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학생들은 학교를 좋아하지 않을까? - 학교수업이 즐거워지는 9가지 인지과학 처방
대니얼 T. 윌링햄 지음, 문희경 옮김 / 부키 / 2011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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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이 학습하는 과정을 단순화하면 환경-작업기억-장기기억의 순이다. 환경이 뭔가 새로운 자극을 제공하면 인간은 그것을 해결하거나 이해하기 위해 관심과 주의를 기울인다. 이 관심과 주의가 일어나는 부분이 작업기억이다. 의식이라 할 수도 있겠다. 하여튼 문제는 이 작업기억은 용량의 그다지 크지 않다는 점이다. 그래서 인간은 한 번에 혹은 짧은 시간에 많은 것을 배우지 못한다. 이 작업기억에서의 일이 훌륭히 처리되면 해당 자극은 장기기억으로 넘어간다. 학습이 일단된 것이다. 책은 이런 인간의 기본적 인지과정을 전제로 하여 교육적 논의를 전개한다. 최근 2022개정교육과정은 개념기반교육과정을 그 토대로 하는데 개념의 이해와 그것의 확장적용을 목표로 한다. 이런 면에서 이 책은 개정교육과정의 이해에 함의가 있다.

 아이들은 학교를 대개 싫어한다. 많이 좋아하기도 하는데 대개의 경우 학습보다는 친구들과의 관계와 함께 노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아이가 학교를 싫어하는 것은 학교가 학습거리를 많이 제공하고 그 과정에 무척 어렵기 때문이다. 쉽고 성공적이라면 싫어할 이유가 없다. 하지만 환경에 대한 적응을 위해 인간의 뇌는 모르는 것에 호기심을 갖는데 하지만 이것을 생각하여 학습하는 것이 어렵다. 인간은 호기심이 생기면 새로운 생각과 문제를 탐색하는데 여기서 이것이 지나치게 쉽거나 지나치게 어렵다면 쉽게 포기한다. 이런면에서 문제 해결을 위한 적절한 설계와 도움이 교육에선 무척 중요해진다. 

 인간의 인지구조를 고려하면 학습이나 생각에는 4가지 요소가 성공적이어야 한다. 우선 환경에서 정보를 얻어야하고, 장기기억에서 관련도니 사실이나 절차를 불러 와야 하고, 작업기억안에 이를 해결할 충분한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 이 중 하나만 실패해도 생각이나 학습은 성공적이지 못하게 된다. 

 정보화 시대에 접어들고 사회가 더욱 복잡해지면서 단순 지식의 효용성은 많이 감소했다. 물론 과거 교육이 이해와 적용을 바탕에 두지 않은 단순 암기를 시키면서 그것을 안다고 간주한 것은 큰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어느 시대건 인간에게 단순 지식의 양은 상당히 중요하다. 지식이 있어야만 뭔가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간은 학습을 하면서 자신이 기존에 알고 있는 것과 연관시켜 이해를 하게 되는데 그래서 학습에서는 비유가 중요하다. 

 그리고 이런 지식이 풍부해야 상위적 사고인 비판적 사고나 창의적 사고, 문제해결능력 등이 배양된다. 우리의 학습 대상은 주로 글로 표현되는 경우가 많은데 모든 글은 상당히 많은 틈새를 가지고 있다. 틈새는 있을 수 밖에 없는데 저자가 글을 쓰면서 모든 것을 다 설명한다면 그야말로 사전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저자는 독자의 일정 수준을 전제로 하여 많은 것을 생략하는 틈새를 글에 남기게 되며 바로 이 틈새를 이해하기 위해서 독자는 적지 않은 배경지식을 갖고 있어야만 한다. 

