천재인만큼 한니발은 칸나이 전투와 여러 전투에서 로마군을 궤멸시키나 로마 동맹은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이것은 관용과 다양성에 기초한 로마의 제국확장방식때문이었다. 이미 로마와 동등한 시민인 동맹들은 좀처럼 배신하지 않았다. 이것이 한니발의 가장 큰 패인이었다. 그리고 전쟁에서 이긴 로마는 아시다시피 한동안 역사의 주인공으로 군림한다.

 다음은 몽골이다. 몽골제국은 세계에서 가장 거대한 만큼 수십만 대병을 몰고 다닐거라고 생각했는데 몽골이 세계정복시 운용한 병력은 고작 10만 가량이다. 하긴 수나라도 근거리인 고구려 원정에 백만을 동원하며 병참에 애를 먹었으니 수천킬로미터를 원정하는 몽골병사는 당연히 소수정예일수 밖에 없다. 몽골의 칭기즈칸 역시 관용과 다양성을 아는 사람이었다. 그는 정벌하는 나라들마다 인력을 흡수해나갔다. 빠른 정벌을 위해 항복을 권하고 불응할시 무자비한 살육이 따랐지만 일단 항복하거나 제국의 일원이되면 동등하게 대우하며 그들의 기술을 흡수해나갔다. 오죽하면 프랑스군이 몽골의 한 장교를 잡았는데 알고보니 영국국적이었다고 한다. 유목민은 공성전과 수전에 약할수 밖에 없는데 다른 문명의 기술을 흡수하여 공성무기를 만들고 수군을 양성하여 이슬람의 높은 성벽과 남송의 양자강 방어선을 무력화시켜 대제국을 이룰수 있었다. 

 이는 사상에도 영향을 미쳐 몽골의 수도 카라코룸에서는 기독교, 불교, 이슬람교도간의 종교토론이 일상회되었으며 기독교도인 몽골의 대칸도 참여하였다. 몽골은 동과 서를 역사상 처음으로 이어 사상과 문물의 교류를 이끌어 왔으며 정복된 나라들도 제국의 일원으로 참여하였다. 

 세번째는 엘리자베스 치하의 영국이다. 당시 유럽의 패자는 스페인이었다. 이들은 레판토해전에서 오스만 해군을 무찌른 만큼 해군이 막강했으며 그래서 별칭이 그 유명한 무적함대이다. 당시 영국은 유럽의 삼등국가로 일개 도시국가인 밀라노공국보다도 세수가 적을 만큼 가난했다. 이런 영국이 감히 스페인과 대적하게 되는데 이는 종교전쟁과 연관이 크다. 스페인의 국왕 펠리페 2세는 카톨릭의 신봉자였고, 당시 신교가 난립하는 네덜란드 독립전쟁중이었다. 펠리페는 스페인이 커진 방식 그대로 영국의 신교문제도 정리할겸 엘리자베스에게 청혼하였으나 일언지하에 거부당한다.(펠리페의 이름을 딴 나라가 필리핀이다.) 거기에 도버해협바로 건너편에 있는 네덜란드를 순망치한으로 여긴 영국이 네덜란드에 병력을 지원하자 전쟁을 결심한다. 

