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는 느려도 성장한다
도조 겐이치 지음, 김소연 옮김 / 문예출판사 / 201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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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엔 책의 저자인 바로 자폐아동 리카의 아버지 이야기가 나온다. 거의 삼분의 일 가량이다. 대체 이 이야기를 왜 이렇게 길게 하는것일까? 나는 자폐아동에 대해 알고 싶은데. 그의 일생은 파란 만장하다. 그의 할아버지는 중국 다렌지역에 주둔했던 일본군의 고위 장교. 그 아버지는 유럽의 귀족자제처럼 자라났다. 중국인 하인들의 수발을 받으며

 패전과 동시에 모든 것을 읽었고, 저자의 할아버지는 죽고, 가세는 크게 기운다. 귀족자제같았던 저자의 아버지는 생활고에 몰리고 학교도 다니지 못했다. 이런 부족함의 대한 아픈 경험이 저자를 돈에 독하게 만들었다. 그렇게 독할 수 밖에 없었던 주인공은 결국 성공해 높은 연봉을 자랑하는 직장에 스튜어디스 아내를 얻어 토쿄의 중심가에서 정말 잘 살아간다.

 다른 사람들처럼 저자에게 아이가 생겼다 리카라는 아이다. 이쁜 딸아이인 만큼 저자는 아내가 다중언어구사자인 만큼 딸역시 그렇게 키우기로 한다. 달콤한 꿈은 오래지 않았다. 멀쩡하던 딸이 만 한살을 기점으로 이상하게 변했기 때문이다. 더이상 엄마아빠를 보고 반가워하지 않고, 눈마주침도 사라졌으며, 말은 전혀 하지 않는다. 까치발을 발레리나처럼 드는데 저자는 그걸보고 괴물같다는 생각마저 한다.

 하지만 육아는 리카가 처음이고 비교대상은 주위에 없었다. 어린이집에 입학해서야 저자는 리카와 다른 아이가 너무나도 다르다는걸 깨닫는다. 하지만 의외로 어린이집 교사, 주위의 다른 부모들, 그리고 일가친척들은 그져 늦게 크는거라고만 말한다. 또는 심지어 자신들의 육아방식과 사랑이 부족했다는 이야기마저 손쉽게 한다. 이는 아직도 자폐아동들의 부모가 가장 자주 지적받는 몰이해한 처사다. 그리고 저자는 딸의 눈을 보며 이 이상하고 아름다운 눈을 어디선가 본듯한 기시감을 갔는다. 그 기시감은 바로 자신의 어릴적 초등학교친구의 눈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 아이는 자폐였다.

 병원을 찾아갔다. 이 책의 배경은 비교적 오래지 않은 90년대인데, 놀랍게도 상당한 선진국인 일본에서조차 당시 자폐에 대한 인식은 매우 떨어졌다. 대부분의 소아과 의사들은 자폐진단 자체를 내리지 못했고, 간신히 방향을 찾아 정신과를 찾게 벼락을 맞게 된다. 이미 알고 있지만 선고를 직접 듣는것은 정말이지 다르다. 당신의 딸은 자폐라고.

 하늘이 무너져 내린다. 우여곡적끝에 저자는 행동응용분석기법이란 당시로는 최신의 자폐아동치료기법을 알아낸다. 방식은 분명한 지시와 강화, 촉진이다. 지시는 가급적 다른 미사여구 없이 분분명하게, 즉 이쁘게 여기 앉아봐 따위가 아닌 그냥 앉아. 이고 촉진은 행동을 할때 그 행동을 쉽게 할 수 있게끔 동작을 다소 돕는 등의 행동이고 강화는 성공시의 엄청난 칭찬이나 물질적 보상이다. 이 기법으로 리카는 엄청나게 성장한다. 의사는 말을 할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했고 색에 대한 감각도 없다고 했지만 모두 극복한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저자는 직장을 그만두었과, 치료비는 우리돈으로 월 300만원에 달했다. 집은 거의 파산지경에 이르렀고, 저자는 우울증에 빠진다.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생활고에 빠졌고, 리카는 좋아지긴 했으나 여전히 다른 아이들과의 격차가 엄청났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지인이 권한 돌고래 체험여행에 참여한다. 돈이 없어 대출이 불가능해 신용카드로 비싼 물건은 300만원에 사서 바로 중고로 팔아 200만원의 여비를 얻는 무식한 방식이었다. 그외엔 선택지가 없었다.

 하지만 저자는 여행에서 깨달았다. 자신의 딸이 엄청난 변화를 했고, 수전노였고, 다른사람들을 도구로만 취급했던 자신이 어려서의 굴레로부터 딸과의 성장을 통해 드디어 벗어났음을. 이게 책의 앞부분에 그토록 저자의 어릴적 이야기가 지리하게 나온 까닭이다. 책은 자폐아동에 대한 치료 뿐만 아니라 그 과정에서 함께 성장한 아버지의 이야기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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