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이 오늘 끝났다. 우승은 스페인이었다. 당초 프랑스가 우승할 거란 전망이 우세했다. 하지만 화려함은 없어도 실속있고 수비가 강했던 스페인이 결승전에서 아르헨을 압도하며 우승했다. 점수는 1:0이었으나 슈팅수가 10배 차이가 났던 만큼 압도적 차이를 보였다. 2:0이나 3:0이었어도 이상하지 않을 경기 내용이었다. 워낙 완패였기에 아쉬움이 무척 짙었을 메시도 이를 숙연히 받아들이는 느낌이었다. 물론 아르헨 선수들이 보인 경기 후, 폭력 추태는 트럼프와 더불어 옥에 티였다. 월드컵을 보며 느낀 소회를 정리해본다.


1. 확대한 월드컵

 월드컵의 역사를 보며 참가국은 꾸준히 확대되었다. 한국이 두 번째로 월드컵에 참여한 1986년만 해도 24개국 체제였다. 그러던 것이 1998년 프랑스 월드컵에서 32개국으로 확대되었고 근 30년간 이를 안정적으로 유지하다 이번에 48개국 체제가 되었다. 매우 이상해보이는 형태였지만 막상 하고보니 크게 이상하진 않았다. 

 사실 월드컵의 역사는 꾸준히 참가국의 확대로 향하고 있었다. 축구는 세계 제1의 스포츠이고 월드컵에 출전을 고대하는 나라와 국민들이 무척이나 많기 때문이다. 피파 입장에선 엄청난 잠재적 시장인 셈이다. 그래서인지 피파는 48개국 첫 대회를 시행하고 이것이 굳어지기도 전에 다음 월드컵을 64개국 체제로 치룬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그리되면 4개국이 월드컵을 공동개최해도 이상하지 않고 더 많은 나라가 참여할 수 있다. 그리고 64개국을 4개 팀씩 16개조로 나누고 각 조의 2위가 토너먼트를 진출해 32강을 치루면 깔끔하다.


2. 수준 저하 논란

 월드컵이 참가개국 수를 엄격히 제한한 것은 월드컵의 가치와 수준을 유지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지금의 피파는 적극적 확대로 나아가고 있다. 그러다보니 이전 같으면 월드컵에 나오는 것은 언감생심인 나라들이 출전하게 되었다. 물론 카보베르데 같은 팀도 있었으나 상당수 수준 미달 팀들이 각 조에서 3패를 하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3위 팀들의 성적이 1승1무1패 팀이 7개국이나 될 정도로 예상보다 무척 높았고 이는 한국이 1승을 했음에도 토너먼트에 진출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3. 득점력의 향상

 이번 월드컵의 경기당 득점은 거의 3점에 육박했다. 이는 월드컵의 확대로 인한 수준 저하와 밀접히 관련한다. 약체들이 많다보니 강팀에 의한 소위 양민학살이 많았던 것이다. 그러다보니 득점왕 후보들의 득점력도 상당했다. 득점왕 음바페는 10골, 2위 메시는 8골, 3위 홀란과 벨링엄도 7골이었다. 우승까지 경기가 하나 더 늘어나고, 약체를 상대하다보니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이다. 앞으로 월드컵 득점왕의 기준은 10골 근처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다. 월드컵의 득점왕 기준은 매우 오랜 기간 5-6골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확실한 변화다.


4. 강력했지만 뭔가 모자랐던 아르헨티나.

 아르헨티나는 이번에도 결승전에 올랐지만 스페인에 완패했다. 사실 그들은 이번엔 지난번 만큼 강하지 않았다. 메시는 더 늙어서 여전히 대단하나 약해졌고, 다른 선수들의 수준은 충분히 올라오지 않았다. 그래서 아르헨티나는 이번에 네임 벨류가 메시를 받쳐줄 만큼 높은 선수가 많지 않았다. 지난 대회에 디마리아와 디발라가 있었던 것과는 좀 다르다. 그럼에도 특유의 끈끈함으로 소위 꾸역승을 거두며 수차례 역전을 하며 결승까지 올라왔다. 하지만 거기까지 였다.

 그래도 메시가 아르헨티나를 강하게 만든 것은 분명하다. 메시는 2006 월드컵 부터 2010, 2014, 2018, 2022, 2026 총 6차례 월드컵에 출전했다. 이중 절반인 2014, 2022, 2026 총 세 차례나 팀을 무려 결승에 올려놓았다. 물론 우승이 한 차례에 그친 것은 매우 아쉽지만 네덜란드가 1974, 1978, 2010 세 차례 월드컵 결승에 올라 한 번도 우승하지 못한 것을 생각하면 이것도 다행이라 볼 수도 있다. 만약 메시의 아르헨티나가 이번에 우승했다면 연속 우승으로 이는 1960년대 브라질의 펠레 이후 50여년만의 업적이 될 수 있었다. 