 배경지식은 갖는 이점은 많다. 어휘를 제공하며 저자가 생략한 논리적 틈을 스스로 메울 수 있게 하고,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의미덩이를 만들어 작업기억의 용량을 확보하고 개념을 서로 쉽게 연결하며, 모호한 문장을 정확하게 해석할 수 있게 된다. 저자가 생각하는 가장 큰 이점은 무엇보다도 작업기억을 충분히 마련해준다는 점이다. 2차대전에 일어난 제노사이드에 관한 책을 읽는다면 당시의 국가들의 모습과 정치적 상황, 주요 지도자들, 위치 등이 배경지식으로 갖춰져 있어야 한다. 그래야 책의 논의인 제노사이드에 대해 집중할 만한 작업기억이 확보되는데 그러한 배경지식이 전혀 없다면 그런 부수적인 요소에 집중해 책의 논의에 접근할 수 없게 된다. 

 저자는 초등학교 4학년의 슬럼프의 요인이 배경지식때문이라 파악한다. 초3까지는 기초 문해력에 초점을 두어 글자해독에 초점을 두고 평가도 그에 집중한다. 하지만 초4는 그러한 단계를 넘어섰다고 판단하기에 이해력 평가에 초점을 두게 된다. 여기서 학생 개개인이 갖는 배경지식이 영향을 미친다. 가정형편이 우수하여 다양한 체험과 서적을 접한 아동은 배경지식이 많아 우수한 성적을 거두게 되고 반대는 형편없이 지는 것이다. 

 배경지식은 기억에도 영향을 미친다. 배경지식이 많은 사람이 특정 분야를 배울 때 관련 지식을 더 잘 기억하기 때문이다. 이는 누적 효과를 미쳐 배경지식이 부족한 학생과 기억에서 점차 많은 차이를 보이게 되고 이는 더 많은 학습능력의 차이로 이어지게 된다. 

 이처럼 기초 개념 교육은 무척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교과의 모든 지식을 제한된 학교교육에서 실행할 수는 없다. 그렇기에 여러 교과과정에서 주요 공통개념을 넣고 여러 가지 주제를 하나 이상의 개념틀로 바라보고 이해하도록 가르치는게 중요하다. 개념기반교육과정의 핵심개념은 여러 교육에 적용될 수 있으며 여러 교과에서 공통 핵심개념을 프로젝트로 묶어 학습하게 하는 것이 좋은 사례라 할 수 있다. 

 학생이 정보를 기억하지 못하는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정보에 주목하지 않아 작업기억에 아예 안들어가는 경우다. 즉, 재미가 없어 집중하지 않은 것이다. 장기기억에서 정보를 끌어올리지 못하거나, 장기기억에 정보가 아예 없거나, 작업기억에서 관심을 기울였으나 결국 이해하지 못해 장기기억으로 넘기지 못한 경우다. 기억의 향상에는 반복과 정서적 관심도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요소는 바로 그것에 의미를 두는 것이다.

 따라서 학습자료가 학생들에게 의미를 두게 하는 것은 교육적 함의를 지닌다. 경험중심 교육과정을 주장한 듀이나 마크프렌스키 같은 교육학자들은 학생의 학습을 모두 실생활과 관련시킬 것을 강조한다. 하지만 문제는 모든 학교교육내용을 그렇게 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책이 제시하는 좋은 방법은 학습자료를 이야기로 만드는 것이다. 

 이야기는 많은 강점을 지닌다. 이야기는 4가지 원칙이 있는데, 4C다. 하나는 인과성(casuality)로 사건이 인과적으로 연결되는 것이다. 다른 요소는 갈등, 복잡성, 인물이다. 이야기가 의미를 갖는 이유는 인간이 바로 이야기구조를 좋아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자신 주변의 환경을 이야기로 연결해내는 것을 좋아하는데 이것은 인간의 뇌가 주변의 것을 중요한 부분만 압축하여 인과적으로 연결하여이해하는 것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이는 주변 환경의 모든 것에 집중하고 이해하기에는 뇌의 의식이 너무많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로 이야기는 이해 및 기억의 쉽게 재미있다. 

