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어도 지구상의 생명체는 생겨난 36억년 전부터 태어나고 죽음을 반복해왔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존재이기에 늘 왜 태어났으며, 기왕 태어났는데 어째서 죽을 수 밖에 없는지를 늘 고민한다. 이렇듯 삶과 죽음은 당연해 보이나 엄밀히 그 뜻을 정의해본 다면 생각만큼 규정짓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죽음의 정의는 생각보다 간단하다. 살아 있는 것이 생명활동을 영구적으로 멈추고 그 체조직이 사라지기 시작하면 그것이 죽음이기 때문이다. 즉, 죽음의 정의가 생명의 뜻에 의존하기에 살아 있는 것이 명확히 정의되면 죽음의 설명은 간단해진다.하지만 살아 있는 것이 무엇인지는 좀 정의하는 것은 고민스럽다. 

 우주는 모든 물질과 에너지가 아주 좁은 곳에서 뭉쳐진 상태에서 아주 작은 요동으로 빅뱅이 일어나 퍼지게 되었다. 우주의 초기상태는 우주배경복사 등의 증거에 의하면 묘하게도 상당히 균일했던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다 빅뱅으로 매우 불균일해졌는데 다시 물질이나 에너지가 확률상 가장 경우의 수가 많아지는 가장 균일하고 무질서한 상태로 퍼져나가 엔트로피를 다시 최대로 높여놓는 것이 마치 우주의 최종 모습인 것처럼 사태가 진행되고 있다. 즉, 어찌보면 공간의 차이는 어마어마하 엔트로피 측면에서 보자면 처음 상태로 다시 돌아가는 셈이 되는 것이다. 그래서 일각에서는 엔트로피가 최대가 되어 우주가 다시 완성되면 다시 빅뱅이 일어나는 무한 반복이 우주의 생애라고 보는 이도 있다.

 하여튼 열역학 제2법칙인 엔트로피 법칙에 의해 우주는 엔트로피가 커지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하지만 책 '암흑물질과 공룡'에서 언급된 것처럼 우주는 암흑물질과 암흑에너지로 가득차 있으며 이들이 뭉쳐서 상대적으로 약간 높은 중력을 보이는 것에 보이는 물질들도 뭉쳐 은하계와 항성계를 이루게 된다. 이들은 열역한 제2법칙을 어기는 것 같지만 사실 외곽 지역의 엔트로피는 자신들이 낮춘 것보다 더 높여놓기에 사실상 이 법칙을 더 잘 수행하게 된다. 그리고 이런 항성계의 혹성에서 스스로의 유지를 위해 외부의 엔트로피는 높이고 자신의 엔트로피는 낮추는 존재가 생겨났으니 그것이 생명체다. 즉, 엔트로피라는 관점에서 생명체는 자신의 유지를 위해 외부의 엔트로피를 높이는 존재라 할 수 있다. 

 생명자체의 목적과 현상에 주목하면 정의는 좀 더 세밀해진다. 폴 너스는 그의 저서 '생명이란 무엇인가'에서 생명의 요건으로 3가지를 제시한다. 번식이 가능하고, 유전체계를 가지고 있으며 진화를 위해 그 유전체계가 다양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생명이란 결국 유전자를 계속 환경의 변화에 맞추어 번성 및 존속시키기 위해 그 유전자 자체나 그것을 운반하는 유기체가 자손을 이어가며 다양하게 변화하여 환경에 적응해 진화하는 존재정도가 될 것 같다. 

 그래서 죽음은 이 모든 활동이 멈추는 즉, 생명체가 유전자 전달을 위해 자신의 유지 빛 번식을 멈추는 행위가 되고 이를 통해 자신의 엔트로피를 낮춰 주변의 엔트로피를 높이는 행위가 멈추는 것을 의미하게 된다. 생명의 목적은 유전자의 존속과 지속적 번영이며 이를 위해 유전자를 변형하고 그 운반자의 모습도 변이를 통해 어떤 환경에 맞게끔 변형시킨다. 제법 분명하다. 하지만 죽음의 목적은 생각할 여지가 많다.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가 죽음을 맞이한다는 것은 죽음도 진화과정에서의 하나의 선택이었음을 분명히 입증한다. 즉 생명체는 존속과 더불어 죽기위해서 태어나다는 점이다. 그리고 이는 죽음이 진화상의 충분한 이점이 있다는 것을 암시한다. 

 책 '생물은 왜 죽는가?'에서는 죽음이 갖는 진화상의 이점을 설명한다. 지구상에서 제법 진화한 생명체는 다세포생물이다.(하지만 아직도 상당수가 단세포 상태인 세균으로 남아있다.) 다세포생물의 경우 세포분열을 통해 꾸준히 세포를 주기적으로 교체하는데 이는 세포가 오래되면 여러 부작용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그 부작용은 분열과정에서의 치명적 오류 발생 가능성, 그리고 활성산소의 발생, 사이토카인의 분비다. 세포는 분열과정에서 10억분의 1정도로 아주 작은 염기 복사 오류를 일으킨다. 그리고 심지어 이를 수선하는 기능도 있다. 하지만 분열의 횟수가 길어질수록 스트레스와 거친 환경에 노출되어 오류가능성이 높아지고 이는 다세포 생물 최대의 적인 암세포로 이어질수 있다. 또한 세포는 오래되면 활성산소를 발생시키는데 이는 노화를 촉진한다. 그리고 제거되지 않은 오래된 세포는 사이토카인을 분비하는데 이것이 주변에 염증반응을 일으켜 주변 조직의 기능을 저하시킨다. 때문에 인체는 이런 오래된 세포를 꾸준히 제거하나 이 역시 노화, 즉 생명체가 존속을 오래함에 따라 그 기능이 저하된다. 즉, 인체는 상당기간은 노화를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나 결국에는 이 기능이 떨어져 노화가 되도록 설계된 것으로 죽음은 애초에 계획된 것이 된다.

