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큘라 1 펭귄클래식 46
브램 스토커 지음, 박종윤 옮김 / 펭귄클래식 / 2009년 7월
평점 :
절판


 나는 무척 겁이 많아서 공포영화를 보고 나면 늘 잠을 못 이루는 후유증이 있다. 이는 어릴 적 부터 겪는 일이었는데, 기이한 것은 그럼에도 반드시 공포영화를 보고 만다는 못쓸 점이었다. 그러다 20대가 되어 잠시 겁을 상실하여 그 무렵 다시 영화관에서 개봉하는 엑소시스트도 볼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그렇게 공포영화를 극복한 듯 싶었고 지금은 볼 엄두가 나지 않는 검은 사제들이나 곡성도 재밌게보았다. 그런데 나이가 들자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가고 말았다. 최근에 본 파묘는 정말 악몽이었다. 며칠을 어린 아들 손을 꼭 붙잡고 잤다.

 어릴 적 공포 영화 중 인상적인 것은 브람스토커의 드라큘라다. 90년대 초반 헐리우드는 고전을 영화화하는 분위기가 있었는데 이 때 만들어진 것이다. 영화에서 드라큘라는 게리 올드먼이 하커 부부는 키아누 리브스와 위노나 라이더가, 반 헬싱은 앤소니 홉킨스가 맡아 매우 쟁쟁한 배우들이 총집합했다. 그전까지는 드라큘라에서 파생된 공포 영화들만 봤던지라 원전이 오히려 다소 생소하게 느껴졌었다.

 그리고 이번에 우연히 이 영화의 기반이 된 브람스토커의 드라큘라 소설을 보게 되었다. 이 소설은 무려 19세기 작품이다. 그래서 작품 중간 중간에 최첨단의 19세기라는 용어가 나오는데, 참 생경했다. 대부분의 내용이 영화와 같았는데 한 가지 다른 점은 92년 영화 드라큘라는 그가 악마가 된 이유로 신에 대한 배신감과 사랑을 이유로 들었다는 점이다. 영화에서 드라큘라 백작은 영지를 침공해오는 터키 이교도들을 잔학하게 막아내는데, 그 과정에서 그의 아내가 거짓 정보로 자살하게 된다. 백작은 전쟁 후 신이 아내를 지켜주지 않았음을 원망하며 신을 부정하는데 그 일로 피를 탐하며 영생을 살게되는 악마가 된다. 하지만 원전 소설에선 그런 장면은 없다. 그저 그가 한때 대단한 영주이자 학자였고, 연금술을 연구했다는 부분이 나온다. 아마 그러다 이런 영생의 길로 들어선게 아닌가 하는 막연한 추측을 내놓는다.

 그 외에는 소설과 영화가 매우 비슷하다. 드라큘라는 무슨 일인지 수백년 간 살아온 트란실바니아의 영지를 떠나서 영국으로 향하려 한다. 이유는 나오지 않는다. 아마 하커가 사람들이 밀집한 마을에서 그의 성까지 꽤 멀리 이동함에도 인적이 매우 드물었던 것으로 보아, 그가 주변 사람들을 하도 많이 잡아먹고 사람들도 그를 상당히 경계하게 되어 먹이 활동?이 상당히 어려워져서가 아닐까 싶다. 

 백작은 불사신이고 괴물이지만 한계가 많다. 왜 인지 그는 자신의 영지의 흙이 있는 곳에서만 활동할 수 있다. 그래서 백작은 영국의 고택을 구입했고, 이를 위해서 하커가 일처리를 위해 백작의 집으로 올게 된 것이다.

 백작의 고성은 매우 거대했지만 인적이 전혀 없었다. 하커는 백작 스스로가 하커의 음식을 마련하는 것을 보며 이를 확신한다. 백작은 실무를 처리할 하커가 필요했기에 그를 한동안 살려두려했지만 하커는 백작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그의 저택 여기저기를 돌아보다 백작의 세 신부에게 걸려들고 만다. 그들은 하커를 성적으로 유혹하고 무기력하게 만든다.

 한편 런던에서는 하커를 기다리는 미나와 그의 친구 루시가 있다. 미나는 하커의 편지가 끊겨 걱정이다. 친구인 아름다운 루시는 여러 사람들에게 구혼을 받고 있다. 그런데 루시는 몽유병이 있고 그녀의 어머니는 건강이 좋지 않다. 

