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의 말 : 모든 색에는 이름이 있다 컬러 시리즈
카시아 세인트 클레어 지음, 이용재 옮김 / 윌북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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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이야 무척이나 색이 다채롭고 화려하며 가격이 싸지만 과거엔 그렇지 않았다. 화학이란게 발달하기 전까지 인간은 색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색을 만들어내는 과정은 무척이나 지난했고 위험했으며 원료도 적었다. 그래서 색을 특정 계급이 자신을 과시하는 수단이 될 수 있었다. 로마 황제의 보라색은 무척이나 귀했기에 고약한 냄새에도 불구하고 황제의 색이 될 수 있었고 귀한 청금석에서 나오는 울트란 마린이란 파랑은 값비싼 그림이나 성모마리아의 색이 될 수 있었다.

 책 컬러의 말에는 이런 색들의 종류와 의미 과거에 어떻게 만들어졌는지가 수록되었다. 약간 백과사전식 느낌이 강하게 나는데 이런 측면에서 컬러의 힘보다는 다소 읽기 힘들고 깊이가 부족하단 느낌이다. 

 서양은 동양과 다르게 색을 회화에서 화려하게 쓰지만 늘 그랬던 건 아니다. 서양에서도 색은 부족했고 그래서인지 과거 소묘가 순수와 지성을 상징했고 채색은 천박하고 여성적이라고 천시했다. 하지만 색이 많이 확보되기 시작하며 이런 경향도 변화한다. 

 흰색은 타자성을 품고 배타적이고 전제적이며 신경질적이다. 과거엔 흰색으로 리드화이트가 많이 사용되었는데 가격이 저렴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것은 맹독성이었다. 그래서 사용자와 제조자는 납중독에 걸렸다. 백악도 흰색으로 많이 썼다. 백악을 물속에서 갈고 닦으면 켜켜이 갈라지는데 맨위의 가장 곱고 하얀 켜가 파리 화이트로 고급 흰색이었고 아래 급이 낮은 것들이 백악 초크로 미술에 많이 사용되었다. 

 노랑은 인간에게 질환의 전조색이다. 그리고 황색재난, 나치가 유대인에게 부여한 노란별 등 선정주의에도 잘 쓰는 색이다. 하지만 노랑은 가치와 아름다움의 상징이기도 하다. 금발은 서양에서 이상적인 머리색으로 취급된다. 중국에서 노랑은 포르노와 황제의 색이고, 인도에서는 영혼세계의 색이며 노랑은 무엇보다 황금의 색이다. 금발은 서양에서 타락한 성적 이미지의 색이면서도 인기가 좋아 동화주인공의 절대다수가 금발이다. 미술에서 금박은 밝은 부분은 흰색, 어두은 부분은 검은색으로 만들어버려 효과가 좋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금의 가치로 인해 금박은 사용되었다.

 빨강은 권력과 더불어 욕말 및 공격성 같은 치열한 색이다. 그리고 매춘부의 색이자 악마의 색이기도 하다. 빨강은 권력과 강하게 연결된다. 영국군의 레드코트와 로마장군의 색이다. 또한 국가정체성에 가장 인기가 있는 색으로 빨강이 사용된 국기는 75%나 된다. 빨강은 성적 매력으로 작용해 빨강은 입은 여종업원은 남성고객에게 팁은 26%나 더 받는다고 한다. 반면 성적은 떨어뜨리고 스포츠 경기력은 올려준다. 

 보라색은 특별하고 권력을 상징하는 색이다. 로마 집정관의 색이고 통치자의 색이다. 4세기 로마에서 보라는 오직 황제만이 사용했으며 위반자는 사형이었다. 비잔틴의 여왕은 왕손을 짙은 와인색의 방에서 출산했다고 한다. 

 파랑색은 의외로 서양에서 폄하되왔다. 고대 그리스 로마에서는 빨강 검정 흰색을 삼색으로 숭상했다. 특히 로마인에게 파랑은 야만의 색이었다. 야만으로 대적한 켈트인이 이를 몸에 발라 사용했기 때문이다. 반면 고대 이집트는 파랑을 선호했다. 변화는 12세기에 시작된다. 프랑스의 유력귀족이자 고딕건축의 신봉자인 에보르 쉬제르가 신의 색이라며 파랑을 신봉했다. 그는 생트비 수도원 재건축을 감독했고 장인들이 유명한 코발트색 창문을 만드는 기술을 사용했다. 동정녀 마리아는 원래 어두운 색을 입었는데 이것이 파랑으로 변모한다. 그래서 중세부터 마리아의 색은 귀한 염료인 울트라 마린으로 바뀐다. 파랑 중 하나인 인디고는 인도에서 와서 그런 이름이 붙었다. 인디고는 교역로가 단순하면서도 통과지점이 많아 가격이 매우 비쌌다. 서양의 신항로 개척이 이뤄지고 식민지가 생겨나자 가격이 하락했고 19세기 말 인공인디고가 개발되자 평범해졌다. 파랑은 천대의 색에서 귀한 색이었다 평범해지며 오히려 대중의 색이 되어버렸다. 청바지가 대표적인데 청바지의 파랑은 패션의 민주화를 상징한다. 

 녹색은 시골의 편안함과 환경친화적 장치를 연상시킨다. 많은 문화권에서 녹색은 정원이나 봄과 연결되며 긍정적이다. 낙원이 곧 정원을 뜻하는 아랍권에서는 녹색은 12세기에 주도권을 잡는다. 예언자 무함마드가 사랑한 낙원의 색이 녹색이다. 그래서 이후 아랍권의 국기는 녹색이 자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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