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도르프학교 수학 수업 - 수학적 센스는 어떻게 자라는가 가르친다는 것 1
김진형 지음 / 천개의정원 / 2021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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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나라 교육교육과정이 개정될 때마다 늘 학습자 중심과 깊이 있는 학습, 이를 위한 내용의 대강화, 현장의 자율성 등이 강조된다. 하지만 이건 총론에서의 합의일 뿐 이걸 각자 구현할 각 교과의 각론자들은 교과중심주의에 빠져 이를 시행하지 않는다. 수학도 마찬가지인데 그 간 여러 단원의 학년 이동 정도만 이뤄졌다 다시 복귀되기만을 반복할 뿐 이렇다할 변화가 없었다. 즉, 여전히 빠른 시기에 많은 내용을 생활과 연관성이 없는 상태로 제시된다는 점이다.

 이렇다 보니 수포자는 늘 필연적으로 발생한다. 수포자는 대개 초2에서 위기가 오고 초3에서 대량 발생하는데 초2 시기는 누구나 그렇듯 구구단을 몽땅 암송해야 하는 시기기 때문이다. 초3에서 이뤄지는 많은 곱하기와 나누기들은 초2에서 학습한 구구단은 모두 암기한 상태에서 이를 연산에 자유자재로 적용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그래서 구구단의 실패는 곧 수포자로의 열림이 된다. 

 초3이 또 어려운 것은 분수의 등장 때문이다. 그저 작은 것들을 다시 하나로 세면 되지 이 것을 굳이 1/3, 1/4로 나눠 표현하는 것은 상당한 혼란을 갖고 온다. 분수 역시 수학 학습의 기본이기에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면 역시 수포자의 길을 피하기가 어렵다.

 연산의 어려움도 마찬가지다. 소위 사칙 연산이라는 것은 초2-3시기에 완성되는 것이 거의 전제된다. 때문에 초3안에 이런 연산을 완벽히 해내지 못한다면 이후 학습을 따라가는데 상당한 어려움이 자리한다.  

 수학이 이토록 교육에서 힘든 것은 그 누적성 때문이다. 그 어떤 교과보다도 수학은 앞의 개념을 쌓아가지 못하면 다음 개념으로 나아가기 어렵다. 그리고 생활과의 관련성도 적다. 사실 수학은 현대 문명과 매우 관련이 깊지만 교과서로 추상화된 개념과 수식, 도형등을 대하다보면 현실은 안드로메다로 날아간지 오래다. 

 그래서 학생들은 대학 가는 것을 제외한다면 나의 인생과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수학을 이렇게 장기간 어렵게 강제로 해야만 하는 것에 대해 상당히 불만이 많다. 이런걸 방지하려고 2007년부터 수학 단원 앞부분에 스토리 텔링 수학이라고 각 단원 내용과 관련한 일상생활 이야기를 붙였지만 좀 실망스러운 수준이다. 그리고 실상 학생들도 이것도 결국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못한 예시이기에 별로 의미있게 다가오는 경우도 적다. 

 발도로프의 수학이 다른 것 학습자를 위한 수학수업과 교육과정을 운영한다는 점이다. 정확하게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이들은 대안학교이기에 일반학교의 교육과정과 다른 순서와 내용으로 교육과정을 운영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느리게 갈 수 있고, 깊이 있게 갈 수 있으며, 학습자의 삶으로 들어갈 수도 있다. 그래서 학습은 느리고 더뎌보이나 깊이 있고, 수학을 내면화 하고 수학적 사고력을 갖추는 방향으로 이뤄진다.

 한국 학생의 수학 능력은 어릴 적엔 앞서나 결국은 서구 선진국 학생들에 뒤지게 되는데 우린 많은 내용과 결과만을 빠르게 가르칠 뿐 흥미와 수학적 사고를 학습시기진 못하기 때문이다. 반면 그쪽들은 느리지만 수학적 사고력을 확실히 상승시키는 듯 하다. 발도로프는 곱셈구구도 그냥 배우지 않는다. 일반 학교에서 몇가지 구체물을 좀 다루다 바로 암기로 넘어가지만 여기선 계속 구체물을 다룬다. 구체물을 자기가 직접 채집하고 혹은 그려넣으며 곱셈 구구의 규칙을 깨달아간다. 예로 7단을 배우는 학생은 일곱개 잎이 달린 가지를 하나하나 그려넣으며 개수를 늘려가다 점차 이를 추상화하여 그냥 긴 막대 하나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아이들은 뛰어세기를 하면서 음악처럼 곱셈 구구를 학습하기도 한다. 모둠 별로 하는 활동도 재밌었는데 두 개 모둠이 서로 원 두개를 만들어 옆에 앉게 한다. 한 모둠은 돌아가며 숫자를 세며 3마다 박수를 치게 하고 다른 모둠은 4마다 박수를치게 한다. 그러면 공배수마다 박수가 겹치는데 이러면서 학생들은 곱셈구구에서 각 단의 공통되는 수를 깨닫게 되고, 이는 공배수의 개념으로 다가오게 된다. 

 책에는 삼각수와 사각수, 그리고 피타고라스의 정리, 백분율에 대해 학생들이 어떻게 배워나가는지가 나온다. 모두 자기 생각으로 표현하고 느리지만 사고력을 가지면 수학을 놓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래도 수학은 어려워 발도르프에서도 위기는 온다. 하지만 일반 학교와는 다르게 그 위기가 6학년 이후에나 찾아온다는 점이다. 이것만 해도 훨씬 낳지 않을까. 모두가 수학적 재능을 타고나진 못하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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