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한의 테크노-차이나 탐문 뉴 노멀 탐문 2
이병한 지음 / 서해문집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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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병한 교수의 아메리카 탐문을 매우 인상깊게 보고 그 경쟁자이자 후속편으로 '테크노-차이나 탐문'을 바로 보았다. 저자는 미중 디지털 신문명의 승자로 중국을 점치고 있다. 아직까지는 경제력이나 군사력, 기술력, 과학력에서 미국이 우위를 점하고 있지만 중국의 발전속도가 더 빠르고 무엇보다도 이들은 정치체제가 일관되고, 민관군이 하나가 되어 목표를 향해 질주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민주주의 체제를 취하고 있어 단기간에 정권이 바뀌어 정책이 일관되지 못하고 내부적으로 자주 흔들리고 있어 승리가 어렵다는 것이다. 미국은 현재 관세정책의 부메랑, 인플레이션 가능성과 경기침체, 시장의 붕괴가능성이 높다.

 중국은 작년 초 미국의 반도체 봉쇄에도 딥시크 R-1을 출시했다. 이는 거대한 데이터 센터와 방대한 클라우드를 전제로 한 집중형, 폐쇄형 AI 모델을 돌파해 낸 것이다. 즉, 거대 대기업의 독과점 점유물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동참해서 성능을 개선할 수 있는 참여민주, 인민민주를 실현하는 제1보가 된다. 딥시크가 선보인 오픈소스 AI 모델이 확산된다면 개발자는 상업용, 연구용을 가리지 않고 자유롭게 활용하고 다양한 아이디어와 니즈에 맞게 개량할 수 있다. 즉, 오픈AI는 닫혀있고, 딥시크는 열려있다. 체제와는 다르게 미 기업은 닫혀있고, 중국 기업은 개방적이다. 그리고 미국의 AI는 집중적이고 중국의 AI는 분산적이다. 그래서 미중의 대결은 테크노 봉건주의와 기술 공산주의의 대결이기도 하다.

 중국 공산주의 국가의 분산형 AI 모델을 떠받치는 기반기술이 딥 스파크다. 딥스파크는 복수의 노드에 계산을 분산시켜 aI 학습과 추론을 효율화한다. 본디 계산을 분산하면 노드간 데이터 동기화 지연이 발생해 효율이 떨어진다. 하지만 딥스파크는 계산지원이 필요한 곳에 자동할당하는 시스템을 구현해 이를 해결한다. 각 노드의 처리 능력과 부하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최적의 자원을 배분함으로써 계산효율을 최대화한다. 

 딥시크와 딥스파크의 결합으로 공산과 분산으로 인해 AI 사용 비용을 절감하고 효율적인 AI사용이 가능해졌다. 클라우드 AI와 비교하여 한층 폭넓은 환경에서 AI를 도입할 수 있는 AI 변주화가 진척되는 것이다. 딥시크의 창시자 량원펑은 원래 퀸트 헤지펀드를 운영했다. AI와 알고리즘으로 자동 분산 매매하는 투자펀드회사다. 그가 AI를 개발한 이유는 공산과 분산의 가치에 부합한다. 테무의 창시자 창정 역시 농민의 인터넷 시대를 위해 이커머스를 창립했다. 무산계급을 위한 공산주의 윤리를 추구하는 것이다. 이들은 공산주의 이념과 이상에 대한 헌신 그리고 미국을 능가하겠다는 애국심으로 무장하고 있다.  

 중국은 매년 600만의 이공계가 사회로 진출한다. 3040이 테크노-차이나 혁신을 선도하고 21세기에 태어난 1020이 량원펑의 모교인 저장대를 탐방하려 줄을 선다. 바람직한 공산주의 인간모델이 구질서 타파 혁명가에서 신질서를 창안하는 기업가로 변모한 것이다. 중국 본토에는 AI 스타트 업만 400개 이상이다. 이는 90년대 후반 미 실리콘 벨리의 닷컷 버블 열기가 항저우 일대에서 재현되는 것과 유사하다. 이런 민간의 혁신은 공공에서도 일어나고 있다. 

 2025년 3월 중국 양회에서 AI+정책이 발표되었다. 정부환경이 기존 문서에서 AI와 빅데이터 기반의 예측가능 시스템으로 전환하는 것이다. AI장착 행정서비스는 24시간, 인민과 정부의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을 가능하게 한다. 도시 자체가 인간의 단순함을 능가하는 초지능을 탑재하는 유기체로 진화하는 것이다. AI시티는 데이터가 공기처럼 흘러다니고 지능이 전기처럼 보급되면서 도시 자체가 유사생명체가 된다. 즉, 도시가 스스로 인식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인지형 공간인 것이다. 