5. 화려하지 않았으나 매우 강한 스페인

 스페인은 1경기가 늘어났음에도 이번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할 때까지 겨우 1골만을 허용했다. 골은 키가 큰 벨기에에 당한 헤더였다. 운이 좀 따랐다면 사상 최초의 무실점 우승을 달성할 뻔했다. 이번 대회 스페인은 2010년 우승 때와 비교하면 매우 다르다. 2010년 스페인은 다비디 비야, 사비, 이니에스타, 라모스, 피케, 푸욜 등 세계적 스타가 즐비했다. 하지만 이번에 우승한 스페인의 스쿼드는 당시와 비교하면 무척이나 가볍다. 라빈 야말을 빼면 딱히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 그럼에도 더 단단했다. 오히려 개인 기량이 다소 떨어지다보니 간결하게 팀 전술에 집중했고, 그래서 공격력은 부족했지만 매우 단단하고 상대를 전술로 압도하는 팀이 완성된 것 같다. 스페인은 2010, 2026 딱 두차례 결승에 올라 모두 우승했다. 대단한 승률이다.


6. 강력한 프랑스

 지난 10년 간 세계에서 가장 강한 팀은 프랑스라고 생각한다. 이들은 2018년 우승, 2022년 준우승, 2026년 4위를 차지했다. 지난 3차례 월드컵에서 2번이나 결승에 올랐다. 이번에도 4강 상대가 스페인만 아니었다면 결승에 올랐을 것이다. 프랑스는 유럽의 중심국가이지만 축구에서 만큼은 오랜 기간 이렇다할 기를 펴지 못했다. 자국에서 개최한 98 프랑스 월드컵에서 우승하기 이전까지 유로에서 플라티니를 앞세워 한 번 우승한게 다였다. 그리고 프랑스는 자국 프로리그도 강하지 않다. 이탈리아가 세리아를 스페인이 프리메라리가를 영국이 프리미어리그를, 독일이 분데스리가를 보유한 것에 비해 프랑스의 리그 앙은 아무래도 무게감이 떨어진다.

 그럼에도 프랑스가 21세기 들어 유럽에서 가장 강해진 것은 아프리카 자원을 가장 많이 쓰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프랑스는 오랜 식민 경영으로 인해 아프리카에 다른 유럽 국가에 비해 강한 영향력을 지금도 행사한다. 그래서 프랑스 리그에서를 아프리카 자원이 선수로 많이 뛰고 있고 여기서 두각을 나타내면 프랑스 국대로 흡수되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일부 인종차별주의자들이 프랑스 대표를 흑인팀이거나 아프리카 팀이라고 부적절한 비하를 하긴 했으나 이는 상당 부분 사실이기도 하다.

 이번 대회 막강한 공격력을 뽐낸 프랑스 공격 3인 방은 모두 아프리카계다. 그리고 과거 프랑스를 우승시칸 아트사커의 창시자 지단도 알제리계다. 프랑스의 부상은 아프리카계 선수의 적극 활용과 귀화와 상당히 관련있다 생각한다. 


7. 아시아의 한계

 이번에 아시아 팀은 월드컵에 9개 나라나 참가했다. 지난 대회의 2배 수준이다. 초반엔 반짝 선전하며 수준이 올라간 듯 했으나. 일본과 호주를 제외한 나머지들이 모두 조별리그에서 탈락하며 한계를 보였다. 그리고 이 둘도 32강에서 탈락했다. 오히려 16강에 한국과 일본이 진출한 지난 대회보다 성적이 저조하다. 

 아시아 최강 일본 역시 조별리그에서 보였던 강력함을 토너먼트에서 보이진 못했다. 상대가 브라질이긴 했으나 브라질 역시 예전 그 팀이 아니기에 아쉬웠다. 일본이 속했던 조는 죽음의 조라 불렸지만 막상 토너먼트에 진출한 3팀이 모조리 32강에서 탈락하며 생각만큼은 강하지 않았던 조였던 것으로 보인다. 

 일본은 매우 강력해졌지만 16강의 벽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물론 일본의 지난 16강 경기들은 모조리 접전이었고 승부차기도 두 차례 있었으나 진 것은 진 것이다. 이번에도 32강을 넘지 못함으로써 일본으로서는 토너먼트에서 자신들이 이기지 못하는 이유를 충분히 찾아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팀은 무척 강하나 개인이 충분히 강하지 못한 것이 원인일 수도 있고, 아직은 스쿼드가 축구 강국만큼 충분히 두껍지 못해 조별리그에서 총력을 다하게 되어 토너먼트에서는 막상 힘이 부족한 결과일 수도 있다. 


8. 형편없는 한국

 이번 대회 한국은 역대급 스쿼드와 역대급 꿀조라는 조합을 갖고도 고작 1승 2패로 일찌감치 짐을 쌌다. 최대의 원인은 역시 축구협회와 무능한 감독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선수들이 충분히 열심히 뛰지 않았다는 지적도 있는데 그것도 일견 일리가 있다. 간절함은 확실히 부족해보였다. 

