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온 미래 - AI 이후의 세계를 경험한 사람들
장강명 지음 / 동아시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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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는 인공지능 시대 초입에 진입했다. 향후 전면적 인공지능 시대에 살게 될 것은 분명하다. 현재 인공지능은 아직 분야별로 기능하고 있어 모든 분야에서 인간이상으로 기능하는 범인공지능의 시대까지 가지는 못했다. 그래서 현재 사람들은 각자의 직업과 상황에 따라 인공지능이 자신의 직장을 위협하는 정도가 각각 다른 상황이다. 코딩을 하는 사람이나 드라마나 시나리오 작가, 예술가, 음악가들은 이미 심대한 위협에 직면했지만 건설노동자나 간호사 등은 아직 이렇다할 인공지능의 그림자도 느끼지 못한다.

 그리고 세계에서 가장 선도적으로 인공지능이 침탈한 분야가 있으니 바로 '바둑'이다. 우리 모두는 10년 전 이세돌과 알파고의 대국을 기억한다. 이 사건은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선 최초의 상징적 사건으로 사람들을 모두 강제로 인공지능의 시대로 이끌었다. 대국이 시작되기 전 바둑은 그 특유의 심오함으로 예술에 가까운 분야로 여겨졌고 변수가 너무 많아 비교적 단순한 체스와 달리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서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되었다. 하지만 결과는 이세돌의 참패였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당시 중계를 바라보며 인공지능이 두는 수 자체를 이해하지 못했다. 어렴풋이 직접 대결하며 감을 잡은 이세돌이 마지막 대국에서 승을 거두었다. 이것은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바둑을 이긴 사실상 마지막 경기였다. 이후 여럿이 도전했지만 전혀 이길 수 없었고 인공지능의 실력은 당시완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욱 강해졌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넘어선 이 사건은 바둑판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 먼저 그나마 긍정적인 측면으로 바둑계의 민주화(?)란게 이뤄졌다. 이전 바둑은 한중일 중심의 게임이었고, 조기 영재의 게임이었고 남자의 게임이었다. 서구는 바둑에 관심이 있어도 실력을 거의 늘릴 수 없었는데, 서구에 고수가 거의 없어 실력자와 대국을 두며 자신의 실력을 양성할 기회가 지리적으로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대개 바둑의 입문 시기는 5-6세다. 부모가 바둑에 취미나 교양이 있는 경우 이것을 어린 나이에 배우다고 소질이 발견되면 입문하는 형태였는데, 이런 요소 때문에 부모가 바둑을 모른다면 아무리 실력이 있어도 입문 시기 자체가 늦어 따라가기 매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하였다. 또한 바둑은 전반적으로 남기사의 실력이 월등했는데 이는 남기사들이 초반 대국의 실력이 앞섰기 때문으로 평가된다. 그런데 인공지능이 등장하며 이런 모든 면이 해소되었다. 서구의 사람들은 인공지능의 바둑이 최고로 평가받으며 인터넷을 이용해 이런 것들을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다. 일반인들 역시 부모가 바둑에 관심이 없어도 조기에 바둑에 입문하는게 가능해졌고, 인공지능을 통한 교육으로 인해 조기 영재들을 따라잡는 경우도 많아졌다. 여성기사들은 대국 초반에 약점이 있었는데 인공지능을 통한 수 배우기는 초반 대국에 매우 유리했다. 많은 기사들이 인공지능이 알려주는 초반 대국을 암기하여 게임 중반으로 넘어가게 되었으므로 이는 여성기사들의 실력 양성에 도움이 되었다.

 이제부터 나올 것은 모두 문제점이다. 인공지능은 우선 바둑 기사들의 생계를 위협하게 되었다. 과거 바둑에서 실력을 양성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신 보다 고수를 만나 직접 대국하는 것이었다. 그러면 하수는 고수에게 감사의 마음으로 일종의 대국료를 지불하였고, 고수들에게 기원 등에서 수강하는 학생들도 적지 않았다. 하지만 인공지능을 통해 수를 배우게 되면서 이 모든 것이 거의 사라져버렸다. 대회도 마찬가지다. 인공지능이 등장하였어도 대회 자체의 수는 줄어들지 않았지만 상금 자체가 적어젔다. 특히, 하위 영역에 입상하는 기사들에게 지불하던 상금의 액수가 사라지거나 크게 줄었다.

