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야 할 세계 - 제13회 혼불문학상 수상작
문경민 지음 / 다산책방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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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나라 국회의원은 50대 이상의 남성, 학력은 sky, 직업은 법조인, 언론인, 기업인으로 대표 된다. 국회의원이 전 국민을 고루 대표해야 한다는 사실을 감안한다면 연령, 출신 학교, 성별, 직업 측면에서 상당히 편향적 분포다. 그래서 모든 직군과 연령에 고루 국회 의원을 배당하자는 추첨 민주주의에 동의하는 편이다.

 그런데 가끔 한국의 소설이나 드라마, 영화에서 다뤄지는 직업도 상당히 편향적이란 생각을 한다. 이런 엔터 산업의 직업군도 놀랍게도 국회의원의 경우와 상당히 비슷하다. 의사, 검사, 변호사, 기업인, 언론인 정도가 가장 많이 다뤄질 것이다. 이는 한국 사회의 병폐 능력주의와 관련이 깊다 생각한다. 평범한 회사를 다니고, 장사를 하는 사람도 정작 자신의 이야기보단 저 먼 소위 성공한 권력층의 삶에 관심이 깊다. 관련 연구나 통계는 본 적이 없지만 누군가 지난 30년 정도를 가지고 연구를 한다면 반드시 이렇게 나올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그리고 경찰관이나 소방관, 군인 등의 직업도 어느 정도 특수성과 소재성으로 다뤄진다. 그런데 유독 교사 직업은 외면 받는다. 물론 학생과 학교라는 공간과 소재는 충분히 다뤄진다. 전 국민이 경험 한 것이고 감수성이 예민한 시기에 충분한 아픔과 비리 등을 느껴 본 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교사 자체가 중심이 되어 진행된 것은 거의 본 적이 없다. 유일하게 떠오르는게 '선생 김봉두' 정도다.

 책 '지켜야 할 세계'는 교사가 책의 주인공이란 점에서 독특하다. 읽어보니 여기서 지켜야 할 세계는 두 개 정도다. 교사로서 갖고 있는 자신의 교육철학, 그리고 인간으로서의 삶이다. 주인공은 윤옥이란 중등 국어 교사로 정년 퇴임을 앞에 두고 있다. 그녀는 결혼하지 않았지만 아들 상현이 있고 어느 겨울날 눈길을 거닐다 미끄러 넘어져 머리를 다치고 뇌출혈일 일어난다. 하지만 추운 겨울 길가 행인이 적어 오래도록 방치되다 발견되어 병원에서 일년 간 누워있다 사망한다. 이런 결론 부분으로 책은 시작을 하고 윤옥의 삶으로 들어간다. 

 윤옥은 동생 지호가 있다. 아빠는 공장에서 사고로 사망했고, 엄마가 방직공장에 나가 생계를 유지한다. 동생 지호가 중증 뇌병변이기에 윤옥은 학교를 나가지 못한다. 엄마가 출근한 사이 동생을 돌봐야 했던 것이다. 그들은 인천의 한 산동네에 사는데 수림상회를 운영하는 수림 엄마가 이들과 친근하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는 결심을 한다. 지호를 한 목사에게 보내버린 것이다. 목사는 수상했으나 지호를 아들로 생각하겠다고 하며 지호를 들쳐 업고 나간다. 제발 사라지기를 바라던 동생이 그리 없어지니 윤옥은 서글펐다. 그리고 아마 착각이었겠지만 동생 지호는 헤이지며 '안녕 누나'란 말을 남긴다.

 그렇게 윤옥을 학교에 가게 되고 성적이 우수해 서울의 사범대로 진학한다. 당시만 해도 교사는 그리 선호하는 직업이 아니었기에 사범대 출신들도 대개 기업이나 공기업을 가거나 고시를 보곤했다. 하지만 윤옥은 선생님이 되고 싶었다. 그리고 독재정권이기에 그들에 저항하던 정훈을 만난다. 다. 윤옥은 정훈의 영향을 받는다.

 그렇게 발령이 난 윤옥은 학교의 현실에 저항한다. 학교는 소위 임원학생들에게 발전기금을 걷고 있었다. 윤옥은 이를 거부하고 이로 인해 학생 주임, 교감, 교장과 갈등 관계에 서게 된다. 그러면서 정훈을 다시 만나 인근의 민들레 야학에 나가게 되고 학생 수연과 관계를 맺게 된다. 수연은 달랐던 윤옥에 호감을 갖고 있었다. 당시 전교조가 들어섰다. 정훈은 가입을 권유했고, 학교에 실망하던 윤옥은 가입하고 파면된다. 윤옥과 수연으로 인해 곤란을 겪던 학생 주임은 수연을 마구 잡이로 폭행하고 자신을 압박하던 교감의 자리도 뒤집어 버린다. 

 이런 와중에 정훈의 민들레 야학도 정권의 폭력에 문을 닫게 된다. 정훈은 유학을 선택하고, 윤옥에 서점을 차릴 자금을 만들어준다. 윤옥은 서점에 전념하고, 정훈을 믿는다. 하지만 정훈은 수연과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 임신시키고는 그 사실도 모른 체 유학을 떠나 버린다. 그래서 윤옥은 결혼도 하지 않은체 상훈이란 아들을 갖게 된다.  

 오랜 시간이 지나 윤옥을 복직하고 정훈도 돌아온다. 돌아온 정훈은 미국물을 잔뜩 먹어 파울로 프레이리의 페다고지를 언급하던 좌파적 성향을 버리고 소위 수요자 중심교육 따위의 우파 성향을 띠며 돌아온다. 그는 성공하여 교육감이 되지만 장학사를 임명하던 과정에서의 비리가 드러나 위기에 몰린다.

 정년을 앞둔 윤옥은 수림 아줌마의 부고를 듣는다. 엄마는 윤옥이 떠난 후 인천 산동네에서 수림엄마와 같이 수림 상회를 운영하였는데 그런 엄마는 이전과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엄마는 한 다큐 방송에서 오래전 지호를 데려간 목사를 보았고, 그는 다른 이름으로 강원도 원주가 아닌 제주도에서 지호 같은 아이들을 보고 있었다. 엄마는 제주로 향해 그를 보았고, 그는 지호가 아닌 아이를 지호라 말하며 엄마에게 소개한다. 그로써 엄마는 아들 지호가 이런 사람 밑에서 고통 받다 오래전에 죽었음을 확신하게 되다. 윤옥은 엄마의 그런 사실을 알게 되고 제주도로 향한다. 

 책을 보면서 한 사람의 교육자로써 누나이자 딸로써 그리고 한 아이의 엄마로써 지켜야할 세계가 중첩되고 기승전결을 일으키며 하나로 만나는 모습을 보게 되었다. 이런 장면은 누구에게나 감동을 준다. 책은 이런 장치가 잘 되어 있었고, 그 소재로 한국 사회의 아픔인 교육 문제와 장애인 가족 문제를 다뤄 그것을 더욱 강화한 듯 하다. 

 저자는 작년 서이초 사건을 보며 그것이 이 책을 펴는데 영향을 주었다고 했다. 과거 교사들은 입시경쟁에 시달리던 학생이 자살하여 모였지만 이젠 폭압적인 시장 교육과 시민성이 없는 학부모, 학생으로 인해 자살한 교사로 모이게 되었다. 이 표현이 참으로 안타까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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