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신주의 감정수업 - 스피노자와 함께 배우는 인간의 48가지 얼굴
강신주 지음 / 민음사 / 2013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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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처받지 않을 권리'를 시작으로 '강신주의 맨얼굴의 당당한 인문학'을 3년정도 전에 읽었었다. 상당히 인상적이었던 걸로 기억하지만 그 후로 강신주의 책을 잡지 않고 있었는데 아내가 이 책을 사두었고, 최근 참여하게 된 독서토론회에서 이 책을 때마침 선정하여 보게되었다. 이러니 책을 보게된 이유가 상당히 타의적으로 느껴진다. 하지만 결국은 보게 될 인연이었단 생각도 든다.

 그동안 강신주를 책이든 방송에서든 자주 봤던것 같은데 그러고 보니 어느 순간 모습이 많이 사라졌던 느낌이 든다. 책은 한때 지나친게 아닌가 싶을 만큼 쏟아져 나왔었고 공중파든 케이블이든 종편이든 가리지 않고 여러 종류의 방송에 많이 출연했었다. 이렇게 사랑받던 한 사람이 어느 순간 희미해져가는걸 보면 연예계든 학계든 소비라는 것이 매우 유행이 빠르게 지나간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과거 읽었던 책이나 강연을 곱씹어 보면 강신주는 항상 사람이 자신의 감정에 솔직할 것과 당당히 주체로 설 것을 주장했었다. 그래서 강연이든 책이든 혼란에 빠져있꺼나 힘들어 하는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직시하게 만드는 역할을 많이 했으며 그 도구로 철학을 사용했었다. 그리고 우리 자신이 솔직해 지지 못하고 주체로서 서지 못하게 하는 것으로 자본주의를 지적했다.  

 이 책 역시 그러하다. 인간은 행복하고자 하는 동물이고, 그 과정에서 감정을 반드시 드러낸다. 이 감정에 솔직해야만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서는 이 감정을 우리는 반드시 확실히 구분하고 알아야하는데 여기서 도구로 제시하는 철학은 스피노자이다. 스피노자는 인간의 감정의 동물임을 파악하고 감정을 중시한 철학자로 이 때문에 매우 혁명적인 사람이라고 저자는 강조한다.

 따라서 책은 스피노자가 제시한 48가지 감정을 제시하고 자신의 생각과 스피노자의 이 감정에 대한 정의, 관련한 고전 소설, 그리고 역시 관련한 그림, 마지막으로 자신의 어드바이스로 1개 감정에 대한 장을 구성해 나간다. 제법 재미있는 구성이면서도 어찌보면 산만한 구성인데 이런 형태로 책이 만든 이유는 마지막 장에 나온다.

 어쨌든 책에서 재미있었던 부분은 스피노자의 윤리학에 관한 부분이다. 대부분의 철학자들은 윤리학을 제시함에 있어 인간의 이성을 강조한다. 하지만 이 이성이란 것이 결국은 전체사회를 위한 것이며 개인의 욕망은 통제되고 검열된다. 즉, 살아있는 나의 윤리학이 아닌 것이다. 반면 스피노자의 윤리학은 욕망에서 출발한다. 인간은 결핍된 유한자인 만큼 반드시 욕망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스피노자의 윤리학은 욕망의 윤리학이며 진정한 자신의 욕망을 추구한다.

 도덕의 출발이라는 것이 결핍된 존재인 개인의 욕망을 넘어선 집단에서의 욕망을 추구하기 위함이라는 면에서 봤을때 윤리학의 출발을 개인의 욕망에 둔것은 매우 탁월해 보인다. 그런면에서 이성이라는 것은 집단의 욕망을 조절하기 위한 도구란 측면이 있고, 보다 추후에 생겨난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 부분은 진화론과 연결했다면 더욱 좋았겠지만 아쉽게도 책에서는 그러한 부분을 찾을수는 없었다.

 책에는 인상적인 구절도 무척 많았다. 반드시 맞다고 볼순 없지만 그래도 무릎을 탁하고 치게 만드는 부분이 있었다.

 

p188

자신의 욕망과 타인의 욕망의 구분.