 하커가 성에 갇힌 사이, 백작은 배를 타고 런던으로 향한다. 항해의 내용은 선장의 일기로 짐작할 수 있다. 선원들은 이동하면서 배에 무언가 있다는 것을 감지하고 겁을 먹는다. 이에 일등항해사를 중심으로 배 전체를 수색하고 아무것도 나오지 않는다. 선원들은 잠시 안도하지만 항해 도중 한 명씩 선원이 실종된다. 백작의 먹이가 된 것이다. 용감한 일등항해사는 잠복 끝에 백작을 칼로 찌르지만 허공을 가를 뿐이다. 일등항해사는 먹이가 되느니 바다로 몸을 던진다. 끝까지 항해하기로 한 선장은 조타수에 자신의 팔을 묶고 백작이 나오면 대항하리라 결심하지만 그조차 죽는다.

 배는 항구에 닿고, 사람들이 배에 오르자마자 개 한 마리가 뭍으로 뛰어간다. 백작이었다. 그리고 백작은 영국 런던에서 첫 희생자로 루시를 꼽는다. 운이 없게도 루시가 몽유병으로 백작의 새로운 고택 주위를 돌아다닌게 화근이었다. 

 루시가 백작의 흡혈로 나날이 이상해지고, 쇠약해진다. 그런데 그를 지켜줄 미나는 하커가 성에서 탈출하여 한 수녀원에서 편지를 보내오자 그를 돌보러 트란실바니아로 향하게 된다. 루시의 약혼자는 루시의 이상증세를 수어드 박사에게 알리고, 매우 이상함을 감지한 그가 반 헬싱에게 이를 알리게 된다. 반 헬싱은 루시의 증상을 살피고 흡혈귀의 소행임을 알아챈다. 이들은 그날부터 루시에게 수혈을 하고 갖은 방법을 쓰지만 여러가지 불운이 겹치며 루시는 희생된다.

 루시가 죽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인근 지역 아이들이 예쁜 여자와 놀다가 목에 상처가 나는 일이 반복된다. 반 헬싱은 루시가 흡혈귀가 되었음을 확신하고 일행들과 같이 루시를 제거하며 그제서야 쉬쉬하던 흡혈귀의 존재에 대해 알린다. 한편 하커 부부가 돌아오고, 하커의 일기, 미나의 일기, 루시의 일기가 종합되며 백작의 존재가 확실해진다. 

 이들은 백작의 제거를 결심한다. 하지만 어느 샌가 백작은 보복으로 미나를 여러 차례 흡혈하고 있었다. 일행은 이를 늦게 알아차렸지만 이미 미나는 백작의 피를 흡혈해, 가까운 시일내에 루시같은 처지가 될 운명이었다. 반 헬싱 일행은 백작의 힘의 근원이자 런던에서 은신처가 되는 무려 50개나 되는 흙이 들은 관을 여기저기서 모두 제거한다. 백작은 결국 트란실바니아의 거처로 도망한다. 일행은 백작에게 흡혈 당한 턱에 백작의 시야를 공유할 수 있게 된 미나의 도움으로 백작을 추격하며 그의 숨턱을 조여간다. 

 3갈래로 나누어 그를 추격한 끝에 일행은 백작을 수송하던 집시 일행과 마주치고 그들의 전투를 치룬다. 일행 중 하나가 희생당한 끝에 반 헬싱 일행은 백작을 대낮에 관에서 끄집어 내어 제거하게 된다.

 소설은 19세기 소설임에도 현대적이다. 즉, 읽기에 속도나 지루함 같은 것이 별로 없고, 현대인이 읽기에도 충분히 재미있었다는 이야기다. 이 책은 지금 많은 파생작을 이뤄낸 흡혈귀의 원형을 제시한다. 특징은 밤에만 돌아다닐 수 있고, 십자가나 성물에 취약하고, 마늘을 약하며, 자는 사이에 머리를 베어내고 심장에 말뚝을 박으면 죽는다는 점이다. 그리고 초대받아야만 다른 사람의 집에 들어갈 수 있고, 혼자서 물을 건너지 못하며, 안개나, 박쥐, 늑대 등으로 변신할 수 있어 작은 틈으로도 침입이 가능하고, 희생자에게 자신의 피를 먹여야 부하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다. 또한 자신의 고향에서 가지고 온 흙이 있어야만 해당 지역에 머무를 수 있다는 점도 그의 약점이다.

 드라큘라는 나온지 100년이 지났음에도 현 시점에서도 매력적으로 생명력으 갖는 캐릭터다. 물론 브람스토커가 흡혈귀를 완전히 창안한 것은 아니고, 이전에도 관련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그가 만든 캐릭터는 일종의 원형이 되었다. 드라큘라가 지금도 생명력이 있는 것은 흡혈하는 괴물에 대한 오랜 인류의 공포, 영생, 그리고 관능적인 부분, 타락에 대한 공포의 염원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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