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딜레마 - 한국은 어떻게 넷플릭스의 하위 파트너가 되었는가
김아영 지음 / 현실문화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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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넷플릭스가 한국에 들어온지 10년이 조금 넘었다. 처음 들어올 때만해도 넷플릭스는 아직 세계적 기업은 아니었다. 2011년 넷플릭스는 미국에 주력하고 있었다. 다만 그 때 북미 지역 요금을 과도하게 올리는 바람에 무려 80만의 구독자가 이탈하는 위기를 겪게 된다. 넷플릭스의 타개책은 해외진출이었다. 이후 넷플릭스는 해외에 적극 진출하기 시작했고, 아시아에서 그 중심지는 한국이었다. 넷플릭스에게 한국은 단순 소비시장이 아니었다. 그들은 문화의 새로운 중심지로 한국을 눈여겨 봤고, 한국을 콘텐츠 제작 하위 스튜디오로 삼게 된다.

 한국은 원래 1990년대 까지만 해도 지상파 3사가 방송을 완전히 장악하고 있었다. 그러다 1991년 한국정부는 외주비율 의무화 정책을 시행한다. 이는 지상파 방송국의 독과점을 해소하고, 방송을 다양화해 수용자 복지를 향상하고, 방송산업의 국제 경쟁력을 꾀함이었다. 이 정책의 여파로 91년 8개였던 외주방송사는 97년엔 70개로 팽창하게 된다. 

 그리고 꿈을 갖고 많은 유명 영화 감독이나 방송 제작자, PD들이 외주제작사를 설립하고 소위 사단을 이루게 된다. 이들은 강한 제작경험과 카리스마, 인맥을 바탕으로 유명 배우를 거느렸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는 유지될 수 없는 구조였다. 지상파 방송사들은 이 외주제작사들에게 고작 한 자리수의 이윤만 보장해줬다. 그나마도 곧 무너져 제작비의 60-70%만 지원해주는 수준으로 떨어진다. 결국 외주사들은 납품경쟁 및 생존을 위해 유명 배우와 감독, 작가의 섭외에 매달리게 되었다. 이는 몸값의 상승으로 이어져 제작비는 더욱 높아지게 되었고 수많은 외주사가 도산하고, 일부 경영자들은 목숨을 끊는 사태로도 이어진다. 

 외주사들은 살아남기 위해 협찬, PPL., 무리한 간접 광고도 단행한다. 그리고 2010년대 중반 이후 글로벌화라는 구조적 압력이 한국 방송계에 다가온다. 기존 제작, 편성, 판매를 방송사가 모두 도맡던 것에서 제작과 방송사가 분리되고 스튜디오가 등장하기 시작한다. 이들은 콘텐츠 IP를 보유하시 시작한다. 방송사들은 이들로부터 콘텐츠를 구입하고 광고수익에 집중한다. 

 한국의 방송 산업의 기틀은 김대중 정부에서 놓여졌다. 당시 정부는 문화가 국가 경쟁력을 갖도록 각종 시장 규제를 크게 완화하고 문화 산업 관련 정책과 기본법을 제정하고 예산을 크게 지원한다. 기업도 이에 호응하기 시작한다. 제일제당은 자사 연매출의 무려 20%를 도입해 미국의 드림웍스를 인수한다. 이들은 강변CGV11을 건설하여 멀티플렉스 시대를 열게된다. 동양제과 역시 캐치원과 OCN, 투니버스, 바둑티비등 4개의 채널을 보유하게 된다. 

 한국은 2002년 영화등급분류 보류제를 폐지한다. 99년 2월엔 문화산업진흥기본법이 제정되고 2004년까지 5년간 무려 5천억을 지원한다. 문화부문의 정부 예산은 2000년 전체의 1.04%에 달하게 된다. 그 덕에 94년에서 2011년 문화 컨텐츠 관련 예산은 무려 56배 증가한다. 한국영화도 같은 시기 크게 발전한다. 98년 20%대였던 국내시장 점유율이 2001년 이후에는 50%대를 꾸준히 유지하게 된다. 

 한국의 영상물도 한류라는 용어를 탄생시키며 겨울연가, 대장금 등이 해외에서 인기를 끌게된다. 가능성을 확인한 몇몇 외주사들은 상장을 시도한다. 이들은 초기에는 주가가 상승했고 주목을 받았지만 기대와 달리 만성적자가 심화한다. 그래서 코스닥 독립제작사중 2006-2008년 지속 흑자 기업은 단 한곳도 없을 정도였다. 2008년 예당은 무려 561억, 김종학 프로덕션은 126억 적자였다. 올리브 나인은 상폐되고, 초록뱀은 자본 잠식 후, 중국으로 인수된다. 이는 언급한 것처럼 방송사로부터 충분한 제작비를 받지 못하는 환경, 좁은 국내시장의 한계, 치솟는 제작비때문이었다.

