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인간
구희 지음, 이유진 감수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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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봄 개나리와 벚꽃이 거의 동시에 만개했다. 지역마다 다르겠지만 난 이런 광경을 처음 봤다. 개나리는 제 시기에 핀 듯 한데, 벚꽃의 만개가 예년보다 2-3주 정도 빨랐다. 작년에 이미 벚꽃의 이른 개화 시기가 역대 급으로 빨랐는데 아무래도 올해 바로 갱신 될 듯 하다. 아마 내년도 이렇지 않을까. 이런 심각함에도 많은 사람들이 이른 꽃 구경을 즐겼는데 대부분 차량으로 장거리 이동을 감행했을 것이고 그 과정에서 온난화는 더욱 심각해졌을 것이다. 

 그리고 꽃이 지자 바로 산불이 난리다. 온난화는 기온을 상승시켜 증발량을 늘린다. 물론 증발이 많은 만큼 비도 더 많이 내리지만 조금씩 나눠 내리는게 아니라 단기간 폭발적으로 내리는 형태가 더 잦아진다. 집중호우가 일어나면 그것 자체도 문제지만 물이 급류로 바다로 흘러 내려가 땅엔 물이 좀처럼 남지 않게 된다. 즉, 역설적으로 더욱 건조해지는 것이다. 한국도 이런 현상이 일어나다 보니 안 그래도 취약한 봄철에 산불이 더욱 많아지게 되었다.  

  시국이 이렇다 보니 기후 위기 관련 책도 많이 나오고 있다. 책은 심각하고 과학적 사실과 사회적 사실, 심각한 내용으로 대개 꽉 차 있어 보기 어려운데 '기후 위기 인간' 같은 만화라면 청소년이나 책에 약한 성인도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 같다. 

 만화지만 책 내용은 알차다. 기후 위기의 주 원인인 인간의 소비 행태와 에너지 소비, 그리고 축산업의 문제를 간단하지만 잘 지적한다. 여러 가지 수치를 제시하며 이를 뒷받침하는데 이런 것은 하나하나 알아두면 좋을 것 같다. 가령 이런 거들이다. 책엔 음식 1kg당 온실가스 배출량이 나온다. 소고기는 60 양고기는 25, 치즈는 21 초콜릿은 19, 커피는 17, 양식 새우는 12, 돼지고기는 7.2, 닭고기는 6.2, 양식물고기는 5.1, 쌀은 4, 바나나는 0.8이다. 

 위 수치를 보면 알 수 있듯 식물성 식품을 섭취하는 것이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적다. 에너지 효율도 가장 높을 것이다. 의외는 커피와 초콜릿이 상당히 수치가 높았다는 점이다. 둘다 식물성 식품이지만 로스팅 등의 가공 과정과 세계적으로 산지가 제한되어 있어 소비지로의 장거리 이동이 필수적이라 이런 높은 수치가 나오지 않았나 싶다. 물론 커피와 초콜릿은 고기에 비해 밀도가 낮아 가볍기에 1kg은 분명 다를 것이다. 아메리카노 한잔에 들어가는 커피는 분명 몇 그램 되지 않을 테니 말이다. 

 또 다른 의외의 품목은 양식 새우였다. 같은 양식 물고기의 두 배가 넘고 큰 덩치를 자랑하는 돼지보다도 높은 온실가스 배출을 기록했다. 이는 새우 양식의 특성도 있겠지만 책에 의하면 맹그로브 숲과도 관련이 있는 듯 하다. 양식은 당연히 연근해에서 이뤄질 수 밖에 없고 그러다 보면 해안주변의 맹그로브 숲이 양식을 위해 제거되는데 이 맹그로브 숲의 온실가스 흡수량이 매우 높다. 때문에 이런 수치를 반영한 것이 아닐까 싶다. 

 세계는 파리에서 기후 위기의 심각성을 깨닫고 금세기 내에 1.5도 이내의 기온 상승을 목표로 잡았다. 하지만 이는 달성하기 매우 어렵다고 본다. 인구는 100억으로 치솟을 것이며 미, 중 간의 경제전쟁은 협력보다는 온실가스를 더욱 배출하는 방향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 또한 미국은 중국을 대신할 세계의 공장으로 동남아나 인도를 주목하고 있는데 이들 지역, 특히 인도가 중국만큼 산업화 된다면 지구 온난화란 측면에서 이보다 더한 재앙도 없을 것이다. 인도의 인구는 이미 중국을 상회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세계 각국의 시민들은 아직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을 잘 깨닫지 못하는 것 같다. 여전히 소비 중심, 육식 중심의 문화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상당한 강제조치 였던 코로나 19 팬데믹도 온실가스 배출을 고작 8% 줄이는데 그쳤다. 세계 시민의 노력이 그보다 한참 못 미치기에 기대도 어려운 것이다. 물론 책은 희망적인 이야기를 한다. 3.5%의 사람은 강한 확신을 갖고 어떤 일의 변화에 매진하면 근본적 변화가 일어난다는 것이다. 그리고 한 사람의 완벽한 비건보다 열 사람의 불완전한 비건이 더욱 의미있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이대로라면 2100년이면 지구의 기온은 4도 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된다. 그리고 2100년은 80여년 후이나 지금의 10대는 수명의 증가로 아마도 그때까지 생존할 것이다. 혹은 어쩌면 지금 더 높은 연령대의 사람들도 그 때까지 생존할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기후위기에 더 심각성을 갖고 자신의 생활 하나하나로 고쳐나가고, 기업과 정부에 올바른 결정을 하도록 압력을 넣는 정치적 선택을 해야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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