 당시의 해전은 일단 대포를 인사치레 가볍게 쏜후 접근하여 갈고리를 걸고 백병전을 벌이는 방식이었다. 사실 배위에서 싸울뿐 사실상의 육전이었다. 그리고 스페인은 배도 많고 육군도 당대 최강. 섬이라 아예 육군은 없다시피한 영국은 해전의 개념을 바꾼다. 일단 붙으면 지니 멀리서 화포를 사격하는 방식으로 하고 배 역시 이를 위해 가볍운 형태로 개량해 나간다. 당시 대포는 청동으로 만들었는데 청동이 녹이슬지 않고 신축성이 있어 연사에도 깨어져나가지 않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청동은 비쌌다. 청동은 업고 철만 많은 영국은 주철대포를 제작하였는데 가격은 삼분의 일 가량이면서도 그 성능은 우수했다. 결핍이 발전을 부른 것이다. 그리고 영국은 전쟁에서 해적도 등용하는 다양성과 관용으로 우수한 선박 및 대포기술자 역시 유럽 각지에서 확보할 수 있었다. 이번에도 관용과 그로 인한 다양성의 확보는 승리의 키워드였다. 영국 부분에서 사략선이 나온다. 게임 문명에는 사략선유닛이 있는데 사실 해적선이다. 게임이지만 국가에서 해적선을 만드는게 당최 이해가 가질 않았는데 당시 영국을 비롯한 유럽 문명에서 해적은 사실상 국가와 연합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다음은 오렌지의 네덜란드다. 오렌지도 나지 않는 나라가 왜 오렌지를 이렇게 좋아하는 싶었는데 오렌지는 네덜란드 독립전쟁의 공헌자 빌렘 드 오랴네를 영어식으로 읽은 것이라고 한다. 이당시 역시 종교전쟁 시기로 네덜란드에는 칼뱅파 신교도가 많았다. 이는 칼뱅파의 교리가 소명주의를 핵심으로 해서인데 소명주의로 자신의 직업이 정당화되기 때문이다. 카톨릭에서는 금융업을 죄악시 했는데 칼뱅파의 소명의식에 의하면 더이상 금융업이나 상인이라는 직업은 죄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처럼 네덜란드 입맛에 맞는 신교가 난립하자 스페인 펠레페 2세는 강도높은 신교도 박해에 들어간다. 이에 반박해 독립전쟁이 시작되었는데 스페인은 패하고 만다. 

 이과정에서 남부의 10개주는 스페인에 순응해 독립전쟁에서 빠지게 되며 이 부분들이 지금의 벨기에가 된다. 스페인이 패한 것은 네덜란드와 영국 탓도 있지만 자멸의 원인이 컸다. 과거 스페인은 이슬람의 영향으로 유대인과 이슬람, 카톨릭 모두가 공존하는 다원주의 국가였다. 하지만 레콩키스타 이후 카톨릭 일변도로 변하게 되었고 그결과 나라의 힘을 불어넣던 유대인과 기술자 집단들이 사라지게 된다. 스페인은 당시 신대륙에서 들여온 은과 금이 넘쳐났는데 이를 제대로 운용할 전문 금융집단이 사라지게 된것이다. 스페인은 유럽 각지에서 전쟁을 벌이며 많은 자금이 필요하였는데 이자를 무려 40%나 물어야 했다. 

 이런 스페인의 자멸로 네덜란드는 독립후 빠르게 성장한다. 종교의 자유를 허락하여 유럽 각지에서 인구가 유입되어 빠르게 인구가 성장하였고 전문가 집단을 확보하였다. 영국보다도 더 저렵하고 빠른 상선을 개발하여 화물운송량의 상당부분을 차지하였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각지의 무역지를 개척해나간다. 특히나 아시아에 진출하며 많은 투자가 필요해졌는데 이 때 등장한 것이 동인도회사이다. 근대적 주식회사의 개념으로 분산투자를 하며 수익의 일부를 가져가는 시스템이었다. 거기에 위험에 대한 투자까지 더해져 파생상품까지 등장한다. 

 마지막은 미국이다. 미국부분은 주로 흑인 인권운동에 초점을 두었는데 관용과 다양성이 국가를 성장시킨 앞의 4나라와는 약간 어긋난다. 미국은 남북전쟁후에도 흑인인권이 제대로 서지못했는데 이는 미국이 연방국가라는 점에서 기인한다. 흑인이 노예신분에서 벗어났음에도 남부의 여러주들은 흑인의 투표권을 무력화시키는 다양한 법안을 만들었기 때문이다. 이는 1960년대까지 이어지게 되며 이때서야 다양한 인권운동으로 흑인들의 인권이 확보되어 간다. 재밌는 점은 이전까지 남부의 주들이 미국평균소득의 절반에도 못미칠 만큼 가난했는데 오히려 흑인이 사실상의 노예신분에서 벗어나자 소득이 향상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거저나 다름없는 노동력의 확보로 혁신을 게을리한 남부가 여기서 벗어났음을 의미한다. 

 어찌보면 이 책은 세계역사에서 관용과 그로 인한 다원성이 빛나는 시기를 찾아 역사를 서술한 책이다. 역사의 일부를 들춘 셈이지만 무척 재밌고, 사건하나하나가 의미가 있다. 쉽고 재밌게 써서 빠르게 읽을 수 있다. 권장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