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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러 전쟁 - 세계경제를 뒤흔든 달러의 설계자들과 미국의 시나리오
살레하 모신 지음, 서정아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24년 9월
평점 :
언젠가부터 미국은 자신의 적대 세력이나 국가에 경제 제재란걸 하기 시작했다. 지금 세계는 이것을 너무나 당연히 생각하지만 미국의 경제제재 역사는 생각보다 짧다. 그리고 그 힘의 근원에는 미국 달러가 있다. 미국 달러는 기축통화이며, 세계 모든 국가와 기업, 개인들이 거래를 위해 이 통화를 사용하기에 반드시 어디서나 필요하다. 때문에 이 달러 거래에서 배제되는 것은 그야말로 자신의 부를 강탈당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이며 이는 마치 중세유럽에서 교황에게 파문당하는 것과 마찬가지의 충격으로 다가오게 된다. 책 달러 전쟁은 미국이 달러를 무기로 만들게 된 과정, 그리고 달러가 불러온 지금의 미국 정치상황에 대해 말한다.
지금이야 그린 백이라는 불리는 종이돈인 달러가 그 자체로 가치 있어보이지만 이러한 믿음도 그리 오래지 않았다. 미국의 달러는 1862년 남북전쟁때 생겨났다. 당시만 해도 경제학의 주류 신조는 전지전능한 하느님이 인간에게 재화와 신용교환의 가치로 금과 은을 내려주었다였다. 즉, 금과 은만이 믿을만한 교환수단이자 가치저장 수단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남북 전쟁의 장기화로 미국은 금과 은이 고갈되었다. 북의 연방정부는 200만 연방군을 지탱하기 위해 지폐가 간절했다. 이자 지급이 없고 금이나 은으로 교환할 수 있는 증서는 당시 생각하기 어려운 것이었나 대안이 없었다. 그렇게 달러는 탄생한다.
당시 다행히도 이 그린백은 어디서나 수용되었다. 심지어 남부정부가 발권한 지폐보다 우월하여 남북전쟁에서 북부가 이기는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 당시 재무부 장관인 체이스는 이에 고무되어 매일 무려 200만 달러를 발권하였다.
이렇게 탄생한 달러가 세계를 제패한 상징적 사건은 전후 복구를 위한 1944년 브레턴우즈 체제에서였다. 여기서 세계 각국은 달러를 금과 연동한 기축통화로 삼기로 한다. 그리고 IMF같은 다자간 기구도 이때 설립되고 국제통화제도도 생겨난다. 당시의 미국은 국토의 면적, 생산성, 부에서 이미 세계최고였다. 세계경제규모1위였고, 금매장량도 세계 2/3을 차지했다.
전후에도 미국의 강세는 계속된다. 2차대전 이후 미국의 인구는 무려 60%나 증가한다. 그리고 총생산량도 같이 증대에 어느 덧 세계 경제의 25%가 미국의 차지가 된다. 이렇다보니 점차 금보다 달러가 중요해지게 되었다.
하지만 1970년대 위기가 찾아온다. 베트남전쟁으로 미국은 금이 충분하지 않았다. 그러자 닉슨은 금본위제를 포기한다. 닉슨의 결정으로 수많은 나라가 브레턴우즈 체제 이후 지속한 고정환율제를 포기한다. 미국은 1980년대 70년대에 생긴 거품을 빼기 위해 고금리를 지속한다. 고금리는 강달러를 불러와 1985년까지 달러는 다른 4대 통화 대비 가치가 무려 50%나 상승한다. 이로 인해 미국의 제조업과 농업 부문은 상당한 타격을 받게 된다. 이런 문제로 미국은 1985년 플라자 합의로 4개국 중앙은행과 공모하여 달러의 가치를 상당히 떨어뜨린다.
이처럼 흔들리던 달러의 가치는 90년대 클린턴 시대에 들어 공고해진다. 클린턴의 경제정책은 루비노믹스였는데 당시 재무부장관 루빈의 이름에서 나온 것이다. 당시 연방정부의 균형예산은 인플레이션을 억제하여 경제성장을 촉진했다. 그에 따라 장기금리가 억제되고 연방정부의 지출은 채무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대한 세금 수입으로 조달되어야 한다는게 당시의 논리였다. 이로 인해 달러 우위의 정책이 계속되었고 강달러가 유지되었다.
이 때 시작된 강달러는 트럼프 때 까지 유지되며 세계화 시대에 공헌한다. 미국도 크게 성장했다. 하지만 이는 미국에 짙은 그림자를 낳게 되는데 소위 러스트벨트와 플라이오버 스테이트의 탄생이다. 이 지역들은 과거 미 제조업의 번성지였다. 하지만 강달러 정책으로 수출가격경쟁력이 사라지고 제조업이 세계화 논리로 아시아로 이전하며 수백만의 일자리와 소득이 사라져 버린 지역이다.
그러다가 9.11테러가 터진다. 미국은 처음으로 달러를 무기화한다. 부시는 2001년 9월 24일 테러리스트 개인과 단체, 관련자들의 미국내 자산을 동결하고 거래를 차단한다. 그리고 해외 테러리스트의 자산추적센터도 신설한다. 그리고 국제은행간통신협회 소위 swift가 있다. 이는 세계 200여개 나라의 금융회사 1만 곳에 메시지를 안전하게 전송하여 국제 거래를 하게 하는 것이다. 미는 여기도 통제하기 시작한다.
오랜 기간 강달러로 미국은 트럼프의 집권을 허용하게 된다. 수십년간 일자리를 잃고 소득정체로 고통받으며 이민자와 아시아의 국가들에게 자신의 일자리를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플라이오버스테이트와 러스트벨트의 지지로 인해서였다. 트럼프는 지난 수십년간 유지한 강달러 정책을 버리고 달러 약세를 유도한다. 이는 매우 이례적인 것이었기에 유럽을 비롯한 여러 우방의 우려를 낳았다. 달러 약세는 미국의 제조업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한 것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트럼프 시대에 달러는 약세였고, 재집권한 트럼프 역시 강달러로 돌아선 흐름을 다시 바꾸려 할 것이다.
미국의 달러 무기화는 현재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정점에 달해있다. 러시아가 전쟁을 일으키자 미국은 신속히 러시아 푸틴과 주요 기업, 전쟁관련자들의 자산을 빠르게 동결시켰다. 이는 쉬운일이 아니었다. 러시아는 강하진 않지만 11위의 경제규모 국가였고 자원이 많아 다른 나라들과의 교역도 많았다. 특히 유럽연합의 피해가 우려되는 상황이었지만 미국은 이를 자행한다.
달러는 무기화나 기축통화는 미국의 힘에 기반한다. 달러는 여러 차례 위기와 도전을 맞았으나 모두 이를 넘어섰다. 이는 미래에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보인다. 인도나 중국, 러시아 등이 달러이외의 다른 것으로 거래를 하려하였으나 이는 상당한 제한과 화폐에 대한 불신으로 도루묵이 되었다.
미국의 경제력도 여전하나. 인구도 여전히 성장하고 있으며 상당한 4차산업혁명 부분의 기술우위를 보인다. 미국 자신에게도 달러는 중요하다. 기축통화이기에 미국은 자신들의 세입이상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사용할 수 있다. 천조국이라 불리는 미국의 천문학적인 국방예산도 여기에 기반한다.
재집권한 트럼프는 우방의 우려와 걱정에도 미국만은 우선시하고 달러를 약세 전환하며 기업을 미국으로 유치하고 고관세를 먹이려들며 국제기구에서 탈퇴를 감행할 것이다. 이것이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