 다음은 바둑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이다. 과거 바둑은 일종의 예술로 여겨졌다. 일어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너무나도 많다보니 인간의 머리로는 이에 완전히 통달할 수 없었고 이런 요소 때문에 규칙과 승패가 분명한 게임이자 스포츠적 요소가 강함에도 예술로 여겨지는 분위기가 강했다. 특히, 각 기사들은 자신만의 대국 방법이 있었으며 사람과 직접 대결하다보니 대국을 하면서 풍기는 기세도 이러한 예술적 부분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인공지능이 인간을 능가하며 이 모든 것이 사라졌다. 과거 고수의 수 하나하나는 설명하기 어려운 면이 있었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하나하나의 수를 모두 이길 확률로 평가한다. 과거 멋지게 두던 기사의 수들도 인공지능이 평가해보면 형편없는 수인 경우가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모든 요소는 바둑에서 예술성을 앗아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학습 방법도 변화했다. 인공 지능 이전 바둑 실력을 향상시키는 방법은 고수와 대국하거나 , 과거 훌륭한 기사들의 기보를 분석하거나, 고수에게 입문하여 꾸준히 사사하거나, 기원에서 동료들과 모여 여러 수들에 대해 토론하거 새로운 수에 대한 효과들에 대한 갑론을박을 주고 받는 식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이 모든 것이 거의 사라졌다. 최고의 기사들도 인공지능의 수를 공부한다. 그리고 그를 이해하려고 하고 인공지능이 두는 수에 기반하여 바둑 게임이 이뤄진다. 특히 초반부가 그러하다. 게임이 상당히 진행된 중반 이후부터는 인간이 두는 영역이 많이 남아있지만 향후 이조차도 어찌될지는 알 수 없다. 

 마지막은 바둑 기사들이 느끼는 심리적 공허함이다. 인간에게 자신이 종사하는 영역은 하나의 정체성을 구성하는 요소다. 사람은 자신이 종사하는 분야에서 경험을 쌓고,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인정받고 또한 인정하며 성장해나간다. 이는 인간이 평생을 살아가며 자신의 긍정적 정체성과 자아존중감을 쌓는 방식이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일순 등장해 이 모든 것을 부정해버렸다. 우러러 보던 고수의 대국이 알고보니 형편없는 경우가 많았고, 그들의 아우라도 거의 사라져버렸다. 무엇보다 사람이 기계에 의존하여 모든 것을 진행해야 하거 그것을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느끼게 된 것이 큰 듯하다.

 나는 개인적으로 바둑을 전혀 모른다. 작가 장강명은 바둑에 관심이 많고, 이를 통해 수 많은 바둑계의 사람들과 직접 인터뷰하며 책을 구성했다. 인공지능이 최초로 침탈한 분야로 다른 분야에서도 도 인공지능이 적용될 수 어떠한 일이 일어날 지 짐작할 수 있었다. 작가는 논의를 진행하며 자신의 분야인 문학에서도 인공지능이 인간 이상의 소설을 양성할 시 어떤 일이 일어날지를 꾸준히 상상하며 우려했다. 

 우린 이런 걸 고려하지 않고 인공지능의 개발에만 몰두한다. 그 흐름은 되돌리기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이미 국제공조보다는 대결의 시대로 들어섰고 기업들 역시 빅테크를 중심으로 패권을 잡기 위해 고삐를 늦추기 보다는 무한 경쟁으로 들어섰기 때문이다. 스마트폰과 인터넷은 인간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꿨다. 인공지능도 그러할 것이다. 더욱 강하게. 이에 대한 우려와 고민이 담긴 책이었다. 책 말미를 통해 작가님의 아내분이 아픈 것을 알 수 있었다. 부디 쾌차하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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