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교육트렌드 2023 - 한국교육을 움직이는 20가지 키워드
교육트렌드2023 집필팀 지음 / 에듀니티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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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 번 지적한 것처럼 한국은 교육에 큰 관심이 없다. 능력주의에 빠져 교육에 관심이 많은 것 같지만 사실 어떻게 하면 내 자식이 남보다 좋은 대학에 진학해 더 나은 노동 조건을 얻을 수 있는지와 그 과정이 자식에게 얼마나 유리하고 공정한가가 주요 관심사안이다. 이것 외엔 사실상 무관심하다고 봐도 무방하다. 

 이는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지난 대선 윤석렬과 이재명은 둘 다 교육정책에 상당히 무관심하고 아는바가 거의 없었다. 모처럼 이번 총선에서 사실상 적대적 공존 관계인 두 양당이 비교적 높은 순위로 현직 교사를 영입했는데 작년 서이초 사건 이후 교육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모처럼 증폭된 까닭이라 본다. 

 대한 민국 교육 트렌드는 2022년부터 나온 것 같다. 트렌드 코리아처럼 이 책은 현재의 주요 쟁점이나 유행을 다루는데 제목이 이런 것처럼 교육 정책과 사안에 대해 여러 저자가 한 꼭지씩 다루고 있다. 전반적으로 흥미로웠지만 아쉬운 점부터 말한다면 여러 저자가 쓴 만큼 통일성이 좀 없어보이는 면과 각종 통계자료가 책이 두꺼움에도 작게 들어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 그리고 역시 여러 부분을 다루다보니 깊이가 좀 부족하다는 점이었다. 

 서문에서 다룬 점이 인상 깊었다. 현재의 교육은 21세기 임에도 20세기 초반에 형성된 근대 산업국가의 대전제를 그대로 갖고 있다. 이 전제들은 우선 생산에서 인간의 노동력 비중이 크고, 자본은 이윤을 노동은 임금을 얻어 부의 재분배가 이뤄지며, 핵가족이 형성되어 남자는 주로 일을 하고 여자는 가사육아를 하며, 지구의 자원은 무한하고, 후진국은 선진국에 대한 압축 추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에 따라 교육에도 근대 산업사회의 논리가 적용된다. 학교교육에서의 성공은 그에 걸맞는 직업 보상체계로의 진입을 확실시 하며 학교의 교과지식이 고정된 직업이 요구하는 지식과 일치하고, 아동이 핵가족의 보살핌 속에 대체로 자기 성장에 문제가 없으며, 지식 암기로 서구 추격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알다시피 21세기 신자유주의가 심화하고 4차산업혁명기에 들어서며 이 전제는 모조리 부서진다. 더 이상 노동력은 생산성의 큰 비중을 차지 않고 가까운 시일내에 인공지능과 로봇에 상당부분 대체될 것이다. 환경 위기로 지구의 한계가 드러났고, 신자유주의 심화로 부의 불평등이 극심화하여 대개의 가정이 맞벌이가 되었고, 경쟁의 심화로 핵가족 자체가 거의 탄생하지 않고 붕괴되었다. 따라서 가정에선 더 이상 아동이 정서적 돌봄하에 자라지 못하고 어려서부터 여기저기 위탁되고 돌봄된다. 과학기술의 발전으로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학교지식과 사회의 요구 지식의 크게 유리되었고, 이로 인해 학교교과의 성공이 꼭 사회, 기업이 요구하는 역량을 보장하지 못한다. 

 책에서는 많은 부분을 다루지만 인상적인 것중 하나는 무엇보다 학생의 정서안정문제였다. 초중고 학교급에서 학부모를 대상으로 가장 원하는 교육을 물어보면 십수년째 능력주의에 빠진 나라치곤 놀랍게도 인성교육이 항상 1위를 차지 한다. 이는 인성을 중시하는 사회풍토도 있지만 그만큼 가정에서의 인성교육이 소홀해진 것을 공교육에 요구하는 결과로 보이기도 한다. 실제로 많은 교사들은 과거와 다르게 학생수가 반토막이 났음에도 오히려 학생수가 많을 때보다 학생 인성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문제는 학생의 인성교육에는 가정에서의 협조가 중요함에도 대부분의 가정은 자녀의 정서 문제를 인정하지 않고 소극적으로 대처한다는 점이다. 실제 교사의 50%는 가정이 학생의 정서지도에 비협조적이라 응답했다. 교사들은 학생의 정서문제를 위해 지원 전문시스템을 학교에 마련하고, 학부모 소환에 대한 법적 근거 마련, 위기 학생 훈육 가이드라인의 법적 정비, 학교 관리자의 강한 책무성을 요구했다. 

