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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뮬레이션 우주 - 스스로 계산하는 가장 거대한 양자컴퓨터
박권 지음 / 동아시아 / 2026년 8월
평점 :
저자가 보기에 인류 역사는 우주를 이해하기 위한 여정에 가깝다. 여기엔 자신에 대한 이해도 포함이다. 인간은 우주를 이해하기 위해 더 강력한 컴퓨터를 개발해왔다. 이는 자신의 두뇌와 이 두뇌를 이용해 만든 컴퓨터가 포함된다. 그리고 이들 역시 우주의 일부다. 따라서 어찌보면 우주는 자기 자신을 점점 정밀하게 이해하고 시뮬레이션 하는 진화하는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인간이 우주를 이해하려면 측정이 필수다. 그리고 측정하는 순간 파동함수가 붕괴된다. 즉, 인간의 우주 이해를 위한 시도는 우주의 정체성을 결정하게 된다.
지구는 어떤 측면에서 보면 인간이라는 작은 CPU로 구성된 하나의 거대 병렬 컴퓨터다. 이 아이디어의 핵심은 한 개인이 하는 일이 아무리 하찮아도 그 모든 일은 궁극의 질문의 답을 찾아가는 하나의 거대한 계산 프로그램의 일부라는 것이다.
1989년 존 아치볼터 휠러는 모든 물리량, 즉 모든 것의 궁극적 실체는 정보라고 주장했다. 이는 근거가 있다. 우선 DNA다. 모든 지구상의 생명체는 유전정보를 갖고 있고 이를 전달하며, 이것에 따라 몸이 설계되고 움직인다. 그리고 모든 물질은 원자로 구성된다. 그런데 원자의 물리적 성질은 양자궤도의 전자수, 특히 최외곽 전자에 따라 결정된다. 이것이 오비탈 정보다. 마지막을 열역학 2법칙이다. 무질서도인 엔트로피는 증가한다. 엔트로피는 무질서 시스템을 알기 위한 정보량과 같다. 이 정보량이 시간과 같이 증가한다. 즉, 시간의 방향은 정보량의 증가와 같다.
뉴턴의 고전 물리학은 한 시대를 풍미했다. 그것에 의하면 어떤 시간에 주어진 입자의 위치와 속도를 알면 그 입자의 모든 움직임을 완전히 예측하는 것이 가능하다. 이것이 라플라스의 악마다. 하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우선 뉴턴의 물리법칙은 빛의 속도에 비해 충분히 느린 거시세계에서만 적용된다. 그리고 뉴턴의 법칙이 완벽해도 물체의 처음 위치와 속도는 정확히 예측이 불가능하다. 불확정성 원리 때문이다.
이처럼 초기 조건이 조금만 변화해도 전혀 다른 결말로 치닫는 카오스이론과 양자역학으로 인해 미래의 모든 것을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리고 이것의 함의는 우주는 정해진대로 움직이는 기계가 아니라는 점이다.
섀년은 정보가 에너지와 같은 물리량이라 생각했다. 그는 정보가 엔트로피와 연결된다는 사실을 보임으로써 정보 엔트로피라는 개념을 창안했다. 어떤 기초체계가 가지는 정보의 양은 그 체계를 표현하는 최소한의 비트수와 같다. 엔트로피 공식에 따르면 기호체계의 모든 기호가 똑같은 빈도확률로 나타나거나 물리 시스템의 모든 상태가 모든 상태가 같이 발생할 확륙은 최대가 된다. 이는 질서정연한 글이 아닌 무작위로 쓴 글이 더 많은 정보를 담고 있음을 의미한다.
파이는 무리수다. 소수점 아래 유한으로 끝나거나 패턴이 있으면 유리수다. 유리수는 서로 공약수가 없는 두 정수의 비율이다. 파이는 초월수다. 이는 정수를 계수로 갖는 유한차식 다항 방정식의 해가 아닌 수다. 원주율은 원의 둘레를 지름으로 나눈 값이다. 놀랍게도 원주율은 어떤 일이 일어나느 확률의 총합인 스털링 근사 공식의 확률분포와 상당히 일치한다. 이는 원주율이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 일어난다는 사실과 연결됨을 의미한다. 그래서 무질서하게 발생하는 일을 이용해 신기하게도 원주율이 계산 가능하다.
