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소멸보고서 - 폭발하는 서울, 소멸하는 지방
김기홍 지음 / 페가수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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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국내외에 한국의 경제와 국력이 지금은 정점이란 논의가 많다. 이런 논의가 나오는데는 충분한 객관적 수치들이 있다. 우선 날이 갈수록 저하 하는 경제성장률, 세계 최저의 압도적 출산률, 역시 세계 최고의 압도적 수도권 집중률, 소득 대비 지나치게 높은 수도권의 부동산 가격, 생산연령 인구의 감소, 고령인구의 증가 등이다. 이런 것들은 모두 맞물려 있지만 공통의 분모에는 아무래도 지방과 수도권의 격차자 자리한다.

 한국의 수도권 집중률은 가히 세계 최고다. 일부 수도권 집중현상을 우려하는 나라들도 20-30%정도의 인구집중률로 걱정을 하는데 한국은 50%를 넘어섰다. 그리고 이는 정확히 출산률을 끌어내린 중대한 계기가 되었다. 얼마전 MBC에서 인구소멸을 다루는 프로그램을 본 일이 있는데 진행하던 교수는 2015년을 변곡점으로 그나마 1점대 초반을 유지하던 한국의 출산률이 그 밑으로 내려갔다고 했다. 그리고 2015년은 지방의 각종 제조업 및 산업이 본격적으로 붕괴하고 수도권 집중현상이 완전하게 실현된 시기다. 

 즉, 지방의 인구가 해당시점부터 서울과 수도권으로 몰렸단 이야기며 그와 동시에 한국의 출산률을 곧두박질쳐 정부도 놀랄만큼 연간 출생아 40만선이 붕괴하고 불과 몇년조차 버티지 못하고 30만선이 무너져 20만대로 내려오게 되었다. 그리고 더욱 놀랍게도 이 20만 선도 곧 붕괴예정이다. 보통 10만선정도 하향하는데 5-10여년이 걸렸는데 불과 2-3년만에 가파르게 하향한 것이다.

 한국은 과거 빠른 경제성장을 위해 거점 중심 경제 개발을 실행했다. 그 혜택을 본 것이 수도권과 부울경 지역인데 지금은 수도권 쏠림 현상이 너무 심해져 이젠 부울경마저도 쇠퇴를 크게 우려하고 있다. 책에는 K 지방소멸지수가 등장한다. 이는 인구의 자연감소와 사회적 감소를 포함한 지수다. 보통 1.5가 넘으면 소멸과 무관하며 0.75미만이면 소멸위기 지역에 해당한다. 이중 0.5미만이면 소멸위험지역인데 여기에 해당하는 지역이 인천옹진, 경북4곳, 전남2곳, 강원과 경남에 한 곳씩이다. 소멸위기지역엔 놀랍게도 인구 350만의 한국 제2의 도시 부산도 포함된ㄴ데 바로 부산 영도구와 서구가 그렇다.

 저자는 서울과 부산, 경남 함양이 비교한다. 세 지역에 모두 살아봤고 세 지역은 면적도 비슷한데 반해 놀라울 정도로 인구, 생산력, 기반시설 등에서 현격한 차이를 보이기 때문이다. 서울은 압도적 도시다. 서울의 경쟁력은 세계적 수준이며 한국 대기업의 본사들이 모두 서울 및 수도권이 자리한다. 최근 취업의 남방한계선이 회자되는데 사무직은 판교까지만 허용하는 판교라인, 기술엔지니어들은 용인, 기흥까지의 기흥라인을 일컫는다.  

 서울은 문화시설도 매우 훌륭하며 일자리도 많기에 기회도 많다. 서울은 병원도 많은데 세계2200개의 우수병원 중 한국에서 32개가 선정되었다. 그런데 그 중 16개가 모두 수도권에 위치한다. 이런 현실로 인해 사람들은 병이 나면 서울로 치료를 간다. 암 같은 중병 치료를 위해서는 긴 거리의 통원이 힘들어 병원 인근 모텔 등에서 원정 숙박치료를 감행하기도 한다. 

 반면 부산은 어떨까, 부산은 인구가 끝없이 줄어들고 있다. 고령층 인구는 늘어나고 있으며 젊은이들이 수도권으로 이탈한다. 지난 10년 간 부산에서 수도권으로의 인구 유출은 85000명 정도인데 이 중 청년인구가 73000명이다. 주력 산업이 붕괴했고 신성장산업도 부재하다. 부산은 과거 조선과 방직, 제재소가 유명했으나 지금은 유명무실하며 이를 이을 신성장산업도 딱히 없다. 그저 방대한 인구를 통해 소비 및 서비스업으로만 유지 중이다. 그래서 지역내 소득도 감소중이며 지하철, 도시 교통망 등의 도시 인프라도 열악하다. 서울과 문화시설은 비교가 되지 않으며 여러모로 개발도상국의 도시가 떠오를 만큼 글로벌 스탠다드와 거리가 있다.  

 함양은 2020년 연간 출생아가 106명 사회적 순유출자가 107명이다. 이걸로 상쇄인데 연간 사망이 558명이다. 매년 500-600명 가량 인구가 자연감소하는 것이다. 면적은 부산과 비슷하지만 인구는 고작 3만에 불과하다. 경남에서 인구가 가장 적인 기초단체는 의령, 산청, 함양 순이다. 전북은 무진주가 있는데 무주, 진안, 장수다. 경북은 BYC가 있는데 봉화, 영양, 청송을 말한다. 함양엔 죽염을 생산하는 기업이 하나 있는데 대규모로 단지를 확대하려하나 환경이 걸림돌이다. 죽염은 세계적으로 알려지지 않아서 그렇지 사실 웬만한 세계적 소금에 비해 효능이 전혀 부족하지 않다. 함양은 전북과 함께 지리산을 끼고 있는데 이 지리산을 가려고 서울에서 함양으로의 직통버스가 하루 10차례 가까이 있다. 

 저자는 대대적 수도권 이남으로의 하방정책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현재 한국 정부는 공공기관을 내려보내는 혁신도시, 기업을 유치시키는 기업도시, 지방대학을 지원하는 제도를 각각 따로 실행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모두 실패다. 거액의 지원으로 지방대학에 좋은 인재를 유치하고 배출해도 일자리가 없으면 그들은 지역에 정착하지 않는다. 또한 기업도시와 혁신도시를 지방에 강제 유치해도 그 가족들이 누릴 인프라가 적고 자녀가 진학할 수도권에 버금가는 좋은 대학이 없고 또 그가 자라서 취직할 기업이 없다면 역시 정착은 없다. 때문에 이 세 가지는 같이 장기간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다.

 한국 정보는 막대한 재정 투입에도 불구하고 저출산에 대해 정치적으로 입장을 달리하고 정책도 다르다. 하지만 이는 좌우를 뛰어넘는 문제다. 같이 합의하여 정권이 바뀌어도 일관성 있게 정책을 집행하는 대승적 약속과 문제의식이 필요하다. 더불어 이 모든 정책은 수도권에 대한 불이익을 주는 정책도 따라야 한다. 

 이를 차별이라 여길수 도 있지만 지난 반세기 서울과 수도권을 막대한 수혜를 정책적으로 입고 사실상 지방을 희생시키며 자라왔다. 그것을 값을 때가 된 것이고 그래야만 과도한 집중이라는 폐해를 물리쳐 수도권도 더욱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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