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시험 - 대한민국을 바꾸는 교육 혁명의 시작
이혜정 지음 / 다산4.0 / 2017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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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어도 중고교까지 한국 학생들의 학업수준이 높다는 건 사실이다. 단순암기 뿐만 아니라 창의력등 고등 사고력도 높게 나오는 편이다. 하지만 이것은 실제로 그런 자질이 있는 것이 아니라 선행학습과 지식암기위주의 교육 때문이다. 어느 정도의 선행은 그런 고급사고력도 높아 보이게 만든다. 상황은 고등교육, 즉 대학에서 부터 역전된다. 

 대학부터 학생은 사실상 지식 생산자가 된다. 논문을 쓰기 때문이다. 논문을 쓰기 위해서는 사안을 창의적으로 바라보고 재조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즉, 문제를 창출하고 그 해결과정을 만들어 나가야 하는 것인데 고교까지 꺼내는 교육이 아닌 집어 넣는 교육만 가능한 한국학생은 여기서부터 뒤쳐지게 된다. 때문에 한국 학생들의 서구권 대학에서의 중도탈락율은 높다. 

 저자는 오래전 회자되었던 서울대에서 에이플러스를 받는 것에 대한 다큐의 관련자다. 나도 대학에서 느낀 것이지만 고등교육에서도 한국의 수업과 교육은 비슷하다. 교수의 견해를 받아들이고 그 관점과 지식을 암기하는 것이다. 토론은 사실상 거의 없으며 그나마저의 토론도 학생들끼리다. 교수와 대담하며 진행되는 수업은 사실상 없다. 설령 공부하며 교수와 다른 가치와 지식을 갖게 되어도 이를 답안에 쓰는 것은 용기를 필요로 한다. 교수의 그것을 따르는 것에 비해 낮은 학점이 나올 가능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교수들은 이런 경우 사실 자신에게 대드는 듯한 기분과, 자신의 수업을 성실히 수강하지 않았다는 편견을 갖는다. 물론 공식적으로는 설득력이 낮기에 평점을 낮게 주었다고 할 것이다. 하지만 서구의 교육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주어진 답변만을 충실히 써내려는 답안을 가장 낮게 평가한다. 

 하여튼 저자는 한국의 교육의 문제를 이런 평가에 있다고 지적한다. 주어진 답안을 써내는 교육만을 하니 교육수준이 높을 수 없다는 것이며 IB처럼 자신만의 관점을 만들어가는 교육과정과 수업, 그리고 평가를 해야만 교육이 바뀔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는 지극히 옳은 말이다. 초중고, 특히 입시와 직결되는 고교 및 대학입시의 평가가 이렇게 바뀐다면 한국 교육은 상당히 바뀔 수 밖에 없다. 혁신교육의 실패는 여러 원인이 있지만 결국 입시가 이것에 맞추어 바뀌지 않았던 탓이 크다. 그렇기에 혁신 교육은 초등에서 중학교, 고교로 갈수록 그 위세가 약하며 반발도 심했다. 

 하지만 평가만 바뀐다고 해서 모든 게 바뀌지도 않을 것이다. 결국 사회도 같이 바뀌어야 이런 교육도 더욱 빛을 발하고 부정적인 요소를 줄여 진정성 있게 진행될 수 있을 것이다. 여전히 서열화와 능력주의에 빠진 상태에서 이렇게 평가만 아름다워진다면 그 아름다워진 평가에서 능력주의로 무장한 인재들이 나오게 될 것이다. 물론 이번엔 다소 진정한 능력을 갖춘 자들이 배출된다는 점이 중요한 차이긴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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