무작위 운동은 브라운 운동을 기술해 원자의 존재를 입증했다 .무작위 걸음을 하는 입자가 원점으로부터 멀어진 거리는 무작위 걸음의 횟수의 제곱근에 비례한다. 무작위 걸음의 횟수는 시간에 비례한다. 시간이 길수록 많은 걸음이 생겨나고 그리고 온도가 높으면 걸음이 많아진다. 즉, 무작위 걸음시 입자가 원점에서 멀어질 확률은 시간과 온도의 제곱근에 비례하다.
미로찾기에는 네 가지 전략이 있다. 하나는 벽따라가기다 .입구와 출구는 결국 벽이 연결되어 있다. 그래서 벽 하나를 꾸준히 손을 대고 따라가면 결국 출구에 도달한다. 다른 하나는 깊이 우선 탐색 전략이다. 길이 막힐 때까지 가보고 막다른 길이 나오면 그 길로 가기 직전의 갈림길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래서 새 길로 간다. 이 전략은 성공적이나 최단 경로가 보장되지 않는다. 다음은 너비 우선 탐색 전략이다. 모든 갈림길을 다 탐색한다. 가다가 갈림길에 도착하면 둘 중 아무 곳이나 선택하여 간다. 그러다 다시 갈림길이 나오면 그 전 갈림길로 가서 다른 길로 간다. 막힌 곳이면 다시 돌아간다. 이런 방식이면 모든 갈림길을 탐색하여 최단 거리를 반드시 찾을 수 있다. 다만 매우 비효율적이다. 마지막은 가장 성공적인 경사하강법이다. 이는 물을 이용하는 것이다. 우선 입구와 출구를 알고 입구에서 출구쪽으로 물을 흐르게 한다. 그러면 물은 사방으로 퍼진다. 막히지 않은 곳은 자연스레 흐르나 막힌 곳에서는 물이 더 이상 가지 못한다. 왜냐하면 물이 공간을 채울 수록 막힌 곳의 공기가 압력이 강해져 물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기 때문이다. 그래서 출구는 물의 저항이 가장 약한 곳이 된다.
열의 흐름은 물의 이동과 유사하다. 그래서 열의 흐름을 과거 컴퓨터 없이도 계산해내었다. 장치가 필요한데 먼저 물의 흐르는 큰 압력 유리관이다. 그리고 압력 유리관에 같은 간격으로 수직 방향으로 물길 유리관을 붙인다. 그리고 물을 압력 유리관으로 흘리면 자연스레 가까운 물길 유리관부터 물이찬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며 모든 물길 유리관의 높이가 비슷해진다. 그리고 이는 무작위의 확률분포인 가우시안 분포와 일치한다.
원칙적으로 모든 물리시스템은 계산을 수행할 수 있다. 방금 언급한 유리간도 그렇고 영화 삼체에서는 수많은 삼체인들이 하나의 컴퓨터 역할을 수행했다. 인간이 만들어낸 그럴듯한 첫번째 계산기는 진공관이다. 진공관은 백열전구다. 백열전구는 필라멘트가 가열되면 전자를 방출하는데 이걸로 계산을 하는 것이다. 3극 진공관은 3개의 전극으로 구성된다. 1전극은 필라멘트 자체나 주변의 전선으로 가열시 전자를 배출한다. 캐소드라 한다. 2전극은 판모양구조로 캐소드에서 방출한 전자가 흘러드는 전극이다. 플레이트나 애소드라한다. 3전극은 캐소드와 애노드 사이의 철판 구조다. 양자 사이의 전자 흐름을 제어하는 그리드다. 진공관이 진공인 이유는 공기가 없어야 분자 산란이 적어 캐소드와 애노드로 전자가 잘 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음의 전압을 켜면 캐소드에선 전자가 방출되지 않는다. 진공관은 논리 연산이 가능해 이진법 계산이 가능하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백열 전구이기에 무겁고 열이 발생하며 수명도 짧다. 애니악은 1만 8천개 진공관으로 구성되어 1초에 10만회 계산이 가능했다. 지금의 컴퓨터는 이보다 1만배 빠르다. 애니악은 3톤이나 되었고 전력도 많이 잡아먹고 수명이 짧은 진공관을 수시로 교체해야 했다.
