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 - 지구가 목적, 사업은 수단 인사이드 파타고니아
이본 쉬나드 지음, 이영래 옮김 / 라이팅하우스 / 2020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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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타고니아란 책 제목을 처음 보았을 때 어디 지명이 아닌가 생각했었다. 파타고니아는 남아메리카 남부 지역으로 남극과 가까워 제법 추운 지역이다. 그리고 한 기업의 상호명이기도 하다. 책 '파타고니아, 파도가 칠 때는 서핑을'은 그 기업의 설립자 쉬나드가 썼다. 이 책은 쉬나드가 어떤 배경에서 탄생해 삶은 어떻게 살다가 파타고니아란 기업을 설립하게 되었는지를 서술한다. 그리고 기업 파타고니아의 경영방침도 마찬가지다.

 쉬나드는 책에서 그의 아들이 난독증을 갖고 있다고 하는데 쉬나드 자신의 어린 시절 서술만 보면 그 역시 난독증이 아니었을가 싶다. 쉬나드 집안은 캐나다 퀘백 지역 가문으로 아버지가 가세를 정리하고 난데없이 미서부로 이주한다. 이본 쉬나드란 이름에 영어까지 못했던 쉬나드는 학습은 크게 부진했고 학우들과도 잘 어울리지 못했다. 그런데 모험심은 무척 강한 소년이었다. 어릴적부터 어쩌다 산을 타기 시작하더니 인근 지역 산을 모두 뒤져나가며 무모하리만치 산을 열심히 탔다. 

 그는 책에서 자신이 여러 번 죽을 뻔했다고 했는데 사연 하나하나를 들어보면 가관이다. 우선 생초보시절 산을 제대로 탈줄도 모르면서 전문가들과 같이 산을 탔던 일, 깊이를 알수 없는 수심 30cm강에 다이빙 해 목에 골절상을 입을 일, 카누를 막 배워 1급 코스를 타다 죽을 뻔 한 일, 산에서 눈사태를 만나 머리와 목, 갈비를 크게 다친 일이 그렇다.(이 사고에선 실제 같이 있던 사람이 둘이나 죽었다.) 그는 이런 무모한 삶은 젊은 시절 내내 유지하다 결혼해서 아이가 생기고 나서야 슬슬 자제하기 시작한다. 야생, 날 것의 삶 그대로를 산 사람인데 평생 산을 타고, 과거에 자연이 살아 있던 지역이 이후 세계의 인구가 늘어나고 온난화가 되고, 사람들이 많이 방문하면서 파괴된 것을 직접 목도하며 환경에도 관심을 많이 갖게 된다.

 공부엔 전혀 관심이 없고, 위험한 스포츠만 즐기던 그가 회사를 설립하게 된 것도 기가 막힌다. 그는 등산을 좋아했고 그가 젊었던 20세기 중반만 해도 등산 장비와 옷을 형편 없는 수준이었다. 그는 자신이 원하는 등산 장비를 만들기 시작했고 그것을 잘 만들어 친구들과 같이 팔았다. 돈을 벌 생각은 전혀 없었다. 쉬나드와 그 친구들에게 돈이란 바로 어디론가 떠나서 다시 산을 타기 위해서만 필요했다. 그렇게 쉬나드 이큅먼트가 생겨나고 커진다. 

 파타고니아는 쉬나드가 등산용 옷을 만들 필요성을 생각하면서 탄생한 기업이다. 쉬나드 자체가 등산가인 만큼 그들에게 필요한 재질, 기능성을 매우 잘 알고 있었고, 적합한 신소재를 찾고, 다채로운 컬러를 도입하는 등 시장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하며 기업이 크게 성장한다. 그의 기업은 시작부터 친구들과의 협업이었기에 기업 자체가 성장하면서도 외부인사 영입이 많지 않았다. 그래서 회사의 정체성을 잘 유지할 수 있었다.

 그리고 파타고니아의 정체성이라면 모든 생산과 유통, 판매과정에서 환경을 매우 중시하는 것, 이익을 환경보호를 위해 사용하는 것, 회사 직원들의 복지에 충실하고 자유로운 근무환경을 유지하는 것, 회사의 정체성 유지를 위해 외부인사의 영입과 대규모 성장보다는 내부 인사를 키우고 작은 규모를 유지하는 것, 주식회사가 되어 주주를 위해 이익 만을 중시하는 기업이 되는 것을 거부하고 작지만 최고의 회사가 되는 것, 제품의 품질을 가장 우선시 하는 것들이 그런 것들이다.

 파타고니아는 의류 회사이면서도 환경을 중시한다. 의류 회사는 그 재료, 생산과정, 그리고 잦은 폐기로 환경에 큰 부담을 미친다. 하지만 파타고니아는 다르다. 그들은 유기농 목화만을 가급적 고집하고 그 재배 과정에서도 환경에 미치는 부담이 적어야 한다. 또한 세탁과정에서도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지 않게 의류를 제작하며 고가이지만 매우 튼튼하고 옷을 만들어 수선을 하게 만든다. 그들의 옷이 품질이 우수한 것은 환경을 생각한 것도 있지만 쉬나드 자체가 등산가이기에 위기 상황에서 옷의 기능이 등산가의 생명과 직결된다는 점을 알았기에 초창기부터 고집한 점이다.

 파타고니아는 그래서 유명한 회사지만 광고를 많이 하지 않으며 충성도가 높은 고객 집단을 장기가 확보하고 있다. 그렇기에 그들의 회사는 불황기에도 판매 실적이 좋은 편이다. 사람들은 불황이면 확실한 제품만 사는 경향만 있기 때문이다. 

 쉬나드는 책에서 인간이 자행하는 환경 파괴에 대해 강하게 염려를 한다. 이 책이 나온 시점이 거의 10년 전인데 지금은 그 때보다 상황이 훨씬 악화되어 쉬나드의 걱정이 더욱 커졌을 것이다. 그는 기업이 이윤창출만을 목적으로 인간의 소비심리를 과대하게 자극해 엄청난 소비를 이루게 만드는 것, 농업이나 목장이 화석연료에 의존해 오히려 토양을 파괴하고 과다한 비용으로 생산되지만 가격엔 그것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점등을 날카롭게 지적한다. 

 지구상에 기업들 중 상당수가 파타고니아처럼 경영을 했다면 인간은 덜 풍요로웠겠지만 그로 인해 지구는 훨씬 더 풍요롭고 지금보다는 더 건전하게 춥지 않았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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