 한국은 2009년 이명박 정부가, 절차상의 문제와 갖가지 논란에도 미디어법을 통과시킨다. 신문법과 방송법을 개정하여 신문방송이 겸영허가되고, 신문사와 대기업의 방송사 지분 소유가 허가되었다. 2010년 JTBC, TV조선, 채널A, MBN등의 종편이 허가된다. 이런 확대로 기존 지상파 방송국 PD들의 대거 이직이 시작된다. 이들은 대개 10억 안팎의 연봉 조건으로 이동했다. 이로 인해 A급 PD의 인건비가 대폭 상승한다. 

 케이블 TV 드라마는 지상파 방송사를 압도하기 시작한다. 도깨비나 미생 등이 그러했다. 케이블 드라마는 지상파 드라마에 비해 과격한 대사, 연출, 소재의 자율성이 있었다. 지방파 방송국은 공공성과 공익성으로 인한 소재의 제한과 의사결정구조가 매우 경직되어 있었다. PD가 기획안을 들고가면 책임 PD, 팀장, 부장, 상무, 부사장, 사장의 결재를 받아야 방송이 결정되었다. 이 과정에서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기획안이 누더기가 되기 일쑤였다. 결국 생산적이고 창의적 PD들은 이런 제작 자율성의 환경과 금전적 보상이 충분한 케이블TV를 선택할 수 밖에 없었다. 방송국들은 애써 키운 PD를 잃기만 하다가 결국 그들이 퇴사한 후 설립한 외주사 콘텐츠를 안정적으로 공급받고, 비싼 인력을 내보내어 인건비를 절감하는 쪽으로 전력을 선회한다.

 한국의 외주사중 돋보이는 곳은 스튜디오 드래곤이다. CJ 엔터테인먼터에서 분사 후, 1년만에 기업가치 1조에 이르렀고 2018년엔 3조에 도달한다. 이들은 막대한 드라마 제작을 자랑했는데 매년 20여편 내외의 드라마를 제작했고, 이는 한국 전체 드라마 시장의 25%에 달하는 수준이다. 이들은 생산요소를 자산화했는데 바로 작가의 확보였다. 그리고 이 작가들과 지분 스왑을 하여 경제적으로 얽히는 방안으로 이들을 확보하였다. 

 그리고 이런 상황에서 2016년 넷플릭스가 한국에 상륙한다. 이들의 성장은 놀랍다. 한국에서 첫해 고작 8만이던 구독자가 2020년엔 362만으로 성장한다. 한편 지상파 3사는 수익이 지속 악화하자 자금이 많이 드는 드라마에서 예능 중심으로 선회한다. 예능이 제작비는 저렴하면서 수익을 보장해주는 수단이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봉준호의 옥자를 OTT와 극장에서 동시 개봉을 추진한다. 이는 큰 국내 반발을 가져왔다. 국내는 보통 극장에서 개봉 3주 이후에 2차 시장에 판권을 넘기는 홀드백이 관습적이었는데 이를 어긴 것이다. 논쟁은 상당했으나 이로 인해 넷플릭스는 상당한 홍보 효과를 얻게 된다. 넷플릭스는 처음엔 영화와 미드만 보는 곳이었으나 한국의 드라마를 제작하기 시작하고, 급기야는 예능도 제작하게 된다. 이런 넷플릭스의 성공에 한국의 스튜디오들은 자발적으로 콘텐츠를 공급하게 시작한다. 

 넷플릭스는 OTT였기에 방통위나 영상등급위원회로부터 전혀 심의를 받지 않는다. 그래서 한국에서 가장 수위 높은 장면의 연출과 과감한 소재의 선택 등 높은 제작 자율성이 보장되었다. 그리고 형식을 파괴한다. 기존 한국 드라마는 16또는 24부작이 보통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이를 10-12부나 그 이하로 줄인다. 그리고 회당 러닝 타임도 70분 정도에서 50분으로 줄인다. 미드의 시즌제와 장르물도 시도한다. 수차례 재방과 몰아보기 등을 제공했고 지상파와는 다르게 외주사에 제작비의 100%를 돌려주고, 이윤도 10%대를 보장해주었다. 