물질은 근볹거으로 수많은 원자집합이다. 원자들이 가지런히 배열되면 결정성 물질이고 그것이 아니면 비결정성 물질이다. 결정성 물질은 원자가 규칙적 격자구조라서 전자가 각 원자를 잘 건너뛸수 있다. 그래서 도체가 된다. 반면 비결정성 물질은 이게 잘 되지 않아 반도체나 부도체가 된다.
전자는 서로 같은 극이라 싫어한다. 그래서 자신이 원자 사이를 돌아다닐 때 다른 전자가 같은 속도로 따라 붙는 것을 싫어한다. 그래서 전자들은 모두 서로 다른 에너지를 갖고 움직인다. 그리고 낮은 에너지부터 높은 에너지까지 궤도를 채운다. 이것이 파울로 배타원리다. 이미 다른 전자가 채운 에너지 궤도는 다른 전자는 진입하지 못한다.
물체에서 전자들이 아직 최상위 에너지 띠를 가득채우지 못하면 전자가 들어올 공간이 있어 올 수 있는데 이것이 도체다. 부도체와 반도체는 최상위 까지 가득 찬 상태다. 부도체와 반도체의 차이는 에너지 간격 차이다. 여기서 빛이나 열등의 에너지 공급이 이뤄지면 전자는 궤도에 진입이 가능해지는데 에너지 간격이 너무크면 들어오지 못하고, 에너지 간격이 적당하면 그게 가능하다. 가능한 것이 반도체가 된다.
대표적 반도체가 게르마늄과 실리콘이다. 둘다 탄소족으로 최외곽 오비탈에 4게 전자가 있다. 실리콘은 규소로 산소와 결합에 규산염 광물을 형성한다. 지각의 90%다. 실리콘 자체는 전자들이 최상위 에너지띠를 가득채운다. 하지만 약간의 불순물을 투입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실로콘에 오비탈 외곽 전자가 3개인 붕소를 첨가시 전자가 모자란다. 구멍이 생겨나 전자가 이동가능해지는데 이것이 P형 반도체다. 그리고 오비탈 최외곽 전자가 5개인 질소족을 첨가하면 전자가 남은 상태가 되는데 이것이 N형 반도체다. 둘을 결합하면 다이오드가 생긴다. 그러면 전자가 한 방향으로만 흐른다. 그래서 다이오드는 정류작용을 한다.
트랜지스트는 2개의 P형 반도체 사이에 얇은 N형 반도체를 끼워 넣거나 2개의 N형 반도체에 P형을 끼워넣는 것이다. 트랜지스터 자체는 전류가 흐르지 않아야 하지만 가운데가 얇기에 전류가 흐른다. 즉, 전압이 약하면 원래대로 전류가 흐르지 않고 세면 흐르기에 스위치 역할을 하게 되는 것이다. 트랜지스터는 진공관과 원리는 같으나 훨씬 작고 전자의 흐름을 양자역학으로 미세조정가능하다. 이것이 집적회로다. 집적회로는 트랜지스터를 포함한 다양한 반도체 소자와 그것을 연결하는 전자회로를 종합해 하나의 칩으로 구성한 것이다.
현대의 컴퓨터의 집적 회로는 무려 100억개의 트랜지스터를 포함한다. 그리고 현대의 반도체는 아주 얇은 고순도의 실리콘 웨이퍼를 만들고 이를 아주 작게 작아 칩으로 만들고 그 위에 아주 가느다란 전선을 새긴 것이다. 그 선이 2나노 수준까지 온 것이고, 더 작아지는데 병목이 생겨 칩을 쌓아서 연결하는 HBM의 시대까지 온 것이다.
뉴런은 핵세포체와 외부자극을 받는 가지돌기, 다른 뉴런에 전기신호를 전달하는 축삭돌기로 구성된다. 인간 뇌는 뉴런이 860억개로 우리 은하의 항성 수준이다. 뉴런 간은 붙어 있지 않다. 시냅스라는 작은 물리적 틈이 있는데 축삭의 끝 부분에서 방출되는 신경전달물질이 가지돌기 수용체에 결합하며 시냅스를 뛰어 넘어 전달이 된다. 이런 뉴런 사이의 연결을 커넥톰이라 한다. 커넥톰의 완전한 파악은 원칙적으로 해당 생물의 모든 행동판단의 예측을 의미한다. 예쁜 꼬마선충은 그것의 갯수가 302개라 파악이 가능하다. 하지만 인간은 뉴런만 860억이며 이것의 개별적 연결은 또 다른 이야기다. 뉴런은 외부 자극의 세기인 입력 값을 모종의 가중치를 곱해 다 더한 뒤 그 값이 기준치인 역치를 넘을 때만 축삭으로 전기신호를 전달한다. 이 원리를 이용해 인공 커넥톰을 구축한 것이 퍼셉트론이다.
