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 분화하려면 환경 변화가 강한 압력으로 꾸준히 작용하거나, 지리적 격리가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인간의 진화는 사실상 끝난 것을 보인다. 인간은 기술이 발달되기 전에는 세계 각지로 퍼져 서로의 존재를 모를 만큼 지리적으로 격리되어 있었으나 실제로 몇몇 학자들은 인간의 문명 발달 속도가 수 천년 더 늦었다면 인간은 지역에 따라 각기 다른 종으로 분화했을 것이라 말한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 사실상 세계가 하나로 통합되고 교류가 잦아지며 격리가 사라졌다. 또한 인간은 역시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냉난방을 주거지에서 해내고, 의복 등 다양한 수단 및 도시의 건설로 더 이상 환경에 적응하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자신에게 맞춰 바꿔내는 능력을 갖췄다 .이런 면에서 지구상에서 인간의 진화는 사실상 끝난 것이나 다름 없다.

 하지만 인간이 우주로 진출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우주로 가는 인류는 만약 그곳에서 거주한다면 지구인들과 지리적 격리가 일어난다. 또한 우주의 환경은 지구와 완전히 다르다. 우주 방사선과 태양풍을 막아주는 오존이나 자기장 따윈 없고, 기온도 매우 낮으며 무중력이다. 인간이 여기서 죽지 않고 세대를 남길 수 있다면 새로운 진화가 충분히 일어날 만한 환경 압박이다. 

 나는 일본 만화 건담을 좋아한다. 건담의 세계관은 지구의 인구가 폭증해 지구와 인근 우주에 소위 콜로니라는 인공별을 건조하고 여기서 인간들이 살아가는 것이다. 아무래도 형편이 좋지 못한 이들이 이 콜로니로 이주하게 되었다. 세월이 지나 우주인들은 자신들을 차별하고 압박하는 지구연방에 불만을 갖게 되고 우주인으로서의 새로운 정체성도 갖게 된다. 그것이 전쟁으로 이어지는게 건담의 골자다. 건담은 진화와 관련한 재미난 부분도 있다. 바로 뉴타입이다. 이들은 겉보기엔 현생 인류와 같으나 건담 갖은 메카닉 기기를 훨씬 더 잘 조종한다. 빠른 반사신경과 예측능력, 심지어 약간의 미래 예지능력까지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들은 텔레파시도 조금 있다. 놀라운 진화 인 셈이다.

이번에 읽은 책 '비커밍 마션'은 우주시대를 앞둔 인간이 우주 환경에서 어떻게 진화할지에 대한 책이다. 물론 몇 가지 가정이 있다. 인간이 우주 개척에 인공지능이 탑재된 로봇을 쓰거나 그것과 결합하지 않는다는 조건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최종 진화 산물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어쩌면 가까운 시일내에 인간은 인공지능과 결합할지도 모른다. 유발 하라리는 그래야만 한다고 책 '호모데우스'에서 강변한다.

 책이 주로 다루는 것은 제목처럼 화성이다. 지구에서 가장 가까우면서도 사람이 살만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금성은 무려 500도의 온도에 기압이 너무 높아 인간 거주가 어떻게든 거의 불가능하다.

화성은 한편 대기가 매우 희박하고 그나마도 대부분 이산화탄소다. 대기압이 낮아 낮은 온도에서도 액체가 쉽게 기화해버린다. 중력도 지구의 3/8수준이다. 그래서 인간은 가압복을 입지 않으면 몸속 기체가 기화해 사망한다. 화성은 물이 거의 얼어 붙어 있고 표면에도 없다. 표면에 있으면 바로 기화하기 때문이다. 화성은 자기장도 거의 없다. 자기장은 초기엔 존재했던 것을 보인다. 자기장이 있으려면 행성의 핵속에 금속이 중심에서 가장자리로 올라오고 다시 내려가는 대류가 있어야 한다. 화성은 무슨 일인지 핵이 서서히 식어 이것이 없다. 화성에는 대기가 처음엔 지구 만큼 많았으나 자기장이 사라지자 태양풍에 의해 속소무책으로 대기 상당량을 상실했다. 그래서 화성표면의 방사선량은 지구의 2배에 달한다.

 화성은 공전주기가 지구의 2배다. 화성은 적도는 여름엔 21도까지 올라가서 꽤 살만하지만 다른 지역은 대부분 매우 춥다. 평균 기온은 -62도이고 극지방은 -144도다. 