 광둥성 선전시는 학교행정 혁신 중이다. 선전시 주광초는 딥시크 작동 스마트 스쿨이다. 스마트 인센티브 수퍼마켓을 만들어 문해력 점수를 쌓으면 학교 코인으로 바꾸어 AI 체험관등에서 게임활동에 참여한다. 수업태도, 시험점수, 운동실력 등이 향상해도 코인을 얻는다. 중국은 경제상황에 따른 신용등급제가 아니라 생활의 여부에 따라 인센티브를 제공하는 중국 특색의 사회신용제도를 한다. 공산주의 이념에 따라 디지털 기술이 장착되어 인민들의 바람직한 행동을 유도 설계하는 것이다. 

 중국은 2023년 신재생 에너지가 2023년 화력발전 규모를 넘어섰다. 세계 태양광을 장악했고 풍력 발전의 경우 세계 발전량의 67%를 차지한다. 중국은 성층권 풍력 발전 시스템을 창안했다. 헬륨으로 채운 부유채를 성층권 고도로 올려 상층의 바람으로 전기를 생산하는 것이다. 그리고 연결된 케이블로 지상으로 송전한다. 이 부유채는 고도의 조절이 가능해 바람이 잘 부는 고도로 이동이 가능해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어느 정도 해결할 수 있다. 

 중국은 동수서산 정책을 한다. 동부의 풍부한 데이터를 재생에너지가 풍부한 서부에 클라우드 컴퓨팅 인프라 센터를 만들고 그리로 보내 처리하는 정책이다. 그래서 서부에 8개의 국가급 컴퓨팅 허브를 구축하고 전국적으로 10개의 데이터 센터 클러스터를 건설하는 것이다. 

 서전동송 정책은 서부의 풍부한 전기를 동부의 수요지로 송전하는 것이다. 다른 나라들은 전력의 생산지의 수요지의 연결이 이미 고민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거대한 규모의 송전 연결을 마무리했다. 

 남수북조는 남쪽의 풍부한 물을 북쪽으로 운송하는 것이다. 장강의 물을 티베트로 신장의 지하수를 타클라마칸 사막으로 보내는 것이다. 이를 통해 기후 위기로 인한 가뭄을 극복하고, 식량 자원 확보, AI data 센터의 용수문제를 해결하고자 한다.

 중국은 양회를 비롯한 국가전략 문건마다 저고도 경제란 용어가 등장한다. 저고도는 1km이하의 고도다. 항공기는 날지 못하고 드론 같은 소형기체가 활동한다. 중국은 이 공간을 차세대 미래 경제로 파악한다. 2025년 저고도경제는 약 1조 5천억 위안이었지만 2030년 2조 위안 이상으로 추정된다. 저고도 산업은 전기에너지고 구동되는 eVTOL(전기수직이착륙항공기)에서 돌파구를 찾는다. 광둥-홍콩-마타오를 묶는 남부 지역에서 수백개의 eVTOL 경로와 수천개의 이착륙 지점을 설치해서 한 시간 생활권을 실현하려고 한다. 광저우에 본사를 둔 이항이 저고도 무인항공기의 대표주자다.

 미국과 중국은 국가 엘리트의 성격도 상이하다. 미국의 공화당, 민주당 양당은 거대한 선거조직에 가깝다. 선거 결과로 집권하니 이는 매우 당연한 일이다. 반면 중국은 거대한 학습 조직이다. 1억의 당원 중 권력 최상층에 올라간 극소수리더가 끊임없이 학습한다. 정치국원 25명은 평균 45일 간격으로 단 한명의 결석도 없이 공부한다. 집체학습이라는 이 공부모임은 2002-2024년 12월까지 총 179회 실시되었다. 후진타오 때 79회, 시진핑 때 102회다. 주요주제는 국가통치, 세계변화, 인류역사, 미래경제, 금융기술 등이며 집체 학습 이후 반드시 이들을 정책으로 구현해야 한다. 

 그리고 후진타오에서 시진핑으로 이어지는 긴 시간동안 과학기술부 장관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 이 기간 한국은 같은 역할을 하는 부서의 명칭만 4번 바뀌고 장관은 18명이었으며 평균 재임 기간은 2년 남짓이었다. 중국은 2007-2018년 완강장관이 무려 11년은 근무했다. 심지어 그는 공산당원조차 아니었다. 능력만 있다면 사상이 의심스러워도 일을 맡기는 것이다. 

