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쇳밥일지 - 청년공, 펜을 들다
천현우 지음 / 문학동네 / 2022년 8월
평점 :
요즘 정치권은 젊은 사람들에 관심이 많다. 수는 적으나 진보에서 보수로 정치적 성향을 과감히 바꾸었기에 진보는 놀라고, 보수는 웬떡이냐 싶은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젊은이들은 대학을 나오고 정규직에 취업했거나 하려는 사람들, 그리고 대개 수도권에 사는 사람으로 비정하는 느낌이 있다. 물론 그들이 다수이긴 하다. 하지만 젊은층과 한국인들 중 많은 수는 지방에서 살고, 지방의 중소기업에서 일하며, 지방에 있는 대학이나 전문대, 고교를 나와 살아가는 경우도 있다. 그러면 지방소재 중소기업에서 생산직으로 일하게 될 테인데 그런 사람들의 삶에 대해서 우리는 잘 모른다.
책 쇳밥일지는 딱 그런 사람이 쓴 책이다. 일전에 '고기로 태어나서'와 '퀴닝', '어떤 동사의 멸종'을 쓴 한승태 작가의 책을 재밌게 보았는데 상당히 분위기가 유사한 책이었다. 한승태 작가는 한국의 열악한 직업 전선에 뛰어들어 이를 체감하여 르포형식으로 글을 썼는데, '쇳밥일지'의 저자 글 역시 삶자체가 르포라 둘은 유사한 느낌을 풍긴다.
저자는 한국의 흙수저 중 흙수저다. 아버지는 바람둥이로 늘 이여자 저여자를 집에 들였다. 아버지의 여자 중 하나였던 심여사가 심성이 착해 피한방울 섞이지 않은 저자를 키운다. 그러다 한 번 병원에 입원하게 되어 생모란 사람과 2년여를 살았는데 매일이 폭력이었다. 저자는 아버지가 자신 덕에 기초생활수급자로 연명하는 것을 떠올려 일부러 다쳐 병원이 입원해 아버지가 찾아오게 만들고, 다시 심여사와 함께 살게 된다.
공부엔 도무지 소질이 없어 실업계 고교를 나왔다. 집안도 워낙 가난하고 공부도 잘하지 못해 미래나 장래따윈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그래도 대학은 나와야 하지 않겠냐는 심여사 때문에 폴리텍 대학으로 진학하게 된다. 월세 살이라 등록금이 없었는데 중학교 때부터 천착한 게임 아이템과 캐릭터를 팔아 등록금을 마련한다. 그렇게 졸업하고 방학중엔 공장에서 일한다.
대학을 졸업해도 학점이 변변치 못했다. 그러다 방위산업체에서 일하게 되고, 졸업하여 창원, 마산 지역의 여러 중소기업을 전전한다. 이들은 모두 공통점이 있다. 사장이 하나같이 노동법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취급한다는 것이다. 산재같은 건 모르는 말이고, 최저 시급조차 잘 챙겨주지 않는다. 아직 미숙련이란 이유다. 늘 인력이 부족하니 20대임에도 견디기 어려운 노동강도에 시달린다. 그러다 우연히 용접을 하는 아저씨를 만나게 되고, 용접자격증도 어렵사리 획득한다.
관련 일을 계속하게 되고, 돈도 좀 벌린다 싶은 시점에 심여사가 사기를 당해 1억 정도를 날리게 된다. 삽시간에 빚쟁이가 되어 200만원 월급 중 140만원이 빚 상환으로 지출된다. 그렇게 수년을 살며 저자는 깨지고 세상에 대해 알아간다.
왜 나는 죽도록 열심히 일하고 세상에 반드시 필요한 일을 하는데, 필요치도 않은 일을 하는 법조인이나 대기업을 다니는 사람들, 언론인 같은 글쟁이들은 나보다 훨씬 약한 노동강도에도 수배의 돈을 벌어 갈까, 그리고 같은 직장 내에서도 정규직 노동자들은 노동권을 보호받고 좋은 휴게실에서 쉬는데, 왜 자신에게는 그것이 허용되지 않을까 등등이다.
저자는 공부는 못했지만 글쓰기에는 상당한 소질이 있다. 학교 다닐 적에도 여러 번 글쓰기 상을 받았고, 꾸준히 독서하고 글을 남기며 소통을 해나간다. 그러다 글이 문재인 정권 시절부터 주목받게 되어 높은 정치인들과 교수님, 언론이들과 만나게 되고 글로 돈도 벌게된다. 그럼에도 글쟁이와 용접쟁이를 병행하다 결국 글쟁이로 본격전업하여, 팔자에도 없는 기자가 된다.
책을 읽으면서도 이런 사실은 말미에나 나와서, 독서를 하며 저자의 글실력이 매우 놀라웠다. 공부 못하는 실업계생의 글이란 생각이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필인가 라는 생각마저 들무렵, 책 말미에 이런 내용이 나와 이해가 되었다. 저자의 글실력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웬만한 허위 지식인들보다 훨씬 낫다.
이 책은 젊은이들을 잘 모르는 어른들, 그리고 부모님이 있고 물질적으로 풍족하여 공부나 노력을 하지 않고 적당히 쉽게 살면 어떻게든 될거라 믿는 어린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다. 연휴를 앞두고 도서관을 거닐다 우연히 만난 책인데 가끔 이런 운명의 장난이 인생에 좋은 기회와 기쁨을 준다. 이 책을 만나서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