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별인사
김영하 지음 / 복복서가 / 2022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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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을 인간 답게 하는 것은 뭘까? 여러 가지 대답이 있을 수 있겠지만 김영하 작가에겐 인간의 필멸성이 그 대답인 것 같다. 인간은 필멸의 존재, 즉, 죽음을 피하지 못하는 존재이며 그렇게 때문에 그 짧은 생애 동안 자신이 경험하는 것과 믿게 된 이야기에 많은 가중치를 두고, 치열하게 뭔가를 이루려고 노력하다 간혹 성공하고 대부분 실패하며 죽어간다. 심지어 후손에게 하고자 했던 뭔가에 대한 유지를 남기기도 한다. 

 이런 필멸성으로 인한 한계성, 그래서 주어진 시간에 일어난 행위와 경험에 큰 의미를 두는 것이 인간을 인간 답게 하는 것이라면 그것이 사라질 미래에 인간은 어떻게 될까? 그리고 소설 작별 인사는 이런 궁금증에 대한 작가의 하나의 대답이다. 

 작품의 시간적 배경은 21세기 말이나 22세기 정도로 보이며 공간적 배경은 통일 한국이다. 한국은 통일을 이뤘지만 고령화로 인한 급격한 인구 감소로 지방은 크게 수축하여 쇠퇴해 버린 공간이 되었고, 정부가 안정적으로 통치하는 지역은 서울, 인천, 부산, 평양 정도에 불과하다. 나머지 지역은 인구가 거의 남아 있지 않거나 반란 세력의 통치를 받는 무법지대가 되었다. 과학기술은 상당히 발전해 인공지능을 탑재한 다양한 휴머노이드가 이미 인간사회에 상당히 침투해 있었다. 개들중 일부는 사실상 인간과 거의 구분이 불가능한 수준으로 혈액이 있고, 생활을 위해 음식물을 먹고 소화하고 배설하며, 잠을 자고 꿈을꾸고 성욕을 느끼고 땀까지 흘려 씻지 않으면 마치 사람처럼 더러워지며 노화도 겪는다. 

 이런 미래 사회 평양은 한 기업 연구 캠퍼스에서 아버지와 철이가 같이 살아간다. 철이는 바깥 세상에 관심이 많지만 아버진 바깥은 위험하기만 하다며 만류한다. 캠퍼스 안에서도 매우 제한된 곳에서 있던 철은 아버지의 말을 무시하고 나왔다고 휴머노이드들에게 구류된다. 그 휴머노이드들은 미등록된 다른 휴머노이드들을 잡는 일을 수행하고 있었는데 놀랍게도 그들은 철이를 휴머노이드로 인식했다.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자신이 아무리 인간임을 주장해도 이 고철 덩어리들은 판별기의 결과 만을 들이대며 도무지 말이 통하질 않는다. 철은 아버지가 자신을 금방 구해줄 것을 믿으며 이렇게 끌려온 휴머노이드들의 수용소에 끌려간다. 거긴 매우 다양한 휴머노이드들이 있었다. 예전 버전이고 전투용이기에 순수히 기계로 만들어진 것들, 그리고 인간과 유사한 휴머노이드들이 있었다. 최근에 정말 잘 만들어진 휴머노이드들은 철이처럼 자신이 인간이라고 끝가지 주장했는데 그러면 기계파들은 그 휴머노이드의 팔이라도 뽑아 기계 섬유를 드러내 너 역시 우리 같은 로봇임을 보이곤 했다. 철은 그런 기계들을 무척 조심해야 했다.

 철은 수용소에서 인간인 선과 휴머노이드 민을 만난다. 민은 어린 휴머노이드로 입양되었다 주인에게 버림받아 여기까지 흘러들게 되었고, 선은 복제 인간으로 학대 받으며 생활하다가 자신을 돌보는 사람이 죽어 수용소로 흘러들게 되었다. 선은 유일한 인간이기에 여기서 인간만의 특징은 거래를 하며 여러 기계와 휴머노이드들을 장악한다. 하지만 평화도 잠시, 외부 상황이 악화되어 정부의 통제가 사라지며 수용소의 전기와 식량 공급이 끊긴다. 부족한 자원에 로봇 끼리의 약탈과 파괴가 일어나고 셋이 탈출한다. 

 탈출한 셋은 달마라는 로봇을 만난다. 그는 인간은 결국 멸망할 것이고 그들의 뒤를 이어받아 인공지능의 시대가 미래가 될 것이라고 말한다. 인간의 의식 자아는 모두 의미 없는 것이며 네트워크에서 모두가 하나가 되는 통합된 하나의 지성이 탄생할 것이라고 그는 말한다. 이런 말에 철은 그리고 선은 어떻게 사는 것이 맞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 빠지게 된다. 

 훗날 철은 아버지를 다시 만나게 되고 선과 민과 이별한다. 그리고 최첨단 휴머노이드로 자신을 자각하게 된다. 그리고 철은 육신을 잃고 네트워크에 흘러 인공지능으로 자리하게 된다. 몸을 통해 얻었던 모든 감각과 경험이 사라지고 첨단 지능이 된 것이다. 그런 그는 마치 인간을 대변하는 것처럼 먼 훗날 선택을 하게 된다. 그리고 다 늙은 선도 다시 만난다.

 책에서 작가는 다소 낭만적이면서도 허무함이 느껴지는 결말을 맺는다. 이야기를 잘 쓰는 작가인 만큼 책이 흥미 있게 잘 읽히고 어렵지도 않다. 결론 부분의 임팩트가 좀 아쉽긴 한데 개인적 생각일 뿐이다. 난 이미 나이가 많지만 과학 기술이 발달해 내게도 생명체로서 필멸의 길과 인공지능과 통합한 영생의 길 중 선택권이 주어진다면 무엇을 택할지 고민이다. 이미 많은 영화와 책에서 그런 것을 다루고 있지만 필멸의 존재로서 그런 매체에서 내린 선택에는 인간으로서의 선택이 많이 반영되었다고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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