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스 앤 넌센스 - 20세기를 뒤흔든 진화론의 핵심을 망라한 세계적 권위의 교과서
케빈 랠런드 & 길리언 브라운 지음, 양병찬 옮김 / 동아시아 / 201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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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진화론은 다윈에서 시작해 다섯 갈래의 분파를 이뤘다. 인간사회생물학, 인간행동생태학, 진화심리학, 문화진화론, 유전자-문화공진화론이다. 책 센스앤 넌센스는 이 다섯가지를 살핀다. 이들은 유전자, 발달, 학습, 문화 사이의 관계에 대해서도 매우 다른 개념을 제시한다. 따라서 상당히 다른 듯 하지만 사실 중첩적인 부분이 많고 상호보완적이기까지하다. 특히, 강성한 진화론으로 보이는 이들도 문화의 영향을 부정하지 않는데 즉, 유전자 결정론 입장을 취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1. 인간행동생태학

 인간행동생태학의 전제조건은 인간의 행동전략은 광범위한 생태적, 사회적 조건에 적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인간행동생태학의 관심사는 생활환경이 개인의 행동에 영향을 미치는 과정, 개인이 채택한 행동전략이 문화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과정이다. 인간행동생태학의 목표는 최적성과 적응 극대화 모델이 개인차를 제대로 설명하는지를 확인함으로써 인간행동의 차이를 해명하는 것이다. 

 인간행동생태학은 인간은 환경조건에 대응하여 행동을 유연하게 바꾸어 일생동안을 생식 성공률을 최적화하도록 진화했다고 본다. 그래서 인간의 행동이 특정 사회적, 생태적 자원에 대응하여 수시로 변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과거의 선택이 누적되어 특정한 환경에서 이익과 비용의 차이를 최대화하는 전략을 선택하는 능력이 형성되었다고 본다. 즉, 적응성이란 하나의 생물종이 광범위한 환경에서 생존하여 성공적으로 번식하는 정도를 말한다. 

 동물은 한정된 자원으로 인해 여러 절충의 문제를 겪는다. 신체적 노력과 번식 노력간의 절충, 직접 번식과 간접 번식간의 절충, 짝짓기와 양육투자간의 절충, 새끼의 수와 질의 절충이다. 그래서 인간행동생태학의 관점에서 인간 남녀는 배우자 관계의 지속기간, 가족의 규모, 양육투자의 수준등을 놓고 갈등을 겪는다. 


2. 진화심리학

 진화심리학이 보기엔 인간의 적응 중 상당수는 과거 세계에 대한 적응이지 현재에 적응적인 것은 아니다. 이들은 적응과 적응적 행동을 구분한다. 적응은 특정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여 자연선택의 관문을 넘어선 형질이다. 반면 적응적 형질은 자연선택을 아직 넘진 못했으나 현재 생식성공률을 증가시키는 기능적 행동이다. 그래서 적응은 4가지 형태로 나타난다. 적응이면서 현재도 적응적 행동을 보이는 것은 현재의 적응이다. 그리고 적응이지만 현재는 적응적이지 않은 것은 과거의 적응이다. 반면 적응은 아니지만 현재 적응적인 것은 굴절 적응이고, 적응도 아니고 현재도 적응적이지 않은 것은 기능장애 부산물이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인간의 행동 근간을 이루는 적응은 심리적 수준에서 발견되며 행동을 제어하는 인지기구로 기능한다. 때문에 적응은 행동이 아닌 심리에서 찾아야한다는게 이들의 생각이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자연선택은 행동에 직접 작용하지 않는다고 본다. 단지 행동을 뒷받침할 행동규제기구(아마도 뇌구조나 신경, 호르몬 일듯 하다)에 작용한다고 본다. 

 진화심리학자들은 인간이 과거에 놓였던 진화적 적응환경에 집중한다. 이 시기는 석기시대로 수렵채집인으로 인간이 활동한 플라이스토세환경이다. 진화심리학은 이 시기에 형성된 적응으로써 진화된 인간의 심리적 매커니즘에 초점을 둔다. 조상이 직면한 적응의 문제를 재구축하기 위해 과거시대를 활용하며 조상들이 적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진화한 영역 특이적 정신기관이나 모듈을 강조한다. 

 하지만 최근의 연구는 인간의 진화가 문명화로 급속히 진행되면서 인식의 모듈성은 감소하고 모듈간의 정보 교환 및 의사소통이 더욱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모듈은 영역 특이성을 유지하지만 상호간에 개방적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그리고 진화심리학자들은 생물학적 진화가 매우 늦게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있지만 인간이 농작물과 가축에게 그러했던 인간 자신도 상당히 빠른 진화를 겪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상당수 인간 유전자가 문명화의 영향을 받았고 최근 선택되었다. 이들은 주로 뇌에 발현된 유전자다. 


3. 유전자-문화 공진화론

이는 문화진화론과 진화심리학의 이종교배에 수학적 엄밀성이 더해진 결과다. 유전자와 문화 양자를 강조한 것으로 생물학적 필요성에 의해 문화가 형성되고, 동시에 문화혁신에 대한 반응으로 유전적 진화에 의해 싱물학적 형질이 바뀐다는 럼즈든과 윌슨의 발언이 대표적이다. 유전자문화공진화론은 유전적으로 정해진 후성규칙과 사회적 학습의 조합이 개인의 문화유전자 선택에 영향을 미친다고 본다. 즉, 진화된 유전적 편향이 문화정보의 채택에 영향을 미치고, 약한 유전적 편향도 행동의 순응에 따라 증폭될 수 있으며 집단의 성격에 커다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문화는 유전적 변화의 속도를 지연 또는 가속화하는게 가능한 셈이다. 