 

화성의 흙에는 과염소산염이 다량 분포한다. 이 물질은 생명에 유독하다. 물에 쉽게 녹아 섭취시 아이오딘 체내 흡수를 방해하고 대사조절을 돕는 호르몬의 생산도 방해한다. 갑산성 기능도 저하된다. 그래서 화성의 물에는 과염소산염이 있기에 음용하거나 식물 재배 시 반드시 이것을 제거해야 한다. 

 책과 영화로 제작된 '마션'에서 격리된 과학자 마크 와트니는 그냥 화성의 토양에서 물과 영양분만 주입하며 식물을 성공적으로 제작하는데 이는 과학적 오류다. 또한 와트니는 그냥 잘 걸어다니며 활동하고 중력 발생장치가 없는 상황에서도 가압복 없이 있는데 화성의 중력이 지구의 3/8임을 감안하면 이 역시 오류다.

 하여튼 화성에 기지를 건설하려면 역시 지하가 선택지가 될 수 밖에 없다. 우주 방사선이 쏟아지고 너무 춥기 때문이다. 화성엔 용암동굴이 있다. 용암은 흐를 때 바깥은 빠르게 식고, 내부는 식지 않고 흘러버려 내부가 빈 용암동굴이 생겨난다. 여기가 기지 건설에 적합하다.

 화성은 대기에 질소가 3%에 불과하다. 지구 대기의 다량의 질소는 인간이 호흡하는 산소의 양이 해롭거나 위험한 수준에 이르지 않도록 균형을 잡아준다. 그리고 대기가 쉽게 타지 않도록 제어한다. 

 인간이 냉전시대 우주로 나아가게 되며 우주 의학이 태동한다. 1973년 스카이랩 우주 정거장에서 우주인이 28일간 체류한다. 그러자 신체 변화가 일어났다. 우선 키가 커진다. 척추는 하중 압박을 분산하기 위해 굽어져 있는데 그런 압박이 사라지자 일자로 펴지며 키가 커진 것이다. 물론 지구로 귀환하면 키는 원래대로 돌아간다. 하지만 중력이 계속 약하거나 무중력이라면 우주의 후세대는 이로 인해 키가 커질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얼굴이 부풀어 오른다. 평소 중력으로 인간 체액의 절반 가량은 하체에 머문다. 하지만 중력이 사라지자 체액은 전신에 퍼지고 반면 다리는 가늘어진다. 다음은 혈액량의 감소다. 무중력에서는 머리가 부어오른 느낌을 바든데 채내는 이를 혈액 과다로 판단한다. 그래서 우주인은 혈액력이 감소한다. 귀환시 이들에게 빈혈이 생기고 체력이 잘 회복되지 않는 이유다. 마지막은 무기질의 감소다. 칼슘, 질소, 인이 감소한다. 질소와 인의 감소는 근육량의 감소 때문이다. 그리고 칼슘은 골밀도 저하 때문이다. 뼈는 근육이 스트레스를 받아야 강해지는데 무중력에선 그런게 없으니 줄어드는 것이다.  

 우주에서의 부작용은 남여 차이가 난다. 2014년 연구에 따르면 지구 귀환시 여성이 더 어지럼증과 졸림 경향이 있다. 남성은 20% 정도만 이런 증상이 나타나나 여성은 100%다. 이는 여성의 혈액 손실이 더 크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성은 칼슘 손실도 더 커서 신장 결석 가능성도 커진다. 

 쌍둥이 연구 결과 우주에 다녀온 쌍둥이는 텔로미어 길이가 오히려 더 길어졌다. 그리고 세포에서 유전자 돌연변이가 생겨났다. 그리고 체중이 감소하고, 혈액과 소변에 화학물질이 증가하며, 염증 관련 화학 물질도 증가한다. 이는 귀환하며 강한 중력으로 체내가 충격을 받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구로 귀환하면 이는 모두 회복된다. 체중이 다시 증가하고 장내 미생물군도 회복되며 유전자 메틸화도 회복된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텔로미어도 다시 짧아진다. 하지만 유전자 돌연변이의 91%만이고 나머지 9%는 그대로 유지된다. 인간이 우주에 오래 체류하면 변이가 생기고 그것이 유전되어 새로운 종으로 분화할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1994년 우주왕복선 컬럼비아호에서는 일본 송사리 메디카 한쌍을 우주로 데려가 성공적으로 번식시킨다. 우주에서 미소중력 상태에서 송사리는 원을 그리며 헤엄친다. 그리고 짝짓기가 이뤄지자 이들의 후손은 정상적으로 헤엄을 쳤다. 하지만 이는 물고기 때문이었을 수도 있다 .어류는 물에서 생활하기에 중력에 대한 적응이 육상동물과 전혀 다르다.