 한국은 역대 월드컵에서 아무리 좋은 성적을 거두거나 아무리 형편 없어도 한 경기에서 최대 2득점의 한계를 보인다. 그리고 이번 대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은 좋은 공격자원을 보유하고도 지독한 빈공이었는데 겨우 2골을 넣었다. 한국은 1무 2패인 86월드컵도 4골, 3패인 90월드컵에 1골, 2무 1패인 94 월드컵에선 4골, 1무 2패인 98월드컵에서 2골을 넣었다. 즉, 역대 2번째의 최저 득점을 기록한 셈이다. 경기력이 얼마나 좋지 않았는지를 확실히 알 수 있다.

 현재 정부는 박지성을 앞세워 축구협회를 개혁하려 하고 있다. 일부 기득권 세력의 저항이 엿보이는데 박지성은 60일 내에 회장 선거를 치뤄야 한다는 규정을 수정하고, 회장 선거 인단도 수천명으로 늘려 구태세력을 성공적으로 무력화하고 있다. 제발 그의 개혁이 성공하고 축구를 선수들과 팬들에게 돌려주기를 바란다. 


9. 브라질의 미래는?

 브라질은 월드컵 5회 우승으로 최다 우승국의 명예를 갖고 있다. 브라질은 펠레 시절 58, 62, 70년에 우승을 해서 줄리메컵을 영구 소유했고, 호마리우, 호나우두 시절인 94, 2002년에 우승했다. 특히 94, 98, 2002 3개 대회 연속 결승에 올라 기염을 토했다. 

 그랬던 브라질이 2006년 대회 이후 우승은 커녕 결승 문턱 조차 가지 못하고 있다. 이번엔 16강에서 떨어졌다. 특히나 매 토너먼트 마다 유럽팀을 만나면 가차없이 탈락한다. 이는 현대 축구의 전술이 더욱 강하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브라질은 개인 전술이 상당히 강력한 나라인데 2000년대 후반부터 스페인을 필두로 전술의 역할이 개인의 역량을 많이 상회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개인전술에 많이 의존하는 브라질이 빛을 보지 못하는 것으로 판단된다.

 혹자들은 브라질 선수들의 유럽화도 이유로 꼽는다. 과거와 달리 대부분의 선수들이 10대부터 유럽에서 뛰며 소위 유럽화가 되어버려 브라질 특유의 강력한 개성과 창의성을 상실했다는 것이다. 무엇이 이유이든 현재의 브라질은 약하다.


10. 월드컵에도 상성이 있다.

 언급한 브라질은 노르웨이에 패했다. 노르웨이는 홀란을 보유했고, 이번 대회에서 강했다. 하지만 노르웨이는 48개국 체제가 아니었다면 유럽 예선을 돌파하지 못했을 가능성이 높다. 지난 월드컵이 98년이었을 정도다. 실제 브라질은 키가 크고 힘이 좋은 노르웨이를 만나 한 번도 이기지 못했고 이번에도 그랬다. 

 월드컵에서 의외로 힘이 좋고 키가 큰 북유럽 계열의 팀들이 최강팀을 압도하는 경우가 있다. 2010년 스페인은 우승했음에도 조별리그에서 스위스를 만나 무기력하게 패했고, 브라질 역시 98년 월드컵 예선에서 노르웨이에 패했다. 그리고 잉글랜드는 스웨덴만 만나면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패하거나 간신히 비긴다. 축구는 키나 덩치 등의 피지컬이 절대적이지는 않은 스포츠이나 이런 걸 보면 피지컬을 마냥 무시할순 없는 것 같다.


11. 월드컵의 추태

 이번 월드컵의 최대 추태는 피파다. 피파는 돈독이 올라 월드컵 참가국 수를 크게 확대했다. 여기까진 그래도 월드컵을 열망하는 국가들의 팬들을 위해서라고도 볼 수 있다. 하지만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는 달랐다. 이 정체를 알 수 없는 휴식시간으로 축구는 사실상 4쿼터 처럼 운영되었고 경기 흐름은 끊겼고, 선수들의 몸도 식었다. 물론 이는 체력의 보존과 감독의 전술적 역할 확대라는 면도 있지만 그로 인한 긍정적인 면보다는 재미를 떨어뜨린 것으로 보인다. 

 기존 월드컵은 경기시작 전과 하프타임에 광고를 때릴 수 있었으나 이 휴식시간으로 경기전, 전반 휴식, 하프타임, 후반 휴식으로 총 4회 비싼 광고를 때릴 수 있게 되었다. 이로 인한 수익은 상당하다. 

 2위 추태는 트럼프다. 그는 지난 경기 퇴장당해 출전 정지를 당한 자국 선수를 피파 회장에 압력을 넣어 출전 시키는 무리수를 두었다. 그것도 모자랐는지 결승전 우승 행사에서 피파회장과 나란히 서서 선수들을 격려하고, 덕담을 했으며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리는 선수들의 무대에서 인판티노의 만류에도 좀처럼 내려오지 않으려 했다. 미국이 우승했어도 하지 말았어야 하는 일인데 아무도 모르는 사람이 본다면 피파 부회장 정도로 여길만할 정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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