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붕괴
제레드 다이아몬드 지음, 강주헌 옮김 / 김영사 / 200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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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의 미래에 대해서 사람들은 얼마나 낙관적일까? 지식수준이나 성향, 사는 나라 마다 상당히 다를 수 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말하자면 나는 분명히 낙관론자에 속한다. 과학기술과 미래에 대한 서적에 관심이 많고 그것들이 그려내는 걱정스럽지만 장및빛 미래를 믿고 있는 편이다. 요즘 같이 후쿠시마 원전 붕괴나 북핵문제, 중국의 미친듯한 환경오염, 남극 중요 빙붕의 붕괴, 어리석은 지도자를 뽑아내고 있는 더 어리석은 각국의 시민들을 보면 함부로 낙관적이기 힘들지만 그래도 낙관적이다. 무신론자이면서도 은근 내세를 기대하는 그런 묘한 심리이다. 

 책 문명의 붕괴는 정말 대단한, 제러드 다이아몬드의 문명시리즈 3권의 하나다. 총균쇠와 어제까지의 세계를 정말 재미나게 보았고, 마지막으로 이 책을 읽었다. 책은 제러드가 세심하게 쓴 만큼 다른 두시리즈 처럼 상당히 두껍지만 역시 가독성이 좋다는 장점을 확실히 지녔다. 

 사람들은 환경문제에 관해 비관론자이건 낙관론자이건 간에 과거 문명들의 환경파괴 문제에 대해 좀 경시하는 느낌이 있다. 그것은 과거의 환경파괴가 비관론자들이 보기엔 지금과 비교해 그다지 심각하지 않아서 일 수도 있고, 낙관로자들이 보기엔 오늘날과 같은 과학기술 수준에 도달하지 못했기에 일어난 비극정도로만 여겨지기 때문일 수 도 있다.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과거의 환경파괴에서 교훈을 찾지 못하는 오늘날의 사람들에게 경종을 울린다. 문명의 붕괴에서 제러드가 제시하는 한 사회의 몰락 원인은 다섯 가지이다. 인간에 의한 환경의 파괴, 기후의 변화, 적대적 이웃의 존재, 우호적 무역 상대의 존재, 환경파괴시 그것에 대한 사회구성원들의 대처 반응이다. 

 그리고 저자는 이 다섯가지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여 붕괴를 맞게된 문명들을 하나하나 살펴본다. 이스터 섬과 태평양의 핏케언 섬과 헨더슨 섬, 중앙아메리카의 아나사지 문명과 마야 문명, 바이킹이 세운 유럽의 그린란드가 그것들이다. 

 이스터섬은 인간의 한계선까지의 성장과 발전으로 인한 환경파괴, 그리고 그것이 가능했던 섬의 지리적 경계성의 약화로 환경파괴가 극단까지 치달았다. 이에 대한 대처 역시 미흡하여 위기시 이스터 섬 사람들은 오히려 자신들의 세력을 자랑하는 상징인 모아이 석상의 크기를 더욱 크게 만들어 나감으로서 파국을 맞았다. 

 태평양의 핏케언 섬과 헨더슨 섬은 교역에 의한 파국이었다. 인구를 부양할 자생력이 없던 두 섬은 외부 섬들과의 교역에만 의존하였고, 외부섬들이 핏케인과 헨더슨에서는 전혀 알수 없는 위기에 봉착하여 교역이 중단되자 자연스럽게 파국을 맞았다. 

 아나사지와 마야 문명은 위의 문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크고 발전하여 붕괴가 다소 복합적이다 우선 이들은 역시 환경적으로 적합한 지역에서 문명을 시작하였고 자연스레 문명이 성장하며 인구 부양이 가능한 한계지까지 경작범위와 세력범위를 넓혀나갔다. 하지만 이런 한계상태에서 약간의 기후 변화로 인한 생산량의 감소, 이로 인한 주변세력들과의 전쟁 또한 이런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지도창의 무능으로 사회가 붕괴한다.

 바이킹의 그린란드 역시 마찬가지. 비교적 기후가 온화한 시기에 살기 좋은 곳에 자리 잡았으나 실상 그곳은 살기 좋은 곳이 아니었다. 오랜 시간 자연히 간신히 빚어놓은 풀과 숲을 바이킹은 빠른 속도로 잠식해내갔다. 실상 그린란드의 자연은 유럽식 낙농에 적합하지 않았지만 그들은 그것을 고수하였으며 주변에 성공적인 정착민인 이누이트로부터의 기술교류역시 거부하였다. 양자는 적대적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기후가 한랭해지자 그린란드는 버티지 못하였고 적대적인 이웃인 이누이트들에 의해 붕괴되었다. 

 이처럼 제러드 다이아몬드는 과거 무너진 문명들을 상황마다 제시하였지만 그들의 붕괴는 상당한 공통점을 보인다. 우선은 비교적 환경이 좋은 곳에 자리잡는다. 그리고 좋은 환경을 이용하여 인구의 성장을 거의 최대치까지 이루어낸다. 하지만 문제는 그들을 자리잡은 좋은 환경이 사실은 그다지 좋지 못했다는 데에 있다. 이로 인해 한계치까지 성장한 문명은 기후의 악화나 교역상의 문제, 혹은 적의 등장으로 인한 위기에 상당히 크게 흔들리게 되며, 이를 수습하지 못한 무능한 대처로 파국을 맞게된다는 것이다. 

 제러드는 과거의 위기 뿐만 아니라 호주의 환경문제, 중국의 환경문제, 아이티와 도미니키 공화국의 예, 르완다 내전등을 환경으로 인한 문명의 주요 위기로 제시한다. 르완다 내전을 후투족과 투치족의 다툼, 그리고 그들을 한데 묶은 유럽식민주의자들의 탓으로만 생각해왔던 나에게는 내전의 원인으로서 환경문제의 지적은 상당히 색다른 시야였다. 그 광활한 영토에도 고작 2000만정도의 인구만을 부양하는 호주의 심각한 자연환경, 그리고 같은 섬에 존재하면서도 사회구성원의 정책방향에 따라 서로 완전히 다른 현재를 걷고 있는 아이티와 도미니카의 예도 흥미로웠다.

 책의 결론은 모두가 신중한 낙관론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와는 다르게 우리의 과학기술은 상당히 성장하였고, 많은 문제에 대해 대처가 가능하다. 하지만 비관론자들이 말하는 것처럼 환경파괴와 문명붕괴에 대한 파국적 힘도 같이 커진 상황이다. 여기에 세계화로 모두가 연결되어 과거 혼자 망했던 문명은 물귀신 처럼 다른 문명에도 큰 악영향을 끼치는 세상에 이르렀다. 때문에 제러드는 지구는 네덜란드의 개척지인 폴더처럼 하나로 연결된 것이며 환경문제에 관해 그런 식으로 연계된 접근을 강조한다. 

 과거의 작은 문명들은 그다지 좋지 못한 환경에, 그 한계를 겉으로 볼수는 없어서 한계까지 인구를 성장시켰고, 그 결과 약간의 기후나 외부의 압력을 이겨내지 못하고 붕괴하였다. 이것을 제러드는 지구전체로 확장시킨다. 지구역시 얼핏 환경이 매우 좋아보이나 그 성장의 한계가 분명하며 인간 문명은 상당히 한계치까지 인구 성장을 계속하고 있다. 환경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변하고 있으며 지구의 부족함을 채워줄 외계 교역망을 전혀 없고 다행히 적도 없다. 그러므로 남은 변수는 구성원들의 대처인 것이다. 이것이 저자가 강조하고 신중하게 기대하는 점인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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