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서양이 지배하는가 - 지난 200년 동안 인류가 풀지 못한 문제
이언 모리스 지음, 최파일 옮김 / 글항아리 / 201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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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늘날의 세계를 설명하는 즉, 서양의 우위를 설명한 책은 항상 흥미롭다.

가장 흥미로우면서 설득력있던 책은 단연 총균쇠였고, 남경태씨의 '역사', 그리고 '리오리엔트' , '생각의 역사' 등도 나름의 해답을 제시했다. 책'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도 역시 그러한 설명을 제시한다. 책은 무척 두껍다. 무려 1000페이지에 달해 교양서적으로는 확실히 부담스럽다. 다행히 가독성은 좋은 편이다. 

 저자는 지금 서양의 우위를 제시하는 이론으로 장기고착이론과 단기우연이론을 말한다. 장기고착이론은 주로 지리학적 설명으로 이렇게 될 수 밖에 없었다는 것이며 총균쇠의 설명에 가깝다. 단기우연이론은 리오리엔트에 나오는 것처럼 주로 우연적 사건이나 행운에서 그 원인을 찾는다. 이 책은 그것의 종합을 시도한다. 

 책은 동서양의 비교를 위해 사회발전지수를 제시한다. 척도로 삼는 것은 최대 도시의 인구수와 에너지사용능력, 군사력, 정보통신기술(문맹률)이다. 그리고 비교로 삼는 동서양에서 서양은 중심지의 이동에 따라 초기 문명의 발상지인 메소포타미아지역과 유럽, 북미를 말하며 동양은 주로 중국문명과 현대 일본 문명을 말한다.  

 책은 길게 마치 역사책처럼 인류문명을 되짚어 보면 동 서양간의 힘의 우위관계를 살펴본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서양은 문명발생초기부터 동양보다 우위를 보이다 로마제국에서 전성기를 찍었으며 그 로마제국의 멸망후 동양에 추월을 허용한다. 동양은 계속 서양과의 격차를 유지하다 로마제국 멸망기에 역전한 후 근 1000년 이상 우위를 점한다. 하지만 송나라때 전성기를 찍은 후 서서히 등락을 거듭하다 18세기 경에 서양의 산업혁명 이후 돌이킬 수 없는 열세에 처한다. 이는 서양문명이 에너지부분에서 시작된 혁신으로 인해 농경사회에서 가능했던 서양과 동양의 한계점을 넘어섰기 때문이다.

 산업혁명이전까지 동서양의 중심부는 주변부와 더불어 엎치락 뒤치락 하며 흥망성세를 반복하는데 여기에 저자가 제시한 이론이 '발전의 역설'과 ''후진성의 이점'이다. 

 발전의 역설은 발전이 성숙해진 핵심부가 역설적으로 그 성공으로 인해 사회발전을 저해하는 요소가 발생하는 것이다. 주로 경제발전으로 인한 지나친 인구의 증가와 환경파괴, 그리고 주변부의 침략자들의 침공과 약탈이 그것들이다. 주로 유목민이었던 주변부 침략자들은 강력한 군사력과 더불어 전염병을 가지고 오는 경우도 많았으며 동서양 모두 총포로 무장하기 전까지 이 스텝세력들로 인하여 상당한 흥망성쇠를 거듭한다. 

 후진성의 이점은 사회발전과정에서 핵심부의 발전에 대한 모방과 확산이 미진했던 곳에서 오히려 더 큰 진보가 일어나는 것이다. 이런 후진성의 이점으로 동서양 모두 중심부가 외부 세력에 의해 점령당하거나 중심지 자체가 이동하는 일이 발생한다. 전자는 주로 동양에서 후자는 주로 서양에서 발생했다. 

 책은 이와 같은 관점에서 역사 전반을 서술한다. 상당히 무거운 작업이고 워낙 긴역사를 다루다보니 어떤 부분에서는 상당히 단순하게 다뤄지는 부분도 있지만 전체적인 추세를 본다는 면에서 큰 흠은 없다. 

 전체적인 느낌은 기존에 서양 우위에 대한 설명에서 크게 더 나아간 부분은 없다는 점. 보다 새로운 비교 척도와 재밌는 개념도 보여주긴 했지만 개인적으로 머리를 울릴만큼 신선하지는 않았다. 역사에 관심이 있고, 오늘날의 세계를 설명하는데 관심이 많은 사람이라면 볼만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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