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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한 사유의 시선 - 우리가 꿈꾸는 시대를 위한 철학의 힘
최진석 지음 / 21세기북스 / 2017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은 서강대인 것으로 추정되는데, 하여튼 건명원이라는 곳에서 저자가 강연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모음집이다. 그래서 매우 잘 읽힌다. 좀 시간이 있다면 하루면 다 읽을 수 있다. 흔히 모음글들을 엮은 책은 주제의 일관성에서 좀 아쉬운 모습을 보이기도 하는데 다행히 이책은 그런 면도 전혀 없다. 오히려 일관된 주제를 여러 용어로 약간의 차이나는 관점에서 계속 주장하는게 약간 지루한 면도 없지 않았다.
여러 용어와 다양한 삶의 이야기, 과거의 사례를 들고 있지만 이 책이 말하는 것은 하나 인것 같다. 바로 우리 만의 철학을 갖자는 것이다. 그리고 우리 만의 철학을 갖기 위해서는 사회나 문화 등 세속의 삶에 매몰되지 않고 자존감과 자신의 속이 알찬 저자의 말에 따르면 장자가 말하는 '진'인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사실 우리 만의 철학을 갖자는 주장이 새롭진 않다. 내가 아주 어린 나이였던 90년대부터, 혹은 내가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 이전부터 그러한 담론은 있었으며 어느 정도 실천하는 분들도 계셨던 것 같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이 지금더 설득력을 얻는 것은 현재 한국사회가 경제, 사회, 문화 여러 측면에서 거의 지금의 시스템과 영토내에서의 한계점이 이르렀고, 과거의 독창적 철학자들 역시 주류가 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저자는 우리나라가 철저히 철학의 수입국이라 말한다. 그리고 저자가 말하는 철학은 단순히 공자나, 맹자의 동양철학과 데카르트, 칸트, 플라톤 등의 서양철학의 내용이 아니다. 바로 시대를 앞서 나가기도 하고, 시대의 흐름을 날카롭게 꿰차서 설명하는 높은 시선에서의 전략적 차원의 것이다. 자신만의 철학을 갖지 못한 국가는 아무리 뛰어나도 전략가가 짜놓은 장기판에서 놀아나는 전술가가 될수 밖에 없다. 장기판의 룰은 모두 전략가가 정하며 전술가는 아무리 뛰어나도 그룰을 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세계의 강국들은 자신들만의 고유한 철학을 같고 있다. 중국의 동양철학, 일본은 아직까지 계속되고 있는 탈아입구, 영국은 언어철학과 논리실증주의, 프랑스는 실존주의, 독일은 관념론, 미국은 실용주의, 러시아의 사회주의가 그것들이다.
반면 한국은 철학의 수입국으로 과거에는 중국의 동양철학, 최근에는 서양철학과 미국의 실용주의들을 수입해서 따라가는데 급급한 형편이다. 때문에 저자는 우리가 새로운 판을 짜고 시대를 앞서나가기 위해서는 우리만의 철학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또한 따라가기만 해서는 지금처럼 중진국정도에 도달하는 것이 한계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나라에는 평화상을 제외한다면 노벨상 수상자가 아직 없으며, 세계적으로 성공한 한국인일지라도 결과적으로는 외국의 시스템상에서 자라난 인물들이 대부분이다.
또한 저자는 남의 철학을 따라가기만 하는 자들을 그들의 세계에 종속된다고 한다. 과거 우리나라의 왕조들이 중국철학을 주체적으로 이용하지 못하고, 사대적으로 흐른 부분들 오늘날 미국에 철저히 종속되어 있는 모습들은 이러한 부분을 매우 잘 보여준다. 이런 종속들은 물론 필요치 않은 것은 아니다. 아무것도 없이 시작할 수 없듯이 새로운 철학적 시선을통한 창의력의 발산은 뭔가로 꽉 채워진 상태에서 시작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과거 우리나라 왕조들의 높은 수준의 문명국을 이룰 수 있었던 것도 , 그리고 지금 상당한 수준의 경제력을 갖춘 현대국가로 거듭날수 있었던 것은 주변에 강력한 철학을 가진 문명국이 존재하고 이를 잘 수입하여 활용하였던 결과 이기 때문이다. 저자는 그 이상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보는 것 같다.
책에서는 결국 이 모든 것들이 가능하기 위해서는 진인 수준의 개인이 요구된다고 한다. 좀 돌려 말한다면 자본주의의 구조와, 여러 이념들, 사회 현상의 흐름에 매몰되지 않고 자신만의 눈으로 파악하고 판단 할 수 있는 진정한 시민을 요구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