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식당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0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주인공의 이름은 린코다. 한국어로하면 윤자인 셈인데, 희안하게 미자, 순자등 과거 할머니들이 갖고 있던 남아선호사상과 일본식의 성격을 갖고 있던 이런 이름들은 일본어로 바뀌면 제법 듣기가 좋다. 일본어를 잘 모르지만 순자란 이름은 슌코로 알고 있다.

 무려 10년간 도시서 식당을 차릴 꿈을 갖고 있던 주인공에게 어느날 날벼락이 떨어진다. 갠지스강의 냄새가 나던 인도인 남친이 떠나버린 것이다. 막판 해설을 보고 알았는데 린코가 모아놓은 돈과 도구들도 싹쓸이 해갔다. 애초에 이런 목적이었을까? 아니면 헤어지면서 그런 것일까?

 어쨌든 린코는 이 일로 고향에 돌아가게 된다. 돈도 없고 갈곳도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충격으로 목소리는 투명해졌다. 말을 할수 없게 된것이다. 정신적 충격에 의한 실어증이다. 사람들은 목소리에 색을 자주 부여하고는 한다. 우리는 개성있는 목소리엔 색깔이 있다곤 한다. 

 그리고 정신적 의지가 되어주던 할머니 마저 이미 죽고 없다. 린코는 할머니가 돌아가실때 희안하게도 옆에서 할머니를 생각하며 요리를 해먹었다. 짧지만 무척 이상한 장면인데, 어찌보면 소설 후반에 나올 깜짝 놀랄 반전에 대한 사전 예고 정도였던것 같다. 이때 알아차렸어야 했다. 이 소설에서 요리와 죽음의 관계를.

 고향에 돌아온 린코는 엄마의 가게에 딸린 거대한 창고를 이용해 달팽이 식당을 차린다. 테이블은 한개이고 넓으며 침대도 있다. 식당은 맞춤 운영식으로 예약을 받고 사람들의 사정에 따라 그에 맞는 요리를 제공한다. 다만 식당운영에 조건이 있었다. 엄마가 키우는 돼지 엘메스를 돌보는 것이다.

 그렇게 린코는 요리를 통해 사람들을 만나고 자신도 조금씩 치유해 간다. 요리 부분은 의외로 꽤 큰 비중을 차지하는데, 일본인이 아니란게 다행일 정도였다. 일본요리라 듣고도 모르고 상상할 뿐인데 만약 한국요리였다면 읽는 내내 매우 배가 고팠을 것이다. 무한도전 미래 예능 편에서 김치등뼈찜으로 시각과 후각, 청각에 대한 무한 공격을 하였는데, 이소설 역시 그정도 급이다.

 이렇게 아름답고 잔잔하게 나아가던 소설은 식당의 휴지기인 겨울철 엄마가게의 행사에서 복어요리를 술과 함께 즐긴후 드러난 진실들로 갑작스레 충격적이고 극적으로 전개된다. 흔히들 말하는 식스센스급 반전이다. 이렇게 반전이 있는게 나았을가 아니면 그냥 계속 아름답게 전개되어 나가는게 나았을까? 이 소설의 최대 고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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