 육상동물은 육상에 적응하기 위해 또 다른 뼈를 발달시켰다. 바로 해면 뼈다. 뼈는 겉질 뼈와 해면 뼈로 나뉜다. 겉질 뼈는 어류와 공유하는 것으로 치밀한 단단한 뼈로 무겁고 튼튼하다. 하지만 해면뼈는 스펀지 같은 구멍이 많고 밀도와 강도가 낮다. 척추뼈, 팔다리 같은 긴 뼈는 대부분 해면뼈다. 이는 육상동물이 되며 무거운 중력을 견디면서도 가벼운 뼈에 대한 필요성이 낳은 결과물이다.

 인간은 드물긴 하나 출산 중 골절이 일어난다. 여성이 임신 중 태아에 칼슘을 공급해 뼈가 약해지는데 만약 우주에서 출산하면 골밀도가 더 낮아지므로 매우 위험할 수 있다. 우주에서는 심장도 약해진다. 심장은 중력으로 인해 피를 끌어올리기 위해 강한 펌프질을 하는데 무중력 상태에서는 펌프질이 훨씬 수월해 근육이 약해진다. 그리고 피부도 변화한다. 피부는 기온에 따라 땀을 흘리고, 수축하는데 우주에서 장기간 햇빛을 보지 않고 기지나 우주선에서 일정 기온에에서만 생활하다보면 이런 기능이 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인간이 화성에 적응한다면 생물학적으로 이렇게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 우선 인간의 머리가 커질 수 있다. 인간의 골반은 체중의 지탱을 위해 다소 좁고 강해야 하지만 출산을 위해서는 넓어져야 한다. 화성에서는 저중력으로 인해 체중 지탱 부담이 적어지므로 골반이 다소 넓어져도 상관이 없다. 그러면 인간의 머리 크기 성장을 압박하는 요인이 사라져 수세대후 인간의 머리가 커질 수 있다. 

 그리고 다리로 몰린 체액이 온 몸으로 퍼지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체액 자체가 적어질 수 있다. 그리고 발의 아치도 사라질 가능성이 있다. 아치는 체중의 분산 작용을 하는데 중력이 낮은 화성에서는 굳이 그럴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그리고 늘 기후가 안정된 기지 내에서 생활하다보니 피부가 일을 하는 일이 없어져 땀샘 수가 적이지고 체취 자체도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화성은 연간 주기와 하루 주기가 지구와 다르다. 따라서 인간의 호르몬도 이런 새로운 주기에 맞춰 바뀔 가능성이 높다. 또한 대기가 희박하므로 폐가 커지고, 적은 산소를 골고루 보내기 위해 모세혈관이 발달할 것이다. 그리고 방사선 노출이 많아지므로 이를 막기 위해 멜라닌을 잘 생성하는 어두운 피부가 발달할 것이다. 내부에서는 유전자를 손상 억제하고 수선을 잘 하는 변이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진화의 속도는 종내에 유전적 변이가 얼마나 있는가와 특정 형질이 큰 이점을 제공하는가, 그리고 종의 번식 속도가 결정한다. 화성에서의 체류는 강한 선택압으로 작용한다. 그래서 지구인과 다른 화성인은 4-5세대만에 생겨날 수 있다. 

 그리고 화성에는 미생물이 전혀 없다. 지구의 토양에는 수많은 미생물이 있으며 인간도 자신의 세포보다 많은 미생물과 공존하고 있다. 우주선 및 우주정거장에는 인간이 가지고 온 미생물이 존재하는데 이들은 놀랍게도 우주 방사선으로 인해 빠르게 진화하고 있다. 아시네토박터피티는 방사선으로 인해 유전자가 변화해 항생제에 강한 내성을 갖는다. 메틸로 박테리움 역시 신종이다. 이런 우주 세균은 항생제에 내성을 띠고 병원성은 강한 특성을 갖는다. 위험한 신호이지만 아직까지 실질적 위협이 될 만한 수준에 도달하진 못했다. 이처럼 인간이 화성에 적응한다면 우주 기지내에 어떤 변이를 가진 세균이 등장할지 모를 일이다. 또한 인간이 화성에 가면 미생물이 거의 없기에 자가면역 질환이 발병할 가능성도 높다. 

 인간은 언젠가 달과 화성은 물론이고, 태양계 전역과 가까운 항성계까지 진출할지도 모른다. 로봇과 인공지능과 결합한다면 모르겠으나 유기체의 모습으로 그리한다면 인간은 나가는 곳마다 적응해 각기 다른 신체와 마음을 가진 존재로 분화하게 될 거시다. 만화 총몽을 보면 화성인과 금성인, 목성인이 모두 제각기 다른 모습으로 나오는데 그게 현실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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