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를 알면 보이는 것들 - 공간은 인간의 운명을 어떻게 결정짓는가
정은혜 지음 / 보누스 / 202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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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고교 때 가장 좋아한 과목은 지리였다. 난 남자치곤 무척 공간 감각이 부족한 편이다. 그래서 면허증도 힘들게 땄고 장소도 웬만히 가선 길을 잘 기억하지도 못한다. 지금도 지도를 잘 보지 못하고, 스마트폰으로 네비를 켜고도 도보로 찾는 건 무척 힘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지리가 좋았고 심지어 잘하기까지 했다. 

 그건 지리가 단순 자연이나 공간에 대한 것 보다는 인문적인 내용을 많이 내포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사실 내가 좋아했던 부분도 이런 부분이었다. 공간이나 위치와 관련하여 그것과 인간이 상호작용하는 부분에 재미를 느꼈던 것 같고 그것은 지금도 변하지 않았다.

 이번에 본 책은 '지리를 알면 보이는 것들'은 지리학에 대한 여러 학문적 동향과 여러 개념을 잘 정리해서 모처럼 지리 공부를 기본으로 돌아가 충실히 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그만큼 책을 쉽게 잘 썼다.

 지리학은 크게 자연지리와 인문지리로 나뉜다. 자연지리를 지형학, 생물지리, 해양지리. 지질학, 기후학, 토양에 대한 것이다. 인문 지리는 도시지리, 문화지리, 관광지리, 사회지리, 경제지리 등 공간조직 인간과 환경 간의 상호작용에 관한 것이다. 즉, 인간이 공간을 만들어가는 과정과 공간의 형태를 연구하는 것이다. 

 공간은 물리적 실체나 틀을 의미하며 대개 광범위한 규모를 의미한다. 지역은 동질적 공간 단위를 의미하며, 장소는 어느 한 지점으로 의미가 부여된 구체적인 공간이다. 장소가 모이면 그것이 지역이 되며 지역이 모여 공간을 이루는 형식이다. 장소는 자연환경적 요소와 인문학적 요소 간의 상관관계에 따라 만들어지고 항상 역동적으로 진화한다. 

 장소는 지역 주민의 정체성에 영향을 미친다. 장소는 주변의 물질적 복지와 삶의 가치, 생활 양식의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 장소는 문화적 또는 감정적 상징의 공간이며 장소는 변화와 혁신, 저항과 갈등이 표출되는 공간이다. 

 인간은 지역에서 발생하는 우연적 요소들을 그들 자신의 필요해 의해 하나의 체계적인 상호 연관된 요소들로 변형시킴으로써 지역의 특성을 만들어 간다. 이러한 과정에 의해 특정 지역은 다른 지역과 구분될 수 있는 독특한 특성을 지니게 되며, 이 지역적 특성은 결국 그 지역 주민의 특성을 그대로 반영하게 된다. 결국 장소는 공간의 자화상이며 그 곳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참모습이 왜곡없이 가장 솔직하게 반영된다. 

 지리에는 세계 시스템 개념이 있다. 이는 경제적인 것으로 세계 시스템이란 정치 경제적으로 경쟁 관계이거나 상호보완적인 연관성이 나타나는 상호의존적 구조를 말한다. 이 시스템하에서 세계는 중심지역, 주변지역, 준주변지역으로 구성된다. 핵심지역은 교역을 주도하고 첨단기술을 통제 보유하며, 높은 생산성을 보인다. 서유럽, 북미, 일본이며 식민주의로 정체경제적으로 주변 지역을 착취하며 성장했다. 주변지역은 종속적이고 불리한 교역, 낙후된 기술, 낮은 생산성을 보이며 아프리카와 중남미 지역이다. 준주변지역은 핵심지역과 주변지역의 중간 성격으로 개발도상국이 여기 해당한다. 

 핵심지역의 내부적인 발전은 주변 지역이 제공하는 식량과 원료로 가능하다. 핵심지역에서 생산하는 공산품의 시장으로 주변지역이 이용된다. 주변지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생산성에 상대적 우위가 있는 물품만을 생산하는 지역으로 전락한다. 식민지 산업경제체제는 핵심지역에 종속된다. 실제 사하라 이남 55개국 중 48개 국가가 국가 수입의 절반을 차, 코코아, 커피 3개의 작물에 의존한다. 

 주변 지역은 핵심지역에 의해 3가지로 분류되는데 세계시장을 대상으로 상업작물 위주의 물품을 생산하는 지역, 아프리카 자체의 지역 시장을 대상으로 물품을 생산하는 지역, 자급자족적 생산체제를 통해 노동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하는 지역이다. 

