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이어령의 지의 최전선
이어령.정형모 지음 / arte(아르테) / 2016년 1월
평점 :
절판
처음읽는 이어령의 책이다. 제목은 항상 서구의 것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세계의 흐름을 앞서 논한 책이란 점에서 지의 최전선이다. 표지에 나온 thought는 출간된 책으로 이미 검증되고 낡은 생각이며 thinking은 글자그대로 검증되진 않으나 지금 치열하게 논의중인 앞서가는 생각이다.
책으로 나왔다는 것이 이미 검증과 흥행성이 고려된 것이고 그나마도 한국에는 번역과정과 시간차를 통해 더욱 늦게 나온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그만큼 한국의 독자들은 사실 시간상 최첨단에서 뒤질수 밖에 없다.
책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개념은 융합인것 같다. 조금 조심스럽게 생각해보면 윌슨이 제시한 통섭갖기도 하면서 이도저도 아닌 것이다. 책에서 제시한 가장 적합한 예는 태극이다. 양자가 구분되는 것이 아니면서 서로 관계를 맺으며 적절히 섞여 있는 것이다. 이것이 책의 핵심개념이다.
이 개념을 중심으로 세태의 여러가지를 설명한다. 대륙세력도 아니면서 해양세력도 아닌 한국의 지정학적 위치. 한국은 과거 대륙세력(중국)에 편입되어있으면서
근대에 들어 해양세력(일본, 미국)에 편입되어 번영을 누려왔다고, 다시금 대륙세력의 등장(g2의 중국)으로 애매한 위치이다. 여기에서 반도로서의 애매한 입지를 살려나갈 것을 주장한다.
또한, 자본주의에 있어서도 하나하나를 구분하는 금융이나 산업자본주의에서 벗어나 인간과 함께하는 애매한 성격을 갖는 생명자본주의를 주장한다.
문화적 측면에 있어서도 마찬가지. 양자가 구분되는 디지털에 애매한 사람의 속성이 결합하는 아날로그를 도입할 것을 주장한다. 그래서 3d 프린터로 초가집을 만들자는 이야기도 나온다.
책을 읽으며 저자가 기호학자라는 것을 처음 알았는데 그래서 인지 우리말에 남아있는 한국 특유의 동양적 애매함의 예가 무척이나 많이 나온다. '거시기 뭐시기' '좌우지간' '수저' 등의 예는 매우 인상깊었다. 특히나 좌우 대립이 무척이나 심한 한국에서 좌우진간이라는 말은 정말 의미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다.
책은 기자와 저자간의 대화를 정리한 모음글이다. 모음글을 책으로 엮은 경우 훌륭한 저자임에도 큰 줄기가 느껴지지 않아 별로인 경우가 적지 않은데 일관성 있는 주제로 글을 묶은 것이라 그런 영향이 거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