 중국은 마오쩌둥을 제외하면 덩샤오핑부터 이후의 모든 지도자들이 공대출신이다. 하지만 미국은 1970년 이래 거의 모든 대통령과 부통령, 상원과 하원의 거의 모든 의원들이 상당수가 법률가 출신이다. 물론 법치주의 국가에서 법률가가 득세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하지만 엔지니어는 투입대비 결과를 중시하고 좋은 결과를 내기 위해 과정을 꾸준히 조정한다. 하지만 법률과는 결과보다는 과정을 더 중시하며 결과에 대한 책임보다는 과정만 맡다면 문제삼지 않는다. 그래서 법치주의가 득세한 한국과 미국에서는 정치에서 생산과 건설보다는 정치 갈등이 심해지면서 수사와 숙청이 많아졌다. 의회의 법정화, 정치의 사법화, 정치 수준의 저열화가 심화하는 것이다. 반면 공학자는 지속적 수정주의자에 가깝다. 

 현재 중국의 민간 기업은 중국 발면 특허의 약 65%와 기술혁신의 70%에 기여한다. 중국은 세계 100대 과학기술 혁신 클러스터 총 26개를 보유하여 2년 연속 세계 1위를 차지하고 있다. 2024년 6월 기준 중국의 유효 발명 특허 수는 442만 5천 건으로, 인구 1만명 당 고부가가치 발명 특허 건 수는 12.9건에 달한다. 

 중국의 소비시장에서 애플은 여전하지만 삼성의 스마트폰은 밀려났고, 테슬라는 여전하지만 현대차는 밀려난 것은 한국과 중국의 과학기술력의 격차가 이전만큼 크기 않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한국은 어쩌면 이제 중국은 더 이상 제조업이나 소비시장으로만 파악하기 보다는 투자나 창조의 대상으로 관점의 전환을 할 필요가 있다. 현재 한국은 미국의 통상 압박에 미 제조업 부흥을 위해 그들의 조선업, 자동차, 반도체 부활을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 저자가 보기엔 그것보다는 중국의 미래 산업에도 적절한 보험을 들어두는 것이 합리적으로 보이는 것 같다. 그리고 이는 개인에게도 합리적일 수 있다. 홍콩과 상하이에 있는 주식 시장이 지난 30년간 불패의 모습을 보인 미 나스닥의 폭발적 불기둥을 재현할 가능성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여기까지의 내용은 사실 앞 부분의 서문을 정리한 것이다. 저자는 중국의 경제 발전을 다룬 4개의 본격적 장을 뒤에서 다룬다. 스페이스 차이나, 바이오 차이나, 그린 차이나, 디지털 차이나가 그것이다. 하나하나 발전상이 대단하긴 하지만 인공지능이 본격화하기 이전에 다룬 내용이라 다소 시기상 뒤떨어지는 면이 있어서 아쉽고, 저자의 빛나는 통찰보다 내용정리에 가까운 모습이 많다. 

 어쩌면 우리는 역사의 이례적 시기를 다시 뒤로 하고 잊고 있었던, 즉 현대인에겐 낮선 하지만 우리 조상에게는 매우 익숙했던 과거의 시기로 회귀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중화의 시대로의 회귀다. 과거 우리나라는 오랜 기간 강력한 중화제국과 인접했다. 그리고 이들과 간혹 대적하거나 전쟁을 벌인 적도 있지만 문화적, 군사적, 정치적 힘의 차이를 인정하고 이들의 선진 문명을 수입하고, 질서에 순응하고 평화를 유지하며 사는 방법을 더 선호했다. 이들은 인구는 늘 우리의 수십배에 달했고 선진 문명이었으며, 분열되었을 땐 상대적으로 이용하고 대적할만 했지만 통일 되었을 땐 강력한 위협이었다. 과거 서해바다가 우리의 중심지로의 직진을 막아주고, 첩첩히 쌓인 산과 그에 따라 쌓은 산성, 강력한 군사력으로 나라의 독립성을 유지할 수 있었지만 대적은 쉽지 않았다. 우리의 근세 무기체계가 활과 성, 화포 위주인 것은 인적 열세를 만회하기 위함이다.

 미중 전쟁에서 중국이 승리한다면 다시 그러한 시대가 열리게 된다. 미국에서 트럼프가 중간선거에서 실패로 탄핵을 당하고 그것을 수용하지 않고, 분노한 민중을 동원한다면, 혹은 대법원의 관세 불법 판결에 불복한다면 혹은 미네소타에서 처럼 자국민 살상에 분노한 미국 시민을 반란세력으로 몰아 계엄을 일으키기라도 한다면 최근 나오는 소설처럼 미국은 정말 내전에 빠질수도 있다. 그렇게 되면 미중 전쟁의 승패는 조기에 갈려버릴 수 있다. 

 그리고 지금처럼 비대칭적인 혐중정서를 보이기 보다는 실리적 태도와 중립적 태도로 그와 같은 시대를 철저히 국익의 관점에서 그리고 개인의 실리를 추구하는 측면에서 대비할 필요가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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