 학교교육의 목표는 본질적으로 추상화의 성공이다. 추상화는 학교에서 배운 구체적인 사실에서 일반적 원리를 찾아내어 이를 일상생활에서 부딪힐 새로운 문제의 해결에 창의적으로 적용해내는 것이다. 이는 개념기반교육과정의 목표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는 고도의 과정이다. 추상화가 가능하다는 것은 학생이 풍부한 지식을 익히고 있다는 뜻이다. 지식이 풍부해야 주어진 주제를 충분히 이해하고 지식의 단편들을 훨씬 풍부하게 연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전체를 볼 줄 알기에 하나의 지식을 다양한 맥락에 적용할 수 있고 다양한 방식으로 이야기하며 일부가 변해도 전체 시스템이 어떻게 변하는지 예측할 수 있다. 

 추상화가 되면 지식의 전이가 가능하다. 그리고 이 전이, 즉 추상화를 위해서는 문제의 표층구조가 아닌 심층구조를 이해해야 한다. 수학을 예로 들면 학생들은 단순 수식 문제는 대개 해결한다. 하지만 이것이 서술형으로 등장하며 표층구조가 달라진다. 하지만 결국 다양한 서술형 문제도 같은 단원의 수학에선 심층구조가 같은데 이를 파악해야하는 것이다. 심층구조를 익히게 하는 방법으로 좋은 것은 다양한 예시다. 학생에게 다양한 예제를 제시하여 경험을 쌓게하는 것이 그래서 중요하다. 

 교육에서 연습도 매우 중요한 요소다. 연습은 정신 작업에 필요한 공간을 줄여 작업기억을 확보하게 한다. 연습은 어려운 기술을 습득하는데 필요한 기초기본기술과 지식을 탄탄히 하여 이를 돕는다. 그리고 한 번 익힌 것을 잘 망각하지 않게 하며, 지식의 전이 가능성을 높인다. 연습을 많이 하게 하면 해당 지식이나 절차가 자동화된다. 이는 자전거나 자동차 운전을 처음 배울 때 상당히 의식적으로 집중하나 오랜 시간을 들여 연습하여 익숙해지면 거의 무의식의 영역에서 일이 처리되는 것과 같다. 자동화하면 해당지식과 기술을 수행하는데 작업기억은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그래서 인간의 뇌는 다른 일을 학습하거나 처리할 여유를 갖는다. 그래서 운전하면서 뭔가를 먹거나, 이야기하고, 핸드폰을 만지작거리는게 위험하나 가능한 것이다. 

 또한 연습은 전이를 촉진한다. 연습을 통해 많은 경험을 얻어 학생이 여러 다양한 표층구조를 가진 문제들이 사실 같은 심층구조를 갖고 있음을 파악하게 되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살펴볼 부분은 전문가와 일반 학생의 차이다. 전문가는 해당 분야에서 탄탄한 배경지식을 갖고 있어 대부분의 지식을 의미덩이로 묶어 낼 수 있어 상당한 작업기억을 갖고 있다. 전문가는 문제와 상황에 대한 표상을 장기기억에 보관하는데 이런 표상은 대개 추상적이다. 그래서 전문가는 부수적인 곁가지를 무시하고 곧바로 심층, 즉 유용한 정보에 파고드는게 가능하다. 즉, 쉬게 말해 문제의 본질을 바로 파악하고 접근하느게 가능하다는 것이다.

 즉, 전문가는 실용적인 배경지식을 풍부하게 습득하고 정신 과정을 자동화하여 작업기억의 공간을 절약한다. 그리고 이 남은 작업기억을 문제 해결을 위한 자기와의 대화에 활용하고 효과적인 자기검증을 하게 된다. 그래서 전문가는 지식의 이해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지식을 생산하게 되는 것이다. 

 이런 교육적 함의들은 결국 교사의 이해와 노력에 의해 실천이 가능하다. 교사는 대개 초기 5년간은 교수능력이 발전하다가 이후엔 정체된다. 교직에서 경력이 수십년 된 사람과 5-6년 된 사람이 큰 차등이 없는 것은 이와 같은 이유다. 교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교수법을 개발하고 의식적으로 노력하며 자신의 교수법에 대해 평가를 받고, 간접적으로 도움이 되는 활동을 게을리하지 않는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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