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학교의 탄생 - 미래형 공교육 해밀교육마을의 학교자치 이야기
해밀햇살공동체 지음 / 수류화개 / 2024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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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0년대 한국 교육의 중심은 혁신교육이었다. 혁신교육은 지자체마다 다소 다르긴 하지만 거의 지난 10년 간 진보 교육감이 상당수 지역 지선에서 당선되며 영향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대권교체 이후 이어진 지선에서 진보 교육감이 대개 패배하며 지금은 그 위세가 꺾은 상태다. 하지만 혁신교육이 한국교육이 미친 영향은 아직 유효하며 많은 한계에도 평가 받으며 계승되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책 '새로운 학교의 탄생'은 세종시에 위치한 해밀초등학교 이야기다. 세종시는 새로 조성된 신도시이기에 많은 택지지구가 새로 조성되었고 학교 역시 신설학교가 여럿이다. 해밀 역시 신설학교이며 때문에 해밀은 밑바닥부터 모든 것을 새롭게 올린 학교다. 하지만 그간 혁신교육의 바탕이 있었기에 초기 참여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학교를 세워갔다.

 혁신교육은 몇 마디로 정의하긴 어렵지만 교사, 학생, 학부모를 학교의 주인이자 평등한 주체로 설정하는 학교의 민주성, 학생과 교사의 자율성을 중시하는 창의적 교육과정, 지역과 협력한 마을교육과정을 그 중심으로 한다. 세종시의 해밀초도 이런 교육 철학과 원리를 기반으로 학교를 구축했다.

 해밀초의 교육과정엔 몇 가지 특징이 있는데 그 중 하나가 학년군제다. 2015 개정교육과정은 인접 학년 간의 유사성을 고려해 학교 현재에 자율성을 부여하기 위해 학년 군제를 도입했다. 그래서 시수도 학년군 별로 부여되며 성취 기준도 그렇다. 하지만 학교 현장은 학년 제로 운영되며 이 뿌리는 깊다. 그래서 사실상 학년 군제의 취지는 유명무실한 편이다.

 해밀초는 학년 군제를 내실화 하기 위해 몇 가지 노력을 했는데 우선 인사를 학년 군제로 한다. 다른 학교들은 학교 내부 인사 규정에 의해 학년 별로 인사를 하지만 해밀초는 학년 군제로 인사를 하기에 적어도 2년 간 해당 학년 군에 소속되어야 한다. 물론 3-4학년 군에 속했다 하여 한 해는 3학년 다른 해는 4학년은 아니고 연달아 3학년만 할 수 있는 유연성도 있다. 이는 교육의 연계성을 위해서다. 그리고 학년 군을 책임지는 학년 군장제가 있다. 학년 군장은 10만원 미만 소액의 결재권을 갖고 있으며 학년 군의 교육 과정을 기획하는 팀장이다. 또한 예산의 상당 부분을 학년군 운영비로 지급하여 자율성을 보장하는 물적 지원도 하고 있다. 학년 군제는 몇 가지 장점이 있는데 인접 비슷한 학생의 특징이 유사해 이를 연계 하여 교육력을 강화하는 장점과 무의미하고 반복적인 교육활동을 줄이고 교육과정에 위계를 가질 수 있다는 점이다. 

 해밀은 그래서 학년 군마다 연계를 갖는 징검다리 프로젝트를 운영한다. 1,2학년 군은 학급 팀 활동을 자신을 둘러싼 인적 환경적 만남으로 연결을 추구한다. 3,4학년 군은 학년 팀을 토대로 관계를 맺으며 마을에 대한 소속감과 역할을 인식한다. 5,6학년 군은 학년 군 팀을 통해 학습한 것을 마을 단위에서 실천함으로써 배움과 삶이 일치하는 교육 활동으로 해밀 햇살교육의 목적을 실현한다. 

 해밀초는 학력에 대한 정의도 다르다. 해밀은 기초 학력을 기반으로 변혁적 역량의 학력을 추구한다. 학생들의 앎이 실제 삶으로 화장하는 학습자 주도성을 강조하는 것이다. 

 해밀초는 함께 하는 교육을 위해 공동주안을 실행하기도 한다. 공동주안은 주간학습계획을 공동으로 편성한다는 뜻이다. 초등학교는 10가지 정도의 교과를 각 담임이 일주일 간 교육해야 하는데 그렇다보니 물리적으로 매 차시를 밀도있게 계획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때문에 교사마다 교과를 나누거나, 혹은 같은 교과라도 차시를 나눠 그 부분을 밀도있게 계획하고 이를 공유하여 같이 실행하는 방안이다. 

 초등학교에서도 수학학습은 어려움의 대상이다. 많은 학생들이 학습에 어려움을 갖고 뒤쳐지기 쉽상이기 때문이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해밀초는 협력교사제를 운영한다. 서로의 전담시간에 수학 수업에 들어가 어려움을 겪는 학생의 지도를 돕는 방안이다. 서로 배움도 강조하는데 소위 스배나 학습이라 한다. 스는 스스로 공부하고 싶은 학생, 배는 배움이로 수학이 어려워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한 학생, 나는 나눔이로 수학의 개념과 원리를 잘 이해하여 다른 학생에게 가르쳐 주고 싶은 학생이다. 교사는 학생의 수준에 따라 적당히 나누어 서로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게 수업을 조직한다.

 책에는 해밀초의 협동조합, 마을 교육과정, 프로젝트 지도사 등이 등장한다. 혁신학교가 갖고 있는 전반적인 요소를 모두 다루려다보니 책 자체의 밀도는 낮은 편이지만 잘 짜여진 성공적 혁신학교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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