1개의 층을 가진 단일 퍼셉트론은 1950년대 고안되었다. 이 기기는 천공카드의 구멍을 완전히 인식해 세계를 놀라게 했다. 하지만 배타적논리합의 계산이 불가능해짐이 밝혀져 한계를 맞았다. 하지만 2개층의 퍼셉트론은 이게 가능하다. 입력신호를 받아 숨은 신호로 바꾸는 입력층과 이를 최종 출력하는 출력 층 두개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다층 퍼셉트론이 도래하면 거의 모든 것이 가능해졌다. 다층 퍼셉트론으로 0-9까지의 숫자를 인식하는 학습을 시행한다면 다음과 같은 단계를 거친다.
1. 처음에는 다층 퍼셉트론의 가충치 행렬과 역치 벡터를 임의 입력한다.
2. 수 이미지와 실제 수 데이터를 최대한 수집한다.
3. 수집 데이터 중 손으로 쓴 이미지를 입력한다.
4. 퍼셉트론의 마지막 은닉층에서 벌어지는 최종 출력 신호와 실제 숫자 사이의 차이를 계산한다.
5. 이 과정을 앞서 수집한 모든 데이터에서 반복하여 차이를 모두 더한다.
6. 최종적으로 퍼셉트론의 가중치 행렬과 역치 벡터를 적절히 저장하여 차이의 합을 최소화한다. 즉, 손실함수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우주의 시뮬레이션은 모든 원자들의 상태를 파악하는 것이다. 아마도 우주는 격자일텐데 각 그리드에 양자를 모두 배치해야 한다. 파울리 배타 원리로 각 그리드엔 전자가 하나만 위치한다. 이 정도면 그래도 해볼만 할텐데 스핀의 문제가 있다. 입자가 반 시계 방향으로 자전하면 스핀 업이고 시계방향 회전이면 다운스핀이다. 파울리 배타원리에서 같은 스핀 전자는 한 위치에 존재하지 못하지만 반대라면 가능하다. 여기에 위치는 확정이 아니고 중첩이다. 이로 인해 시뮬레이션 양이 폭증한다.
결국 인간은 우주의 일부이고 우주는 자신의 일부인 인간으로 하여금 우주의 근본적인 작동 원리인 양자역학으로 돌아가는 컴퓨터를 만들고 이를 통해 자기 자신을 시뮬레이션 하여 자기 자신을 이해해가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우주는 끊임없이 질문하는 인간을 통해 스스로를 계산하는 컴퓨터로 진화하는 셈이다.
이는 음의 스무고개와 비슷하다. 그냥 스무고개는 답변자가 답을 정해놓은 상태에서 질문자의 질문에 답하며 질문자가 결국 답을 알아내는 과정이다. 음의 스무고개는 답변자가 답을 모른다. 질문자의 질문에 따라 답을 해가면서 같이 최종 답변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휠러는 측정을 매개로 인간와 상호작용하여 서서히 자기 자신을 만들어가는 우주를 참여우주라고 불렀다. 즉, 인간은 우주를 외도적으로 계획하고 실행하여 만들어가는 것이다.
우주는 생겨났다. 그리고 물질이 그 원리에 의해 생겨났다. 이 물질이 조금이라도 생겨나면 우주는 물질과 음의 스무고개를 하며 더 많은 물질을 구축한다. 그리고 물질에서 자연스레 스스로 작동하고 유지하며 발전하는 생명체가 탄생했다. 이 생명체는 진화하며 유전정보를 잘 전달하기 위해 갖가지 기능 및 지능을 발전시켰다. 이 지적생명체는 측정이라는 상호작용으로 자신의 존재를 더 강화하고 있다. 그렇게 우주를 성찰하며 변형해가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