 이런 넷플릭스의 등장으로 인해 사실상 한계 상황이었던 한국방송산업은 돌파구를 마련하게 되었다. OTT는 방송이 아닌 인터넷으로 분류된다. 그래서 방통위의 심의가 없다. 웃기는 것은 동일한 콘텐츠더라도 방송을 타게 되면 심의를 받고 ,모바일로 제공되면 심의받지 않는다는 점이다. OTT는 영사물등급위원회의 사전 심의를 받지 않고 사전 자체 등급 분류를 하면 된다. 그래서 수준높은 이들의 재량권과 무분별한 노출이라는 문제가 같이 자리하게 된다. 

 넷플은 방송과 영화라는 오랜 경계도 다소 허물었다. 오징어 게임의 제작자는 영화감독이다. 그리고 넷플릭스 제작 드라마의 절반 이상이 한국 영화감독이 제작했다. 이는 넷플릭스의 작품 제작 과정이 자금, 스태프 고용, 배급과 섭외 등의 절차가 영화감독이 작품을 제작하는 과정과 유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넷플릭스는 한국 사업 초기 영화 감독 및 제작자들과 초기 성장을 이루었다. 그리고 드라마와 달리 한국은 영화에서 이미 상당한 수준을 이루고 있었다. 또한 넷플릭스의 드라마든 6부작 또는 8부작도 많았는데 이는 영화를 다소 늘리는 수준의 길이다.

 넷플릭스는 영화 감독을 많이 씀에도 불구하고 영화보다는 드라마에 훨씬 더 집중한다. 이는 드라마가 장사가 더 잘되기 때문이다. 영화는 길어야 2시간으로 캐릭터보다는 서사에 집중한다. 하지만 드라마는 훨씬 길어서 서사보다는 캐릭터에 대한 설명과 이해로 내용이 전개된다. 그래서 사람들은 드라마에 훨씬더 빠져든다. 캐릭터에 빠져들기 때문이다. 넷플릭스는 드라마를 6부작이나 8부작으로 제작하는 경우 반씩 공개하는 전략을 쓴다. 몰아보게 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몰아보기보다 주간 회차 공개가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들인다는게 입증되며 최근 이전략을 선회하고 있다.

 넷플릭스 젠트리피케이션이란 용어가 있다. 이는 세계적 OTT인 넷플릭스가 전 세계의 방송산업을 점령하며 지역만의 방송 특색을 사라지게 만드는 현상을 지칭하는 것이다. 한국도 어느 정도 그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에서 본 딴 방송에 자막을 넣는 행위는 2000년대부터 시작했다. 이는 빠르게 자리를 잡아 방송을 더 재미있고, 맥락을 살리는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자막을 많이 넣기에 더 긴 제작기간과 비용을 요구한다. 넷플릭스는 예능 제작에서 자막을 쓰지 않는다. 이런 것을 넷플릭스 젠트리피케이션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넷플릭스는 한국 외주사와 창작자, 감독, 스태프에게 하나의 해방구역할을 한 것이 분명하며,한국의 문화가 세계로 뻗어나가는데 중요한 일익을 했다. 하지만 수익의 문제가 있다. 넷플릭스는 기존 방송사에 비해 충분한 보상을 하는 편이지만 콘텐츠의 IP를 모두 가져가는 문제가 있다. 미국이나 외국에선 감독, 작가, 배우가 출연료와 외에도 재상영 분배금을 받는 경우가 많다. 한국도 이를 시도할 필요가 있으며 IP의 일부를 획득하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또 다른 문제는 데이터의 독점이다. 넷플릭스는 IT기업으로 데이터 기업이다. 이들은 세계 3억 구독자의 정보를 갖는다. 몰아보기 양상, 북마크 저장 위치, 멈춤 장면, 이동, 종료등을 실시간 분석한다. 그리고 어떤 콘텐츠가 잘 먹히고, 수익성이 나는지를 에 대한 데이터를 갖고 있다. 그리고 한국에서 제작한 콘텐츠의 세계적 사용자 데이터도 모두 가지고 있다 .이를 한국의 제작사와 전혀 공유하지 않는다. 이것들을 얻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마지막은 넷플릭스 이후의 문제다. 넷플릭스는 많은 자본을 한국에 투자하여 스타 배우와 작가의 몸값을 상당히 올려놓았다. 이미 한국은 좁은 국내시장 대비하여 출연료가 상당한 수준이다. 작품의 절반 가까이가 출연료에 해당할 정도이다. 한국 배우의 출연료는 일본 배우의 10배에 달한다. 이런 넷플릭스가 한국 시장에서 모종의 이유로 발을 빼기 시작하면 한국의 방송영상산업은 붕괴헤 해당하는 상당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있다. 이에 대한 대비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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