 유전자문화공진화론은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다룬다. 우선 유전자가 문화의 성격을 제한하고 기술하는가, 인간의 협동과 갈등의 밑바탕에는 어떠한 과정이 있는가, 문화는 어떻게 진화했으며 인간의 혈통이 진화하는데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가이다. 

 실제 인간 게놈 프로젝트는 이 입장을 증거로 강력 지지한다. 진화심리학자들의 입장과는 다르게 최근 인간이 빠르게 진화했음을 암시하는 방대한 증거를 제시하는데 최근 인간에게 일어난 자연선택의 10%가 지난 5만년간의 유전자변이체로 나타났다. 이들 유전자 변이는 아무래도 농경이나 동물가축화등 인간의 문화활동으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 결과 인간은 면역에 관한 유전자, 식생활 변화에 대응하는 유전자, 신경계와 뇌에 발달하는 유전자를 채택했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로 인해 인간은 ADHD, 자폐증, 조현병, 알코올 중독 같은 장애도 갖게 된 것으로 보인다.

 가령 FOXP2는 언어 발달에 필요한 유전자이고 MYH16은 아래턱에 발현되는 유전자로 최근 삭제되었는데 이는 요리가 등장한 시기와 거의 일치한다. 

 문화는 적소구축을 일으킨다. 적소구축은 유기체가 국지적 환경의 요인과 조건을 변화시키는 것으로 둥지를 만들거나, 굴을 파고, 거미가 줄을 치는 행위가 그러하다. 그리고 인간의 적소구축은 다른 동물과 그 차원을 달리한다. 우리가 이룩한 메가시티들은 모두 적소구축이라 볼 수 있다. 적소구축은 자연선택을 완화한다. 즉, 자연상태에서 도태될만한 개체를 살리게 되는 것이다. 그 결과 적소구축은 유해한 대립유전자를 고정시킬 수 있고, 멸종을 초래할만한 환경에서도 유기체를 존립시킨다. 때문에 문화적 과정을 바탕으로 하는 적소구축은 유전자를 바탕으로 하는 적소구축보다 강력하다. 새의 동지와 인간의 의료기술 및 도시문명은 비교가 되질 않는다.

 때문에 문화는 자연선택을 완화한다. 이로 인해 인간은 대립유전자를 많이 보유하게 되었고 국지적 환경압력에서 자유로워지게 되었다. 때문에 인간의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는 종말을 맞이한게 아니란 의견도 있다. 하지만 문화적 압력에 의한 진화를 계속 될 것이다. 

 유전자문화공진화론은 집단선택의 문제도 해결한다. 집단선택은 매우 매력적인 개념이고 그럴듯하지만 실패했다. 자연선택으로의 집단선택은 여러 문제를 갖는데 우선 집단선택이 있으려면 집단간 다른 적응에 의한 유전적 차이가 있고 이것이 이어져야하는데 인간의 집단은 개인간의 이동으로 이런 유전적 차이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즉, 한 집단이 이타성을 발현시키고, 다른 집단이 이기심을 발현시켰어도 상호간의 혈연적 교류로 이 차이가 무색해진다는 점이다. 다른 문제는 집단의 이타성이란게 사기꾼에 의해 쉽게 붕괴된다는 점이다. 하지만 유전자문화공진화론은 문화적 변이로 집단선택을 설득력있게 바꾸었다.

 유전자문화공진화론이 말하는 집단선택은 다음과 같다. 우선 순응이 집단의 차이를 유지시킨다. 문화적인 것이니 혈연적 섞임은 문제가 되질 않는다. 실제 다른 계통의 사람이 이민을 와도 그 자손은 손쉽게 그 지역에 문화적으로 순응한다. 그리고 집단 수준에서는 문화적 변이의 선택이 자연보다 빠르게 일어난다. 또한 집단에는 언어나 깃발, 아이콘등 다양한 상징시스템이 있어 다른 문화의 침투로 인한 동질화를 방어한다. 

 최근 연구결과 약 4-5만년전에 도파민 D4수용체가 발달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진기한 것을 추구하는 행동과 관련하는데 실제 이 수용체의 발달시기는 인간의 전세계로 뻗어나간 시기와 일치한다. 그리고 최근의 연구는 유전자 발현 네트워크의 중심부에 위치한 유전자보다는 가장자리 유전자가 더욱 급속히 진화했음을 보여준다. 가장자리 유전자는 신경전달물질 수용체나 전달체 분자등을 코딩하는 유전자로 이것을 변화시키면 변화가 어려운 뇌기능 자체의 변화를 이끌지 않으면서도 유기체의 행동변화를 일으킬 수 있다. 즉, 손쉬운 진화방안인 것이다. 


이 책의 내용은 최근 진화의 정수같지만 벌써 나온지 10년이 넘은 책이다. 그 사이 여러 진화책을 읽어 책에 나온 내용 중 여러 연구성과를 이미 접한 바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당히 인상적인 책이었으며 진화론의 각 갈래의 특징와 설명하고 이들의 상호보완성과 장단점을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한 것이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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