 교육부는 초등학교 4학년과 중학교 1학년 때 나이스 시스템을 이용한 학생 정서행동검사를 실시한다. 하지만 초등같은 경우 학부모가 응답해 신빙성이 떨어지는 부분이 있고 자녀와 보내는 시간도 적어 그런 부분이 더욱 강해진다. 그리고 여기서 위기로 드러나게 되도 학부모가 조치에 거부할 경우 학교가 할 수 있는 것이 마땅히 없다는 문제가 있다. 

 학생의 정서문제는 학교운영의 큰 문제점중 하나임이 작년의 사태로 드러났고, 정서행동에 문제가 있는 상태로 자라난 학생이 사회의 위협이 될 수 있는지라 관심과 조치가 필요하다. 교육당국에선 과감히 교육적 처치를 벗어난 치료 대상 학생에 대해 강하게 개입하고. 이에 대한 법적 강제성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다음으로 인상적인 문제는 교원의 과원 문제가. 며칠 전 급격한 학생 수의 감소로 교육부는 새로운 교사 정원기준을 발표했다. 일부 교장, 교감 자리를 제외하곤 초중등 전체에서 대규모의 교원 감원이 발표되었다. 문제는 교원이 신분이 보장되는 국가 공무원인 만큼 그냥 과원이라고 해고하여 감축할수는 없다는 점이다. 따라서 향후 10년 정도 안에 초중고교에서 대규모의 교원 과원 문제가 발생하게 된다. 

 하지만 교원의 과원은 학급당 학생수 등의 기준을 지금으로 유지할 때의 이야기다. 세월의 변화에 발맞워 학급당 12명으로 인원을 맞추면 교원의 과원을 이뤄지지 않고 지금보다 높은 수준의 질관리도 기대된다. 한국은 그간 정부가 법적 교원 수를 항상 어겨가면서 학생 수 대비 부족한 교원의 수를 유지해왔는데 저출산으로 인해 본의 아니게 과도하게 선진적인 상황에 진입하게 되는 형국이다. 하지만 학급당 수가 무조건 적은 것이 능사는 아니다. 많은 교육 전문가들은 학급당 적어도 16명 정도의 학생이 있어야 교사와 학생 관계, 교사 효능간, 교사 만족도, 팀 혁신, 교사 협력에서 가장 높은 점수가 나타난다고 보고 있다. 

 따라서 다른 방식의 교사 과원 해소 방안이 필요하다. 행정적인 방법은 명예 퇴직의 유도와 임금피크제, 신규채용을 크게 줄이거나 아예 안하는 방식이다. 그리고 교육적 해결 방안은 3시 학교제를 통해 수업시간을 늘려 필요 교원을 늘리는 방법, 학급당 학생수의 축소로 과원을 막는 방법, 전문교사제의 신설로 과원을 돌리는 방법, 증치교사배치로 역시 과원을 돌리는 방법등이 있다. 이중 전문교사제는 학습지원, 생활교육, 놀이교육, 정서행동지원, 마을학교등 학교현장에서 실제로 요구하는 다양한 분야의 도움 인력을 교원으로 채우를 방법이다. 이는 교사의 행정적, 수업 부담을 줄이고 학교에 넘치는 다양한 직종을 하나로 일원화해 교육효과성을 더욱 높일 수 있는 방안으로 여겨진다.

 2032년 학생 수는 지금의 절반으로 감축될 것이 확실하며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는다면 법정교원이 많은 초등은 과원, 그리고 현재 교원의 30-40%를 기간제로 충당하고 있는 중고교의 경우 기간제 교원의 대량해직 사태에 직면할 수 밖에 없다. 좀 더 빠른 사회적 논의가 진행되어야 할 시점인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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