 주변 지역은 제국주의와 식민정책으로 자본과 교통, 운송, 경영, 뉴스, 통신, 언어, 종교, 과학, 건축, 도시계획 등의 거의 전 분야를 핵심지역에 크게 의존한다. 그리고 핵심지역이 식민과정 혹은 그 이후에 여러 과정을 통해 주변지역에 건설한 항구, 철도 등은 식민지의 내부적 재구조화에 영향을 준다. 

 주변 지역은 식민지에서 1960년대 대부분 독립했다. 하지만 여전히 정치경제적으로 핵심지역에 종속되어 있다. 여기엔 거대 기업들에 의한 신식민주의가 작동한다. 초국적 기업은 90%이상이 핵심지역에 본사가 있다. 이들은 부정적 역할이 많다. 우선 국민정부의 동의없이 상품, 서비스, 자본을 이동시켜 국민국가의 힘을 약화시킨다. 둘째, 자체내부시장의 힘으로 상품과 서비스의 가격을 교란해 자유시장경제를 파괴한다. 셋째, 개발도상국의 환경을 파괴한다. 넷째, 강한 힘으로 주변 지역의 경제상황과 법률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변경한다. 

 경관은 인간과 자연간의 복합적인 상호작용으로 도출된 독특하고 실체적인 결과물이다. 경관은 자연 경관과 문화경관이 있다. 문화경관은 인간의 여러 문화요소가 매개체인 자연과 융화되어 특정한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다. 이런 문화경관은 다섯 가지가 있다. 

1. 일상 경관

 인간이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과정에서 만들어진 경관으로 골목길이나, 시장, 대학가등 일상의 공간이다.

2. 상징적 경관

 특정 경관을 직접 창출하거나 재정적으로 후원한 사람들이 일반대중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나 신념을 내재한 경관이다. 특정 양식으로 건축한 탑이나 건출물, 동상 등이다. 

3. 힘의 경관

 무력과 자본, 종교적 권위를 내포한 경관이다. 

4. 절망의 경관

 인간의 절망적 감정이 담긴 경관이다. 슬럼가나 판자촌, 노숙자가 머무는 곳이다.

5. 버려진 경관

 자포자기, 학대, 자본의 철수, 파괴, 폭력의 장소다. 시골의 버려진 집, 폐교 등이다. 


 경관의 텍스트화는 경관이 마치 텍스트처럼 집단이나 개인에 의해 쓰이고 읽힌다는 견해다. 경관은 우연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그 경관을 생산하고 이를 통해 특정한 의미를 전달하려는 의미가 있으며 경관에 새겨진 의미를 소비하는 독자가 존재한다. 

 영역성은 일반적으로 개인이나 사회 특정 집단이 특정한 장소나 공간적 영역에 지속적인 집착을 보이는 것이다. 인간은 본능적으로 영역성을 지닌다. 영역은 우리에게 안정감, 안전함, 정체성 등의 의미를 주기 때문에 각자는 영역에 강한 집착을 갖는다. 반면 근접학에서는 영역성은 본능적인 것이라기 보다는 인간이 공간에 사회적이고 문화적인 의미를 부여하기 때문에 발생한다고 주장한다. 

 도시는 인간이 수렵채집 경제에서 농경으로 변화하며 잉여생산물의 발생으로 생겨났다. 초시 세계제국은 도시를 이뤘으며 산업화 이후 도시의 발전은 본격화했다. 2050년에는 세계 인구가 94억에 이를 것으로 보이는데 그 중 64억이 도시에 살 것으로 예상된다.

 도시는 특유의 생활방식을 갖는다. 우선 사회구조의 변화다. 인구의 집중과 분산, 인구 구성의 변화, 인구 이동 및 유통의 증대, 토지 이동의 변화 교회화, 계층 및 계급 구조의 유동화와 균질화, 기관 및 시설의 집중과 분산, 가족형태의 변화다. 다음은 생활 구조의 변화다. 집단 참가의 다양화, 근린관계의 희박화와 일면화, 가족관계의 단순화와 개인화, 생활기능의 점진적 제도화다. 마지막은 의식 구조의 변화로 도시적 성격의 형성으로 개인주의, 세계주의, 표준 주의가 생겨난다. 시민의식이 형성되고, 개인이 해체되며, 정신 장애와 자살, 비행, 변화의 다발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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