이루었을때 허무하다면 타인의 욕망, 그렇지 않다면 자신의 욕망

예를 들어 부모의 사회의 욕망과 바람에 의해 명문대 좋은 학과를 갖지만 자신의 적성과 맞지 않음을 알고 허무하고 방황한다면 타인의 욕망인 셈이고, 아니라면 자신의 욕망인 셈.


p238

아름 다운 사랑 이야기로 무장한 고급 포르노의 시절이 바로 우리의 젊은 시절.


p258

인간은 타인의 욕망을 욕망하는 존재


p266

영광의 이면에는 멸시와 경멸에 대한 두려움이 존재. 영광에 집착하면 스스로 고독을 감내해야 함. 사랑과 유대의 가치를 망각하고 타인을 경쟁상대로만 생각함.


p356

두려움은 미래의 불확실성과 과거의 실패경험에서 비롯한다.


p367

동정은 동등한 상대에게서 갖으며 연민은 한 수 아래의 상대에게 갖는다.

그래서 동정하는 말과 행동은 상대방은 때론 화를 내기도 한다. 내가 생각하는 동등함과 상대가 생각하는 동등함이 서로 다르기 때문이듯 하다.


p374

온건한 사람은 표면적으로는 타인을 배려하는 공동체 의식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타인에 대한 공포가 드리우는 짙은 그늘이 있다. 즉, 온건함이 자발적이 아니며 언제든지 약자에겐 폭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것이다. 연애시엔 온건해보인 남편이 결혼하니 폭력적이더란게 대표적인 예.


사람의 전부는 아니지만 이렇게 많이 세분화한 감정을 철학자의 도구를 빌려 고전소설과 그림에 드러난 부분을 인용하여 그리고 저자의 경험을 이용하여 보여준다는게 무척 재미있는 작업이었다. 이에는 크게 공감가는 부분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있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감정을 드러내어 솔직하고 당당하게 주체로서 일어나는 것에 인상깊으면서도 부담스러운 부분도 있다. 인간의 본성을 깊이 드러내어 보고 싶은 것도 우리의 본성이지만 감추고 싶은 것도 본성이 아닐런지. 저자는 인간은 결핍된 유한자이고 인생이 유한하기에 행복을 위해서는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야 한다고 하지만 평생 자신을 기만하는 것이 행복일 수 도 있다.

 그래서인지 강신주의 책과 강연은 시원하면서도 무언가 부담스러운 부분이 있다. 어쩌면 그래서 저자의 책과 강연이 폭발적으로 등장했다 생각보다 빠른 시간에 식은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그리고 언젠가 저자의 책에서 본적이 있기도 하지만 강신주는 진화론을 비롯한 과학적 성과들이 인문학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부정적이다. 개인적으로는 강신주의 작업은 과학적 성과를 살짝 등에 업는다면 상당히 빛날수 있고 공통적인 부분도 적잖다는 생각에 무척 아쉽다.

 책에는 48가지 감정이 있는 만큼 사용한 48개의 고전소설과 48개의 그림이 있다. 당연히 책을 보다면 내가 몇개나 아는지 궁금할 것이다. 나의 경우 소설은 고작 3편 그림은 0편이었다. 인문학적으로 빈곤함을 느낀다. 그리고 48가지의 감정중 삼분의 이는 부정적인 감정이다. 부정적인 감정을 인간은 보다 세부적으로 분류하여 느끼는 것일까 아니면 강신주의 선택이었을까.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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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05-07 22:21   URL
비밀 댓글입니다.

닷슈 2017-05-07 22:24   좋아요 1 | URL
그러게 말입니다 결국 그런것도 내면적인거나 성찰적 인것이아닌 실용적 차원의유행이어서인것같습니다

2017-05-07 22:30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7-05-07 22:39   URL
비밀 댓글입니다.

까미 2017-05-14 15: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다시 읽어보고 싶네요
몇년전 읽었을 때 인상 깊었는데 강신주 작가의 동영상까지 많이 보고 그랬는데
어떤 시원한 곳을 찌른 것 같아서 좋았던것 같아요
작가 자신도 이유는 있겠지만 새로운 발전을 가지고 더 활동하면 좋겠어요

닷슈 2017-05-14 17:58   좋아요 0 | URL
저도 강신주 작가님 활동이 갑작스레 뜸해짓서 좀 아쉽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