 이는 애써 만들어내 생존한 생명체가 죽음으로써 얻는 진화상의 이점이 충분하기에 발생하는 일이다. 첫 번째는 기존 생물체가 영구히 존속한 상태에서 다음 생명체가 태어나면 지구의 자원의 한정되어 있기에 결국 모두가 존속하고 번식할만한 식량과 생활공간이 부족해진다는 점이다. 그래서 부모 생명체가 죽어야만 다음 생명체가 존속하고 번식을 할 수 있다. 아마 자신들이 죽지 않는다면 부모개체는 굳이 다음 개체를 만들려고 하지 않을 것이고 그들이 태어나더라도 아마 경쟁하여 제거하려 들 것이다. 다른 이점은 생물의 진화를 위해서다. 기존 생명체가 영구히 존속하도록 설계되었따면 굳이 부모개체는 굳이 자손을 낳으려는 욕구나 기능자체가 아예 생겨나지 않았을 것이다. 그리고 아무리 오래살고 자신이 나름 환경에 적응하더라도 부모의 형질은 결국 변하지 않으므로 급변하는 환경에 대한 대응력은 당연히 떨어질 것이고 종이 끝나버릴 가능성도 높아질 것이다. 또한 변이를 일으키기 위한 자손도 없으니 당연히 해당 종에서는 진화도 일어나지 않을 것이다. 즉, 종이 멸종하기 쉬워지는 것이다. 때문에 진화를 위해 죽음은 선택된 것이다. 

 노화는 죽음이 설계된 생명체가 탄생에서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과정이라 볼 수 있다. 노화는 신체의 기능들이 점점 떨어져서 결국 기능하지 않게 되는 과정이다. 세포는 분열할 때마다 염색체의 말단 부분인 텔로미어가 점점 줄어든다. DNA는 상보적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복제가 일어나는 과정에서 한 부분은 순방향이 되고 자연히 상보적이라서 반대쪽 부분은 역방향이다. 희안하게도 복제의 방향은 정해져 있어 역방향 부분을 복제하는 경우 매우 짧은 부분마다 순방향으로 복제에 사슬처럼 연결해서 붙여야 한다. 때문에 염색체 말단까지 복제가 일어날 경우 이 부분에 짧은 사슬을 넣기가 어려워져 복제가 되지 않아 없어지는데 그래서 텔로미어가 짧아지는 것이다. 이것이 반복되면 결국 염색체가 짧아져 기능하지 않을 수 있는데 그래서 개체가 건강할 땐 이 부분에 대한 수리가 일어난다. 하지만 결국 나이가 들면 이 기능이 떨어져 점점 신체기능이 약화된다. 

 인간에게 노화와 관련한 유전자는 크게 세 가지가 알려져있다. GPR1, FOB1, SIR2다. GPR1은 당센서로 당이 세포주변에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으로 세포는 당을 이용할 준비를 하게 된다. 이것이 망가지면 세포는 외부 영양분을 잘 쓰지 못하게 되는데 이상하게도 이러면 세포는 발육이 줄고 크기도 줄지만 수명은 늘어난다. 책 노화의 종말에서는 영양분이 줄경우 세포의 수명이 늘어나는 것에 대해 영양분의 결핍은 번식을 위한 주변 환경이 좋지 못함을 의미하고 번식을 미루기 위해 수명이 늘어나는 것으로 설명한다. 실제 영양분 부족, 추위, 가혹한 신체적 고통(운동)은 개체의 수명을 늘려준다. FOB1은 망가지면 수명이 무려 60%가 늘어나며, SIR2는 유전자 수선과 관련한 거승로 이것이 망가지면 수명이 50%나 감소한다. 물론 이는 효모의 경우라 사람에게 일괄 적용하기는 힘들다.

 정리하면 생명은 지구상에서 우연히 생겨난 화학물질이며 이것이 RNA등의 구조를 갖추며 복제에 능해졌다. 그리고 세포를 형성하여 자신의 복제를 더욱 활발히 하게 되었고 세포가 집단을 이뤄 다양한 기능을 갖춘 생명체를 형성했다. 우주의 관점에서 보면 이 생명체는 우주의 방향과 다르게 엔트로피는 적극적으로 낮춘다. 하지만 주변의 엔트로피를 더욱 높이기에 전체적으로 열역학 2법칙을 위해하지는 않는다. 생명체의 목적인 유전자의 번성으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변이를 일으켜 진화를 하고, 생명체는 그 목적만큼만 살아 다음 세대의 진화를 위해 죽게끔 설게 되었다. 그리고 이 죽음을 서서히 일으키는 과정이 노화인 것이다.  

 인간이 노화를 정복할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다. 인공지능이 과학기술을 연구하게 되면 신약개발과 유전자기술의 발전으로 인간이 노화를 극복할지도 모른다. 혹은 신체의 상당부분을 기계와 결합하여 오래도록 존속할 수 도 있으며 가상세계에 의식을 올리는 것이 가능해지면 거기서 영구히 살아갈 수도 있다. 어떤 부분이 되었던 죽음의 정지는 곧 생물학적으로는 진화의 정지를 의미하게 된다. 하지만 과학기술로 자신의 적응도를 계속 높인다면 유전자가 계속 존속되므로 이 또한 다른 의미의 진화라고 볼 수 있을지 않을까 싶기도 하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