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년을 살아보니
김형석 지음 / 덴스토리(Denstory)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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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 제목이 백년을 살아보니이다. 제목만 보고 그냥 꽤 오래 사신 분이 격동의 한국 20세기에 대해서 평한게 아닐까. 그리고 백년의 방점은 한국의 20세기가 아닐가 싶었다. 유시민작가도 반세기를 조금 넘게 살았지만 나의 한국현대사를 쓰지 않았는가.(생각해보니 그 책은 50년만 다뤘던 것 같기도) 그런데 저자 약력을 보니 정말로 100년을 살았다. 한국나이로 무려 98세.

 대한제국의 신민까지는 아니지만 일제강점기의 신민에서, 일본의 엘리트 유학생, 해방후 공산주의에 고민하는 평안도 사람에서 남한으로의 탈출, 그리고 독재정권과 오늘 날의 민주정권까지. 정말 파란만장한 한국의 근대사를 글이 아닌 온몸으로 체험한 셈이다.

 그런 사람이 인생의 소회를 다룬 책이 이 책이다. 읽어보니 전체적인 느낌은 한국의 온건한 기독교 우파같은 생각이다. 아직 반세기도 살지 않은 나같은 사람이 평하자니 웃기기도 하지만 평은 평일 뿐이다. 사실 저자의 삶은 많이 굴곡진 한국근대사에 비하면 덜 굴곡진 삶처럼 보인다.

 식민지 시기에는 일본에 유학가서 대학을 마칠수 있는 엘리트였고, 학도병에 끌려갈까 고민을 했을뿐 독립운동은 하지 않았다. 물론 신사참배로 학교를 강제로 쉬게된 경우는 있다. 공산정권하에서 탈출했지만 전쟁에 참전하지는 않았고, 독재정권하에서도 꾸준히 교수생활을 영위한 걸 보면 독재정권을 비호하진 않았지만 적극적으로 항거하지도 않은 것 같다. 물론 역시 적극적으로 어용학자가 되지도 않았다. 그리고 과거에는 식자층 자체도 적어 교수자체가 되는 것도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을 것이다. 그러다 보니 유시민의 나의 한국현대사처럼 굴곡진 한국사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성찰은 크게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모든 사람이 유시민처럼 그리고 독립투사들처럼 살순 없고, 나역시도 그렇지 않은 삶을 살고 있기에 이런 삶을 함부로 비판하거나 나쁘다고 생각치도 않는다. 조국을 사랑하는 마음, 종교인이지만 근본주의를 배격하고 다른 것을 포용하는 생각 그리고 휴머니즘을 가장 근본적이고 이상적인 가치로 삼은 것은 인상적이었다.

 애국심이라는 것이 독재정권의 비호에 악용되고 오늘날에는 보수정당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만 사용하는 프레임이로 굳어져 상당히 아쉽긴 하지만 애국심은 여전히 신경써야하는 중요한 가치인건 분명하다. 유시민이 국가란 무엇인가에서 말한 것 처럼 국가와 시민과의 관계, 그리고 시민적 가치가 우선시 되는 국가에 대한 애국심이란게 전제이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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